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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번역) 류우게 키사키는 이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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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산해경에서 온──"

"키사키, 맞지……?"

쌀쌀한 바람이 불고, 겨울의 혹독함을 재인식하기 시작했을 무렵에 있었던 어느날.

샬레에 있어서는 드문 것도 아닌 갑작스러운 방문자의 정체를, 문이 열리자마자 맞춰버리고 말았다.

매화원의 아동복이 아닌 일반 학생 복장을 입고 있었지만, 그녀의 변장을 가까이서 몇 번씩이나 본 적이 있는 나에게 있어서는 변장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설마 초반부터 들킬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을 학생──류우게 키사키는, 떡하니 벌어진 입을 황급히 다물었다.

"…………아니야."

"아니 키사키 맞잖아."

"아니니라, 인걸."

"봐봐 벌써 말투 튀어나왔잖아. 이상해졌는데."

"네 이놈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본인이 아니라고 말하면 아닌 것이니라. 덮쳐지고 싶나?"

"헉 무서워! 갑자기 무서워! 손가락 자르거나 하지 말아주세요!"

"덮칠 뿐이니라."

"그게 제일 무서워!"

류우게 키사키는 이루지 못한다

"큼……미안하구나, 잠시 평정을 잃었느니라."

"일부러 그런거같은 느낌도 있긴한데."

평소에 입던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현룡문의 문주님은 본래의 침착한 모습을 되찾고, 흐트러진 겉옷을 어깨에 다시 걸쳤다.

그녀가 샬레에 오는 것은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하는 탈ㅈ, 외출이라서 말이지. 나이에 맞지 않게 들떠버렸노라."

"지금 탈주라고 말할 뻔했지. 역시 다 알고 저지른 거잖아 얘는."

"모처럼 새로운 변장을 선보였는데 말이지. 알고 있더라도 조금은 같이 어울려 주는 것이, 어른의 여유가 아닌가?"

"지금은 여유보다도 의무감 쪽이 이길 거 같은걸."

갑작스러운 방문은 딱히 상관없다. 하지만 그것이 키사키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병약한 그녀가 멀리 외출을 하려면 그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탈주라고 하는 것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현룡문의 미나한테라도 연락을 해둬야하나…….

키사키는 찻잔을 기울이면서, 조용히 차를 마시며 말을 이었다.

"들켜버렸으니 어쩔 수가 없구나."

"꽤나 당당했던 것 같은데."

"선생이여, 그대가 말하는 『어른의 의무』인지 뭔지 때문에 산해경에 나를 돌려보내더라도 상관은 없다만, 그 경우에는 누구씨한테 당했다고 말이 튀어나와 버릴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짓이 더러워!"

"누구씨한테 납치를 당해서, 난폭한 짓을 당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

"난폭한 짓을 당할 뻔한건 오히려 나라고! 사회적 지위부터 엉망진창으로 만들 생각이야!"

"쿠후훗, 역시 재밌구나 선생은."

종이 울리는 것처럼 웃은 그녀는, 나보다 몇 배는 더 고단수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무심코, 평정심을 잃고 만다.

그저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나를 보고 있다. 단지 그뿐일 동작에서 엿보이는 가련함과 덧없는 모습에,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말 신기한 학생이다.

"안심하거라, 미나에게는 말해두었으니. 또 소동이 일어났다가는 몸이 남아나질 않을것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방금 탈주라고 말하려고 했지?"

"이렇게 흡입기도 가져오기도 했고, 몸 상태도 괜찮다. 이 이상 뭘 걱정할 필요가 있겠느냐?"

"그렇지만."

"그러면 무엇이지? 내가 찾아오는 건 불만인가?"

"그런건 아니야. 알았어, 얼마든지 있어도 돼. 단,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할 것."

"후후, 알고 있느니라. 참으로 걱정이 많구나, 선생은."

이렇게, 문주님과의 하루가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분명 평소의 유희일테고, 그녀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 너무 심하게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

이 시기의 나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그 날은 키사키가 곁에 있다는 점 외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서류가 산처럼 쌓이고, 학생이 찾아와서, 서류가 산처럼 쌓이고, 재촉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서류가 산처럼──

"……손을 보탤까."

"아니, 그래도, 키사키는 당번이 아니라 손님으로서 온거니까."

"하아, 가만 두고 볼 수가 없구나. 이대로는 그대와 담소조차 나누지 못할 것 같으니 말이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주님의 배려에 의해, 업무가 척척 정리되어 간다. 그 일처리 솜씨는, 내가 본받아야할 필요가 있을 정도였다.

