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24자
#노아
원문 ようは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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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엄청난 눈..."
나는 중얼거리는 소녀──우시오 노아를 힐끗 쳐다보고 그 시선의 끝을 따라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늘 보는 맞은편 건물이 아닌 무수한 하얀 눈발이 날리는 광경이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밖을 들여다보면 새하얀 시야 너머로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보였다.
"정말이네, 노아가 돌아갈 땐 괜찮으려나?"
노아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한 손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보이며 즉시 대답했다.
"... 괜찮지 않은 것 같네요."
가까이 다가가 살피니 화면에는 『운행중단』이라는 통지가 보였다.
내가 묻기도 전에 알아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런, 이미 늦었네. 이런 시간까지 있게 해서 미안해."
"아뇨, 그보다 오늘 하루는 샬레에 묵어도 될까요?"
"물론이지. 편하게 있어도 좋아."
"감사합니다."
노아는 미소를 짓고 다시 데스크로 돌아가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도 자리로 돌아와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옆에서 작은 선율이 들려와 나는 노아에게 눈길을 줬다.
"기분 좋아 보이네, 노아가 콧노래는 귀한데. 무슨 좋은 일 있어?"
"네, 있습니다."
서류에서 눈을 돌리지 않으며 노아가 말했다.
... 잠시 후 오늘의 업무를 마친 나는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아까보다는 눈발의 기세가 한풀 꺾여 시야가 조금 트여 있었다.
"어느 정도 잦아든 것 같은데 열차는 어때?"
"... 오늘은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 내일 아침에는 운행했으면 좋겠네."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시계를 보면 현재 시각은 22시30분.
잠들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일까.
"노아는 어떻게 할래? 먼저 샤워해도 되고, 배고프면 뭐라도 만들어 줄게... 컵라면밖에 없지만."
"음, 그렇네요..."
턱에 검지를 대고 노아는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창문을 힐끗 쳐다보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빙긋 웃었다.
"밖에 조금 나가볼까요?"
"이렇게 추운데?!"
"알고 있어요. 이 근처에서 이렇게나 눈이 쌓이는 건 드문 일이니 귀한 광경을 볼 수 있을 거에요?"
그녀의 말에 조금 유혹을 느꼈다.
사실 이렇게까지 눈이 쌓이는 건 붉은겨울에서만 봤고 늘 익숙한 거리 풍경이 눈으로 뒤덮이는 모습이 궁금했다.
"알았어. 그치만 따뜻하게 입고 가야해?"
"물론이죠."
노아는 구석에 걸어둔 목도리를 꺼내 목에 두르고 문에 다가갔다.
"그럼 출발할까요."
모노톤 코디에 붉은 목도리가 적절하게 강조되어서 이건──아니다.
갑자기 뇌내에서 펼쳐진 1인 패션 평론을 중단하고 나는 노아에게 달려갔다.
"목도리만 두르면 춥잖아! 뭐라도 더 입어!"
"그치만 낮에는 따뜻했으니 이것 뿐이라서요..."
그녀가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떻게 할까...
사무실을 둘러봐도 갈아입을 옷 따위는 없었다.
...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일단 이거라도 입어."
나는 일단 내 외투를 벗어 노아의 어깨에 걸쳤다.
"아, 감사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키에 맞지 않는 외투를 떨어트리지 않으려는 듯 꼭 움켜쥐었다.
"후훗, 정말 따뜻하네요."
"그럼 먼저 가서 기다려. 나는 다른 외투를 가져 올게."
그렇게 말하고 사무실을 나서자 찬 공기가 한 번에 몰려왔다.
난방이 없는 탓에 훨씬 더 춥게 느껴졌다.
나는 몸을 벌벌 떨며 복도를 전력질주했다.
~~~
외투를 챙겨 1층 입구로 향하자 노아가 문 유리 너머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몹시 집중하는 것처럼 보여 왠지 모르게 말을 걸기 어려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내가 잠깐 망설이고 있을 때 그녀가 나를 확인하고 말을 걸었다.
"선생님, 이쪽으로. 정말 멋진 풍경이에요."
즐거운 듯 말하는 그녀 옆에 서서 나도 바깥을 바라보았다.
거기 펼쳐진 광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도로도, 차도, 신호등도, 가로수도...
익숙한 모든 것이 새하얗게 물들고 줄지어 있는 가로등 불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이건... 굉장하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넋을 잃고 바라보던 내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노아가 걸어갔다.
