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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에서 몸을 녹이는 프로일라인
어둑어둑한 구름이 하늘을 빈틈없이 뒤덮어 감추고, 낮게 울리는 천둥소리와 땅을 뚫을 것처럼 세차게 두드리는 빗소리가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그런 한겨울 밤.
"어~이, 누구 없어!"
선생님이 차갑고 묵중한 철문을 두드리면서 외친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작게 들리는 빗소리 뿐.
"소용없다구요, 아마 다들 돌아갔을테니까요."
뒤에서 벽쪽에 앉아있는 나츠메 이로하가 냉정한 태도로 선생님을 나무란다.
몇번이나 말했음에도 열리지 않는 문과 계속 씨름하고 있는 그에게, 슬슬 질렸기 때문이었다.
게헨나 학원 만마전의 기밀문서 보관창고였다. 옅은 녹색의 비상등만이 창고를 흐릿하게 비추고 있다.
10분 정도 전, 선생님과 이로하는 함께 창고에 들어왔지만 그 순간, 조명이 팟하고 꺼지고 문이 굳게 닫혔다──정전이다.
예비 전원이 들어오겠지 그치? 하고 웃으면서 이쪽을 바라보는 선생님을, 이로하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창고에 얽힌 터무니없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창고, 무슨 에러가 발생하게 되면 보안 때문에 바깥에서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는 이상 안에서는 절대로 문을 못연다지요."
"진짜로……?" 라며 표정을 찡그리던 선생님은, 갑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무래도 겨우 깨달은 모양이다.
"네, 친절하게도 금속탐지기까지 달려있으니까요, 여기. 휴대폰 같은건 전부 밖에 있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태풍이 부는 밤, 차디 찬 창고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하아."
이제서야 포기한건지 선생님이 문에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이로하는 한숨을 쉬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최신식 설비니 뭐니 했던 주제에, 설마 그 기능 전부가 역효과를 낼 줄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게다가 그렇게까지 소란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일단은 부외자인 선생님을 이곳에 들였다는 사실이 들키는건……살짝 귀찮아진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어쩔 방법이 있는건 아니지만서도.
"정말 아무도 없어? 부하인 애들을 일찍 돌려보내기는 했지만 마코토라든가 임원은 남아있다고……."
아픈건지 오른쪽 주먹을 문지르면서 선생님이 물었다.
"없겠죠. 이곳에 들어오기 직전에 저를 제외한 전원이 사이좋게 이부기를 집까지 바래다준다고 연락이 왔었거든요.
저는 업무의 뒷처리와 선생님 담당이라 하더니. 나참, 싫은 보직이라구요, 정말."
"──미안."
"사과하지 마세요. 귀찮은게 싫다는 것 뿐이지, 딱히 선생님이 싫다는게 아니니까요."
"그럼 괜찮지만──아니, 괜찮지는 않나. 어쩔래? 이제부터."
"뭐어, 아마 내일 아침에는 누군가 오지않을까요. 그때까지 버텨야죠."
"그렇다곤 해도 말이지."
선생님이 창고를 주욱 둘러본다. 그리고 뭔가를 발견한건지, "저건?" 하고 가리켰다.
그쪽을 보자 안쪽 벽, 그 위에 아이가 한명 정도는 지나갈 수 있을것같은 환기구가 있었다──여러겹의 철창이 달려있는 채로.
"농담하지 말아주세요, 딱 봐도 불가능해 보이잖아요."
"하지만 그, 너희 학생들은 모두 힘 세잖아?"
"너무 과신하시네요. 고릴라라도 끌고오지 않는 이상 못부순다구요, 저런건."
직경 5cm는 되어보이는 굵은 철창이다. 자신이라면 해봤자 손가락 뼈를 전부 부러뜨리고 나서야 긁힌 자국 하나정도 내는게 고작일 것이다, 라고 이로하는 생각했다.
방법이 없다, 그 사실을 선생님도 이제야 이해한건지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우선은 좀 앉는게 어떠신가요. 앉는 느낌은 최악이지만요."
통통, 하고 지면을 두드려서 이로하는 자신의 옆에 오라고 재촉했다.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바닥은 단단하고, 차가웠다.
만약 이곳이 평소에 땡땡이를 칠 때에 쓰고 있는 휴게실이었다면, 다다미 위에 깐 푹신푹신한 방석에 앉아 과자와 주스로 작은 파티라도 열었을텐데.
애초에 창문이 있으니까 갇힐 일도 없었겠지만서도.
"옆자리, 앉을게."
양반다리를 하며 철푸덕 앉는 선생님. 둘이서 똑같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단단해보이는 철제 선반이 두 사람 앞에 늘어서 있었다.
이것 또한 보안상의 이유인지 상단의 진열대에는 스모크 유리로 만들어진 유리벽이 쳐져 있었고 하단의 서랍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럴 때 일조차도 못하는 모양이다.
"뭔가 재밌는 이야기라도 해주세요, 선생님."
"아~, 할만한 이야기는 없는데……."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아침까지 못버틸거라구요──아아, 추워."
