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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번역) 카케하시 스바루는 돌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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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6536859

==========

"……다, 다녀오셨습니까, 선생님."

"으응~? '선생님'?"

트리니티 자치구의 한 음식점.

『반짝반짝♡메이드카페』라 쓰여있는 그 가게 앞에는 귀여운 머리띠를 한 아르바이트 점원이 있었다.

"이상한걸~ 여기에서는 메이드가 일하고 있다고 들어서 왔는데. 부르는 호칭이 틀린거 아닐까~?"

"큭……."

가게 앞에서 간판을 들고 안내를 하고 있던 메이드 차림의 점원은, 블랙커피를 처음으로 마신 아이처럼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나와 그녀와의 사이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나는 단순한 진상 손님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나는 어른이다.

아르바이트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계약이 있고, 임금이 발생하고 있는 이상,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이거이거 안되겠군요, 스바루양. 메이드는 소중한 손님을 뭐라고 부르는지 잊었으려나? 점장한테도 들었을텐데 말이지~"

"……주, 주이."

"주이?"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앗 그러면 안돼. 그런 우리 안에 갇힌 돼지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국어책 읽는 것마냥 말하면……아니 그래도 이건 이거대로 수요가 있나……."

"무적인가요 당신은."

"나중에 다시 볼용으로 영상 찍고 싶으니까 한번 더 말해줄래?"

"바라신다면 언제든지 해드릴게요, 주먹으로."

"환영의 주먹 인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리우스 식이에요."

"최근 그렇게 말하면 뭐든 용서된다고 생각하고 있지않아?"

표정이 이리저리 바뀌는 점원은, 뾰로통하고 고개를 휙 돌려버리고 말았다.

앞에서 한 말을 전부 취소한다.

아무래도 이 아이에게 있어서, 내가 진상 손님인 점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카케하시 스바루는 돌아가지 못한다

"순조로워보이네, 스바루."

"네, 덕분에요."

방금 전까지 나를 향해서 간판을 휘두르고 있던 카케하시 스바루가, 차가운 물을 들고 왔다.

쟁반을 들고 있는 동작도 완전히 몸에 익었다는 인상이다.

아리우스 학생인 그녀는, 니코메디아 트룹의 후배들과 함께 이 메이드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듣자하니 새롭게 취임한 아리우스 학생회의 부회장이 아르바이트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나 뭐라나.

"최근에는 홀을 맡게 되었어요. 가게 앞에서 선전하는건 이제 충분하니까? 라나 뭐라나."

스바루는 미소지으면서 익숙한 손짓으로 메뉴표를 내밀었다.

이전에 처음으로 와서 그녀의 메이드 차림을 봤을 때는, 정말로 놀랐었지. 억지로 입혀진게 아닐까 싶어서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그녀를 포함한 아리우스의 모두가 즐겁다는듯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이해심 넘치는 점장과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운넘치는 발랄한 목소리가, 가게 안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진흙과 화약 투성이였던 그녀들은 지금, 귀여운 메이드옷을 입고 있다.

나는 이곳에 자주 다닐 것을 속으로 결심했다.

──아니 결코 메이드들에게 둘러싸이고 싶다거나 그런 소망은 가지고 있지 않다. 결단코.

"그러면 주문이 정해지시면, 그쪽에 있는 벨을 눌러 불러주세요."

"앗, 잠깐만 기다려봐, 금방 고를테니까."

"그런가요? 그럼 하세요."

"어디보자……."

서둘러 메뉴를 펼쳤다.

이전에 왔을 때는 축하를 할 생각으로 적당히 대량으로 주문해서 통크게 한턱 쏴버린 탓에, 내용을 제대로 보는건 처음이었다.

"그러니까……으음……잠시……만 기다려줘."

여러 색깔의 케이크나 이름을 들어봐도 상상조차 가질않는 문자가 나열된 메뉴가 늘어서있다.

방과후 디저트부를 통해 유행하는건 파악해뒀다고 생각했는데, 혼자서 주문하자니 꽤나 어렵다.

달콤한건 좋아하기도 하고 스바루를 위해서 전부 주문하고 싶기는 하지만, 점심을 먹고 온 지금 상태로는 힘들 것 같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는 여기서 언제까지고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스바루……."

"저, 저를 보지 마시고 메뉴를 보세요. 식사는 하셨나요? 다음 페이지에 점심용 메뉴도 있답니다."

"미안, 사실 점심은 이미 먹어서."

"그러신가요? 카페라는건 식사를 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장소라고 생각했는데요……."

"평소라면 그랬겠지만, 나는 스바루의 귀여운 메이드 차림을 보러 온것 뿐이라서."

"무슨……!?"

놀라서 들고 있던 단말기를 떨어뜨릴뻔한 스바루를 두고, 팔락팔락 메뉴를 넘긴다.

그녀는 뭐라고 중얼중얼 말하고 있었지만, 가게 안의 활기넘치는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지금은 메뉴를 정할 때다.

눈에 띈건 서비스 메뉴라고 크게 쓰여져있는 화려한 페이지.

그곳에는 아무리 배가 가득차 있더라도 주문하지 않고는 참지 못할 특별 상품이 실려있었다.

