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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 현무상회.
회장인 루미와의 면담을 위해서 방문한 이 거대한 미식 거리를, 나는 산책 기분으로 걷고 있었다.
쭈욱 늘어서 있는 음식점. 어느 곳이고 이름만 들어서는 상상하지 못할, 익숙하지 않은 요리들뿐.
하지만 그 겉모습과 냄새만으로, 분명히 맛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배고파졌네."
향기로운 스파이스, 구워지는 기름과 고기, 식칼과 철, 그리고 식기의 소리, 그 어느 것을
모처럼 루미네 가게에 가니까, 일부러 점심도 먹지 않았던게 괜히 더 배를 고프게 만든다.
어떤 요리가 있는지, 눈에 들어온 가게 안을 조금 들여다봤다.
진열대 안에는, 포장용 외에도 가게 안에서 먹을 음식 샘플이 놓여있다.
요리 이름은 뭔가 읽는 방법이 어려워서 대부분 이해를 못했지만, 알고 있는 요리하고 비슷한 외관을 한 것들도 있다.
볶음밥, 교자, 소롱포, 훈툰, 짜장면에 회과육……. 보고 있기만 해도 침이 분비되고, 위가 꼬르륵 거리며 소리를 냈다.
"아, 아니지, 루미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변명을 하듯이 쥐어짜낸 말을 긍정하기 위해서, 단말기로 모모톡을 연다.
『그러면 오늘 면담은 14시부터, 우리 가게에서. 미안! 원래는 샬레에 갈 생각이었는데 단체 손님이 들어와버려서……』
『괜찮아. 키사키한테도 안부 전해주고』
『어, 알고 있었네? 그 때 이후로 가~~끔씩 오게 돼서 말이지! 기쁘긴 한데, 사람을 엄청 데려오니까 큰일이……아~ 미안, 추가주문 들어와서, 그럼 나중에 봐!』
『힘내!』
나는 대화를 쭉 다시 읽어본 뒤에, 단말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현재 시각은 12시 지난 상황. 오전 일이 일찍 끝나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와버렸지만, 역시 너무 빨리 왔나.
이제 어쩔까 생각을 하면서, 이번엔 맛있어 보이는 튀김 코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앞뒤에서 거의 동시에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어라어라, 이거 샬레의 선생님 아니신지! 주문은 정해지셨나요?"
눈 앞에는, 바로 지금 보고 있던 진열장이 있던 가게의 종업원으로 보이는 소녀가 나왔다.
"혹시, 점심은 아직이신가요? 그렇다면 부디 저희 가게에서!"
뒤를 돌아보자, 맞은편에 있는 음식점의 점원이 메뉴판을 한손에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라 재촉하고 있었다.
"잠깐만! 선생님은 우리 가게에서 먹을 메뉴를 고민하고 있었다고! 방해하지 말아줄래!?"
"고민할만한 메뉴 밖에 없단거겠지! 자자, 선생님? 저희 가게의 마파두부는 최고라구요!"
"매운 요리 밖에 못만드는 너네 가게보다, 우리 가게 찜요리가 더 좋은게 당연하잖아! 그쵸, 선생님?"
"아니 그……."
"선생님은 지금 진하게 간을 한 매운 요리가 먹고 싶다는 표정이라고! 그쵸, 선생님?"
"아니 뭐 매운 것도 괜찮지만, 그, 약속이……."
"뭔 소리래! 배가 고픈 선생님은 많이 먹을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은, 감칠맛이 꽉꽉 들어찬 소롱포하고 교자를 먹고 싶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건데! 그쵸 선생님?"
"선생님 잠깐 거울 좀 보고 와도 될까? 대체 나는 무슨 표정인건데 아까부터."
"저기 선생님!"
"부디 저희 가게에!"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당기지 말아줘! 순서대로 갈테니까!"
어어 하는 사이에, 여러 가게를 순회하게 되어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시간은 있다. 가볍게 요리 한 가지씩만 먹는 정도라면 괜찮겠지. 이것도 학생들을 위한 일이다.
