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물어는, 본래 햐쿠모노가타리를 말하며 일본 애니나 만화에 흔히 나오는 초를 백개 켜놓고 돌아가면서 괴담을 말하는 그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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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핫.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시지 않아도, 반가워요! 선생님!"
책상의 작은 조명과 모니터의 불빛만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샬레의 사무실,
밤이 찾아온 샬레의 그 어둠 속에서 어딘가 들어본 적 있는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 어둠을 찢어내듯이, 흔들거리는 등불과 우산과 함께 작은 소녀가 나타났다.
"...슈로?"
"네, 절 기억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선생님."
슈로의 모습을 본 선생은 불안한 눈빛으로 태블릿을 들어 올리려고 하다가, 곧 그 손을 놓았다.
슈로의 송곳니가 희미한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슈로의 옷에 달린 방울이 청아하고도 기괴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어차피 소용없겠지?"
"소용없지요. 네. 무의미해요. 아침해가 뜨면 저는 이슬보다 빠르게 사라져 버릴 테니. 아핫. 저번처럼요. 공격하려는 줄 알았던 선생님의 그 급박한 얼굴. 저도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답니다."
슈로는 배시시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작은 책을 한장한장 뜯어냈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말하는 것을 보아선 아침이 되면 발동하는 형식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여전히?"
"네, 여전히. 제겐 일절의 공격도 통하지 않는답니다. 선생님이 제 아무리 적의와 증오를 이 불량아에게 드러낸다 할지라도…
사랑의 매는 일절, 통하지 않는다고요. 아하핫!"
그렇게 재잘대는 슈로는 우스워 죽겠다는 듯 양손을 깍지 쥔 채 등뒤로 쭈욱 내밀고는 상체를 붕붕 좌우로 흔들었다.
어쩐지 신나 보이는 슈로는 끊임없이 재잘댔고 그런 슈로에게 선생은 조용히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 끄앗?"
선생의 내민 손은 슈로의 볼을 꼬집어 쭈욱 당겼다. 슈로는 볼을 붉게 물들이며 당황했다.
"이 정도는 되는구나."
"아프잖아요! 뭐, 이 정도도 신기루처럼 통과해 버리면, 애초에 발을 디딜 수도, 목소리를 주고받을 수도 없을 테니… 괴서 나름 적정 선에선 접촉을 허용해 주지만…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볼을 꼬집을 생각을 하신 건가요?"
"아니… 꼭 볼을 꼬집어 보고 싶다고 순수하게 생각했을 뿐이라..."
선생의 손을 쳐낸 슈로는 제 볼을 매만지며 조금 뒷걸음질 쳤다. 그 표정은 아픔과 약간의 불쾌감 때문에 굳어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싱글벙글 웃는 그 표정으로 돌아갔다.
선생은 다 식은 커피를 홀짝이며 물었다.
"샬레에는 어쩐 일로? 모모톡으로 연락했으면 차와 다과라도 준비했을 텐데"
"아핫, 오늘 온 목적은… 심심풀이랍니다. 네, 괴담은 원래 그런 거잖아요. 저쪽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좀처럼 풀리지 않아서 좀 짜증이 일었거든요.
그래서 야근덕에 즐겁게 밤을 지새우고 있는 선생님을 놀려먹으면 좀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서요..."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대놓고 피식피식 비웃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선생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한번 쓱 닦더니 다시 자리에 앉아 보던 업무를 계속 보기 시작했다.
"어라, 무시이신 건가요? 이것 또한 머릿속의 모습 그대로. <말 많은 골칫거리는 상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인 거죠? 필사적으로 학생을 무시하다니… 정말… 너~~ 무 마음에 드네요! 오늘밤은 역시 오기를 잘했어요! 이대로 옆에서 동이 틀 때까지 벽을 긁어댄다면? 긁어대면? 저는 행복한 마음 가득 돌아갈 수 있을 테지요? 무엇부터 시작을..."
"대면상담을 하고 싶다면 저기 양식서가 있으니 써오도록 해."
"흐응…?"
