파파고
파반느 2장 / 인연스토리 스포일러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있다」는 말이 있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세워야 한다는 교훈으로, 무슨 일이든 처음이 중요하다는 것의 비유인 듯 하다.
"저기... 토키..."
"네, 뭔가요?"
평소 알람보다 조금 일찍 깨어난 나는 그런 교훈에 따라 다시 잠드는 유혹을 견디고 『그럼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라며 상반신을 일으켰고, 압도적인 위화감을 느꼈다.
"어째서 있는거야?"
그렇다. 침실에 있을리 없는 메이드가 있었다.
"있으면 안됐던건가요?"
"있으면 안 되는 곳에 있어서 물어본건데... 어, 잠깐, 잠금장치는 어쨌어?"
기상직후의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려 지극히 당연한 의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 메이드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오른손으로 피스를 치켜들며 이렇게 대답했다.
"낙승이었습니다."
"치히로! 방의 시큐리티가 무너졌는데!? 치쨩!!"
내 집의 안심안전을 의지할 수 있는 경비위탁처, 친애하는 베리타스 부부장의 이름을 불렀지만 이쪽은 당연히 반응이 없다.
"그러니 이런 경우를 대비해 보디가드를 고용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저라던가."
"보디가드에게 노려진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저는 보디가드가 아니라 메이드입니다."
"노린다는 쪽을 부정해 줬으면 하는데."
"밤길에는 부디 주의를."
무표정하고 담담하게 대답하는 그 메이드―――아스마 토키는 어느 쪽인가 하면 냉철한 암살자로 보였다.
"......저기, 미안한데 일단 나가주지 않을래?"
"그건 곤란합니다."
"이쪽이 더 곤란할 자신이 있어."
"제 사명은 선생님을 보좌하는 것이니까요."
"선생님의 사명은 잘못된 일을 하는 학생들을 인도하는 거라고 생각해."
"일단 슬슬 이불에서 나오시는 건 어떨까요?"
"그건 곤란해."
"어째서입니까?"
"어째서냐고 해도...."
"앗...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뭘!?"
지금까지 인형처럼 미동도 하지 않던 토키가 무언가를 눈치채고 민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신속하게 조치를 개시하겠습니다."
"처치라니... 아앗, 잠깐 기다려! 알았어! 알았다니까! 이렇게하자!? 있어도 괜찮으니, 잠깐만 기다려줘!"
방구석에서 단말마 같은 알람이 허망하게 울렸다.
【아스마 토키는 웃지 않는다】
"......그래서."
토키를 어떻게든 설득해 근처 카페에서 대기시킨 지 15분.
서둘러 몸단장을 하고 4인용 테이블석에 훌륭한 자세로 앉은 그녀와 합류했다.
"어째서 갑자기 방에..."
"전 주인때는 그랬기에."
"그랬어!?"
"거짓말입니다."
"......."
농담 같은 건 하지 않을 듯한 분위기의 그녀는 거짓말을 했다. 아니, 그게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저 포커페이스에서는 전혀 읽을 수 없다.
나는 체념한 채 커피를 두 잔 주문한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선생님의 전속 메이드 겸 보디가드 겸 펫이니까요."
"지금 뭐라고 했어?"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대로 정말 선생님을 지키고 보좌할 수 있겠느냐고."
"저기, 지금 뭔가 이상한게 붙은거 같은데?"
"그러니 이런식으로 좀 더 선생님 곁에서 모시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기에 지금에 이르른 것입니다."
"아니, 그 마음은 기쁘지만, 마음만으로도 고맙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확실히 그녀가 곁에서 시중들어주면 도움이 되는 면도 많겠지.
아스마 토키.
밀레니엄의 우수한 에이전트 집단 『C&C』의 5번째 에이전트로, 콜사인은 「04―제로포」 과거에는 밀레니엄 학생회장을 섬겼으며 취사세탁부터 전투까지 모든 면에서 학원 톱 클래스라고 할 수 있는 학생이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나 따위를 따라준다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개인실에까지 와서 분골쇄신 봉사한다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러면 정말 그냥 메이드가 되어버린다.
나는 선생님이고 그녀는 학생이다. 소중한 학생의 시간과 노력을 나 따위를 위해 낭비하지 않았으면 했다.
"이렇게 하지 않아도 토키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돼."
"그렇습니까..."
