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4997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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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소중한 사람들이, 사라져버리는 꿈.
무서운 꿈을 꿨다.
힘이 들어가지 않고, 몸은 말을 안듣는다. 겨우 뻗은 오른손은 허공을 가른다.
그런, 모든 것을 다 놓쳐버리는 꿈.
샬레로 향하는 버스에서, 나는 눈을 떴다.
차 안은 냉방이 켜져 있었지만, 축축해서 기분 나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무 것도 놓치지 않도록 손을 뻗고는, 계속 눈 앞의 것을 손으로 퍼올리는 매일.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모두가 떠나 버린다.
그런 초조함과 공포가, 나에게 총구를 들이밀고 있다.
아야메는 매일, 이런 공포와 싸우고 있던걸까.
눈물샘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며,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목적지가 가깝다는 안내가 들려온다.
D.U. 시라토리구 교외에 있는 눈에 띄게 높은 빌딩. 길을 잘 잃어버리는 나였지만, 어떻게든 기억할 수 있었다.
과연 자신이 샬레의 당번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그런 불안이 발걸음을 무겁게 만든다. 그래도, 선생님이 부탁한만큼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꿈에서 본 흐릿한 광경을 떠올릴 것만 같아서, 푸른빛의 하오리를 손으로 쥔다.
괜찮아. 이제 괜찮을거야.
나는────…….
"어서옵쇼!"
눈물이 나올 것 같은걸 참으면서 도착한 샬레 집무실에서는, 머리를 천으로 둘러맨 선생님이 가판대에서 닭꼬치를 굽고 있었다.
"……저기."
"안녕 예쁜 누나. 뭘로 할래? 신선한게 들어왔다고!"
"그러니까."
"내 추천은 네기마지! 윤기가 좔좔 흐르거든! 저쪽에 있는 네기마는 말랑쫀득하게 잘 구워졌고, 이쪽 네기마는 양념으로 구워 봤어!"
"선생님, 뭐하고 있는거야?"
"뭐하냐니, 좋아하잖아? 닭꼬치."
"으응……."
실내에 어떻게 가판대를 설치한건지.
그보다 왜 닭꼬치를 굽고 있는건지.
왜 축제 때나 입을 옷을 입고 있는건지.
뭐부터 지적을 해야 좋을지 모른채 멍하니 있자, 선생님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나구사가 당번으로 온다고 정해진 날부터, 굽는걸 연습했어. 모처럼이니까 막 구운걸 콜록콜록, 가판대는 아는 사람한테 빌렸쿨럭, 우와 연기가 엄청커흡, 콜록, 콜록! 우웁커흑!"
『삐─ 삐─! 화재입니다, 화재입니다』
"우왓, 망했다 스프링쿨러가!"
"선생님!?"
"앗 차갓! 앗 닭꼬치가뜨것! 차갓! 위험해위험해!"
"선생님!"
내가 손을 뻗은 것은, 모두 부서진다.
그래도, 손을 뻗지 않은채 소중한 것을 잃는 것이, 더 무섭다.
그 사실을 나에게 알려준 사람.
나는 서둘러 퍼덕이고 있는 선생님의 팔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 때처럼, 오른손으로 잡았다.
고료 나구사는 슬퍼하지 않는다
"미안해, 선생님."
"나구사 때문이 아니야. 내가 닭꼬치를 구워보고 싶었거든."
"나 츳코미 같은건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라서."
"아 그거 말하는 거였어?"
숯불에서 나오는 연기로 화재경보기가 작동하고, 잠시동안 소란스러워진 샬레.
다행히도 선생님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스프링쿨러에 의해 가판대를 포함해서 실내는 완전히 침수 상태.
귀신 같은 모양새로 화를 내는 총학생회 행정관과, 보안을 담당하고 있다는 밀레니엄 학생이 엄청 빨리 와서 선생님한테 화를 냈다.
화를 낸다기 보다는 혼을 내고 있었다. 장난을 들킨 아이 같았다.
