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
9996자
시련으로의 카운트다운
"키키킥! 환영하지, 샬레의 선생!"
"여, 건강해보이네, 마코토."
"물론! 이 마코토님은 언제라도 만전이고 말고!"
게헨나 자치구――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 의사당.
견고해보이는 소파에 테이블 주위를 비싼 회화와 게헨나 휘장이 그려진 현수막으로 덮인 방은 몹시 넓고 휘황찬란했다. 그 중앙에 그녀. 만마전의 의장이자 현 게헨나 학생회장인 마코토가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코트를 걸치고 장식끈을 두른 모습은 변함 없었고, 실내에도 불구하고 모자를 눌러쓴 그녀는 키득키득 웃는 소리를 높인다.
"이로하도 안녕."
"하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 옆에 서서 여느 때처럼 나른한 태도를 감추지 않는 전차장, 이로하. 그녀에게 가볍게 말을 걸자 손 안에 있던 수첩을 닫고 한숨과 함께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소파에 앉으면서 기분 좋게 어깨를 들썩이던 마코토는 선생님을 빤히 바라보다 문득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선생, 겨우 이 만마전의 의장인 마코토님에게 협력을 제안할 생각이 들었군!"
"응, 그래――.......응?"
"키키키킷...... 샬레와 만마전, 이 둘이 힘을 합치면 게헨나의 풍기위원회 같은 녀석들은 쉽게 무너뜨릴 수 있겠지, 매우 논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어――아니, 게헨나는 물론 키보토스도 수중에 넣을 수 있을 터.......!"
의자에 걸터앉아 얼굴가득 미소를――꽤 사악하긴 하지만――지은 마코토. 갑자기 날아오르듯 일어서서는 낭랑하게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그 표정에서는 고양과 기대가 생생히 느껴졌고,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열기가 담긴 것처럼 보였다.
과연 그녀의 머릿속에서 어떤 이론이 전개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선생님과 자신이 게헨나 풍기위원회를 무너뜨리고 키보토스까지 손안에 넣는 계획이 머릿속에서 전개된 것 같다. 손으로 얼굴을 감싼 그녀는 입꼬리를 올린 채 외쳤다.
"계산은 끝났다, 그럼 바로 계획을 실행해야 하지 않겠나! 선생!"
"......저기, 그런 대화는 적어도 저희가 없는 곳에서 해주시겠어요?"
――옆에서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의사당에 선생님과 함께 들어왔던 게헨나 풍기위원회 소속의 아코다. 히나가 부재할 경우 풍기위원회의 지휘권을 맡는 넘버 2. 그녀는 미소를 띤 채 약간의 분노를 흘리며 말을 내뱉는다.
대상 앞에서 당당하게 적대선언을 떠들어댄 상사의 모습에, 이로하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이 정도의 일은 일상다반사여서 이제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버렸지만――
"마코토 선배, 이야기를 이상한 방향으로 틀지 말아주세요."
"응?"
"선생님이 이번에 우리를 만나러 온 건 형식적인 거예요. 선생님은 에덴조약에도 참석하시니 인사차 방문한 거라고요."
"......그럼, 우리와 협력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는 원래 없었어요."
"........."
이로하의 담담한 설명에 마코토는 얼굴을 찌푸리며 몇 초 간 침묵을 지킨다. 펼쳤던 손을 다시 접고 손끝으로 턱을 쓰다듬은 그녀는 선생님과 아코, 그리고 이로하를 차례로 바라본 뒤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기고만장한 미소를 지었다.
"......훗, 과연, 그런가――뭐, 즐거움은 다음으로 남겨두도록 하지."
"우와, 이거 또 무조건 귀찮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거드름 피우듯 코트를 나부끼며 고하는 마코토. 그녀의 사고 회로를 알 수 없어도 그 폭주 상태는 잘 알고 있는 이로하는 앞으로의 뻔한 고생을 생각하며 조용히 어깨를 떨궜다. 자기 부하의 그런 심중 같은 건 모른 채, 마코토는 발소리와 함께 문으로 걸음을 옮긴다.
"좋아, 돌아간다, 이로하."
"어, 네? 벌써 괜찮은가요?"
"물론――키킷, 오늘은 선생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 충분해."
