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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츠카츠키 리오는 메이드가 된다...히마리도? (리오+히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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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uru Maru

츠카츠키 리오는 메이드가 된다...히마리도?

29,312자

츠카츠키 리오 시리즈는 「최종장 완결」 이후를 다루고 있습니다.

순서대로 안 봐도 되지만 가급적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뭔가를 단단히 잘못 먹었다.

아마도 독버섯.

으슬으슬 몸살 기운이 돌고 때때로 어지럽다.

보자. 필름이 끊겨 있는데,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종달새가 시끄럽게 조잘대는 소리에 힘겹게 눈을 뜬 그는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짚고 기억의 강을 거스르는 나룻배에 올랐다.

적당히 노를 저으니 히요리가 나온다.

“헤헤…. 선생님. 이런 데서 만나다니 기구한 우연이네요.”

“히요리!”

노을 지는 시간이 머지않은 나른하고 한적한 오후의 한때.

트리니티에서 스케줄을 마치고 샬레로 복귀하던 그는 도회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슬럼가 야산 변두리에서 그녀를 만났다.

생기를 잃은 앙상한 나무들 아래에 무릎을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캐고 있길래, 호기심이 동한 동시에 반가워서 말을 붙였다.

“기구하다니?”

히요리가 어깨에 멘 자그만 밀짚 바구니에는 다양한 버섯들이 산적해 있다.

“어라…? 선생님도 식비가 다 떨어져서 버섯으로 유명한 이곳에 오신 게 아니었나요?”

“응? 나는 그냥 업무차 나왔다가 샬레로 돌아가는 길인데?”

퉁명스럽게 이야기하자 올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에 금세 그늘이 드리운다.

“여, 역시 그렇겠죠…. 이렇게 손에 축축한 흙을 묻혀 가면서 이 시간까지 끼니도 못 때우고 종일 호미질을 하고 있는 건 저뿐이겠죠….”

가뜩이나 빛이 흐릿한 눈동자가 바들바들 떨리면서 시선을 피했다.

“으어오오! 아닌데!? 실은 나도 버섯 캐러 온 거 맞아! 사실대로 말하면 좋은 버섯을 히요리한테 뺏길까 봐 몰래 캐려고 했던 거야!”

그는 바빴던 일정 때문에 지쳐 있긴 했지만, 있는 기운 없는 기운을 모두 짜내서 호들갑을 떨었다.

“선생님….”

동병상련의 처지를 나누고 처연하게 다시 눈을 맞추어 온다.

조금은 기운을 차린 걸까?

하지만 히요리가 바보도 아니고.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이 한쪽 입꼬리를 맥없이 히죽거린다.

“에, 에헤헤…. 선생님…. 정말로 거짓말이 서투시네요…. 저도 모르게 잠깐 기대하고 말았지만,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처량하게 위로를 받아 버리다니….”

하수의 실책이었다.

아까까지 나기사에게 식사를 대접받아 호화롭게 위를 기름칠하고 산뜻한 애프터눈 티까지 홀짝이고 온 사람이 위로하는 척을 한다고 퍽이나 잘 되겠다.

가증스러운 위선자라고 질타받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기로 했다.

“괴롭네요…. 괴롭지만 괜찮아요…. 버섯…, 맛있으니까요.”

“미안해, 히요리…. 세심하지 못했어.”

“그럼…. 이 영차….”

착잡한 마음에 사과했더니 히요리가 풍성한 민트색의 사이드 테일로 그의 옷깃을 간지럽히며 일어났다.

“저랑 같이 저녁 먹어 주세요….”

“정말? 그래도 돼?”

“헤헤…. 오늘은 열심히 해서 수확량이 꽤 많거든요. 조금 먹는다고 문제 되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아, 그럼 나도 도울게. 내 몫까지 더 따면 되는 거잖아?”

오케이.

여기까진 기억이 선명하다.

히요리가 바구니를 펼쳐 보이며 수북하게 쌓인 버섯들을 자랑하는 게 어딘가 애달프기도 했지만, 헤실헤실 웃으며 올려다보는 모습이 귀여워 무심코 쓰다듬어 주었다.

문제는 이다음 챕터였다.

“겨울에도 버섯이 이렇게 많구나.”

“이번 달은 꽤 따뜻해서….”

“하긴, 겨울이라고 항상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건 아니니까. 버섯도 계절을 헷갈릴 법하지.”

“이럴 때 자라는 버섯들은 한동안 싱싱해서 오래 먹을 수 있어요. 가끔 제 인생처럼 딱딱하게 말라비틀어져 있는 것도 있지만요….”