선생님은 나를 생각해서 닭꼬치를 준비해준 것이라고 두 사람에게 대신 해명했지만, 이 사람이 나쁘다면서 내 말을 딱 잘라버리고,
심지어는 왜 바로 멈추게 하지 않았냐고 같이 혼나버렸다. 키쿄만큼이나 무서운 사람이 학교 밖에도 이렇게나 있을 줄이야.
비오는 날의 강아지마냥 몸을 떨던 선생님은, 샬레에 완비되어있다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평소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다행스럽게도 하오리가 조금 젖은 정도로 끝난 나는, 옷을 벗어서 말리고 있다. 조금 더웠던 참이라 딱 좋다.
"나야말로 미안해, 모처럼 나구사를 위해서 준비한 닭꼬치가 이렇게 돼서."
"으응, 닭꼬치는 식어도 맛있으니까."
어째선지 본격적인 지붕이 달린 가판대였다는 점과, 선생님이 몸을 희생해서 꼬치를 팩에 넣어둔 덕분에, 닭꼬치는 젖지 않고 끝날 수 있었다.
전자레인지로 데워서 올까하고 묻는 선생님에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생님이 만든 그대로의 닭꼬치를 맛보고 싶었던 것이다.
약한 숯불향과 구워진 파의 고소한 향기가 식욕을 자극한다. 살짝 탔지만, 선생님이 요리를 잘한다는 소문을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꼬치에서 한조각을 입에 넣었다.
부드럽게 바스라지는 연한 닭고기가, 절묘한 소금간에 감싸여있다. 씹을 때마다 흘러나오는 감칠맛이 혀에 전해지고, 씹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된다.
그렇게 고기를 전부 먹어버리기 전에, 다음은 파를 입 안에 추가했다. 닭고기의 지방이 파를 받아들여, 특유의 매운 맛과 쓴맛이 단 맛과 감칠맛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아삭아삭거리는 식감이 탄력있는 닭고기와 하모니를 연주하──…….
"나구사?"
"읍."
불안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선생님. 먹는데에 너무 열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미안, 선생님. 맛있어서 그만."
"입맛에 맞았다니 다행이야."
"이렇게 맛있는 닭꼬치는, 초보는 만들 수 없어. 어디서 수행을 했어?"
"수행이랄 정도는 아니지만, 아는 사람이 좀 있었으니까."
"괜찮다면, 남아있는걸 가져가도 될까? 백화요란의 다른 애들한테도, 주고 싶어서."
"상관은 없지만, 너무 시간이 지나면……그렇지, 그것보다 다음 축제할 때 가판대를 내볼까!"
선생님과 별것 없는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 만으로, 몸이 후끈후끈 따뜻해진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소동 같은건 잊어버렸나 싶을 정도로, 온화하게 웃는 선생님.
나를 위해서, 가판대까지 준비해준 선생님.
그런 선생님에게, 나는 무엇을 보답할 수 있을까.
이런 나에게, 대체 무엇이 가능한 걸까.
정리를 돕고 나서, 샬레의 당번 업무를 시작했다.
서류 업무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지만 다정하게 가르쳐주는 선생님과, 지금까지 당번을 맡았던 학생들이 남겨둔 것으로 보이는 안내서가 도움이 된 덕분에 어떻게든 끝마칠 수 있었다.
안내서 안에서, 같은 백화요란에 소속한 멤버인 키쿄의 이름도 볼 수 있었다.
나는 사무처리를 잘하는 것도, 머리가 똑똑한 것도, 전투에 특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당번 업무나 선생님을 돕는다니,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학생이 훨씬 많겠지.
적어도 느낀 이 따스함을, 그대로 선생님에게 전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주변이 없는 나는 설녀처럼 차가운 자신의 손을, 쥘 수 밖에 없었다.