그 말에 슈로는 선생이 가리킨 책상으로 향해 위에 놓인 종이들을 바라보았다.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서류들은 선생이 말한 대로 학생이 대면상담을 신청할 때 작성하는 양식서였다.
이름과 소속, 목적등을 간략히 작성하는 칸들이 나열되어 있다.
슈로는 코웃음 치고는 제 품에서 붓펜을 꺼내 들고 어둠 속에서 용케도 요령 좋게 휙휙 써 내려갔다.
곧, 모니터 속 업무에 열중하던 선생의 이마에 무언가가 부딪혔다.
양식서로 접은 종이비행기가 저 멀리서 날아왔다.
슈로를 바라보니 그녀는 어디서 꺼낸 지도 모를 양초들을 테이블에 올려놓서는
샬레의 소파에 앉아 선생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선생은 양식서를 펼쳐 확인해 보았다.
"..."
양식서의 칸들은 모조리 무시한 채,
붓글씨로 '화조풍월부 괴담가 야부키 슈로'라는 글자가 흘리는 듯한 모양으로 커다랗게 써져 있었다.
선생은 약간 한숨을 쉬고는 곧 익숙한 동작으로 학생들과 상담을 하던, 슈로의 맞은편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오랜만입니다. 슈로양."
"-고양이는 좋아하시나요? 선생님."
"오늘 샬레에 상담하려고 하는 내용은 무엇이니?"
"일전, 제가 데려온 길고양이는 마음껏 쓰다듬으셨는지요?"
쿠로카게와 함께했던 후덥지근했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선생은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곧, 매뉴얼을 테이블에 그대로 엎어두고 선생은 양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 바람에 양초의 불길이 살짝 일렁였다.
"그래, 그날의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 좋아… 선생으로서, 학생이 하고 싶은 바를 잘 이를 수 있도록..."
선생은 끼고 있던 안경을 매만지며 자세를 고쳤다.
완전히 소파에 엎어져 누운 채 선생을 올려다보고 있던 슈로는 무신경한 듯 선생의 손을 바라보았다.
"복기를, 도와줘야겠지."
"흐으음?"
"슈로가 실패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아하핫, 뭔가요 지금. 제게 조언이라도 해주시려는 건가요?"
"나쁜 짓에 대한 어른의 조언은 어디 가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귀담아듣는 게 좋을걸?"
슈로는 선생이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리가 절대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슈로는 실망했다.
대화의 주도권을 다시 되찾을 기회만을 엿보며 볼을 부풀린다.
슈로의 작은 다리가 소파의 등받이에 걸쳐 위아래로 붕붕거렸다.
"내 생각에, 슈로는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어.
사람은 외부의 적에 의해 단결해. 동서고금 불변의 진실. 영원히 싸울 것만 같은 숙적들조차 자신들의 파이를 뺐어먹을 사람이 나타난다면 단결을 하고야 말지.
그마저도 백화요란 아이들은 반목하던 사이는커녕, 친한 부원들이고… 동경하던 선후배사이였잖아?
슈로는 모습을 드러내선 안 됐어. 그것이야 말로 패착. 풍문을 다루는 자의 기본이 안되어있지."
"... 하아?"
선생의 말에 슈로는 누워있던 자세를 고쳐 양반다리를 한채 손을 괴고 삐딱하게 선생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는 제 분야를 침범당해 불쾌하다는 그늘이 지고 있었다.
그러나 선생은 개의치 않고, 검지로 제 입술을 가린 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팟하고 나타나서 전부 내가 했답니다~라니. 바보 아냐? 삼류악당의 기본이잖아. 자신을 미워하고 성토해 달라고 애원하는 수준이야. 물론 모든 네 계획대로라면, 나구사의 거짓을 드러내야 하니 필요한 시점이긴 했지만… 네 입으로 하다니 말이야."
슈로가 나구사의 거짓을 드러냈을 때, 분명 그들의 사이엔 돌이킬 수 없는 금이 더더욱 벌어지고 있었다.
그녀의 신랄한 비난과 이야기는 분명 상처에 소금이었겠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백귀야행을 불태우고 자신들을 조롱하는
백화요란으로써 절대 좌시할 수 없는 존재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은, 터질듯한 불화를 유예했다.
