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M #하렘 #이로하 #오토기
원본 by hibi.sasa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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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4>
<1>
샬레의 휴게실에서는 이따금─아니, 제법 빈번하게 학원도 동아리도 전혀 다른 학생들끼리 마주치곤 한다.
선생이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며 가끔 샬레를 비우다 보니, 당번 시간이 겹치면 그렇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대개는 가볍게 자기소개를 나누고 적당히 잡담하다가 각자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며 선생님을 기다릴 뿐이다.
깊게 얽히는 일 따위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내 입장에서 의례적인 인사치레 같은 건─솔직히 귀찮기만 하고.
“당신은 그러니까, 분명 SRT 3학년……? 저격수 씨죠.
뭐, 저한테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안, 너 이름이 뭐였더라?”
“이로하입니다만.”
“나는 오토기야. 맞아 맞아, 이로하 씨였지.”
오토기라고 이름을 밝힌 SRT의 저격수는 굳이 나와 대화를 이어가려는 모양이었다.
“이로하 씨는 분명 2학년이었지?
SRT에 대해서는 어디서 알게 된 거야?
딱히 얼굴을 숨기고 활동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이 특수부대인데 정보원 정도는 확인해 두지 않으면 조금 찜찜하달까.”
“아, 제가 만마전 의원이라서요. 그쪽 라인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과연. 그럼 너무 깊게 캐묻지 않는 편이 좋겠네.”
우연히 알게 될 기회가 있었을 뿐이지, 게헨나 첩보망 같은 거창한 배경 따위는 전혀 없는데.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으니까요.”
거기서 대화는 일단락되었다.
아니, 원래대로라면 거기서 끝났어야 했다.
침묵을 깬 것은 오토기 씨였다.
“……그러고 보니.”
“네?”
“선생님, 여자아이 다리 엄청 좋아하지 않아?”
나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
밑도 끝도 없이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이었기 때문이다.
“어, 그게…부정할 수는 없네요.”
“그치~?”
당황하는 내 기색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토기 씨는 묘하게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봐봐, 그 시선 처리 말이야. 딱히 숨길 생각도 없잖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그렇다고 대놓고 쳐다보는 것은 아니고.”
“잘 알죠.”
“‘앗, 봐버렸다’ 하는 표정으로 후다닥 눈을 돌리고는 조금 지나면 다시 보고 있지.”
“…격하게 공감합니다.”
이런 화제가 연달아 이어지다 보니, 더 이상 무시하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로하 씨, 그런 반응이 술술 나오는 걸 보니…선생님 데리고 놀고 있지?”
“잘 놀고 있죠.”
“나도 그래.”
그 순간, 두 사람의 시선과 미소가 정확히 포개어졌다.
“역시!”
“역시라니요, 참.”
“아니, 솔직히 이해하잖아. 선생님 반응이 너무 재밌는걸.”
“그 점은 부정할 수 없네요.”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다리를 꼬는 타이밍.
치마 정리하는 척하기.
일부러 거리를 좁히는 것.
시선이 헤엄치는 순간.
당황해서 화제를 돌리는 선생님.
서로 시연까지 섞으며 대화가 달아올랐다.
“선생님은 여고생들을 그렇게나 많이 상대하면서 매번 꼬박꼬박 부끄러워한다니까.”
“맞아요. 여자한테 익숙한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니까요.”
“나도 모르게 시험 해보고 싶어져.”
“네. 반응을 보는 게 재밌죠.”
여기까지는 아직 평범한 장난 이야기였다.
결정타는 오토기 씨의 무심한 한마디였다.
“스패츠는 처음부터 다 보이는데, 치마 끝을 잡고 살짝 보여주기만 해도 당황하니까.”
나는 조건반사적으로 대꾸하고 말았다.
“알 것 같아요.
몇 번이나 안긴 여자의 빼빼로 게임 정도에 이제 와서 허둥대다니, 놀리는 맛이 일품이라니까요.”
말하고 나서 깨달았다.
휴게실이 조용해졌다는 것을.
“…어?”
“…어?”
서로 굳어버렸다.
몇 초간의 침묵.
“아니, 그게.”
“『몇 번이나 안겼다』고?”
“…네.”
“설마가 아니라, 이로하도 선생님 애인이야?”
“…네.”
둘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잠깐, 저 『도』요? …혹시 오토기 씨도인가요?”
“아하하…응. 당연히 선생님이랑 첫 경험까지 끝냈지.”
아무래도 우리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동류였던 모양이다.
