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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번역) 사쿠라이 미요는 만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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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604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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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건?"

"카이텐저 DX KAITEN FX MK.5야! 등 부분이 자석으로 되어있어서 냉장고에도 붙일 수 있어."

"죄송합니다, 아동용 완구의 반입은 금지되어 있어서요."

"뭣."

오랜만에 방문한 와일드헌트 예술학원. 정문 앞에서, 나는 사감대에 의한 세심한 검문을 받고 있었다.

담당 학생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검문 강화 월간」이라고 한다.

"이건요?"

"그건 밀레니엄산 계산기. 함수까지 계산할 수 있다더라고. 그리고 로봇으로 변신도 할 수 있어."

"이거는요?"

"잉크가 초콜렛인 만년필. 최근에 다른 애들 앞에서 핥아도 딱히 재밌는 리액션이 없어서 좀 슬퍼. 그리고 로봇으로도 변신함."

"……그럼 이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기계상자*. 스위치를 올리면 상자가 열리고 안에 들어있는 고양이가 스위치를 내려줘. 그리고 로보."

"왜 전부 변신하는건데요."

"변신은 로망이니까."

문을 지키는 애들하고도 자주 봤으니, 슬슬 얼굴만 보고 들여보내줄거라고 방심하고 있던 나였지만 결과는 보다시피 이렇다.

완전히 느슨해져있던 복장을, 황급히 단정하게 고쳐야했다.

근처에서 검사를 받고있던 학생마저, 수상하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딱히, 수상한 물건을 들일 생각은 없었는데.

"죄송하지만, 변신 로봇은 전부 압수대상입니다."

"그럴수가……예전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이전에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로고가 박혀있는, 파란 변신 로봇 수트를 입은 학생이 학교 건물을 부숴서요……."

"조금 더 자세히 외모를 설명해줄래? 그거 금발 메이드 아니었어?"

"메이드?"

학원 밖에 나갈 일이 적은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내가 가진 짐은 신기한 것들인 모양이다.

선물이랍시고 대충 가방에 넣어둔 물건들이 차례로 압수되는 광경은, 마치 감춰뒀던 보물을 부모에게 들켜버린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변신한다고 말을 꺼내지만 않았더라면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을까──그런 나쁜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그러고 있을때, 문 너머에서 "그런 일"에 있어서 뛰어난 학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하고 계세요, 선생님?"

"도와줘 미요에몽, 내 로봇이."

"누가 미요에몽인가요."

사쿠라이 미요는 만들지 못한다

"고마워, 미요. 아까는 살았어. 전부 압수당할뻔 했으니까."

우연히 지나가던 참이었던, 그렇게 말한 와일드헌트 예술학원・특수교역부 부장, 사쿠라이 미요를 따라 나는 예술정보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재치 덕에 어떻게든 검문을 뚫어낸 것이다. 그대로였다면 싯딤의 상자까지 압수당할 수도 있었겠지. 강화월간 무섭구만.

"빼앗기더라도 어쩔수 없는 것들 뿐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그것보다, 오늘은 무슨 일로 와일드헌트에 오셨나요?"

"아아, 잠깐 일때문에."

하나를 처리하면 두개가 늘어나는 일이 지금은 30건 가까이 늘어나있다. 이상하다. 마치 비밀도구 같다.

오후에 잡혀있는 학생과의 면담 전에 어느 정도는 일을 해둬야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고급 목제 책상에 서류를 펼쳤다.

"잘지냈어?"

"잘지냈어요. 선생님께서 당번으로 전혀 불러주시지 않아서 지루할 정도로요."

"미안, 왠지는 몰라도 다른 애들이 솔선해서 당번을 맡아주니까, 좀처럼 예정이 비질 않아서."

"후훗, 알고 있어요. 선생님은 인기가 많으시니까요."

어딘가 삐졌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입가에는 작게 미소를 띠고 있다.

그 표정을 보고 나서야 오랜만에 만난다는 실감이 가슴 속에 피어났다.

"그러는 미요는? 최근에는 활동안했어?"

