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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엄 #M #드라마 #칼학

원본 by けんろん

====================

<1> ~ <6>

<1>

집무실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오늘도 푸르고 맑았다.

고대 서사시에는 파란색을 나타내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바다는 포도주색이라 기록되었고, 하늘의 색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옛사람들의 눈에 파란색이 비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을 가리키는 단어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 뿐이다.

이름이 없어도 그것은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지칭할 수 없다.

─그것은 과연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름이 주어지면 그것은 존재하게 되는 것일까.

"…후우."

만년필을 내려놓고 굳은 몸을 풀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얀 의자가 뒤로 밀리는 작은 소리가 오직 나에게만 되돌아왔다.

책상 뒤편의 커다란 창밖으로는 D.U.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가는 사람들, 활기찬 학생들.

소란스러움이 묻어나는 평소와 다름없는 거리,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

그리고 언제나의 하늘.

문득 시선을 돌린 곳에서 생텀 타워로 이어지는 보도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어른을 발견했다.

'샬레의 선생님'이다.

총학생회의 행정원과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 훈훈한 광경에서 왜인지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내가 없는 사이 키보토스를 구한 은인.

내가 모르는 사이 신뢰를 쌓은 어른.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람.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는 들리지 않는다.

여기서 들릴 리가 없다.

그런데도 선생님의 목소리만은 기억해 낼 수 있다.

나는 책상을 정리하고 서둘러 집무실을 나섰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굳이 마음속에 떠오른 동기를 그대로 말하자면─.

─내가 총학생회장이니까.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침 이후로 처음 마주하는 바깥 공기는 상쾌했고, 소풍이라도 가고 싶어질 듯한 날씨였다.

생텀 타워 현관을 나오자 선생님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

행정원과의 대화가 끝난 것을 확인하고 말을 걸었다.

"─여, 안녕. 외출이니?"

"네. 오늘 아침부터 서류에 쫓기고 있었기에 기분 전환이라도 할까 해서요."

"그렇구나. 너무 무리하면 안 돼."

"후훗, 그건 선생님도 마찬가지예요. 그나저나 선생님은 총학생회에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가요?"

"아─뭐, 그렇지."

선생님은 시선을 왼쪽 아래로 피하며 대답했다.

몇 번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거나 얼버무릴 때 이런 버릇이 나온다.

"업무가 아니라면 누군가와 점심 약속이라도? 린? 아니면 아오이인가요?"

"아니, 린 짱은 미리 연락하지 않으면 거절당하기 일쑤고 아오이는 어제 샬레에서 마주친 참이라…….

아니, 이 이야기는 됐어."

업무용 가방도 들고 있지 않다.

어느 쪽이든 더 이상의 탐색은 멋없는 짓인 듯했다.

"그렇군요. 혹시 연결해 드릴 필요가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기분 전환이라고 했지."

"네?"

"혹시 괜찮다면 같이 점심이라도 어때?"

물러날 때를 짐작하고 자리를 뜨려던 나를 선생님이 부드럽게 붙잡았다.

의외였다.

생각해 보니 선생님이 먼저 뭔가를 제안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항상 말을 거는 쪽은 나였고, 선생님은 그에 응할 뿐이었다.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가 작게 튀어 올랐다.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물론이죠. 괜찮습니다."

"다행이다. 그럼 갈까?"

멀찍이서 우리 눈치를 살피던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완장을 보니 크로노스 보도부인 모양이다.

걸음을 옮기는 선생님의 속도에 맞추며 그녀들을 향해 입가에 검지를 갖다 대었다.

미디어를 상대하는 요령 정도는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저를 어디로 데려가 주실 건가요?"

"어?"

아무래도 나에게 점심을 제안한 건 즉흥적이었던 모양이다.

"…혹시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태연한 척하는 선생님을 보고 있자니 왠지 심술을 부리고 싶어져서.

"선생님께 전부 맡길게요. 여성 에스코트에는 익숙하시잖아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아."

선생님은 갈 곳이 떠오른 듯 손뼉을 작게 쳤다.

"수제 버거 같은 건 어때?"