“괜찮아.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제든 물에 불려서 탱글탱글하게 해줄 테니까. 오. 이것도 먹을 수 있을까?”

그가 눈이 쌓인 것처럼 새하얀 버섯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저도 처음 보는 종이에요. 처음 보는 건 먹지 말라고 늘 리더가 말했었어요. 헤헤…. 그런데 용케 발견하셨네요…. 나름 공주님한테 버섯 감별사라고 듣기도 했는데….”

“얼핏 봐선 모양이 느타리랑 닮았는데…. 뭐,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수상쩍지도 않고.”

그러고는 안일하게 히요리와 함께 한적한 공터에서 그 버섯을 구워 먹은 것이다.

그길로 서서히 짙은 안개가 낀다.

먹고 나서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나, 갑작스레 속이 메스껍고 어질어질 눈앞이 흐릿해지더니 술에 취한 사람처럼 맹해졌다.

“우, 우왓!? 서, 선생님!? 어째서 가, 갑자기 뺨을…”

“히요리…. 오늘따라 유난히 귀엽네….”

“네!?”

대체 왜 그랬을까, 평소라면 필터를 한 차례 걸쳐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나 행동을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질렀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선을 넘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려나.

거기서 잠깐 기억이 완전히 암전됐지만, 지금까지도 청천벽력의 중대사를 들은 것처럼 순도 100%로 기겁하는 히요리의 표정만큼은 생생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입과 팔을 구속당한 채 샬레의 소파에 누워 있었다. 정확히는 그때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유체 이탈한 상태처럼 사고가 혼미했는데, 떠들썩한 집무실에서 유우카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선생님 상태는 파괴력이 너무 강해서 절대 풀어주면 안 돼요. 혼자 욕심부리다 저희 다 죽어요.”

그는 처음 그 얘기를 듣고 자기가 좀비라도 된 양 착각해 불판 위의 새우처럼 오두발광 생쇼를 펼치기도 했다.

천하의 유우카가 그토록 비장하게 말하고 각 학원에서 선생님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단걸음에 달려온 학생들이 바짝 긴장한 듯 침을 꼴깍 삼키는데 당연히 놀랄 만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이 묘하게 이상한 게 아닌가.

“건강에는 이상이 없고 며칠 뒤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하시니 잠시 자택에서 근신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상이 없다고? 풀어주면 다 죽을 것처럼 이야기해놓고? 누가 봐도 정체불명의 버섯 하나 잘못 먹고 전대미문의 아웃브레이크가 발생한 소설의 도입부인데?

그리고 그 말을 비상 대책 회의로 숨 돌릴 틈도 없다던 히나도, 냉장고 정리하는 날이라 제 밥도 못 해 먹었다던 후우카도, 거액의 아르바이트가 잡혔다던 호시노도, 정의실현부가 학원의 동아리를 감사하는 날이라 일손이 부족하다던 세리나도.

그밖에 정말 다급하게 달려온,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다수의 학생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닌가.

혼자 영문을 모르고 바들바들 노심초사하고 있던 그가 속박에서 풀려난 것은 미카에게 공주님 안기로 들쳐 안겨 자택으로 옮겨진 뒤였다.

그때 또다시 한번 기억이 암전되는데, 어렴풋이 그가 기억하는 것은 인사를 하고 떠나는 미카에게 뭔가를 말했더니 그녀가 까르르거리며 수줍음을 참지 못해 현관 내벽에 와그작 주먹 자국을 남긴 것이다.

대체 무슨 말을 했던 것인지 눈이 돌아간 미카가 도로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을 세이아와 나기사가 간신히 말려 질질 끄집고 나갔다.

그리고 현재에 이른다.

현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연단방의 사야에게 모모톡으로 들었다.

이하가 전문이다.

>선생이 먹은 버섯은 산해경에서도 보기 드문 희귀한 버섯인 것이다!

>먹어도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중요한 건 독보적으로 특수한 효과라고 할 수 있지.

>단적으로 말해 자제력이 약해져 욕구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다!

>우린 ‘솔직해지는 약’이라고 해서 특제 자백제의 재료로 쓰고 있는데, 으음…. 어쩌다 그런 변방 야산까지 포자가 퍼지게 되었는지는 나님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약간의 최음 효과도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은 것이다.

>효과는 사흘에서 나흘 정도면 완전히 사라지니까.

“대체 뭐 그런 버섯이 다 있냐고….”