특수교역부. 그녀가 "이끌고 있다"고 말하면 화를 내겠지만, 실제로는 미요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위법적인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사이에서 묘하게 인기가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외부에서까지 의뢰가 흘러들어올 정도라고 같은 특수교역부 멤버인 후유한테 들었다.

활동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입장에서는 원치않는 성원이겠지. 하지만 적어도 "지루함"같은 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뭐, 적당히요."

"적당히인가."

"무, 무슨 뜻인가요?"

"아니, 얼버무린다는건 잘풀리고 있다는 뜻인가 싶어서."

"선생님."

째릿하고 시선이 날아와 박힌다. 마치 "혼나고 싶으세요?"라고 말하고 싶은듯한 눈치다.

그걸 정면에서 받아낼 용기는 없어서, 나는 일부러 어깨를 움츠리면서 가방 안에서 새로운 서류더미를 꺼냈다.

"……선생님께선 변함없이 바빠보이시네요. 제가 뭐라도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없나요?"

"고마워. 오늘은 내가 처리해야할 일들 뿐이라, 괜찮아."

"그러신가요. 이 뒤에 예정은 있으세요? 아, 혹시 저희 기숙사에……?"

"아~, 나중에는 제4 기숙사 쪽에 잠깐 들러야해서."

"……그런신가요."

살짝 어깨를 늘어뜨리는 몸짓이, 가슴에 박힌다. 유감스럽게도 오늘 예정은 오컬트연구회 방문이었다.

미요 얼굴을 본것도 오랜만이고, 특수교역부에 얼굴을 내비친지도 꽤 됐다. 원래라면 그녀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책상에 쌓여있는 서류더미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기한이 오늘까지인 일들 뿐이고, 심지어 다른 학생들이 연관된 일들이다.

나 하나 혼나고 끝나는 일이면 내팽게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미안해. 다음에는 꼭 들를게."

"……알겠습니다. 억지를 부려서 죄송해요. 다음에 언제라도 "들러"주세요."

미소를 지어보이는 미요. 그 목소리에는 얇은 얼음과도 같은 차가움이 섞여있었다.

나는 그 음색을 알고 있다. 감정을 억누르고 표면만 단정하게 꾸밀 때의 목소리다.

"아 그렇지. 조금 뒤에 점심이라도 같이 먹을래? 나 아침부터 아무 것도 못먹었거든."

"죄송해요, 저 이 뒤에 예정이 있어서요. 슬슬 가보겠습니다."

"엣, 어어, 그랬구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또 보자, 미요."

의자가 끌리는 작은 소리. 짐을 정리하는 동작은 어쩐지 사무적으로 보였고,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

방에는 정적이 감돈다. 벽에 걸려있는 오래된 시계의 바늘 소리가, 쓸데없이 크게 울렸다.

그 소리와 겹치듯이 쓸쓸해보이는 그녀의 뒷모습이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떨어지지 않았다.

★★★★★★★★★★★★★★★★★

다음날 오후. 당번 업무를 하고 있던 학생이 갑작스럽게 학원으로 돌아가야해서, 나는 혼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이 날따라 우연히 샬레를 방문하는 구세주도 없어서 서류의 산을 앞에 두고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

그때, 문득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모모톡을 보냈다. 어제 일도 있어서 와주면 좋겠는데…….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 미요. 갑자기 불러서 미안."

"아뇨. 선생님 부탁이시니까요."

온화하게 미소를 띠는 그 표정에, 어제 보았던 그림자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내 착각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 커피 탈게요."

미요는 짙은 녹색 겉옷을 벗어 맞은편 의자에 걸쳤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탕비실로 향하고는, 뭐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척척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시간은 오후 3시를 넘은 상황. 착실하고 서류 작업도 능숙한 그녀가 도와준다면 통금시간까지는 충분히 끝낼수 있겠지.

"그건 그렇고, 오는거 빨랐네?"

"우연히 다른 일 때문에 근처에 있었으니까요."

"용케 외출허가를 받았네."

"……네, 뭐 그렇죠."

"설마 또 무허가로."

"가, 갑자기 부탁을 하신건 선생님이라구요?"