<2>

선생님의 즉흥적인─아니, 에스코트에 따라 우리는 생텀 타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카페에 도착했다.

최근에 새로 문을 연 곳인데, 커피는 물론이고 경양식의 햄버거가 일품이라며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가게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붐볐다.

하지만 [마침] 비어 있었다는 자리로 곧장 안내받았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가장 눈에 띄는 테라스석.

가게 측에도 나름의 의도가 있을 것이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라면 저희도 다른 분들처럼 줄을 설 생각이었는데……."

"아니요, 아니요!

총학생회장님과 샬레의 선생님을 기다리게 하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부디 편히 쉬다 가십시오.

음식값도 받지 않겠습니다!

…다만."

점주가 뜸을 들이며 손을 비비면서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가능하시다면 그, 소감 같은 걸 공개해 주신다면 저희로서도 큰 영광이라고나 할까……."

"후후, 상관없어요.

저는 개인 계정이 없으니 나중에 홍보 담당에게 전달하도록 하죠.

그리고 계산은 평소대로 하겠습니다.

공평한 입장으로 즐기고 싶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주문 결정되시면 불러주십시오!"

허리가 꺾일 정도로 고개를 숙이는 점주를 보며 선생님도 쓴웃음을 지었다.

주변 손님들이 웅성거리며 소란스러워졌지만, 내가 일부러 눈길을 주자 다들 다시 식사로 돌아갔다.

"미안, 설마 이렇게 큰일이 될 줄은 몰랐네."

"아니에요.

평소 웅크리고 있던 총학생회장이 예고도 없이 나타났으니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저야말로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주변 손님들도 귀만은 이쪽에서 떼지 않은 모양이다.

옆 테이블에서는 여학생 둘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본인들은 귓속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목소리 조절이 안 되고 있다.

‘야, 저거 설마…….’

‘거봐 내가 뭐랬어! 총학생회장이랑 선생님은 역시…….’

‘어, 근데 저번에 회장 대행…아니 수석 행정관이랑은…….’

이것은 분명 총학생회장인 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선생님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겠지.

이 사람은 나만큼이나 소문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괜찮겠어?"

"네?"

"이상한 소문 같은 거 퍼지지 않을까 해서."

"어머, 그걸 따지자면 선생님이야 말로요. 여러 일화를 들었답니다. 예를 들어─"

"아니,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부정하기 힘든 것도 있으니까!"

"농담이에요."

"좀 봐주렴……."

"후훗, 이제 와서 '총학생회장과 점심에 밀회를 즐겼다'라는 소문쯤 신경 쓰실 레벨도 아니시죠?"

"알았어, 고마워. 이제 신경 안 쓰기로 할게."

항복이라는 듯 가볍게 두 팔을 들어 올리는 선생님.

그대로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집어 들더니 내가 보기 편하게 들어주었다.

이럴 때 이 사람은 반드시 내─학생의 쪽에 각도를 맞춘다.

자신이 보기 불편해지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맞은편 자리에서 몸을 내밀어 함께 메뉴를 본다.

인기가 많은 것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배려다.

"뭐로 할래?"

"글쎄요……. 그럼─"

<3>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주문하신 '오리지널 버거 세트'와 '계절 한정 달맞이 버거 세트'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요리와 음료가 서빙되었다.

내가 주문한 것은 오리지널 버거 세트.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이 가게의 근간을 이루는 메뉴라면, 비평하는 데 이보다 좋은 선택은 없다.

눈앞에 놓인 그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한 뼘은 더 컸다.

가벼운 식사라는 단어가 포함하는 범위를 조금 벗어나 있다.

양손으로 단단히 잡지 않으면 모양이 흐트러질 것 같았다.

"생각보다 크네요."

"그치, 정말 맛있겠다!"

선생님은 자기 접시로 뻗으려던 손을 멈추더니 생각난 듯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패티에는 그릴 자국이 적당히 나 있었고, 구운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철판이 아니라 직화인 모양이다.

손이 많이 갈 텐데.

옆에는 감자튀김.

접시에 아무렇게나 놓인 듯 보이지만 정갈하게 쌓여 있다.

보여주는 것을 계산한 배치다.

