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M #치정극
원본 by Nv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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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샬레의 집무실.
흰색을 기조로 한 이 넓은 공간은, 원래대로라면 총학생회에서 넘겨받은 방대한 서류와 보고서를 상대로 고독하게 사투를 벌여야 할 장소였다.
"…있잖아, 왠지 요즘 여기에 상주한다고 해야 하나,
아예 눌러앉은 학생 수가 너무 많지 않나 싶은데."
내가 사인펜을 멈추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공기를 가르던 정적 속의 타이핑 소리가 멎었다.
고개를 드니 시선 끝에 있는 소파에 제 집인 양 앉아 있는 금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학생이자, 현재는 프리랜서(?) 에이전트인 아스마 토키.
익숙한 클래식 메이드복을 입은 그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나를 응시했다.
그녀가 지난 며칠 동안 집무실 소파를 침대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기분 탓 아닙니까. 샬레는 키보토스의 초법규적 기관이며, 다양한 학생이 드나드는 것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아니, 드나드는 게 아니라 명백히 인구 밀도가 이상하다고 할까.
그보다 토키, 너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거든?“
“……?”
토키는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표정에는 내 말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완벽한 물음표가 떠올라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애당초 무엇을 이상하게 여기시는 건가요. 선생님의 시각 정보는 정상입니까?”
"엄청 정상인데…….“
“그렇다면 문제없군요.
저는 선생님의 전속 에이전트이자 시종이며, 유능한 메이드입니다.
나아가 미래의 신부로 공인될 수순을 밟고 있죠.
남편의 침소에 대기하며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완전히 자칭이지? 그보다 언제부터 토키랑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던 거야…….“
“잊으셨나요, 선생님.
노을빛에 물든 채 『토키, 네가 없으면 난 살 수 없어』라며 저를 꽉 껴안았던 그날을.”
"존재하지 않는 기억이니까……."
몇 번을 부정해도 어디선가 자꾸 끌어오는 정체불명의 시추에이션에 딴지를 걸고 있자니, 문득 똑똑 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철컥, 문이 열린다. 그곳에 서 있던 것은 또 한 명의 백발 소녀였다.
“토키, 장난도 정도껏 하세요.
아침부터 선생님의 업무 진행을 방해하고 있잖아요.
당신의 입에서 생성되는 노이즈는 샬레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극히 성가신 버그랍니다.”
질렸다는 기색이 섞였지만, 단정하고도 서늘한 목소리.
쟁반 위에 훌륭한 솜씨로 차려진 모닝 플레이트―스크램블 에그와 노릇하게 구워진 토스트, 따뜻한 수프를 들고 나타난 이는 텐도 케이였다.
과거 '이름 없는 신들의 열쇠' 시절의 인공적인 울림은 이미 사라졌다.
그 말투는 손이 많이 가는 학생들과 못난 어른을 챙기며 잔소리를 하는 유능한 프로듀서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안녕, 케이. 살았어, 매번 아침밥 고마워.
…어라? 근데 오늘 당번 스케줄에는 안 들어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달력으로 눈을 돌리자, 그녀의 이름은 모레에나 적혀 있었다.
그러자 케이는 시치미 뚝 뗀 얼굴로 플레이트를 내 책상에 살며시 내려놓고는, 커피잔에 자연스럽게 우유를 조금 섞었다.
“당번은 아닙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자기관리 능력에는 다대한 의구심이 남아있기에, 제가 자발적인 체크 기구로서 찾아왔을 뿐입니다.
게임개발부의 뒤치다꺼리뿐만 아니라 당신의 생명 유지에도 정기적인 테라포밍이 필요하니까요.”
"케, 케이까지……. 저기, 아리스나 미도리 애들 개발 업무는 안 봐줘도 괜찮니……?“
“이번 주 스크립트와 사양서 정밀 검사는 어젯밤 사이에 완벽하게 끝내두었으니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케이는 휙 뒤를 돌아보더니, 조금 전부터 태연하게 차를 마시는 토키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제가 잠시라도 눈을 떼면, 금방 이런 질 낮은 땡땡이 메이드가 선생님 옆에서 당당하게 에러 로그 같은 헛소리를 불어넣으니까요!
제 관리하에서 그런 엉망진창인 플래그 관리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런, 여전히 소란스럽군요.