거기에 잘 생각해보면, 애초에 루미는 바쁘니까 내가 먹을 요리 같은걸 만들 시간은 없을테고, 식사를 거르는건 안좋다고 말한 것 또한 그녀다.
그래, 뒤가 켕길만한 짓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음껏 먹어야겠지, 요리사한테도 식재료한테도 미안하니까!
그렇게 생각해서, 나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기세 좋게 펼쳤다────
아케시로 루미는 손해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래서, 그게……."
국자를 한 손에 든채로 우뚝 서있는, 아케시로 루미.
이곳 현무상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거물이다.
그런 그녀 앞에서, 나는 지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의자에 평범하게 앉아있는 거지만, 정신은 완전히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몇군데나 간거야?"
"…………셋……."
"뭐?"
"아니……ㄴ, 네 곳이요……."
"처음에 호객을 했던건 두 명이라고 했었지?"
"응…… 그뒤에…… 가게를 나오자마자 또 팔을 잡혀서……."
"잡혀서?"
"거절을 못해서……."
"그래서?"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터질 것만 같은 배를 감싸면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위장도 죄책감도 한계치였다.
아무리 학생들의 권유라고는 해도, 우선순위라는게 있다. 내가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루미다. 그런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선 온 의미가 없다.
진짜 넙죽 엎드려 머리라도 박아야하나 싶어서 다시 입을 열려고 한 그때, 방금까지 냉정한 시선이 날아오던 방향에서 킥킥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훗, 후훗, 아하하핫!"
"루, 루미?"
"미안미안! 선생님이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엄청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이어서 말야. 조금 장난쳐봤어."
"그러니까……."
"화 안났어 전혀. 내가 약속시간을 뒤로 미루자고 한거고, 애초에 점심식사 약속 같은건 안했으니까. 오히려, 선생님이 제대로 점심을 챙겨먹은게 더 중요해."
평소의 밝은 미소로 웃으면서, 그녀는 국자와 테이블에 놓여있던 접시를 함께 정리했다.
"선생님, 그래서?"
"에, 어어, 그래도 역시 연락을 따로 하지 않은건 미안하다고……."
"아니아니! 그러니까 그건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니까. 그~런게 아니라, 다른게 있잖아."
루미는 테이블을 깨끗하게 닦은 뒤,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맛있었어? 자랑스런 우리 후배들이 만든 요리는."
"……어어, 맛있었어. 엄청."
"그래? 다행이다. 고마워, 그 아이들도 분명 기뻐할거야."
부드럽게 웃는 루미가 내뱉은, 별거아닌 말. 그녀가 현무상회의 대표에 걸맞는 이유를 느겼다.
"하지만, 다음번엔 내가 만든 요리도 먹어주면 기쁠거 같은데."
"물론. 다음번엔 예약해서 갈게."
"선생님 자리는, 언제든 비워둘테니까. 그러면 새삼스럽지만, 오늘 면담에서 얘기하고 싶은게 몇가지 있어서. 우선 최근 현무상회에 대한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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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후.
나는 변함없이 일에 쫓기고 있었다.
해가 떠있는 중에는 어쩔수 없이 학생들과의 면담이나 현지 작업 등에 시간을 쓰고 있기 때문에, 서류 작업 같은 업무는 나중으로 미뤄두게 된다.
그에 더해서, 샬레의 딱딱한 각종 서식은, 무척이나 업무 수행의 지장을 주고 있다. 결코 내 일처리 속도가 느린건…………아니다.
하지만 몇 번이나 간소화를 희망하는 탄원서를 제출해도, 수석행정관인 린쨩은 좀처럼 허락을 해주지 않는다.
애초에 그 탄원서 자체가 이미 잘못됐다, 라며 정정해야 할 곳을 지적받는 상황이다.
