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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 키리후지 나기사 / 키요스미 아키라
8월의 어느 날.
트리니티는 최고 기온을 갱신하고 있었다.
삶는 듯한 열기는 아스팔트를 뜨거운 프라이팬으로 바꾸고 자판기 재고를 순식간에 동낸다.
이미 권태감이 한순간에 최고치까지 쌓이는 환경이었지만 스트레스 요인은 또 있었다.
매미다.
맴맴거리며 체력을 귀에서 빼앗아가는 듯한 소리에 밖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질린 기색이다.
여름 햇살에 매미소리.
이 시기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지만...... 키리후지 나기사에게는 관계가 없다.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집무실.
한여름의 햇살도 매미소리도 들리지 않는 방에서 그녀는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한동안 에덴조약의 혼란과 허망의 생텀 등으로 한동안 쉬지 않고 일해왔던 나기사지만, 최근에야 비로소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렇게 차를 즐기는 시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게헨나와의 관계개선 같은 문제는 아직 산더미지만 그래도 시급히 해야할 일은 거의 없어졌다.
거기에 소중한 친구들과 예전처럼 편하게 이야기할 시간도 생기고 사생활도 순풍만범이다.
무심코 콧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오늘, 어떤 보고를 받기 전까지는.
"예고장... 인가요...?"
일을 끝낸 뒤 평소처럼 집무실에서 차를 마시던 나기사에게 꽤 뒤숭숭한 정보가 도착했다.
"네. 발송인은 아무래도 『빛의 대천사』 를 훔치려는 계획인 거 같습니다."
"『빛의 대천사』 를? 확실히 그 작품은 저희 학교에 있는 미술품 중에서는 가장 가치 높은 그림입니다만...... 그만큼 경비는 철저합니다. 도둑 따위에 겁먹을 이유는 없겠죠."
"그게, 보낸 사람이 『자애의 괴도』 라는 모양이라......"
"『자애의 괴도』......"
자애의 괴도.
교정국에서 도망친 일곱 죄수 중 한 명으로 도둑질의 천재다.
그 피해 총액은 양손의 손가락으로도 모자라 금액으로 환산하면 조 정도는 가뿐히 넘을 정도다.
사전에 보내는 난해한 예고장, 반드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현장에 다수의 증거를 남기기로 유명한 인물이지만 잡히지 않는다.
그런 우아함이나 강함에 이끌려 일반 시민중에선 팬조차 있는 듯 하지만......
"과연...... 그건 경계해야겠군요. 정말이지, 왜 하필이면 트리니티일까요....."
나기사 입장에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일이 줄었다고는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긴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의 이야기다.
그녀는 티파티의 호스트이기 때문에 평소 업무도 평범하게 바쁘다.
영문 모를 괴도의 상대 같은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겨우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적당히 좀 해줬으면 좋겠다.
불평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며 나기사는 생각을 바꾼다.
그러고보니 게헨나도 전에 귀중한 미술품을 도둑맞았었죠..... 라고 과거의 피해를 되돌아보며, 보고한 학생에게 예고장을 보여달라 부탁한다.
그러자 학생은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대로 나기사에게 건넸다.
"이건...... 카피인가요?"
"네. 진짜는 시스터후드 쪽에서 맡고 있다고 합니다."
"시스터후드가 해독을?"
"네. 음...... 중단시킬까요?"
물음표를 띄우는 학생에게 나기사는 괜찮다며 웃음으로 답했다.
"거기엔 사쿠라코씨를 비롯해 우수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맡겨도 문제는 없겠죠. ......그보다 보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러가도 괜찮아요."
"넷. 실례하겠습니다."
문 너머로 사라지는 소녀를 배웅하고, 『자애의 괴도』가 보내온 예고장 같은 무언가를 훑어본다.
『하루 한 곡의 노래를 부르라. 그리고 언제나 선두를 걷는 쌍둥이 언니와 위태롭게 후미를 따르는 여동생. 그녀들이 있는 곳을 이해하라. 그리하면 그녀들은 그녀들의 본질인 감사의 노래를 부르리라. 그 노래에 끌린 나도 분명 모습을 드러내리라.』
"흐음......"
전혀 모르겠다...... 는 정도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나기사를 비롯한 트리니티의 사람들이라면 시간을 들여서 풀 수 있을 듯한 느낌이 있다.
뭐 나열된 단어로 보아 다른 학원 학생이라면 의아해 하겠지만.
일단 암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잠시 접고, 나기사는 주머니에서 장식 없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사무적인 연락에 사용하는, 엄중한 도청 대책이 실시된 특제품이자 최신예 스마트폰이다.
그런 하이테크 아이템을 구사하여 그녀는 어떤 인물에게 연락을 취했다.
잠깐의 알림음 후 전화가 연결된다.
"안녕하세요, 사쿠라코씨. 갑작스레 전화드려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자애의 괴도』 건 인가요?』
그 상대는 우타즈미 사쿠라코.
현재 암호 해독을 맡고 있는 시스터후드의 수장이다.
전화 받는 순간부터 요구 사항을 물어보는 것에서 그녀가 업무에 익숙하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말이 길어질 필요가 없어 다행이군요. 예고장 해석은 어떻게?"
『거의 완료됐습니다. 그렇다 해도 쓰여져 있던 건 범행 시각 정도 뿐이었습니다만.』
빠르다. 아직 예고장을 받은 지 1시간도 안 됐을 텐데 잘도 해냈다.
놀람 반, 경외 반인 나기사는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고 대답한다.
"충분합니다. 시각을 알면 얼마든지 대처할 방법이 있으니까요."
『과연. 역시 현 호스트라고 해야 할까요?』
"미사여구는 공적인 자리에서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보다 3시간 뒤에 제7회의실에서 긴급 대책 회의를 열 테니 참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시간에 제7회의실은 다른 부서에서 예약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오늘 아침 취소된 모양입니다. 다른 회의실이 비어 있지 않아 저희로서는 도움이 됐습니다."
『그랬군요. 긴급 회의에 대해서는 만사 양해 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몇 명 데리고 가겠습니다.』
감사를 표하고 전화를 끊은 후... 다시 다른 곳으로 건다.
"평안하신가요. 저번에는 감사했습니다――"
"하스미씨,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긴급 대책 회의에 대해서 입니다만――"
"자세한 것은 나중에――"
정의실현부, 구호기사단 등 경비에 도움이 될 만한 부서로 흘러가도록 연락한다.
거기에 망설임은 없다.
회의의 의제를 결정하고, 관계 각처에 수배를, 수첩에 예정을 적고.......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끝마친다.
