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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하시네요, 선생님. 훌쩍.”
“으, 응….”
리오가 있는 빌딩에 도착해 능숙하게 입구의 비밀번호를 입력했더니 히마리가 게슴츠레 뜬 눈으로 말했다. 아까부터 사사건건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부 얼버무리기에는 미안함이 있어서 어느 정도 리오와 지내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흥. 속았어요. 그 여자한테 그런 면이 있었다니…. 겉으로는 소심한 척하고 있었지만, 선생님 앞에선 좋을 대로 꼬리를 치고 있었다는 건가요? 이참에 그 암여우 같은 성미를 제가 뜯어고쳐 줘야겠어요.”
“지, 진정해.”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는 동안에도 히마리는 주먹 쥔 양손을 붕붕 휘두르며 씩씩거렸다.
“제가 이날을 위해서 얼마나 절절한 심정으로 고민하고 소원했는지 알기나 할까요? 정말이지, 정말이지, 괘씸해서 부아가 치미네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을 위해서 뭘 했는데?”
“네? 아, 네? 그, 그건…. 아니, 그건 아무래도 좋아요. 아무튼, 선생님께서는 내일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순수한 호기심에 캐물었더니 그것이 진중한 비밀이라도 되는지,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안 되겠어요, 조심하지 않으면….’ 하고 중얼거리더니 화제를 돌렸다.
‘다 들렸어요.’ 하고 놀려주고 싶었지만, 아무튼 무엇인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는 것으로 의식하고 넘겨짚었다.
“그건 일단 리오랑 상담해 보려고. 여긴 안전할 거로 생각하지만, 혹시 몰라서 무섭긴 해.”
마음이 든든해졌다. ‘빅 시스터’, 츠카츠키 리오와 ‘전지’ 아케보시 히마리, 두 사람의 은혜가 함께한다니. 그야말로 천군만마와 같지 않을 수 없었다. 무사히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벌써 가슴이 편안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빌딩 상층부의 컴컴한 복도를 지나면 이 시간에도 그를 기다리느라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 하나가 있다.
두 사람이 그 앞에 서자, 자동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리오― 나 왔…, 어?”
“…하아?”
“아….”
세상이 숨을 멎었다.
사무실 소파에 ‘그녀’가 다리에 손을 얹고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다. 잔뜩 긴장해서 뻣뻣한 모습과 분명하게 상기되어 있는 얼굴, 방황하는 시선과 자신감 없는 눈동자.
그래,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선생은 ‘그녀’를 보고 정말 자기가 아는 ‘츠카츠키 리오’가 맞는지 일순간 의심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키보토스 3대 대형 학원 중 하나, 통칭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학생회장이자 ‘빅 시스터’라는 이명을 가진 냉철하고 과묵하며, 괄목할 만한 수재.
츠카츠키 리오가 어깨와 복부, 그리고 허벅지 아래로 다리가 훤히 드러난 상스러운 투피스 산타걸 의상을 입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리, 리오?”
히마리 쪽을 흘깃 쳐다보니 그녀는 이미 오만 가지 망상을 전개한 끝에 2차로 기절한 모습이었다. 입가는 웃고 있는 것 같은데, 보이진 않아도 입꼬리에서 피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당신이…, 요즘 안 와주니까….”
리오가 고개를 완전히 돌린 채로 힘없이 말했다.
확실히 그녀가 말한 대로 요즘 통 얼굴을 못 보기는 했다. 하지만, 그거와 이것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때 히마리가 ‘헉’하고 정신을 차렸다.
“그래요. 알겠어요. 저 여자는 지금…, 저저…, 저 흉악한 가슴으로 선생님을 유혹하려는 거예요! 선생님께서 자기를 찾아주지 않으니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겨, 결국 그런…, 그런 파렴치한…. 저는 다 안답니다! 당신이 무슨 속셈인지!”
“아니.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어.”
“크리스마스를 구실로 선생님이 당신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기정사실을 만들려던 거잖아요!”
“잠깐잠깐잠깐, 스톱―! 히마리!? 갑자기 무슨 어지러운 소리야!”
“….”
“그리고 리오님? 왜 이 부분은 부정을 안 해주시나요?”
“후. 이것 보세요, 선생님. 이렇게 제가 따라오지 않았다면 선생님께선 지금쯤…. 이것으로 증명되었지요? 역시 제 선택이 옳았어요!”