그리하여 평소처럼 잔업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시각은 밤 11시를 가리키려고 할 즈음.
"배고프네……."
일을 하는 중에는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배가 고픈 것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방금 전에 잠깐 한숨을 돌린 것을 계기로, 내 배꼽시계가 약하게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엔젤24에서 도시락을 산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오늘은 이미 오후 3시 넘어서 라는 미묘한 시간대에 한 번 다녀왔었다.
점심을 먹지 못했고, 식사를 하러 나갈 여유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편의범 도시락으로 때운 것이다.
매번 있는 일이긴 하지만, 점원인 소라를 걱정시키고, 이번엔 저녁을 못먹었다면서 또 그녀가 있는 편의점을 들르는 것은 조금 내키지가 않았다.
다행히도 오늘은 밤을 새는걸 각오한 상태라,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다.
정시까지 끝내려고 하면 초조한 기분도 들겠지만, 해가 뜰 때까지를 각오해두기만 하면 우아한 식사를 할 여유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근처에는 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음식점이 없다.
샬레 식당 또한 영업시간은 끝났을거고, 결국 엔젤24에 갈 수 밖에 없나…….
그렇게 포기하려던 찰나, 문득 식당 불이 켜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시간에 누굴까.
어쩌면, 직원이 마무리 작업이라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밥을 얻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진상 손님 같은 발상을 할 정도로, 피폐와 공복이 사고회로를 좀먹고 있었다.
식당 안을 들여다보니, 금방 알고 있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무언가 점원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루미?"
"응? 아, 선생님! 며칠 만이네."
루미는 나를 보고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커다란 귀가 움찔움찔 움직이고 있다.
"그러면 청구서는 나중에. 잘 부탁해."
"밤 늦게까지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러면 저는 서둘러 밑준비를 하러,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녀와 말하고 있던 직원은 나를 보고서도 고개를 숙인 뒤에, 들뜬 발걸음으로 주방 안쪽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 있었어? 괜찮아?"
"아아 응, 지금 딱 해결한 참이야. 전날부터 밑준비를 해둬야하는 재료가, 도중에 블랙마켓 내의 항쟁에 휘말렸다고 해서."
손에 들고 있는 전표를 몇 장인가 넘기고, 군데군데 메모를 남기면서 루미는 계속 말했다.
"그래서, 갑자기 우리 쪽에 주문이 들어왔거든.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래저래 시간이 걸려버렸네."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이 시간까지."
"뭐, 그만큼 보수에 '추가수당'도 붙여서 더 많이 받았고, 곤경에 빠진 사람도 도울 수 있었으니, 나로서는 올 오케이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그녀의 넓은 아량을 볼 때마다, 언제나 감탄을 하게 된다.
"늦었다고 해서 묻는건데, 선생님은? 설마 아직 일하는 중이라거나?"
"맞아."
"밤을 샌다고 하지는 않겠지?"
"으…………아니, 뭐어……."
애매하게 대답을 하자, 루미는 허리에 손을 대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뭐랄까 이전에도 비슷한 장면을 경험한 적이 있는 느낌이다.
"하아…… 선생님이 바쁜건 알고 있고, 내가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닌 것도 알고 있지만, 무리는 하면 안돼?"
"고마워, 루미."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있으면, 뭐든 말해도 되니까."
"아, 그러면────"
야식을 만들어주지 않을래?
그렇게 입을 통해 튀어나오려고 한 말을 서둘러 되삼켰다.
확실히 그녀라면, 부탁한다면 요리를 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식을 부탁한다는 것은, 밤을 샌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되면, 그녀는 그대로 뭔가 일을 도우려고 배려를 해주겠지. 그건 좋지 않다.
게다가, 밤을 새는 것을 숨기고 "그냥 배가 고프니까."라고 말한다해도 『저녁은 먹은건가?』라는 당연한 의문이 따라나온다.
그녀는 다른 사람보다 더, 식사에 대한 잔소리가 많……중점을 두고 있다.