그 시간은 불과 20분.
경이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속도다.
나기사라고 해서 장식으로 정상에 있는 건 아니다.
트리니티 내의 질척질척한 정치투쟁을 이겨내고 고고한 호스트의 자리에 앉게 된, 실로 괴물 같은 인물이다.
이런 『사람을 움직이는』 일에 관해서 나기사를 능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성가시지만 대책을 세워야겠군요."
한숨 돌리는 것도 없이 사고를 괴도 대책으로 전환한다.
괴도를 포박한다......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확실히 『자애의 괴도』 는 키보토스에서도 손꼽히는 문제아이고 잡으면 엄청난 명예와 현상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욕심을 부리면 파멸하는 것은 이쪽이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은 『빛의 대천사』 를 지키는 것.
(그렇다면 우선 해야 할 일은――)
방심하지 않고 작전을 짜낸다.
어떤 상황에도 즉각적으로, 그리고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녀의 강점이었다.
하지만,
(『자애의 괴도』 ...예술에 비정상적인 집착을 지닌 일곱 죄수 중 한 명....)
문득 생각에 노이즈가 낀다.
나기사는 전통과 문화를 중시하는 트리니티의 일원. 그것도 티파티 호스트라는 입장이다.
독창적인 조각상이나 아름다운 캘리그래피, 심지어는 백귀야행 문화의 우키요에까지,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접했다.
그런 탓에 자기 나름대로 예술에 대한 가치관이 상당히 확고해져 있다. 더불어 다양한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으며,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사람의 가치관이 크게 다르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기사는 다양한 인간의 예술에 대한 감정을 아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이는 손님들이 좋아하는 찻잎을 발견했을 때의 감각에 가깝다.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접했을 때 느끼는, 세계가 넓어지는 듯한 상쾌함.
가슴에 무언가 떨어지는 듯한 납득감은 일상생활에서는 좀처럼 얻을 수 없다.
그렇기에 알고 싶다.
(『자애의 괴도』 ......당신은 예술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어째서 도둑질을 하는 걸까요?)
호기심에 이끌린 나기사는――조금, 작전에 사욕을 섞어보기로 했다.
~~~
"이게 트리니티의 홍차인가요. 투명한 빛깔에 은은한 레몬향..... 흐음, 대단히 아름답군요. 오랜 노력과 연찬으로 길러진 맛과 향. 이런 전통 또한 하나의 예술품이라 부를 수 있겠죠."
트리니티 모처의 한 호텔.
문에 206이라 적힌 방 안의 의자에 한 인물이 앉아 있었다.
우아하게 홍차를 즐기는 모습만 보면 그 빛나는 백은빛 머리카락도 어울려 어딘가의 귀족처럼 보였겠지만, 귓가에 부착한 기계...... 일반적으로 도청기라 불리는 그것이 모든 것을 망치고 있었다.
다만 정작 본인은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우아하게 찻잎을 즐기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키요스미 아키라.
세간에는 『자애의 괴도』 라 불리는 요주의 인물이다.
트리니티 종합학원이라는 거대 조직에 예고장을 보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운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그녀라고 해서 한가롭게 놀고 있는 건 아니다.
그녀의 귀에 달린 도청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트리니티 제7회의실의 음성.
그녀는 현재 진행 중인 자애의 괴도 대책 회의를 엿듣고 있는 것이다.
"트리니티에 잠입하는 건 즐거웠습니다만....... 회의장을 유도하는 건 다소 힘들었죠."
아키라가 트리니티에 잠입한 날. 트리니티 교내는 상당히 분주했다.
갑자기 어떤 조직의 비리가 발각돼서 긴급 회의가 발생하기도 하고.
어째서인지 서류가 분실되어 회의가 연기되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회의실 예약이 꽉 찼다 비었다를 빈번하게 반복했던 것이다.
그 결과로, 때마침 우연히 오늘은 제7회의실 밖에 비어있지 않은 사태가 되었다.
"후후후. 신기한 일도 다 있군요."
그렇게 모른 체하며 괴도는 미소 짓는다.
『경비는 B지점을 중심으로.』
"그곳은 가장 눈에 띄기 쉬운 장소. 당연하겠죠."
『츠루기씨는 C지점 주변의 경비를.』
"어머, 그건 의외. 자칫하면 트리니티 최고 전력 중 한 명과 맞붙을 뻔했네요."
『예고장은 정말 이 해석이 맞는 걸까요?』
"물론이죠. 나흘 뒤 19시 정각에 찾아뵙겠습니다. 후후. 트리니티에는 우수한 아가씨가 있는 모양이군요."
전부 누설되어 훤히 보이고, 훤히 들린다.
교묘하게 설치된 도청기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회의는 진행된다.
뭐 그것도 당연.
여하튼 도청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은 문고리 안.
실내를 아무리 찾아봐야 찾을 수 있을 리 없다.
설령 문고리를 의심한다 해도 조사하려면 유일한 출입구를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폐쇄하는 셈이어서 회의 시간까지 맞출 수 없다.
그리고 이 시간에 회의를 하지 못하면 다음에 방을 쓸 수 있는 건 다음 주...... 이번에는 범행 시간에 맞출 수 없다.
어느 정도 인원이 모여 극비리에 회의를 할 수 있는 것이 20개 회의실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파악됐다.
결국 아키라에게 도청 당하는 건 필연이라는 애기다.
"정보도 하나의 보물. 그것을 미리 손에 넣은 자만이 예술을 접할 권리를 얻을 수 있는 법...... 그것을 이해해 주시길, 아가씨들."
~~~
『빛의 대천사』
그 옛날 트리니티에서 이름을 떨쳤던 화가가 마지막에 남겼다는 명화다.
흐린 하늘에서 자애로운 눈동자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회색 날개가 달린 천사.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그 모습에 지상의 사람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 주제인 『구원』과 『자비』가 간결하면서도 거룩하게 표현되어 있다.
어느 예술지에서도 『그 명화는 특별하다!』 라고 보증의 도장을 찍을 정도로 일품이다.
평소에는 트리니티의 자료 보관고에서 잠들어 있는 그것이――
"지금은 이 두꺼운 금고 안에...... 뭐, 뭐랄까 황공하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네요......"
".......히나타씨의 마음은 아플 정도로 압니다만, 이것도 잠시뿐입니다. 지금은 참죠."
"네, 네에. 사쿠라코님."
사쿠라코와 함께 있는, 히나타라고 불린 소녀가 쭈뼛쭈뼛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는 트리니티 지하에 있는 대형 금고.