그 당사자인 키사키는, 서류 작업을 도울 뿐이고 다른 무엇도 요구하지는 않았다.

모처럼 와줬으니까 뭔가 대접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대가 마시고 있는 것과 같은걸 주시게나』하고, 커피를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외부"와의 교류를 별로 하지 않는 그녀에게 있어, 샬레를 방문하는 학생들과의 교류는 신선했던 모양이었는지. 나름대로 즐겼을거라고 생각한다.

"어라, 보기 드문 손님이시군요."

"그대는?"

"메이드입니다."

"메이도(冥土)?"

"선생님의 노예입니다."

"과연."

"아니야!?"

토키가 왔을 때에는 문화의 차이에 다소 놀라기는 했지만, 비슷한 점이 있는 것인지 금새 사이가 좋아져 있었다.

바니걸 옷을 입으려고 했을 때에는 내 입장상 멈춰세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입게 뒀으면 좋았을 거라고 살짝 후회하고 있다.

"키사키 선배! 거기서 오른쪽입니다!"

"오, 오른쪽 말이지."

"아앗, 몸이 아니라 스틱을 오른쪽입니다!"

"흠, 남은건 여기겠구나?"

"맞습니다! 이걸로 선생님의 옷은 전부 벗길 수 있을겁니다!"

"잠깐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거야 그거! 누가 만든거야! 모모이……아니 유우카를 불러!"

아리스가 들고 온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패키지는 위장되어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소프트인 모양이었다.

만족스러운 듯한 키사키한테는 미안하지만, 바로 몰수했다.

"호오, 이건 맛있구나. 처음 먹어보는 맛이니라."

"그렇죠? 트리니티에서 지금 제일 인기있는 마카롱이라구요~ 아, 여기있는 슈크림도 먹을래요?"

"흥미는 있다만, 그렇게나 들어가진 않을것 같구나."

"자자 그런 말하지 말고, 한 입만요! 여기요."

"엄청 기분 좋아보이네, 카즈사."

"그, 그런가? 왠지 여동생이 생긴거 같고 귀여워서."

"아~, 그, 카즈사. 그 애 상당히 높은 사람이야."

"엑."

디저트 간식을 들고 온 카즈사와도 마음을 터놓은 것 같아서 안심했다.

키사키에게 있어서는 흔하지 않은 것 뿐이라, 하나하나 눈을 반짝이는 모습이 마음에 든 것일테지.

도중에 나한테 들리지 않도록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건 뭐였던 걸까. 카즈사 얼굴이 엄청 빨개졌던게 궁금하긴 하지만…….

"후우, 겨우 끝났다."

"하루종일 고생이 많았느니라, 선생."

"키사키가 있어준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하루의 업무가 일단락되었을 무렵에는, 완전히 날이 저물고 있었다.

하늘은 빨강과 파랑이 뒤섞이고, 복도에 있는 자동조명의 불이 약간의 시간을 두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 번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 실내의 조명을 몇개 껐다.

사무실 창문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적갈색 빛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분위기를 두르고 있다.

"그것 뿐인고?"

"정정할게. 키사키가 있어준 덕분에, 즐거웠어."

"후후, 그런가……나도, 정말 즐거웠다."

키사키는 유연하게 기지개를 펴고는, 손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유유히 걸음을 옮겨, 테이블에 그것을 놓았다.

"그래서, 오늘은 어쩐 일이야?"

"……."

새삼 키사키의 진심을 물어보지만, 그녀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 향기는……."

"내 방에서 가져온 향로이니라."

테이블에 놓인 진한 황색 향로에서, 아주 약간 달콤하고 잔잔한 향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마치 장작 난로 곁에서 불을 쬐는듯한. 내 옆으로 키사키가 몸을 기대오는 듯한 향기.

"향을 피워보았다."

"무슨 향인데?"

"글쎄, 어떤 향일 것 같느냐?"

의미심장하게 웃는 키사키는, 소파에 앉아있는 내 옆에 와서 조용히 앉았다.

"……나는 향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어쩐지 키사키 같은 향이네."

"나 같은?"

"무심코 심호흡을 하고 싶게 만드는, 진정되는 향기야."

따뜻하고, 불쾌하지 않고, 언제라도 계속 두르고 싶어지는 듯한. 그러면서, 바람이 불면 금새 사라질 것만 같은, 그런 향기.

"그건 성희롱인가?"

"아, 아니야."

"그대가 원한다면야, 마음껏 맡아도 되느니라."

"엣."

"마음에 든 것이겠지? 이 향이."