“아니, 그래서 결국 히마리는 어째서 따라왔던 건데….”
“그건…, 그건…. 후, 후후후…. 후후후후후후….”
사람은 상상조차 불가능한 미지의 영역을 들여다보았을 때,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미쳐 버리고 만다고 한다. 가령 지금 히마리의 모습이 그러했다.
눈은 이미 광인의 눈처럼 빛나고 있었고 목덜미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아까부터 목소리는 떨고 있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는 하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횡설수설했다. 얼굴도 그녀의 피부가 백옥같이 창백하다 보니 눈에 띄게 새빨개서 잘 익은 사과와 같았다.
“이렇게 된 이상, 제가 생각했던 로맨틱한 무드는 기대하기 힘들겠지요. 예정과는 많이…, 정말 많이 달라져 버렸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아요. 초천재미소녀이니까요. 후, 후우…. 저 여자가 선생님을 독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어요!”
그러더니 히마리가 이루 말할 수 없는 해괴망측한 표정으로 패딩의 지퍼를 열었다.
“자! 보세요, 어떤가요! 위대한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예술 작품과도 같은 미소녀의 자태는!”
“헉.”
“….”
깜짝 놀라서, 놀란 만큼 어이가 없어서, 그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번에는 그녀의 말을 빌려, 밀레니엄의 청초한 절벽의 꽃이자, 모두가 동경하는 ‘전지’의 학위를 가진 미목수려한 재녀, 이른바 초천재미소녀해커인 아케보시 히마리가―
노출도가 리오만큼은 아니더라도 광택 어린 매끈한 어깨와 맨다리를 훤히 드러낸 실크 원피스 산타걸 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가녀린 몸매에 더해 충분히 차고 넘치는 파렴치함이 그곳에 있었다.
히마리는 누가 봐도 고혈압으로 쓰러질 것 같이 걱정되는 얼굴인데, 부끄럼은 고사하고 당당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미소 짓고 있었다.
뇌가 생각하는 것을 멈춘 선생은 둘째 치고, 흠칫 당황한 리오가 그녀 특유의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와 아무 말 없이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꼬옥 잡았다.
“왜, 왜 시무룩하는 건데! 얘들아, 잠깐. 자암깐―만 진정해 봐. 난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아니요! 이해하실 필요 없어요! 여기, 이 자리에서 선택해 주시면 된답니다! 저인가요, 저 여자인가요!”
씩씩대며 말하더니 히마리도 다가와서 비어 있는 그의 반대쪽 손을 두 손으로 꼬옥 쥐었다.
일순간 정적이 흐르고 두 명의 소녀는 애정을 요구하는 반려동물의 눈빛으로 선생을 지그시 올려다보았다.
“정신 나갈 거 같아, 얘들아. 나, 나 화장실 좀 다녀오면 안 될까? 딱 15분이면 되는데, 얘들아. 부탁이야.”
애써 도망치려 하자, 리오가 선수를 치며 그의 팔에 몸을 기대 움직임을 봉쇄했다. 사무실 천장에 그려진 무늬의 개수를 세며 근근이 버티던 그는 압도적인 중량감의 슬라임 같은 것이 팔을 감싸는 것을 느끼고 소리 없이 아우성쳤다.
“잠깐! 떨어지세요, 리오! 그, 그런 건 반칙…. 아니, 그래요. 서, 선생님이라면 크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진실을 분명 알아주시겠지요!?”
그러더니 히마리도 앉아있던 휠체어에서 낑낑대며 몸을 앞으로 당겨 끝에 걸터앉더니 몸을 기대었다.
입고 있는 것이 얇은 실크 소재이다 보니 그 말캉함이 배로 전해져 고문에 가까운 수준으로 그를 공격했다.
“후후…. 어떠신지요. 비록 크기라면 저 여자에게 쪼오금 밀릴지 모르지만, 형태라든지. 촉감이라든지. 그런 것들에는 다소 자신이 있답니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알게 뭐냐고, 그런 걸로 싸우지 말라고, 솔직히 말해서 둘 다 좋으니까! 하지만, 입 밖으로 그것을 꺼낼 수는 없었다.
“자, 선생님!”
“선생….”
“그마안!”
결국 참을성이 한계에 다다른 선생은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고 소리쳤다. 이어서 화끈거리는 얼굴로 씩씩거리며 두 사람의 정수리에 살짝 꿀밤을 때렸다.
“히얏!?”
