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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핫산) 케이의 발렌타인 애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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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M #츤데레 #케이

원본 by Nv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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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3>

<1>

키보토스 상공을 흐르는 구름은 계산된 알고리즘처럼 규칙적으로 형태를 바꾸며, 봄을 향해 부는 완만한 바람을 타고 흐르고 있다.

그런데─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숙소,

먼지 하나 없이 정리 정돈이 잘 된 방 침대에서 텐도 케이는 교복 차림 그대로 엎어져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깊숙이 가리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악……!!”

평소의 그녀라면 상상도 못 할 한심하면서도 신음 섞인 비명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정성껏 관리한 머리칼이 시트 위에 어지럽게 흩어졌지만, 지금의 그녀에겐 그것을 정돈할 CPU의 여유 용량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슬쩍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귓바퀴 끝에서 목덜미에 이르기까지 삶은 문어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체내의 냉각 팬─혹은 그에 상응하는 생리적 기능이 과열 직전의 경고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식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제 존재 이유를 근본부터 의심하게 만드는, 지극히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에러!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아니, 차라리 차원의 틈새에 제 데이터째 격리되고 싶어요……!!”

침대 쿠션에 얼굴을 파묻고 다리를 파닥거리며,

케이는 자신의 뇌 내 데이터베이스에서 도저히 소거되지 않는 그날의 로그를 다시 한번 강제 재생하고 말았다.

때는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월 중순, 키보토스 전역을 휩쓰는 불가해한 상업 이벤트 ‘발렌타인 데이’.

인간이라는 존재는 특정한 날에 카카오 열매에서 생성된 감미 성분을 타인에게 양도함으로써

자신의 친애하는 감정을 표시한다는 지극히 비합리적인 풍습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케이는 그런 시시한 풍습에 휘둘리는 것이 논리적인 판단이라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아리스까지도 들뜬 기색으로 주방을 점거하며 즐겁게 작업하는 것을 보고, 그녀의 중추에 있는 묘한 버그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저 칠칠치 못한, 자기 관리가 부족한 선생님께 드려 봐도 되지 않을까?』 라는.

그리하여 케이는 인터넷상에서 온갖 레시피와 온도 관리, 분량의 최적해 데이터를 추출해 ‘완벽한 계획’을 세웠─을 터였다.

하지만 막상 샬레 집무실에서 그것을 건네려던 찰나, 케이 내부의 연산장치가 쇼트를 일으켰다.

일부러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에 그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 놀림당하고, 호감도를 계측 당할지 알 수 없었다.

격렬한 동요와 자기방어 본능이 작동한 결과, 그녀는 모처럼 준비한 포장도 무색하게 믿기 힘든 핑계를 대고 말았다.

『오다 주웠어요.

여기 오는 길에, 왠지 생각나서 말이죠.

뭘 기대하신 거예요?

정성이 가득 들어간 수제 초콜릿?

마음이 듬뿍 담긴 고급 초콜릿?

그럴 리가요!

선생님에게는 이 정도 시판 초콜릿이 딱 어울리니까 말이죠!

감사하게 먹기나 하시죠!』

─되짚어보니 구멍투성이인 논리 붕괴였다.

애초에 길바닥에 떨어져 있을 리 없는 귀여운 리본으로 묶인 캔디형 포장을 누가 시판 제품이라 생각하겠는가.

수제 느낌이 흘러넘치고 있었는데.

게다가 얼굴을 한계까지 붉히며 시선을 피한 채 억지로 떠맡기는 시점에서, 어떻게 봐도 츤데레의 교과서 같은 거동이었다.

미소녀 게임 캐릭터 같은 뻔한 모습이라 떠올릴 때마다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그런 허세 섞인 태도가 아니었다.

진짜 절망은 그 직후에 찾아왔다.

기쁜 듯 미소 지은 선생이 의심 없이 초콜릿 포장을 뜯어 한입 베어 문 순간.