엉덩이를 타고 올라오는 냉기에 이로하는 무심코 몸을 떨었다.
난방도 멈춘 채인지 환기구에서 불어들어오는 한겨울의 공기가 창고의 실내온도를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떨어뜨리고 있었다.
하반신의 방어는 왜 이렇게 얇은건지. 풀어낼 곳을 찾지 못한 분노를 교복에 쏟아내고 있을 때, 선생님이 말했다.
"내 위에 올라올래?"
"──네?"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본다. 그는 그의 무릎을 탁탁, 하고 두드렸다.
"직접 바닥에 앉는 것보다는 따뜻하겠지."
뭐야 그런건가. 이로하는 살짝 옆으로 움직여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선생님의 다리 위에 앉았다.
마치 특별히 주문 제작한 의자처럼 그녀의 몸은 그 안에 딱 들어맞았다.
"나쁘지는 않네요. 그건 그렇고, 갑자기 성희롱을 하시는 건가 싶었다구요."
"그건 또 무슨──하아!? 아니야! 그런게 아니니까!"
"너무 동요하시네요, 후후."
어깨 너머로 선생님의 표정을 보면서 이로하는 웃는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가슴에 체중을 맡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로하는 머리──아니, 머리카락에 살짝 위화감을 느꼈다.
……엄청 만지고 있다.
"저기──" 하고 이로하가 입을 엶과 동시에 선생님의 손이 딱하고 멈췄다.
"아, 미안. 이로하 머리가 뭐랄까 따뜻해서. 복슬복슬하잖아? 무심코 손을 집어넣고 싶어진다고 해야하나."
"알고 계신가요? 여성의 머리카락을 함부로 만지는건 일반적으로 성희롱이라구요."
"미안해, 용서해줘."
"아니, 일반적일 때, 라는 이야기예요. ──만져도 괜찮아요. 저도 이렇게 선생님의 다리를 빌리고 있으니까요. win-win이라는 거에요.
자, 만지든 냄새를 맡든 마음대로 하시는게 어떠세요."
약간의 시간을 두고,
"그러면 사양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다시 머리카락을 만졌다. 작은 동물을 쓰다듬는 듯한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그에 마음속으로 안심하──려다가.
……어라? 최근에 샤워를 했던게 언제였더라.
그런 의문이 고개를 들어올린 순간, 차가워진 몸에 열이 돌기 시작하는 것을 이로하는 느꼈다.
어젯밤엔 바빴으니까……그렇게 되면, 어제 아침──
"여, 역시 냄새를 맡는건 하지 않는걸로 하죠!"
"왜? 무척 좋은 향기가 나는데──응? 이로하 귀가 새빨개져 있는데 괜찮아? 추운거 아니야?"
"잠깐 입 좀 다물어주세요……."
이로하는 선생님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강제로 입을 다물게 했다.
그리고 얼마동안은 잡담을 나누면서 보냈다. 서로가 계속 쌓아둔 불평을, 끊임없이 토해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동정하기도 하며, 그리고 서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났을 무렵──
"이제 1시가 넘었나……."
손목시계를 슬쩍 본 선생님이 말했다. 시계가 금속탐지기에 걸리지 않았던 것은, 실리콘과 플라스틱만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매번 전투에 휘말리다보니 모처럼 찬 비싼 시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외출을 할 때는 싸구려 시계를 차기로 했다고 한다.
특히 게헨나는 말이지, 하며 쓰게 웃는 그에게 이로하는 약간 분했지만 어떤 반론도 할 수 없었다.
"──춥네."
툭하고 선생님이 중얼거린다. 대화가 끊긴 순간, 이로하도 인정할 정도로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엄습했다.
숨을 들이쉬면 코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실내 온도가 떨어져 있었다.
"슬슬 한계일지도 모르겠네요."
"──어? 뭐라고? 설마 이대로 죽는거야?"
"그런 의미가 아니라구요. 이 자세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이로하는 빙글 몸을 반회전시키면서 선생님과 마주 보았다.
"안는건……어떠신가요? 좀더 몸을 밀착해서 서로의 체온을 나눠야 할것 같은데요."
빙긋 웃는 이로하. 선생님은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이로하가 괜찮다면 해도 상관은 없, 는데……."
"그럼 할까요,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선생님의 등으로 팔을 두르고 허리를 다리로 감는다. 찰싹하고 가슴과 가슴 사이를 밀착시켰다.
몸에 전해지는 이 심장박동은 과연 나 자신의 것일까, 아니면 선생님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두 사람의──
……그러자 등에서 커다란 손이 닿는 감각이 느껴졌다.
"어때? 아까보다는 나아?"
귓가에서 선생님의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의 떨림이 직접 울렸다."
"네, 뭐어, 조금만 더 있으면……."
"──꽤 날씬하네, 이로하는."
또 성희롱인가요, 그런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다시 삼켰다.
"그러는 선생님은 의외로 다부지시네요."
만져보고 처음으로 눈치챘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신체. 커다랗고, 단단한──어쩔수 없을 정도로, 욱씬거린다.