사쿠라코 키의 세 배는 될까 하는 큰 문이 그 안쪽으로 쥐 한마리 지나가지 못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문 앞에 있다는 사실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며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긴장이 더욱 고조된다.
실내는 전면이 무기질 금속과 무수한 기계로 덮여 있어 트리니티라기보다는 밀레니엄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 수많은 기계야말로 대형 금고의 요체.
전자잠금을 견고하게 하는 부품이다.
당연하지만 보안상의 사정으로 사쿠라코를 제외한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은 대형 금고의 패스워드를 모른다.
"그건 그렇고..... 범행 시각까지 2시간 남았네요. 벌써 바깥도 석양으로 물들어있을 무렵이고..... 저기, 정말 괴도가 오는 걸까요.....? 시, 실은 벌써 도둑 맞았다거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애의 괴도』는 예고장의 문구를 어긴 적이 없다고 들었어요. 소문대로라면 반드시 나타날 겁니다."
"그, 그렇군요......"
긴장한 듯 유일한 출입문을 바라보며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의 소녀에게 사쿠라코가 쓴웃음을 짓는다.
"긴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깨에 힘을 빼는 것도 경비에 필수적이랍니다."
"네... 죄송합니다, 사쿠라코님."
"흐음...... 그렇군요."
풀이 죽은 소녀를 보며 사쿠라코는 뭔가 생각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드물게도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 가지 제안한다.
"그럼...... 잠깐 그림의 모습을 볼까요? 현 시점에서 무사하다는 걸 알면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겠죠."
"에... 에에!? 괜찮은가요, 그거......!?"
"사실은 안 됩니다만...... 아직 범행 시각까지 여유가 있고 하니 괜찮을 겁니다. 아니면 그만둘까요?"
"어, 그러니까......"
사쿠라코의 제안을 듣고 그녀는 조금 고민스러운 표정을 한다.
그리고,
"그, 그럼 조금만......"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송구스러운 표정인 소녀의 손을 잡고 사쿠라코가 금고로 다가간다. 그리고 문 옆에 설치된 패널에 손을 뻗어 빠르게 번호를 입력했다.
그러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두꺼운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꿀꺽, 침을 삼키는 곁의 소녀에게 사쿠라코가 또다시 쓴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조급해 하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고 했는데.
그런 대사가 들려오는 듯한 상냥한 미소였다.
그리고, 중후한 문 너머에서 천천히 모습을 나타낸 것은......
"여어."
"...........에?"
붉게 얼룩진 소매 끝과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오래 사용했음을 쉽게 알 수 있는 두 자루의 총이 꺼림칙한 빛을 발하고 있다.
금고 안쪽에 앉아 흉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 아니, 자는......
"츠루기씨."
어안이 벙벙한 소녀의 손을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떨어지지 않게 잡은 사쿠라코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완전히 돌변,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과 이어진 인물을 바라보며,
"『자애의 괴도』 입니다. 붙잡아주세요."
"아아."
그리고.
히나타의... 아니.
히나타를 가장한 누군가의 표정이 사라진다.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주변이 연막에 휩싸였다.
"연막탄...! 연기를 걷어내세요.....!"
"아니, 필요 없어."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친 감촉에 초조한 목소리를 내는 사쿠라코를 츠루기가 냉정하게 고한다.
그리고... 그 얼굴을 흉악한 모습으로 일그러뜨렸다.
"발소리로 안다고!!! 거기잖냐아아아아!!!"
"......!"
집중 포화.
망설임 없이 쏟아친 총탄의 비에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맞았다면 틀림없이 치명적인 양의 탄환이지만,
"칫... 피했나."
"후후후, 지금 것은 저도 위험했습니다. 역시 트리니티의 최고 전력으로 이름 높으신 분이군요."
혀를 차는 소리, 그리고 정체 모를 웃음소리와 함께 안개가 걷힌다.
투박한 대형 금고에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는 장미 꽃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스틱을 한 손에 들고 장미 향기를 맡으며 서 있는 백발의 소녀.
순백색 옷을 두르고 서 있는 그 모습은 언뜻 선한 천사로 보인다고 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눈가를 가리는 도미노 마스크가 그녀의 본래 입장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었다.
"일곱 죄수...... 『자애의 괴도』"
"이거 참, 시스터후드의 수장...... 흠,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사쿠라코님이라 불러드릴까요?"
"좋으실 대로. 도둑이 뭐라고 부르든 상관할 일이 아니기에."
"도둑...... 고고한 시스터후드의 수장임에도 괴도의 미학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개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사쿠라코의 경멸이 담긴 대사에 한숨을 내쉬는 아키라.
거기에는 분명한 낙담과 실망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런 말 따위는 개의치 않고 사쿠라코는 묻는다.
"진짜 히나타씨는 무사한가요?"
친구의 안부를 걱정하는 소녀에게 『자애의 괴도』는 「아아」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안심하시길. 그녀에게는 옷을 조금 빌렸을 뿐이니까요. 지금은 대성당에서 선잠을 자고 있겠죠."
히나타의 옷을 오른손으로 흔들며 보여주는 괴도에게 사쿠라코가 눈썹을 치켜든다.
"잘도 뻔뻔스럽게. 당신이 잠재웠을 텐데요."
"그녀의 몸에 해를 끼치는 일은 일절 하지 않았으니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길. 그런 행위는 제 미학에 어긋납니다."
이 괴도는 위험인물이긴 하지만 타인을 아무렇지 않게 해쳤다는 보고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있었더라도 그것은 상대방이 세상으로부터 악인으로 평가 받는 인물이었을 경우 뿐. 이것에 관해서는 믿어도 좋을 것이다.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쿠라코에게 아키라는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묻는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요. 듣기로는 츠루기양이 여기 있을 리가 없을 텐데. 게다가 변장은 제가 봐도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어째서 들킨 걸까요? 더군다나 『빛의 대천사』는 여기 있는 걸로 아는데 어디에도 없네요."
연이어 의문을 제기하며 초연한 태도를 잃지 않는 소녀에게 사쿠라코는 냉정함을 잃지 않은 채 고한다.
"도청 가능성을 생각하며 행동한다. 모략이 가득한 트리니티에서는 기초 중의 기초입니다. 기억에 새기고 교정국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군요."
"후후, 거기로 돌아가는 건 이제 봐주셨으면 하네요."
"얘기는 끝났나?"
서로를 탐색하는 사쿠라코와 아키라에게 인내의 한계를 맞이했는지 츠루기가 천천히 다가선다.
상대는 트리니티 최고 전력, 켄자키 츠루기.