『잘 먹겠습니다! …음, 어……? 이건……?』

선생의 턱 움직임이 딱 멈췄다.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며 복잡괴기한 표정을 짓는 선생을 보고, 케이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공정에서 ‘맛보기’라는 QA─품질 보증 작업을 일절 포기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요리의 기본 중의 기본에서 발생하기 쉬운 시각 정보 오인 트랩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선생님……? 왜, 왜 그러시나요? 혹시…맛이 없으신가요?』

케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선생은 꿀꺽하고 억지로 목울대를 울리며 그것을 삼켰다.

그리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응…소금이 아주 잘 들었네. 염분이 풍부해.』

『─소금, 이라고요?! 어, 어째서 초콜릿이……』

당황한 케이가 남은 조각을 입에 머금고 자신의 미각 센서를 풀가동했다.

순식간에 뇌 내를 카카오의 단맛과는 정반대의 맹렬한 짠맛이 관통해 간다.

『윽?! 아앗?! 설마 설탕이랑 소금 통을 착각했다니!??』

화학 성분의 시각적 특징─둘 다 정제된 백색 결정체라는 점─에만 의존한 결과 야기된 치명적인 실수.

요리에 있어서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실수를 스스로 ‘무명 사제 기술의 정수’라 자부하던 케이 자신이 저지르고 만 것이다.

이제 창피하다는 차원을 넘어섰다.

자존심은 가루가 되어 부서졌고, 자신의 존재 의의마저 소실될 듯한 충격이었다.

『중간 공정까지는 완벽했는데!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으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케이는 선생의 소파로 다이브해 쿠션에 얼굴을 묻고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자기 초기화 프로그램을 가동해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보나 마나 선생도 이런 음식이 아닌 소금 덩어리 같은 산업 폐기물은 불쾌하다며 곧장 쓰레기통으로 직행시킬 게 뻔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 어쩔 도리 없는 어른은 그녀의 논리를 가볍게 뛰어넘는 행동을 취했다.

『오해하지 마, 케이. 정말 맛있어. 소금기가 있긴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독특한 맛이 있네.』

『그걸 지금 위로라고 하고 있습니까, 이 인간아! 내놓으라고요! 나중에 제대로 된 거 줄 테니까!』

『진짜라니까! 더운 시기에는 염분 보충도 중요하잖아? 게다가…잠깐만.』

그렇게 말하더니 선생은 난데없이 책상 맨 아래 서랍─케이가 파악하지 못한 소위 ‘당분 비축 격리 스페이스’를 열고,

거기서 무려 설탕 코팅이 잔뜩 된 대용량 캐러멜 마시멜로와 시판 비스킷을 꺼내 온 것이다.

『케이의 수제 소금 초콜릿이랑, 이 과자들…이걸 이렇게 번갈아 가며 먹으면…오옷!!』

『무, 무슨 짓을 하시는 건가요?!』

『대단해! 단것과 짠것이 합쳐져서 단짠단짠의 무한 루프야! 이건 대발명이야, 케이! 손을 멈출 수가 없어!』

선생은 그런 실패작 덩어리를 ‘비장의 단것과 번갈아 먹으면 최고로 맛있는 단짠단짠이 된다’라는 막무가내 논리를 펼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최고로 행복한 표정으로 실패한 초콜릿을 준비한 단 과자들과 함께 순식간에 해치운 것이다.

『이야, 정말 맛있었다! 전부 직접 만들면서 염분까지 고려한 거지? 고마워, 케이. 애정이 듬뿍 느껴졌어!』

─그 순간 선생의 만면 가득한 미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윽, 아아아아……! 바보 바보! 나 정말 바보!!

선생님은 왜 거기서 허세를 부린 건가요!

원시 시대 원숭이 같은 실수인데 그걸 억지로 다 먹고 기뻐해 버리는 선생님의 그 바보 같은 다정함!

…정말! 정말이지! 모든 게 비합리적입니다!

이레귤러입니다!

제 HP를 제로로 만들 작정인가요!!”

침대 시트를 양손으로 팡팡 두드리며, 케이는 아직도 몸에서 계속 방출되는 열량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기뻤던 것이다.

