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9자
#아코
원문 ななよ廻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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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부터 추워오고 창문에는 결로가 생기는 겨울철. 난방으로 따끈따끈한 샬레의 사무실에서는 이 사무실의 주인인 선생님이 정장 차림으로 PC를 다루고 있었다. 출근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 얼굴에는 피로감이 감돈다. 어젯밤 늦게까지 야근한 폐해였다.
하품을 참고 졸음과 싸우면서 일을 하고 있는 와중 규칙적인 노크 소리와 함께 한 여학생이 입실한다.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 아코. 잘 잤...니?"
게헨나학원 소속의 아마우 아코. 선도부의 행정관을 맡고 있는 비서 스타일의 미인. 분위기는 우아하지만 문제아에 대해 용서가 없어 이름만 들어도 겁에 질리는 학생이 있을 정도다.
선도부장 히나의 곁을 지키며 늘 빈틈을 보이지 않는 소녀...지만 사무실에 들어온 아코의 얼굴을 본 선생님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코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무슨 일 있나요?"
"눈 밑이 엄청 심해."
선생님의 지적처럼 아코의 눈 밑에는 거무스름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다크서클이 짙다. 자세히 보면 눈꺼풀은 제대로 뜨지도 못했고 머리도 부스스하다. 연일 철야했다고 해도 납득할 수준이다. 선생님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선생님의 지적에 아코도 당황하지 않고 납득한다.
"아... 요사이 일이 엄청 밀려있어서요. 흉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그렇게 흉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아코는 평소처럼 귀여운 걸."
"그렇군요. 일이나 하세요."
선생님에게 신랄한 말을 하는 건 평소와 다름이 없지만 어딘가 모르게 힘이 없다. 좀비같은 걸음으로 아코는 작업 데스크로 향한다. 휘청휘청 쓰러질 것만 같다. 선생님은 걱정이 되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뭔가요,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시고."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이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일에도 지장은 없으니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말해도..."
이대로는 너무 걱정되어서 작업을 계속할 때가 아니었다.
"좋아. 그러면 잠깐 마사지라도 어때?"
"성희롱으로 고소하겠습니다."
"그만둬. 그러면 교사 인생이 끝장난다고."
샬레의 여학생들에게 멸시받는 상상을 하며 선생님은 몸을 부르르 떤다.
"뭐 독학이긴 하지만 배운 적은 있어. 조금이라도 편해질거야."
"하아...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아코는 거절할 기운도 없었는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실례할게."
의자에 앉은 아코의 등 뒤에 돌아선 선생님은 그녀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손가락을 바짝 밀어넣었다... 밀어넣었음에 틀림없었다.
"...?"
"무슨 일이신가요 선생님?"
"아, 아니, 잠시만 기다려줘."
기분 탓인가 싶어 선생님은 다시 아코의 어깨를 주무른다.
"흡! 흐읍! 히야압!"
마치 바위를 잡고있는 것 같다. 그 정도로 아코의 어깨는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아무리 밀어넣어도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아 안마를 할 수가 없다.
"아코 어깨가 어떻게 된 거야?! 너무 딱딱한데? 어깨에 손가락이 안 들어갈 정도야!"
"...선생님의 힘이 너무 약한 것 아닌지?"
"아니... 진짜 딱딱해. 마치 아코의 머리같아."
"선생님?"
웃는 얼굴에 가시돋힌 목소리. 선생님은 애써 무시하며 마사지를 계속한다. 하지만 결국 아코의 딱딱한 어깨에 패배해 무릎꿇었다.
"무리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잠깐만 기다려줘."
이대로는 걱정만 커질 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한 선생님은 아코를 기다리게 하고 방에서 뛰쳐나온다.
"기다리게 했지."
돌아온 선생님은 찻주전자와 찻잔 등 차 세트가 올라간 쟁반을 들고 있다. 선생님은 투명한 찻주전자에서 찻잔으로 차를 따른다. 그리고 잔을 아코에게 내민다.
"이것은?"
"히비스커스 허브티야. 꿀도 조금 섞었어."
선생님의 간절한 재촉을 받고 아코는 잔에 입을 댄다. 꼴깍, 하고 미세하게 목이 움직인다. 그녀의 입에서 따뜻하고 잔잔한 한숨이 흘러나온다.
"시긴 하지만 달짝지근해서 마시기 좋네요."
