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16자
#아코 #이로하
원문 ななよ廻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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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만마전에 협력하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쌓였던 서류를 대충 정리하고 한숨 돌리던 중인 정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은 아코가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보며 따진다.
무슨 소리일까.
일의 피로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당황하고 있자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아코는 눈을 치켜뜨고 분노를 표출했다.
"역시 그런 거였나요...!
만마전과 손을 잡고 저희 선도부를 무너트리고, 그 대가로 저항하지 못하는 히나 부장과 저에게 변태같은 행위를 하려는 거죠?!
히나 부장에게 대체 무, 무슨 추잡한 짓을 하려고...?!
저,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요!"
"무슨 누명이야?!
일단 진정해, 아코!"
터무니없는 트집이다. 굳어 있던 머리도 깨어날 정도다.
그리고 뒷부분은 아코의 희망사항 아니야?
흥분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헐떡이는 아코.
대체 왜 그런 오해를 하는 걸까.
게헨나의 만마전과 선도부가 견원지간인 것은 알지만 나에게까지 불똥이 튄 이유를 모르겠다.
자세를 고쳐 앉는다. 진지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변태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으므로 마음을 다잡는다.
... 뭐 이미 일부 학생들에게는 변태 취급을 받고 있지만.
"먼저 말하자면 나는 만마전에 협력한 적은 없어."
물론 만마전도 내 학생들인 만큼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할 수 없다.
그것은 선생으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나 개인이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코가 말하는 것은 선생과 학생의 관계 이상으로 깊다는 것.
공모라고 할까.
곤란함에 아코의 눈꼬리가 매섭게 올라갈수록 내 눈꼬리는 축 처진다.
일방적으로 편을 든 기억은 없다.
애초부터 내 해명을 들을 생각이 없는지 콧방귀를 끼고 거칠게 콧김을 씩씩거린다.
"시치미 떼시는군요!"
"그렇게 말해도..."
안 했으니 안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악마의 증명이다. 결백을 납득시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애초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으니 아무리 증거를 보여도 소용 없다.
선도부의 행정관으로서 지적인 이미지가 있는 아코지만 내면은 게헨나답게 거칠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경주마같다. 다루기 힘들다.
"애초에 내가 왜 만마전에 협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선생님이 만마전의 너구리 중 하나... 나츠메 이로하와 막역한 사이라는 것은 선도부로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로하?"
아코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에 고개를 갸웃한다.
게헨나 학원, 나츠메 이로하.
만마전 소속 학생으로 늘 귀찮아하고 땡땡이를 좋아하는 학생.
아코가 만마전을 적대시하는 것은 알지만 그 상대가 이로하라는 것은 조금 의외였다. 귀찮아하는 성격 탓에 지시가 없는 한 주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아니기 때문이다.
너구리보다는 양지바른 곳을 찾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양이에 가깝다.
확실히 최근 그녀는 샬레에 죽치는 경우가 많다. 샬레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단순한 땡땡이다.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사무실은 이로하에게 좋은 휴식 공간일 것이다.
소파에 누워 커피를 마시며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본인의 쿠션과 커피잔까지 들고 와서 아늑한 공간을 착착 만들어가고 있다.
이곳을 제 2의 휴식 공간으로 삼는 것을 이로하는 귀찮다면서도 땡땡이치기에 관련해서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멋대로인 고양이의 제멋대로의 거처다.
하지만 그것도 옆에서 보면 밀월의 관계로 비치는 걸까.
싫어하는 상대라면 더더욱.
설득은 무리일 것 같아 반쯤 포기한 채로 말한다.
"이로하는 샬레에 땡... 아니, 도우러 오는 것 뿐인데?"
"선생님은 그렇게 너구리를 감싸는군요."
시큰둥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예상대로다.
결과는 알고 있었기에 낙담하지 않는다. 어찌할 도리가 없어 어깨를 으쓱한다.
아코는 만마전이 관련되면 열이 오르는... 만마전이라는 붉은 망토에 흥분하는 투우소 아코라고 할까.
"... 방금 매우 실례되는 생각 하지 않으셨나요?"
"아니, 전혀."
딸랑, 아코 목의 카우벨이 흔들린다.
나는 생긋 웃으며 속내를 들키지 않도록 행동했다.
하지만 계속 노려보는 시선에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듯 고개를 돌렸다.
왜 여자아이는 가끔씩 예리한 직감을 보이는 걸까... 초능력인가?