자신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조차 즐기며 ‘사랑이 느껴졌다’고 단언해준 그 다정함이.

텐도 케이로서, 자신이라는 존재를 이렇게 서툰 모습 그대로 통째로 감싸 안아준 어른의 손바닥 온기가.

그렇기에 케이는 자신의 미숙함이 어찌할 도리 없이 한심했다.

모처럼 선생을 위해 처음으로 만들려고 했던 과자였다.

그 사람이 정말로 기뻐해 줄 완벽한 미각의 집합체를 제공해서 “역시 케이네!”라고 감탄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배려의 한심한 기록뿐.

“…이런 결말, 제 데이터베이스가 허용하지 않습니다.

치명적인 버그가 남은 채 게임을 런칭하다니, QA 프로듀서인 제 이름에 먹칠을 하는 꼴입니다!”

케이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트의 주름을 손으로 팽팽하게 펴면서, 그녀의 눈동자─붉게 타오르는 루비 같은 안광 속에 논리적이고도 확고한 결의의 불꽃을 지폈다.

“리벤지입니다!

그때는 초콜릿 따위의 애매한, 온도 관리가 성패를 가르는 시시한 음식에 도전한 게 애초에 실수였습니다!

다음은 쿠키입니다!

재료의 배합, 혼합 프로세스, 굽는 시간과 온도의 파라미터를 고려해서 절대로 완벽한 수치 그대로의 맛을 출력할 겁니다.

에러가 개입할 여지 따위 1밀리미터도 없습니다!”

이번엔 누가 어떻게 먹어도 “맛있어!”라고 군말 없이 찬사할 수밖에 없는 것을 구워내어,

저 멍청하고 다정한 선생의 책상 위에 들이미는 것이다.

“이게 진짜 저로부터의…답례, 아니! 버그 수정판 완전 패치 파일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결의를 굳힌 순간, 사고 최적화가 시작된다.

재료 조달 태스크 큐 추가, 사용하는 오븐의 온도에 관한 최적 분포 함수의 예측 모델 로드…

모든 것을 수 초 만의 연산으로 끝낸 그녀는 즉시 밀레니엄 교복 상의를 휘날리며 방을 나섰다.

“우선은 밀가루, 무염 버터, 그리고 설탕이군요.

…이번엔 틀리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염화나트륨과 혼동하다니, AI의 존재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치욕을 반복할 수는 없으니까요!”

<2>

그날 오후,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깊숙한 곳, 평소엔 인적이 드문 시간대의 가정과.

그곳에는 연한 하늘색 앞치마를 두른 케이의 모습이 있었다.

교단처럼 설치된 스테인리스 조리대 앞에는 정밀 전자저울, 온도계, 디지털 타이머 같은 기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요리를 하는 것인지 화학 실험을 하는 것인지 언뜻 봐서는 판단이 서지 않을 만큼 삼엄한 진용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조리를 실행합니다.”

옆에는 태블릿 단말기가 켜져 있었고, 그 화면에 표시된 것은 쿠키 제조에 관한 물리·화학적 공정을 기록한 난해한 도큐먼트였다.

“제1단계. 소재의 정밀 조사와 계량…하지만 우선 최대의 버그 발생 요인부터 재귀적으로 체크하겠습니다.”

케이는 준비한 설탕 용기를 눈앞으로 끌어당겼다.

순백의 가루. 겉모습은 소금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꿀꺽, 하고 무의식중에 마른침을 삼킨다.

그리고 그녀는 결심한 듯 오른손의 가느다란 검지 끝으로 그 가루를 겨우 몇 밀리그램만 떠내어, 살며시 자신의 혀끝으로 가져갔다.

“─윽…….”

미각 센서로 전송되는 다이렉트 정보.

뇌 내에서 해석 프로세스가 돌아가고, 이윽고 『당분 특유의 감미 반응: 100%』라는 결과가 돌아왔다.

“…다, 답니다. 틀림없어요. 틀림없이 이건 설탕입니다……!”