그렇게 말하고, 마코토는 시원스럽게 방을 나선다. 눈 한번 돌리지 않고 나가버린 마코토의 모습에 아코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자유분방, 안하무인, 그러면서도 여느 때처럼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이로하는 곤혹스러움과 피로를 머금고 선생님에게 작게 고개를 숙인다.
"정말이지 그 사람은......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럴리가, 오히려 평소와 같아서 안심했을 정도야."
"아아, 그런가요, 그렇네요,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었죠."
선생님의 온화한 태도에 이로하는 체념한 듯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녀의 행동에 쓴소리를 하거나 주의줄 것을 기대했던 걸까. 그러나 선생으로서는 그녀의 태도에 딱히 말하고 싶은 바가 없다. 그래도 풍기위원회를 어떻게한다거나 키보토스를 지배 운운하는 건 그만둬줬으면 하지만――그건 그거고 그 또한 마코토다움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몸 쪽은요?"
"응, 괜찮아. 이제 아픈 곳은 없어."
"――그럼 다행입니다."
순간 선생님의 전신을 빠르게 시선으로 훑은 이로하. 그녀의 물음에 선생님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대답한다. 말 앞에는 공백이 있었다. 그러나 깊이 모자를 고쳐 쓴 이로하는 눈동자를 선생님에게 보여주지 않고 그 옆을 지나 문을 빠져나간다.
"그럼, 다음에 또 조인식 회장에서...... 선생님."
문을 뒤로 닫기 직전, 이로하는 어딘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로 그렇게 말했다.
■
"하아~......"
"수고했어, 아코."
이로하와 마코토가 떠난 뒤, 의사당에서 단둘이 남게 되자 아코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지쳤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어깨를 떨구고 손에 든 태블릿을 가슴에 누른 채 그녀는 늘어진다. 그 주위에는 피로감이라는 이름의 혼탁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요즘 얼굴 못 보여줘서 미안해, 컨디션이라든가 무너지진 않았어?"
"그건...... 뭐."
선생님의 물음에 아코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와 얼굴을 마주한 건 트리니티로 출장가기 전이었었나. 보충수업부 합숙으로 한 달, 부상으로 한 달, 트리니티에 틀어박혀 있던 선생님은 두 달 넘게 아코와 얼굴을 마주치지 못했던 셈이다. 당연히 오랜만으로 느끼는 법이라고 선생님은 속으로 수긍했다.
"그건 그렇고 의외였습니다, 선생님이 에덴조약에 참석하실 줄은."
"게헨나와 트리니티의 다리 역할이라고 할까, 조정역이라고 할까, 양쪽에 안면이 있는 역의 사람이라고 하면, 연방학생회 같은 곳이 될테니까 말이야....... 뭐, 내가 스스로 나섰다는 면도 있지만."
"......여전히 스스로 일을 늘리는 걸 좋아하시는 거 같군요."
"이것만은 천성이라고 할까."
아코의 어딘가 가시 돋친 말에 선생님은 쓴웃음을 짓는다. 의지하면 거절할 수 없다. 아니, 거절하고 싶지 않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는 설령 초청받지 않았더라도 참가할 생각이었다.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그런 변함없는 선생님의 태도에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몇 초 정도 말을 고른 뒤――그녀는 천천히 물었다.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어디를 보고 계시는 건가요?"
"어? 아코의 옆가슴인데......?"
"........."
선생님의 시선은 아코와 대화를 나눌 때부터 줄곧 그녀의 옆가슴에 꽂혀 있었다. 마치 그녀의 옆가슴에 상대의 눈과 입이 있다는 듯이 계속 그 한 점을 응시하고 있다.
아코의 복장은, 조심스럽게 말해도 꽤나 상식을 깨고 있었다.아니, 키보토스 전체에서 보면 「아아, 아니 뭐, 그런 복장의 아이도 있었지, 응.」하는 레벨이지만, 맨다리 돋보이는 벨트 스타킹, 목 부분에는 카우벨에 가장 대단한 건 가슴 양쪽을 대담하게 잘라낸 의복.
출렁일 정도로 흔들리는 옆가슴――옆가슴이다.