"농담이야. 그래도 너무 무리하면 안된다?"

"……네."

그녀의 손으로부터 좋은 향기가 나는 머그컵을 받았다. 딱 적당한 온도인 커피는 무심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갈 정도로 사무쳤다.

"고마워. 맛있네."

"실은 이거 산해경에서 들여온 귀중한 브랜드예요."

"산해경에서……그러면, 이것도?"

"'이것도'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뭐든 상관없잖아요, 와일드헌트에 반입한 것도 아니니까 위반이 아니라구요."

"그것도 그렇네. 아니 그런가? 뭐 그럴수도."

잘은 모르겠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까 아니겠지. 머리를 굴리면서 커피를 다시 한번 홀짝였다.

아침부터 까다로운 서식의 전자와 종이서류에 시달려서 피폐해진 지금 머리로는, 1+2는 3이라고 주장하면 납득해버릴지도 모른다.

……응?

"아니, 1+2는 3이 맞나……."

"선생님 괜찮으세요?"

책상 너머로 미요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마를 들여다본다. 웨이브진 아이보리색 머리카락이 조명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보이지 않는걸요. 무리하고 계신거 아닌가요?"

"미요야말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말해도 상관없으니까."

"또 그렇게……!"

눈썹을 바짝 치켜올리며 화를 내는 미요. 표정이 이리저리 변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무심코 놀리고 싶어진다.

그렇게 잠시동안 잡담을 계속하고 있었더니 안심감 때문일까, 멍하니 졸음이 찾아왔다.

학생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졸리다니, 피로가 상당히 쌓여있던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다시 머그컵을 기울이고 조금 기지개를 편다. 이 시간은 보통 쉴겸해서 쪽잠을 잠깐 자곤 하지만 책상 한켠에 쌓여있는 서류의 산을 보고 포기했다.

게다가 모처럼 바쁜 중에 미요가 일부러 와주기도 했으니. 나만 쉴 수는 없지.

미요는 이미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는지 일정한 리듬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평소 타자기로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덕인지 그녀의 타이핑 속도는 무척이나 빠르다.

그래, 소설.

"……엣,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 말인가요?"

"응. 무슨 이야기를 쓰고 있나 싶어서."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 내 잠을 깨기위해 잡담까지 같이 하자고 하는건 좀 미안하다.

그래도 멍해져가는 뇌에 채찍질을 해가며,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말을 얼버무리면서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했다.

마치 깊은 늪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감각이다.

"그게……."

"물론……억지로 말할 필요는, 없어. 어떤 이야기라도 창작은 자유라고 생각하니까……."

"엣, 아, 아니라구요!? 저는 그런, 보여드리지 못할 만한 이야기를 쓰는게……그런게……."

미요는 고개를 숙이고, 조금 망설인 뒤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잡았다.

"선생님, 잠깐 쉬죠."

"어, 그치만……."

"저기 소파에서 잠깐만요. 눈이 풀려계신걸요?"

작은 손이 이끄는대로, 몽롱한 의식 속에서 손님용 소파에 깊이 몸을 기댔다. 미요도 옆에 앉아서 언제 준비한건지 모를 담요를 슬쩍 덮어줬다.

꽃냄새 같은 청량한 향기가 살짝 감돈다.

그리고 마치 자장가처럼 그녀는 귓가에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께만 특별히 말씀드릴게요. 제가, 지금 쓰고 있는건──"

가슴 속을 물들이는 듯한 자애로 가득찬 말투. 결국, 나는 그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들을 수 없었다. 아마도 잠들어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을지도 모른다. 완성된 작품을 읽는 것. 그것이 분명 그녀에게 대한 최대한의 성의일테니까.

나는 그 온기와 배려에, 그저 조용히 몸을 맡겼다.

★★★★★★★★★★★★★★★★★

그 학생은, 어느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었어요.

첫만남은 단순한 우연이었죠.

부활동 도중에 우연히도 선생님과 알게 된거에요. 로맨틱한 만남도, 첫눈에 반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자신이 없어 헤매이고 있던 그녀를, 봄날의 햇살과도 같은 따스함으로 감싸준 그 사람에게 조금씩 마음이 끌려갔을 뿐이죠.