아침부터 칼슘이 부족한 것 아닙니까?
케이는 우유를 많이 마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발육을 위해서라도.”
“뭐―누, 누가 발육 부진이라는 건가요!! 당신이랑 같이 취급하지 마세요!!”
도발 스킬이 뛰어난 토키의 한마디에 케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냉정 침착해 보여도 끓는점이 낮고 놀려먹기 좋은 점이 지금 케이의 특징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어느덧 초근접 거리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만약 그녀들이 진심을 낸다면 샬레의 방탄유리 따위는 1초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저기, 둘 다. 업무 중이니까 무기는 꺼내지 말아줘…….“
“…하아. 여전히 시끄럽네요, 샬레는. 내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고 바로 이 모양이라니까.”
등 뒤에서 들려온 이지적인 목소리.
나는 구세주를 만난 심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익숙한 남색 제표, 태블릿을 손에 든 밀레니엄의 '산술의 마술사' 하야세 유우카가 서 있었다.
"유우카, 안녕. 오늘은 일찍 왔네.“
“좋은 아침이에요, 선생님. 아침 일찍 결제할 서류를 가져왔을 뿐이에요.
…그보다 둘 다! 선생님 양 소매를 붙잡고 뭘 하는 거야!”
입실하자마자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유우카가 따끔하게 일갈을 날린다.
“…유우카.”
하지만 케이는 물러서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며 유우카를 바라보았다.
“당신이야말로 세미나 업무로 바쁜 입장일 텐데,
매일같이 영수증 확인이니 비품 보충이니 하는 대수롭지 않은 핑계를 만들어 샬레를 드나드는 것 같은데요?
괜찮은 건가요? 세미나의 다른 임원들에게 업무 부하가 걸리지는 않고요?”
“윽……! 그, 그건……!
샬레의 자금 관리는 선생님 혼자서는 허술하니까 내가 감사해야 한다고나 할까…….
그보다 케이 너야말로 동아리 활동은 뒷전으로 하고 매일 출석 도장 찍고 있잖아!”
“제 업무는 신속하게 다 종료되었습니다!
최적화된 태스크 관리에 지연이란 없습니다!
그에 비해 당신은 뭔가 껀덕지만 생기면 기어 들어오고 있잖아요!”
“뭐, 뭐라고! 케이, 네가 할 말이니!?”
“저와 선생님은 미래영겁 함께할 예정이므로, 이 생활 기반에 있어 제가 우대받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피스, 피스.”
“토키! 당신까지 부채질하지 마!”
“불량 메이드는 빠져 계시죠!”
말다툼으로 번지며 샬레의 인구 밀도로 인한 소음이 드디어 데드라인을 넘기 시작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 위에서 살며시 눈을 감았다.
어째서 이렇게들 모여드는 걸까.
밀레니엄 팀만으로도 이 모양이다.
만약 게헨나나 트리니티까지 합세한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아니, 뭐. 솔직히 즐거우니까 괜찮긴 하지만.’
혼자서 적막한 방에서 밤을 새우는 것보다는 훨씬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들의 잔소리나 소동이 어떤 의미로는 최고의 활력소였다.
"…그건 그렇고."
이 드넓은 샬레 시설 안에서는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나는 말싸움 중인 유우카 일행을 뒤로하고 일어나 사무실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짝, 짝, 짝! 경쾌하게 세 번 손뼉을 쳐 보았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쾅!!!
손뼉 소리가 나자마자 천장의 환기구가 걷어차이고,
흩날리는 먼지와 함께 여우 귀와 꼬리를 단 백귀야행의 닌자―쿠다 이즈나가 멋진 착지 포즈로 내 눈앞에 내려앉았다.
"…이즈나, 안녕."
나는 이마를 짚었다. 놀라울 정도의 즉각 반응이었다. 심지어 천장에서.
“좋은 아침입니다, 주군!”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언제부터 천장에 있었던 거야?“
“훗훗훗! 닌자란 모름지기 언제 어느 때라도 주군을 그림자 속에서 호위하는 법!
즉―지난주부터 있었습니다!”
"지난주!? 밥 같은 건 어떻게 해결했어!?“
“걱정 마십시오! 주군의 냉장고에서 식료품은 잘 챙겨 먹었습니다!”
