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미나 서브 스토리랑 유우카의 모티브가 원주율이라는거 읽어보고 흥미가 생겨서 써봄
재밌게 읽어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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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다 지쳐"
장장 3시간짜리 강연에 완전히 지쳐버린 선생님은 정장 외투를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소파에 엎어져버렸다.
"수고하셨어요, 선생님. 하지만... 굳이 저희 세미나 사무실까지 와서 쉬려는 이유는 무엇이죠?"
유우카는 짧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쉬려면 샬레에 복귀하고 나서 할 것이지, 왜 여기까지 올라와서 제멋대로 늘어져있냐는 뜻이다.
던져둔 외투를 가지런히 정리해 입구 근처 옷걸이에 걸어 놓는 유우카에게 선생님은 용서를 구했다.
"용서해 줘 유우카, 좀 있다 샬레에 돌아가기 전까지 비는 시간만 잠시 쉬게 해 줘."
"하아..."
유우카의 한숨은 긍정의 전조이다. 선생님은 유우카의 말버릇을 장난스레 읊조렸다.
"정말이지, 선생님은?"
"시끄러워요! 미안한 줄 알면 나갈 때 정리라도 제대로 해둬요!"
"네, 네."
이렇게 사무실에서 유우카와 티격거리는 것도 늘 있는 일이다.
어느새 유우카는 탕비실에 들어가 전기포트에 물을 채우고 있었다.
열린 문 사이로 유우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피 드실래요?"
"아니, 샬레에 돌아가면 잘 거라서... 아이스티로."
"네, 그럼 아이스티 하나."
컵과 수저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유우카의 흥얼거리는 소리가 잠시간 들려온 후 시원한 아이스티 한 잔이 선생님 앞에 놓였다.
"고마워, 유우카."
소파에서 부스스 일어난 선생님이 감사인사를 전한다.
아이스티 안에서 얼음이 찰랑거린다. 기분 좋은 에어컨 바람이 선생님의 땀을 식힌다.
유우카는 사무실 바닥을 뽈뽈거리던 로봇청소기를 만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설정을 만지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청소 패턴이나 움직이는 경로의 재설정이겠지.
유우카는 선생님이 있었다는 걸 잊었는지 아니면 본인의 평소 버릇이었는지,
설정을 만지면서 청소기한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고 있었다.
'너는 뭐가 문제니-'
라던가.
'앞으로도 잘 부탁해-'
라든가, 선생님은 쿡하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밀레니엄에도 감성적인 학생이 많았지.
처음에 밀레니엄에 대해 들었을 때만 해도 삭막하고 효율, 능률만 찾는 이미지였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구나-라고 선생님은 생각했다.
게임개발부도 그렇고, 엔지니어부도 그렇고, 노아도 그렇고,
아까 강연에서 열성적으로 질문하던 학생만 해도 그렇다.
선생님은 강연 자료를 작성하던 중 발견한, 밀레니엄의 기원에 대해 생각했다.
"유우카는 천년난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천년난제요? 아, 강연 도중에도 언급하셨죠."
유우카는 로봇청소기를 툭 치고는 일어서 선생님의 맞은편 소파에 다소곳이 앉았다.
"나도 밀레니엄 문제는 대-충은 알고 있지만. 진짜 대충이라서."
수학계의 풀리지 않는 난제들이었을 것이다. 그 이름 자체는 원래 키보토스에 오기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흐음. 뭐, 저도 교양 수준으로만 알고 있어서."
밀레니엄에서 말하는 '교양 수준'이라는 건 분명, 다르겠지.
그건 마치 학회에서 교수가 '제 전문 분야가 아니라 잘 이해가 안돼서...'라고 운을 뜨는 것과 마찬가지다.
선생님은 새삼스레, 자신이 키보토스에선 단순 '공부'로는 정말 선생노릇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자신 있는 걸로 하나만 알려줄래?"
"... 할 수는 있지만, 뭐 때문에요?"
"시간 때우기."
참 솔직한 대답에 유우카는 그게 뭐냐는 듯이 피식 웃었다.