식은땀을 흘리며 무거운 침묵을 견딘다.
그러자 문득 아코가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열이 조금 식었는지 노기도 가라앉고 표정도 조금 풀렸다.
"뭐, 좋아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하겠습니다."
"완전히 용의자 취급이잖아..."
그래도 아닌 것은 사실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리 선생님이라고 해도 그런 유아 체형에 유혹당하지는 않겠죠."
자기 주장이 강한 풍만한 가슴이 아코가 낀 팔짱 위에서 묵직하게 출렁거린다.
크다...
야한 생각이 들기보다는 그 박력에 숨이 막힌다. 가끔씩 젖소라고 놀림받는 이유를 무의식적으로 짐작하게 된다.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이로하의 빈약한 가슴.
크고 작음에 정답은 없... 겠지만.
음란하다는 의미에서는 눈앞에서 콧김을 내뿜으며 당당하게 가슴을 편 풍만한 소녀의 승리다. 자랑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옆가슴을 내놓은 이유는 뭘까...? 답답해서...?
물어보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할 것 같아서 그 의문은 영원한 불가사의로 가슴에 묻기로 한다.
그리고 아까 아코의 말에서 떠오른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
"아코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말에 대해 알아?"
"네? 무슨 소릴 하시는 건가요, 선생님?"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코.
나는 머릿속으로 어린 외모의 모 선도부장을 떠올리며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현실에서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
선생님과 아코가 시끌시끌한 사무실.
그 바깥에는 곱슬거리는 붉은 장발이 인상적인 소녀가 문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암야처럼 어두운 제복을 입은 적발 소녀는 펼친 책을 소리없이 닫고 잿빛 눈동자를 수상쩍게 번뜩였다.
"흐음~ 그런 건가요."
후훗, 이상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초승달처럼 입꼬리를 올리고, 소녀는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아코에게 터무니없는 의혹을 받은 다음날.
모모톡으로 이로하의 부름을 받은 나는 만마전 차고를 방문했다.
이로하가 차장을 맡은 전차, 토라마루의 보수.
마중나온 이로하의 재촉을 받으며 전차 안으로 들어간 나는 시키는 대로 일을 돕고 있었다.
이야, 이로하가 가볍게 기지개를 켠다.
"도움 감사합니다.
전차 안이 좁기는 해도 이것저것 하려면 손이 부족해서요."
"이 정도야 별 거 아니야."
나는 차장석에 쿠션을 놓으며 내부를 둘러본다.
프릴 쿠션, 방향제.
간식과 솜인형, 커튼달린 거울까지, 전차 안이라기보다는 여자아이의 방에 가깝다.
전차가 이런 것이었나...?
남심을 자극하는 철과 기름의 멋과는 정반대의 소녀스러운 인테리어에 내 안의 소년심이 비명을 지른다. 전차라는 것은 좀 더 이렇게... 아니야?
"... 이래도 되는 건가?"
"네...? 뭐.
이부키도 타니까 이 정도는 해야죠."
에어컨도 달고 싶네요, 라고 이로하는 태연하게 말한다.
그런가. 이부키도 타는구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팬시한 인테리어에서 눈을 돌려 고개를 든다.
그러자 큐폴라에서 밖으로 나가려는 이로하의 맨발이 눈앞에 보여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전차 안은 좁으니까 조심해야겠다.
마침 고개를 돌린 쪽에 거울이 있었고 비치는 내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고개를 붕붕 흔들며 열을 식히는데 이로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목소리가 조금 굳어있다. 쾅쾅 쇠를 두드리는 공허한 소리가 전차 안에 울려퍼진다.
"... 선생님."
"왜 그래?"
"보수작업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거 아니야."
"그렇군요.
그럼 지금부터 하는 말도 별 거 아니겠죠?"
불길한 예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설마?
큐폴라에서 방금 설치한 쿠션으로 풀썩 떨어진 이로하는 혀를 내밀고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뚜껑이 안 열려요."
"그 말은 즉...?"
볼을 경련하는 나에게 이로하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못 나간다는 뜻이에요."
풍선처럼 불길한 예감이 터졌다.
■■
단적으로 말해서 사우나였다.
전차 내부 온도는 40도에 육박하고 밀폐된 탓인지 습도도 높고 끈적끈적해서 불쾌지수가 장난 아니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진짜 에어컨을 달 걸 그랬어요."