“읏….”
결국 혼이 나고 만 두 사람이 진정될 때까지 잠시 사무실을 나와 숨을 돌렸다. 복도에는 차가운 공기가 가득해서 거칠게 달아오른 여러 가지를 진정시키는 데에 효과적이었다.
‘설마 이런 일이 될 줄이야.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했던가. 아니, 이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두 사람을 진정시키고 평상시로 돌려놓지 못하면…. 이성이 버티지 못해.’
여러 가지가 무사히 가라앉은 뒤, 사무실로 돌아가자 두 사람이 서로 반대로 고개를 돌리고 어색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둘 다 좀 진정됐어?”
“네, 네…. 저라는 사람이 경우를 모르고 다소 흥분해 버리고 말았네요. 하지만, 저 여자가! 아니, 아니에요…. 훌쩍.”
“리오는?”
“…난 애초에 제정신이었어.”
“그렇게 적극적인 리오는 처음 봤는데?”
“기분 탓이야.”
“그래….”
히마리는 아직 분이 덜 풀렸는지 리오를 향해 바둥거렸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나아 보였다. 옷 때문에 느끼는 추위가 심해졌는지, 바들바들 떨면서 훌쩍거렸다.
“정말…, 이렇게 추운 날에 무리하기는.”
다가가서 그녀의 머리를 쓱쓱 하고 쓰다듬어 주었다.
깜짝 놀라 어깨가 튀어 오르더니 이내 순순히 얌전해졌다.
“선생님의 손은 따뜻하시네요…. 매정하신 분…. 저는 알고 있답니다.”
“응?”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게…. 저, 저를…, 바라…, 바라봐 주시지…, 않으니까요….”
“뭐라고? 목소리가 작아서 잘 안 들리는데.”
“읏…. 흥이에요. 이 이상은 아무리 저여도 창피하니 말하지 않겠어요.”
“장난이야, 장난. 미안해. 제대로 들었으니까. 그, 리오? 히터 틀어도 괜찮을까?”
히마리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획 돌려버리자, 애써서 달랬다. 손가락으로 사무실의 에어컨을 가리키며 말하니 리오가 머리를 끄덕였다.
전원이 켜진 에어컨에서 따뜻한 바람이 흘러나오자, 소파에 앉아있던 리오가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러고는 까치발을 들고 그의 얼굴을 자기 얼굴 쪽으로 당겨 와 강제로 눈을 맞추었다.
“리오?”
“역시 이런 옷…,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겠지…. 나도 알고 있어. 주제넘는다는 거.”
“그게 무슨 소리야. 엄청나게 잘 어울려. 이렇게나 이쁜데.”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그러자 그녀가 그의 뺨을 놓아주었다. 보기 드물게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시선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왼팔을 잡고 있는 오른손에 힘이 가득 실었다.
“…하지만, 당신…. 여기 왔을 때부터 단 한 순간도 나를 똑바로 바라봐 주지 않았잖아. 지금도 이렇게, 시선을 피하고 있고….”
“그건….”
확실히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속내는―
‘아니, 눈을 둘 데가 없는데 어떻게 봐달라는 거야!’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전부 내려두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에게 지금 리오의 모습은 참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와 지내는 동안에 몇 번이나 자신의 이성의 끈이 얼마나 튼튼한지 시험받고는 했다.
그녀가 술에 취했었을 때나, 빼빼로데이에 있었던 일과 같이 정말 많은 위험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완전히 손을 놓아버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폭언에 가까운 히마리의 말이 공감되는 것처럼 그 폭력적인 스타일과 매끈하다 못해서 시선마저 미끄러져 버리는 허벅지를 맨정신으로 보고 있으라니. 지금 리오는 선물을 주러 온 산타가 아니고, 남자의 마음을 강탈하러 온 강도였다.
그런 절경을 정면으로 직시하라고? 전심전력을 다해서 손을 번쩍 들고 간이고 쓸개고 다 가져가라고 말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간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티를 내지 않던 그녀가 눈에 띄게 상심한 모습이었다. 평소에도 그런 모습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보통은 마음속의 아쉬움에. 혹은, 바라는 것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애달픔을 감추지 못해 흘린 것에 불과했다.
지금 그녀를 봤을 때 어쩌면, 잘 상상은 되지 않아도 정말로 버림받은 소동물과 같은 심정으로 미처 신경 써 주지 못한 나날 동안 외로움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잘도 제 앞에서 추태를 부리시네요, 리오.”