★★★★★★★★★★★★★★★★★
"깨어나면, 괴로운 현실과 마주해야 해. 누가 도와달라고 했어? 내버려 뒀으면 좋았을텐데."
꿈을 꿨다.
"나구사 선배, 당신은 아무 것도 지키지 못해. 아무 것도 구하지 못해."
소중한 사람들이, 사라져 버리고 마는 꿈.
"미안하지만, 더 이상 우리들한테 상관하지 말아줘."
무서운 꿈을 꿨다.
"실망했어요."
힘이 들어가지 않고, 몸은 말을 안듣는다. 겨우 뻗은 오른손은 허공을 가른다.
그런──
"나구사. 나는 이제 지쳐버렸어……안녕."
──모든 것을 다 놓쳐버리는 꿈.
"……잠깐만!"
눈을 떠보니, 그곳에 보인 것은 괴로운 현실이 아닌 샬레의 수면실 천장이었다.
그 뒤로 결국, 당번 업무는 심야까지 이어졌다.
도중에 거리에서 발생한 난투 소동을 해결하러 나가거나, 놀러 온 학생의 상담을 해주거나,
괴도를 자칭하는 가면을 쓴 수수께끼의 인물이 선생님을 옆구리에 끼고 달아나는 등, 선생님은 무척이나 바빴다.
선생님은 부정해 주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내 탓도 있겠지.
선생님한테는 위원회로서 순찰을 할 때 신세를 지고 있고, 무엇보다 나는 심야 활동도 익숙하다.
못하면 못하는대로, 적어도 마지막까지 선생님을 돕겠다고 말을 꺼내자 선생님은 마지못해 승락했다.
어떻게든 업무를 끝내고나니, 선생님은 이미 늦었다고 하면서 수면실을 내어주었다.
하나 밖에 없는 침대를 사양한 선생님은, 지금쯤 소파에서 자고 있겠지.
"하아……."
악몽을 꾼 탓인지, 심장이 뛰는 소리가 격렬하다.
땀이 나고 있지만, 쌀쌀함을 느낀다.
달빛이 들어오는 창 밖에서는 바람이 휘잉휘잉 불고 있었다. 내 불안한 마음을 놀리는 듯했다.
심장 소리가 실내에 울린다.
혼자 있는 것은 익숙해졌을텐데, 벌써 내용조차 잊어버린 꿈 때문에, 가슴이 먹먹하다. 입을 열면, 지금이라도 눈물이 쏟아져버릴 것만 같았다.
불안에 휩싸인 나는 생각하기 전에 침대에서 내려와, 벽에 걸어둔 백화요란의 하오리를 어깨에 걸치고 집무실로 향했다.
☆☆☆☆☆☆☆☆☆☆☆☆☆☆☆☆☆
비상등만 켜져있는 어두운 복도가, 괜시리 길게 느껴진다.
한걸음이라도 잘못 내딛으면, 깊은 계곡 밑으로 떨어져 버릴 것만 같은 공포심이 기어올라왔다.
백화요란 분쟁조정 위원회의 위원장이기도 한 사람이, 밤의 어둠을 두려워하다니 한심하다.
통로에서 옆으로 꺾자, 집무실의 불빛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은 아직 일을 하고 있는걸까?
곧장 방으로 향하려고 하지만, 꾹하고 다리가 무거워진다.
귀신이나 괴이가 무서운건 아니다.
만약, 그곳에 선생님이 없다면.
만약, 모든 것을 다 놓치고 있는 거라면.
그렇게 생각하자, 시야가 점점 좁아져 갔다.
막연한 공포에, 매일매일 마음을 좀먹히고 있다.
예전의 나라면, 여기서 발걸음을 돌리고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겠지.
그래도 지금은 그저,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신기하게 다리를 휘감고 있던 무거운 느낌이 사라졌다.
"………………선생님?"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보자, 거기에는 책상 앞에서 졸린 듯이 펜을 움직이는 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심하는 것도 잠시, 방해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선생님이 나를 눈치채버렸다.