더위는 견디지 못한 이로하는 이미 코트를 벗었다.
뺨에 달라붙는 붉은 머리카락을 귀찮아하며 떼어내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재킷을 벗고 셔츠 한 장 뿐이다.
넥타이도 풀고 소매는 걷어올렸다. 셔츠 단추도 몇 개 풀어서 해이하기 그지없다.
선생님으로서는 한심한 모습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유우카도 용서할 것이다. 여자아이와 단둘이 밀실에 갇혔다는 지금 상황에는 얼굴을 붉히며 설교할 것 같지만.
"해치나 다른 열릴 만한 곳도 다 그래?"
"네. 전멸이에요."
하아, 열기를 동반한 이로하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점검은 했을 텐데요...
뜨거워서 문이 팽창했다? 하지만 열리지 않을 정도는 아닐 텐데."
잠시 투덜투덜 중얼거리더니 "불가해하네요."라며 간단히 생각을 포기했다. 생각하기도 귀찮을 것이다.
"뭐, 조만간 누구든 올 테니 도움을 기다리죠."
연락할 수도 없고, 라고 말하는 이로하에게 그렇지, 라고 동의한다.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로하의 말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통신기기는 전부 전차 바깥에 있다.
적어도 『싯딤의 상자』라도 있었다면...!
이제 와서 후회해도 의미가 없다. 후회막급이다.
불행이 불행을 부르는 달갑지 않은 연쇄가 생겨난다. 연쇄는 퍼즐 게임에서나 하고 싶은데.
이로하의 말대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움직이는 것은 체력 낭비다. 차체에 몸을 맡기고 꼼지락거리며 편안한 자세를 찾는다.
하지만 좁은 전차 안에서 취할 수 있는 자세는 한정적이다. 가볍게 다리를 뻗는 것이 고작이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주포를 쏴서 사람을 부르는 방법이..."
"그만두자?"
"뒷처리가 귀찮으니까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정말 어쩔 수 없다면 해야 겠지만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다. 샬레의 선생님이 탱크로 학원 기물을 파손해 추문. 크로노스 보도부가 신나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미래가 그려진다.
언젠간 그럴 줄 알았습니다, 라고 신랄하게 말하는 린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이마에서 폭포수처럼 흐르는 땀을 닦는다.
젖어서 달라붙는 셔츠가 기분 나쁘다. 차라리 벗어버리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스윽, 옷이 스치는 소리가 조용한 전차에 울렸다.
"덥네요."
빨간 넥타이를 푼 이로하가 셔츠 가슴팍을 잡고 툭툭 흔든다.
땀으로 젖은 피부. 목덜미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이 쇄골을 타고 가슴으로 흐른다.
작지만 확실하게 부푼 하얀 무언가를 본 순간 심장이 쿵쿵 뛰었다.
보면 안 될 것을 본 것에 대한 죄책감. 하지만 동시에 솟구치는 정욕을 불러일으키는 배덕감.
무의식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을 깨달은 나는 고개를 숙이며 깊은 후회심에 사로잡혔다.
나는 학생을 상대로 무슨 생각을...!
스스로의 절조가 한심했다.
낙담하면서도 이로하가 눈치채지 못했는지 고개를 조심조심 들었다.
눈이 딱 마주쳤다.
동그란 눈동자가 깜빡거린다. 하지만 이내 그 눈동자는 사냥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눈빛이 매서워지고 노골적으로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끝이다──
교사 인생의 끝을 알리듯 핏기가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러시나요, 선생님?
얼굴이 붉어졌다가 파래졌다가..."
"아, 아니... 딱히."
"후훗... 그런가요?
고혹적으로 웃는 이로하는 과시하듯 가슴을 내밀었다.
무조건 알고 있다. 심지어 부추기고 있다.
새하얀 허벅지를 과장되게 움직인다. 하마터면 치마 속이 들여다 보일 뻔 해서 황급히 이로하를 타일렀다.
"이로하...!
선생님으로서 그런 건 안 된다고 생각해!"
"안 된다뇨?
왜요? 무슨 의미인가요?"
모르겠네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도발하듯 손이 치맛자락으로 향했다.
"저는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만."
손가락이 허벅지를 따라 천천히 스윽 올라가며 치마를 살짝 걷어 올렸다.
보일락 말락.
벼랑 끝의 유혹이다. 너무나도 자극적인 광경에 "윽~~?!" 하고 비명 아닌 비명소리를 낸 나는 이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시야를 차단하면 괜찮다.