선생님에게 학생 애인이 여러 명 있다는 건 피차 알고 있었던 듯하지만,
그 선생님의 애인들끼리 서로 정체를 모른 채 선생님의 성벽을 화제로 수다를 떨었던 것이다.
어색하다.
…그래야 하는데.
오토기 씨가 씨익 웃었다.
“그러니까 이로하도 선생님한테 넘어가 버린 쪽이라는 거지?”
“어폐가 좀 있는데요.”
“첫 경험, 선생님이지?”
“…그렇네요.”
“듣고 싶어!”
“네?”
“연애담!”
“아니, 딱히 풋풋한 연애담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야한 얘기 포함된 연애담 풀코스!”
“…….”
거절할 이유를 생각했다.
생각해 봤지만.
상대는 선생님의 애인.
같은 입장.
게다가 선생님을 골려주며 노는 취미까지 일치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험에도 흥미가 있다.
나도 한창때의 소녀니까, 남들 같은 담소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선생님과의 관계―키보토스에서도 희귀하고 다루기 힘든 경험담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는 좀처럼 없는 것도 사실이다.
“…뭐, 좋아요. 그럼 제가 먼저 이야기해 볼까요?”
“응응, 부탁해!”
“처음에는 상사의 미인계 명령이었거든요.”
그렇게 나는 내가 어떻게 선생님에게 넘어갔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2>
명령 자체는 딱히 안 들어도 그만이었어요.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분위기도 아니고요.
게헨나잖아요.
전 귀차니스트고요.
선생님을 진심으로 함락시킬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어요.
기껏해야 ‘샬레의 선생’이라는 성가신 존재가 나중에 귀찮은 일을 만들지나 않을지,
땡땡이치는 김에 얼굴이나 한번 봐 두자는 정도의 마음이었죠.
그런데 선생님은 신기한 사람이더라고요.
일 자체는 되게 싫어하는 것 같아요.
서류 뭉치를 보고 있으면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을 짓기도 하고.
…하지만 학생들만큼은 끝까지 책임지더라고요.
거리는 너무 가깝지도 않고, 간섭도 심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절대로 중간에 내팽개치지 않아요.
그 거리감이 묘하게 편안했어요.
그래서 조금 시험해 보고 싶어졌죠.
이 사람을 땡땡이의 늪에 빠뜨리면 어떻게 될까, 하고요.
연애 같은 건 귀찮기만 할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절 좋아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선생님과 땡땡이 장소를 공유하고 있었죠.
원래 제 아지트도 있었지만, 그 밖에도 “오늘은 옥상으로 갈까요?”, “자료실 비어 있어요”라든가.
어느샌가 땡땡이치는 시간 그 자체를 공유하는 게 목적이 되어버렸어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식으로 거리가 좁혀졌고, 그 무렵엔 또 다른 놀이를 찾아서 푹 빠져 있었거든요.
선생님을 유혹하는 일요.
그전까지 옷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속옷도 기능만 있으면 뭐든 상관없었고요.
귀찮으니까.
딱히 누구한테 보여줄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어른스러운 디자인이라든가 색깔 같은 것을 선생님께 슬쩍 보여줄 걸 전제로 고르게 된 거예요.
어떤 게 제일 반응이 좋을까 고민하면서 쇼핑도 하고.
꾸미는 게 즐거워졌어요.
화장도, 머리 모양도, 시선을 던지는 법이나 서 있는 자세까지 고민하는 게 신나더라고요.
지금까지 귀찮기만 했던 일들, 여자애 같은 행동들이 전부 갑자기 즐거워진 거죠.
이유는 딱히 생각 안 해봤어요.
…그냥 즐거웠으니까.
제가 천천히 늪에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했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제 일상의 거의 전부가 선생님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요.
아침에 옷을 고르는 것도, 화장도, 머리도, 향수도.
오늘은 어떻게 선생님을 골려줄지 고민하는 것까지.
그 귀차니스트인 제가 말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로 오기가 생겼어요.
여기까지 온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생님을 돌아보게 만들지 않으면 바보 같잖아요.
완전히 눈이 멀어 있었죠.
선생님을 꼬신다.
선생님이 내게 홀리게 만든다.
선생님의 항복을 받아낸다.
오직 그 생각뿐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이미 진 거나 다름없었죠.
스스로는 사냥꾼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돌아봐 주길 간절히 바랐던 건 저였으니까요.
…다만, 만약 그때 선생님이 유혹에 넘어가서 홧김에 저를 안아버렸다면 의외로 거기서 흥이 깨졌을지도 몰라요.
‘이제 내 거다’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러니까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였던 셈이죠.