SNS에 잘 올라오도록 사진 찍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맞다, 사진 찍어도 될까?"

선생님이 불쑥 카메라 렌즈를 이쪽으로 향했다.

"상관없어요. 어디 기록용으로 쓰시나요?"

"아니, 그냥 추억으로 남기려고."

"추억……."

그 말이 조금 늦게 귓가에 닿았다.

주변의 소란이 멀어지는 듯한 감각.

이전에 린이 자신의 추억이라며 보여주었던 사진.

그곳에 나는 찍혀 있지 않았다.

그녀와 분명 함께 지냈을 텐데 기록이 없다.

피로 때문에 린이 기억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고 [이해]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추억'이라는 단어에 기묘한 감각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선생님은 셔터를 몇 번 누른 모양이다.

평소 홍보 촬영을 해온 덕분인지, 무의식중에 의연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나 보다.

선생님이 보여준 화면 속의 나는 홍보지 표지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른 자세.

바른 각도.

바른 미소.

─이것은 추억의 얼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이라면…함께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응?"

방금 찍은 사진을 보여주던 선생님은 조금 놀란 듯 단말기에서 고개를 들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총학생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어필로 활용할 수 있다면 선생님께도 나쁜 이야기는 아닐 텐데요?"

생각보다 먼저 입이 움직였다.

거절당할 것을 대비해 서둘러 변명을 늘어놓는다.

서로에게[도] 나쁜 이야기가 아니라면, 나에게 있어 이득이란 무엇인가.

선생님과 사진을 찍는 것이…추억을 남기는 것이 나에게 이득……?

"그렇네, 깜빡했다. 그야 좋지. 영차……."

선생님은 자신의 하얀 의자를 내 자리 쪽으로 바짝 붙이고 셀카 모드로 사진을 찍으려 했다.

아주 조금, 선생님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하지만 촬영 버튼은 좀처럼 눌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셀카가 익숙하지 않은지 카메라 각도를 맞추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어디 보자, 요리도 같이 나오게…어라? 내가 좀 잘렸나?"

"…후후, 잠시 실례할게요."

흔들흔들 갈피를 못 잡는 선생님의 스마트폰을 왼손으로 살며시 받쳐 들었다.

손가락 끝이 맞닿는 일은 없었지만, 같은 단말기를 쥔 이상 자연스레 서로 밀착하는 자세가 된다.

조금만 더 붙으면 뺨이 닿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될까요. 촬영 버튼 부탁드려요."

"으, 응. 그럼 찍을게, 치즈─!"

한껏 뻗은 팔.

그의 손목에 있는 스마트워치가 빛을 반사하고 있다.

환하게 웃으며 브이 자를 그리는 선생님과 먹음직스러운 점심.

그리고─.

"고마워! 잘 나왔네. 사실 셀카는 별로 안 해봐서…찍히는 일은 많지만."

"선생님답네요. 저도 비슷해요."

"그래? 각도가 완벽하길래 익숙한 줄 알았는데."

"셀카를 찍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삼각함수를 이용하면 구도를 쉽게 도출해낼 수 있는걸요."

"삼각…오케이, 알겠어. 이 이야기는 이쯤 하고 이제 먹자,

음식 식겠다. 사진은 나중에 보내줄게!"

의자를 드르륵거리며 원래 자리로 돌아간 선생님은 정중히 두 손을 모았다.

"선생님이 주문하신 건 달맞이 버거였죠."

선생님의 접시에는 내 오리지널 버거보다 조금 더 높게 쌓인 버거가 놓여 있었다.

계란의 노란색이 단면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맛있어 보이네요."

"한 입 먹어볼래? 아직 입 안 댔으니까."

너무나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선생님은 포장지를 살짝 걷어내고 먹기 좋게 이쪽으로 내밀었다.

손으로 받아들려 했지만, 주고받다가는 내용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선생님은 입을 벌리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원래라면 정중히 거절할 상황이다.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음식에 손을 대다니 총학생회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거리를 좁히는 데 효과적이다.

그렇게 판단했다.

판단했다고 치기로 했다.

한 입.