"나구사? 어쩐 일이야, 잠이 오지 않아?"
"그게……."
"……?"
뭐라고 말해야할지 망설이고 있자, 선생님은 펜을 두고 천천히 일어나서 소파에 앉아 툭툭 옆을 두드렸다.
말을 하지 않아도 의도를 눈치채고, 나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하면서 옆에 앉았다.
"……아직 일을 하고 있었어?"
"응. 린한테 땡땡이쳤던게 들켜서 말야."
"오늘 아침의 무서운 사람?"
"맞아. 엄청 무서워. 그래도 엄청 다정해."
"그래?"
"가끔씩은."
"키쿄하고 똑같네."
"확실히. 눈매가 이~렇게 되는 점이라든가, 닮았을지도 모르겠네."
"후훗."
선생님은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이 손가락으로 눈매를 흉내내면서, 짧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내가 입을 다물자, 선생님도 입을 닫았다.
평소라면 신경을 쓰게 만든게 아닐지 죄송스러워지는 이 침묵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선생님은, 내가 마음 속을 터놓기를 분명 기다려주고 있는 것이겠지.
어느샌가 바깥의 바람소리는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푸르스름한 달빛이 조용히, 선생님의 옆얼굴로 쏟아지고 있다.
"…………무서운 꿈을 꿨어."
"응?"
"모두가, 떠나버리는게 아닐까 싶어서. 사라져버리는게 아닐까 싶어서, 불안해서……."
나는, 손을 뻗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
흘러떨어질 것만 같은 것을, 계속 퍼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렇게 함으로써, 구할 수 있는게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그때의 유카리.나, 아야메 처럼.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이 손을 뻗어서, '고료 나구사'를 계속 연기하고.
하지만 언젠가, 어쩌면, 모든걸 다 놓쳐버리는 날이 오는게 아닌가 싶어서……."
나만의 힘이 아니다, 모두가 있어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무서워도 두려워도, 앞으로 나아가는 소중함도 알고 있다.
그래도, 잃지 않는다는 보증은 없다.
"무서워서……너무, 혼자 두지 말아줘……."
쥐어짜내듯이 입에서 흘러나온 말.
이것이, 내 진심.
『백화요란의 고료 나구사』가 아닌, 그저, 나의.
이런 지리멸렬한, 추상적이고 무슨 소리인지도 모를 소리를 들어도, 분명 선생님은 곤란할뿐 이겠지.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사과하려고 고개를 든 나에게, 선생님은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괜찮아. 나는, 여기에 있으니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붙잡고 있었다. 선생님의 왼손이, 내 오른손을 감싼다. 커다랗고 따뜻한 손.
"실은 말이야, 나도 똑같아."
"에?"
"전에 말했었지? 허세를 부리면서 가면을 쓰는건, 그런건 모두 다 하고 있는 당연한 일이라고."
"……응."
당연한 일. 그 말에, 나는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
"실은, 나도 그렇거든. 선생님이라는 역할을 필사적으로 계속 연기하고 있어."
"…………."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선생님은 나하고는 다르게,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고, 사건을 해결로 이끄는 힘도 있고, 언제나 웃으면서, 그래서…….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똑같다고 생각했다. 이건, 아야메한테 저질러버린 내 죄와 같다. 그 표면을, 진짜라고 여겨버리고 있다.
하마터면 나는, 그때와 같은 짓을 선생님한테도 저지를 뻔했다.
"……예전에 말야, 여기에 온지 얼마 안됐을 때. 뭘 해야할지도 몰랐던 나는, 어떤 실패를 해버렸거든."
"실패?"
"응. 선생님으로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모르고 있었어. 그래서, 학생들을 힘들게 만들어버렸지."
툭, 툭하고 선생님이 말을 이어나간다.
손을 쥔 힘이, 약간이지만 강해졌다.