"그래그래, 그러니 오늘은 학교에――"
"알겠습니다."
그녀는 쿨한 눈빛을 잃지 않고 그렇게 말하고는 정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옆에 앉았다.
"크흠."
"엑."
"아아~ 선생님, 제발 버리지 마세요~ 뭐든지 할게요~"
"잠깐!?"
큰 목소리로 묘한 말을 시작한 토키는 주위의 이목을 끌려는지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이어나갔다.
아침부터 내점했던 이런저런 손님들이 이쪽을 향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주문한 커피를 가져온 점원도 의아한 얼굴로 컵 두 개를 테이블에 놓고 갔다.
"전 당신밖에 없어요. 이대로라면 길거리를 헤매고 말아요."
"토키, 길거리라니 그런 건...!"
이 아이가 C&C의 숨겨둔 멤버였던 걸 떠올리며 어떻게든 둘러대 말렸다.
이렇게 주목받는 상황에서 부주의하게 비밀을 누설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딱히 신경 안써도 될 거 같긴 하지만.
"부탁드려요. 뭣하면 여기서 옷을 벗어도 상관없으니까."
"토키!!"
그녀는 곧바로 간이 탈착 가능한 옷을 벗었다.
소매와 롱스커트를 벗어 피부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고풍스러운 메이드복에서 어깨를 드러낸 민소매와 눈부신 미니스커트로 재빠르게 변신했다.
"저거 샬레의 선생님이죠...?"
"여자아이한테 저런 짓을 시키는 사람이었다니."
"신고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를 「전투태세」라고 이해하고 있다면 몰라도 주변의 일반인들은 완전히 나를 거만하고 변태적인 녀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단번에 시선이 공격적인 것으로 변하는게 느껴진다. 어떻게든 얼버무려야 하는데...
"아니, 토키! 알았어! 알았으니까 옷 입어!"
"알겠습니다."
"부탁이야 토키~ 이런 건 밖에서 안된다고 했지~? 정말 곤란한걸~"
"무심코 즐거워지는 바람에, 죄송합니다. 주인님."
눈 깜짝할 사이에 옷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토키.
주변 손님들은 가까스로 속인듯 했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주인님이라고 했지!?"
"세상에 아침부터 그런 플레이를?"
"생각보다 위험한 사람이구나, 선생님은..."
"최악."
"크윽......!"
소근거리며 가슴을 찌르는 말들을 간신히 참고 그녀를 다시 맞은편에 앉혔다.
이 아이 위험해. 여하튼 나를 따라다닐 작정인가본데.
하긴 이 아이의 전 주인이 실종된 원인 중 하나는 나다. 책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
그렇다고 그녀를 계속 옆에 두고 있을 수도 없고...
머리를 싸맨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토키는 컵을 들고 「잘 먹겠습니다」라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홀짝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뜨거웠는지 훌륭할 정도로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다. 고양이 혀일까.
"알았어. 오늘은 옆에 있어도 좋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정말 무슨 일이야? 요즘은 학교 다니면서 지냈지?"
유급 직전이라는 그녀는 분명 거듭된 통지로 학원생활에 전념하도록 했을 터.
같이 학교에 가기도 했으니 틀림없다. 그 때는 함께 방과 후를 보내는 친구도 생긴 것처럼 보였지만...
"선생님. 저는 훌륭한 메이드이기에 주인을 섬기는 게 사명입니다. 그러니까, 그......"
드물게도 말을 더듬는 듯한 모습을 보인 토키는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일단 아침식사부터 하자. 아침은 먹었어?"
"아뇨."
순순히 고개를 저은 그녀에게 식사 메뉴판을 건넨다.
매사를 빈틈없이 완벽하게 해내는 메이드가 왠지 지금만큼은 한창때의 소녀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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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는 거의 예상대로의 하루를 맞이했다.
오늘의 일은 밀레니엄에서 있을 예정이었기에 의아해 하는 주위의 눈을 헤치고 간신히 학원에 도착했다. 거기까지는 좋았지.
하지만 함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기다리던 유우카에게, 마치 좀처럼 풀리지 않는 아이의 함정 문제에 머리를 싸매는 어른 같은 얼굴을 하고 말았다.
"......저기, 선생님.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모르겠어."
"모르겠다는 게 뭔가요?"
"토키, 설명해줘."
"네. 우선 선생님이 저를 밀어 넘어뜨린 어젯밤 이야기부터."