선생님이 선생님다웠기에 지금의 관계가 있는 거예요.
안 그랬다면 아마 끝났을 겁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말을 멈췄다.
이다음에 이어질 이야기가 첫 경험에 관한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망설여진 것이다.
오토기 씨가 히죽거리며 몸을 내밀었다.
“헤에,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어? 결정타는? 첫 경험은 어땠는데?”
“그게 말이죠…….”
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날도 아지트에서 평소처럼 선생님을 놀리고 있었어요.
평소보다 조금 대담한 차림으로요.
선생님의 반응을 보며 즐거워했죠.
곤란한 듯 웃으며 시선을 피하지만, 결국 아주 조금은 쳐다보게 되는…늘 그랬던 것처럼요.
…그러다 제가 그만 우쭐해져서, 한 발짝 더 깊이 발을 들여버렸어요.
선생님이라면 이 정도가 한계겠지, 정말 당황하는 얼굴을 한 번쯤은 보고 싶다…….
그런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선생님 눈앞에서 양말을 벗어 건네줬죠.”
“그랬더니?”
“선생님이 제가 벗어준 양말 냄새를 정말이지 필사적으로 맡기 시작했어요.”
오토기 씨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
“보통은 정나미가 뚝 떨어질 상황이잖아요.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짓이니까요.
저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지, 하고요.
하지만 안 되더라고요.
하고 있는 짓은 변태 행위 그 자체인데, 선생님이 그런 짓까지 하면서 나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그게 견딜 수 없을 만큼 기뻤어요.
말도 못 하게 행복했죠.
그때 비로소 깨달았어요.
제가 선생님을 휘두르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걸요.
저는 줄곧 선생님이 저를 갈구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거예요.”
“그럼 선생님이 그 자리에서 이로하 씨를―”
“아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선생님다웠는걸요.
제가 당황해서 양말을 뺏었더니, 돌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이로하를 떠올리면서, 혼자 위로할 때 쓸 거니까』라면서요.”
오토기 씨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대단하네.”
“그쵸?
그런 소리를 듣고 그러세요, 하고 말 정도로 제가 숙맥은 아니거든요.
『냄새나 추억 같은 게 아니라, 진짜가 눈앞에 있잖아요』라고.
정신을 차려보니 매달리고 있었어요.
『쓰실 거라면 저를 써주세요. 추억 같은 게 아니라, 저 자신을요』라고요.
그런 말을 제 입으로 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미 몸을 내던진 거나 다름없죠. 완전히 졌어요.”
“그래서, 선생님은?”
“선생님은 곤란한 듯 웃으시더니, 그제야 제 손을 잡아주셨어요.
그리고 먼저, 제대로 『좋아한다』라고 말해주셨죠.”
“잘됐네.”
“네, 정말요.
그러니까 제가 안긴 건 분위기에 휩쓸려서가 아니라, 제대로 연인이 되고 난 뒤였어요.
그냥 몸을 맡긴 채 휘둘려 버렸지만, 그래도 선생님 덕분에 행복한 첫 경험이었답니다.”
<3>
나 말이야, 옛날부터 色드립 같은 걸 좋아했거든.
주변에선 변태 꼬마 취급을 받긴 했지만 말이야.
다만 그저 호기심일 뿐, 드립치며 웃는 게 좋을 뿐, 남을 놀리는 게 좋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
내가 성욕이 강하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어.
선생님과 만났을 때도 그랬지.
선생님은 반응이 재밌다.
학생들을 제대로 살피는 주제에, 묘한 부분에서 순진해서.
내가 반 걸음만 다가가도 곤란하다는 듯 웃는다.
그 반응을 보는 게 그저 즐거웠어.
‘오늘은 되려나.’
‘오늘은 여기까지 파고들 수 있을까.’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든다.
부끄러워하게 만들기.
당황하게 만들기.
그 반응을 보며 웃기.
그런 장난의 연장선이었어.
선생님은 말이야, 참 절묘해.
싫어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우쭐대지도 않아.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휩쓸리는 것도 아니야.
그저 묵묵히 받아주고, 곤란해하고, 수줍어해.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면서 내가 원하는 반응을 딱딱 보여주거든.
그러니까 다음엔 반응을 좀 더 보고 싶어지는 거야.
완전히 게임 하는 기분.
처음에는 유혹이라고 해 봤자 정말 가벼운 장난 수준이었어.
“선생님, 오늘 나 왠지 좀 섹시해 보이지 않아?” 하고 정색하며 물어본다거나.
얘기할 때 슬쩍 몸을 내밀어서 거리를 좁혀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야.