호들갑스럽게도 깊은 숨을 내뱉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케이.

만약 여기서 누군가 “요리할 때마다 소금인지 설탕인지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며 확인하는 거야?”라고 지적했다면

살기를 뿜으며 입을 막아버렸을 테지만, 지금의 그녀에게 그것은 지난번의 트라우마를 불식하기 위한 중요하고도 절실한 통과의례였다.

소금이 든 용기는 만에 하나라도 착각하지 않도록 옆의 옆 조리대 서랍 안에 격리하여 엄중히 봉인해 두었을 정도로 철저했다.

“좋아! 버그 원인의 배제를 확인했습니다. 지금부터 계량 및 혼합 프로세스로 이행합니다.”

그녀의 솜씨는 훌륭했다.

본래 AI 안드로이드로서 형성된 연산 능력의 산물이라고 해야 할까. 낭비되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

실온에 두어 부드러워진 버터에 정밀한 힘 조절로 방금 전의 설탕을 세 번에 나누어 투입.

공기를 머금도록 하얗게 변할 때까지 거품기를 휘두른다.

이 동작에서의 마찰열과 공기 함유량의 최적값은 태블릿의 연산 결과와 동기화되어 진행된다.

달걀노른자는 분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몇 방울씩 투하.

그리고 마지막으로 체에 친 박력분을 투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글루텐의 과잉 형성 저지입니다.

글루텐은 밀가루 속의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수분을 머금고 반죽 되면서 그물망 구조를 만드는 것이지만,

바삭한 질감을 목적으로 하는 쿠키에선 그것이 큰 장애물이 됩니다…… 즉!”

케이의 손에 쥐어진 고무 주걱이 빠르고 날카롭게, 마치 루미너스 노바를 휘두를 때처럼 정확하게 볼 안에서 호를 그린다.

“자르듯이! 도마 위의 난수를 처리하듯 신속하고 최소한의 수로, 가루 느낌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단숨에!!”

기합이 들어간 소리와 함께 볼 안의 반죽이 훌륭하게 한 덩어리로 뭉쳐졌다.

손에 묻지 않으면서도 푸석거리지 않는, 매끄럽고 이상적인 반죽의 완성이다.

“완벽합니다…이론과 실천이 완벽하게 통합되었습니다.”

랩에 싸서 냉장고에서 30분 동안 휴지시키는 시간을 이용해 설거지와 주변 정돈, 그리고 오븐의 예열 설정까지 한 치의 오차 없이 끝내버린다.

그야말로 숨 쉴 틈 없는 기세다.

냉각과 수분의 침투가 끝나 적당히 단단해진 반죽을 밀대로 밀리미터 단위까지 균등한 두께로 민 뒤,

드디어 모양을 찍어내는 페이즈로 넘어갔을 때 케이는 문득 손을 멈췄다.

‘…반죽의 최적화된 부피와 열전도율을 고려하면, 가장 균일하게 구워지며 낭비 없는 형상은 정사각형이나 원, 혹은 정육각형입니다. 하지만…….’

금속제 무기질 원형 틀을 손에 들고 있던 그녀의 시선이 문득

조리 도구 선반 깊숙한 곳에 있던 귀여운 고양이나 토끼, 심지어 게임기 컨트롤러 모양을 한 아기자기한 틀 더미에 머물렀다.

‘…인간의 일반적인 개념에서 선물이라는 것은 단순히 영양이나 미각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받았을 때의 시각적인 놀라움이나 따스함─속된 말로 귀여움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인터넷 논문에도 적혀 있었습니다.‘

케이는 뇌 내에서 필사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논리로 덧칠하며 정당화하려 시도한다.

지난번엔 길에서 주웠다고 거짓말을 하며 일그러진 포장의 짠 초콜릿을 건네고 말았다.

