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렀습니다아아아아아아아!?」 (2회째)
자판기 앞에서 레이사는 통곡하고 있었다.
오른손에 단팥죽, 왼손에 콘포타쥬 캔을 들고 땅에 엎드려 한탄하고 있었다.
참회라도 하는 듯한 모습. 트리니티의 시스터가 봤다면 기어 다니는 불쌍한 이 물체를 즉각 참회실로 연행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광경이다.
"어째서 도망간 건가요, 저는!? 거기선 레이디의 여유를 보여줘야 하는 곳인데!! 아니 하지만 그걸 견딜 수 있는 여자가 있나요? 무리!! 절대 무리에요!! 뭣하면 해봤으면 좋겠어요!! 아, 그래도 선생님이 다른 아이와 손을 잡는 건 싫어요..."
붉어졌다가 파래졌다가 바쁜 생물이다.
일루미네이션의 따스한 흰색과는 다른 무기질적인 하얀 빛과 기계음밖에 없는 공간에서 훌쩍이는 소녀.
"아우우... 어쩌죠... 도망쳐버렸습니다... 화내시겠죠... 우으, 돌아가기 어려워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실례되는 행위다. 자신부터 손을 잡겠다고 해놓고, 몹시 망설이다가 도망쳐 버렸으니.
우울한 기분을 따라 이대로 어디론가 멀리 가버릴까?
그런 도망 수단 중 하나를 취하려던 찰나.
"...뭐 하는 거야, 너?"
의아한... 그리고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심코 고개를 든 레이사의 앞에 있었던 것은,
"쿄, 쿄야마 카즈사!?"
"여, 간만이네. ...근데 진짜 뭐 하고 있어...?"
레이사의 영원한 라이벌, 캐스팔루그 - 쿄야마 카즈사였다.
활발한 인상을 안기는 고양이 귀 소녀는 피식 웃으며 소탈하게 손을 들더니 울먹이는 레이사를 깬다는 듯 바라보았다.
(좋지 않아요...!)
레이사의 본능이,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얻은 감이 경종을 울린다.
여기서 선생님과의 데이트... 가 아니라 승부한다는 걸 들키면 곤란해진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걸리면 안 된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너, 낮에 파티하고 난 뒤에 『저, 할 일이 있어서!』라고 말하면서 2차 안 왔잖아. 같이 왔던 스즈미씨도 모르는 것 같았고... 너, 아까까지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카즈사가 눈을 가늘게 뜬다. 뭔가를 탐색하려는 눈빛.
캐스팔루그의 진심 어린 시선을 받은 레이사는 호랑이에게 찍힌 얼룩말처럼 덜덜 떨기 시작한다.
필사적으로 변명을 찾으려 하지만 압도적인 패기에 눌려 그럴 수조차 없다.
이제 모든 걸 토해내고 편안해지려고 했다, 그 순간.
"......하아, 역시 됐어."
"에...?"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거잖아. 그럼 억지로는 듣지 않을게. 뭐 그래도 말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은 토해내도 좋겠지만 말이야. 그, 걱정도 되고..."
다른 쪽을 보며 그런 말을 하는 카즈사.
그 옆얼굴에는 배려의 빛이 역력했다.
그녀가 레이사를 노려보고 있던 이유. 그것은 딱히 숨기는 걸 들춰내자거나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닌,
크리스마스 밤에, 그것도 이런 인기척 없는 길거리에서 기어 다니며 우는 레이사를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유.
요약하자면.
그저 친구의 걱정.
그뿐이었다.
"아, 그러니까... 감사합니다."
"응, 뭐 신경 쓰지 마. 당연한 거고. 그것보다는 일단 사정을 얘기해봐."
"네, 네에!"
더듬더듬 감사의 말을 한 레이사는 대답을 받고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카즈사가 뿜어내는 설교 오라에 져서 정좌를 하고 있다.
"...실은 조금 전까지 사람을 만나고 있었고..."
"그래서?"
"그 사람과 그,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도망쳐 버렸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나빠서, 그게..."
"...하아. 요점은 실례가 됐는데 사과도 안 하고 도망쳤다는 거?"
"실례인 짓을 했다고 할까, 도망친 것 자체가 실례였다고 할까..."
"둘 다 그렇게 다르지 않지?"
"아우... 그 말대로입니다..."
"정말이지..."
레이사의 반응이 머리를 누르는 카즈사. 어이없다는 듯한 시선에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어깨를 움츠린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사과하고 싶어요..."
"그럼 이런 데서 주저앉지 말고 얼른 사과하러 가면 되잖아."
"그... 어색해서..."
"때려도 돼?"
"죄송합니다."
"사과할 상대가 다르잖아."
"죄, 죄송합니다아."
"글렀네, 이거..."
다시 눈동자가 촉촉해지기 시작하는 나약한 친구를 보고 한숨을 내쉬는 카즈사.
그녀는 쭈그리고 앉아 눈앞에서 정좌한 레이사와 눈높이를 맞추고 말하기 시작한다.
"우자와. 네가 나에게 결투를 거는 이유가 뭐야?"
"에?"
"됐으니까 대답해줘."
일견 관계없는 질문. 가라앉는 기분에 사로잡혀 생각이 무뎌진 레이사에게도 그것이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카즈사는 그래도 대답하라고 한다. 진지한 시선을 받으며 우자와는 띄엄띄엄 말을 꺼낸다.
"캐스팔루그를... 최강의 스케반을 이기기 위해서죠. 아주 오래전부터 제 목표였으니까."
"...여러 가지로 말하고 싶은 것은 있지만, 일단 참는다. 지금은 상관없고."