치마 자락을 정리하는 척하면서 허벅지를 슬쩍 보여준다거나.
“선생님, 여자애들 다리 좋아하지?”라며 짐짓 뻔덕스러운 목소리로 확인해 보기도 하고.
선생님은 곤란한 표정으로 타이르거나, 시선을 피하는 게 고작이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어.
하지만 선생님이 다 받아주니까 거기에 응석 부리듯 장난의 수위가 점점 높아져 갔어.
둘만 있을 때 일부러 옆에 딱 붙어 앉아 허벅지를 밀착시키거나,
“잠깐, 어때?”라고 말하며 선생님 눈앞에서 양말을 천천히 다시 신기도 하고.
선생님이 서류를 보고 있는 옆에서 일부러 스패츠 라인이 도드라져 보이는 자세로 앉아보기도 했다.
브라가 슬쩍 보이게 해놓고는 “앗, 보여버렸나? …못 본 걸로 해줘.”라며 가볍게 웃어넘기기도 하고.
선생님 팔이나 어깨에 장난치듯 몸을 기대거나 손가락 끝으로 툭툭 건드리기도 했었지.
하지만 그때의 난, 그저 ‘놀리면서 장난치는 것뿐’이라고만 생각했어.
“난 발랑 까진 꼬맹이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대충 둘러대면서 말이야.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편리한 핑계였지.
진짜 속마음은 장난 따위보다 훨씬 더 불순했는데.
도가 지나치고 있었던 건 장난만이 아니었는데, 정작 나 자신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몸이 먼저 움직이고, 거리를 좁히고, 자꾸만 닿고 싶어서.
그 이유조차 당시의 나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어.
어느 날, 단둘이 비밀기지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거든.
선생님 셔츠가 비쳐서 속옷 목선이 보이는 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어.
왠지 모르게 시선이 자꾸만 쏠려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
선생님이 그걸 눈치채고는 “미안, 꼴불견인 모습을 보여줬네”라며 몸을 가리려고 했지.
그건 보통 여자애들이나 하는 말이잖아.
그래서 나도 농담조로 “지금 나 유혹하는 거야?”라고 되묻기도 하고, 처음에는 그냥 그 정도로 끝나는 일이었는데.
분위기가 달아올라선 나도 모르게 먼저 손이 나가고, 몸도 막 제멋대로 움직이더라고.
결국엔 ‘선생님이 보여줬으니까 나도 보여줄게’라는 핑계로 선생님 얼굴 위에 올라타서 스패츠를 짓누르려고 했어.
비에 젖어서 라인이 다 보일지도 몰라, 뭐 그런 소릴 하면서.
선생님을 밀쳐 눕히고는 ‘나 좀 봐’라고 했지.
“세상에, 정말 대담한 짓을 하셨네요.”
“그치? 아무리 생각해도 시집도 안 간 처녀가 할 짓은 아니잖아.”
이미 장난의 수준은 진작에 넘어선 상태였던 거야.
하지만 난 선생님 코앞에 스패츠를 들이미는 데 정신이 팔려서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어.
결정타가 된 건 스패츠 위로 선생님이 숨을 내쉬셨을 때야.
종이 한 장 차이의 거리라고는 해도 아주 미세한 음압을 느꼈을 뿐이지.
그것만으로 닿지도 않았는데 가버렸어.
빗물에 젖은 거랑은 확실히 다른 열기와 냄새를 풍기는 얼룩이 선생님 눈앞에서 스패츠 위로 번져나갔어.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지.
더할 나위 없이 창피한 꼴을 보인 직후인데도, 얼굴이 달아오르기는커녕 배 속 깊은 곳이 부글거리는 게 느껴졌어.
나는 그제야 깨달은 거야.
전부 장난 같은 게 아니었다는 걸.
난 줄곧 진심으로 선생님을 유혹했던 거였어.
반면에 선생님은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미안해, 여자아이에게 수치심을 주게 됐네’라고 말했거든.
전부 내가 발정한 탓이고 내가 저지른 일인데, 마치 선생님이 다 짊어지려는 듯한 말투였어.
그 상황에서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어.
그건 거절할 때나 하는 말이잖아.
‘나를 안아주지 않는 거야?’ 싶었지.
그래서 마지막 유혹은 더 이상 장난이 아니었어.
그 자세 그대로 선생님한테 간청했어.
여자로서 그보다 비루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그 비루함조차 연료처럼 몸의 열기를 부채질해서, 연민이라도 좋으니까 안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어.
“그 정도로 몰렸던 거군요.”