"아, 그러면 이 『메이드의 마법을 곁들인 특제 오므라이스』하고 아이스 커피를 주문해볼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잠시 기다려 주십──"

"'스바루'로."

"……네?"

주문을 받고서 재빨리 뒤로 돌아 걸어가려는 메이드를 바로 멈춰세웠다. 중요한 주문이 아직 남아있으니까.

"마법을 걸어주는건 스바루로 부탁할게."

"무, 무슨 말씀이실까요?"

"대충 넘어가려고 해도 소용없어. 메뉴표 아래쪽에 적혀있었거든. '제공시에 마법영창 스태프는 지명이 가능합니다'라고.

터무니없을 정도로 작은 글씨, 내가 아니었으면 놓쳤을거야."

"하하……확인했습니다, 주인님."

체념을 한건지 스바루는, 울상으로 어색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 마법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일지 초짜인 나는 아예 짐작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이미지를 가진 스바루가 피하려고 할줄이야, 분명 그녀 자신이 성장할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좋은 기회다. 내가 연습 상대가 되어줘야겠지.

그런 변명을 가슴 속에서 굴리면서, 문득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스바루를 따르는 후배들이, 살짝 긴장하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중에서는 본 적없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를 눈치챈 몇 명을 향해,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사회공부의 일환으로써 시작한 아르바이트.

내가 이전에 아리우스에서 수업을 했을 때도 그랬지만, 그녀들에게는 압도적으로 『경험』이 부족했다.

일반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방과후에 집으로 돌아와 잠들기까지, 교과서 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도 여러가지를 배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도망을 치는 것에도, 긍정에도 부정에도, 아무튼 경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그런 기회조차 없었던 그녀들이, 이렇게 여러 경험을 쌓아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

그것을 보고, 나는──

──나는, 안심하고 싶었던 것뿐이 아닌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특제 오므라이스입니다."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어느샌가 요리가 나왔다.

흰 접시 위에 반숙으로 폭신폭신한 계란이 가련하게 덮여있다. 케첩으로 그려져있는건, 커다란 하트.

"고마워. 혹시 스바루가 만들었어?"

"아뇨, 주방의 직원이."

"그래……."

노골적으로 실망스러워하는 것을 눈치채준건지, 스바루는 가지고 있던 쟁반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그, 그렇게 제가 만든 요리가 드시고 싶은건가요?"

"어 진짜 해줄거야!?"

"목소리가 커요! 요리를 딱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화사한 음식은 만들지 못하지만……뭐 기회가 된다면 생각해둘게요."

"아싸!"

"조용히 해주세요, 주인님."

"미안."

그녀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스럽게도 저마다 맡은 일 때문에 바쁜 탓에, 항상 이목을 끄는 스바루는 지금 누구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지 않는 것같았다.

결심을 마친 것인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날 것처럼 보일 정도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손으로 작게 하트를 만들어서 주문을 외웠다.

"마, 맛있어져라~, 모에모에 큥♡"

띠롱.

"엣."

"고마워 스바루. 덕분에 세계 최고의 오므라이스가 완성됐어!"

"자, 잠깐, 잠깐 기다려주세요. 방금 난 소리 뭔가요!?"

"잘먹겠습니다…… 음! 폭신폭신하고 엄청 맛있어!"

"선생님!"

"아, 사오리한테서 답변이 왔네. '잘 어울린다고 전해줘.'라고 하네."

"역시 찍고 있었던 거죠!? 그보다 누구 맘대로 보낸 건가요!?"

"아, 이거 진짜 맛있네."

"선생님!"

★★★★★★★★★★★★★★★★★

"영수증 줄래?"

"제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또 그 회계분한테 혼나지 않을까요?"

점원한테 계산을 부탁하고 있자, 옆에서 평소의 옷으로 갈아입은 스바루가 말을 걸었다.

마침 아르바이트 시간이 끝났다길래, 같이 아리우스까지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스바루가 되려 날 샬레까지 바래다준다고 말했지만, 최근의 아리우스 부흥 상황을 보고 싶다는 내 억지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그것이 반쯤 핑계고, 거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스바루하고 이야기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더라도 괜찮겠지.

"유우카는 감추면 그것대로 화를 내니까 말이지…… 어차피 혼이 날거라면 당당하게 혼이 나고 싶어."

"진지한 표정으로 할만한 소리인가요 그거."

"여자애한테 혼나고 싶어."

"기분 나쁘네요."

카운터 너머로 영수증을 받자, 계산을 담당하던 아이가 고개를 깊이 숙여서 인사를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 아니었지 주인님! 또 와주세요!"

"응, 또 보자."

"스바루 선배님도, 고생하셨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먼저 실례할게요."

계산을 담당한건, 이전에 내 수업에 나와준 아이였다.

그렇게나 시험공부를 싫어했던 그 애가 이렇게까지 생기넘치도록 일을 할줄이야. 몸을 쓰는걸 더 좋아하는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다음 번에는 수학을 공부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에 도움이 된다는 시점으로 권해볼까."

"어라, 마치 선생님 같은 말씀이시네요."

"선생님 맞으니까?"

카페에서 조금 지나치게 놀린 탓인가, 가시가 돋힌 듯한 시선을 보내는 스바루. 그녀와 잡담을 나누면서 귀갓길에 올랐다.