레이사가 토로한 뜨거운 마음에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카즈사였지만, 떨떠름하게 소용돌이치는 그것을 잘라낸다. 그리고 진지하게 카즈사를 보는 레이사에게 다시 묻는다.
"그, 뭐였지? 나에게 도전한다는 거 말이야. 딱히 지금이 아니어도 되잖아? 앞으로도 인생은 계속될 거니까, 일단 지금은 다른 걸 즐기고 최강 같은 건 나중에 생각해. 그래도 되지 않아?"
"그것은..."
하긴 그럴지도 모른다. 지금의 레이사에게는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다.
친구들과 놀러 가거나 디저트를 먹거나 아무것도 아닌 잡담을 하거나.
아무 양식도 되지 않지만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시간이 많이 생겼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런 둘도 없는 시간을 마음껏 즐기고 캐스팔루그를 이긴다거나 하는 목표는 뒤로 미뤄도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선 안 돼요."
"...어째서?"
"분명... 후회할 테니까. 미래의 저는, 지금의 당신에게 도전하지 않은 것을 반드시 후회할 거라고. 어째선지 저는 그걸 감으로 알 수 있어요. 제 일이니까."
레이사는 결의를 담아 팔짱을 낀 고양이 귀 소녀에게 쏘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캐스팔루그에게 도전해 승리를 쟁취하는 것. 정의의 히어로로서의 우자와 레이사는 지금 그 목표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후회한다.
그건 레이사의 감이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자신의 일기이게 알 수 있다는 이유가 뒷받침되는 연약한 논리.
그러나 그것을 우습게 볼 수 없을 정도의 열량이 담긴 논리, 아니 결의이기도 했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흔들림 없는 마음을 보인 소녀에게 카즈사는 조금이지만 입꼬리를 올린다.
"그럼, 반대로 말해서."
"......?"
"그런식으로 남에게 폐가 되는 확신을 너에게 주는 감이잖아. 지금의 너를 보고 무슨 소리를 할까?"
"...앗."
"소중한 사람에게 실례를 하고, 우물쭈물 고민하다가 어색하다며 도망가버리고, 제멋대로인 너를 보고 장래에 이득이 될 거라고 속삭이는 거야? 그럼 그런 쓸모없는 감은 버리는 편이 좋아."
카즈사의 조언. 엄하면서도 상냥한 그것을 받은 레이사는 생각한다.
선생님의 시간을 뺏고,
선생님에게 폐를 끼치고,
그것마저 이제는 도망치려 하고 있다.
그런 자신에게 감은 뭐라고 속삭이냐고?
정해져 있다.
그래, 봐라.
벌써 귓가에 들리고 있다.
『달려라, 후회하기 전에』라고.
"쿄야마 카즈사! 저는 다시 볼일이 생각났어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응, 알았어. 조심해서 가."
"네! 그리고... 감사합니다!"
"예이예이."
말하는 것보다 빠르게 레이사는 달려간다. 단팥죽과 콘포타쥬 캔은 그대로 둔 채. 뭐 이것도 핑계로 썼을 뿐이니 딱히 중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카즈사는 캔 두 개를 주워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 레이사가 어둠 속에 녹아 보이지 않게 된 것을 확인하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어떤 사진을 바라본다.
자판기 불빛밖에 없는 어둑어둑한 장소에서 블루라이트가 비추는 그것.
그것은 선생님과 레이사가 사이좋게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광경이다.
"하아... 뭐하는 걸까."
몇 번째인지도 모르는 한숨을 내쉰다.
솔직히 레이사가 뭔가하고 있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할까 파티에서 헤어질 때 그녀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지 말라고 하는 게 무리겠지.
디저트 부 부원들은 별로 신경 쓸 일도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지만 아무래도 궁금했던 카즈사는 모두와 헤어져 레이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의 광경을 발견하고 동요한 채 사진을 찍은 것이다.
"우자와와 선생님이 데이트라... 그 녀석도 꽤 하잖아."
위축된 듯한 태도로 중얼거린다. 이런 꼴, 다른 사람에게 절대 보여줄 수 없고말고.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카즈사도 자각은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을 때 도움을 받고, 일상생활에서도 왠지 모르게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가끔 내면을 꿰뚫어 보는 게 부끄러워지고...
아무래도 좋은 시시한 일상을 거듭하다 보니 자신이 선생님이라는 인물에게 끌렸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사랑이라든가 하는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에.
그래서 레이사가 선생님과 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을때는 동요했다.
「우리에게 숨기고」라든가 「어째서 우자와랑」 같은 검은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엉망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 증거사진 같은 것을 찍어버렸다.
하지만...
"열심히 했겠지, 그 녀석.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분명 용기를 짜냈을 거다.
그 선생님을, 그것도 크리스마스 데이트에 초대하다니.
웬만한 결의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반대로 자신, 카즈사는.
"처음부터 포기했었어. 그런 게 성공할 리 없었다고 생각했으니까."
저 난공불락의 선생님. 분명 나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겠지.
모종의 깨달음, 나쁘게 말하면 체념을 품고 그것에 거역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바로 이 꼴이다.
이런 내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레이사를 방해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의 울분과 레이사에게의 칭찬을 가슴에 담아 사진을 삭제한다.
파카 안에 스마트폰을 넣고 대신 꺼낸 것은 메모장.
"이번엔 내가 졌어. 하지만 다음엔 그렇게 되지 않을 테니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아이러니하게도 레이사와 비슷한 결의를 다지며 카즈사는.
메모장 달력의 12/31부분. 새해를 맞이하는 일 년 중 가장 중대한 날에.