"서, 선생님!!?"
"농담입니다."
"그렇지? 전혀 모르겠지?"
"아, 에, 아아, 그런......"
그녀의 엉뚱한 행동을 이해하려면 실제로 그 언행을 보는 게 최고라는 얘기다.
유우카는 잠시 혼란스러워하는 듯했지만 토키가 내린 커피를 마시고 진정한 듯했고, 척척 잡무를 해내는 그 모습에 호감을 느낀 듯했다.
"다행이네요 유우카쨩♪"
"뭐... 무슨 소리야, 노아."
"선생님은 메이드복을 좋아하시나요?"
"으음, 뭐 싫지는 않지만."
"후훗, 그런가요. 그럼 다음에 준비해 놓을까요?"
"좀 봐줘."
중간에 합류한 노아에게도 그녀는 호평을 받은 모양이다.
토키도 토키대로 딱히 항상 엉뚱한 짓을 하는 건 아닌 거 같고, 오히려 나보다 더 성실하게 일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후 들어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도 그녀는 맹활약했다.
세미나의 두 사람을 따라다니던 밀레니엄 내에서의 문제를 이래저래 해결하고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활동보고를 게을리하는 게임개발부에 보고서를 받으러 갔다가 화해의 표시라며 아리스에게 게임 승부를 던지거나.
새 장갑 실험으로 폭발 소동을 빚던 엔지니어부에 가서는 파워드 슈트 『아비 에슈』를 기동시켜 문제를 키우기도 했다.
단지 베리타스를 방문했을 때는 시큐리티 향상의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있었기에, 나는 틈을 보아 방 잠금장치를 새로 맞춰줄 것을 부장 대리에게 부탁했다.
역시 키보토스 최강의 메이드를 목표로 할만 하다고는 보여졌다.
그 일기당천의 활동에 오히려 정신적 피로가 늘어난 것 같기도 했지만.
"죄송합니다."
해질녘의 샬레에서.
기상부터 폭풍같은 하루여서인지 손님용 소파에 축 늘어졌던 나에게 토키는 작게 중얼거리며 사과했다.
여전히 표정은 일절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그것이 상당히 반성하는 모습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제가 또 폐를 끼친 것 같습니다."
"그렇지는..."
않다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등받이에 늘어진 이 자세로는 설득력이 없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고민하는 동안 토키는 고개를 떨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줄곧 명령을 따라왔습니다. 그게 C&C의 긍지이고 적합한 모습이라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보다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언젠가는 제..."
어떻게든 생각을 표현하려고 더듬거리는 그녀의 다음 말을 천천히 기다렸다.
대기하는 일이 많은 그녀를, 반대로 기다리는 게 지금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는 게임개발부의 그녀들을 보고 후회는 아니지만, 그... 처음으로 「괴롭다」고 느꼈습니다."
그녀와 오늘 만난 게임개발부는 인연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 이제 다른 C&C 부원과 마찬가지로 친구라도 해도 될텐데.
아리스는 「이것으로 네루 선배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라며 새로운 동료에 기뻐하고 있었을 정도다.
그래도 그녀는 그때의 일을 잊지 못하는 듯 하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것은 일이자 당연한 거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저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죄책감에서 오는 속죄 때문인지 외로움에서 오는 충동인지는 알 수 없다. 그건 분명 본인조차도 모르겠지.
토키가 나쁜 것은 아니다. 누구나 무언가를 위해 상처받고 싸웠다. 그뿐인 이야기.
"그런 생각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선생님을 미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침실까지 나타난거야!?"
틀림없이 잠입수사스러운 무언가를 하다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놀라움에 무심코 소파에서 흘러서 떨어지고 말았다.
진지한 그녀를 향해 자세를 바로잡아 다시 앉는다.
"선생님.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토키..."
언제나 당당한 그녀가 어딘지 모르게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마치 혼난 강아지처럼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하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녀는 지금까지 항상 임무를 수행했다.
늘 누군가를 위해 움직여 왔다는 얘기다.
그걸 갑자기 잃어버리고 혼자 걸으라고 해봐야 불안해하는 게 당연하다.
비록 그것이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우수한 에이전트라 할지라도.
그녀는 그저 내 학생이다.
"토키의 사명은 보좌하는 것. 선생님의 사명은 학생을 인도하는 것... 라고 했던가."