근신 사흘 차인 지금은 그래도 파란만장했던 첫날에 비해 많이 가라앉았다. 적어도 아무도 없다고 방에서 천박한 말을 외치는 일은 없었다.

혼자 있어서 그런진 몰라도 당장은 으슬으슬 몸살 기운이 도는 게 더 불편했다. 어지러운 것도 조금 남아있고.

밤낮 할 거 없이 침대에만 누워 있었더니 스마트폰에 잔뜩 쌓여 버린 모모톡을 이제야 하나씩 확인했다.

된통 걱정시킨 대가로 학생들에게 찾아가 사과를 했다간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것처럼 많은 양이었다.

>선생, 괜찮아?

>독버섯을 먹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지만,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해 줘.

>ㄷ

개중에는 리오의 연락도 있었다.

첫날 이후로는 이렇다 할 얘기가 없다.

조금 서운한데. 독버섯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그럼 감정이 손톱처럼 스멀스멀 올라오다 금세 가라앉았다.

“디귿?”

그런 와중에 바로 어제 자정에 보낸 디귿 하나가 눈에 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아.”

알 것 같다. 어지러움 때문에 눈치채는 데에 약간의 버퍼링이 걸리긴 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리오니까.

답장이 늦어서 미안해, 리오.<

계속 폰을 못 보고 있다가 이제 봤어.<

>그럴 줄 알았어.

지금은 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역시나 칼같이 답장이 온다.

그녀는 내심 마음이 여리고 한번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을 쉽게 떨쳐 내지 못한다.

몸 상태가 위독한 건 아니고, 가벼운 감기 수준. 그렇다고 해도 아픈 사람에게 호들갑스럽게 집착해 심려를 끼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니 첫날 이후로 제 일에 집중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뜻처럼 그러지 못하고 몇 번이나 모모톡을 쓰고 지우며 추가로 연락하는 것을 망설인다.

결국 실수로 전송 버튼을 눌러 꼬투리를 남겨 버렸다.

‘이런 느낌이겠지?’

그는 상상하지 않아도 그런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해 실없이 웃었다.

관계를 차마 매듭을 짓지는 못했어도 이미 그녀와 돈독한 사이를 빨간 자수로 엮어 가고 있는 그가 눈치채지 못할 리 만무했다.

다음으로 또 눈에 밟힌 것은 히마리의 모모톡이었다.

>선생님?

>정말 괜찮으신지요?

>유우카에게 듣긴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제 눈으로 뵙지 못해 불안하네요.

>증세는 몸살감기와 비슷하다고 하니 혹시라도 약은 꼭 챙겨 드셔 주세요.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만….

>선생님? 일어나셨나요?

>아플 땐 물을 많이 마시셔야 한답니다. 아, 미지근한 걸로요.

>열이 나신다고 이불을 들고차거나 하셔도 안 돼요.

>정말 죄 많은 분이시네요….

>저 같은 천재 미소녀를 이토록이나 걱정시키다니….

“히마리….”

테트리스의 블록처럼 빼곡히 쌓여 있는 모모톡이 인상적이다. 샬레에서 못 봤다 싶었더니 진심으로 걱정해 준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고맙기도 하고 그녀를 일컫는 수많은 가녀림의 수식언들처럼 애달프게 보이기도 하는 한편.

“친가의 할머니 같아.”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으리라.

정~말! 미안해, 히마리.<

이제 봤어.<

난 정말 괜찮으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머리 위로 합장하며 사과하는 핑키파카 이모티콘)<

>일어나셨군요, 선생님.

>네, 알고 있었답니다.

>저답지 않게 호들갑을 떨어 버리고 말았지만 이젠 괜찮으니까요.

>(기세등등하게 콧김을 내뿜는 히마리 이모티콘)

“어?”

이쪽도 칼답장이 왔다.

“…이상한데.”

별안간 그런 의구심이 모락모락 아지랑이 피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괜찮다니, 뭐가 괜찮다는 걸까.

리오와 히마리,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의 컴컴한 속마음 미궁.

변변찮은 눈칫밥도 없는 그가 이 모모톡을 문제로 인식하고 적으로서 인카운트 하는 데에 완벽하게 일조한 것은 이 앞에 이어지는 리오의 답장이었다.

>이미 늦었으니까.

뭘!?<

“…뭘!?”

화들짝 놀라 답장하는 동시에 입에서도 큰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초인종이 울린다.

불길하다.

불길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의 본능이 말하고 있다.

저 문을 열면 무언가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이어서 초인종이 한 번 더 울린다.

망설임 없는 템포, 결연한 호출, 이는 명백히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의 기백이다.

