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0자
#사쿠라코
원문 ななよ廻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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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의논드릴 것이 있습니다."
씁쓸하면서도 어딘가 기묘한 얼굴로 사쿠라코가 말한다.
계절은 겨울.
북풍은 서늘하고 몸을 때리듯 뼛속까지 시리게 한다. 이불에서 나오는 것도 귀찮아서 이불은 뒤집어쓴 채 일하고 싶다고 투덜거리면 『선생님으로서의 자각을 좀 더──』 라고 유우카에게 장황한 설교를 받아 버리는 그런 계절이다. 물론 유우카의 잔소리는 연중무휴로 사계절 내내 듣긴 하지만.
발렌타인도 끝나고 샬레도 안정을 되찾은 시기의 상담. 그것도 시스터후드의 수녀원장 사쿠라코로부터다.
게다가 모모톡으로 보낸 메시지는 무언가 불온한 단어였다.
상당한 난제일 것이 틀림없다...!
정신을 바짝 차린 나에게 사쿠라코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고뇌에 찬 표정으로 고했다.
"얼마 전 시스터후드의 후배에게 언니{역주: お姉様}가 되어달라는 고백을 받았습니다."
... 언니?
피를 토하듯 말하는 사쿠라코지만 나로서는 맥빠지는 상담 내용이었다.
언니, 언니라... 트리니티라면 그럴 수도 있을까. 하얀 백합꽃이 만발이다.
트리니티에 그런 문화가 있다고 들은 적은 없다.
하지만 다른 학원보다 학생들끼리의 결속의 강도... 유대감이 강한 것을 느낀다.
강한 유대감 때문에 파벌을 만들고 타 집단을 배척하는 부분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까 늘 생각했다.
폐쇄된 세계에서 가깝게 지낸다면 흠모와 연모의 경계를 넘는 자도 생길 것이다.
뭐, 귀여운 얘기다.
『대단하시네요』 라고 청초한 미소를 지으며 뒤에서는 바보취급하고,
『어울리시네요』 라고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비웃는다.
그런 음습함보다는 훨씬 낫다.
"그냥 동경 아니야?"
그래서 딱히 부정할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사쿠라코의 고민은 표정에서부터 절실하게 느껴진다.
다만 내가 끼어들어서 『그런 건 안 돼!』 라고 두 팔 걷고 나설 수도 없는 일이다. 『내 여자에게 손대지 마!』 라는 대사는 동경하긴 하지만.
그런 내 말에 사쿠라코의 주름이 깊어진다.
자국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내 말에 그녀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더 깊은 사이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깊은... 사이?"
언니와 여동생보다 더 깊은... 어머나. 눈을 크게 뜨고 손으로 입을 가린다.
모모톡으로 보낸 정조의 위기란 그런 의미였나.
"백합?"
"그런 가볍고 직설적인 말투는 삼가해 주셨으면..."
백합이라고 말하자 사쿠라코는 드물게도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표했다. 귀엽다.
그렇다고 레즈비언 연속체같은 고상한 개념을 말하는 것도 아닐 터이다.
사쿠라코가 원하는 대답도 그런 것이 아닐 테고.
다만...
얼마나 깊은 관계를 원하는지를 떠나 어떻게 해달라고 해도 곤란하다.
그런 감정은 말로 설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 선택은 본인의 자유다. 내가 학생들에게 바라는 본질.
이 상황이 백합물을 보고 『캬~ 좋다』 라고 감상을 말하기만 하면 되는 거라면 편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책상 위의 팔을 뒤로 젖히고 등받이에 등을 기댄다. 비명을 닮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하얀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쿠라코가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그... 선생님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볼을 살짝 붉히고 발끝으로 바닥을 동동 구른다.
입을 열지 말지 보기만 해도 고뇌가 느껴지는 시스터는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나, 남자친구인 척을... 해주시겠어요?"
"자치구...?"
"남자친구라구요!"
알면서 한 말이지만.
"남자친구?"
"네에..."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끄덕인다.
의미도 의도도 이해가 된다.
후배의 고백을 거절하기 위해 상대가 있다는 핑계를 대고 싶은 것이다. 당신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명분을 원하는 것이겠지.
그것도 하나의 정답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상대방도 진지한데 거짓말로 거절하는 건 그렇지 않을까?"