"네?"
"한 가지 임무를 부탁하고 싶어. 최강의 메이드에게, 집까지의 호위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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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키는 내 방에 도착한 후에도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렇겠지. 보좌하겠다던 그녀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편히 앉아 있어』라고 지시했으니.
그리고 나는 저녁을 만들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근처에서 외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웠겠지만 오늘따라 귀한 내빈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해 보고 싶었으니까.
요리에 자신이 있는 건 전혀 아니다. 말하자면 토키가 훨씬 맛있는 걸 만들 수 있겠지.
그래도 그녀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졌다는 얘기다.
"미안해, 붙잡아놓고 있어서."
"아뇨, 하지만 요리라면 역시 제가..."
"괜찮으니 앉아있어줘. 주인의 명령을 들을 수 없는 거야?"
장난삼아 하는 말이라는 걸 토키는 이해하고 있을까.
그녀라면 분명 등을 쭉 편 채로 『전력으로 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겠지.
혼자 착실히 준비를 진행하며 묘한 웃음을 짓는 나에게 토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본래라면 자기 방에 학생을 초대하다니 언어도단이다. 있어서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그녀를 돌려보낸다면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내 도덕성을 몇 단계 끌어내렸다.
때마침 그녀에게는 여기가 들켜버린 것이고 밥만 먹을 뿐. 다른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문제 없을거다.
그런 이유를 줄줄 늘어놓으며 야채를 적당히 썰어 냄비에 담아간다.
거의 사용되지 않는 작은 부엌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어렴풋이 피어오른다.
"유우카에게 들키면 근 한시간 설교겠지."
유우카가 잔소리를 읊조리는 게 뚜렷하게 상상되었다. 다음에 그녀에게도 뭔가 선물을 가지고 가자.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가지런하지 못한 재료들을 한바탕 끓이고 마법의 가루를 넣어 수프를 완성했다.
간편간단건더기 많이, 마법의 콘소메 수프. 샬레 편의점에서 절찬 재고떨이 중이다. 맛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거 같아 빵이나 국수등을 꺼내왔지만 토키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수프를 분배했다.
"그러고보니 토키는 고양이 혀였던가? 수프가 좀 뜨거울지도."
"네? 아뇨, 특별히 뜨거운 걸 잘 못 먹는 건 아닙니다."
"어라? 그럼 오늘 아침 커피는..."
"......블랙이었으니까요."
나란 사람이 학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것 같다. 다음에는 설탕의 양까지 물어두기로 마음먹고 식탁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잠시 그릇 속 수프를 빤히 바라보던 토키는 소리도 내지 않고 그것을 입에 올렸다.
좀처럼 요리를 만든 적이 없던 나는 왠지 긴장하면서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
"어, 어때?"
"......맛이 너무 진합니다."
"어, 그럴리가."
"너무 끓인거겠죠. 그리고 수프 재료를 두 개 넣었던 거 같습니다만."
"뭔가 싱거울까봐."
"냄비 바닥 쪽에서 잘 녹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색깔이 진한 거 같네.
황급히 손에 든 수프를 홀짝여보니 첫 입은 싱겁고 다음 두 입은 숨이 막힐 정도로 진했다.
"으아......"
의기양양하게 만든 것 치고는 평범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수수하게 충격받은 채로 있자 토키는 개의치 않고 들어간 야채들을 몇 번 씹은 뒤 다시 수프를 마셨다.
"미안, 토키. 무리해서 먹지 않아도..."
"아뇨, 확실히 맛있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물건입니다만――"
토키는 젓가락과 그릇을 테이블에 놓더니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매우 따스한 맛이 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말과 그 부드러운 표정에 조금 어안이 벙벙해졌다. 살짝 가늘게 뜬 눈에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다.
이 아이는 이런 표정도 할 수 있었나.
착각을 하고 있는 건 분명 내 쪽이었다.
"고마워, 토키."
"? 어째서 선생님이 감사의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오히려 저야말로..."
"토키가 같은 입장이라도 그렇게 말할거라 생각해서."
"같은..."
그렇다. 그녀는 항상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있는 거다. 신뢰해줘서 감사합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그런 그녀를,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그녀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된 그녀를 보며 이 아이는 나와 같다고 생각했다.