거기에 임전 태세의 시스터후드 멤버들.
아키라에게 최선의 선택은 도망 하나뿐이다.
하지만.
(출입구는...... 어느새 잠겨있군요.)
여기서 나가는 유일한 출구에는 들어왔을 때는 없었을 엄중한 잠금장치가 걸려 있었다.
이래서는 나갈 수 없다... 하지만.
(저 잠금장치는 제가 트리니티에 잠입했을 때... 그리고 이 방에 들어왔을 때는 없었던 것. 즉, 즉석에서 장치한 물건이죠. 저 완강한 모습은 허울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아, 겉모습만 그럴듯한 예술품만큼 추악한게 또 있을지.)
"끝났다면...... 이쪽부터 간다!!"
곧장 아키라에게 돌진하는 죽음[츠루기].
그러나 괴도 소녀는 그럼에도 냉정을 잃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후는 다른 그림 찾기. 제가 방에 들어왔을 때 없던 기계가 몇 개 있을 터...... 흐음.)
"......핫!"
아키라는 츠루기를 개의치 않고 3장의 트럼프를 던진다.
그리고 그것은 3개의 기계에 각각 꽂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에러 발생. 안전장치 가동. 내부의 안전확보를 위해 잠금장치를 개방합니다.』
"칫!"
"놓치지 않습니다――!"
"유감이네요."
돌진해 오는 츠루기를 가볍게 피하고 시스터들의 총알을 망토로 받아 넘긴다.
실력으로 따지자면 츠루기를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에 관해서는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능숙하다.
쏟아지는 탄막 사이를 누비듯 피하며 폭력적인 샷건의 일격을 가볍게 점프해 뛰어넘는다.
기척을 감추고 아키라의 등뒤로 바짝 다가섰던 사쿠라코의 총격도 처음부터 보고 있던 것처럼 옆으로 뛰어 피한다.
신출귀몰한 괴도 소녀는 화려하게 모든 공격을 피해내고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나선다.
"곧 쇼타임이니까요. 주연이 늦어질 수는 없으니."
선물로 대량의 연막탄을 뿌리고,
키요스미 아키라는 대형 금고에서 자취를 감췄다.
~~~
"그렇군요. 대형 금고에 나타났습니까. 아마 시간이 될 때까지 대기, 경비의 틈이나 장비 배치를 파악한 후 행동에 옮길 생각이었을 겁니다."
"와오, 대담하네."
"뭐랄까, 상당히 당돌한 성격을 지녔군..."
트리니티 종합학원 어딘가에 있는 넓은 테라스.
한정된 인원만 출입할 수 있는, 노을빛이 비치는 이곳에 네 명의 인물이 있었다.
한 명은 정의실현부 부부장, 하네카와 하스미.
『자애의 괴도』가 출현한 사실을 전하러 온, 본 작전의 연락 담당이다.
본인은 현장에 나가 츠루기에게 가세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상부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이 자리에 있는 듯, 냉정해 보이는 옆모습에서는 희미한 불안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에게 지시를 내린 장본인이야말로 소란스러운 실내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홍차의 맛을 조절하는 티파티의 현 호스트, 키리후지 나기사다.
그녀는 「예정시각보다 빠른 출현... 사쿠라코씨가 잘해주었군요.」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으로 다음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나기쨩은 정말 교활하다고 할까, 약삭빠르단 말이지~"
"나기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했을 뿐. 그렇게 나쁘게 말하는 건 좋지 않아."
책상에 삐딱하게 팔꿈치를 괴고 「으에~」 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핑크 머리의 소녀는 미소노 미카. 티파티의 일원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있어 제명 중. 이번은 비상시이기도 해 특례로서 이 자리에 있는 걸 인정받고 있었다.
그런 미카를 나무라는 것은 역시 티파티의 호스트인 유리조노 세이아. 예전에는 예지몽이라는 강대한 힘을 다룰 수 있었던 소녀였지만, 이제 그 능력은 없어지고 단지 조금 감이 좋은 여고생이 되어 있다. 뭐 본인은 만족하고 있긴 하지만.
"우와, 또 세이아쨩의 정론 펀치. 그러니까 친구가 없는 거라구?" "너는 정기적으로 정론으로 깨워줘야 하는 사람이니까 말이지. 그리고 나는 친구가 없는 게 아니라――" "네네, 나왔다, 나왔어. 변명 타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농담을 섞기 시작한 두 사람을 방치하고 사색에 잠긴 나기사. 하스미가 살짝 당황하지만 안타깝게도 신경 써줄 여유는 없었다.
――미카가 그녀를 『교활하다』 『약삭빠르다』 라고 평했지만, 그것은 그렇게까지 틀린 표현은 아니다.
평범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 들으면 깬다고 할만한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니. 게다가 그것이 성공하는 중이니 더욱 질이 나쁘다.
그 작전이라는 것은......
"그렇다고는 해도...... 아무리 도청 대책이라고는 하나, 구두 발언을 모두 적당한 허언으로 포장하고 진짜 회의는 화면에 표시된 문자와 참가자가 쓴 문자로 행하다니......"
어딘가 기가 막힌다는 듯한, 전율한 듯한 눈빛을 하스미로부터 받으며 나기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대책 회의를 위해 제7회의실에 입실한 일행들.
그녀들이 처음 본 것은 스크린에 비친,
『본회의에서는
①구두로 발언할 때는 반드시 거짓을 말할 것
②진실은 손에 쥐고 있는 메모지와 펜에 기재할 것
③질문이나 의견이 있을 때는 구두로 허위를 진술하면서 수중에 있는 종이를 들고 진짜 질문을 할 것
이 세 가지를 준수해 주십시오.』
라는 문구.
이걸 본 모든 사람이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해?」 라고.
그러나 지시는 지시이므로 따라야 한다.
이렇게 구두로는 수비 배치를 얘기하며 실제로는 『빛의 대천사』를 숨길 은신처를 논의하는 기묘한 상황이 반복되는, 터무니없는 회의가 열린 것이다.
한 참가자가 말하길, 「머리가 아프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유효한 작전이었죠?"
"그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자애의 괴도』가 나타난 곳은 대금고실.
그것은 구두로 『빛의 대천사』를 은닉할 장소로 결정되었다. ......즉, 가짜 정보다.
이로써 『자애의 괴도』가 회의를 도청한 건 확정적이다.