마법을 걸어준 그 순간을 흉내내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서 보여주자 그녀는 째릿하고 노려본채로 말없이 손을 가볍게 때렸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계속 놀려야지.

"배고프지 않아? 어디 들를까?"

"아뇨 괜찮아요. 식사는 점장님께 받아서 했으니까요. 그보다, 시찰 장소는 정하셨나요?"

"으~음, 딱히 정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되는건가요?"

아르바이트를 끝낸 스바루가 쓸데없이 신경을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아리우스 상황을 봐두고 싶다는 것도 진심이다.

"누군가하고 만날 약속을 한건 아니지만, 모처럼이니 봐두고 싶어져서."

"……그런가요. 그러면 최근에 발견한 제 특등석으로 안내해드려도?"

"그거 괜찮네, 거기로 가자."

내키는대로 결정한 시찰이었기 때문에 스바루를 바래다주고나서 적당히 둘러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녀는 나와 조금 더 같이 있어줄 모양이었다.

──스바루를 따라 향한 곳은, 아리우스교가 있는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폐빌딩이었다.

이곳에는 아직 부흥의 손길이 닿지 않았는지, 곳곳에 탄흔과 금이 가 있었으며 기둥도 몇 개인가 무너져버린 상태였다. 창문 같은건 없는거나 다름없었다.

"순찰을 했을 때에 발견한 곳이에요. 조금 낡았지만 금방 무너져내릴 위험성은 없어보여서요. 나중으로 미뤄졌어요."

"원래는 뭐가 있던 곳이려나."

"…………발 밑, 조심해 주세요. 괜찮아요.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제가 선생님을 지켜드릴테니까요."

"고마워. 잘 부탁해."

담담하게 말하는 스바루에게, 그 이상 아무 것도 묻지 못했다.

모래먼지와 불빛없는 어둠 속에서 폐쇄감을 느끼며, 열심히 흰 외투를 쫓아 계단을 올라간다.

살짝 발을 올리는게 힘들어졌을 즈음, 문득 바람이 뺨을 스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시야 한가득 펼쳐진건 아름다운 저녁놀이었다.

"선생님, 이쪽으로."

스바루에게 재촉받아서 층 안쪽으로 나아간다.

천장은 무너져 있고, 벽도 사라져 현재는 이곳이 꼭대기 층임을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노을빛으로 물든 아리우스의 거리 전체를 한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중앙에는 고친지 얼마안된 아리우스 학교 건물도 보인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떠세요?"

"굉장한데. 좋은 풍경이야."

거리의 윤곽이 빛으로 둘러싸여, 마치 그녀들의 일상 너머를 들여다보는 듯한, 불가사의한 고요함이 느껴졌다.

"여기서라면 거리 전체를 둘러볼 수 있어요. 부흥이 진행된 곳, 아직인 곳. 문제가 생길 것 같은 곳이라든가,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라든가."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거같네."

"그것까지는 힘들겠죠……."

그녀는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정리하면서, 저물어가는 석양을 눈부시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뇨, 확실히.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밝은 저녁 하늘을 천천히 올려다보며, 심호흡을 한다. 빛과 바람이 폐 속까지 흘러들어오고, 피로해지기 시작했던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살아갈 기력을 나눠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학생들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뿐이 아닐까──그런 생각이,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 때, 손을 내밀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학생들의 자주성이라는 대의명분을 방패삼아서 상처입은 학생들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것은 나다.

너무 늦어버린 몇 가지 후회가, 저무는 태양의 색을 더욱 진하게 만든다.

얼마나 생각에 잠겨있었던 걸까.

문득 들려오기 시작한건, 하모니카 소리였다.

이전에 스바루하고 같이 사러 갔던, 새로운 악보의 곡이다. 그때부터 연습을 해준 거겠지.

바람에 노출된 교복의 소매가, 살며시 흔들린다. 오렌지색의 빛이 그녀의 옆얼굴에 닿아, 길게 뻗은 그림자는 어딘가 애수를 띠고 있었다.

그 음색은 이 황폐한 땅 안에서도 무척이나 맑아서, 저물어가는 하늘을 살며시 보듬는다.

그조차도 음악의 일부라는 것마냥, 그녀는 그저 부드럽게 이 순간을 불고 있었다.

스바루가 연주하는 소리는 고독하지도 슬퍼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약했다.

그것은 분명, 다정한 음색이었다.

소리가 사라질 때마다, 가슴 속에 조용한 물보라를 남기며 떠난다.

말보다도 올곧은 그 음색에, 나는 가슴 속에서부터 흘러넘치는 것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잃어버릴 뻔했던 무언가를 살며시 만져진 것 같은 따스함이 있었다.

나는 그녀들의 노력도, 좌절도, 과정도, 결과도, 더 이상 그 무엇도 놓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만약 다시 일어서기 위한 지지대가, 다시 걸음을 내딛기 위한 지지대가 필요해졌을 때, 곧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손을 당겨서 앞을 걷는게 아니라, 아주 조금만 등을 지탱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건 단지 그것뿐이다.

그래도.

해가 저무는 것과 함께, 다정함은 거리로 녹아 사라졌다.

가슴 속에 남은 여운만이 고동과 같은 리듬으로 천천히 계속 울린다.