약간 흐트러진 앞머리를 살짝 옆으로 넘기며 유우카는 능청스레 되물었다.
"샬레로 가기 싫으시군요?"
"야근 확정이니까 조금만 더 농땡이 부릴래."
"흐음, 그렇게 농땡이가 좋으시면 게헨나에라도 가시는 편이?"
게헨나와 농땡이라는 말에 선생님은 뜨끔한다. 복슬거리는 머리의 만마전 학생이 떠오른다.
"그, 그걸 어떻게?"
당황한 선생님의 얼굴을 보며 유우카는 묘하게 질투가 뒤섞인 음색으로 힐난하듯 말했다.
쉽게 말해, 약간 삐진 말투로 투덜거렸다.
"뭐, 제겐 늘 방법이 있죠?"
베리타스에서 귀띔해 줬거나, 당번 일하면서 눈치챘거나, 생각해 보면 정보를 얻을만한 경로는 많았다.
앞으로 이로하와의 땡땡이는 자중해야겠다고 선생님은 느꼈다. 질투할 학생이 한둘이어야지.
"그래서, 설명 안 해줄 거야?"
성급히 화두를 돌리는 선생님을 보며 유우카는 '자기 가설이 맞았다.'라듯이 살며시 웃고
찬찬히 말했다.
"교양 수준이면 역시 '리만 가설'이죠."
"리만 가설이란, 쉽게 말해 소수의 규칙성에 대한 가설이에요."
"원래, 소수에는 규칙성이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누군가가 '소수들로 이루어진 공식'을 발견한 거예요."
선생님은 그 누군가의 이름이 긴가민가했다. 어디서 분명 들어봤을 터이다. 테일러? 소크라테스? 오일러? 가우스? 기억이 잘 안 난다.
어쨌든 역사책에 늘 있어온 묘하게 수학에 능한 천재들 중 한 사람이었으리라.
"소수에 규칙성이 없다면, 그런 공식도 없어야 하죠. 그런 논리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소수를 이용한 식으로..."
거기까지 말하고 유우카는 잠시 생각하다가 패드를 꺼내 펜으로 슥슥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손길은 자연스럽고 능숙해서, 도저히 수에 관한 그래프를 그리는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부드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프를 그렸어요."
유우카는 패드화면을 선생님에게 보여주었다. 그 자신만만함에는 약간 '즉석치고는, 완벽하죠?'라고 말하는 듯한 뿌듯함이 있었다.
선생님 입장에선 그래프를 봐도 뭐가 뭔지 몰랐겠지만, 어쨌든 끄덕여 주었다.
"가상의 소수들로, 무한대의 영역에서 그린 식의 그래프에서 '영점'들이 일직선상에 있다는 걸 발견했죠."
단어 하나하나는 무슨 뜻인지 안다. 하지만 그것들을 연결하여 이해하려니 제법 어려웠다.
선생님은 양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무지함을 유우카에게 과시했다.
"간단히 말해, 소수에 관한 점들이 일직선에 있다는 거예요."
아하, 그나마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그래프가 있다면, 소수에는 규칙성이 있다는 거 아니야?
"하지만, '왜?'를 모르죠. 왜 일직선상에 있는지 모른다면, 아무리 그 뒤에 소수들이 있다 한들 모든 소수가 그 위에 있다고, 는 할 수 없는 거예요."
요컨대 소수의 규칙성에 관한 가설이구나, 생각보단 이해하기 쉬웠네-라고 선생님은 생각했다.
"뭐야, 생각보다 간단한데?라고 생각하고 계시죠? 이거 그런 문제 아니거든요. 진-짜 간단하게! 비약해서 선생님이 그렇게 느낀 거지."
곧바로 얕은 이해가 들켜 선생님은 능청스레 웃어 보이지만 이미 늦었다.
유우카는 기어이 화이트보드를 끌고 와 미적분부터 설명하려 보드마커를 손에 쥐고 말았다.