이번엔 수제라는 사실을 얼버무리지 않는 대신, ‘누가 봐도 수제인 귀여운 것’을 만듦으로써 역으로 그런 변명 같은 것을 봉쇄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저 밤샘 작업이 계속되는 어린애 같은 어른이라면

무기질적인 원형이나 사각형보다 토끼나 고양이 모양을 보고 “와아!” 하고 눈을 가늘게 뜨며 기뻐할 모습이

연산 결과가 내놓은 미래 예측으로 너무나 쉽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이건 어디까지나 효율화를 포기한 결과가 아닙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선생님의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기 위한 정서적 접근…아니, 멘탈 케어의 일환으로 시각 효과를 도입했을 뿐입니다.

네, 결코 제가 선생님의 기뻐하는 얼굴이 보고 싶어서 이런 걸 만드는 게 아닙니다…….”

아무도 듣지 않는 가정과의 공기를 향해 빠른 말투로 중얼중얼 변명을 내뱉으며, 그녀는 조심스럽게 작은 토끼 틀을 손에 들었다.

정성스럽게 반죽을 찍어낸다.

그럴 때마다 어딘가 간질거리는 듯한, 따뜻하고 달콤한 감정이 자신의 가슴 깊은 곳─코어가 있을 장소에서 튀어 오르는 감각이 들었다.

“…좋아. 그리고 마지막은 오븐을 이용한 소성(燒成)입니다.

온도 170도, 12분 30초.

마이야르 반응에 의한 캐러멜화 현상의 최적의 그라데이션을 만들어낼 퍼펙트 알고리즘…점화!”

그리고 스타트 버튼이 눌리자, 가정과에 미세한 전자음과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정적 속에 울리기 시작했다.

─몇 분 후.

오븐 안에서 밀가루와 버터가 열에 의해 녹아내리고 설탕과 결합하며 발생하는, 폭력적일 만큼 행복하고 고소하며 달콤한 향기가 가득 찼다.

“이, 이것은…….”

평소 밀레니엄 방위나 초현상 조사, 게임 개발부의 뒤처리로 긴장해 있던 케이의 표정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달콤한 냄새 앞에서 사르르 풀린다.

오븐의 작은 창 너머로 보이는 토끼와 고양이, 기하학무늬들이 점점 맛있어 보이는 갈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케이에게 그 어떤 고대 오파츠의 발광 현상보다 아름다운 광경으로 보였다.

띠링! 경쾌한 완료음과 함께 장갑을 낀 케이가 팬을 꺼낸다.

“완료입니다……!”

그물망 위에 놓인 쿠키들은 깨진 곳도, 탄 곳도, 구움 색의 불균형조차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반죽은 매끄럽게 정돈되어 있었다.

한 김 식히기 위해 잠시 놔둔 뒤, 그녀는 일부러 모양이 일그러진 자투리 조각 하나를 집어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바삭, 하는 작은 저작음.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반죽.

질 좋은 버터의 향이 비강을 스치고, 설탕의 절제되고 품격 있는 단맛이 혀 전체를 부드럽게 코팅해 나간다.

그것은 단순한 데이터의 축적만으로는 절대 구축 불가능한 마음이 담긴 따뜻한 맛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치사량의 소금기 따위 한 조각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좋아. 완벽해요!”

무의식중에 환하게 웃음을 터뜨린 케이는 자신의 가슴 앞에서 양손을 꽉 움켜쥐었다.

마치 어려운 레이드 보스를 노 컨티뉴로 클리어한 게임 개발부원 같은 달성감에 휩싸여 있었다.

“해냈습니다.

이 정도라면…선생님도 지난번처럼 뻔히 보이게 이상한 센 척을 하지 않아도, 틀림없이…‘맛있어’라고 웃어주겠죠……!”

<3>

다음날, 빌딩 숲 사이로 붉은 석양이 스며드는 시간대.

샬레 집무실 문 앞에 그녀의 모습이 있었다.

밀레니엄 교복은 먼지 하나 없이 다려져 있었고, 트레이드 마크인 긴 백발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양손에는 푸른 빛이 도는 귀여우면서도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상자에 담긴, 어제 구운 쿠키 꾸러미가 소중한 듯 쥐어져 있었다.