"그거 닌자라기보다 집쥐에 가까운 생태 같은데…….“
웃는 얼굴로 무시무시한 소리를 하는 그녀에게 불평을 늘어놓자니. 똑똑, 창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니 지상 20층이 넘는 창밖에서 화려한 가면을 쓰고 로프에 매달린 채,
이쪽을 향해 애정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재액의 여우'라는 이명으로 알려진 지명수배범―코사카 와카모다.
“우후후…서방님……. 좋은 아침이에요♡”
"와카모…안녕. 가능하면 정문으로 들어와 줬으면 좋겠는데……."
실내로 화려하게 침입한 와카모는 다른 세 명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내 곁으로 달려왔다.
은은하게 감도는 화약 냄새를 남기며 그녀는 뺨을 붉히고 내게 몸을 기대왔다.
“오늘의 서방님도 정말…아아, 최고로 멋지세요…….
곁에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아, 참…보고드릴 게 있어요, 서방님. 이것을.”
그렇게 말하며 와카모는 자글자글하게 배선이 연결된 작은 기계 뭉치를 쓰레기 버리듯 책상에 툭 던져놓았다.
눈에 익은 초소형 지향성 마이크. 그리고 어딘가 전파를 발신하는 듯한 특제 트래킹 디바이스였다.
"이건…도청기? 꽤 정밀하게 만들어진 거네.“
“네♡ 샬레의 통신 시설과 집무실 구석구석에 설치되어 있던 거라, 만약을 위해 제가 전부…처분해 두었어요.”
"…코타마 소행이네……. 정말이지 보안이 너무 허술하다고 해야 하나……. 고마워, 와카모."
여기저기 환기구나 관엽식물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는 해커의 귀감이다.
하지만 그 고도의 전자 공학도, 나를 향한 스토킹 러브가 한계를 돌파한 와카모의 야생적 감각과 배타주의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우후후훗, 서방님의 목소리를 훔쳐 듣는 도둑고양이 따위에게 순순히 데이터를 넘겨줄 수는 없으니까요.
서방님을 위해서라면 어디까지라도 호위해 드릴게요♡“
몸을 배베 꼬며 내 팔에 부비적거리는 와카모를 향해 토키와 유우카, 케이가 불온한 시선을 보냈다.
”선생님. 범죄자에게는 불필요하게 접근하지 않도록. 에이전트로서 경고합니다.“
”대체 뭐예요 당신들! 이 신성한 집무실을 마치 무법지대처럼 드나들고! 당장 퇴거하세요!“
”당신들의 호위 같은 건 제가 있으니 필요 없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보호합니다! 칠수인은 냉큼 돌아가시죠!“
”흠……. 잡음이 서방님의 귀를 더럽힐 뿐이군요……. 조금 청소해 드릴까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 이번에야말로 본격적으로 탄막이 오갈 법한 분위기가 되었다.
도저히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나는 "하아…정말 카오스네"라며 머리를 감싸려다―
손가락 끝이 쌓여 있던 서류 모서리에 강하게 스치고 말았다.
"―윽, 따가워……."
슥 하고 작게 베인 손가락 끝.
피가 배어 나올 정도는 아니었지만 예리한 통증이 달린다.
종이에 베인 상처다. 다음 순간이었다.
내가 "아얏……" 하고 입을 뗀 것과 완벽하게 동시에', 아무것도 없어야 할 등 뒤의 관엽식물 그림자에서 슈슉 하고 인영이 나타났다.
” 선생님! 괜찮으세요!?“
구호기사단 소속의 연분홍색 머리 소녀, 스미 세리나.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 손가락 끝을 잡더니 흐르는 듯한 매끄러운 동작으로 알코올 솜으로 환부를 닦고,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를 귀여운 디자인의 반창고를 내 상처 부위에 딱 붙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정도 얕은 상처라면 금방 나을 거예요.
하지만 서류 모서리는 위험하니 좀 더 안전한 파일로 교체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자, 이제 안 아프죠?“
"세리나…저기."
나는 붙여진 반창고를 멍하니 바라보며 그녀를 보았다.
"어디서 나타난 거야……. 아니, 매번 어떻게 나타나는 거야……?“
”후훗. 소녀의 비밀이에요. 선생님이 곤란해하실 때, 구호를 필요로 하실 때는 저는 어디서든 나타나니까요.