저녁놀과 눈물의 경계에서, 말은 형태를 잃고 그저 마음만이 분명해졌다.

앞으로도, 그녀의 연주와 함께 이 경치를 바라보고 싶다.

그저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는 그녀들의 『선생님』이니까.

앞을 이끌며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나가기 위해서.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길을 벗어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그것을 이정표로 삼아 증명할 수 있다면 기쁘게 이 몸을 바칠 것이다.

희망은 내가 아니라, 그녀들 자신이니까.

★★★★★★★★★★★★★★★★★

"……우, 울고 계신 건가요, 선생님?"

내가 하모니카 연주를 끝낸 뒤.

선생님의 상태를 살피자, 그 얼굴에는 빛나는 것이 있었다.

설마 싶어서, 바로 말을 걸지는 못했다.

그렇게나 믿음직스럽고, 침착하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어른처럼 보이던 선생님이.

"왜 울고 계시는거죠?"

"어."

선생님은 본인의 눈물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듯이, 서둘러서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걱정과 호기김으로 심장이 크게 뛰면서도, 나는 선생님의 곁으로 다가가 그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안울었어."

"아니, 울고 계셨잖아요?"

"안울었다니까."

"이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기분 탓이야."

"이쪽으로 얼굴 돌려보세요."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래."

"잠깐만요."

"아니라니까 잠깐."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두번 다시 연주하지 않을거에요."

"나 사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때릴거에요."

"너무한거 아니야?"

후배들이 흘리는 눈물이라면 몇번씩이나 위로했지만, 어른이 흘리는 눈물을 보는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던 나는, 초조함에 휩싸이면서도 반쯤 농담조로 말했다. 그 사이에 진정이 된건지, 선생님은 체념한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꽃가루 알레르기라면, 이 손수건 쓰세요."

"고마워."

손수건을 건네자,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눈가를 닦았다.

조금 전의 나였다면, 다 큰 어른이 얼마나 한심한 꼴이라며 코웃음을 치고 있었겠지. 울고 싶어지는 일은, 우리들에게는 일상다반사다.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조여들어오는 가슴의 술렁임을 진정시키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뭐, 그, 저도 전에 우는 얼굴을 보여드렸으니, 이걸로 비긴 걸로 치죠."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제 연주가 좋으셨나요?"

"응, 보다시피. 감동했어."

"……아부라면 됐어요."

"연주가 좋았다는건 진짜야."

선생님이 근처의 건물 잔해에 앉았기에, 나도 그 옆에 앉았다.

내가 울어버렸을 때, 선생님은 그저 옆에 있어주었다. 그러니까, 나도 똑같이 했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단지, 나는 알고 싶었다.

그 눈물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분명 지금의 나는 일어나지 못한다. 살아가기 위한 축이 통째로 뒤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기쁘겠지만, 연주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다니,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어영부영 넘어갈 생각인걸까, 선생님은 좀처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뭔가 심각한 이유가 있는 거라면──

──있는 거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은걸까.

"괜찮으세요?"

"이젠 괜찮아. 미안해. 쌀쌀해졌으니까, 슬슬──"

"선생님께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입장상 아리우스 모두의 상담을 할 때도 많아요.

뭐, 억지로라도 이야기하라고는 하지 않겠지만요. 제 앞으로의 연주에 트라우마를 심어주고 싶으신 거라면, 이대로 얼버무린채 넘어가셔도 상관없어요."

"……이건 내가 한방 먹었네."

선생님은 내 손수건으로 다시 한번 눈가를 가볍게 누르고 나서, 심호흡을 한뒤 시선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걸 따라 나도 위를 바라보자, 거기에는 점점 애매해져가는 주황빛 흔적이 떠다니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스스로도 잘 모르겠거든."

떠듬떠듬, 선생님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억지로 보여주는 밝은 분위기가 아니라, 아이를 재우는 듯한 낮은 목소리.

바로 옆에서 들리는 그 목소리를, 나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어른이 되면 평소에는 울지 못하지만, 갑작스러운 순간에 눈물샘이 터질때가 있어서 말야. 스바루의 연주가 멋지기도 했지만……."

"했지만?"

"……이런 소리를 하면 스바루는 화낼지도 모르겠네."

"괜찮아요."

"화 안낼거야?"

이런 때에, 그는 언제나 농담을 했다.

그러니까 나도 그것을 본받았다.

"화낼 거라고 생각해요."

"화내는 거구나."

"그러니까 괜찮아요. 어느 쪽이든 선생님한테는 평소에도 꽤나 짜증났으니까요."

"에에……."

"자꾸 간보지말고 빨리 말하는걸 추천드려요. 5, 4, 3."

"무슨 카운트야!?"

이제와서 도망치려고 하는 선생님의 말꼬리를 붙잡아서, 일부러 장난스럽게 꾸며보였다.

"좋았다고 생각했어."

"……."

"스바루의 연주를 듣고, 아아 이 애는 지금, 적어도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지금은 자유롭구나 라고. 좋아하는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녀는 괜찮을거라고 말야. 단지…… 그와 동시에 이 안심은 다른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어."

"다른 것?"

"응. 너희들이 건강한 모습을 보고, 나는 나 자신을 안심시키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나는 틀렸지만, 지금은 괜찮아……라고 말이지. 정말, 선생님 실격이네 나는."