『선생님과 데이트!!』
그렇게 커다랗게 써넣었다.
~~~
눈앞에 일루미네이션의 빛이 보인다. 자판기의 무기질적인 빛보다 몇 배나 따뜻한 그것에 끌리듯 달려간다.
빨리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
그 후에는 다시 승부를, 데이트를 재개해서 마음껏 즐기고...!
미래를 향한 기대가, 후회하지 않기 위한 이정표가 궤적이 되어 선생님을 향한 길을 비추어 준다.
그런 고양감을 따라 일루미네이션 속으로 뛰어든 레이사가 처음 본 것은,
"당신, 샬레의 선생님이지? 어때? 지금부터 나랑 놀지 않을래?"
"음, 지금은 좀..."
"아니아니, 잠깐이면 되니까."
자신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학생에게 헌팅당하는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
순간, 아주 순간이지만 망설임이 생긴다.
선생님은 어른이다.
그렇다면 자신보다는 약간 언니다운 학생이 낫지 않을까?
이대로 물러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달려라, 후회하기 전에』
마음의 소리가 외친다.
자신의 감이, 카즈사가 되찾아준 소중한 감정이 목청을 높인다.
액셀 전개.
더 이상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이사 자신이 거스를 생각따윈 없었다.
"잠 ーーー 깐 기다리세요!!"
힘차게 선생님과 헌팅 학생 사이에 뛰어든다.
"하? 뭐야 너."
"앗, 레이사...!"
의아한 표정을 짓는 헌팅 학생과 약간 안도의 표정을 짓는 선생님.
분위기가 일그러져가지만, 그런 것은 개의치 않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힘차게 주장한다.
"거기 가슴 큰 분!"
"에, 나?"
"레이사, 말투가...!"
"헤헷, 크지! 자신있다구!"
"아, 그냥 좋아하는구만."
가슴을 펴고 자랑스런 얼굴을 한 헌팅 학생에게 놀라는 선생님과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사.
레이사는 그대로 표정을 다잡고 완강히,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 다리를 벌리고 버틴다.
"이쪽의 샬레 선생님은 지금 저와 승부가 한창이에요! 그걸 방해한다면...!"
"아, 선약이 있었구나. 미안미안. 그럼, 난 갈게."
"엑."
"엑."
"그럼 이만~ 방해해서 미안했어~"
"에엑."
"에엑."
"~~~♪"
콧노래를 섞으며 기분 좋은 느낌으로 일루미네이션 거리를 걸어가는 헌팅 학생.
엄청 즐거워 보인다.
"...왠지 처음부터 밑져야 본전인 느낌으로 온 거 같네."
"...그러네요. 어느 쪽인가 하면 『샬레의 선생님』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왔다는 느낌일까요."
"그런가..."
왠지 아쉬운 표정을 짓는 선생님.
거기에 조금 질투심이 생기지만 지금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레이사는 선생님 쪽으로 돌아서더니 자세를 바로잡고 힘차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
"제가 먼저 손잡고 싶다고 말해놓고 멋대로 도망쳐서... 모처럼 시간을 내주셨는데 제멋대로 굴어서 죄송해요!"
"...레이사."
조용히 레이사의 이름을 부르는 선생님.
무슨 말을 들을까.
질타든 멸시든 뭐든 와라!
...그렇게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이제 레이사는 왠지 모르게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착하고 멋있는 이 사람이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괜찮아, 레이사. 나는 레이사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고, 얼마나 휘둘려도 상관없어. 넌 그렇게 금방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우수한 학생이니까. 그 노력하는 모습을 옆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시선을 맞추고 상냥하게 미소 짓는 선생님.
자신의 모든 것을 긍정하고 인정해 준 것에 감격하는, 어쩔 수 없는 연정이 넘쳐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게 되고.
선생님의 오른손을 두 손으로 움켜쥔다.
"와앗, 레이사...?"
"선생님!!"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레이사는 선생님의 오른손을 그대로 가슴팍으로 끌어당기며 말문을 연다.
후회하지 않도록, 자신의 전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활짝 웃는 얼굴로 흘러넘치게 한다.
"선생님과 만나서 좋았어요!"
"제가 혼자 있을 때, 그걸 둘이서 함께 해주고, 같이 고민을 나눠준 거!"
"머리가 나쁜 저에게 공부를 가르쳐 준 거!"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에도 어울려주고, 따뜻한 일상을 나눠준 거!"
"그 밖에도, 그 밖에도 많이...!"
"전부 선생님이 가르쳐 주셔서 친구가 생긴 거예요!"
"선생님이 이끌어 주셔서 청춘을 만나게 된 거예요!"
"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마음을 전하기에는 말이 부족해서.
감사를 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모든 것이 부족해서 어떻게 해도 더듬거려 버리지만.
그래도 지금 전하고 싶으니까.
레이사 자신이 그러고 싶으니까.
정리가 안 돼도, 삐걱거려도.
소중하고 연모하는 당신에게, 나 레이사의 전부를!!
"선생님!!"
흥분한 듯 폴짝폴짝 뛰며 필사적으로 마음을 전하는 레이사에게 동요하는 선생님.
그걸 눈치채지도 못한 레이사는 작은 양손으로 커다란 오른손을 꽉 움켜쥔 채───
"정말 좋아해요!!"
성야의 하얀빛 속에서 큰 송이의 꽃을 피웠다.
"───"
"......선생님?"
레이사의 너무나도 순수한 마음. 그것을 정면으로 받은 선생님은 뭔가 마법에 걸린 것처럼 경직된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하핫..."