학생과 선생님이라는 입장의 차이는 그녀에게 있어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가장 중요했던 것은, 그 선생님이 둔감했다는 것.

착각을 하게 만들 발언을 하면서도 이쪽에서 한발짝 내딛으면 거리를 두고.

최대한의 적극성을 보여도 가볍게 흘려넘기고 마니까요. 심지어는, 눈을 떼면 다른 수많은 학생들에게 둘러쌓여 버리는걸요.

학생은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은 자신을 돌아봐주는걸까.

어떻게 해야, 그 온기를 만질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해야, 이 이야기는 보답받을 수 있는걸까.

그리고 학생은, 그 선생님과 단 둘이 될 수 있는 계획(플롯)을 만들어버리고 말았어요.

"그러니까 선생님이 나쁘신거라구요."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목가의 리본을 살짝 풀고, 단추를 몇개 푼다.

셔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마저, 조용한 샬레 안에 작게 울린다.

잠들어버린 선생님을 깨워버리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그 자고 있는 평온한 얼굴을 곁에서 바라보았다.

이건 작은 벌이다. 선생님은 항상 학생들에게 미소를 뿌리고, 아무한테나 상냥하게 대한다. 그럼에도 나한테는 연락도 거의 하지 않으니까.

딱히 나 혼자만의 것이 되어달라거나, 다른 학생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이기적인 소망을 품고 있는건 아니다.

그저, 만나고 싶었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 뿐인데……읏, 어째서 이렇게 된거지……."

처음에는 어떻게 해서든 둘이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선생님한테 직접 말하면 내 고집을 받아줬겠지.

하지만 당번을 하게 되면서 선생님이 얼마나 바쁜지 이해하게 되었다. 저번달에, 억지로 같이 쇼핑을 하자는 부탁을 들어준 참이다.

내 억지만을 들어달라고 우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연히 단 둘이 되면 상관없는게 아닐까?

선생님이 가끔 와일드헌트에 방문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에 온다는 사전정보 또한 얻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행방은 보이는데, 어째선지 자세한 위치를 특정하지는 못했다. 뭔가 특수한 장치라도 쓰고 있는 것처럼 핀포인트로 알아내는 것은 곤란했다.

그렇다면 반드시 지나가는 장소에 멈춰세우면 될 일이다. 와일드헌트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정문에서 검문을 받거나, 자유외출부에 부탁하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뭐, 다른 방법이 없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선생님이 정문에서 들어오는 것 외에는 특수한 방법을 고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 입구에서 멈춰세울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입구를 감시하고 있으면 만날 기회는 있을 터.

물건 반입 의뢰를 몇개인가 거절하고 교내에서 일부러 반입금지 물건을 걸리도록 만든다.

물론 이건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물건이라 다른 학생들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는다.

아니, 이제부터 상정하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 폐가 되려나. 갑자기 발견된 밀수품을 보고, 사감대는 분명 이렇게 생각하겠지.

『최근 사감대의 눈을 피해 물건을 들이는 안건이 다발하고 있다. 검문을 강화해야한다』

그러면 내빈권한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라 할지라도, 정문에서 검문을 당하겠지.

설마 그정도로 묘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고 있을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오케이다.

다만, 선생님은 바쁜 몸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학생을 제일로 여기는 사람.

정문에서 선생님과 잘 합류하더라도, 와일드헌트에 방문한 이유가 나를 만나러 왔을 뿐일 가능성은 유감스럽지만 낮다.

분명 업무상 볼일 때문에 왔을 터. 그렇게 되면 모처럼의 만남도 헛고생이 되어버린다.

만약 나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닐 때는, 다음 전개가 있다. 선생님의 다정함을 이용하는 모양새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냉정하게 그 자리를 뜨면 분명 선생님은 죄책감을 가질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풀려고 생각하겠지.

그때를 위해서, 다음날 당번인 학생과 거래해서 오후부터 자리를 비워달라고 부탁했다.