그대로 그녀는 정문을 열고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순간 더욱 차가운 공기가 들어와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어머, 계단에도 이렇게."
노아는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한 장 찍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난간에 쌓인 눈을 쓸어내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아래에 도착해 보도까지 걷고선 그녀가 이쪽으로 휙 돌아봤다.
"자, 선생님도 얼른 내려오세요."
그녀의 재촉대로 나도 계단을 내려갔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멋대로 밟고 지나가는 것이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어 그녀가 먼저 걸어간 발자국을 조심스럽게 따라 내려갔다.
보도까지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유리창 너머로 보였던 백은의 세계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인기척도 없어서 이 아름다운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어때요? 밖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응, 고마워. 노아도 꽤 즐거워 보이네."
"네, 이런 풍경은 처음 봤어요."
환한 미소를 지은 노아는 다시 나와 조금 떨어져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가로등 바로 아래 서서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모습이었다. 평소에는 어른스러운 그녀가 지금은 미지의 것을 만나 신나게 노는 순수한 아이처럼 느껴졌다... 사실 그녀는 아이가 맞지만 말이다.
노아가 적던 손을 멈춘 순간 나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그녀에게 향하며 말을 걸었다.
"노아, 여기 봐."
긴 머리를 휘날리며 그녀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타이밍에 나는 촬영 버튼을 눌렀다.
사진을 확인하면... 그것은 예술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는 눈은 물론이고 새하얀 노아도 그에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게다가 오버사이즈의 흰 외투... 언뜻 보면 패션으로서는 불합격일지도 모르지만 우연한 순간을 포착한 이 사진에서는 오히려 그래서 좋았다... 내 코트가 한 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그녀의 표정이었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이쪽을 돌아볼 뿐인 표정.
방심했다고 말할 수도 있는 이 표정이 정말 멋졌다. 이런 노아의 표정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생각했다.
"예쁘다..."
"... 눈 얘기인가요?"
혼자 멋대로 정취에 빠져 행복을 만끽하던 내 옆에 어느새 노아가 다가와 내 혼신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 글쎄, 어떠려나?"
조금 놀리고 싶어진 나는 평소의 노아처럼 얼버무리는 대답을 했다.
그러자 폭,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가슴 언저리에 약한 충격이 느껴졌다.
내 몸을 보면 옷에 약간의 눈이 묻어 있었다.
다시 노아 쪽을 보자 또 작은 충격이 왔다.
... 아무래도 그녀가 범인인 것 같았다.
"짓궂은 선생님에게 드리는 보답... 입니다!"
3번째 충격... 나는 즉시 거리를 벌리고 바닥의 눈을 조금 움켜쥐었다.
"해 보자고...! 에잇!"
나도 노아에게 눈덩이를 던졌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맞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어딜 노리시는 건가요, 선생님?"
비웃는 듯한 노아의 미소와 4번째 충격이 날아들었다.
나는 가볍게 이를 갈고 다시 눈을 모아 아까보다 조금 더 큰 눈덩이를 만들었다.
"나를 너무... 얕보지 마!"
날아간 눈덩이는 아름답게 포물선을 그리며... 노아의 안면에 직격했다.
"앗... 미안해!"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없던 그녀가 고개를 들자... 매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번에 세미나에서 코유키에게 화낼 때와 똑같은 표정이다.
"아니, 진짜 미안──아악!"
아까까지의 4번의 공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이 나를 덮쳤다. 마치 주먹으로 얻어맞는 듯 했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다잡았지만 노아는 이미 2페이즈가 준비되었다는 듯 완벽한 투구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잠깐, 진짜 미안하다니까?!"
순간적으로 나는 요리조리 움직이며 피했다.
2페이즈, 3페이즈, 4페이즈──
몇 번의 피격과 회피를 반복한 끝에 나는 성대하게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온몸으로 눈의 차가움을 느끼며 문득 그리운 기억을 회상했다.
아아, 피구할 때 여자애의 얼굴에 공을 맞힌 아이의 기분이 이랬구나...
한참을 누워 뻗어 있으면 귀에 익은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어느새 내 옆에서 멈췄다.
"후훗, 살아계시나요, 선생님?"
노아는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진짜 그... 미안햅."
눈이 입에 들어가 혀를 깨물어 버렸다.
"여자아이의 얼굴을 노리다니... 정말 최악이에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믿어줘..."
"알고 있어요. 오히려 제가 일부러 맞았으니까요."
"뭐?!"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벌떡 일어났다.