여러 가지로 캐퍼시티 오버를 일으켜 땅에 무릎을 꿇었다.
"서,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훗... 역시 레이사. 무구하고 새하얀, 이 일루미네이션과 비교해도 지지 않을 마음이라는 이름의 빛... 나를 정화하기에는 충분했어..."
"정말 어떻게 된 거예요...!?"
의미불명의 말을 하다가 마음대로 죽어가는 선생님을 껴안는 레이사.
선생님은 행복한 최후를 맞이하려는 노인처럼 미소 짓고 걱정스러운 듯 덜덜 떠는 그녀의 어깨에 툭 손을 얹고 한마디.
"네가 이겼어."
"헤?"
"지금의 나는 너에 대한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한계에 도달했어. 이를 패배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어른답지 못한 것일 테니까."
압도적으로 티 없이 깨끗한 마음. 성야를 대낮처럼 비추는 감정을 접한 선생님이 자신의 패배를 선언했다.
선생님을 껴안은 채로 그것을 들은 레이사는 ───
"해, 해냈어요──────!! 왠지 잘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이겼습니다──────!!"
반짝이며 웃는 얼굴로 심플하게 기뻐했다.
2회전... Illumination battle!!
승자... 우자와 레이사
덧붙여서 선생님은 레이사의 팔 안에서 재가 되었습니다. 고귀함 과다섭취에 주의합시다.
최종전 ??? battle!!
"선생님, 그... 괜찮으세요?"
"걱정하지 마. 조금 고귀함이 폭발했을 뿐이니까."
"정말 괜찮은 건가요, 그거...?"
레이사의 빛에 선생님이 불타올라 재가 된 후.
두 사람은 일루미네이션의 거리를 빠져나와 여느 큰길, 떠들썩한 말소리와 밤의 어둠을 밀어내는 따스한 오렌지빛이 가득한 곳을 걷고 있었다.
쇼핑백을 가득 채운 사람이나 친구들과 떠드는 사람들 사이를 누비듯 걸어간다.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잡고.
"에헤헤..."
오른쪽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온도에 얼굴이 히죽거리게 되는 레이사. 행복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다시 정화되는 선생님.
폭발 사산할 것 같은 마음을 달래며 선생님이 묻는다.
"저기, 레이사. 지금부터 갈 장소는 어떤 곳이야? 분명히 비밀의 장소라고 했던 거 같은데──"
선생님은 거기서 말을 끊더니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루미네이션 거리를 역주행해, 레스토랑 앞을 지나고...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거지?"
"훗훗훗..."
의문의 빛을 띤 소리에 레이사는 대담한 미소를 짓는다. 수상함 만점이었다.
"설마 이대로 돌아간다던가? 사실 두 판 승부였습니다. 같은 몰래카메라?"
"아뇨아뇨, 그런 시답잖은 일은 하지 않아요!! 확실히 싸울 곳은 준비해 뒀어요!!"
레이사는 오해를 풀듯 그렇게 말하고 오른손으로 가슴을 툭툭 치며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맡겨달라는 표정에 선생님도 알았다고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대로 척척 나아가는 레이사와 선생님. 이윽고 두 사람이 당도한 것은... 맨 처음의 광장.
이 승부가 시작된 만남의 장소이다.
주위의 양상은 만났을 때와 별로 다르지 않다. 떠드는 아이들, 만날 약속을 잡는 여학생, 멍하니 성야의 빛을 바라보는 안드로이드. 누구나 제각각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확실한 고양감과 기대감이 느껴지는 광경. 크리스마스만의 경치는 그대로였다. 굳이 말하자면 기온이 더 떨어진 정도일까? 벌써 9시니 당연하긴 하지만. 추운 날씨에 따뜻해지는 것은 따뜻한 옷과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누군가의 체온뿐이다.
"...저기, 레이사..."
"괘, 괜찮아요. 선생님! 아마 곧...!"
선명하게 채색된 전나무와 밝은 BGM.
기억대로의 광경에 「역시 이대로 돌아가는 건가...」하고 선생님이 난감한 눈썹을 만든다.
그 불안한 표정에 여유작작하던 레이사도 초조함이 생긴 듯 「정말 괜찮겠죠!? 예정대로 오겠죠...!? 그렇다고 할까 와 주세요 부탁이에요.」 라고 내심 땀을 흘리며 간청하기 시작했다.
그런 필사의 소원이 통했는지,
광장에 변화가 일어난다.
"에...? 갑자기 불이 꺼졌어... 아, 음악도..."
"!!"
나무에 휘감긴 일루미네이션, 가로등, 가게 조명.
어둠을 흐려놓던 빛이 갑자기 모두 사라지고 크리스마스의 트리니티가 밤에 물든다.
여기저기 환하게 울리던 BGM도 사라지고 주변에 퍼지는 소리는 사람들의 소란만이 남았다.
하지만 광장에서 고양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어두워지기 전보다 들떠 있는 것 같았다. "드디어구나~" "올해도 기대되네." 같은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목소리까지 들려온다.
독특한 분위기에 휩싸인 광장에 고개를 갸우뚱한 선생님이 레이사에게 "뭐가 시작되는 거야?" 라고 묻지만,
"후후후. 보면 알게 되실 거예요, 선생님!"
완전히 기운을 차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윙크한다.
그 직후.
광장 스피커에서 음악이 울리기 시작했다.
곡명은 『징글벨』. 크리스마스를 기리는 그 노래는 여느 때보다 업템포한 곡조로 흘러나온다. 춤추고 싶어지는 듯한, 노래하고 싶어지는 듯한, 절묘하게 동심을 자극하는 템포다.