"풍문은… 풍류는… 실체가 보이지 않기에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 익명이야 말로 그 뿌리.
안일하구나. 스스로 괴담 가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이미 괴담이 아니잖아."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 밖에 자아낼 줄 모르는 선생주제에 감히..."
슈로는 부들거렸지만 소파에서 일어나진 않았다. 마찬가지로 슈로의 비난에도 선생은 가볍게 받아넘겼다.
"유치하지? 하지만 뻔한 해피엔딩 만세다 이거야. 그리고 해피엔딩을 만들려면, 배드엔딩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 법이지."
"얼마나 배드엔딩에 대해 잘 알길래요? 아하. 뭐, 선생님이 가던 길마다 상처 입은 학생들이 있었으니, 불 보듯 뻔한 일뿐이겠네요. 네, 소년병? 제 잘난 공주님? 정의를 지키는 줄 아는 멍청이들?"
"적어도 슈로보단 잘 알지. 네가 쓰던 '음양부의 말단이던 내가 사실은 백화요란 예언의 아이?'만 봐도 말이야..."
"우와아아아앗?"
슈로는 크게 놀라더니 그대로 고꾸라져 소파 뒤로 넘어가버렸다. 콩, 하는 소리가 밤이 깊은 샬레에 울렸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나는 모르겠는데에..."
"네가 말한 풀리지 않는 일이라는 거, 이 웹소설의 엔딩건을 말하던 거 아냐?"
슈로는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피우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얼마 있지도 않던 독자님이랑 엔딩에서 싸워서야 되겠니? 아직도 기억나. '개억지배드엔딩, 작가 믿고 쓴 시간이 아깝다...', 에 대해 '현실의 씁쓸한 풍류를 이해하지 못하는 머저리는 나가라...'."
"그렇지만 사실이라고 해야 할까요? 나름대로 풍류 있고, 운치 있고 여운 있는 엔딩을 썼는데… 이상한 평가질만 하고 말이야… 처음부터 떡밥도 다 뿌렸는데..."
다리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난 슈로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 속사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마지막화에 와서 '2년 뒤, 음양부를 나간 주인공이 모두에게 잊힌 채 은둔하다가 백귀야행을 떠난다.'라고 해도 말이야…"
"결국 이 세상이란 그런 꼴로 돌아가거든요?"
"마지막 클라이맥스도 등장인물들이 무슨 쓰레기 치우듯이 죽어나가고 말이야… 어이없게 죽인다고 다 피폐가 되는 건 아닌데…
솔직히 어린애가 잔인한 거에 꽂혀서 쓰는 것 같..."
"부조리극이거든요?"
"그렇게 제 작품에 자신 있으신 작가님이 어쩌다가 키배에서 지고… 삭제한 뒤 튀셨을까?"
진 건 슈로였다. 부들거리던 슈로는 어린애처럼 울기시작했다.
그녀가 울부짖는 내용은 대부분 '내가 뭘 잘못했다고...'나 '내 수준이 너무 높아서 아무도 봐주질 않는다...'거나 하는 푸념들이었고,
그마저도 대부분 이해할 수 없는 찡찡거림에 묻혀 귀를 뜯어낼 것만 같은 소리들이었다.
결국 10분이 지나서야 선생이 타온 코코아를 홀짝거리며 슈로는 간신히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 코코아는 정말, 풍류가 없으시네요. 지금 여름이지요? 백물어를 하고 있지요?
마치 벚꽃떡을 콜라와 함께 먹는듯한 이 지리멸렬한 센스는 도대체가."
"확 뺏어버리기 전에 조용히 마시렴… 애초에 초를 백개 놓지도 않았잖아."
"또, 의미도 없는 상징을 해체하려 하시네요."
지겨운 듯 선생은 항복했다는 손사래를 쳤다. 이야기를 계속하자는 신호였다.
"어디까지 얘기하고 있었죠? 선생님의 암담한 센스덕에 흐름을 다 끊어먹었잖아요."