"어, 어어, 향 이야기지."

"대체 무엇하고 착각을 한것이냐?"

"아무 것도 아닙니다."

키사키는 종이 울리듯 웃으면서, 내 쪽으로 몸을 옮겼다.

해가 저물고, 약간 어두워진 실내에서 예비등과 복도의 조명 빛만이 향로에 약하게 반사된다.

조명을 킬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 몽환적인 한때에서 깨어나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있잖느냐, 선생."

"응?"

"최근에 생각했노라.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고. 이대로 그대와 나만이 세계에 남겨지게 되기를. 그대와 만날 때마다, 그리 생각해 버리지.

그래서,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느니라. 미안하구나."

한때는 매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빈번히 연락을 했던 키사키가, 오랜만에 샬레에 온건 그것 때문이었나.

입장 때문에, 그리고 몸 상태도 있으니, 그녀는 마음대로 행동을 할 수가 없다. 그 괴로움은, 나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그녀는 여기에 있다.

그게 전부다.

"키사키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

방심한 틈을 찌르는 듯한 질문에, 키사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하지만 사려깊은 그녀는 금방 속뜻을 알아채준 것인지, 그저 질문에 답해주었다.

"……그렇구나, 우선은 현룡문 문제를 해결해야겠지. 지금은 아직 여유가 없지만, 어른이 되면 더 많은 것을 둘러볼 수 있을테니.

저번주에 발생한 현무상회와의 충돌이나, 경극부의 결재건, 처리해야할 일은 많다."

"하핫, 그런게 아니라. 더 뒤의 이야기야."

"뒤라고?"

"미래 말이야."

"그와 같은 뒤에 일어날 일 같은건, 문주라고는 하나 모르겠구나."

"몰라도 상관없어. 미래 이야기니까."

그녀는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눈 앞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로 머리가 가득 차있는 것은 명백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다. 그 작은 몸으로, 무척이나 커다란 것을 짊어지고 있으니까. 너무 많은 것을 등에 올려두고 있다.

그런 학생의 말로를,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런가."

키사키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체중을 맡기고는, 천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가느다랗고, 낭창거리고, 붙잡으면 부러질 것만 같은 화사한 손을.

"그렇구나. 메이드인지 뭔지가 되어볼까."

"어, 메이드?"

"아아. 토키가 메이드의 멋진 점을 이야기 해주었지. 잘은 모르지만 합법적으로 주인의 방에서 편히 쉴수 있다고 했나."

"그건 메이드가 아니라 토키뿐이야. 그러면 안돼."

"지금의 허약한 몸으로는 하루종일 봉사하는건 이루지 못하겠다만. 아아, 날이 밝을 때까지 친우와 게임에 빠져보는 것도 괜찮겠구나.

달콤하고 형형색색의 과자도 있으면 더욱, 좋겠지."

천천히 손을 내린 키사키는, 가볍게 쥔 손바닥을 봤다.

붙잡은건, 연하게 금방 사라질 것만 같은 향의 연기 뿐이었다.

"……신뢰하는 반려와 함께, 가족에 둘러싸여 지내는 것도 괜찮아 보이는구나. 그렇지, 선생?"

그녀의 손이, 내 뺨에 닿았다.

나는, 그저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먼 뒤의 일 같은건, 오늘만큼 생각한 적이 없노라. 이것도 꽤 즐겁구나."

지금은 더이상, 옆에 있는 키사키의 표정은 뚫어지게 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 음색은, 어딘지 모르게 체념의 뜻을 품고 있었다.

"키사키. 나는 말야, 어릴 때 히어로가 되고 싶었어."

"히어로오?"

"응. 정의의 편이라는 거지. 나쁜 사람을 물리치고, 모두를 지켜내고."

"호오, 선생에게도 어린아이일 때가 있었는가?"

"뭐야 그거 무슨 뜻이야?"

"농담이노라, 반쯤은."

"전부라고 해줘."

"후후."

그녀는 이야기를 재촉하듯 어깨를 움츠렸다.

"어릴 적에 본, 영상 작품에 푹 빠져서 말야. 괴물이 나오고, 사람들을 공격하고, 그런 사람들을 히어로가 구해주는거야.

그게, 내가 어린 시절에 그리던 어른이 되었을 때의 꿈."

"──그래서, 선생이 바란 미래는 얻었는가?"

"글쎄, 모르겠네."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렇게 될 수는 없다고, 상식으로써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때의 감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꿈은 포기했지만, 꿈을 쫓는 것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금의, 내 꿈은──

"단 하나 말할 수 있는건, 너희들이 웃으면 나도 기쁘다는거야. 아아, 나는 여기에 있어도 되는구나하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그런가."