그 BGM을 신호로 사람들이 광장 입구로 모여든다. 선생님과 레이사가 들어온 곳과는 다른 입구다.
자세히 보면 그 입구부터 길이 나도록 철제 울타리가 배치돼 광장 입장에 용이하게 되어 있었다.
거기에 문이 닫혀 있어 입구 너머에 있을 존재를 숨기고 있다.
"선생님! 저희도 가죠!"
"으, 응."
순진하게 웃으며 손을 끌어당기는 레이사를 따라 선생님도 울타리 쪽으로 달려간다.
인파를 헤집듯이 나아가 울타리 앞에 당도했다.
문득 선생님이 주위를 둘러본다. 주변에 있었던 것은 수많은 미소. 반짝이며 빛나는 아이들의 미소에 그리워하는 듯한 학생들의 미소. 누구나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밝은 여성의 목소리가 징글벨을 타고 스피커에서 튀어나온다.
『여러분! 이번에 모여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는 즐거우셨나요? 이제 앞으로 3시간이면 이 빛나는 성야도 안녕입니다.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1년 후... 정말 후회는 없나요?』
부추기는 듯한 소리에 주위로부터 「아직 즐길 수 있다고!!」 「전혀 만족하지 못했어!!」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음음! 여러분의 목소리, 잘 받았습니다! 그렇죠, 아직 만족 따위 할 수 없겠죠! 그럼 마지막으로 달려봅시다!! 그런 후회도 아쉬움도 날려버릴 수 있는 최고의 피날레를!! 저희가 선물해드리겠습니다!!』
큰 환성을 지르는 군중. 곁의 레이사가 선생님의 손을 꽉 잡는다.
더할 나위 없이 흥겨운 광경이지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여성의 목소리는 그런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목청을 높인다. 그리고 그녀는,
『그럼 갑시다! 트리니티의 성야를 해피엔딩으로 이끄는 최고의 축제!』
당당하게, 자랑스럽게 선언한다.
『크리스마스 퍼레이드의 시작을!!』
그리고.
입구의 문이 힘차게 열린다.
거기서 나타난 것은───
"이건...!"
"와아...!!"
어둠을 가를 듯 빛나는 호사스러운 퍼레이드 차량이었다.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감탄의 한숨과 함께 중얼거리는 선생님.
퍼레이드 차량 위에서는 마스코트가 손을 흔들고, 그 앞에서는 광대 같은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웃는 얼굴로 춤추고 있다. 뒤를 보니 아직 줄은 이어져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본뜬 차에서 요정처럼 생긴 아이들이 손을 흔든다. 고양이 마스코트가 넘어져서 개 마스코트에게 놀림을 받는다. 퍼레이드 차 안에서 산타클로스가 손을 흔든다. 징글벨이 울리는 광장은 신기하고 귀여운, 동화풍의 공간이었다.
트리니티의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즐겁고도 서운한, 성야의 마지막 3시간.
그것을 최고의 순간으로 바꾸기 위한 축제.
크리스마스가 끝나 버린다니, 그런 슬픈 말은 하지 못하게. 우리에게 미소와 행복을 준 밤에 감사와 열정을 전하고 웃는 얼굴로 헤어지게.
상냥한 주제 아래 기획되어 오랜 세월 진행되어 온 축제는 선생님에게 확실한 흥분과 고양을 선사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밤의 어둠을 비추는 행렬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는데 갑자기 레이사가 중얼거린다. 그녀는 퍼레이드에 눈을 빼앗긴 채 천천히 말을 꺼낸다.
"이 퍼레이드를 딱 두 번 보러 온 적이 있었어요. 첫 번째는 친구들도 많이 있었고, 모두와 순수하게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웃고... 엄청 즐거웠어요. 하지만..."
그리운 듯 말하는 그녀는 눈부신 빛을 견디지 못한 듯 퍼레이드에서 눈을 내리깐다.
"그 아이들이랑은... 다시 만나지 못했어요. 성장해서, 변하지 못한 저만 두고 간 거죠. 그게 너무 외롭고, 슬프고, 하지만 고집스럽게 저를 관통해서... 어느샌가 저는 정말 혼자가 되어 있었어요."
유년기. 그것은 타인과의 차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즐거운 매일을 직면할 수 있는 시절.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마음이 자유로운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자라면 그 천진난만함을 잊어버린다.
점점 친구와 자신의 차이가 신경 쓰이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을 피해 버린다. 어릴 때부터 변함없는 심지를 가진 레이사는 그렇게 변해간 친구들로부터 『아픈 곳을 찌르는 사람』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결말을 이끌었는지... 처음 만났을 때의 그녀를 보면 싫어도 이해할 수 있다.
"어느 날... 그래요. 언젠가의 크리스마스.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서 다시 한 번 이 퍼레이드를 보러 왔어요."
이유는 모호했다.
혼자인 외로움을 견딜 수 없게 된 건지, 단지 어째서인가 가고 싶어진 것인지, 레이사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레이사는 확실히 한 번 더 성야로 달려갔고, 한 번 더 이 퍼레이드를 보았다.
많은 미소와 눈부심, 그리고 행복을 엿본 그녀는 ──
"울어버렸어요."
앞머리에 숨긴 레이사의 표정은 선생님이 알 수 없다.
그저,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왼손을 잡은 힘이 강해졌다.
"『혼자』라는 사실이 힘들었어요. 누군가와 평범한 청춘을 보내고 싶었다. 아뇨, 청춘은 아무래도 좋았어요. 친구와 크리스마스에 잠깐 퍼레이드를 보러 와서, 『뭔가 좋네』라며 적당한 감상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하지만...... 그건 할 수 없었어요. 저는 혼자였으니까요."