기겁하여 선생님이 겨우겨우 '나도 미적분 정도는 안다.', '수학을 얕본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겨우겨우 해명하고 나서야 화이트보드는 원래의 자리를 되찾았다.
"음- 그래도 납득이 잘 되지 않네."
선생님은 팔짱을 낀 채 끙끙거렸다.
"뭐가 그렇게 이해가 안 되시나요?"
"증명에 관한 것."
"우리가 흔히 아는 소수들은 그 선상에 있다는 거잖아?"
"뭐, 그런 셈이죠."
"그리고 우리가 잘 모르는 엄청 큰 소수들도, 그 선상에 있는 거지?"
"그렇죠?"
"그럼에도, 그 이유를 증명할 수 없는 한 가설은 확신할 수 없는 거야?"
"그럼에도, 증명할 수 없는 한 확신할 순 없는 거죠."
"어렵네."
"어렵죠."
선생님은 에덴조약 때의 일을 생각했다. 증명할 수 없는 것, 낙원은 타인의 마음.
그 하늘 아래에서, 그 꿈속의 티파티에서 선생님은 낙원의 화두에 대해 결론 내렸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하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낙원이 있다고, 다다를 수 있다고 믿는 것, 그 자체라고.
하지만 그런 애매모호한 태도는 밀레니엄에선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수히 많은 공리와 명제의 세계 아래에선, '믿는다'의 의미는 분명 우주의 먼지만큼이나 작을지도.
하지만 유우카는 그런 선생님의 마음에 위로라도 하듯, 부드러운 말을 내밀어주었다.
"그래도, 증명하려 하는 것은 믿음이 있기에 할 수 있는 거예요."
유우카는 또각또각 발소리를 내며 탁 트인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한 손에는 펜이, 다른 한 손은 소중한 것을 품듯 패드를 쥐고 있었다.
"선생님이 그 아이들에게 해주었듯이, 무언가를 믿지 않으면 증명도 무엇도 시작하지 않아요."
"수의 세계가 자연 모든 곳에 깃들어 있다는 믿음처럼."
"정수론에서 얻어낸 공식이, 실제 미시 세계에서도 똑같이 있었다는 사실처럼."
그 그래프의 영점들의 간격에 대한 식은 원자핵에서 발산되는 에너지 레벨의 간격에 대한 식과 같았다.
수학에 대한 그 믿음에의, 자연의 대답이었다.
밀레니엄의 하늘을 바라보는 유우카의 눈엔, 쾌청한 하늘빛이 감돌고 있었다.
이성의 세계에서 세계의 진리를, 자연의 미학을 탐하는 눈빛이다. 유우카도 밀레니엄의 학생이구나.
유우카는 살짝이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선생님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신기하지 않나요?"
선생님은 그게 꽤 귀엽다고 느꼈다.
그 순간, 선생님의 눈과 유우카의 눈이 서로를 비추고 있었다.
지적인 흥분에서도 흔들 다리 효과는 있는 것일까? 유우카는 묘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유우카는 자신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눈을 뿌리칠 수 없었다.
10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유우카와 선생님은 서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결국 먼저 포기한 것은 유우카였다. 주섬주섬 패드로 입을 가리며, 붉게 물든 얼굴을 가리며 선생님께 부탁을 올렸다.
"그, 그만 쳐다봐 주실래요...?"
"아니, 귀여워서 그만."
"귀, 귀엽다니!"
"유우카도 어엿한 이공계 학생이구나- 싶기도 하고."
"전 언제나 이과였거든요."
선생님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익살스럽게 계산기를 만지는 시늉을 하며 유우카를 놀린다.
"그래서 전투할 때도 '인수분해'라던가-"
"와아아앗! 그만!"
"트레이드 마크라고 생각하는 거야?"
유우카가 선생님에게 근처의 보고서를 들고 달려든다. 피로했다는 기색은 어디로 간 건지 선생님은 재빠르게 피했다.
선생님은 능글맞게 소파 뒤로 숨어서 기어코 '슬픔도 분노도- 전부-'라고 외쳤다.