“이걸 어쩐다….”

물러설 곳은 기껏해야 발코니 정도.

도망칠 수 없다.

그러니 어쩌긴 뭘 어쩌겠는가.

“크윽….”

그는 금세 단념하고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현관으로 향했다.

“역시….”

불길한 예상은 적중했다.

서서히 열리는 철문의 틈새로 서늘한 바람과 함께 폭풍처럼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니나 다를까 리오와 히마리였다.

“후후. 안녕하세요, 선생님.”

“잠, 리오? 히마리? 두 사람 다 무슨….”

그래, 거기까지는 어렴풋이 예상한 바였고 지금 그가 헉 소리를 지르며 노골적으로 뒷걸음을 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어머. 그게 무슨 반응이신가요, 선생님. 솔직하게 칭찬해 주셔도 괜찮답니다?”

“….”

자, 오늘날이 몇 년도더라? 땅에는 지하철도가 쌩쌩 다니고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아다니며 길가에는 경비 로봇들이, 도롯가에는 첨단 드론들이 쏘다닌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건 뭐지?

투박한 꽃 자수가 아름답고 리오의 흑요석 같은 머리칼만큼이나 새까만 원색의 원피스.

설산에 핀 눈 꽃과도 같은 히마리의 머리칼처럼 새하얀 에이프런과 헤드 드레스는 불어오는 바람에 일렁일렁 청초하게 춤을 춘다.

태가 완벽한 두 명의 메이드이지 않은가.

사실 CnC를 생각하면 그리 낯선 광경도 아니지만, 잊기로 하자. 그만큼 그의 머릿속이 주접스러운 감탄으로 가득 차 있다는 이야기니까.

“설령 몸이 아프더라도 당신이라면 무리하게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게 뻔하니까. 그래서…, 도와주러 왔어.”

자신감이 넘치는 히마리와 상반되는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길을 잃고 헤맨다.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한다 생각해 눈치를 보는 것이다.

“와…, 가ㅅ…. 흡!”

그는 그런 그녀를 직시하자마자 극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내가 미쳤나?’

어이가 없었다. 번듯한 입으로 대뜸 무슨 괴언을 그녀에게 다이렉트로 슈팅하려 했단 말인가. 제때 거두지 못해 얼굴에 맞았으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속으로 있는 힘껏 자신을 질책했다.

혼자 지내느라 미처 몰랐을 뿐, 이게 바로 자기가 먹은 독버섯의 진정한 고역이라는 것을 통감했다. 재빠른 일 처리로 프라이드를 지켜준 유우카에게 감사를.

‘위험해….’

그건 그렇고, 클래식하게 꽉 여민 의상에도 이토록 압도적인 존재감이라니. 가히 핵무기에 준하는 파괴력이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긴장을 금하지 못한다. 그녀에게 눈을 맞추는 매 순간순간이 선생 되는 자의 혹독한 시련 길에 오르는 고행이다.

한때는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주말마다 절이라도 들어가서 무아의 경지를 단련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까지 했을 정도였다.

“가…?”

코미디 콩트 같은 액션에 리오는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 도리어 히마리가 무언가를 눈치채려는 듯 의미심장하게 미간을 꿈틀거렸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추운데 얼른 들어와 둘 다.”

히마리의 휠체어가 현관 문턱을 넘는 것을 살짝 도와주고 거실로 돌아와 한숨 돌리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대충 물음표 백 개쯤.

그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초석으로 최대한 대수롭지 않게 말문을 틔었다.

“히마리, 그거 평소에 쓰던 거랑 조금 다르네?”

“휠체어 말씀이신가요? 크기가 간소화된 만큼 기능도 조금 제한됩니다만…, 일반적인 가정집에서는 이편이 더 적합하니까요. 어떤가요? 이 앙증맞은 모습 또한 저를 닮아 귀여워 보이지 않나요?”

그녀가 패널을 조작해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며 자태를 뽐냈다.

과연, 귀엽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떨떠름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머, 무심하셔라. 희귀한 증세라고 들어 꽤 걱정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평소의 선생님이라 안심이네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 으…. 하루 이틀째에는 몸살 기운이 심해서 좀 고생하긴 했는데 지금은 꽤 호전돼서 이렇게 환영할 기운은 있는 거 같아.”

“후후. 몸이 아프신 선생님의 수발을 들기 위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저. 밀레니엄의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가 달려왔답니다. 감미로운 칭찬이라든지. 좀 더 이렇게, 짝짝짝…, 하는 환영의 박수라든지. 애정 어린 쓰다듬 같은 것은 없나요?”