몇번씩이나 충고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끼를 제대로 챙겨먹지 않는 것을 들킨다면 이제는 아예 샬레에 살림을 차려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벌써 밤도 늦었다. 평소에도 바쁜 그녀한테, 너무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뭔데?"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미 늦었으니까, 조심해서 돌아가. 바래다 줄까?"
"마음은 기쁘지만, 그러면 선생님이 돌아갈 때는 누가 호위하는데?"
"아."
그렇게 되묻는 말을 듣고서 말문이 막힌다. 확실히 귀가길에 누군가에 의해 습격을 받는다하더라도, 보호를 받아야하는 것은 나였다.
"괜찮아, 고마워. 그것보다 말이야."
루미는 손으로 뒷짐을 지며 다가와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듯이 눈을 마주쳤다.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일 없어?"
연한 보라빛 눈에, 모든 것이 비쳐보이는 듯한 감각. 그 표정에서 나를 아끼는 듯한 노파심과, 감싸안아주는 듯한 다정함이 엿보였다.
"전에 말했었지? 낳 배려한다고 섭섭한 말은 하지말고, 좀 더 의지해주면 기쁘다고. 둘이서 있을 때만큼은 말야, 한 명의 '선생님의 학생'으로 여겨줘."
그녀와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진다.
마음은 기쁘다, 그래도.
"루미, 나는────"
꼬르르르르륵…….
방금 전까지 얌전했던 내 배꼽시계가, 마침내 메이저 데뷔를 한 모양이다.
안그래도 고팠던 배가, 식당이라는 라이브 무대를 보고 더이상 참지 못하게 됐다.
멀리서 직원이 바쁘게 재료를 옮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눈 앞의 루미는, 천천히 튀어나오려하는 웃음을 참는데 필사적인 것처럼 보였다.
"……윽……훗……!"
"루미씨."
"후훗, 네~?"
"배가……고픕니다……."
"아하핫, 참 잘했어요!"
그녀는 멋진 미소를 지으며 끄덕이고는 『잠깐만 기다려봐!』하고 가련한 발걸음으로 주방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그녀를 앞으로도 쭉, 당해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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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싶어서 주방 앞을 어슬렁거리고 있자 『얌전히 기다리는게 손님의 일』이라며 쫒겨나버려서,
아무도 없는 테이블 자리에서 조용히 기다리기를 10분 정도.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도 빠르게 요리가 나왔다.
"기다렸지! 내 특제 야식 볶음밥~"
루미가 만들어준 것은, 간단한 볶음밥. 그것도 엄청나게 양이 많은.
넓은 접시 위에 돔 형태로 쌓여있는, 황금빛이 눈에 띄는 밥알. 큼직하게 썰어낸 차슈와, 다채로운 빛깔의 건더기들.
고소한 기름의 향기가 코를 간지럽히고, 위에 구멍이 난 것마냥 식욕을 자극했다. 지금 바로라도 수저로 떠서 퍼먹고 싶어진다.
예술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고슬고슬한 느낌. 그 밥알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황금처럼 여겨졌다.
"자, 많이 먹어!"
"고마워, 잘먹겠습니다……!"
식욕의 보물창고 안으로 수저를 넣어, 흘러넘칠 정도로 퍼올린 볶음밥을 크게 벌린 입 안으로 쑤셔넣었다.
한번 씹은 것 만으로도, 응축된 감칠맛이 혀 위에서 춤을 춘다.
아직 다 삼키지도 못한 사이에, 다음 볶음밥을 입에 넣었다. 두입, 세입하고 손이 멈출 수 없게 된다.
가끔 굴러다니는 차슈가 터지며, 한층 더 진한 존재감이 맛에 변화를 일으켰다.
더더욱 손을 움직이는게 빨라진다. 겸손을 보태서 말하더라도 너무 맛있었다.
막히기 시작한 목을 개통시키기 위해서, 물방울이 맺힌 컵을 집어들고 차가운 물을 들이켰다.