그럼 전 다시 정기 순찰 루트로 돌아갈게요! 실례하겠습니다!“
"정말 사라지는 것도 빠르네……."
펄럭이며 하얀 가운을 휘날리고는, 세리나는 닌자인 이즈나보다 더 닌자 같은 신출귀몰함으로 다시 복도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주군! 이즈나도 본받아서 반창고를 가지고 다녀야겠군요! 메모 메모…….“
”그보다 선생님, 냉장고에 콜라 재고가 떨어졌습니다. 나중에 보충 부탁드립니다.“
이제 내 용량을 초과했다.
아침부터 일어나는 대삽질 이벤트의 연속에 내 SAN 수치는 깎일 대로 깎였다.
똑똑. 하지만 키보토스의 아침 연쇄는 아직 멈추지 않는다.
이번에는 정규 루트―집무실 정문에서 조심스럽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케이가 경계하며 문을 노려보는 가운데, 열린 문틈으로 얼굴을 내민 것은 조금 불안해 보이지만 결의를 담은 눈을 한 회색 머리 소녀―.
”…선생님.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죄송합니다.“
"미야코. 아, 안녕."
RABBIT 소대의 소대장, 츠키유키 미야코다.
그녀의 손에는 샴푸와 바디워시가 든 작은 여행용 파우치가 들려 있었다.
”그게……. 어젯밤에 조금 추워서.
야영지에서 몸이 차가워졌는데 샤워실을 잠시 빌려도 될까요……?“
"응, 물론 괜찮아. 늘 있던 일이고,
수건 여분은 탈의실 아래 선반에 있으니까.
온수도 펑펑 나오니 마음껏 써. 비누도 새 걸로 갖다 뒀어."
미야코는 "감사합니다"라며 깊게 고개를 숙이고 욕실 쪽으로 향했다.
왠지 몇몇 학생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 같지만…이젠 어쩔 수 없다.
그 뒷모습을 배웅하고 있자니, 미야코와 교대하듯 또 하나의 작은 그림자가 스스스…하고 스며들어 왔다.
거무죽죽한 안색.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허무한 눈동자.
사이즈가 맞지 않는 커다란 군용 코트를 입은 소녀―아리우스 스쿼드의 츠치나가 히요리였다.
“…서언생니임……. 좋은 아침이에요…….
역시 저희가 다다를 곳은 불행뿐이에요…….
배가, 배가 너무 고파서 이제 환각으로 팬케이크가 날아다니는 게 보일 지경이라니까요…….
이제 전 굶어 죽을 미래밖에 없는 거예요……. 끝장이에요…….”
네거티브의 온퍼레이드.
이것도 익숙한 광경이다.
히요리는 배를 문지르며 힘없는 손으로 내 셔츠를 꽉 붙잡았다.
“선생님…혹시 괜찮으시다면요.
유통기한 지난 편의점 도시락이든, 잔반 속의 지렁이든, 신발 밑창의 진흙이든 뭐든 먹을 테니까 뭐라도 좀 먹여주시지 않을래요……?”
"지렁이랑 진흙은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히요리, 착하지, 고생 많았어. 잠깐만 기다려봐.“
“우우으…선생님은 하느님이세요…….”
울먹이는 히요리를 달래며 나는 내 발치에 있는 열쇠가 달린 보온 박스를 열었다.
"마침 딱 좋은 게 있어. 자, 여기 특제 유부초밥. 많이 만들었다고 어젯밤에 나눔 받은 거야.“
“유, 유부초밥……!!?”
히요리의 동공이 순식간에 확장되고, 말랐던 눈물이 침과 함께 쏟아져 나왔다.
나는 정성스럽게 타파웨어에 담긴 맛있어 보이는 유부초밥을 건넸다.
통통한 유부 피에 깨의 고소한 향이 감돌았다.
“감사합니다……. 그런데…나눔이라니 어디서……?”
"앗, 그게……"
아차, 싶어 나는 작게 혀를 찼다. 사실 지금 나는 엄청난 특급 비밀을 이 샬레에 숨기고 있다.
―전 SRT 특수학원, FOX 소대.