히마리가 제 가슴에 손을 얹고 의기양양하게 싱긋 웃었다.

보아라, 저 모습. 두 눈을 고이 감고 힐끔힐끔 그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완전무결의 유아독존을 연상케 하지 않는가? 평소에는 이쯤에서 예예, 하고 어영부영 상황을 넘겼다.

하지만 그는 저 사랑스럽기도 하며, 괜스레 밉살스럽기도 한 히마리의 완고한 표정을 무너뜨리고 싶다는 충동에 종종 사로잡히곤 했다.

솔직히 말해 얼마든지 정직하게 그녀의 바람에 편승해 줄 수도 있다. 그녀가 자기를 수식하는 말들에 이견이 없기도 했고.

하지만 입장이 입장이니까.

애지중지 가슴 속에 꿍쳐 놓은 달콤한 사탕들을 섣불리 저 창백한 피부에도 두드러지게 잘 익은 앵두 입술 사이에 밀어 넣어 줄 순 없는 것이다.

“히마리….”

―여기까지가 그가 여태껏 고수해 온 자세였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연례행사나 다름없는 히마리의 자화찬 시간을 애증의 눈으로 지켜보던 리오가 그에게서 분명한 이변을 느꼈다.

“선생, 잠깐 쉬는 게 좋겠어. 눈이 풀렸어.”

그가 소파에서 일어나 히마리에게 한발짝 다가가자, 리오의 곱게 땋아 묶은 머리칼이 불안을 느끼고 찰랑 동요했다.

커다랗고 상냥한 손이 조심스럽게 뻗어나간다.

그가 세운 보이지 않는 벽 너머로.

좀전의 행동으로 흐트러진 히마리의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이 그의 손짓을 따라 허공을 수놓는다. 그는 혹여 앞머리가 눈을 찌르진 않을까, 신경 써서 옆으로 쓸어 넘겨 주었다.

“에?”

눈앞에 일어난 상황을 온전히 읽어 들이지 못한 히마리는 고장이 난 컴퓨터처럼 완전히 정지해 버렸고 얼빠진 소리만이 체면을 잊고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고마워, 히마리. 바쁠 텐데 이렇게 시간 내서 찾아와 줘서. 오전부터 흐린 유리창 밖만 보고 있느라 마음이 정말 허했지만….”

“히엣!? 서…, 선생님…?”

찬바람을 맞은 탓에 더욱이 얼음장 같아진 그녀의 뺨을 다정하게 어루만진다. 손바닥의 열기가 조금씩 그녀를 녹이고 감각을 되찾은 히마리가 깜짝 놀라 목을 움츠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도망친 턱을 부드럽게 당기자 그녀는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거북이처럼 서서히 목을 내놓는다.

뜨겁고 촉촉한 숨결이 뺨을 간지럽히는 맞닿은 듯, 맞닿지 않은 거리.

그의 최면 마법과도 같은 그윽한 눈빛과 자기도 모르게 배덕한 기대를 품고 올려다보는 순한 양의 눈동자가 수면 위에 서로를 투영시킨다.

이 찰나의 순간, 히마리의 세상에는 오직 그로 가득 차 있다.

“아….”

아련한 탄식이 완전히 포로가 되어 버린 그녀의 마음을 대변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널 보니 그 여백도 다채롭게 칠해져 명화가 되는구나. 히마리의 색이 이렇게 눈부셔서야 어떤 미술관에서도 이 마음을 품지 못할 거야.”

“흐에?”

마침내 뇌가 재기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상.

비상이었다.

지진이 났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지진이. 히마리의 동공에. 아니, 어쩌면 전신에.

“으아아아….”

더불어 지금 그녀의 얼굴은 얼음이 녹아내려 폭발하기 일촉즉발의 화산을 드러냈다. 살면서 이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발산해 본 적이 있던가.

자칫 이 아파트라는 작은 나라에 국가 재난 선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치닫자 구원의 찬물을 끼얹은 것은 리오였다.

“…그만.”

그녀가 보다 못해 두 사람의 좁아진 틈새에 끼어들어 사이를 갈라놓았다. 선생한테는 특별히 더 힘을 실어 가슴팍을 매정하게 밀쳤다.

버티지 못하고 소파에 철퍼덕 주저앉은 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부산스럽게 눈알을 굴렸다.

“헉.”

정말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히마리는 아직도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해롱해롱거리고 있었다.

만행도 이런 만행이 따로 없다.

제 학생한테 뭐가 어쩌고 저째?