퍼레이드의 불빛을 등뒤로 한 채, 소녀는 말을 이어 나간다.
"그게 싫고, 외로워서, 저는 울면서 도망갔어요. 아까 선생님에게서 도망쳐버린 것처럼. 돌아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시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에 오지 않겠다고 맹세했어요."
자조하듯 말을 떨어뜨리는 소녀. 분명 상처 입었겠지.
그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레이사가 웃고 있기를 바랐다.
이 아이만큼 웃는 얼굴이 멋지고, 이 아이만큼 착한 소녀는 없을 테니까.
초조함과 비슷한 생각에 짓눌린 선생님은 그녀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려 했으나,
"하지만."
번쩍 고개를 든 레이사의 표정에 그것을 멈추었다.
거기에 있었던 건 행복한 미소.
선생님이 원했던, 누군가의 마음을 녹이는 달콤하고 다정한 미소였다.
레이사는 행복에 가득 찬 얼굴로 선생님을 본다.
"그 다짐을 깨고 싶어졌어요. 스즈미 씨가, 디저트 부의 여러분이, 쿄야마 카즈사가, 그리고 선생님이... 제가 갖고 싶었던 것을 선물해 주었으니까. 청춘을 가르쳐줬으니까. 지금이라면 다시 한 번 그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에게 권한 거구나."
"네."
가장 큰 이유는 다르지만.
사랑의 열병을 숨긴 채 선생님에게 또 다른 이유를 알려주는 레이사.
왼손을 가슴에 대고 눈을 감는다.
"결과는 상상했던 대로... 아뇨,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그때보다도 몇 배나 즐거웠어요."
"...정말 나로 괜찮아? 지금 레이사에게는 많은 친구들이 있는데."
"네. 선생님이라서 좋았어요. 선생님이니까 이렇게 행복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레이사는 잡고 있던 손을 떼고 메고 있던 가방에서 어떤 것을 꺼냈다.
퍼레이드 불빛 아래 밤에 떠오른 그것은 봉투 크기만 한 한장의 편지였다.
"이거 받아주세요. 선물... 같은 거예요. 뭐가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역시 이게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음, 제 마음을 전부 썼으니, 그, 읽어 주시면... 저, 부탁드립니다."
"...고마워 레이사. 너무 기뻐. 정말로... 마음속 깊이."
긴장한 듯 내미는 편지를 받고 곱씹듯이 감사를 전하는 선생님.
그것을 계기로 레이사가 안도한 듯 하얀 한숨을 내쉰다.
"...기, 긴장했어요.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안 받을 수가 없지. 레이사가 보낸 편지니까. 근데 이거 지금 읽어도 돼?"
"아, 안 돼요! 돌아가서 읽어주세요! 눈앞에서 읽히는 건 역시...!"
"아하하, 알았어. 언제나 귀엽네. 레이사는."
"우으... 선생님은 또 그렇게...! 역시 강적입니다! ......아!!"
"왜 그래?"
퍼레이드의 음색 못지않게 목소리를 높인 레이사에게 선생님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녀는 초조한 듯 선생님에게 다그쳐 묻는다.
"승부!"
"에?"
"승부 말이에요, 승부! 선생님, 어떠셨나요!? 제 선물은 두근두근했나요!?"
"...으음."
가장 중요한 과제를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승패를 물어보는 레이사.
기대하는 것처럼 눈을 빛내는 그녀에게 선생님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비밀이려나?"
"...에!?"
"두근거렸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정답은 나만 안다는 걸로."
"아뇨아뇨아뇨!? 그건 아니죠!? 승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제 연애최강의 향방은...!?
"그러니까 말이야."
불만을 전면에 내세우는 레이사. 미간을 찌푸리고 「무으읏」 신음하고 있다.
납득이 가지 않는 듯한 그녀에게 선생님은 미소를 짓더니,
"또 승부를 하자."
그 마음에 다정함을 녹여낸다.
"또...?"
"그래, 또.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좋아. 여름방학이든, 생일이든, 별일 없는 날이든, 언제든 좋아. 몇 번이라도 승부를 하는거야. 결말이 날 때까지 레이사의 추억을 쌓아가자. 가끔은 디저트 부 아이들도 불러줘. 네 인생이 빛날 수 있도록, 후회도 아쉬움도 없는 청춘을 보낼 수 있도록, 알겠지?"
"......괜찮은... 가요? 저만 이득인데요? 욕심쟁이인 게..."
"그렇지 않아. 지금까지 많은 외로움을 맛봤으니, 이래도 거스름돈이 남을 정도니까."
"폐를 끼칠 텐데요? 저는 바보고 어리광쟁이라 언제까지나 선생님께 어리광을 부릴 거예요."
"당연히 괜찮지. 학생의 어리광을,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선생님인, 나인 이유니까.
"감사합니다. 이런 선물을 받게 돼서, 저는 정말 행복해요!"
"아니, 아직 선물은 안 줬는데?"
"에?"
당황하는 레이사. 선생님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눈을 동그랗게 뜬 소녀에게 내민다.
나무로 된 심플한 디자인의 상자.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의 그것을 천천히 선생님이 연다.
"아... 이거...!"
"어떠려나... 레이사에게 딱 맞는 거 같은데."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별 모양 머리 장식.
그것도 한 가지가 아니다.
심플한 것부터 디테일한 것까지 모양은 다양하다. 색깔도 다수 있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레이사는 여러 가지 표정을 보여주잖아."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레이사를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선생님이 중얼거린다.