안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선생님? 왜 그러시나요?
혹시 더위 먹으신 건가요?"
걱정하는 척하는 목소리. 동시에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아니 잠시만 기다려.
마음 속 외침은 당연히 이로하에게 닿지 않고 바로 옆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서늘한 것이 뺨을 어루만지는 감각에 놀라 눈을 부릅떴다.
"괜찮으신가요, 선생님?"
온 시야에 뺨을 붉힌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이 펼쳐졌다.
숨이 멎었다.
글썽이는 눈망울. 촉촉한 입술.
더위 때문인지 호흡은 거칠고 땀에 젖은 모습은 흥분한 것처럼 보인다.
작게 벌어진 입에서 나온 붉은 혀는 입술을 매력적으로 덧칠한다.
정욕을 자극하는 몸짓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선생님... 저는 좋아요?"
뭐가 좋다는 걸까.
요구하는 듯한 목소리에 "아" 하는 단말마만 새어나왔다.
솜털을 쓰다듬듯 내 뺨을 어루만지는 이로하가 눈을 지그시 감는다.
온갖 열기에 빠진 나는 이제 저항하는 법조차 잊고 다가오는 얼굴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코끝이 맞닿고 시야가 이로하로 가득 채워졌을 때,
"풉, 푸흐흐흡...!"
참을 수 없다는 듯 이로하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 이로하?"
사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나는 눈을 끔뻑거렸다.
얼빠진 내 앞에서 한참을 배를 부여잡고 웃던 이로하는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귀찮았지만 저도 여자로서 자존심이 있어요.
『유아 체형에 유혹당하지는 않겠죠』 라니.
그런 말을 들으면 시험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그것은 아코의...
멍하니 있는데 차장석으로 돌아간 이로하가 큐폴라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쾅하고 큰 소리를 내며 열리지 않았을 출구가 무섭도록 쉽게 열렸다.
그래도 밖으로 나가려던 이로하는 고개를 조금 숙이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수줍은 듯 말했다.
"어땠나요, 선생님?
유혹──당했나요?"
장난에 성공했다며 깔깔 웃는 모습은 어린아이 같았다.
하지만 그 미소에 끌려 넋을 잃은 나는 불평도 대꾸도 할 수 없었다.
■■
"선생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언젠가의 데자뷰가 느껴지는 다음날 아침.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아코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뛰어들어왔다.
그 모습은 분노로 이마에는 핏대가 서 있다.
또 이 패턴인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착각이라고 판단한 나는 어제의 정신적 피로도 있고 해서 수중의 서류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적당히 흘려넘기기로 했다.
"그래~ 그랬구나~
그거 큰일이었겠네~ 응응.
그래도 괜찮아. 아코라면 이겨낼 수 있으니까~"
"안 듣는 것도 정도가 있어요?!"
트집이 잡혔지만 당연하다.
그래도 적당히 놀리지 않으면 아코가 폭발할 수도 있다.
진지하게 대응하자.
"그래서 무슨 일이야?"
파르르 떨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분위기의 아코였지만 내가 묻자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코는 끓어오르는 감정이 한계를 넘으면 반대로 냉정해진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선생님?"
"이거라니?"
아코가 꺼낸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캄캄한 화면에 번쩍 불이 들어온다.
뭘까. 아코가 내민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면──
"푸읍?!"
──참지 못하고 뿜어 버렸다.
거기에 비친 것은 땀투성이의 남녀가 바짝 달라붙은 왠지 선정적인 사진이었다.
흐트러진 옷, 상기된 뺨. 잠든 듯 고개숙인 남자 옆에서 요염한 표정의 소녀가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는 모습은 마치 정사가 끝난 뒤의 모습처럼 보여서...
근데 이거 나랑 이로하잖아?!
어느새 찍은 거야?!
분명 틀림없이 어제 전차에서 일어난 일이다.
착각도 트집도 아닌 엄연한 인증 사진. 외도 현장을 아내에게 들킨 남편처럼 식은땀이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아코에게 어떻게 이 사진이?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자 절대 영.도의 싸늘한 눈빛이 나를 반겼다.
"아침에 『선생님의 협력입니다』 라는 말과 함께 만마전에서 보낸 사진입니다."
눈앞의 소녀가 생긋 웃었다.
"──설명, 해주시겠어요?"
이 날 나는 주마등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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