그는 자기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어째서 손을 뻗지 못한 것인지, 그 때 내가 선생님을 비난했던 것처럼.

"……꿈을 꾸거든. 내가 손을 내밀지 못했던 아이가, 손 안에서 흘러넘친 아이가, 손을 잡지 못했던 아이가, 깊은 늪 안으로 떨어져서 괴로워하며 사라지는 꿈을.

그리고 그 모두가, 반드시 이렇게 말해. 『선생님은 나쁘지 않아. 고마워. 선생님하고 만나서 다행이야』라고."

"그건."

"미안해, 이런 소리를 해서. 그래도 왜일까. 스바루한테는 내 얄팍한 본성을 알고 있었으면 해서."

그의 시선이, 아리우스의 앞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구해왔던 학생들보다도, 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사로잡혀있다.

그리고 그것에는, 분명 나도 포함되어 있다.

"나는 모두가 상상하는 것만큼 대단한 선생님이 아니야. 그저 겁이 많고 약한, 너희들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작은 어른이야."

동정이나 연민은 옛날부터 제일 싫어했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의 그 말을 듣고, 기쁘다고 생각해 버렸다.

그도 그렇잖아?

수많은 키보토스 안의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는 선생님이, 지금은 오로지 우리들을……나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다른 모두가 생각할 정도로 대단하지 않은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어?"

원래대로라면 부정해야할 선생님의 동정 속에서, 나는 내가 있을 자리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나 혐오했던 짓을 이렇게 쉽게 받아들여버릴 것처럼 변했다. 나쁜 여자다, 나는.

"상관없잖아요? 본인이 안심하기 위해서라도."

"……"

"저도 그랬어요. 그 아이들이 지옥 밑바닥에서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지키기 위해서만 살아왔어요.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분명 안심하고 있었죠. 선생님하고 똑같이."

"스바루……."

"거기에 죄책감을 품으신다면, 제가 바라겠어요. 선생님의 안심을. 그러면 당신은, 마음 편하게 자신을 안심시킬 수 있겠죠?"

선생님은, 지나치게 "선생님"스러운 것이다. 우리들과 정면에서 마주 보며, 본인에 대한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짓을 계속 하다간, 언젠가 분명 부서지고 만다.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처럼.

"그 때 말씀하셨던, 살아가기 위한 이유가 되겠다는건, 그런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된건, 선생님 덕분이에요.

그러니까 선생님도 되어주시지 않으실래요? 제 안심을 바라는 사람이."

"…………고마워."

살짝 어깨가 맞닿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시선은 선생님과 서로 마주치고 있었다.

이전에 선생님이라고 착각당한 적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나 닮은 꼴일줄은.

그런 약점을 나에게만 보여줬다는 사실에, 가슴 속에서 열기를 품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기쁨과, 약간의 고통과 함께.

"게다가,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할 뿐인 사람이 일부러 수면시간을 줄여가면서까지 시간을 쥐어짜면서, 학생이 걱정하지 않도록 여유로운 척을 하다니.

그렇게 칭찬받을만한 일은 아니라구요?"

"……그건 무슨 소릴까?"

"『샬레 당번규칙 제7조, 선생님의 과로를 저지할 것』에 따라서, 멋대로 조사했습니다. 사실은 오늘도, 딱히 시찰을 할 예정 같은건 없었잖아요?"

"어?"

"최근에 3시간 정도 밖에 주무시지 못한 것같네요."

"잠깐만……그, 뭐? 아까전에 그, 샬레 당번……뭐라고?"

"당번규칙이에요. 이전에 처음으로 당번 업무에 임했을 때, 밀레니엄 분한테 전달 받았는데……모르고 계셨나요?"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의 바람이 우리들의 사이를 지나갔지만, 이상하게도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 사람은 모르고 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하고 비슷할 정도로, 혹은 그 이상으로 우리들도 선생님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의 나는,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내 안에서 선생님의 존재가 커져있었다.

"제가 선도부의 입장이 되었다는건, 이전에 말씀드렸었죠."

"응."

"그래서 최근 들어서야, 겨우 선생님을 이해하게 되었거든요. 전체를 살펴보고, 폭주하는 학생을 막거나, 고민하고 있는 학생의 말을 들어주거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 아아, 즐겁기는 해요. 겨우, 지옥같은 나날에서 벗어났으니까요."

"……."

"키보토스 전체에 이런 일을 하다니, 그 고생은 상상할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선생님. 그 때 일은──"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고 말하듯이 선생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버림받았다고, 자기만 살아남으려고 한다고, 어린애처럼 삐지고, 비뚤어지고, 절망하고 있었다.

모처럼 내밀어준 그 손을, 깨달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나야말로. 정말 미안해, 스바루."

"아뇨."

거기에 이어지는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말하지 않더라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감각은 처음이었다.

"앞으로도 너희들의 옆에 있어도 괜찮을까?"

"……프로포즈라도 할 생각이세요?"

"앗,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

"후후, 알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평소에 그렇게나 날 놀렸으니, 이정도는 갚아줘야지.

"밤도 깊어서 살쌀해졌네요, 시찰이라면 또 다음 기회에 안내해드릴테니. 샬레까지 바래다드릴게요, 주인님?"