"나는 말야, 키사키. 이렇게 생각해. 아무도 뒤에 벌어질 일 같은건 몰라. 살아있을지 어떨지 조차 모르지.

그래도 오늘처럼, 차를 마시고, 일을 하거나, 농땡이를 치거나, 게임을 하거나, 과자를 먹거나, 사람하고 이야기를 하거나, 혼자서 고민을 하거나.

그런 나날이 쌓이고 쌓여서, 미래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어."

"미래……."

밤 시간이 되어, 사무실 안에 있는 자동조명이 팟팟하고 켜졌다. 살짝 어두웠던 실내가, 눈부실 정도로 밝아진다.

밝은 회색빛 눈동자가, 밝은 빛에 굴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어제의 자신에게 있어서 미래야. 그러니까 오늘 웃는거야, 키사키. 때로는 울거나 해도 괜찮아.

그래도, 미래의 내가 웃을 수 있도록, 오늘의 나도 웃는거야. 그러면 반드시, 꿈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거야."

"…………후후, 선생은 말이 서투르구나."

"알기 어려웠으려나?"

"아니."

그녀는 몸을 일으키고, 향로를 닫으면서 말했다.

"역시, 선생을 만나서 좋았느니라."

☆☆☆☆☆☆☆☆☆☆☆☆

"슬슬 돌아가도록 할까."

"오늘은 고마워. 조심히 들어가."

"그럼 가겠다, 선생."

그렇게 말하면서 키사키는 샬레의 정면 현관으로 나갔다.

사실은 따라가고 싶었지만, 현룡문의 부하들이 마중을 나온다고 한다. 하루동안의 활동한계도 가까울테니. 이 이상 접촉하는 것은 좋지 않을테지.

돌아갈 때의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씌워져 있던 것이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내가 뭘 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안심해도 될 것이다.

괜찮다. 분명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했다.

"선생을 만나서 좋았느니라."

하지만, 저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등이 머리에서 떨어지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미래를 믿고 웃으라고 말했으면서, 한심할 따름이다.

그래. 그녀에게 있어서 미래는, 무척이나 불확실하고, 흐릿한 것이라.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겉옷도 걸치지 않고, 이루지 못하는 꿈을 쫓고 있었다.

★★★★★★★★★★★★

있잖느냐, 선생.

앞으로 몇 번, 그대와 만날 수 있을지 세어본 적은 있느냐?

앞으로 몇 번, 웃어줄지 생각해본 적은 있느냐?

앞으로 몇 번, 말을 나눌 수 있을지 괴로워진 적은 있을까.

나는 그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느니라.

"문주님, 이것을."

"음."

내밀어진 겉옷을 걸치면서, 마중나오는 차를 기다렸다.

내일 어찌될지 모르는 몸으로서,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다. 생각하는 것은 현룡문의 장래 뿐.

나날이 마모되어가는 이 신체에, 얼마만큼의 가치가 남겨져 있다는건지.

그날을 맞이하기까지, 그저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나날.

"미래의 내가 웃을 수 있도록, 오늘의 나도 웃는거야."

──선생.

내가 생각하는 미래는, 그대가 있는 장소이다.

내가 서있는 곳에, 분명 그대는 있어줄테지.

허나 그대가 서있는 곳에, 나는 있는 것이 가능할런지.

항상, 나의 곁에 있어주기를 바랐노라.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내가, 곁에 있고 싶다.

설령 그대가 어딘가로 떠나더라도, 설령 이 몸이 부서져 없어진다한들.

마지막을 맞이할 때에, 그대의 옆에 있고 싶구나.

내 꿈은, 그 뿐이노라.

따뜻한 차 안에 타면서 동시에, 강렬한 권태감과 수마가 몰려왔다. 선생의 앞이라고 조금 무리를 해버렸다. 오늘은 이제 한계인듯 하다.

────선생.

나는 이상해져 버리고 말았구나.

도저히 생각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느니라.

가령, 더 일찍 선생과 만났더라면.

가령, 내가 이런 몸이 아니었더라면.

가령, 그대의 곁에 서는 것이 허락된다면.

『신뢰하는 반려와 함께……』

곁에 있고 싶다.

가능한 한 내내.

허락되어진다면, 영원히.

그런 고집을 부릴 정도로, 동심으로 돌아가버린 모양이다.

정말이지 한심하다.