베리타스의 부실에서, 음료를 뿜는 소리가 들렸다.
"코타마? 왜 그래?"
코타마가 갑자기 요괴 MAX를 뿜는 모습을 보고 걱정한 치히로가 물었다.
치히로의 물음에 코타마는 손목으로 입가를 닦으며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코타마는 엉거주춤 휴지를 꺼내와 황급히 입과 키보드를 닦았다.
치히로는 이상한 일이네- 하면서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코타마는 자신이 들어버리고만 성대모사를 떠올리며 다시 업무에 착수했다.
'녹음해 둬야지...'
선생님이 돌아간 후, 어느덧 밤이 되었지만 유우카는 그 사무실에 그대로 있었다.
딱히 청소를 하는 것도, 정리를 하는 것도, 서류를 정리하는 것도 아닌 채.
불도 키지 않은 방에서 유우카는 소파에 앉아 쿠션에 얼굴을 기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유우카의 마음은 일직선상에 있나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유우카는 깜짝 놀라 팔짝 뛰어올랐다.
빛이 새어 나오는 쪽을 돌아보니 노아가 문을 연 채 그곳에 있었다.
"뭣, 그게 무슨 소리야? 노아?"
하지만 노아는 그저 웃기만 할 뿐,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마 낮에 있었던 일 전부, 노아는 문 밖에서 전부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확증은 없지만, 노아의 손에 쥐어진 메모장, 그리고 그 미소에서 나타낸 합당한 추론이었다.
유우카의 불만 섞인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아는 유우카의 주위를 천천히 맴돌았다.
그리고 종이에 적힌 글귀들을 가만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선생님께 세미나 사무실을 열어준 일."
"투덜거리며 선생님의 옷을 정리해 준 일."
"잠깐 쉬고 갈 거란 사람에게 아이스티를 타준 일."
"천년난제를 선생님의 수준에 맞추어 설명해 준 일."
노아는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유우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살그머니 유우카의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을 보며 말한다.
"샬레에 잘 도착했는지 문자로 확인한 일."
"그 문자를 하는 유우카의 입가가, 미소를 짓고 있던 일."
"제가 보기엔, 유우카의 마음은 일직선상에 있는 것 같네요."
노아의 추측에 유우카는 애써 얼굴을 돌리며 부정한다.
"그런 거, 사소한 우연에 불과해."
애정표현이 연속된다고 해서, 그 뒤로도 쭉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식어버리기도 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자기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마음이, 진짜 사랑일까?
"하지만 전, 이 뒤로도 유우카의 마음이 일직선상에 있을 거란 예감이 드는데요?"
유우카는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자신만만히 얘기할 수 있냐며 노아를 바라보았다.
노아는 마치 비밀을 말하듯이 자기 입가에 검지를 살짝 갖다 대고, 유우카에게 그 근거를 말해주었다.
"통계적으로!"
통계도 수학이지.
유우카는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설마 자신도 모르는 잠꼬대 같은 걸 녹음해서 들려주나 했는데, 조금 맥 빠지는 발언이었다.
"노아,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네, 저 지금 유우카를 놀리고 있어요."
그날과 다음 날까지, 노아는 삐진 유우카를 달래느라 조금 고생하게 되었다.
물론 고생은 했지만, 유우카가 귀여웠기 때문에 즐거운 일이었다.
일주일 후, 유우카는 샬레의 근처를 멍하니 걷고 있었다.
그동안 선생님이 너무 바빠 만나지도, 모모톡을 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이제 바쁜 일은 끝단은 걸 알지만, 유우카는 선생님께 문자를 드리진 않았다.
연락하지 않고 이렇게, 만날지도 모른다며 걷고 있는 건 유우카의 소극적인 어프로치일까.
'합리적이지 않아.'
유우카는 바보 같은 자신의 행동에 한숨을 해주고는, 세미나로 돌아가려 했다.
선생님이 있었다.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발키리 학생들에게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유우카는 자신의 마음 한편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학생들이 떠나가는 것을 보고, 유우카는 아무 생각 없이 선생님에게 달려갔다.