“…스으으읍, 하아…스으으으읍, 하아.”

그녀는 그곳에서 벌써 10분째 멈춰 서 있었다.

문을 두드리려는 오른손이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 어떡하죠.

시뮬레이션에서는 500가지 이상의 전달 플로를 연산했는데, 막상 이 문 앞에 서니 그 모든 데이터가 일시 메모리에서 휘발될 것 같습니다……!”

애초에 발렌타인도 아니고 특별한 기념일도 아닌 평범한 평일에 수제 과자를 정성껏 포장해 찾아온 여고생이라는 상황이,

아무리 논리로 덮으려 해도 “당신을 무지하게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꼴이 아닌가.

“역시…역시, ‘지난번 클레임에 대한 법적 쿨링오프 대응’이라거나

‘당번 시의 간식 지급 규정에 기초한 위문품’이라며 구실을 대는 게 나을까요……?

아니, 선생님은 그 정도 말장난은 꿰뚫어 볼 만큼 날카로운 측면도 있고…어쩌면 좋죠!?”

복도 한복판에서 우왕좌왕하며 이제는 수상한 불심검문 대상처럼 변해가던 케이였지만, 갑자기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습을 당한 꼴이 된 케이는 “히얏?!” 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어라? 케이……? 이런 데서 뭐 하고 있어?”

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비어 있는 커피 머그잔을 힘없이 든 선생이었다.

연일 이어지는 업무로 지친 것인지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하지만 멍하니 서 있는 케이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선생의 눈동자에 따스한 빛이 감돌더니, 꽃이 핀 듯 무방비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와줬구나. 계속 문밖에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왜 안 불렀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그 진심으로 기뻐 보이는 얼굴.

지쳤을 텐데 자신을 본 것만으로 그런 표정을 짓는 이 어른은 정말이지 대책이 없다.

“아, 아니요! 부르지 않은 게 아니라…문을 열기 직전의 인증 프로세스를 위한 타임랙이 발생했을 뿐입니다!

결코 망설였던 게 아니에요!”

“아하하, 그랬어? …그래도 기쁘네. 케이 짱 얼굴 보고 싶었거든.”

“대, 대체 무슨 소리를 숨 쉬듯이 무자각하게 내뱉으시는 겁니까!”

평소처럼 케이 짱이라고 부르는 것에 항의할 틈도 없이,

천연기념물 같은 선생의 발언에 냉각되어 있었을 얼굴이 임계점을 돌파하며 새빨갛게 타올랐다.

선생은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들어와, 좀 어질러져 있지만”이라며 집무실 안으로 케이를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은 여전히…지난번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수많은 보고서가 쌓여 있고 책상 위는 마치 결전의 전선 기지 같은 양상을 띠고 있었다.

“…하아. 정말이지, 제가 잠시 눈을 뗀 사이에 또 이 꼴입니까.

저, 저기…저는 오늘 당번은 아니지만 선생님을 도와주러 온 거예요.”

“그렇구나, 일부러 와줘서 고마워.”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마음 반, 정말 어처구니없다는 마음 반을 섞어 케이가 발치에 떨어진 서류를 줍기 시작하자

선생도 “미, 미안해”라며 머리를 긁적이고는 돕기 시작했다.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그 공간에 단둘이 작업하는 이 시간은 케이에게 결코 나쁜 것이 아니었다.

정리를 마치고 새로 내린 차가 준비되어 한숨 돌렸을 때.

마침내 선생의 시선이 케이가 소중하게 옆 테이블에 놓아둔 그 작은 푸른 상자로 향했다.

“케이, 그건 뭐야?”

질문을 받은 순간, 케이는 태엽 인형처럼 자세가 굳어졌다.

지금이다.

여기서 어떻게 대답하느냐가 모든 분기점이 된다.

어떻게든 논리적이고 냉철하며 차분한 답변을 출력하는 거다.

“이, 이이, 이것은!”

“이것은……?”