이를 보지 않고 무엇이 어른인가, 무엇이 남자인가, 무엇이 낭만인가? 오히려 이런 눈의 즐거움을 제공받고도 시선을 향하지 않는 게 아코에게 무례하기 짝이 없다고까지 할 수 있다. 선생님은 그런 배려심 많은 어른이었다. 고로 이것은 가슴을 열고 있는 아코에 대한 매너라고 생각했다.
빤히 자신의 가슴팍――구체적으로 말하면 노출된 옆가슴에 시선을 향하는 선생님. 아코는 잠시 그런 어른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느닷없이 그 시선을 가리기라도 하듯 자신의 가슴팍을 팔로 가린다. 손바닥과 팔의 섬유가 옆가슴을 덮었고 그 옆가슴[에덴]은 아득히 멀리 사라졌다.
순간 선생님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불안한 기색으로 떠들어댄다.
"뭐하는거야 아코!? 그러면 숨 쉴 수 없게 돼버려!"
"......딱히 여기[옆가슴]로 호흡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만."
"큭, 어쩔 수 없지, 여기선 인공 옆가슴 호흡을......!"
"선생님?"
어이없어하는 시선으로 선생님을 노려보는 아코. 그런 담백한 반응에 비해 선생님은 지극히 진지한 모습으로 아코에게 다가간다. 학생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진지해지는 것도 당연했다.
일은 극히 정치적이고 성적취향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선생님은 어떻게 아코의 자해 행위, 구체적으로 말하면 옆가슴 봉쇄를 풀 수 있을지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궁지를 헤쳐나갈 비책을 생각했다.
그런 짓을 하고 있는데 의사당 문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이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빠르게 문이 열렸고, 그 틈으로 낯익은 얼굴이 안을 들여다보았다.
"......선생님, 있어?"
"――오, 히나야? 오랜만이네."
"......―――"
얼굴을 비춘 것은 히나였다. 노크 소리가 들리는 순간 선생님은 임전 태세였던 자세를 평소의 직립 부동으로 바꾸고 샬레의 푸른 타이를 바로잡으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대치하던 아코는 믿을 수 없는 걸 보는 듯한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다가 문을 통해 얼굴을 내비친 히나를 발견하고 황급히 말을 걸었다.
"히, 히나 위원장님, 아마 내일까지 출장이었을 텐데.......?"
"생각보다 빨리 정리돼서 방금 돌아왔어."
그렇게 무심히 대답한 히나는 뺨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아마도 서둘러 게헨나로 돌아온 거겠지. 살짝 삐친 머리카락이 그녀의 숨은 노력을 말해주고 있었다.
히나는 문을 활짝 열고 문고리를 잡은 채 시선으로 선생님을 재촉한다.
"아코도 수고했어. 선생님은 내가 바래다 줄 테니까 쉬고 있어."
"그, 그렇지만, 출장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위원장님도 피곤하신 건――"
"됐으니까, 이건 명령이야."
"읏......!"
명령, 그 한마디에 아코는 더 이상 말참견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설 수도 없어 선생님 옆에 조용히 몸을 기대고 히나에게는 들리지 않는 성량으로 필사적으로 속삭였다.
"히나 위원장님에게 이상한 짓을 하면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는 건 아코에게는 이상한 짓을 해도 된다는 걸까?"
".......아, 알겠습니다, 인공 옆가슴 호흡이든, 멍멍 플레이든, 뭐든 해드릴 테니 히나 위원장님에게는 손대지 마세요!"
"――그런가아."
"......아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히나 위원장님!"
선생님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걸 확인하고 아코는 재빨리 선생님에게서 몸을 뗀다. 의아한 표정을 지은 히나였지만 시계를 보면 적당한 시간이다. 그다지 잡담을 할 겨를도 없다. 히나의 재촉을 받으며 선생님은 의상을 빠져나갔고, 아코는 살짝 경련을 일으키는 미소로 두 사람의 등을 배웅하게 됐다.
■
"선생님, 방금 전에...... 아코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어?"
"방금 전? 아코와는 최근에 있었던 일이라든가, 상태는 어떤가 하는 시시한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구?"
"........."
게헨나 본교사 복도를 걷는 선생님과 히나. 밤의 교사는 인적도 드물었고, 특히 의사당 방면에는 인기척이 전혀 없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이 주고받는 목소리는 잘 울리고 있었다. 히나의 물음에 태연하게 대답한 선생님. 그런 그를 본 히나는 발밑으로 시선을 떨구며 다소 불만을 머금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사이 좋구나, 아코랑."