"하지만 나기쨩. 평범하게 카메라로 감시 당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 부분은 문제없습니다. 카메라로 정보를 얻는다면 설치 장소는 한정되게 됩니다. 스크린이나 메모지를 잘 비출 수 있는 장소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미리 그 부분만 조사한 후, 짧은 시간 내에 발견하기 어려운 도청기만 그런 대책을 세웠습니다."
"......우와아, 깬다 정말. 게다가 거기에 더해 변장 대책을 위해서 암호까지 준비한거지? 『그림의 모습을 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카모마일 티를 주세요』 라니, 보통은 눈치채지 못한다구..... 대화로서 성립되지 않는 걸."
"그게 목적이니까요."
"..........우와 우와 우와아~"
"나기사....... 그건 아무래도 역시......."
"나기사님......."
각인각색의 시선을 향하지만 그 중 긍정적인 것은 없다.
어느 쪽인가 하면 「뭐야 이녀석」 같은 변태적인 무언가를 보는 듯한 시선이다.
그 사실에 기가 꺾이지만 꾹 참는다. 아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니까. 불평이니 푸념이니 하는 것은 다 끝난 후에 생각하자.
"그래서 나기사. 이 다음에는 어떻게 할 셈이지? 『자애의 괴도』는 교사로부터 나와...... 현재로는 트리니티 내에서 건물 위를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듯 한데."
세이아가 수중의 모니터...... 트리니티의 거리를 비추는 드론 영상을 보며 묻는다.
본인은 진지하게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어깨의 오목눈이까지도 굉장하다는 듯이 영상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운 광경으로 완전히 변해버렸다.
어떻게든 웃음을 참으며 나기사는 세이아의 의문에 대답한다.
"크흠...... 츠루기씨를 포함한 정의실현부에 추격하도록 해주세요. 하지만 깊이 쫓는 건 금물. 그렇군요...... 제 지시가 있으면 돌아오라고 전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하스미씨."
"네...... 저기, 무례함을 알고 말씀드립니다만, 나기사님."
"뭔가요?"
하스미는 영리해보이는 그 얼굴에 보기 드문 곤혹함을 띄우며 나기사에게 묻는다.
"트리니티 본교를 떠났다면 최고전력[츠루기]을 풀어놓으면서까지 추격하는 건, 그....... 실례지만 악수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래서야 『빛의 대천사』가 본교 밖에 있다라는 걸 가르쳐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요......?"
"후후후, 그거면 됐습니다."
"나기쨩이 또 악랄한 얼굴을 하고 있어......"
"나기사. 자네 작전은 확실히 이해 못할 것도 없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아줬으면 하는군. 네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분명 슬플테니까."
"네, 알고 있어요."
소중한 친구의 말에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세이아와 미카, 그리고 정치 중추에 깊이 관여하는 사쿠라코에게는 본 작전에서 나기사가 목표로 하는 것을 거짓 없이 전해두었다.
그 말을 들은 눈앞의 두 사람은 어이없어 했지만, 「나는 그다지 납득할 수 없지만...... 뭐 나기쨩이 말한다면 좋아.」「너는 좀 더 제멋대로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말릴 이유가 없다」 라고 웃으며 등을 밀어줬다.
그녀들과 친구라는 사실은 분명 어떤것과도 바꾸기 어려운 행복일 것이다.
이제 작전 이야기로 돌아가지만, 하스미의 말대로 최고 전력인 츠루기를 트리니티 본교에서 떼어 놓으면서까지 추격하게 할 경우 트리니티 본교에서 밖으로 내보내고 싶지 않다는 이쪽의 마음을 가르쳐 주는 것과 같다.
그리고 배치된 경비의 위치, 정의실현부의 진행 경로에서 진짜 보물의 소재지를 알아내겠지.
(하지만, 그거면 됐습니다.)
이것은 본래의 도리를 벗어난 나기사의 개인적인 욕심과 같은 것이다.
물론 정치적 의미에서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 이상으로 나기사의 취미, 기호에 따른 것이 크다.
다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이것만은 아무래도 양보할 수 없었다.
찻잔을 받침에 놓고 조용히 판세를 움직이는 괴물은 만족스럽게 웃는다.
(정보도 하나의 보물. 하지만 그것에 놀아나게 되면 결국...... 예술을 접할 수 없게 되죠. 그것을 이해해 주시길, 『자애의 괴도』.)
~~~
"후우, 조금 애가 타네요."
대형 금고에서 빠져나온 아키라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지붕에서 지붕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곳은 빌딩가답게 아키라가 달리고 있는 곳은 꽤 높은 위치다. 거기서 한눈에 들어오는 해질녘의 트리니티는 절경 그 자체이지만...... 지금은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회의를 도청한 바에 따르면 대금고실에서 시스터후드가 『빛의 대천사』를 보호하기로 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 있던 건 이곳에서 떨어진 곳에 있어야 할 최고 전력[켄자키 츠루기]. 적어도 『빛의 대천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어느 타이밍인가 자신의 변장도 들통난 상황.
"회의 이외의 타이밍에 몰래 이야기를? 하지만 그럴 여유가 있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미리 세운 계획은 거의 쓸 수 없게 되었군요."
깜짝 놀랄만한 서프라이즈를 잔뜩 준비했습니다만... 라며 콘크리트 빌딩 위에서 한숨을 내쉬는 아키라.
작전은 실패. 적의 전력은 미지수......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힘든 상황이다. 정보를 제일로 하는 괴도에게는 이제 막다른 골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면. 역시 그 회의 내용이 모두 함정이었다고는 백전연마의 『자애의 괴도』 라 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기에 그녀는 『자애의 괴도』 라 경외하는 마음으로 불리는 것이니.
다행히도 이 주위 일대의 지리는 대충 파악하고 있다.
이후는 『빛의 대천사』가 숨겨져 있는 곳을 예측해 이를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후후, 오히려 이걸로 쇼가 더 달아오른다는 거죠."
"뭘 중얼거리는 거지?"
"어머나?"
빌딩 옥상... 꽤 높은 곳에 있었을 아키라의 몸을 그림자가 덮는다.
의아하게 생각해 위를 올려다보자 거기에는 귀신도 맨발로 도망칠 정도의 광소가.
"죽어어어어어어어어!!!!"
"후후, 꽤 이른 도착이군요."
콰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총알을 달려서 피한다.
폭력적인 수단에 호소하는 것은 『자애의 괴도』의 미학을 생각하면 그다지 아름답지 않지만...... 이번만은 사양할 수 없다. 상대는 그 켄자키 츠루기. 도주하는 데도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찌부러지는 건 이쪽이다.
그렇게 판단한 아키라는 망설임 없이 간이폭탄[트럼프]을 쿠나이처럼 투척한다.