"으음……그러네. 일도 아직 조금 남아있기도 하고, 나중에 또 올게."

일도 아직 조금이지만 남아있다.

선생님의 그 말이, 손가락의 거스러미 마냥 걸리적거렸다.

"배웅은 괜찮으니까! 스바루도 피곤할테고, 오늘은 푹 쉬어."

"바래다, 드릴게요?"

"……넵, 부탁드리겠습니다."

장난을 들킨 강아지처럼 어깨를 움츠리는 선생님.

믿음직스러웠다가, 달관했다가. 그런가하면, 울거나 광대짓을 하거나.

정말로, 이상한 사람이다.

★★★★★★★★★★★★★★★★★

샬레에 도착할 때까지, 선생님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별거 아닌 이야기들 뿐이었다.

지금까지 겪었던 실패담이나, 샬레에서 벌어진 사건들, 다른 학교에서 생긴 문제,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 어제 꾼 꿈 이야기까지.

마치 지금까지 파여있던 도랑을 메우려고 하듯이, 각자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나는 평소 후배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편이다. 이렇게까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누군가에게 상담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음에도, 이상하게 얘기할 거리는 넘쳐났다.

아니, 어쩌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생각하고 있던 것을, 선생님이 꺼내준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속시원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던건, 얼마만일까.

"그러고보니 그 소문은 사실인가요?"

D.U. 지역 외곽지구, 샬레 빌딩.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졌고, 가로등의 불빛을 의지하기 시작할 무렵. 우리들은 샬레 사무실에 도착했다.

현관까지면 괜찮다고 말하는 선생님을 떠밀어서, 사무실까지 온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래, 당번규칙 제7조다.

"소문?"

"선생님께서 각 학교의 선도부한테 손을 대고 있다는 소문요."

"읍!? 무슨 콜록 콜록!"

"후후, 뭔가요 그 반응은."

사무실의 조명이 자동으로 들어오고, 실내가 확하고 밝아진다.

당황하는 선생님을 옆에 두고, 곧장 책상 위를 확인했다. 선생님은 대답을 하기위해 필사적이라, 대처할 여유도 없겠지.

그곳에는 산처럼 쌓여있는 서류와, 곳곳에 포스트잇과 메모가 널부러져 있었다. 파일하고 종이의 다발이 쓰레기통 위나 바닥에까지 퍼져있기까지 했다.

"어라, 설마 진짜로."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다고?"

"왜 두 번 말씀하신 건가요?"

"중요한 일이니까."

"……그런가요. 조금 유감이네요."

"어?"

"아뇨 딱히. 그러면, 한 선도부원의 발을 핥았다는 것도 단순한 소문이겠네요."

"…………."

"선생님?"

선생님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잔업량을 감추리라 생각하고 그의 의식을 흐트러뜨려 놓으려고 한건데, 설마 정곡일줄은.

"선생님."

"왜."

"이쪽 보세요."

"아니 그."

"거짓말이죠?"

"그런 소문 믿으면 안된다니까 정말."

"여기 봐주세요."

"아니 잠깐만 잠을 잘못 잤나."

"지금말인가요? 갑자기요?"

"어른은 갑자기 큰일이 나거든."

"속이려는건가요. 헤에~ 그런가요."

저도 일단은 선도부인데요, 라고 덧붙이고 싶어지는 마음을 누르고 서류로 만들어진 산을 몇 장 넘겼다.

오늘까지로 보이는 기한인 보고서와 내일 이후에라도 괜찮아보이는 것……일단 분류는 되어있는 모양이었다.

선생님은 내 의도를 그제서야 눈치챈건지, 조금 소리를 높여 귀가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고마워 스바루. 가까운 시일내로 또 갈테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말해주고!"

"언제라도 상관없나요?"

"물론이지."

"그러면 선생님의 오늘 일이 끝날 때까지, 저도 도와드릴 수 있게 해주세요."

"엑."

"언제라도 상관없다고 하셨죠?"

곤란하다는 듯이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는 선생님. 유감스럽지만, 이번엔 내 승리다.

선생님은 나한테 기대도 상관없다고 말해줬다. 그렇다면 그것은, 선생님한테도 해당되어야 마땅하다.

내가 선생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하고 비슷하게, 이 사람도 모르고 있다.

내가, 우리들이, 얼마나 선생님에게 감사하고 있는지를.

이전에 후배들에게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선생님을 위해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냐고.

직접 당번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뭔가 선생님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고. 선생님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그 소동과 종합시험 이후로, 그렇게 말하는 아이가 늘었다.

그 감정은 소중한 것이다. 지금까지 무언가를 부수는 기술만을 배워왔던 우리들이,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무척 바쁘고, 무엇보다 다정하다. 그 감정이 도리어 안좋은 결과가 될 가능성조차 있다.

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르침 받은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은혜를 갚으라고 전했다.

분명 그것이, 선생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축복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저녁 무렵의 이야기로도 이어진다. 선생님을 안심시킨다, 그것이 가장 좋은 효도다.

그런 소리를 후배들에게 하면서,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졌다.

선생님이 원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는지, 우리들(아리우스)와 연관되면서 변해버린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때의 내가 불을 붙여버렸다는 사실은 틀림없을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자신의 감정만으로 선생님을 상처입히고 말았다.