그것은, 명백한 질투심에서 오는 것이었다. 히나의 눈으로는 선생님과 아코가 몹시 친근하고 허물없는 관계처럼 보여 참을 수 없었다.
선생님과 만나는 횟수는 내쪽이 더 많은데. 오늘도 선생님이 온다는 걸 알고 스케줄을 일주일 전부터 조정했고 무리해서 업무를 끝낸 뒤 서둘러 게헨나로 돌아왔다. 선생님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귀중하다. 선생님도 바쁜 몸이고, 자신도 게헨나 풍기위원장으로서의 업무가 있다. 입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1분 1초, 불과 5분도 안 되는 시간조차도 히나에게는 귀하고 값진 것이었다.
따라서 선생님이 다른 학생에게 마음을 쏟는 모습을 보면――조금은 어두운 감정이 얼굴을 비쳐버린다. 평소에는 밀어넣었던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것은 피로와 조금의 방심 때문이었다.
"응? 뭐,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히나, 외로웠어?"
"ㅁ, 뭐.....! 아, 아니――"
그 중얼거림을 주워들은 선생님의 말에 히나는 무심코 말문이 막힌다. 뺨을 붉게 물들이며 과잉반응을 하는 히나에게 그것이 정곡임을 깨달은 선생님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멈췄다.
"좋아, 그렇다면, 이리 와, 히나!"
"........."
그리고 천천히 두 팔을 벌리고 자세를 취하는 선생님. 양손은 八자, 얼굴은 진지 그 자체. 히나는 갑작스러운 그것에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한 기색으로 입을 연다.
"뭐, 뭐하는 거야, 선생님......?"
"뭐라니, 포옹할 준비인데."
오히려 그것 외에 무엇으로 보이는 걸까. 레서판다의 위협일까? 확실히 키보토스 학생 입장에서는 아무런 위협으로도 여겨지지 않는 모습이겠지만――선생님은 팔을 벌린 모습 그대로 눈썹을 떨군다. 살짝 불안해진 선생님은 저도 모르게 물었다.
"음, 혹시 필요없었어.......?"
"읏, 으윽.......――"
순간 고뇌――가혹한 표정.
선생님의 슬픈 얼굴은 히나의 마음을 다이렉트 어택했고, 그녀는 이를 악물며 신음했다. 포옹, 선생님과의 포옹――이전에 받은 건 트리니티의 소동이 있기 전, 대교에서의 일. 그로부터 한 달 이상 지난 지금, 그 온기에 굶주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는 게헨나――그것도 누구의 눈이 있을지도 모르는 본교사다. 히나에게는 입장이 있었다. 거기에 지켜야 할 이미지, 인상도 있다. 게헨나 풍기위원회의 장이 교내에서 선생님과 포옹이라니 히나로서도 선생님으로서도 몹시 좋지 않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는 선택지도 엄청난 고통을 동반했다. 한참을 그렇게 머뭇거리던 그녀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며 귀를 곤두세웠다. 다른 학생이 존재하지 않는 걸 대단히 조심스럽게, 그야말로 몇 번이나 확인한 뒤, 히나는 선생님의 팔을 안고 복도 한쪽으로 밀어넣으며 그대로 선생님 품에 몸을 기댔다.
결국, 리스크보다 메리트를 선택한 히나.
순간 옷 너머로 느껴지는 사람의 온기, 선생님의 고동. 자신보다 키가 큰 선생님을 몸 전체로 느끼며 무심코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온다.
"하아, 정말이지....... 이런 일, 다른 학생들에게는 하지 않겠지?"
"어? 어떠려나, 피로가 쌓여 쓰러질 뻔한 학생을 간호한 적은 있지만......."
"......그건 노카운트로 해줄게."
그렇게 말하고 대체 뭘 잘난체 하고 있냐며 히나는 자기 혐오에 빠졌다. 선생님을 속박할 권리는 자신에게 없고, 애초에 자신은 선생님에게 있어서 한 명의 학생에 지나지 않는데. 마치 여자친구나 그에 준하는 존재인 듯한 말투――그렇게 생각하고, 히나는 자신의 얼굴이 붉어지는 걸 자각했다.