고소한 베이컨과 계란의 부드러움이 입안 가득 퍼지고,

두툼하고 씹는 맛이 있는 패티와 후추 향이 가미된 소스가 뒤를 쫓듯 혀 위에서 춤을 춘다.

"…과연, 확실히 이건 줄을 서서라도 먹고 싶어질 만하네요."

"소문대로인가 보네."

"계란의 익힘 정도가 절묘하고, 농후한 소스와 후추의 조화도 훌륭해요.

계란의 단맛에 밀리지 않네요.

한정판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해요."

"다행이다."

"앗."

"응?"

나중에 홍보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꼼꼼히 맛을 평가하다가 문득 깨닫고 말았다.

"…오리지널보다 먼저 한정판의 맛을 알아 버렸네요."

시선을 내리자 내 접시 위에는 오리지널 버거가 손도 대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기본에 충실하고 가게의 근간을 이루는 맛을 알기 위해 선택한 것이 오리지널, 이쪽이었을 텐데.

내 입으로 뱉은 말인데도 왠지 모르게 목에 걸리는 기분이었다.

"순서가 바뀌어 버렸네."

선생님이 웃는다.

나도 웃었다.

그 소리에 맞춰 테라스로 바람이 지나갔다.

종이 냅킨 끝이 팔랑거리자 선생님이 다급히 손으로 눌렀다.

그 당황하는 모습이 우스워서 한 번 더 웃었다.

이번에는 이유가 있었다.

"괜찮으시다면 선생님도 제 것 한 입 어떠세요?"

"─아니, 사양할게. 여기서 더 나아가면 그, 불씨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불씨요?"

선생님의 갈 곳 잃은 시선을 따라가자 시야 끝에서 이쪽으로 카메라를 향한 학생들이 보였다.

'유명인 두 사람의 화목한 한때, 대낮에 보란 듯이 아앙'─같은 인터넷 기사 제목이 뇌리를 스쳤다.

확실히 이래서야 보도부를 견제한 의미가 없어진다.

선생님에게도 폐가 될 것이다.

"그렇군요. 선생님께 오리지널을 맛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하하, 다음 즐거움으로 남겨둘게."

"어머, 그건─"

─다른 학생과 가시겠다는 거겠죠?

반사적으로 떠오른 말을 삼켰다.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봤자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말하지 않은 것에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야만 했다.

"아쉽네요. 저도 간접 키스라는 걸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만."

"간접……."

선생님 손에 들린 달맞이 버거에는 내가 베어 문 자국이 남아 있다.

그는 그제야 내 의도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큰 실수를 했다는 듯,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마 내가 꺼림칙해한다면 먹지 않고 통째로 나에게 넘겨준다는 선택지가 그에게는 있을 것이다.

학생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한다.

선생님의 좋은 점이자 나쁜 버릇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도 향해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후후, 농담이에요. 저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 사양 말고 드세요."

"으, 응……. 그럼 잘 먹을게."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내가 입을 댄 곳 옆을 베어 물었다.

그러자 처져 있던 눈썹이 금세 생기를 되찾았다.

"맛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

강아지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나는 직함상 호감을 사도록 행동할 때도 있고, 일부러 미움을 사도록 행동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의 그것은 천성일 것이다.

학생들이 좋아하고, 샬레라는 조직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선생님, 입가에 소스가 묻었어요."

종이 냅킨을 한 장 집어 손을 뻗었다.

닦아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손가락 끝이 닿기 전에 선생님의 손이 그것을 낚아챘다.

"아, 미안. 고마워."

스스로 입가를 닦고는 쑥스러운 듯 선생님이 이쪽을 본다.

타인의 눈을 읽는 것은 내 업무의 일부다.

상대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눈동자의 흔들림, 깜박임의 간격, 초점의 깊이.

협상 테이블에서 나는 언제나 그것을 읽어왔다.

눈이 마주쳤다.

…마주쳐야 할 터였다.

뻗은 채 멈춘 손을 어디로 되돌려야 할지 순간 알 수 없었다.

허공을 맴돌던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 끝의 종이 냅킨을 정돈했다.

아까 바람에 들춰졌던 것 중 하나였다.