아키라와 달리 도망갈 곳이 없는 공중에 뜬 츠루기는 모든 트럼프를 온몸으로 받아 퍼퍼펑!!하는 연속적인 폭파음과 함께 그 모습이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키히...♪"
"무사하다니..."
그 창백한 피부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대신 머리카락이 조금 타오르고 있지만 본인은 신경 쓰는 기색도 전혀 없다.
그녀는 그대로 총을 내던지고 주먹을 치켜 들었다.
노을을 등에 업고 다가오는 흉악한 인상의 소녀는 분명 공포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거칠게 경종을 울리는 본능에 따라 아키라는 전력으로 회피한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아!!!!!"
"이건.......큭."
인간이 낼 수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 폭발음.
빌딩 끝에 머물던 까마귀들이 일제히 달아났다.
그리고 빌딩 옥상에 생기는 크레이터.
목숨을 걸고 피한 아키라의 눈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주먹에서 콘크리트 파편이 떨어지는 츠루기에게 뺨이 경련한다.
이건 위험해.
생물로서의 격이 너무나도 다르다.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하지만... 스나이퍼가 귀찮군요.)
힐끗 주위를 둘러보니 멀리 빌딩 옥상에서 뭔가 반짝이며 빛났다.
아마도 라이플 스코프.
어느새 성가신 위치에 진을 친 모양이다.
빌딩에서 뛰어내리기, 다른 지붕으로 도약하기, 츠루기의 공격을 피하기.
모든 행동에 저격 당할 위험이 따라다니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다면......
"장소를 바꿀까요. 여기는 조금 너무 눈에 띄네요."
"응!? 네놈...!"
츠루기의 발밑.
조금 전에 생긴 크레이터에 폭탄을 투척.
그것은 그대로 기세 좋게 폭발해......
폭발과 함께 약해진 지면은 무너지고 두 사람의 모습은 빌딩 내부로 사라졌다.
(건물 내부에는 저격을 할 수 없어. 즉 스나이퍼는 쓸수 없게 됐다.)
건물 안은 텅 비어있었다
아무래도 폐기 예정인 빌딩이었던 모양이다.
무기질적인 기둥밖에 없는 공간은 꽤 살풍경했다.
폭파와 콘크리트로 인한 연기 속에서 아키라는 생각한다.
(서두르느라 건물 위를 달린 게 실책이었습니다. 본래는 조급해 하지 말고 인파에 섞여 행동하는 게 정답. 정의실현부도 변장을 간파하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일반인에게 난폭한 짓은 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
"빌딩 아래까지 뛰어가 이번에야말로 대중 속으로 녹아들죠...!"
"하게 둘까 보냐!!"
가까운 곳에 있던 계단으로 뛰어든다.
현재 계층, 30F
먼저 1F까지 달아나면 『자애의 괴도』의 승리.
그때까지 그녀를 붙잡는다면 정의실현부의 승리
지옥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
(29, 28, 27......)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단조로운 작업에 긴박감을 주는 BGM은 후방에서 들리는 물질파괴 ASMR이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그리고 즐거운 사신의 웃음소리도.
확실하게 다가오는 죽음의 감각을 등으로 느끼면서 빨리 서두르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벽을 걷어차고 난간을 밟으며 튕기듯 아래로 향한다.
단순한 속도로 따지면 아키라가 츠루기를 이길 수 있을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하앗...!"
"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섬광탄을, 수류탄을, 간이폭탄을.
던지고 또 던진다.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츠루기의 진로상이나 사선상에 던짐으로써 조금씩, 그래도 확실하게 지연해 나간다.
하지만 이것들도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언젠가 한계가 온다.
그때까지 1F에 도달하지 않으면...... 그 뒤는 말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아키라도 수많은 아수라장을 누벼온 실력자다.
냉정하게 대응하면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다.
(20, 19, 18...... 이 상태라면!!)
가능하다.
그렇게 확신한 게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강자와의 전투에서는 한순간의 방심이 목숨을 앗아간다고 하는데.
콰아아아아앙!!
아키라의 몸이 옆으로 날아간다.
(지금 건... 수류탄!?)
"뭐야...? 내가 쏘고 때릴 뿐인 뇌근육인 줄 알았나?"
계단에서 빌딩 내부로 굴러간 아키라를 향해, 발소리와 함께 극도로 꺼림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기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온 츠루기는 상당히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군요. 총알과 격투의 폭풍 속에 섞이도록 수류탄을 던진 건가요. 이거 한방 먹었네요."
일어나 온몸의 먼지를 털며 주위를 살핀다.
여전히 변함없는 폐허.
투박한 콘크리트 기둥만 존재하는 무기질적인 공간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눈부신 석양 덕에 실내는 의외로 밝다.
현재 계층...... 16F
아직 추격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사실에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정면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강렬한 살기에 의식을 향한다.
"여기라면 도망갈 곳이 없구만."
(계단은 그녀의 뒤입니다만...)
히죽 흉악한 미소를 짓는 츠루기를 애써 무시한다.
여기는 폐빌딩.
어쩌면 다른 계단이나 아래로 통하는 구멍이 또 있을지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덧붙여 예고장에 적은 시각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느긋하게 찾고 있을 여유는 없다.
스틱을 잡은 오른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 자리에서의 승리 조건은... 그녀의 배후로 돌아가는 것.)
굳이 정면에서 싸워 이길 필요는 없다.
그저 뒤로 돌아서 계단으로 뛰어들면 되는 얘기.
하지만.
"키히히......."
(후후, 이거 곤란하군요. 그런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정의실현부 부장, 켄자키 츠루기.
트리니티의 평화를 어지럽히는 모든 악을 멸망시키고 정의란 무엇인가를 그 몸 하나로 구현하는 키보토스 굴지의 강자.
그 벽은 너무나도 두껍다.
그럼에도.
(정말이지, 예술을 접한다는 것은 어렵군요.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손이 닿는 순간의 기분은 각별한 것.)
이 어려움을 넘어선 앞에서 아키라를 기다리는 예술...... 어둡고 습한 방에서 그저 스러져갈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림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북돋고 있을 때, 찬물을 끼얹듯 츠루기가 돌진해 온다.
요행으로 두 자루의 흉악한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총알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그녀의 뒤로 달려간다. 망토에 구멍이 나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러나,
"키히야아아!!!"
"빨라......!"
켄자키 츠루기는 그런 단순한 수에 당할 소녀가 아니다.
인체의 구조를 완전히 무시한 초인적인 몸놀림으로 아키라의 정면으로 돌아들어온다.