총학생회의 카야가 일으킨 쿠데타의 실행 부대이며,
현재는 교정국으로부터 가석방이라는 초법규적 조치 이후 내 감시라는 명목의 보호 아래 극비 임무를 수행 중인 그녀들.
그 부대장인 요시노 니코가 "조금 많이 만들었으니 내일 아침 식사로라도 드세요"라며 챙겨준 것이 바로 이 유부초밥이 든 용기였다.
FOX 소대가 샬레 지하에 잠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총학생회 일부 상층부만 아는 최고 기밀이다.
당연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다른 학원 학생들―하물며 방금 샤워실로 향한 RABBIT 소대의 미야코에게는 절대 들켜서는 안 되는 사실이다.
"그, 그건 말이지! 어젯밤에 근처 상가에서…그래! 타임 세일로 싸게 팔던 반찬을 마침 사 둔 거야! 하하하!“
“그런가요……?
그런데 이 보존 용기, 시중의 플라스틱이 아니라 군용 고기밀 컨테이너 같은데요…….
게다가 이 유부 조림 상태, 그냥 슈퍼 반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됐어요…….
함냐, 우걱우걱…후아아, 맛있어요오……!”
히요리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야생 동물 같은 기세로 유부초밥을 입안에 밀어 넣었다.
겨우 넘겼나 싶어 안도한 것도 잠시.
“…선생님.”
등 뒤에서 영하로 떨어지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유우카와 케이가 내 손에 든 용기를 마치 X선 스캐너 같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선생님. 샬레의 이번 달 경비 정산과 영수증 중에 그런 식료품을 구입한 이력은 없었는데요.
그런 상자에 든 유부초밥이 상가에서 팔릴 리가 없잖아요.”
“유우카의 말이 맞습니다.
우선 이 유부초밥은 기름 제거부터 간 맞추기까지 완벽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흔적이 있습니다.
…선생님, 누구를 이 집무실에 끌어들인 건가요?”
밀레니엄이 자랑하는 두 두뇌 앞에서는 나의 얄팍한 술책 따위 순식간에 간파당하고 말았다.
"아, 아니! 이건 정말 그냥…아, 그거다!
요즘 새로 생긴 배달 서비스! 'FOX EATS'라고 있는데……!“
“FOX……?”
“여우… 서방님, 여우라고 하셨나요?”
나의 부주의한 발언에 와카모의 여우 귀가 쫑긋 반응했다.
망했다.
와카모는 과거 FOX 소대에 의해 포획되어 교정국으로 보내진 과거가 있다.
그녀 앞에서 그 단어를 꺼내는 건 말 그대로 금기다.
"아, 아니야! 여우가 아니라 딱, 딱따구리…아니, 코요테! 그래, 코요테 딜리버리!“
“…선생님. 거짓말을 할 때 특유의 당신의 맥박과 발한량, 완전히 임계치를 넘었습니다.
심문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토키까지 무표정한 채 내 퇴로를 차단하듯 뒤로 돌아섰다.
끝났다. 완전히 포위됐다.
이제 단념하고 어느 정도 사실을 털어놓아야 하나……. 하며 각오를 다지던 바로 그 순간.
“푸슈슉…위잉.”
갑자기 집무실 안쪽―지하실로 연결된 비밀 엘리베이터 문이 멍청한 전자음과 함께 열렸다.
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했다.
“선생님, 좋은 아침입니다. 어젯밤 건네드린 유부초밥 말인데요, 된장국 보온병을 깜빡하고 안 드린 것 같아서―”
나타난 것은 벚꽃색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가정적인 에이프런 차림으로 수프용 보온병을 손에 든 소녀―요시노 니코.
그녀는 집무실의 이상한 인구 밀도와 자신에게 쏠린 무수한 날카로운 시선을 깨닫고 말을 멈췄다.
“…어머.”
니코는 눈을 크게 뜨고 집무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임전 태세인 밀레니엄 학생 세 명.
유부초밥을 입안 가득 물고 굳어진 아리우스 학생과 한 입 얻어먹고 있는 닌자.
그리고―
“…당신. 설마 SRT의…….”
반야 가면 아래서 와카모의 목소리가 땅을 기듯 낮게 깔렸다.
과거 자신을 붙잡았던 천적의 모습. 그 기운을 와카모가 잊을 리 없었다.