이렇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면 분명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너무 의식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맛있게 음식을 먹는 선생님의 재촉에 겨우 손도 대지 않았던 오리지널을 입에 넣었다.

가슴 속에 품은 위화감은 살며시 갈무리했다.

맛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4>

"아니요, 정말 음식값은 괜찮습니다!"

"학생 앞이니까 폼 좀 잡게 해주세요."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 하자 아까 그 점주가 달려왔다.

역시 대금은 필요 없다고 한다.

선생님이 기지를 발휘해 본인이 전부 지불하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더 이상 소란을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잘 먹었습니다, 선생님. 다음에는 제가 사게 해주세요."

"즐거웠다면 다행이야."

"그래서, 다음은 어디로 가시나요?"

"…응?"

"어머, 기분 전환 시켜주시는 거 아니었나요?"

장난스러운 몸짓으로 선생님을 올려다보자 그는 곤란한 듯 시선을 피했다.

원래라면 당장 집무실로 돌아가 산더미 같은 서류를 치워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는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이 사람을 조금 더 알고 싶다고…다가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흥미를 유발하는 사람이 총학생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일까.

드물게 스스로가 낯설어지는 감각.

하지만 그것은 찰나였고, 곧 위화감은 사라졌다.

"그럼 소화도 시킬 겸 거리 구경이나 좀 할까."

내 고집을 들어준 선생님은 온화하게 웃으며 내 앞을 걷기 시작했다.

나는 틈을 타 스마트폰을 꺼내 복귀를 기다리고 있을 행정원에게 연락했다.

조금만 더 늦어질 것 같다고.

상점가를 걷다 가장 먼저 서점에 들어갔다.

선생님이 서가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 것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았다.

문득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가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조용히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그것을 몇 번 반복하더니 만화 코너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요즘 어떤 만화가 유행이냐고 물었지만, 선생님은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나중에 듣기로는 보면 사고 싶어질까 봐 참은 것이라고 한다.

당번인 회계 학생에게 혼이 난다나 뭐라나.

다음으로 들른 잡화점에서 선생님은 고양이 모양 책갈피를 샀다.

심플하고 귀여운, 하늘 같은 파란색 제품.

영수증을 거절하는 것을 보니 사적인 지출인 모양이다.

누구에게 줄 선물이냐고 묻자 그는 애매하게 웃었다.

시선이 왼쪽 아래로 떨어진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것이 이 상황에서의 예의라고 판단했다.

그 후 게임 센터에 들렀다.

크레인 게임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다.

네 번 플레이해도 뽑지 못한 인형을 선생님이 뽑아주었다.

손바닥만 한, 이름 모를 동물의 인형.

대신 나선 선생님이 플레이한 횟수는 열 번을 훌쩍 넘었지만, 일급비밀이라고 하기에 더는 세지 않았다.

이 사람이 내 기억 속에 없다는 것도, 내가 이 사람의 과거를 모른다는 것도 오늘만큼은 신기하게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걸로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총학생회장과 샬레의 선생님.

이 거리의 누구나 우리를 이름보다 직함으로 먼저 부른다.

닮은 꼴인 두 사람.

<5>

우리는 강변을 걷고 있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이 조금 미지근하다.

나는 평소 분 단위 스케줄로 움직이는 일이 많다.

린이 쌀쌀맞게 변한 이후로는 더 세밀한 예정표를 스스로 짤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이 오후, 나는 단 한 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

어느덧 하늘은 더 이상 파랗지 않다.

"오늘 즐거웠어?"

끝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마무리 인사에 나는 잔잔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대답했다.

"네, 좋은 기분 전환이 되었어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그렇다면 다행이네. 나도 즐거웠거든."

작은 다리 위에서 선생님이 웃었다.

석양이 내 뒤편에 있는 생텀 타워의 유리를 오렌지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샬레로 가는 길은 여기서 반대편이다.

선생님의 눈동자에도 같은 색이 비치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있어야 할 눈에, 내 등 뒤의 풍경이 일렁인다.

─카페에서 느꼈던 것과 같았다.

아무래도 여기서 헤어질 시간인 듯했다.

"벌써 해가 지는데, 샬레까지 바래다 드릴까요?"