얼굴이 화끈거려 쉽사리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미안, 히마리. 이, 이, 이건 그러려던 게…, 어?”

말까지 더듬어 가며 어벙하게 죄를 변호하려 하는 그의 옷깃을 리오가 성큼성큼 다가와 낚아챘다.

“리…, 읍!?”

그러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잡아당겨 함부로 다른 여자의 칭찬을 나불거린 헤픈 두 입술을 그녀의 앙칼진 질투로 부드럽게 겹쳐 처단했다.

달콤한 향이 코끝을 찌르는 동시에 지그시 눈을 감은 그녀의 기다란 속눈썹이 가냘프게 경련하는 게 보였다.

평소의 리오라면 원하는 게 있어도 은근하게 유도하면 유도했지, 결코 이리 적극적으로 나오는 일은 없다. 아무래도 상상 이상으로 그녀의 신경을 긁어 놓은 모양이었다.

“잠, 잠깐만요. 리, 리오!? 갑자기 선생님께 무슨 짓인가요!”

이번에는 히마리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의 입안에는 여느 때보다도 진한 타액이 입안에 섞여 들어와 감미로운 뒷맛을 남겼다.

“하아…. 하아…. 리오, 갑자기 이게 무슨….”

“…그런 말, 나도 들어 본 적 없는데….”

리오의 당돌하던 눈꼬리가 완전히 시무룩해져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세 사람 모두 조금이나마 머리를 식힌 뒤에야, 간신히 사태의 전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솔직해지는 독버섯이라니. 뭔가요, 그 형편 좋은 효과는…. 정말이지, 정말이지…. 방 안이 조금만 더 더웠다면 제 심장이 터져 버릴 지경이었답니다.”

히마리가 팔짱을 끼고 볼멘소리로 씩씩댔다. 사고였다고는 하나, 얼빠진 모습을 보이고 만 것을 분하게 여기는 듯했다.

“산해경에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생물이 많다고 알고 있어. 하지만 비단 산해경 뿐만 아니야. 정체도 모르는 날것을 속 편하게 주워 먹는 건 그만둬.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만, 다음은 없을 수도 있으니까.”

“지당하십니다….”

리오에게는 단단히 혼이 났다.

그도 그럴 게, 건강 챙기는 것도 바쁜 세상에 버섯 하나 잘 못 주워 먹고 일이 이 지경이라니. 그녀의 말마따나 참으로 합리적이지 못한 결과였다.

“히요리의 경고를 들을 걸 그랬어…. 설마 진짜 독버섯일 줄은….”

“지금은 선생님 쪽이 더 독버섯 같은걸요. 그런…, 그런…. 읏….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말씀을 하시다니….”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요동치는 두근거림이 괴로웠는지 ‘이 정도면 치사량이네요….’ 하고 말끝을 흐린다. 고개를 숙인 그녀가 슬라임처럼 녹아내렸다.

“정말 미안….”

“후, 후훗…. 그건 그렇고 깜짝 놀랐답니다. 평소에는 잘 대꾸도 해주지 않으셨는데, 정작 속으로는 저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다니. 역시라고나 할지. 솔직해지는 것이 증세라 했으니…, 거짓은 아니겠지요?”

“그…, 그건! 악!”

“움직이면 안 돼.”

속마음을 제 입으로 일러바친 수치를 견디지 못하고 뒤척이다 리오가 쥐고 있는 귀이개에 귀 안을 찔렸다.

“미안…. 가만있을게.”

그녀의 상냥한 손길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금 그는 그녀의 허벅다리 위에 누워 있다.

기분 좋은 에이프런의 부드럽고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귀이개의 끝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지저분한 것들을 긁어냈다.

“흠흠…. 아무튼.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선생님. 그 여자의 솜씨가 그렇게 마음에 드셨나요?”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민망한데….”

그는 이 묘하게 부끄러운 상황이 낯간지러워 손발을 꼼지락거렸다. 몇 살이나 더 어린 제자의 품에 딱딱한 머리를 맡기고 또 다른 제자는 그 모습을 대단한 관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지켜보고 있다.

어느 의미 고문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무척 아쉬우시겠네요. 제가 가위바위보를 이겼다면 그런 소심한 여자가 아니라 병약미가 매력적인 밀레니엄 최고의 미소녀 메이드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으셨을 텐데.”

“대체 메이드랑 귀 청소랑은 무슨 상관인 거야….”

“후훗. 특별한 이유나 뜻은 없답니다. 어째서인지 메이드에 대해 검색했더니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가 생겼을 뿐. 비록 그 호기심을 제 손으로 해결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요.”