"같은 거야, 토키. 나도 너도, 모두 똑같아. 망설이고, 고민하고, 상처받고,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열심히 살고 있어. 혼자가 아니야. 적어도 여기에 마찬가지인 사람이 있어."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고,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고, 누군가를 위해 산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누군가가 하고 싶은 일을 지탱하는 것.
자신의 사명은 누군가를 위해 계속 존재하는 것.
그리고 그 누군가의 기쁨이야말로 분명――
"한 학생을 위해 무언가 하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지금은 천천히 해도 돼. 조급해 하지 않아도 돼. 나도 이런 식으로 실패하니까."
"......."
그녀는 지금 초조할 뿐이다.
그리고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뿐.
그것들을 해결하는 건 분명 시간이 걸리는 일이겠지.
그리고 그걸 「보좌」하는 게 내 역할이다.
"선생님......."
"응?"
"실패를 미화하는 건 괜찮지만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실패의 맛을 곱씹으시길."
"죄, 죄송합니다..."
다음에 게헨나 급양부에라도 배우러 가자.
그렇게 생각하며 진한 수프를 또 한 모금 홀짝였다.
끽소리도 못한다는 건 이런 얘기일거다.
"......뭐, 요리같은 건 못해도..."
"어?"
"감사합니다, 선생님. 누군가와 식사를 한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좋았... 습니다."
"응, 나도 즐거웠어. 다음에는 연습을 더 해둘 테니까......."
"아뇨, 다음에는 제가 만들겠습니다."
"어떻게 해도?"
"제가 만들겠습니다."
"아 예..."
생각지 못한 압박을 받고 말았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두 그릇째를 들이키는 토키에게 어딘가 안도감을 느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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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있다」는 말이 있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세워야 한다는 교훈으로, 무슨 일이든 처음이 중요하다는――
"좋은 아침... 토키..."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평소 알람보다 조금 일찍 깨어난 나는 그런 교훈에 따라 다시 잠드는 유혹을 견디며 『그럼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라며 상반신을 일으켰고, 압도적인 기시감을 느꼈다.
"어째서 있는거야?"
그래, 침실에 낯익은 메이드가 또 있다.
"저는 선생님 전속 메이드 겸 보디가드니까요."
"...잠금장치, 바꿨었지?"
잠에서 깬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리며 지극히 당연한 의문을 던졌다.
부서진 잠금장치는 베리타스에 의뢰하여 특수합금으로 만든 최상위 시큐리티로 바꿨을텐데.
그러자 그 메이드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고철로 변한 실린더를 내밀며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이겼습니다. 피스."
"젠장, 치히로! 이제 그냥 옆에 있어줘!!!"
내 집의 안심안전을 의지할 수 있는 경비위탁처, 친애하는 베리타스 부부장에게 사랑을 외쳤지만 이번에도 당연히 반응이 없다.
"선생님은 저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건 말했었지."
"저는 선생님을 하루 종일 따라다녔습니다."
"그건 그래... 어라, 그랬나?"
"그러니 오늘은 저를 시중들어주세요."
왠지 득의양양한 그녀는 마치 떨쳐낸 듯 상쾌한 얼굴로 불합리하다 여겨지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것에 응해주고 싶다고 생각해 버리는 나도, 뭔가 어떻게 된 것 같다.
"좋아, 뭘 하면 될까?"
"......모르겠어요. 정하지 않았습니다."
"에에..."
"선생님은 저와 함께라면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그러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처음 떠오른 것을 그대로 말했다.
"아침 먹었어?"
"아뇨."
"그럼, 같이 만들까?"
"네."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대답한 그녀가 어딘가 웃고 있는 듯한 느낌은,
분명 내 착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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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감정을 드러내는 게 미숙합니다.
그러니 분명 당신은 눈치채지 못하시겠죠.
이래보여도 제 안에서 다양한 감정이 소용돌이 치고 있답니다.
그러니 선생님, 같은 감정을 돌려주세요.
저는 당신을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선생님, 똑같이 저를 지켜봐 주세요.
그게 제가 여기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확실한 이유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그럼 우선 이불에서부터 나와주세요."
"잠깐, 바로 일어나면 위험하니까, 어른은 일어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까, 거 있잖아, 준비운동이 중요하다고 위인들도 말했고..."
"안심해주시길, 이미 서 계십니다."
"아앗, 잠깐 기다려, 이불 벗기지 마! 기다리라고! 정말로, 기다... 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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