"그 때 손을 뻗지 않았던 나는, 상처를 입는 그녀들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지금도, 종종 망설여. 이 손은, 무엇을 위해 있는건가 하면서.
그러니까, 나구사는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런, 나 같은건……."
그것은 『샬레의 선생님』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한 개인으로서의 말. 그렇게 느낀 것은, 내가 '그랬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래서 나는 생각하고, 생각해서, 이상(理想)으로 남자고 생각했어."
"이상?"
"응. 모두에게 있어서의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지킬 수 있는건 모두 지키고 싶어. 모두가 혼자 힘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싶어.
슬퍼하는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그런 희망이 되고 싶어……너무 거창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
"그렇게 등을 곧게 피고 있었더니, 어느 사이엔가 주변에서 대단하다는 시선으로 보고 있더라."
"선생님……."
자조하듯이 웃는 선생님의 옆모습은, 어딘가 쓸쓸한 것처럼 눈에 비춰졌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고,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평소에 보던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 이 사람도 똑같구나.
모두가 의지를 하고, 터무니 없는 일도 요구받고, 방대한 양의 잡무에 쫓기면서, 몸을 갈아가며 봉사하고 있다.
그것은 『선생님』이니까 당연한 일. 하지 않아서 혼나는 일은 있지만, 하고 나서 칭찬받지는 않는다.
그리고 『선생님』의 책임은, 나 같은 것보다도 더욱 무겁다. 키보토스 안의 학생이, 선생님을 의지하고 있다.
그 모든 것에 손을 내밀고 있다면.
"나도, 학생들이 없으면 뭣도 아니니까. 그러니까, 너는 혼자가 아니야."
"……선생님은, 불안해진적 없어?"
"있고 말고."
"그럴 때에는 어떻게 해?"
"으~음, 어디보자."
선생님은 고민스럽다는 듯이 시선을 이곳저곳으로 향한 후에 이윽고 웃으면서, 나와 맞잡은 손을 조금 들어올렸다.
"이렇게, 손을 잡는거야."
"손을……."
"맞아. 아직, 이 손이 닿는 곳에 소중한게 있다, 그걸 재확인하기 위해서 말야."
"……그렇구나."
꼬옥하고, 커다란 손을 쥔다. 선생님의 체온이 전해지고, 그 경계선이 애매해질 정도로, 확실하게.
"고마워, 선생님."
"나야말로."
계속 스스로를 부정하기만 하는 내 등을, 끊임없이 지지해준 손.
덕분에 나는, 내일도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은?
선생님은 밤에 문득 불안해졌을 때, 누구의 손을 잡으면 되는걸까?
나는 이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걸까.
아니, 뭐라도 상관없으니까 해주고 싶다.
선생님이, 내 손을 잡아준 것처럼.
"……에취!"
"미안 선생님, 추워?"
"아니, 괜찮아. 밤은 아직 쌀쌀하네."
"지금은 이것밖에 없지만, 옷감은 튼튼하니까, 따뜻할거야."
선생님에게 하늘색 하오리를 덮어주자, 선생님은 요령 좋게 남은 반을 나에게 양보해주었다.
이불처럼 크지는 않아서, 소파에서 우리들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어깨가 닿고, 얼굴을 마주보면서 웃는다.
서로에게 이제 손을 놓고 잔다, 라는 선택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둘이서 하오리의 아래에서 몸을 맞댄다.
몸이 가까워지는 만큼, 이상하게 오가는 말은 줄어들어갔다.
만약, 그 가면을 벗어도 된다고 말하면, 선생님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샬레의 선생님이라고 하는 가면을, 내 앞에서만큼은 벗었으면 한다.
나도, 고료 나구사라고 하는 옷을 벗을 테니까.
그렇게 하면, 분명──
"…………윽."
"나구사?"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까.
선생님은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해 주었다.
나도, 선생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이상 무엇이 있는걸까.
『아야메였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려 하다가, 나는 작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쁜 버릇이다.
"……선생님."
"응?"