원하는 보수를 건네자 그 아이는 흔쾌히 허락을 해줘서 다행이었다.

설마 와일드헌트 안에서 유통되고 있는 페로로 인형일 뿐인데 그렇게나 기뻐할 줄은 몰랐는데.

거기까지 일이 진행됐으면, 남은건 선생님한테서 올 연락을 기다리는 것 뿐이다. 거기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그뿐일 이야기고.

그리고 선생님은 나를 선택해 주었다. 미리 준비해둔 산해경에서 수입한 물건을 가지고, 가장 아끼는 것을 입은 뒤, 샬레로 향했다. 외출허가 같은건 필요없다.

『선생님한테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이미 D.U. 시라토리구 근처에 있었다』

이거라면 그 사람이 신경을 쓸 필요도 없겠지.

외출 중이라는 플레이트를 입구에 걸고, 문을 조용히 잠근다.

집무실 안의 분위기는, 떨어지기 시작한 따뜻한 햇살로 가득차 있었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러운 내음을 품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피로한 모습으로 책상과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곧장 커피를 탔다. 논카페인에, 향기가 짙고 진정 효과가 있는 기호품.

아주 약간이지만 다른 효과도 있다는 사실은, 물론 선생님한테는 말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알아버리면 의미가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 상황에 이른다.

"하아…… 저질러 버렸다……."

플롯을 짜고 있을 때에는, 이런 기분이 될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눈 앞에서 평온하게 잠들어있는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가슴 속이 따끔거리며 아파온다.

나는 나쁜 여자다. 스스로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이런 짓까지 해버렸다.

그저, 둘이서만 있고 싶었을 뿐인데.

이야기를 잔뜩 하고 싶었을 뿐인데.

별거 아닌 대화를 하고, 마주보며 웃고, 시선을 나눈다.

그것뿐이면 됐을텐데 어째서 이렇게 되고 만걸까.

이 늪에서는 빠져나갈 수 없다. 그렇게 누군가가 비웃는 듯한 느낌조차 들었다.

하지만──

"……으응…………."

"후훗."

체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바로 옆에 있는 선생님.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지 못할 정도로 웃음이 새어나온다.

느슨해진 볼이 열을 띠고, 가슴 속까지 천천히 따뜻해진다. 이전처럼 악몽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쭉 이대로 있을 수만 있다면……."

조심조심, 선생님의 뺨에 손을 댄다.

살짝 거칠어져있는 피부에 닿을 때마다, 가슴의 고동이 괴로울 정도로 크게 뛴다.

눈가의 다크써클, 오래 입은듯한 와이셔츠. 책임을 짊어진 어른의 얼굴이지만 어딘가 어리게 보인다.

이게 연애소설이라면, 여기서부터 더욱 뜨거운 전개가 기다리고 있겠지.

"으음…… 선생님."

가슴팍에 슬며시 손을 얹는다. 옷 위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미세하게 알 수있는 심장의 두근거림. 호흡이 뒤섞이면서 가슴 속이 일렁인다.

『──무슨 이야기를 쓰고 있나 싶어서』

사실은 완결을 낼 때까지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럴게 이 이야기는, 쓰고 있는 나조차도 뒷내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도중에 이야기해버리면, 그때부터 글을 쓰는 속도가 느려진다. 마지막까지 다 써낼 기력이 깎여버리고 만다. 만족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단 한줄의 감정을 표현하는데에 몇만자를 소비하는 작가라고 하는 생물은 말로 토해내버리는 순간, 마치 공기가 빠져버린 풍선마냥 쪼그라들고 만다.

나의 이 마음은, 쪼그라들게 만들기에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나는 연애소설을 쓰고 싶었다.

가슴이 괴로워질 정도로 절절하고, 행복한 눈물이 쏟아질 것같은 그런 해피엔딩인 이야기를.

하지만 잘 쓰지 못했다. 특수교역부 활동을 할 때처럼, 상대방의 심리가 잘 보이지 않았으니까.

가공의 상대를 준비해두고 쓰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작가는 경험한 일 외에는 잘 쓰지 못하는 법.