"'전생했더니 코쿠리코님의 선배가 되어 화조풍월부가 대부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진짜 그때처럼 처맞으실래요?"
"먼저 시비를 거신건 그쪽입니다만? 슈로양?"
"네. 네. 네. 네. 네. 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됐나요? 됐나요? 됐나요? 됐나요?"
선생은 약간 섬뜩함을 느꼈다. 이 유치함은… 가히 체리노의 그것을 능가할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선생이 질색하는 것을 보자 그제야 슈로는 긴 호를 그리며 웃었다.
그리고 그 호는 순식간에 사라져 그림자가 되었다. 차가운 목소리가 선생에게 부딪힌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했는데? 조언해 주시죠?"
"그건 모르지. 난 슈로의 제대로 된 목적을 모르거든. 혹시 알려주면..."
"아하하핫! 선생도 그 음양부의 멍청한 여자처럼 능구렁이 같은 구석이 있네요? 과연 소문대로! 은근슬쩍, 호시탐탐, 그렇게 제 판을 벌리기 위한 말들을 모았던 건가요? 절대로 안 당해준답니다. 네, 제 목적은 '저만의 백물어를 자아내는 것.', 그날 말했던 것 이상도, 이하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요."
"'백물어'는 어떻게 만드는데?"
"..."
슈로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만면 가득한 미소를 지은채, 선생 뒤의 가득한 어둠만을 바라보며 웃는다.
선생의 시선은 안경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둘 사이에 침묵이 이어진다. 결국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선생이었다.
"내가 아는 백물어는 괴담을 나누는 야담회니… 그걸 기준으로 조언하도록 할게."
"뭐, 열심히 해보도록 하세요. 어차피 오늘 밤의 이야기는 막간극. 선생이 백화요란에 주었던 조언만큼이나 무의미한 이야기니까."
"괴담을 만들려면, 여백이 있어야 해."
"여백?"
"예를 들자면 그것은, 폐가에 들어가선 안된다고 조언한 할아버지가 사실은 5년 전에 죽었다거나, 넷이서 온 여행의 기념사진에 5명이 찍혔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거나, 왜 그 유령이 나를 보고 눈물을 흘렸는지... 하는 그런 으스스한 여백."
선생은 잠시 숨을 돌려, 남아있던 커피를 한 번에 들이켜고 헛기침을 한 두 번 했다.
"... 혹은, 학생 무리가 폐가 체험을 하게 된 계기인 '영경'이 결국 이야기의 최후에는 잊힌다거나, 결코 그 아파트 승강기를 새벽 1시 4분에 타선 안된다는 이유를 결코 알 수 없다거나,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과연 누굴까 하는… 그런. 공백과 여백들."
선생의 검지손가락은 허공을 맴돌았다. 그 손이 휘젓는 어둠을 괴이와 이매망량이 가득 채운다 한들
그것은 그로테스크할지언정 '괴담'은 되지 못한다.
나폴리탄 괴담에 살이 덕지덕지 붙어 신호등 아래서 아몬드 우유를 마시면 괴이를 쫓아낼 수 있다는
의미불명의 시시한 이야기가 되는 꼴이다.
"네가 만들고자 했던 괴담은 뻔하지. 부장의 실종 이후 와해되어가던 백화요란. 백귀야행이 불타던 그 축제회장에서 그들은 갑작스레 내분이 일어나 자멸하고… 무녀는 실종. 20년 전의 미스터리 한 이야기가 재현되는 것."
슈로는 구태여 답하지 않는다. 이미 그 축제회장의 불길 속에서 자신이 주절거렸던 내용이니 알아도 이상할 것 없다.
"괴담이었다면, 그 이유는 없어야 해. 내분도, 분열도, 실종도. 그 이유를 구태여 드러내는 것은… 불필요해."
선생은 손을 나비 모양으로 접어 앞으로 내밀었다. 마치 슈로의 입을 가리듯이. 슈로는 곧 그 손동작이 그림자놀이의 어설픈 흉내임을 알아채고 코웃음 쳤다.