"조금 놀리고 싶어졌거든요. 그 정도는 여유롭게 피할 수 있어요?"
"노아가 더 나쁜 거 아니야?!"
역시 노아도 죄책감이 들었는지 얼굴을 찌푸리고 조금 반성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걸로 사진 건은 눈감아 드릴게요."
"... 그렇게 싫었어?"
그러자 노아는 나를 보던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모처럼이면 표정을 조금 더..."
"아니, 그 무심한 얼굴이 최고로 귀여운 거야."
"그, 그런가요..."
그렇게 중얼거린 노아의 옆모습은 추위 때문인지 조금 붉은 듯 보였다.
잠시 후 나는 온몸의 눈을 털며 일어섰다.
"자, 이제 돌아갈까? 너무 오래 있으면 감기 걸릴 거야."
우리 둘은 나란히 걸으며 발자국이 찍힌 곳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입구 앞까지 오자 노아가 잠시 멈추더니 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후훗, 조금 더럽혀 버렸네요."
그녀를 따라 나도 뒤를 돌아보니 확실히 온통 새하얗던 풍경에 검은 도로가 조금씩 보였다.
"왠지 조금 나쁜 짓을 한 기분이네."
"어머, 저는 정말 즐거웠어요?"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음미했다.
언제 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 노아와 보는 것은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노아가 내 쪽으로 가까워졌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곧바로 사라진다니, 왠지 슬프네요."
"... 그러게."
"... 하지만 그런 덧없는 점도 포함해서 저는 눈을 좋아해요."
노아가 다시 조용히 거리를 바라봤다.
아직 아쉬움이 남은 걸까.
"... 마지막으로 둘이서 사진 찍지 않을래?"
"네?"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노아가 고개를 돌렸다.
"풍경이나 노아의 사진은 찍었지만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은 없으니까 기념으로 한 장 어때?"
"네, 기꺼이."
웃는 얼굴로 돌아온 그녀와 몸을 맞대고 팔을 최대한 뻗지만 우리 둘에 가려져 좀처럼 풍경이 찍히지 않는다.
"으음, 어렵네..."
내가 고민하고 있는데 노아가 쪼그려 앉아 눈을 모으기 시작했다.
"뭐해?"
"저희 대신... 이걸 찍는 건 어떨까요?"
그녀는 손바닥에 작은 눈사람을 올리며 말했다.
"확실히 이러면 풍경을 찍을 수 있겠네, 엿차..."
나도 노아를 따라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그녀의 눈사람과 비교하면 내 것이 한 단계 크고 왠지 모르게 투박했다.
"으음, 노아 것에 비하면 조금 어설프네."
"저는 선생님답다는 느낌이 들어서 괜찮다고 생각해요?"
"... 칭찬 맞지?"
"글쎄요, 어떨까요?"
노아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 우리는 눈사람의 위치를 정하고 사진을 찍었다.
바짝 붙어 나란히 선 눈사람 두 개와 그 뒤로 살짝 흐릿하게 보이는 설경.
"어때...?"
"너무 멋진 사진이네요. 나중에 저에게도 꼭 보내주세요."
"그나저나 결국 노아는 안 찍혔는데 괜찮겠어?"
"... 괜찮아요. 이 사진은 저와 선생님 두 사람의 추억이 합쳐져야만 완성되는 거니까 더 멋지지 않나요?"
노아가 손을 조금 뻗어 눈사람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큰 눈사람을 쓰다듬는 모습을 보니 왠지 나를 쓰다듬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다.
"... 확실히 사진만 보면 그 눈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겠네."
"... 그러니까 선생님, 오늘을 절대 잊지 말아주세요?"
"물론, 절대 잊지 않을게."
... 그 뒤로도 시간이 조금 지난 뒤 그제서야 우리는 샬레 건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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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차가워진 몸을 녹이기 위해 우리는 각자 샤워를 하고 취침 준비를 했다.
"저, 파자마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예비 속옷까지 상비되어 있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아, 새 거니까 안심해! 돌려주지 않고 가져가도 돼."
"그런 의미로 물은 건 아닌데... 뭐, 그런 걸로 치죠. 선생님,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 노아."
그 뒤 그녀와는 다른 방의 침대에 들어갔다.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자 급격히 피로가 몰려왔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내 의식은 깊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니나 다를까 우리 둘 다 감기에 걸렸다.
그날 당번은 운 나쁘게도 유우카였고 간병이라는 이름의 질문 공세를 받은 것은 또다른 이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