“지, 지난번 통칭 발렌타인 데이라는 이벤트에서 제가 제공한 시작 샘플에 관하여…

당사의 중대한 간과, 염화나트륨의 이상 혼입에 의한 품질 관리 위반이 발생한 것에 대해…

재발 방지의 증명과 손해 배상의 일환으로 드리는, 그!”

극도로 긴장한 얼굴로 마치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고하듯 속사포처럼 내뱉는 케이를 보며 선생은 픽 웃었다.

그리고 다정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번 수제 초콜릿에 대한 사과라는 뜻이야?”

직구.

얼버무림이 통하지 않는 곧은 언어의 칼날에 케이의 두꺼운 이론 장갑은 손쉽게 관통당하고 말았다.

“아아아아아! 정말─! 일일이 제 우회적인 표현을 번역해서 간파하지 마세요!”

한계에 다다른 케이는 쾅! 소리가 나게 테이블을 짚고, 들고 있던 꾸러미를 조금 거칠게─

하지만 내용물이 부서지지 않도록 마지막 순간에는 살며시 선생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확실히 그때는 길에서 주웠다느니 하는 부조리한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 찰나의 에러로 그런 맹독…짜기만 한 초콜릿을 드렸는데도 선생님은 그걸 전부 기쁘게 드셔주셨죠…….”

“딱히 무리했던 건 아니야. 단짠단짠해서 정말 맛있었던 건 사실인걸.”

“아니요! 제가 납득 못 해요!!

저는 선생님에게 가장 맛있고, 완벽하고, 달콤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런 불완전한 형태로 타협하는 것은…무엇보다 저 자신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선생을 가리키며 조금 숨을 몰아쉬며 케이가 이어 나갔다. 눈동자에 강한 빛을 머금은 채.

“이건 쿠키입니다.

이번에야말로 온도 관리도 혼합 비율도 전부 제가 수작업으로 완벽하게, 오차 제로의 배합으로 조율한 자신작입니다.

수제라는 사실도 이번엔 제대로 인정…인정해 줄 테니까요. 부디, 받아주세요!”

단숨에 말을 내뱉고 홱 고개를 돌려 얼굴을 붉히는 케이의 손에서 선생은 소중하게, 양손으로 살며시 상자를 받아 들었다.

“고마워, 케이.”

“…천만에요. 감사는 받아두죠.”

정성스러운 포장을 천천히 푸는 선생의 모습을, 케이는 딴 곳을 보면서도 붉은 눈동자 끝으로 계속 지켜보며 침을 삼키고 있었다.

‘만약 이번에도 또 소금이 섞여 있으면 어쩌지……?

그럴 리 없겠죠, 설마…….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시식까지 마쳐서 완벽하다는 것을 증명했는데도, 건네주는 순간에는 세계 개변의 피해망상까지 생길 정도로 심박수가 튀어 올랐다.

선생이 상자를 열자, 안에서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와 함께 귀여운 고양이나 토끼 모양의 갈색 쿠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 정말 잘 구워졌네!! 게다가 모양도 귀여워!

나를 위해서 일부러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여준 거야?”

“나앗?! 그, 그냥 열전도 효율을 무시한 형상의 시험 제작 결과물일 뿐입니다!

귀엽다니 그런 단어를 적용하지 마세요!”

누가 봐도 뻔한 츤데레 반응을 보이며 팔짱을 끼는 케이를 곁눈질하며 선생은 “그럼 잘 먹을게”라며 토끼 모양 쿠키 하나를 입에 넣었다.

‘바삭’, 경쾌한 소리와 함께 쿠키를 씹었다.

그리고 1초, 2초 시간이 흐른 뒤 선생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것에 닿은 듯 지고의 미소가 번졌다.

“……!!”

“…어, 어때, 요……? 지난번 같은…성분 버그 등은…….”

조심스레 묻는 케이에게 선생은 또 하나를 입에 넣으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정말, 맛있어! 바삭바삭하고 버터 향이 깊고, 무엇보다 설탕의 달콤함이 딱 적당해!