"나, 앞으로도 백화요란 분쟁조정 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열심히 해볼거야."
"응원할게."
"그래도, 만약 앞으로,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으면…………그때는 선생님한테 와도 될까?"
"물론이지. 언제라도 놀러와."
"고마워. 그러니까, 선생님도……."
"응?"
얽힌 손가락에 힘을 준다.
바로 옆을 올려다보자,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그곳에 있었다.
"선생님도, 만약 불안해지면."
"……."
"나는,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선생님도 조금 정도는, 그 가면을 벗을 때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그 떄는, 그……내가…………미안해,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금새 고개를 숙인 나에게,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가 내밀어졌다.
"고마워, 나구사. 그러면 그 때는, 나구사의 가슴에 안겨서 울어버릴까."
장난스럽게 웃는 선생님을 보고,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슬픈 것도 아닌데, 불안한 것도 아닌데, 눈물이 쏟아져 나오려고 한다.
아아, 그렇구나.
나는────
"응, 괜찮아."
"……거기선 거절해야지."
"왜?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정도 뿐이니까, 안아주는 것 정도는, 언제라도 괜찮은걸?"
"내가 나구사의 가슴에 뛰어드는건, 내 입장상 위험하다고 해야하나."
"지금까지 그 입장을 잊어버린다는 이야기를 한거 아니었어?"
"그런게 아니라, 아~ 아니지, 내가 농담을 잘못했네. 그."
"잘은 모르겠지만, 그러면 지금 해볼래?"
"엣."
어깨에 손을 뻗으려고 하는 나를 보면서, 선생님은 표정을 이리저리 바꿨다.
최종적으로 눈물을 머금으며 거절했을 때 선생님이 지은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
꿈을 꿨다.
소중한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곁에 있는 꿈.
안심이 되는 꿈을 꿨다.
힘이 들어가고, 가슴을 피고. 분명히 뻗은 오른손으로 잡아올린다.
모두 다 잡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모두가 손을 맞잡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불안 속에서 피어난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희망적인 꿈.
행복한 꿈이라면 깨어나는게 무서워진다, 왜냐하면 괴로운 현실하고 마주봐야 하니까.
하지만 내가 꾼 꿈은, 괴로운 현실 속에 있었다.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그런건 이제는 뭐든 상관없다.
그곳에 선생님이 있고, 아야메가 있고, 모두가 있다면.
이 손을 쥐어주겠다고 약속해 주었으니까.
괴롭더라도 고통스러워도, 나는 마주보면서 살아갈 수 있다.
마지막까지, 고료 나구사의 연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그것이, 나의 꿈.
"……그래서?"
"그게, 둘이서 잠들어 버려서, 지금 돌아온 참이야……."
"그것 뿐?"
"그, 그것 뿐, 인데……."
아니, 역시나 현실은 괴로운 법이다.
백화요란의 부실에 돌아오자마자, 키쿄 앞에서 정좌를 하고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정말 그것 뿐?"
"응……앗."
"하?"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화낼거야."
"이미 화내고 있는데……."
"뭐?"
"아니, 그, 그렇게 이상한 걸 했나 싶어서."
"심야에 단 둘이서 손을 맞잡고 같이 자고나서 연락도 하지 않은채 아침에 돌아와서 하는 소리가 『이상한건 하지 않았다』라고?"
"우으……."
"햐~, 나구사 선배님은 대담하시어요! 러-브 로망스예요!"
"이게 진정한 『청춘』 ……으아앗, 왠지 얼굴이 뜨거워졌어!"
"두 사람 시끄러워."
"으응……."
자고 있는 누구씨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방을 들여다보고 있는 후배 두 명은 어째선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어떻게 키쿄는, 내 하오리에 묻은 미약한 선생님의 냄새를 바로 눈치챈 걸까.
츳코미라든가 잘 모르는 내가, 결국 그녀에게 묻지 못한 이 일을 선생님한테 물으러 가는건, 또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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