그것을 숨기기 위해 히나는 선생님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다. 문득 코끝에 선생님의 냄새가 감돌았다.
"아, 치사해, 나도 히나 흡입해도 돼?"
".......급히 돌아와서 땀도 흘렸으니까 안 돼."
"그런가, 아쉽다."
선생님의 가슴에서 흐릿한 목소리를 내는 히나.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는 선생님은 매우 슬픈 듯이 어깨를 떨궜다.
――히나 위원장님에게 이상한 짓을 하면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요......!?
아코의 말을 떠올리며 선생님은 느슨하게 고개를 흔든다. 히나를 흡입했떠라면 아코와의 약속을 어길 뻔했다.
아니, 그렇지만 히나 흡입이 이상한 일인가? 이상한 게 규체적으로 어떤 거지? 선생님은 생각한다. 묘한 일, 그건 더 뭐라고 할까, 해서는 안 되는 걸 말하는 거 아닌가? 라고.
교사로서 절묘한 라인, 그야말로 아코와의 멍멍 플레이라든가, 옆가슴 인공호흡이라든가...... 히나에게 옆가슴 인공――? 그만두자, 살의가 형체를 지니고 날아올 테니.
선생님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고, 히나는 선생님의 가슴에 몸을 맡기며 천천히 몸에서 힘을 빼고 있었다.
"......하아, 피로가 풀리는 거 같아."
"그건 다행이네, 히나는 좀 너무 열심히 하니까, 가끔은 푹 쉬어."
"선생님도, 남말할 때가 아니겠지?"
"나는 어른이니까 몸도 튼튼하거든."
"――거짓말쟁이."
선생님의 말에 히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내뱉었다. 키보토스의 학생 앞에서 몸이 튼튼하다고 잘도 말한다. 히나의 팔이 선생님의 허리를 움켜쥐고, 그 손끝이 샬레의 제복을 꼭 쥐었다. 그것은 그녀의 집착이 드러난 것이다.
"......몸, 괜찮아?"
"괜찮아, 제대로 완치됐으니까."
"......그럼 다행이지만, 트리니티 쪽은 진정됐어?"
"일단은, 그래도 아직 할 일이 산더미라고 할까? 에덴조약 이후에도 여러가지 일이 남아 있고."
"그래, 그럼 내게도 말하지 않은 문제를 또 안고 있다는 거네."
"응......?"
선생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히나는 시선으로만 선생님을 올려다보며 가느다랗게 말했다.
"그때, 내게 한 얘기가 전부 사실이라면 이미 끝났을 텐데? 그럼 선생님은 또 다른 귀찮은 일――문제를 안았다는 얘기지."
"그건, 뭐, 그럴...... 지도?"
".......딱히, 어째서 다 말하지 않았냐고 탓하는 건 아니니까, 아비도스 건이라면 몰라도, 트리니티의 일이고...... 엄청 복잡한, 선생님측에도 사정이 있는게 당연해."
선생님을 꼬옥, 한층 더 강하게 끌어안고 히나는 말을 잇는다.
그 목소리에는 선생님의 앞날을 걱정하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여러 관점이 있고, 보는 방식에 따라 진실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때 선생님은 그렇게 말했지만, 트리니티의 배신자가 발견되더라도 그건 어떤 특정 관점에서의 진실일 뿐――그것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기는 어려우니까."
"......그러네, 그 말대로야. 그래서 다른 가능성도 동시에 모색하는 거야. 그러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다른 진실이 보일지도 몰라."
"......게헨나인 내가 입 밖에 낼 일은 아니지만."
히나의 그것[눈동자]가, 선생님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보충수업부라고 했었나? 신뢰받는구나, 선생님에게."
"히나도 마찬가지로 신뢰하고 있다구?"
"――알고 있어, 전에도 들었거든."
문득 히나의 입가가 느슨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의 가슴에 짓누르는 그것은 희미한 간지러움과 열기를 느끼게 한다. 히나의 숨소리가 선생님의 피부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기쁜듯이 가늘어진 눈동자, 그 한쪽을 가리는 앞머리를 부드럽게 걷어내며 선생님은 미소짓는다.