열을 품은 몸 안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만 같았다. 단순한 물조차도, 고급스런 요리 중 하나로 생각될 정도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커다란 접시 위에 있던 볶음밥을 전부 다 먹은 상태였다. 그 맛이 그리워져서, 남아있는 밥알을 긁어모은다.
다 먹을 수 있을지 걱정했던게 먼 과거에 있었던 일 같았다.
(다 먹어 버렸네…….)
지금 다 먹은 참인데도, 벌써 배가 고파오고 있다. 혀가 감칠맛을 원하고 있다.
볶음밥으로 가득찬 수영장이 눈 앞에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기뻐하며 뛰어들었을테지.
"앗."
아쉬워하면서도 수저를 놓지 않는 나를 두고, 루미가 아무런 말없이 접시를 가져가 버렸다.
추가를 부탁하고 싶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야식. 그녀도 그걸 배려해준 것이겠지. 그러면, 나도 억지를 부릴 수는 없다.
잘 먹었습니다 와, 적어도 설거지 정도는 내가 하게 해달라는 뜻을 전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마침 그 순간.
"자, 여기 한 그릇 더 있어!"
테이블에 놓인 것은, 산처럼 쌓여있는 볶음밥.
루미는 방금 전의 접시에 새로운 볶음밥을 담아 가져왔다.
"아하핫, 그렇게 부족하다는 표정을 지으니 어떡해. 원래는 좀 자제할 생각이었는데, 선생님의 그 표정을 보고나니까, 내가 참을 수 없어져버렸네."
"고마워, 루미. 실은 아직 더 먹고 싶어서."
"그래그래. 잔뜩 있으니까,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먹어? 힘이 날거야!"
루미는 내 맞은편 자리에 앉고는, 팔로 턱을 괴면서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으면, 뭐랄까 나까지 기뻐진다.
"…………좋아하는걸."
"엣?"
갑자기 그녀가 중얼거린 말에 놀라, 급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자수정빛 눈동자가 흔들거리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아주 조금이지만 시간이 멈춘, 두 사람만의 공간.
"──선생님이 먹고 있는거 보는거."
"……앗, 그, 그래?"
"후후, 얼굴 새빨개졌네?"
"어."
"거~짓말이야. 선생님은 진짜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루미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녀는 지금이야 여러 직위와 책임을 가지고 있지만, 원래는 순수한 요리사일테지.
그 긍지를 지금, 아주 살짝 들여다본 기분이다.
그 미소에는 짐작가는 것이 있었다.
내가 학생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었을 때, 분명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요리하고는 다르게 자기만족일지도 모르고, 내 고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하더라도 『고맙다』고 감사를 받은 날에는, 어딘가 구원을 받은 듯한 충족감을 느꼈다.
자신이 일으킨 행동 끝에, 분명 학생들의 웃는 얼굴이 있을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그것은, 요리에도 비슷한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정말로 맛있어. 고마워."
마음을 전하는 것 뿐이다.
"다행이야! 이번엔 지금까지보다도 맛있게
"으~음, 난 요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정말 모르겠어?"
"숨겨둔 조미료라던가?"
"뭐~ 어떤 의미로는 맞아."
"시간대에 어떤 의미가."
"그건 조금 다를, 지도?"
"으~음 그러면……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보며, 작게 키득거리며 웃는 루미. 어느 틈엔가 눈 앞의 볶음밥은 다 먹어버려서 사라져 있었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루미는 뭐가 다른건지 알고 있어?"
"별 말씀을. 응, 알고 있어."
"뭘 바꾼거야?"
"바뀐건 없어."
"어?"
바뀐건 없다. 그렇게 반복한 루미의 표정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째선지 그 얼굴이, 얼마동안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냥, 자각한 것뿐이야."
"뭐를?"
"……미안해, 이 이상은 비밀!"
"에엣."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그건 아니지. 요리의 비밀을 아는 것도, 맛을 음미하는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다.