"슬플 때나 즐거울 때. 너는 그걸 숨기거나 하지 않으니까, 엄청 이해하기 쉬워서... 귀여워서. 그런 솔직함에 몇 번이고 힘을 얻었어."
샬레의 업무는 다방면에 걸쳐 있다.
그 중에는 하기 싫은 일이나 불쾌해지는 일 등 외면하고 싶은 안건도 많다.
하지만 그럴 때 우자와 레이사라는 소녀의 순수함과 솔직함에 치유받았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을 주었다.
그것이 얼마나 고귀하고 둘도 없는 일인지 눈앞에서 눈동자에 빛을 머금은 소녀는 깨닫지 못하겠지.
그렇기에 감사는 드러나는 형태로 해야 한다.
너의 웃는 얼굴에 구원받았다고 직접 전해야 한다.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레이사에게 구원받았으니 너의 매력을 너 자신도 알았으면 해. 이 빛나는 별처럼... 아니, 지지 않을 정도의 빛을 레이사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너는 조금 자기비하적인 면이 있으니까."
레이사의 얼굴이 찬란한 퍼레이드의 빛에 비친다.
그것이 그녀의 순진함 속에 있는 어른으로서의 편린을 분명히 비추었다.
───봐봐, 또 모르는 표정을 지어줬지.
보고만 있어도 질리지 않는, 반짝이는 별 같은 소녀에게 선생님은 살짝 미소를 깊게 한다.
"고마워 레이사. 나를 항상 구해줘서. 내 정의의 히어로가 되어줘서. 이런 거로는 보답이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부디 받아줬으면 좋겠어. 이 머리 장식을, 너 자신의 매력을. ......안 될까?"
"그런... 건... 괜찮은 게 당연하잖아요..."
레이사가 다시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슬픔에서 오는 행동이 아니다. 그런 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선생님은 자유로운 레이사의 오른손을 잡는다. 저항은 없었다.
"...조금만 더 퍼레이드를 보고 있을까?"
"......네."
선생님의 상냥한 제안에 작은 목소리를 돌려주는 레이사.
눈물로 뿌옇게 흐려진 시야를 그대로 둔 채 퍼레이드를 바라본다
형형색색의 빛이, 귀여운 마스코트들이, 크리스마스를 이끌고 간다. 마지막으로 눈부신 선물을 나눠주며 내년으로 사라진다.
그것을 보고 있어도 레이사의 마음에는 슬픔이나 후회가 없다.
있는 것은 투명한 만족감.
그리고.
절대 사라지지 않는 단 하나의 연정뿐이었다.
최종전... Present battle!!
승자... 없음
앞으로도 승부는 계속될 것이다.
청춘은 계속된다.
별빛을 싣고.
에필로그 Result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한낮의 트리니티, 흐린 하늘에서 성야에 오지 못한 사과를 하듯 고요하게 떨어진다.
겸손한 듯한 내리는 방식에 내년에는 하루 더 빨리 오라며 쓴웃음을 짓는 사람들.
크리스마스 후 축제의 여운이 남은 대로를 레이사와 카즈사는 걷고 있었다.
"이야~ 그건 그렇고 아까 영화는 엄청 재밌었어요! 설마 메카페로로의 정체가 로보페로로였다니...! 충격의 전개였습니다!"
"나는 그 둘의 차이점을 하나도 모르겠는데..."
활기차게 감상을 말하는 레이사에게 한숨을 내쉬는 카즈사.
현재 두 사람은 한창 노는 중.
먹고 놀고 수다 떨고, 설령 크리스마스 직후라도 하는 일은 별반 다르지 않다.
참고로 이 둘뿐인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러고 보니 쿄야마 카즈사. 어째서 오늘은 저만 호출했나요?"
"아, 맞다. 평범하게 놀다가 부른 이유를 까먹었네."
"저로서는 이대로 놀기만 해도 상관없지만요!"
"내가 상관있어, 바보야."
"아얏!?"
강한 딱밤을 먹는 레이사. 어째서 웃는 걸까.
어이없어하면서도 돌려 말하는 표현이 서툰 캐스팔루그 씨는 얼른 본론으로 들어간다.
"너, 결국 선생님과의 데이트는 어땠어?"
"후갸아아!?!?!?"
"그게 뭐야, 비명...?"
"에, 아, 에!? 후아, 으후우... 무, 무슨 말이에요?"
"숨기기가 서투른가."
"...그것도 저의 매력입니다!!"
"엄청 긍정적이네."
"에헤헤..."
"뭔가 짜증 나."
수줍어하는 레이사에게 왠지 입술이 뾰족해지는 카즈사.
원인 불명의 질투를 떨쳐버리고 레이사에게 얼마 전의 이야기를 한다. 벌써 하루가 지났으니까. 아무래도 들어도 괜찮을 때겠지.
"네가 선생님과 데이트하는 건 알고 있었어. 그렇다고 할까, 어제 레스토랑 들어가는 거 봤고."
"처음부터 보고 있었나요!? 에, 기다려주세요. 그러면 왜 그때 모른 척 한 거죠?"
"...기분."
"그, 그런가요?"
"그래, 그것보다 어땠냐고 묻고 있잖아. 설마 모든 게 잘 돼서 사귀었다거나... 는 아니겠지."
"어, 어째서 처음부터 부정인가요!! 어쩌면 무사히 사귀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없어없어(웃음)"
"으그윽..."
코웃음 치는 카즈사에게 이를 가는 레이사. 뭐 실은 카즈사도 내심으로는 성공하지 않았을까 불안했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눈앞의 꼬맹이만큼 감정 제어가 서투르진 않으니까.