"이 세상은 입 밖에 내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정말이지........――"
눈을 감고 잠시 침묵하는 히나.
그리고 선생님 품에서 몇 차례 심호흡을 즐긴 뒤, 조용히 선생님에게서 팔을 떼고 물러났다.
순간 피부를 스치는 차가운 바람. 선생님의 온기가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히나는 걸친 코트를 턴다.
"응, 이제 됐어?"
"그래....... 이런 곳, 다른 학생들이 볼 수도 있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몇 번 확인한다. 자신의 추태――아니, 이런 대화를 들려주면 풍기위원장으로서의 체면에 관계된다. 가볍게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머리를 손끝으로 다듬자 여느 때와 다름없는, 완벽한 분위기를 주위에 퍼뜨리며 히나는 발길을 돌렸다.
"갈까, 선생님."
■
"――돌아가는 길, 조심해."
"응, 고마워."
본교 밖, 교문 앞에 선 선생님은 히나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하늘은 어두웠고 머리 위에는 별들이 깜빡이고 있었다. 교사 주변을 걷는 학생들의 모습은 드물고, 대부분은 뭔가 직책을 가진 학생들이다. 모두 에덴조약에 앞서 어딘가 바빠 보였다. 선생님은 무심하게 머리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는 히나를 바라보다가 문득 말을 건넨다.
"히나, 혹시나 하는 말인데."
"응? 뭐야."
"아직 아코에게 은퇴 얘기는 안 했어?"
"......은퇴 건은, 선생님 이외에는 아직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으니까, 아코는 왠지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응, 그런가...... 히나만의 타이밍이란 게 있으니."
"은퇴라고 해도, 그런 거창한 일이 아니야. 조금 피곤하니까 쉬고 싶다는 것 뿐이고――"
그렇게 말을 잇고 히나는 천천히 고개를 흔든다. 거기서부터는 약간의 권태감이 배어 있었다.
"......이 얘기는 그만하자,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고."
대단한 일도 아니다――그것은 적어도 히나의 시점에서는, 라는 거겠지. 선생님은 그녀의 뜻을 헤아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럼, 선생님――다음에 조인식에서."
"응, 고마워, 히나...... 다음에 봐."
다음에 만날 수 있는 건 조인식――그리고 서로의 입장으로 그다지 이야기할 틈이 없겠지. 그 생각에 조금은 적막감을 자아내는 히나의 등을 배웅하고,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선생님은 품속에 안고 있던 태블릿[싯딤의 상자]을 꺼내 그 이름을 불렀다
"――아로나."
『네, 선생님.』
그렇게 중얼거리자 대기 모드로 있던 아로나는 재빨리 화면을 점등한다. 파란 교실에서 홀로 기다리던 그녀는 화면 앞에 열려있던 모니터를 그대로 둔 채 그대로 선생님에게 시선을 향한다.
"게헨나에서 조달하던 물자 쪽은 어때?"
『음, 일단 비밀리에 구입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만큼 반입 루트가 조금 복잡해질 것 같지만......』
"상관없어, 조인식만 맞추면 돼."
아로나의 목소리에 선생님은 담담한 모습으로 중얼거린다.
선생님이 이번에 게헨나를 찾은 이유. 그것은 조인식에 앞서 인사라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진짜 의도는 따로 있었다.
조인식에서 벌어질 참극,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느 자치구나 대개는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거래를 하는 곳이 있다. 그것은 게헨나 정규품을 빼돌린 것이거나, 단순히 불법품으로 제조된 물품이거나, 다른 자치구에서 강탈해 온 것이거나, 다양하다.
본래라면 선생님은 그것들을 단속하는 입장에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여하튼 막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모든 자치구에서 이런 소규모 블랙마켓이라 부를 수 있는 장소가 존재하는 건 반암묵적인 양해로 인정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선생님이 아로나에게 의뢰한 것은 샬레 명의가 아닌 형태의 뒷거래. 말하자면 무기나 탄약의 구입이다.
유감스럽게도 샬레로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소속 학생의 병장, 무기 및 필요하다고 인가된 장비의 탄약, 정비용 부품, 설비뿐이다. 이동용 헬기 같은 건 별도지만 자주식 대공포 같은 극히 제한적인 무기 구입 신청 등은 바로 통과되지 않는다. 사용 용도부터 세세하게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애초에 신청이 통과됐다고 해도 그것이 샬레에 배치되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수고가 소요된다.