내일부터는, 다시 현룡문의 문주로 돌아가야.

"키……키사키!!"

"읏!?"

창 밖을 보니, 숨을 헐떡이면서 달리고 있는 선생의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바로 차를 세우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어, 어쩐 일인가 선생. 잊은 물건이라도 있었느냐?"

"하아, 하아, 응…… 잊고 있었어……."

그 자리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정도로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선생은,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키사키, 내일 또 보자!"

그것은 작별 인사였다.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꿈같은 말이었다.

"……그, 그 말을 하려고 온 것인가?"

"어어, 응, 맞아. 허억, 허억……."

"정말이지……기쁜 말이지만, 나도 그대도 공무가 밀려 있다. 내일은 힘들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만나ㄹ──"

"키사키!"

선생은 내 말을 가로막으며, 똑바로 나를 쳐다봤다.

무심코 홀려버릴 정도로, 똑바로.

"설령 만나지 못하더라도 좋아. 연락이 되지 않더라도 상관없어. 그래도 약속해줘. '내일 또 보자.'고."

정말로, 이 선생은.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약속은."

"반드시 지킬게."

"멋을 부리면서 말하고 있다마는, 다리가 막 태어난 새끼 사슴마냥 떨고 있구나."

"러닝하는거 최근에 빼먹어서 그래……."

방금 전까지 가슴 속에 휘몰아치고 있던 먹구름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체념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각오가, 살짝 고개를 위로 든다.

또 원해도 괜찮다고, 등을 떠받쳐준다.

나에게 있어 선생의 말은, 그런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

"키사키도, 오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에 와도 돼. 이유 같은건 필요없어."

"……아아. 감사하느니라, 선생. 그래서 진심은?"

"키사키가 있으면 일이 빨리 끝나니까……."

"후후, 솔직한 것도 그대의 미덕이지. 모처럼이니, 샬레까지 바래다 주겠다."

"아니, 그보다 키사키, 오늘은 빨리──"

"괜찮다."

내일 또 보자.

그렇게 말하며 헤어지는 것에, 내가 얼마나 구원받았는지.

내일 또 보자.

그렇게 말하며 떨어지는 것에, 내가 얼마나 슬픈 마음인지.

이 벽창호는, 아무래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나는 이제, 괜찮으니라."

뭐, 느긋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볼까.

그대가 말하는, 미래에.

"──있잖느냐, 선생."

"뭔데, 키사키."

"분명 내일 또 보자고는 말했다만, 정말로 산해경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어디있나."

"나는 약속을 지키는 어른이야."

"그런가. 그러면 하나 더 묻겠노라."

"뭐든 물어봐?"

그곳에는 현룡문의 정문 앞에서 떠들고 있는, 메이드와 용사와 전불량배와, 그 동료들이 단체로 와있었다.

"여기가 현룡문입니까. 한가하길래 와버렸습니다. 바니걸도 지참했습니다. 한가하니까요."

"신작 게임을 들고 왔습니다!"

"요전에 말했던 산해경의 디저트는 저쪽이었나요?"

"음! 이전에 선물한 이 몸의 동상은 어디있지?"

"체리노 회장님, 수염이 비뚤어져 있답니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아~, 그, 그거지, 그거……와버렸어☆"

모처럼 흡입한 약을 전부 토해낼 정도로 큰 한숨을 쉬었다.

이런 미래를 알고 있다면, 설령 호접지몽이라 하더라도, 바라지 않을 수 없겠지.

"현룡문 전원에게 고한다. 내 소중한 벗들을 성대하게 대접해주거라."

정말이지, 웃을 수 밖에 없지 않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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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6.24번역

소설번역) 류우게 키사키는 이루지 못한다

#류우게 키사키#소설
좋아요 0댓글 11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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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kenronss작가
게시물 24개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5.06.24 13:46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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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나
ㅇDC
ㅇㅇ125.06.24

나는 현룡문의 문주님을 사랑해 ㅠㅠㅠ

ㅇDC
ㅇㅇ225.06.24
ㅇDC
ㅇㅇ325.06.24
디시콘
ㅇDC
ㅇㅇ425.06.24
ㅇDC
ㅇㅇ525.06.24
디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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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ogogorx328
창작
4
그림) 키사키랑 사귀는 선생님 5
JJE_OMO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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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핫산) #1 토할 정도로 무거운 학생들에게 유서를 들킨 선생님
Ppakkiraa_alpha054
창작
9
그림) 키사키랑 사귀는 선생님 그림 모음 이게 야하다고 잘리는게 맞냐??
JJE_OMO1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