가만히 지켜보던 히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와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 갈라놓았다.
“당신, 많이 변했네요.”
“…난, 그다지….”
“아니요, 변했어요. 본디 주변은 따라가는 사람들은 일체 생각하지 않고 제 앞만 보고 걷던 막무가내가 아니었던가요. 그런데 지금은 이처럼 선생님께 대롱대롱 매달리고 있으니, 그래요. 당신치곤 좀 귀엽네요.”
“좀 귀엽긴 해.”
“선생님? 그걸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면 어떡하나요? 아무튼, 네. 완벽히 이해했습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선생님께 당신이 있는 장소를 알려드린 건 제 일생일대의 불찰이었네요.”
그러더니 흥! 하고 거친 콧김을 내뿜고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자기가 이겼다는 듯이 당당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제가 이겼습니다. 저는 무려 선생님과 외! 박! 까지 한 경험¹이 있으니까요!결정적으로 그때 저는 선생님의 품에 가련한 여주인공처럼 안겨서 잠들기도 했답니다!”
“뭣…, 잠깐 히마리?”
저 의기양양한 얼굴에 점수를 매긴다면 가히 백 점 만점에 백만 점. 하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다시 한번 사과처럼 붉어진 얼굴로 사람 헷갈리게 던진 모호한 말에 감쪽같이 속은 리오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정말이야?”
“아니, 저기요. 히마리? 말을 그렇게 하면 듣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저기, 잠깐만―”
변론이 퍽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듣던 중에 죄인의 손에 묶인 포승줄을 잡아당기듯이 그의 손목을 붙잡고 끌고 갔다. 그러더니 곧장 그를 침대 앞에 세워놓고 가슴팍을 살짝 밀어서 눕혔다.
침대 매트리스가 강렬하게 출렁이고 목재 프레임이 삐거덕 작은 비명을 질렀다.
“리오님? 여기에는 사골국처럼 깊은 오해와 청양고추처럼 매콤한 음해가….”
“저기요, 리오!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요!”
깜짝 놀란 선생과 히마리가 그녀를 말려 보려 하지만, 씨알도 안 먹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사타구니 위에 올라탔다.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듯 내려다보는 포식자의 눈매가 그를 엄습했다.
“알고 있어. 당신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일, 했을 리가 없으니까.”
“생각을 하긴 하신 건가요?”
“하지만…, 잘 모르겠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그러니까 공평하게 나와도 같이…”
“그, 일단 내려와서 얘기하면 안 될까? 자꾸 비비적거리면 진짜 힘든데.”
“같이…, 자줘야겠어.”
“아니아니아니, 리오. 지금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긴 해!?”
“물론이야. 당신이야말로 모르는 건 아니겠지? 선생이 품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그 자존심. 나한테는 그것도 멀지 않아서 끝이니까.”
“…그래도 아직 해 안 넘어갔거든!”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내가 아는 리오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닌데!?”
히마리가 보다 못해 달려와서 가세했다.
“제가 가만히 두고 볼 줄 알구요? 이렇게 된 이상 제가 꼭 붙어서 한시도 놓치지 않고 감시해 주겠어요.”
“도와줘, 히마…, 리? 잠깐만 왜 웃고 있는 거야!”
그녀가 불편한 다리로 끙끙대며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와 그의 머리맡에 앉았다.
“공평하게, 라고, 말했지요? 그렇다면 저도 그동안 당신이 혼자 독점했던 것들, 그토록 제가 바랐던 것들. 전부 이자까지 쳐서 돌려받도록 하겠어요!”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며 눈씨름을 하는 걸 보고 있으니, 그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정말로 싫다거나, 고통스럽다거나, 도망치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문제가 아니라서 문제였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두 소녀를 싫어하겠는가.
눈을 감으니 그냥 그 모든 것을 함축해서 나는 오늘 큰일 났구나에 대응하는 욕설만 가슴 속에 메아리쳤다.
아무래도 이번 크리스마스의 행복한 악몽은 지독하게 길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FIN.
***
중간에 히마리와 외박 이야기는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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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적거린다니 사타구니 위에서 비비적거린다니 이 미친 회장이


고맙다...잘있었다 늦더라도 올려준거 고맙다..

글 ㅈㄴ재밌게 잘 쓰네... 퇴근하고 다른 것도 다 보러 간다이기

아방가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