"너희들한테는 안되겠지만, 적어도 겉모습 정도는 그럴듯하게 갖추고 싶어서. 믿음직한 느낌, 나지 않아?"
"……딱히 겉모습만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게 말해주니까 기쁜데."
두 사람은 보다 더 강하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기분 좋은 정적이 찾아왔다. 옅은 녹색의 어둠이 몸 속에서부터 따뜻해지는 것을 더더욱 실감시켰다.
도중에 안심이 돼서 몇번인가 잠이 들뻔 헀지만, 참아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산 한복판은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잠들기에는 살짝 불안한 추위이다.
심지어 자신보다도 신체적으로 약한 선생님이 더 걱정이었다.
재우지 않겠다, 인가.
이로하의 머리속에 좋지못한 생각이 스쳤다. 역시 그건 아무래도……라면서, 머리를 흔들어 사념을 떨쳐냈지만 그것은 또다시 되살아난다.
욱신거림이, 상황이, 분위기가──그녀를 둘러싼 모든 요소가 등을 떠밀었다. 이윽고, 음란한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지배했다.
"있잖아요, 선생님."
갑작스럽게 이로하는 귓가에서 속삭였다.
"제가 선생님을 농락시킨다는 명령은 아직 지속되는 중인데 말이죠."
"응? 갑자기 무슨."
이로하는 양손으로 목을 감싸안고, 선생님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이 자세, 딱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예를들면, 이대로 키스를 한다던가……."
"이로하, 그러면 안돼."
"왜죠? 제가 싫으신가요? 아니면 학생과 선생님이라서요?"
"아니, 그런게 아니야. 다른 사람의 명령으로 그런 짓을 하지 않았으면 싶을 뿐이야. 그저──"
선생님이 이로하의 턱에 손가락을 댄다.
"만약 이로하 네가 스스로 선택한 거라면 확실하게 말로 표현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건……."
말문이 막혔다. 달콤한 속삭임이 이로하에게 제정신을 들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고동은 분명하게 자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부끄러워져서 견디지 못하고 시선을 내렸다.
취한 채로 있고 싶었다.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응석은 전부 알고 있다는 듯이, 이 사람은──
"……비겁하다구요, 정말. 그럴게 형편 좋은 이유라든가 명분 같은걸 전부 없애버리면, 도망칠 수가 없게 되잖아요."
목소리가, 몸이, 떨린다. 결코 추워서 떨리는건 아니었다.
"진심이 된다는건, 역시 무섭잖아요."
"괜찮아, 거절하지 않을거야."
선생님이 곧은 눈빛으로 부드럽게 웃는다.
"약속이에요? 먼저 말해두겠지만 더는 못 참으니까요."
"응, 전부 받아줄게."
손가락이라는 이름의 구속이 그때 풀렸다. 잠시동안, 이로하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고 있었지만, 마침내──
"──좋아해요, 선생님."
그렇게 말하면서, 입을 맞췄다. 맞닿은 서로의 입술은, 차가웠고 메말라 있었다.
하지만, 양쪽의 혀가 얽히고, 탐하는 사이에 그것은 본래의 윤기를 되찾아간다. 뇌를 불태울 정도의 욕정이 쏟아져 나왔을때 겨우, 이로하는 얼굴을 떼어냈다.
뒤섞인 타액이 실을 만들며, 끊긴다.
"갑자기 꽤나──못 참는다는건 진짜인것 같네."
사랑스럽다는듯이 옆얼굴을 쓰다듬기 시작하는 선생님의 손에 이로하 또한 자신의 손을 그 위에 겹쳤다.
"전부 받아주겠다는 말, 이제와서 취소하지 못하니까, 각오해주세요. 그렇다곤 해도──"
이로하는 다리 사이에 닿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당장이라도 뚫고 나올 것처럼 그것은 우뚝 솟아있었다.
"아무래도 이번엔 제가 받아들여야할 차례인것 같네요. 여기만 완전히 뜨거워져 있잖아요."
"그러는 이로하야말로 바지까지 젖어있는데."
"설마요, 선생님 때문이겠죠? ──뭐, 어느쪽이라도 상관없어요."
지퍼를 내리고, 속옷을 움직여서 그것을 드러낸다. 맥박이 뛰는 그것을 손으로 쥐었다.
"해버릴까요. 덤으로 몸도 녹일 수 있을테니."
그대로, 천천히 허리를 내려서──
어두운 창고 안에서 미약한 빗소리에 섞여, 요염한 교성과 물소리가 울렸다.
다음날 아침, 7시를 넘어서야 이상함을 깨달은 마코토가 찾아왔기 때문에 두 사람은 무사히 창고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마코토가 창고에 들어오자마자, 문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로하가 그 후두부에 깔끔한 손날치기를 선보이며 기절시켰다.
덕분에 창고 한쪽에 생긴 수수께끼의 물웅덩이를 목격당하는 일도 없었다.
그리고 후에 두 사람은 서로의 생명을 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생명까지 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그건 또 다른 이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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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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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크아아아아아악 이 미친 전차장이


크
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