“…저기. 왠지 굉장히 북적거리는 조찬 모임을 열고 계셨나 보네요, 선생님.”
니코는 찰나의 경직 후, 곧바로 평소의 온화하지만 어딘가 정체 모를 위압감을 띤 '소대의 엄마' 미소를 지어 보였다.
특수부대원다운 강심장.
과연 대단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니코! 지금 당장 지하로 돌아가―!"
내가 외치려던 그때, 다시 한번 최악의 타이밍에 복도 쪽 욕실 문이 열렸다.
“선생님, 샤워실 잘 썼습니다. 저기, 비치된 샴푸 말인데요, 평소랑 다른 냄새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개운한 얼굴로 나타난 미야코.
그녀는 말을 하다 말고 집무실 중앙에 서 있는 니코의 모습을 시야에 담았다.
툭, 미야코의 손에서 수건이 떨어진다.
“……어?”
“……어라.”
과거의 선배와 후배. 서로 다른 '정의'를 내걸고 빗속의 공원과 지하 폐허에서 사투를 벌였던 인연의 상대.
그런 그녀들이 지금 왜인지 같은 사무실에 상주하며 아침부터 샤워를 하거나 아침밥을 만드는
너무나도 평화롭고 카오스적인 상황 속에서 마주치고 말았다.
“니, 니코…선배……?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교정국에 있어야 할 분이…….”
“오랜만이네요, 미야코 양. 조금 못 본 사이에 꽤나…선생님의 사무실에 익숙해진 모양이네요.”
니코의 미소 띤 압박이 한층 강해진다.
미야코의 눈동자에 혼란과, 그리고 강렬한 라이벌 의식 같은 무언가가 불꽃처럼 튀고 있었다.
“익숙해진 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에이프런 차림으로…설마 그 유부초밥…선배가 선생님께?”
“네, 맞아요. 선생님의 건강 관리는 저희 'FOX EATS'의 중요한 임무니까요.”
그 말에 이번에는 유우카와 케이가 격렬하게 반응했다.
“잠깐 기다려! 선생님의 건강 관리라면 내가―!”
“아니요, 접니다!!”
“주군의 호위는 이즈나가!!”
“…FOX 소대도 서방님을 노리는 가소로운 무리도 전부 한꺼번에 배제하겠습니다. 서방님 곁에 서는 건 저 하나로 충분해요……!”
“선생님,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일단 전원을 스턴시킬까요?”
“선생니임…이 유부초밥, 리필해 주시면 기쁠 것 같은데요……. 더불어 스마트폰 충전도 부탁드려요…….”
대혼란이었다.
각 학원의, 각자의 속셈과 독점욕이 샬레의 사무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빅뱅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책상에 엎드렸다.
"…유키노, 쿠루미, 오토기…도와줘…….“
”부르셨습니까, 선생님.“
니코의 뒤에서 방패를 든 쿠루미와 라이플을 어깨에 멘 오토기, 그리고 위엄을 내뿜는 소대장 유키노가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선생님을 둘러싼 타 학원과 칠수인의 포위전이라는 건가.
소대장으로서 이 상황은 묵과할 수 없군.“
”아하하. 니코가 왜 안 오나 했더니.
…선생님, 꽤나 인기가 많네. 하지만 우리의 특등석은 양보 못 해.“
”선생님의 방패는 나야! 거기 비켜, 도둑고양이들아!“
FOX 소대까지 완전 무장으로 풀 출동해 버렸다.
이제 변명의 여지는 없다.
샬레는 오늘, 키보토스 전역을 휘말리게 할 생텀 타워 공방전의 폭심지가 될 것이 확정된 듯하다.
"린한테 오늘 샬레 수리비 부담 절반 안 되겠냐고 연락해 둬야지…….“
”…선생님, 왠지 귀찮은 일이 시작될 것 같고, 이부키가 외로워하고 있으니 지금 당장 같이 게헨나로 가지 않을래요?“
"…있었구나, 이로하. 응, 그러자……. 위장약 먹고 가야겠어."
적어도 밤새워 끝낸 서류들이 먼지가 되지 않기만을.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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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스토리를 반영한 개판이군ㅋㅋㅋㅋ san치 핀치!

ㅋㅋㅋㅋㅋㅋ
질려서 사직서 내겠네 매일 저지랄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