"선생님은, 제 마음이 일직선상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인사대신 튀어나온 말은, 엉뚱한 질문이었다.
내가 그렇게까지 노아의 말을 신경 쓰고 있었나?
유우카는 부끄러움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 졌다.
하지만 선생님은 유우카의 뜬금없는 질문에도 깊이 생각하고는, 시원스레 대답해 주었다.
"난 언제나 유우카의 마음은 원형이라고 생각했는데"
"원... 이요?"
"뭐, 원형도 한붓그리기라면 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맞는 말이긴 하네!"
x^2+y^2=c^2
그 동그란 함수를 유우카는 가만 생각해 본다.
원점에, 선생님이 있다.
함수 위에, 유우카가 있다.
선생님을 늘 맴돌지만, 다가가지 않는다.
다가가지 못한다.
하지만 멀어지지 않는다.
안정적이지만, 끌어당겨지지 않는 함수.
'나는, 선생님께 무엇을 바라고 있는 거지?'
다가가지 못하지만 멀어지지 않는, 맴도는 마음에는 어떤 규칙성이 있을까?
가까워지려 하면 선을 긋고, 멀어지지 않기 위해 계속 다가가는...
유우카는 천천히 선생님의 주위를 맴돌며 질문했다.
"왜, 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야 유우카는 동그렇잖아."
"동그랗다고요?"
"게임개발부에게도 유하고- 그러면서도 똑 부러지기도 하고-"
선생님은 유우카의 성격과 행동을 원에 비유하여 설명하기 시작했다.
"또, 원은 완벽을 의미하기도 하잖아? 유우카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또-"
몽글몽글한, 추상적인 표현이었지만 유우카는 그 표현들이 은근히 맘에 들었다.
"흐음, 노아가 할법한 표현이네요."
"응, 그리고 허벅지도-"
"네, 허벅지도-"
유우카는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가만 자신의 허벅지를 내려다보았다.
뭐, 타원도 원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거 성희롱 아니에요?"
"들켰나?"
그 다음은 늘 있는 일이다. 학생에게 그런 성희롱을 스스럼없이 해도 되냐며 재잘재잘 잔소리를 잔소리를 한다.
슬슬 잔소리에 질린 선생님은 은근슬쩍 걸어 샬레로 향한다.
하지만 이에 질세라 유우카도 선생님이 한걸음 멀어지면 자신도 한걸음 다가간다.
걷고 걷는 도중, 잔소리는 끝나고 일상적인 회화로 돌아온다.
하지만 원래 샬레와 멀리 떨어져 있던 곳도 아닌지라, 금방 선생님과 유우카는 샬레의 건물 앞까지 오고 말았다.
선생님은 유우카에게 짧은 작별인사를 하고 샬레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의 공백은 유우카에게 꽤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이걸론 부족했다.
유우카는 좀 더 선생님과 함께하고 싶었다.
그제야 유우카는 통계의 위대함을 새삼스레 느꼈다.
노아의 예감은 적중했다.
'맞아 노아. 내 마음은 곡선 위에 있었어.'
그렇다면, 다가가야 한다.
유우카는 숨을 들이쉬고 용기를 냈다.
c값을 한없이 줄인다면, 원점에 닿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나의 원이 선생님께 수렴할 수 있도록.'
유우카는 선생님에게 한 발 내디뎠다.
"같이, 좀 더 걸으실래요?"
"음, 시간은 여유 있으니까. 유우카만 좋다면-"
한 발 더, 내디뎠다.
"네, 전 좋아해요."
그 우회적인 고백은 분명 선생님의 마음에 닿진 않겠지.
하지만, 유우카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유우카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했다.
왠지 기분이 들뜬 유우카와, 그걸 보고도 어리둥절한 선생님.
그 둘은 꼭 달라붙어 샬레에서 멀어져 갔다.
댓글 25
정실의 품격
오
달달하군
캬 잘만들었다 리만가설은 진짜 야무지게 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