“메이드 카페 글이라도 본 거냐고….”

“싫어?”

리오가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아, 아니. 절대 싫은 건 아니고, 오히려 너무 좋아서 문제라고 할지….”

“그래.”

혹시라도 아까의 일로 기분이 상하진 않았는지 기색을 살피고 싶어 눈알을 굴려 흘겨보았지만 거대한 산봉우리 두 개가 그를 가로막았다.

‘얼굴이 안 보여. 그리고 정신 건강에 너무 해로운데, 이거….’

절대 맨정신으로 쳐다봐선 안 될 광경이다.

그는 급하게 눈을 돌렸다.

“그런데 이 상황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희 둘이 같이 찾아오다니. 도무지 상상이 안 가네. 심지어 메이드복까지 똑같이 입고 말이야.”

과연 합당한 의문이었다.

아마 두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이 이 상황을 보게 된다면 누가 되었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까? 그만큼 이질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쪽은 끝났어. 고개 돌려.”

“어? 아…, 응.”

‘잠깐, 이거….’

자, 생각해 보라. 누군가가 대신해서 귀를 청소해 준다고 치고 바깥쪽으로 누워있던 이가 고개만 돌리면 얼굴이 어디로 향하겠는가.

그 사실을 깨달은 그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예 누워있는 위치를 바꾸고자 했다.

“아, 내, 내가 옆으로 옮길게.”

“굳이 이동할 필요 없어. 이편이 합리적이니까.”

“예?”

‘내가 안 괜찮다고!’

하지만 리오가 가만두지 않았다. 도망치려는 그의 머리를 품에 꼭 끌어안아 붙들고, 그의 고개가 자신의 배를 향하도록 강제했다.

좋은. 무척이나 좋은 향기가 난다. 고급 디퓨저에서 풍기는 포근하고 안락한 라벤더의 꽃내음처럼 심신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앗, 하고 재미를 잃어버린 히마리의 앙증맞은 탄식이 들려왔다.

“우연이야.”

“우연?”

“읏….”

“아, 미안.”

부주의했다. 리오의 아랫배에 얼굴을 묻고 목소리를 낸 탓에 진동이 그대로 전해진 모양인지 그녀가 작게 신음했다.

“…우연히 기회가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을 뿐, 별다른 뜻은 없어. 히마리와는 그 과정에 마주친 거고.”

“리오? 그 표현은 다소 어폐가 있지 않나요? 누구보다 합리와 이성을 우선시하는 당신이 잘도 뻔뻔하게 우연이란 말을 하네요.”

힐끗, 리오가 그의 눈치를 살폈다.

“…우연이야.”

“뭐, 좋아요. 그런 걸로 해두지요. 저는 선생님께서 일이 그렇게 되었다고 전해 듣고 그…, 간호라도 해드릴까 싶어서…. 읏…. 막상 제 입으로 말하려고 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뭔가, 좀…. 부끄럽다고 할지…. 네…, 그러네요.”

히마리가 쭈뼛거리며 말을 이었다.

“상태가 심각한 건 아니라고 하시기에…. 모처럼이니까? 신선한 모습으로? 선생님을 놀라게 해 드릴 생각을 하고 토키에게 메이드복을 빌리기 위해 씨엔씨의 부실로 갔습니다만….”

“히마리, 그만. 구태여 전부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

“흥이네요. 당신이 저와 같은 결론을 냈다는 점이 괘씸해서 끝까지 이야기해야겠어요.”

리오의 손이 멈칫했다.

지난번의 크리스마스 때도 그러했고 이번에는 또 어떤 연유로 이런 수를 준비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귓바퀴를 쫑긋거리며 히마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마침 부실이 비어 있어 오후에 재차 찾아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네. 그렇네요. ‘우연히’ 메이드복을 훔쳐서 달아나는 드론 한 대와 마주쳤답니다.”

“우연히…?”

“네. 그런데, 어라? ‘우연히’ 그때 본 메이드복을 지금 저 여자가 입고 있네요.”

“…훔치진 않았어. 사정은 제대로 남겨두었으니까.”

“급히 사용할 곳이 있어 빌립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 제자리에 돌려놓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어디 무슨 괴도인가요? 범인의 정체를 감추고 토키에게 설명하느라 나름대로 골치 아팠던 제 입장도 생각해 보세요.”

“…알고 있다면 어째서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은 거야? 너의 말대로 너는 수고를 감수해서 나를 변호할 필요는 없었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세미나에 수상한 드론 하나가 교내를 배회하고 있다는 정보만 전달했어도 충분했을 테니까.”