기회가 아직 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승부라는 이름의 데이트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뭐 했어?"
"으... 그건..."
"거짓 없이 말해줘."
"네, 네에..."
터무니없는 압력에 굴복한 트리니티의 정의의 히어로는 떠듬떠듬 어제의 행복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약속으로 시작해서 레스토랑에서의 소동. 일루미네이션 속에서 선생님을 쓰러뜨린 이야기에 퍼레이드의 절경. 그리고......
"선물?"
"네! 선생님이 주셨어요! 이게 진짜 엄청 기뻐서...! 왠지 벌써 제 매력을 알고 있어서! 하마터면 질 뻔했어요! 아니 그래도 선생님은 그걸 모르는 척 내년이라고 말해주셨죠... 그런 점이,"
"아, 네네. 알겠습니다. 이제 됐어. 네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건 알았으니까."
"앗...!?"
귀찮은 듯한 카즈사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굳어지는 레이사. 어느새 신나게 이야기하던 건 의식 밖인 것 같다.
생각보다 달짝지근한 일을 하고 있던 레이사에게 위기감이 더해지는 카즈사지만, 역시 캐스팔루그. 동요는 1mm도 드러내지 않는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 나간다.
"진짜냐..."
"네?"
"아니!! 그래서 그 선물은 머리에 달고 다니는 거야?"
"아, 네! 이거예요! 어떤가요? 엄청 이쁘죠? 이걸 받았을 때는 정말 기뻐서 ──"
"흐응..."
다시 말하기 시작한 바보를 방치하고 차분히 머리핀을 바라본다. 레이사가 원래 착용하던 것 옆에서 빛나는 사파이어색의 그것은 한눈에 봐도 고급품임을 알 수 있었다. 뭐, 무신경한 레이사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이렇게 비쌀 것 같은걸 보내는 건가... 선생님은 혹시 정말 우자와에게 마음이...)
나쁜 상상을 필사적으로 떨쳐 버린다.
선생님은 학생에게 상냥할 따름이니까.
나랑 데이트할 때도 진지하게 골라주니까.
그렇게 억지로 자신을 납득시키고, 아직도 말을 계속하는 레이사에게 돌아선다.
"거기서 선생님의 한마디가 정말로! 마음에,"
"그래서 반대로 너는 뭘 선물했어?"
"꽂히... 엑!?!?!?"
무심한 질문에 심하게 동요하는 레이사. 오늘로 몇 번째 얼굴을 붉히는 걸까.
어쩐지 기분 나쁜 예감이 들어 따진다.
"당연히 너도 뭔가 선물했겠지? 뭘 줬는지 대답해."
"어~ 으음... 그게에..."
레이사는 필사적으로 변명을 생각하지만 카즈사의 날카로운 눈빛에 조만간 실토할 것임을 깨닫는다.
포기했다는 듯이 자백하기 시작한다.
"편지예요..."
"편지...?"
"그래요, 나쁜가요!? 제 전부를 전하기엔 시간도 말도 부족했어요!! 그래서 그런 형태가 된 거예요!! 안 되나요!?"
"딱히 안 된다고는 하지 않았어. 괜찮다고 생각해. 편지. 마음을 전하기에는 가장 좋은 매체일 테고. 뭐, 뭘 썼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으."
"......뭘 쓴 거야 너...? 자백해."
"그, 그건..."
더듬는 레이사에게 날카로워지는 전 스케반(최강)의 눈동자.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시선에 레이사는 ──
~~~
샬레의 한 방.
평소 선생님이 일하는 방에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참고로 방 주인은 볼일이 있어 이곳에는 정적과 겨울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만 울려 퍼진다.
어두운 실내에서 살짝 비치는 빛.
그에 비치는 편지는 정성스럽게 방수 처리되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장소에 놓여 있다. 상당히 소중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 같다.
편지 뒷면에는 크게 『감사장』이라고 쓰여 있어 이를 쓴 인물의 사람됨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표면의 본문.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선생님께───────』
~~~
"비밀이에요!"
"...헤에?"
얼굴을 붉히며 쫓기는 것처럼 떨었지만,
그래도 레이사는 편지 내용물은 말하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든다.
그 이유는,
"그, 그건... 선생님만 알았으면 좋겠어요."
"......"
"그, 그게... 둘만의 비밀이라는 건 아니지만, 음, 그... 역시 이건 저의 선생님을 향한 마음이니까 남들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할까. 어쨌든 안 되는 건 안 돼요!"
"...그럼 됐어. 그 몸에 직접 물어볼게!!"
"싸울 생각입니까? 좋아요, 오랜만에 승부입니다. 쿄야마 카즈사... 아뇨, 캐스팔루그!!!"
"큰 소리로 부르지 마!!"
우정이 깊어지는(?) 두 사람을 감싸듯이 눈이 내린다.
질투와 수치가 뒤섞인, 자못 청춘다운 광경을 하늘도 흐뭇하게 여기는 듯하다.
이렇게 또 친구들과 추억을 쌓아간다.
청춘을, 후회없는 나날을 걸어간다.
모르는 것만 있고 어리둥절할 뿐이지만,
두려워할 것은 없다.
그것도 분명 아름다운 추억이 될 테니.
선명하게 물들어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이정표가 될 테니까.
그러니까.
우정에,
놀이에,
그리고 사랑에.
지금은 그저 똑바로 도전해 나갈 뿐이다.
소녀의 청춘은,
우자와 레이사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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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먼내용인데 그래서
중요한건 마음이야


개추를 참을수가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