그가 몸을 아끼지 않으면서 아리우스의 부흥에 힘쓰고 있는건, 분명 내 책임이다.

그렇다면, 나는.

"저는 선생님의 안심을 바라고, 선생님은 제 안심을 바란다. 그랬죠?"

"그렇기는 한데……."

"아뇨, 딱히 상관없어요. 배신당하는건 익숙하니까요."

"그 표현은 좀 치사한걸."

"누가 할 소리를."

"…………통금시간까지는 돌아가야 돼."

"통금? 통금이란건 뭔가요? 아무것도 모르는 저한테 가르쳐주세요 선생님. 평범한 학교에서는 통금이라는게 있나요?"

"알았어, 알았으니까, 좀 봐주십쇼!"

선생님이 울 것같은 표정으로 애원했지만, 나도 이래저래 부끄러운 모습을 놀림받았다. 인과응보다. 당하면 되갚아준다, 그것이 아리우스 식이에요.

이곳을 써주세요, 라며 한껏 자세를 낮추고 책상의 의자를 당기는 선생님을 곁눈질하면서, 서류더미를 반쯤 빼앗아왔다.

몇번인가 당번업무도 했었고, 이런건 비교적 잘하는 편이다.

"피곤할테니까, 진짜 무리는 하면 안돼."

"알고 있어요. 제가 선생님도 아니고."

"미안해, 스바루."

"……'미안해'?"

상당히 방심을 한 상태인건지, 오늘 선생님은 빈틈투성이다.

"이상한걸요. 여기서는 어른인 선생님이 일하고 있다고 해서 온건데요. 말하는게 다르지 않나요?"

"엣."

"이거 안되겠는데요, 선생님. 도움을 받을 때는 뭐라고 해야했죠? 다른 말이 있었을텐데 말이죠."

나는 이런 농담을 말하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술술 입을 통해서 나와버린다.

이건 분명, 오늘 하루 옆에 있던 누구씨에게 받은 나쁜 영향임에 틀림없다.

깔끔하게 들어간 "되갚기"에, 선생님은 잠깐동안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애로 가득찬 그 눈동자를 감으면서──

"……고마워, 스바루. 덕분에 숨통이 트이네."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슨!?"

예상치도 못한 행동에, 머리 위부터 발끝까지 전류가 내달렸다. 처음 느낀 감각이었다.

커다랗고 따뜻한 손이, 마치 어린 아이를 예뻐하듯이 내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전에 마이아씨의 머리를 선생님이 쓰다듬고 있었을 때, 기분좋다는 듯이 눈을 감고 있었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선생님."

"아, 미안. 기분나빴어?"

"그, 따로 더 하실 말씀은?"

"스바루는 항상 열심히 하는구나. 장하네."

"눈물날 거같으니까 그만하세요."

"말하라고 한건 스바루인데."

"앗 머리를 그만 쓰다듬으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어렵네."

어느 학생도 비슷하게 소중해서, 우열 같은건 없다.

그 사고방식이 선생님의 그것과 똑같다고 깨달았을 때,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해버렸다.

이 사람은, 좋게 말하면 학생을 차별하지 않는다

나쁘게 말하면, 아무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다.

즉, 지금 이대로는 선생님의 특별한 학생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유감스럽게 느껴버리고 있는 자기자신이었다.

욕망은, 그 자리에서는 만족하더라도 금새 다음 욕망이 생겨버린다. 결국, 만족 같은건 없다. 그러니까 참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선생님은 말해주었다.

그러면, 내가 당신에게 품기 시작한 이 마음도,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요.

"그건 그렇고, 이렇게 스바루가 속마음을 이야기해주게 된건 기뻐."

"그런가요?"

"그도 그럴게, 막 만났을 때는 그렇게나……."

"그, 그때는 아직 선생님을 믿지 않았으니까요."

"지금은 믿고 있어?"

선생님이 웃고 있는 사이에, 나는 솔직하게 입을 움직였다.

"……사실은 선생님을 100% 믿고 있는건 아니에요."

"그렇구나."

"그래도, 95% 정도는 믿고 있어요."

"그래. 그러면 남은 5%도 믿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

"으~음, 그건 조금 다르달까요."

"어?"

어느 틈엔가 머리에서 떨어진 따스한 손을 아쉽게 느끼면서, 나는 선생님의 착각을 정정했다.

"분명히 남은 5%는 믿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그건 기대예요."

"기대?"

"네."

선생님의 특별한 학생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만약, 다시금 내가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면.

"뭐, 가르쳐 드리지는 않을거지만요."

"에에…… 신경쓰이는걸……."

"후후."

모두의 선생님. 다정한 선생님.

누구에게나 특별하게 여겨지면서도, 아무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선생님.

그것이, 나한테만 뭔가 특별하게 손을 대주지 않을까.

내 믿음을, 배신해주는게 아닐까.

그런, 희망과도 같은 5%를.

☆☆☆☆☆☆☆☆☆☆☆☆☆☆☆☆☆

"오늘은 고마웠어, 스바루. 정말 바래다주지 않아도 돼?"

"그럼 그 뒤에 선생님의 안전을 지키는건 누굴까요?"