하지만, 지금이라면 쓸 수 있다.

선생님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

"응……어라, 나 잤었나……?"

"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선생님은 문득 눈을 뜨고서는, 나를 보고 상황을 파악했다.

"미안해, 미요. 좀 피곤했던 모양이네."

"괜찮아요. 제가 있으니까요, 좀 더 쉬셔도 돼요."

"아니, 이제는 괜찮──으."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선생님의 어깨를 무심코 두 손으로 억눌렀다. 괜찮다, 그렇게 말하고서는 또 무리해서 일할 생각이겠지.

아무리 그 커피에 진정 효과가 있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금방 깊이 잠들어버리는걸 보면 선생님의 피로도는 나조차도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다.

"아, 안돼요 선생님. 이렇게 피곤하시니까요. 일은 저도 마지막까지 도와드릴테니까, 부디 조금 더 쉬고 계세요."

선생님 위를 덮치는 듯한 자세가 되어버린 사실에 나 스스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몸을 빼내려고 하는 그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었다. 걸핏하면 무리를 하는 선생님을 쉬게 만들기 위해서──

──라는건, 거짓말.

사실은, 내가 더 옆에 있고 싶을뿐.

"고마워. 진짜 이젠 괜찮으니까."

"그렇게 말씀하시고서 항상 무리하시는 선생님은 두고 볼 수 없어요."

"미요."

"그, 그렇게 보셔도 안돼요. 싫으시다면 억지로라도 비켜세우시면 되잖아요."

"억지로라니…… 이래보여도 꽤 힘을 주고 있는건데."

더욱 손에 힘을 준다. 상대는 어른인 선생님이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나같은건 금방 옆으로 치워져 버릴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인지 선생님에게서는 거의 저항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다르다. 저항은 하고 있다.

"…………선생님?"

"응?"

"그, 혹시 배려를 해주고 계신건가요?"

"무,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지금, 이 상황을 말이에요. 억지로 빠져나갈 수도 있으신데, 힘도 약한 저를 배려해서 힘을 빼고 계신거죠?"

"이 자세를 말하고 있는 거라면, 유감스럽게도 꽤 진심으로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는데. 하하, 최근들어 운동을 빼먹어서 그런가?"

선생님은 농담 섞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눈빛은 진지했다.

그렇다는건────

마음 속이 일렁거리며 열을 띠기 시작한다.

이 미묘한 힘의 차이, 서로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거리감.

억누를 수 없는 박동소리와, 약간이지만 죄책감이 섞여있는 감각.

나는 스스로의 욕망과 이성이 서로 줄다리기 하는 것을, 뚜렷하게 자각했다.

"……거짓말이죠?"

"진짜야."

"농담이라고 해주세요."

"나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지 않아."

커다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키도, 손 크기도, 그 모든게 달라서. 정신 면에서도 육체 면에서도 이길 수 없는, 어른이라고.

지금, 내 가느다란 팔만으로 그를 제압하고 있다.

그것을 사실로써 인식한 순간, 내 안에서 가학심과 같은 무언가가 터져나왔다.

아아, 이 사람은 이기지 못하는 거구나.

힘으로는, 나를 이기지 못한다.

"미요……?"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소파 위에서 선생님을 깔고 앉은 상태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막 잠에서 깬 상태여서 그런지 여전히 멍해보이는 시선이, 내 열과 교차한다.

"…………안될, 까요?"

닿아있는 모든 것이 뜨겁게 느껴졌다.

이전에도, 한 번이지만 이런 감각을 느꼈다. 잠들어있던 선생님이 악몽에 시달리고 있을 때.

평소 그렇게나 믿음직스러워 보이던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연약해 보였던 때.

그 때, 나는 자각하지 못한채 스스로의 안에 감정을 억누르는 것만으로 필사적이었다.

혹시 지금이라면, 선생님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닐까. 그런 나쁜 생각을, 선함(善性)이라든지 이성이라든지로 부정할 기력은 처음부터 나에겐 없었다.

아랫배가 뜨거워진다.