저번의 단짠단짠도 좋았지만…응, 이건 지금까지 먹어본 과자 중에 분명히 톱클래스야! 완벽한 쿠키야, 케이!”

“──!!”

『완벽하다』.

그 단 한마디가 지금까지의 모든 분함, 후회, 그리고 끝모를 방에서의 몸부림 루프를 새하얀 빛과 함께 덧칠해 나가는 것을 느꼈다.

“정, 정말인가요?”

“당연하지. 일부러 나를 위해 몇 번이나 연습해서 만들어준 거잖아.

이 애정이 담긴 모양만 봐도 케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느껴지는걸.”

“애, 애정?! 저는 분명 수작업이라고는 인정했지만 딱히 그런 걸 담았다니 하는 말은 안 했습니다!

버그입니다 버그! 당신의 미각 수용체의 에러예요!”

귓바퀴뿐만 아니라 목덜미까지 새빨개진 케이는 결국 양손으로 얼굴을 격렬하게 부채질하며 한계를 돌파한 당황스러움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선생은 쿠키를 바삭바삭 계속 입으로 가져갔다.

“이야, 이런 최고의 요리를 매일 먹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네.

이 정도면 케이는 나중에 분명히 훌륭한 신붓감이 되겠어!”

콰광──!!

그렇게 케이의 안에서 간신히 기능하던 이성의 안전장치가 치명적인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났다.

“─시, 신부……?! 시, 신붓감이라니, 무슨 소릴 갑자기!!”

“응? 그치만 케이는 귀엽고, 정말 가정적이고 착한 아이인걸.

나는 케이가 신부인 모습이 기대되는걸!

깔끔하고 일도 잘하고 이렇게 맛있는 과자까지 만들 줄 알고…게다가 남의 건강까지 가장 먼저 생각해 주잖아.

케이가 신부라면 그 사람은 세계에서 제일 행복할 거야.”

─악의 제로. 순도 100%의 천연 무자각 크리티컬 히트.

그 용서 없는 추격에 마침내 캐퍼시티의 레드라인을 넘어버린 그녀는 얼굴이 눈물이 맺힐 만큼 붉게 물들었다.

“~~~~~~~~~~~~~~~~~!!”

다음 순간. 케이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무해할 터인 쿠션 하나를 덥석 움켜쥐더니─

선생을 향해, 그야말로 루미너스 노바의 최대 출력을 능가하는 초속과 기세로 가차 없는 풀스윙을 날렸다.

“그렇게……!! 그렇게 언제 어디서든 아무렇지도 않게 무방비한 발언을 투하하니까 당신이라는 사람은 구제 불능이라는 겁니다!!”

푸학!! 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리고 선생님이 뒤로 크게 넘어갔다.

“역시 오늘이야말로…오늘이야말로 절대 용서 못 합니다!!

제발 발언의 파괴력 좀 자각하라고요!!

역시 오늘이야말로 선생님을 죽이고 저도 죽겠습니다!!”

“아구구?! 와아악, 미안 케이! 근데 진짜 아픈데?! 내가 뭐 화날 만한 소리 했어?!”

“전혀 모르고 있잖아요, 이 멍청이!! 거기 서세요!!”

샬레의 창문으로 붉은 노을이 쏟아져 들어오는 방 안.

그날은 쿠션을 휘두르며 뒤쫓는 새빨간 얼굴의 소녀와, 영문도 모른 채 도망치는 어른의 시끌벅적한 발소리가 언제까지고 울려 퍼졌다고 한다.

그리고 한동안 선생 생각만 하면 얼굴을 붉히는 케이가 게임 개발부에서 목격되었다나 뭐라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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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6.02.22번역

소설 핫산) 케이의 발렌타인 애프터

#케이#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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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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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캐서린]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6.02.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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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ㅇDC
ㅇㅇ126.02.23

어흐

ㅇDC
ㅇㅇ226.02.23

존나 좋아

ㅇDC
ㅇㅇ326.02.23
디시콘
ㅇDC
ㅇㅇ426.02.23

어흐어흐

ㅇDC
ㅇㅇ5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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