"……그것도 그렇네."

시각은 22시가 지났을 무렵.

쌓여있던 선생님의 일도 무사히 끝이 나고, 나는 아리우스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실은 조금 더 시간을 끌어야하나 같은 나쁜 마음이 들었지만, 선생님도 피곤해보이고 나는 내일도 선도부와 아르바이트 일정이 있다. 오늘은 이정도로 해두자.

"아, 손수건도 고마워. 빨아서 돌려줄게."

눈물을 닦으라고 선생님에게 빌려준 손수건.

자주 다치는 후배들을 위해 가지고 다니던, 응급처치에도 사용할 수 있는 귀여움이라곤 조금도 없는 단순한 천조각.

"……아뇨. 그대로 버려주세요. 더 쓰지도 못할테니까요."

"그렇구나. 미안해."

"아, 아뇨 그, 딱히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그러면…… 무슨?"

선생님이 썼으니까 못쓴다, 같은건 반쯤 정답이기도, 반쯤 오답이기도 하다. 딱히 더러워졌으니까 못쓴다, 는건 아니다.

그 손수건을 볼 때마다, 나는 떠올려 버릴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한심하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그 이유를.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른과는 다른, 너무나 부서지기 쉽고, 그리고 너무나도 자신과 겹쳐보이는 모습과, 그 약속을.

어쩌면 하모니카를 불 때마저 떠올려 버릴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이 어른은 얼마나 폐를 끼치는걸까. 이런 저주를 걸다니.

찢어지는 듯이 아파오는 가슴을 누르면서, 나는 선생님에게 손을 뻗었다.

"역시 빨지 않아도 되니까, 지금 당장 돌려주세요."

"에, 아니 빨아서 돌려줄게."

"괜찮으니까요. 제가 빨아도 되고요."

"아니 난 괜찮으니까."

"고집불통이시네요. 뭔가 나쁜 짓이라도 생각하고 계신 건가요?"

"나쁜 짓이라고 하기보단……다음에 이걸 돌려주는걸 구실로, 스바루하고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뭣──!"

대체 뭘 먹으면, 그런 오글거리는 대사를 가볍게 말할 수 있게 되는걸까.

『샬레의 선생님은 학생들을 달콤한 말로 유혹해서, 더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크로노스 채널에서 한 특집은 역시 틀린게 없었던 모양이다.

소문으로는 들었었고 여태까지도 이상한 언동을 직접 눈으로 보아왔지만, 설마 이정도로 직설적으로 이야기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허리 근처에서 오싹오싹하고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아무한테나 그런 소리를 하는건가요?"

"그런 소리?"

"자각이 없을줄은……. 언젠가 정말로 덮쳐질거라구요?"

"그런 말은 어째선지 자주 들어."

"지옥에 떨어져주세요."

"그런 말은 들은 적이 별로 없는걸."

따로 만날 약속 같은건 하지 않았음에도 "그럼 나중에 또."라고 말하고 샬레를 떠났다.

그 사실에 기쁜 마음이 슬금슬금 벅차올라와서, 나는 히죽거리려는 입가를 얼버무리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운 밤하늘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서 반짝거리며 빛나는 별을 보았다.

옛날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예전의 나라면, 분명 진심으로 거절했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더이상 옛날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내가 지키고, 그리고 놓칠 것만 같았던 후배들이 있을 곳은, 지금도 여전히 이곳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더욱 넓어지겠지.

우리들이 돌아갈 일은 이제 없다.

돌아올 장소는, 지금 여기에.

우리들이 있을 이 장소야말로, 아리우스니까.

우리들은 더러운 밑바닥에서 살고, 그대로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올려다 본다는 행위를 가르쳐주었다.

올라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곁에 다른 모두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하늘이 광활하고 푸르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지금도 꿈이었던게 아닐까라며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은, 선생님 덕분이다.

이 감사하는 마음은, 분명 평생 잊지 못하겠지.

나는 지금에라도 떨어져 내릴 것만 같은 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사람처럼, 눈부실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빛을 붙잡으려고 뻗은 손가락 끝에는, 허공을 찢어내듯이 조용한 밤하늘을 가를 뿐.

그래도, 잡지 못한 순간의 떨림이,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될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지금이 밑바닥이라면, 남은건 올라가는 것뿐이라고 그 사람은 말했다.

손을 뻗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그러니까 나는, 언젠가를 꿈꾸며 손을 뻗는다.

나는 더이상 돌아가지 않는다.

닿지 않을거라 알고 있어도, 마음만큼은, 초저녁의 어둠을 향해 뻗고 있었다.

"스바루."

"네?"

"손수건, 엄청 좋은 냄새 났어!"

"때릴거에요."

"미안."

==========

소설번역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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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11.24번역

소설번역) 카케하시 스바루는 돌아가지 못한다

#카케하시 스바루#소설
좋아요 0댓글 11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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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kenronss작가
게시물 24개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5.11.24 18:58
조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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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나
ㅇDC
ㅇㅇ125.11.24

섹스

ㅇ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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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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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425.11.24

襲われる를 습격당한다고 번역 안한거 너무너무좋고

ㅇDC
ㅇㅇ525.11.24

하 시발 야한게 없는데 그냥 섹스을 외쳐버리고 싶게 만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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