경험해본적 없는 감각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허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트리니티에서 구입한지 얼마 안된 속옷을 입고 오길 잘했다. 이거라면 선생님한테 보이더라도 부끄럽지 않다.

만약, 이게 연애소설이라면.

이야기속 주인공이라면, 분명────

"……미요."

"──앗!?"

걱정스럽게 올려다보는 선생님.

마치 이런 일은 익숙하다는 것처럼, 그 음색은 냉정 그자체였다.

정신을 차린 나는, 다급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지금 나는 아주 약간이지만 제정신을 잃을뻔 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온화하면서도 어딘가 무게감이 있었다. 열기에 들떠있던 내 마음과 몸을, 조용히 되돌릴 힘을 가지고 있다.

몸 안의 열기도, 끓어오른 마음도, 모두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무심코 시선을 내렸다.

"죄송해요, 선생님. 저……."

"괜찮아. 만약, 미요가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던거면."

말은 다정하지만, 흔들림은 없다.

그 목소리를 듣고, 나는 자신의 욕망과 이성이 동시에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마음 속에 있는 따스함만이 남았다.

"………………아뇨. 다음 기회로 남겨둘게요."

"엄청 망설이는 것 같았는데 지금."

선생님은 조용히 한숨을 내뱉고 시선을 돌리지 않은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가슴 안쪽이 천천히 따뜻해진다.

충분하지 않더라도, 이 거리와 교류만으로도 존재의 무게를 서로 느낄 수 있다.

"아직, 작품은 완결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 이 이야기는 아직 제작 도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은 아직 보류해둘뿐.

"그래도 다음부터는 이렇게 빙빙 돌리지말고, 직설적으로 말해주면 좋을거 같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글쎄, 무슨 이야기려나?"

정적 속에서 마주치는 시선이, 말 이상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창문 밖에는 오후의 따사로운 햇빛이 새어들어오고, 먼지가 섞인 빛이 책상이나 서류를 연하게 비추고 있다.

벽에 걸린 시계 바늘이 조용히 째깍거리는 소리만이, 사무실 안에 녹아들고 있었다.

비합법에 물들어있는 내게 있어서 선생님과의 연애라고 하는 키보토스에서의 합법은, 마치 머나면 동경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 동경을, 이런 곳에서 타락시키기에는 너무나도 아깝다.

나는 해피엔딩 주의자다. 언젠가 분명, 내 나름대로의 연애소설을 완성시킬 것이다.

나는, 회수하지 못할 복선은 깔아두지 않으니까.

"선생님, 알고 계시나요?"

"응?"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일 외에는 쓰지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어 그러면 파문전사들도 실제로 있다는 소리야?"

"아뇨 그런 소리가 아니라."

미약하게 흔들리는 커튼 그림자, 커피의 향기, 따스한 오후의 햇살.

모든 것이, 이 순간을 다채롭게 만드는 무대장치처럼 느껴졌다.

선생님.

당신과 함께 있으면, 저는 행복한 이야기 속에 있는 것같은, 그런 기분이 든답니다.

그러니까 부디, 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기를.

"선생님, 이건?"

"방범용 부저. 덮쳐질거 같을 때 용으로 들고 다닐까 싶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학생한테 쓸데없는 저항을 하기 위한 물건의 반입은 금지되어 있어서요."

"이건 또 왜!? 이번건 변신도 안하는데!"

==========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기계상자* << 호감도 선물에 있는 그거 맞음

소설번역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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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11.24번역

소설번역) 사쿠라이 미요는 만들지 못한다

#사쿠라이 미요#소설
좋아요 0댓글 14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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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kenronss작가
게시물 24개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5.11.24 12:38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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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나
ㅇDC
ㅇㅇ125.11.24

미요랑 아기만들고싶다

ㅇDC
ㅇㅇ225.11.24
디시콘
ㅇDC
ㅇㅇ25.11.24

미요요오옹ㅋㅋㅋ

ㅇDC
ㅇㅇ325.11.24
디시콘
ㅇDC
ㅇㅇ425.11.24

방범벨이 금지라니 선생의 인권은 대체 어디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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