"그리고 스위치 온."
아코의 어깨에서 힘이 빠진것을 보고 선생님은 탁상에 놓인 하얀 기계의 전원을 켠다. 그러자 기계 윗부분에서 하얀 증기가 피어오르며 실내에 상쾌한 향이 퍼지기 시작한다.
"아로마인가요?"
"레몬향이야. 재충전의 효과가 있지."
선생님의 말을 듣고선 아코는 눈을 지긋이 감는다.
"확실히... 폴라시보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기분이 편안해졌습니다."
이렇게 빨리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제 피로는 풀리지 않아도 정신적으로는 편안해졌을 것이다. 험악해 보였던 미간의 주름도 줄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의외네요. 선생님에게 이런 멋진 취미가 있을 줄이야."
"...너무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여러가지를 받아서 말이야."
"아... 실제 체험이었나요?"
먼산을 보는 선생님을 보며 아코는 곧바로 이해했다. 학생들에게 이래저래 보살핌을 받는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이없다는 시선을 돌려주며 차를 마신다.
"일도 좋지만 몸이 재산이야.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후우... 이건 확실히 기분이 좋네요."
찜질용 타올을 두 눈 위에 올리자 아코는 기분좋은 소리를 낸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느긋하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입으로는 문제없다, 괜찮다 했지만 피곤했을 것이다. 일을 해야 한다면서도 목소리는 힘이 없다. 꼼짝도 않고 점점 성량도 작아지며 이윽고 조용한 숨소리만 내기 시작한다.
"시이..."
"많이 피곤했나 보네."
쉬어준 것에 선생님은 안도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일이 남아있는 한 쉬려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
'히나도 그렇지만 아코도 충분히 일 중독이군... 뭐, 내가 할 말은 아닌가.'
소파 등받이를 뒤로 젖혀 간이침대를 만들고 그 위에 아코를 눕힌다. 위아래로 들썩이는 풍만한 가슴까지 담요를 덮어준다. 나이에 맞지 않게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아코지만, 잠자는 얼굴은 나이에 걸맞는 여자아이답게 사랑스러웠다.
"흠..."
무언가 생각하던 선생님은 곧바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고선-
◇◇◇
달칵달칵 키보드 소리가 울린다. 평온한 방 안에서 선생님이 작업을 계속하던 중 자연스럽게 담요 더미가 들썩인다. 아무래도 아코가 일어난 것 같다. 그녀가 몸을 일으키며 담요가 스르르 떨어진다.
"으음... 저는..."
"잘 잤니. 푹 자서 다행이야."
"선생님...? ...에?!"
잠이 덜 깬 은색의 눈이 선생님을 바라본다. 푹신푹신한 아코의 분위기에 손을 멈추고 잠시 바라본다. 잠시 서로 바라보고 있자 아코의 의식이 각성했는지 눈동자를 최대한 부릅뜨고 얼굴을 주홍빛으로 물들였다.
"드,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셨군요?! 피곤한 저를 잠재우고, 의식이 없는 틈을 타서, 야한 장난을 친 거죠?!"
"일어나자마자 말도 안되는 트집을?!"
마치 코하루같은 기운찬 망상이다.
"그럼 휴대폰 갤러리를 보여주세요! 분명 증거가 남아있을 거에요!"
"...점심시간이니까 좀 쉴까."
"이익!"
아코는 허둥지둥 도망가려는 선생님의 목덜미를 붙잡는다. 목덜미를 잡혀 허우적대는 선생님의 주머니에서 문답무용으로 휴대폰을 꺼낸다.
"줘 보세요!"
"아악! 폭력 반대!"
"대체 어떤 야한 사진...을..."
행정관으로서의 탁월한 손기술로 능숙하게 휴대폰 잠금을 해제한 아코는 얼빠진 소리를 내며 굳어버린다. 들켜버린 선생님은 '맙소사'라고 중얼거리며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된 것은 아코의 잠자는 얼굴. 천사같은 얼굴로 새근새근 잠든 무방비한 소녀의 민낯이었다.
"......익?!"
"잠든 아코가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소리도 되지 못한 비명을 지른 아코는 수치심에 말도 못하고 새빨개진 얼굴로 선생님에게 스마트폰과 주변 물건을 마구 던졌다. 훗날 그녀는 그 폭거를 두고 '충동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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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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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