"하지만 슈로는 구태여 그 모든 여백을 채워냈어. 너 자신이 참으로 기특했던 모양이구나, 얼마나 신이 났으면… 우리가 최선이라 믿었던 최악들의 그 모든 이유가 네 풍문 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말이야."
슈로는 시시하다는 듯이 삐딱하게 소파에 앉아 턱을 괴었다. 발과 다리가 소파 위로 올라왔지만 선생은 잠자코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슈로는 백화요란에게 친절하게도, 지켜주어야 할 귀엽고 소중한 후배님이 위험하다는 것도 알려주었지."
선생은 손을 부드럽게 휘감아 꽃을 쥐는 듯한 모양새를 했다. 조금 재빠른 동작에 바람이 일어 촛불들이 흔들려 두 사람의 그림자를 흔들어 놓았다.
"백귀야행을 화려하게 태워버리고 싶었겠지만… 신나서 불을 연거푸 지르다가 결국 너는 엉겁결에 맞불을 놓은 꼴이 된 거야. 네가 화려하게 환부를 드러내준 덕분에 나구사는, 백화요란은 곪아가던 상처를 딛고 성장할 수 있었어.
그런 의미에선, 고맙다고 전하고 싶을 정도야. 아마 그들이 서로를 마주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몰랐을 텐데. 슈로 덕분에..."
선생은 거짓말을 했다. 전혀 고맙지 않았으니까.
"그렇지 않아."
선생이 고개를 들어 본 슈로의 표정은 그 날 보았던, 그 표정과 아주 닮아있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그야말로 백귀야행에 어울리는 요괴와 괴의의 표정이었다.
"추악한 아이는 스스로 무너져야 했어,
반목 앞에서 풍문은 뒷전이야 했어,
무녀는 그들이 달려와도 결국 화마에 삼켜져야 했어."
소파에서 일어난 슈로는 테이블의 촛불이 넘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그것들을 우지끈 짓이기며 테이블을 밟아 선생의 앞에 서서 그를 내려보았다.
그 표정에는 분명한 증오가 서려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촛불들로부터 새어 나온 빛이 슈로의 얼굴을 한층 더 일그러뜨렸다.
"너 때문이군요. 당신 덕분이야. 선생님."
선생은 감사하다는 듯이 과장된 팔동작과 함께 살짝 고개를 숙여보았다.
그 동작이 사뭇 어이없었는지, 슈로는 속에서 울리는 듯한 음색으로 물었다.
"그래서? 결론은? 이 이야기의 종착점은?"
"-고양이는, 꽤 좋아해."
정적, 그리고 슈로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하핫… 아하하하하하!"
슈로는 왼손으로 배를 잡고 웃으며 테이블에 꽈당하고 앉았다. 그러더니 남은 촛불 중 하나를 한 손으로 켜져 있던 불꽃 중 하나를 집어 꺼버렸다.
자그마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좋은 이야기이었어요. 선생님. 네."
만족한 듯, 웃다가 새어나온 눈물을 닦아내며 슈로는 빙 뒤돌았다. 그 어깨에 손이 얹어진다.
"좋아, 그러면 이야기값을 받아내도록 할까?"
이야기값이라는 말에 슈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선생은 느슨해진 안경을 검지로 쳐올리고는 정말로 슬픈 음색으로 말했다.
"슬프게도, 니야 냥은 잔뜩 쓰다듬지 못했거든…"
"그건 또 무슨… 잠깐… 왜 그런 식으로 다가오시는 거죠?"
"오늘밤은 느긋하게 둘이서 백물어를 계속해보지 않을래? 아직 초를 열개도 채 못 껐으니 말이야..."
"내, 내게 다가오지 마! 이…! 끄앗?"
아침해가 뜰 때까지, 선생은 슈로를 품에 안은채 마구마구 쓰다듬었다.
초가 정말 백개 꺼졌을지는 아무도 모를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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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백화요란편을 다보았기에 한 번 써보았습니다
개열받는 슈로가 은근히 허점투성이었기에 놀려먹고 싶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슈로를 마구마구 쓰다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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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로잼민이야

필력무임 빨려들어갈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