게다가 그것을 다른 자치구로 옮기게 되면 그것 또한 신청을 내고, 어떤 이유로, 어떤 용도로――라는 형태로 연방학생회로부터의 승인이 필요했다. 어쨌든 충분한 백업을 받고 샬레로서 움직이려면 절차가 필요한 법이다. 샬레에는 특권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데나 자유롭게 무기를 들고 다녀도 되는 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뒷거래라면 돈만 내면 그 자리에서 인도도 가능, 시간 면에서만 보면 굉장히 절차의 수가 적다. 당연히 그것을 움직이는 것도, 사용하는 것도 선생님의 자유. 서류 같은 건 없고 단순한 이동수단만 있으면 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게헨나와 트리니티가 에덴조약을 맺는 조인식. 그 회장에 당당히 대부대나 무기를 들여올 수는 없다. 아무리 그래도 평화조약. 현지에 배치된 부대의 대부분은 의장병[보여주기]의 의미가 강하고 게헨나도 트리니티도 풍기위원회나 정의실현위원회 등을 제외하면 전력은 적당하다. 경비 관련에 대해서는 양자 합의된 부대, 장비밖에 이용하지 않아 지금부터 이들의 배치나 수를 변경하는 건 어렵다.
고로 선생님이 비밀리에 실시하는 것은 인원을 이용하지 않고 방위 가능한 자동 요격 라인 구축. 조인식이 열리는 대성당 주변을 완전방위권 내로 만들기 위해 트리니티, 게헨나, 밀레니엄과 자치구를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물자를 조달하고 다녔다.
『트리니티, 게헨나, 밀레니엄, 일단 필수 탄약이나 기자재의 종류는 갖춰졌습니다. 단지 각각의 장소에서 구입한 합계 금액을 생각하면, 그.......――』
"뭐, 역시 그에 상응하는 금액이 되겠지."
아로나의 어딘가 모호한 발언에 선생님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는다. 알고 있던 일이지만 현재 선생님의 주머니는 상당히 허전하다. 이후로 예전처럼 취미인 완구를 구입할 수 있는 건 한동안 먼 일이 되겠지.
"당분간 절제인가....... 하지만 돈으로 안전을 살 수 있다면 싼 거지."
이때를 대비해 선생님은 이 키보토스에 온 이후로 조금씩 저축을 하고 있었으니까. 도중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피규어니 과금이니 해버렸지만――그 정도면 오차범위다.
조금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슈퍼 아로나쨩의 힘도 빌려 선생님 혼자라면 노후까지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지난 반년 동안 벌어들였다. 물론 그래도 무기나 탄약을 사들이려면 도저히 충분한 자금이라고 할 수 없으니 곤란하다.
『불법 거래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금액을 들키면 유우카씨에게 혼날 거 같네요......』
"......그건 말하지 않는다는 약속으로."
아로나의 말에 선생님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쓴웃음을 짓는다.
이 일은 무덤까지 가져가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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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선생님에게 집착하는 이들에 의한 준비화――선생님에게 비밀로 그녀들도 착실히 대비해 갑니다. 아저씨, 와카모, 하나코는 무엇을 생각하며 조인식을 맞이하는가? 그리고 그게 끝나면 여러분이 고대하던 조인식 당일이에요.
Twitter에 저번에 올린 「코하루쨩 앞에서 목을 매다는 몰래카메라를 하는 선생님」만화에 몰래카메라 후에 「야한 건 안돼, 사......!」라고 하다 불안해지는 코하루쨩 귀여워 같은 댓글이 달려 있어서 「하아~ 뭐야 그거, 엄청 감성적」하고 생각했습니다.
눈앞에서 선생님이 한 번 사형[목매달기] 당했기 때문에 말의 무게감이랄까 현실성이 가미돼서 정말 선생님을 사형시키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저 말뿐인 줄 알면서 두려워져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코하루쨩은 굉장히 제 취미 취향에 맞네요. 훌륭해요. 누군가 그려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댓글 6


희나가 있네

마코토 지능 버프있던데
이게 다 조인식을 위한 숙성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마냥 흐뭇해할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