그런 항의도 닿지 않는지, 루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식기를 정리해버렸다.
뒷정리까지 시킬 수는 없기에, 다급하게 예쁜 적갈색 뒤를 쫒는다. 부풀어버린 위가 기쁜 비명을 내질렀다.
식사는 그저 먹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야. 그런 그녀의 말을 떠올린다.
나는 완전히 포로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것이 그녀의 요리에 인건지, 그게 아니면 그녀 자신에게 인건지. 식욕이 충족된 머리로 그 답을 생각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비밀로 하고 있던 요리 맛의 비결.
그것을 깨닫는 것은, 조금 시간이 지난 훗날의 일이다.
☆☆☆☆☆☆☆☆☆☆☆☆☆☆☆☆☆☆☆☆
평생을 살아가면서, 식사를 하는 횟수에는 상한이 있다.
아무리 하루에 몇끼나 먹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위장과 수명이라는 한계를 넘어 계속 먹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앞으로 몇 번, 식사를 하게 될까.
이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일을 뒤로 미루기 일쑤라서, 밤에 말고는 먹지 않을 때도 많다고 한다.
적당히 때운거나, 어쩌면 다른 학생이 만든 요리 같은걸 먹을 때도 있겠지.
그게 안좋다고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권장하고 싶을 정도다. 저 사람이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래서는, 내 요리를 먹어주는건, 앞으로 몇 번?
그렇게 생각하니, 불안해져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진다.
맛있는 요리를 먹어주길 바란다.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요리를 먹어주길 바란다.
배와 건강을 충족시키는 요리를 먹어주길 바란다.
내 자신작을 먹어주길 바란다.
내 시험작도 먹어주길 바란다.
남김없이, 전부.
나의 전부를.
현무상회 대표로서의 책무에 쫒기던 나날로 인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한 명의 요리사로서의 행복.
그냥, 맛있다며 기뻐해주는게 행복하다.
그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겠지.
…………소중한 사람?
"그렇구나, 나……."
"응?"
"으~응,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모두의 요리사이자, 주방장이며, 상회의 회장이지만, 가끔씩……단 한 사람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되고 싶다, 그리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 흐릿한 바램이, 처음으로 선명한 조각으로써 자리에 들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요리를 만드는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건, 요리를 먹을 사람을 생각하는 것.
물론 재료라거나, 조리법이라거나, 맛이나 세팅, 생각할 것은 잔뜩 있다.
그래도, 그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 이것이 최고의 조미료가 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특별한 무언가가 되고 싶은, 단 한 사람을 발견한 것이다.
"진짜 맛있네~ 매일 먹고 싶을 정도야."
"선생님, 그런 소리는 아무한테나 하면 안되니까?"
"아무한테나 다 하는 말이…… 그정도로 맛있다는 거지."
눈 앞에서 맛있다는 듯이 내 요리를 먹는 선생님의 모습에, 마음이 간질거린다.
『매일 먹고 싶을 정도』
지금은, 그 말만으로도 충분하다.
언젠가 『매일 먹게 해줘』라고, 그런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도록 만들거니까.
평생을 살아가면서, 식사를 하는 횟수에는 상한이 있다.
아무리 하루에 몇끼나 먹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위장과 수명이라는 한계를 넘어 계속 먹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앞으로 몇 번, 식사를 하게 될까.
"안녕, 선생님."
"루미, 안녕. 오늘은 당번 잘부탁해."
"뭐부터 시작할까. 맞다, 아침은 제대로 챙겨먹었어? 배 안고파?"
앞으로 몇 번, 내 요리를 먹어주는 걸까.
그리고 몇 번째에, 내가 감춰둔 조미료를 눈치채줄까.
"뭐~라도 만들어줄까, 선생님?"
누가 말하길, 우선은 입맛부터 사로잡으라고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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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 나도 루미볶음밥 먹고싶어...
루미의땀으로간을한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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