그리고 그대로 전력으로 샷건의 개머리판을 아키라의 머리에 내려쳐――
"큭!"
"피했구마아아아아안!!!"
당연하지.
저런 공격을 당하면 아키라의 머리는 순식간에 건파우더 같은 가루가 된다.
일부러 맞아줄 이유가 없다.
저런 공격을 연속으로 당하는 건 사양하고 싶은 아키라는 폭력적은 일격을 피하고 아슬아슬하게 뒤로 물러났다.
한순간의 공방이 끝난 신호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도는 그 입꼬리를 미소의 형태로 구부린다.
(그럼....... 슬슬 때가 됐나요?)
아키라가 츠루기를 조우한 지 약 1시간.
눈앞에서 폭력의 비를 퍼붓는 소녀도 슬슬 하얀 괴도의 모습이 지겨워질 무렵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적당한 때.
이번에는 아키라가 츠루기 쪽으로 파고든다.
"!?"
여기에는 역시 츠루기도 놀라고 만다.
자신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던 상대가 갑자기 공격으로 돌아선다. ......절대로 뭔가 속셈이 있다.
확신한 츠루기는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자애의 괴도』의 혼신의 일격을 받아내고...... 빈틈투성이가 되는 순간, 잡는다.
츠루기의 속에서 방침이 굳어지는 동시에 아키라가 행동에 나섰다.
그녀는 빙글 회전하며――
망토 밑에서 대량의 검은 장미 꽃잎을 뿌렸다.
"히야.....아?"
순간 츠루기의 사고에 공백이 생긴다.
처음 츠루기와 아키라가 조우했을 때처럼 뿌려진 장미 꽃잎.
그때와 다른 것은 꽃잎 색깔이 모두 빨려 들어갈 듯한 검은색이라는 것.
그리고 그 양이다.
대량의 꽃잎은 아키라의 등 뒤에까지 뿌려졌고, 츠루기가 바라본 아키라는 마치 검은 캔버스에 떠오른 새하얀 그림 같았다.
"――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그런 것은 츠루기와는 관계없다.
눈앞에서 요염한 미소를 짓는 괴도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빈틈 투성이다.
하지만 총알을 쏘기에는 거리가 조금 가깝다.
그렇게 판단한 츠루기는 총을 거꾸로 들고 아키라를 향해 개머리판을 힘껏 내리쳤다.
틀림없이 맞는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뛰어난 전투 센스가 츠루기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 감각에 따라 내리친 강한 일격은――
멋지게 허공을 갈랐다.
아키라의 하얀 앞머리가 춤춘다.
".........아....?"
"팽창색과 수축색."
혼신의 일격을 빗맞춰, 큰 빈틈을 드러낸 츠루기 옆으로 천천히 자애의 괴도가 지나간다.
"같은 크기의 검은색 원과 흰색 원을 나란히 놓으면 인간의 시각은 왠지 흰색 원이 더 큰 것으로 착각합니다. 이 경우 흰색을 팽창색. 그리고 검은색을 수축색이라고 부르죠."
이른바 『눈의 착각』 으로 불리는 현상 중 하나.
팽창색은 주변보다 두드러지게 보이고 수축색은 그 반대.
이 차이가 있을 수 없는 크기의 차이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팽창색은 기본적으로 빨강이나 오렌지같은 난색계와 흰색이 주를 이루고, 수축색은 파란색, 하늘색 등 한색계와 검은색이 중심이다.
자, 그럼. 지금까지 츠루기는 조명 아래나 석양 속 등 팽창색을 배경으로 하면서 팽창색 의상을 입은 아키라와 싸워왔다.
그 배경이 갑자기..... 수축색인 검은색으로 변화했다.
이로 인해 츠루기의 시야는 아키라가 조금 커진 것처럼 착각한다.
그것은 본인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근소한 차이.
그렇기에 걸린다.
조금의 차이라고 얕보면 안된다.
예를 들어 바둑에 사용하는 바둑돌은 흰색이 21.9mm, 검은색이 22.2mm로 흰색이 0.3mm 작다.
이는 팽창색과 수축색에 따른 크기 차이를 없애기 위해서.
즉, 0.3mm나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실력자끼리의 전투에서 이 0.3mm는 엄청나게 크다.
"그래서 당신은 공격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
"『허구의 0.3mm』 이 쇼에 이름을 붙이자면 이게 딱이겠죠."
".......기."
그리고 아키라는 완전히 츠루기 옆을 지나가――
다시 계단으로 들어섰다.
"그럼 아가씨, 추격을 재개할까요."
"기다려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윙크에 대한 대답은 증오가 담긴 사신의 포효.
그것을 등에 업고 아키라는 전력으로 계단을 뛰어내려간다.
(12, 11, 10)
방심하지 않고 냉정히 한 걸음씩.
쏘아낸 샷건은 잔해로 방어.
이쪽을 잡으려는 손은 스틱으로 내려친다.
던져진 수류탄은 되받아친다.
다가오는 츠루기의 일거수일투족을 냉정하게 관찰해 구체적으로 대처해 나간다.
물론 섬광탄 등을 사용한 지연도 잊지 않는다.
『자애의 괴도』의 빈틈없는, 아름다운 도주극.
츠루기의 얼굴에도 초조함이 역력했다.
그리고.
(5)
골이 가까워진다.
"키아아아아!!!"
"남에게 물건을 던지면 안 되죠."
터무니 없는 힘으로 뜯어낸 난간을 내던졌지만 가볍게 옆으로 스텝을 밟아 회피한다.
(4)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엇차, 축포를 터뜨리는 건 조금 이르군요."
이쪽의 발밑을 정확하게 노린 샷건 난사도 뛰어서 피하면 그저 불꽃놀이일 뿐이다.
(3)
"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큭...... 지금 건 조금 아팠네요, 후후."
공중에서 무방비 상태가 된 순간, 이마를 총알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근성으로 버틴다.
그리고 그대로――
(――――2)
2F의 층계참에 도착한 그 순간.
격렬한 총성과 함께 아키라의 발밑 땅이 산산조각 난다.
"!?"
구멍 뚫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석양에 자신의 몸이 떠 있는 걸 알 수 있다.
혼란스러운 사고 속에서 아키라는 생각한다.
(지금 것은....... 완전히 의식밖에서부터...... 설마!?)
뚫린 유리창을 보며 아키라는 경악의 표정을 짓는다.
(스나이퍼!? 설마,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녀와 연락을 취하고...... 내가 도달할 계층을 예측해 쐈다!? 어떻게 된 기술과 연계력.....!!)