진지하게 대하길 바라는 것은 내 이기심일까.
내 말에 놀란 사쿠라코는 "다, 다릅니다...!" 라고 과장되게 손을 흔들며 부정한다.
"그녀에게는 제대로 거절했습니다."
그렇구나. 다행이다... 라는 말은 그 상대를 생각해서 할 수 없지만 사쿠라코가 상대의 마음을 업신여기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했다.
하지만 그 다음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해결된 거 아니야?"
애초에 상담의 취지는 후배의 고백을 적당히 거절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이미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상담도 해결도 필요없지 않을까.
팔목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트린 사쿠라코가 죄송하다는 듯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게... 한둘이..."
그렇구나.
사쿠라코에게 줄을 서는 모습이 떠오른다.
한 명이 아니었구나.
그도 그런가.
사쿠라코는 시스터후드의 수녀원장. 트리니티의 3학년으로 차분하고 의지가 되는 소녀이다.
언니로서 원하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사쿠라코 언니~?"
"놀리지 말아주세요...!"
유감스럽게도 혼나버렸다. 그것도 아주 비정하게. 불러보고 싶었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면 붉은 눈동자를 가늘게 뜬 사쿠라코가 "선생님?" 하고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더 이상은 시스터 사쿠라코의 참회를 맛볼 것 같아서 그만둔다. 아니, 그것도 괜찮을지도?
각설하고.
"아까도 말했지만 거짓말 하는 것은..."
원점이다. 상대가 달라져도 내 대답은 변하지 않는다.
사쿠라코도 이해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라고 수긍한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소매를 만지작거린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남자친구가 있는 듯한 기색이면 됩니다.
물론 남자친구가 있냐고 묻는 분들에게는 진실을 말할 것입니다.
그래도 그런 분들이 조금은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러니 부디 부탁드립니다, 사쿠라코가 기도하듯 양손을 모은다.
진지한 눈. 그리고 불안함에 흔들리는 학생의 눈동자이기도 하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다짐에 내 마음이 흔들린다.
으음, 그렇다면 괜찮을까...?
천장을 본다. 눈을 감는다. 생각한다.
응... 뭐, 됐나.
눈을 뜬다. 조명이 눈부시다.
몸을 일으켜 앞으로 세운다. 손짓으로 사쿠라코를 부른다.
"선생님...?"
의아한 표정의 그녀가 데스크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 이 정도 거리면 될까.
책상에서 몸을 내밀고 팔을 뻗어 그녀의 새하얀 손을 살포시 잡는다.
눈을 크게 뜨는 사쿠라코. 홍옥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눈동자를 올곧게 응시하며 선언한다.
"좋아해, 사쿠라코."
"?!?!?!?!"
펑, 사쿠라코의 얼굴이 폭발한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아으, 하는 단말마만이 그녀의 촉촉한 입술에서 새어나온다.
눈이 핑핑 돌더니 결국 고장난 기계처럼 머리에서 푸쉬익 김을 내뿜으며 기능을 정지했다.
으음, 너무 과했나?
잡은 손등에 키스라도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이 들 때 즈음 의식이 날아갔던 사쿠라코의 몸이 펄쩍 뛰었다. 그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달라요...!
다릅니다...!"
어라? 이게 아닌가?
남자친구인 척은 이런 것인 줄 알았는데.
여전히 붉은 얼굴로 머뭇거리면서도 맞잡은 손을 떼어낸 사쿠라코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애초에 그게 맞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지당한 말이다.
"그럼 누가 보고 있을 때면 되는 거야?"
"읏...?! 안 돼요!"
정신연령이 조금 낮아진 것 같다.
평소의 어른스러운 분위기와는 다른 느낌이라 좋다.
"사, 사진을 같이 찍어주시면 주변에 은근슬쩍 보여주면서 소문이 나도록 할 테니..."
"그런 방법이."
손뼉을 짝짝 두드리자 뱁새눈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아니, 진짜로 알면서 그런 게 아니라고? 선생님은 거짓말하지 않아.
"미안해. 내 착각으로 기분나쁘게 해버려서."
그렇게 말하자 어린아이처럼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시, 싫었던 건 아니에요..."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린다.
흘러내린 은빛 머리카락 사이로 새빨개진 귀여운 귀가 얼핏 보인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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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네
귀여워
이런건 뒷부분도 써야하는거 아니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