신이 나서 투덜거리며 손사래를 치던 히마리에게 버퍼링이 걸렸다. 정곡을 찔린 모양이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하는 몸짓을 하더니 이내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그건…. 처음엔 당장 세미나에 일러바칠까 싶기도 했지만…. 따, 딱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랍니다? 그래요, 우연. 이것도 우연이니까요! 우연히 그런 기분이었을 뿐이에요.”

“…고마워.”

“됐어요. 이미 토키도 짚이는 구석이 있어 보이는 느낌이었구요. 그 뒤에는 한쪽이 무르기도 애매한지라…, 제가 쫓아가서 한 소리 하는 대신 지금에 이른 거랍니다.”

“덕분에 유우카의 눈을 피해서 올 수 있었어. 그 아이, 선생을 목적으로 이 건물에 접근하는 학생이 없는지 신경을 곤두세워서 감시하고 있었거든.”

“됐다니까요.”

‘하하…. 몰래 왔다는 얘길 너무 당당하게 하는 거 아니야? 하여간. 아닌 것 같아도 은근히 죽이 잘 맞단 말이야.’

뭐, 대부분은 히마리가 투덜거리면서도 그녀를 이해하고 맞추어 주는 것에 기인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장족의 발전이지 않은가.

그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토록 유순해지다니.

“끝났어.”

“어, 응. 고마워. 엄청 시원해졌어.”

“그래.”

조금 나른해진 몸을 일으키니 리오가 티가 나는 둥 마는 둥 해도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히마리를 바라보고 있었고, 히마리도 못마땅한 척하고 있지만 흘깃흘깃 그녀를 신경 쓰고 있었다.

머지않아 리오가 밀레니엄에 복귀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어 보는 것도 괜찮겠지.

두 사람은 그가 드러누워 있는 동안 잔뜩 쌓여 있던 집안일을 거들었다.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버리고 묵은 빨래들을 모으고.

그는 때마침 세탁 세재가 다 떨어졌던 것을 떠올리고 히마리가 세탁물을 정리하고 있을 베란다로 향했다.

“히마리, 거기 세제 다 썼거든. 위에 선반 열어보면 새 거 있을…, 히마리?”

“히얏!? 그…! 저, 이건…!”

“오.”

지금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면 평생 히마리를 놀릴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가냘픈 두 손으로 무엇을 꼭 쥐고 있는지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리에 맞는 일이다.

“내 속옷은 왜 들고 있는 거야?”

“서, 선생님? 이건 그러니까….”

“그랬구나. 히마리한테 그런 취향이 있었을 줄이야. 이런 아저씨의 속옷에…, 그랬구나…, 그랬어. 몰라봐서 미안해!”

돌이켜보니 그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크리스마스의 행복한 악몽 속에서도 그러했다.

처음이라 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부담이 컸을 텐데, 기절하듯 잠에 들 때까지 그의 품에서 떠나지 않았다. 히마리는 그의 체취를 좋아했다.

“그, 그게 무슨…! 착각이에요. 저, 저 같은 미소녀가 남자 속옷에 흥분할 리 없잖아요? 후, 후훗. 그래요. 이건 평소에 선생님이 어떤 종류의 속옷을 입고 다니시는지 알아두기 위한 지식욕의 해소에 불과하답니다. 향후 그러한 선물을 준비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리오~! 여기 히마리가…!”

“저…! 에? 서, 선생님?”

그가 고개를 홱 하고 돌려 리오를 부르는 시늉을 하자, 히마리가 화들짝 놀라며 휠체어에서 튀어나와 그에게 안겨들었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으니까요! 그것만큼은, 그것만큼은 참아주시면 안 될까요? 선생님?”

허리춤에 매달려선 바들바들 올려다보는데, 눈꼬리에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로 울상이다. 도대체 얼마나 알려지고 싶지 않은 것인지.

글자 수 제한으로 2분할, 다음 링크로 ->

https://gall.dcinside.com/m/projectmx/983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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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02.12창작

소설) 츠카츠키 리오는 메이드가 된다...히마리도? (리오+히마리)

#츠카츠키 리오#아케보시 히마리#소설
좋아요 0댓글 8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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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DC
타케루토작가
게시물 45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02.12 20:50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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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나
타DC
타케루토작성자24.02.12

시발 짤렸네 수정 중

타DC
타케루토작성자24.02.12

완료

ㅇDC
ㅇㅇ12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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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22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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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3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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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4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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