"고마워, 마음만 받을게."

"그렇군요……."

모모톡과 부재중 전화를 보니 아쉽게도 나에게도 남은 시간은 없는 듯했다.

더 이상 모두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다.

"선생님. 다시 한번 오늘 감사했습니다."

"나야말로."

"그럼, 다음에─"

하려던 말을 삼키고 나는 발길을 돌렸다.

선생님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이 등 뒤로 느껴졌다.

반쯤 충동적인 외출이었지만 이렇게 즐겁게 보낸 것이 얼마 만일까.

사이가 좋았던 린과도 돌아온 이후로는 점심조차 함께하지 않게 되었다.

외롭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린의 곁에 서 있을 선생님과는 이렇게 사이가 깊어지고 있다.

언젠가 분명 원래대로 돌아갈 날이 올 것이다.

그래, 이 상황은 일시적인 것이다.

아무리 궂은 날씨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투명한 파란 하늘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들이닥친 현실로부터 필사적으로 눈을 돌렸다.

린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나를 부정했다.

선생님은 나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 눈을 보고 있지 않았다.

나의 통찰력을 오늘만큼 저주한 날은 없었다.

린은 말했다.

당신은 진짜가 아니라고.

나는 그것이 기억의 엇갈림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오해가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눈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나무라는 것도, 의심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의 너머에서 '진짜'를 찾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진짜일 터였다.

서명도, 필체도, 기억도 전부 나의 것이었다.

이 거리의 모두가 나를 총학생회장이라 불렀다.

그럼에도, 그에게 있어 총학생회장은─내가 아니었다.

그 현실이 서서히 나의 가슴을 태워 갔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분명 언젠가 누군가가 결정할 것이다.

린이나 카야, 아니면 키보토스 그 자체가.

하지만 그 사람 마음속의 자리는, 설령 내가 진짜라고 증명된다 한들 결코 비지 않을 것이다.

그곳엔 이미 누군가가 앉아 있으니까.

"선생님."

말을 걸 생각은 없었다.

선생님은 이미 멀리 떨어져 있을 터였다.

이성이 그렇게 판단하기도 전에, 말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저는…당신에게 있어서 진짜는 될 수 없는 건가요?"

개울물이 흐르는 소리가 모든 것을 씻어 내려갔다.

뒤돌아보아도 그곳에 선생님은 없었다.

인형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선생님이 준 이름도 모를 동물의 인형.

이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지금의 나로서는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떠올려 본 목소리는 모두 다정했다.

전부 분명하게 나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단 한 번도 나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6>

집무실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오늘도 푸르게 맑았다.

누구 하나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모든 것을 덧칠해 가는 이 푸른빛을.

마치 그곳에 별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이것은 우리의 기록이 아니라고 몰아세우듯이.

이름이 없어도 그것은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지칭할 수 없다.

그것은 과연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름이 주어지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이 될까.

당신이 하늘을 푸르다고 불러주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을 텐데.

며칠 뒤.

선생님으로부터 『지난번 사진, 잘 찍혔길래』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그곳에 나는 찍혀 있지 않았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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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16일 전번역

소설 핫산) OOOOO은 불리지 않는다

#소설
좋아요 0댓글 10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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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kenronss작가
게시물 24개
고DC
고관위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6.10.10 23:40
조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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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나
ㅇDC
ㅇㅇ116일 전

선생이 칼학이 찍히지 않은 사진을 보내준걸까 아니면 칼학이 찍히지 않은걸까

ㅇDC
ㅇㅇ216일 전

고마요 라고 오타났어

고DC
고관위작성자15일 전
디시콘
ㅇDC
ㅇㅇ316일 전
디시콘
ㅇDC
ㅇㅇ416일 전

제목의 ○○○○○은 뭘까 한섭은 총학생회장, 일섭은 연방생도회장 이니까 원문은 ■■■■■■으로 6글자 가려졌을줄 알았는데 원문도 ■■■■■으로 5글자네

고DC
고관위작성자14일 전

ニセアロナ 라든가

ㅇDC
ㅇㅇ515일 전

칼학아껴줘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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