이로하 씨가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은 오토기 씨를 저버리거나 하지 않았겠죠?”
나도 처음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선생님의 반응은 달랐어.
선생님은 나를 타이르듯 천천히 말을 건넸지.
‘제자가 힘으로 억누르면 저항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
‘선생으로서 제자에게 상처 주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개인적인 관계를 맺게 될 위험이 있는 제자와는 자주 둘이 시간을 보내지 않는단다.’
처음에는 동정심으로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려고 변명을 늘어놓는 줄 알았어.
하지만 아니었어.
사실은 그저 발정일 뿐이었던, 장난을 가장한 시간이 돌이켜보니 선생님이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고 있었다는 증거였던 거야.
“쌓아온 시간이 선생님의 진심을 증명해 준 거네요.”
응.
그러고 나서 선생님은 나를 껴안고 키스해 줬어.
처음부터 딥이었는데, 평소에 그렇게나 센 척하던 내가 선생님이 하는 대로 가만히 몸을 맡길 뿐이었어.
그렇게 나와 선생님 사이의 서열이 정리돼서 그런 걸까,
난 선생님한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머릿속이 욕망으로 가득했는데도, 그 뒤의 첫 경험은 덮치기는커녕 일방적으로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길 뿐이었어.
하지만 그때는 서로 고백 같은 건 안 했어.
물론 나라고 해서 아무나 다 괜찮다는 건 아니야.
선생님이 ‘좋다’라고 느꼈으니까 장난의 대상으로 삼았던 거기도 하고.
그런데 반대로 첫 경험 전까지는, 아니, 아마 그 후로도 한동안은 파트너가 꼭 ‘선생님이어야만 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아.
몸의 대화를 나눈 뒤에 다시 샬레 당번으로 시간을 같이 보내고, 데이트도 몇 번 하면서…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선생님과 애인이 된 거지.
내가 먼저 몸이 달아오른 거고. 고백도 내가 먼저 했어.
<4>
이야기를 마친 오토기 씨의 표정은 평온했다.
“우리, 정말 닮았네요.”
“그치?”
사냥하는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푹 빠져버린 건 나 자신이었다.
선생님을 손바닥 위에서 굴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넘어간 건 내 쪽이었다.
결론만 놓고 보면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둘이 쓴웃음을 짓는다.
오토기 씨가 턱을 괴었다.
“선생님은 참 신기해.”
애인이 된 지금도 그렇다.
어리광을 부리면 다 받아주고, 혼자 있고 싶은 날에는 적당히 거리를 둬 준다.
신기할 정도로 변함이 없다.
“그래서일까.”
오토기 씨가 툭 내뱉듯 말했다.
“같이 있으면 편해.”
“…이해해요.”
그 한마디가 묘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애인인데도 무리할 필요가 없다.
잘 보일 필요도 없다.
선생님 앞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을 수 있다.
“결국 우린 선생님을 놀려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 이상으로 선생님 앞에서 본모습 그대로 있을 수 있다는 게 좋은 거겠지.”
“네. 분명 그럴 거예요.”
한동안 둘이 웃었다.
휴게실의 시계만이 조용히 소리를 내며 흐른다.
오토기 씨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맞다, 이로하 씨. 선생님을 놀려 먹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공유하지 않을래?”
“…헤에, 그거 흥미롭네요.”
“아니면 다음에 같이 선생님을 덮쳐볼까? 둘이 덤비면 우리가 우위에 설 수 있을지도 몰라.”
“글쎄요. 세트로 역공당하는 미래밖에 안 보이는데요.”
“그런가?”
“그래도 재미는 있겠네요.”
“그치? 재미있는 생각이 나면 공유하는 걸로.”
“네. …이거 선생님이 들으면 평소처럼 곤란해하는 표정을 지어줄 것 같네요.”
“보고 싶긴 하지만 비밀로 하자.”
“비밀 엄수네요.”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두 사람은 굳게 악수를 나누었다.
제삼자가 보기에는 학교라는 장벽을 뛰어넘어 우정이 싹트는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일지도 모른다.
그 우정의 목적이 공유 중인 애인을 어떻게 골탕 먹일지 정보를 나누는 것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Fin.
댓글 6
근데 태그에 미디엄하고 M은 무슨뜻임... 작중 선생 쥬지 사이즈하고 마조히스트라는거임?
ㅋㅋㅋㅋㅋ길이임 그냥 미디엄->M
ㅋㅋㅋㅋㅋㅋㅋㅋ
어흐 이녀석들 색욕색독했다고오
이로하 개꼴리네
어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