"나 혼자 할 수 있는 건 적어. 어차피 그런 잔재주에 걸릴 정도의 인간이니까 말야..."
"큭!?"
"그러니."
엄청난 살기를 느끼고 뒤돌아본다.
거기에 있었던 것은... 실성하지도, 화내지도 않은.
순수하고 용감한 미소를 짓는 한 명의 소녀였다.
"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동료라는 걸 의지해서 싸우는 거라고오오오오!!!! 오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믿고 서로 돕는다.
말하기는 쉽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서로의 강함도 약함도,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가능한 재주.
그것 또한 하나의 예술품이다.
분명 자신은 할 수 없다.
눈앞의 고귀한 예술에 감동하는 아키라였지만....... 그래도 질 수는 없다.
그녀에게도 그녀 나름의 예술, 긍지가 있으니까.
다가오는 흉수에 맞추듯――사뿐히 망토를 던진다.
"앞이.......!?"
"후후, 근사하고 멋진 싸움이었어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정의실현부 아가씨들."
"그렇게는――"
엉켜오는 망토를 뿌리치려던 츠루기에게 아키라는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망토에 설치된 모든 폭탄이 작동한다.
"!?!?!?!?"
소리, 섬광, 폭풍.
온갖 충격을 근거리에서 받은 츠루기를 돌아보지 않고.
아키라는 인파 속으로 사라져 갔다.
~~~~~
아키라가 남긴 작별선물[풀 버스트]를 받은 츠루기.
이번에는 역시 먹힌 듯 살짝 의식이 명멸하고 있었다.
멀어져가는 의식에 채찍질하며 간신히 1F에 도달했지만.......
"놓쳤나......."
종잡을 수 없는 소녀는 빌딩 밖의 떠들썩한 인파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분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옷깃에 단 무선으로 연락이 들어온다.
『수고하셨습니다, 츠루기.』
".........하스미. 놓쳤어. 미안."
『아뇨, 신경 쓸 거 없어요. 나기사님도 잘해주셨다고 하셨으니까요.』
하스미의 보고를 받고 츠루기는 드물게 눈썹을 불안하게 일그러뜨렸다.
"............나기사님은.............역시?"
『네. 혼자서 그 장소로 향하는 거 같아요.』
"호위는.........."
『괜찮다고 합니다. 그 나기사님이니까요. 분명 무슨 계책이 있겠죠.』
"..............알았어."
이번 싸움만 놓고 보면 츠루기의 패배지만 아직까지 『자애의 괴도』는 위태로운 처지에 있다.
그것도 나기사가 세운 작전이 있었기에.
위기에 처하면 어떤 수단도 사용하는 키리후지 나기사라는 소녀.
그런 그녀가 괜찮다면 정말 괜찮은 거겠지.
순순히 납득하며 츠루기는 물러났다.
『다시 한번 수고했어요. 츠루기. 돌아오면 맛있는 케이크라도 먹으러 가죠.』
"다이어ㅌ"
『끊겠습니다.』
억지로 무선을 끊는 하스미에게 츠루기는 탄식한다.
당분간은 디저트 금지 시켜야지.
본인이 듣는다면 피눈물을 흘릴 결정을 마음속으로 내렸을 때 다시 무선으로 연락이 들어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츠루기 선배. 그....... 죄송합니다.』
상대는 이번의 MVP라고 해야 할 소녀, 마시로였다.
몹시 침울한 모습이다.
이런 스토익한 부분은 변하지 않았구나, 하고 속으로 쓴웃음 지으며 츠루기는 격려의 말을 건넨다.
"아니, 마시로는 나쁘지 않아...... 그건....... 『자애의 괴도』가 한 수 위였다...... 그뿐이니까."
『감사...... 합니다.』
조금 전의 흉포함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는 츠루기에게 무선 너머의 마시로가 깊은 감사를 표하고...... 돌연히 격앙된 듯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츠루기 선배의 말... 저 감동했습니다!』
"아..... 그만..."
싫은 예감이 든 츠루기는 마시로의 말을 막으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동료를 의지해 싸운다...! 올바른 정의!! 역시 츠루기 선배야말로 저희를 이끄는 희망의 빛이에요! 분명 무선 너머의 모두도 같은 생각이었겠죠!!』
"어? 아까의...... 다른 부원들도......"
『네! 츠루기 선배의 음성은 전부 본부에 있는 하스미 선배를 제외한 부원들, 정의실현부의 모두에게 전달되고 있었어요! 무전을 연결해 두길 잘했네요......! 아, 물론 나중에 하스미 선배에게도 보고할게요! 분명 기뻐하시겠죠!!』
"..........마시로."
『네! 뭘까요, 선배!』
어느 때보다 흥분한 마시로에게 츠루기는 조용히 말했다.
"........다음 훈련은................. 각오해."
『에, 에에!? 어째서요!?』
~~~~~
"자 그럼, 준비가 됐군요."
"나기사님, 정말 가시는 건가요?"
트리니티 본교 정문 앞.
그곳에는 간소한 차에 올라 어딘가로 향하려는 나기사와 그것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사쿠라코의 모습이 있었다.
열린 창문 너머로 사쿠라코와 대화하는 나기사는 시스터 소녀와 대조적으로 어딘가 즐거워 보인다.
"당연히 가죠. 저는 『자애의 괴도』가 내세우는 예술을 알고 싶습니다. 이해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그녀와 말을 나누고 싶어요."
"그래서 직접 만나러 간다니. 상대는 일곱 죄수입니다.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 아시나요?"
"네, 물론이죠. 그래서 대책을 마련해 온 겁니다.
"제가 보기에 그 대책이야말로 가장 큰 불안의 씨앗입니다만..."
나기사가 준비한 『대책』.
그걸 떠올리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 사쿠라코.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녀의 드문 표정에 나기사는 미소를 짓더니 차 창문을 닫기 시작한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네. 부디 조심하시길."
닫힌 창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미소로 답하고, 나기사는 결전의 땅으로 떠났다.
"......"
홀로 남겨진 사쿠라코는 생각한다.
(나기사님... 많이 바뀌었네요.)
에덴조약 사건 이전의 나기사는 더 찌릿찌릿했다.
아니, 그렇게 귀여운 건 아니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누구도 믿지 못하고, 소중한 친구조차 걸러낸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대국을 놓치고 소꿉친구에게 살해 당할 뻔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들은 트리니티의 수장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지금은 어떤가.
취미를 즐기고, 친구들과의 관계에 신경 쓰고, 위급 시에는 흠잡을 데 없는 작전을 세운다.
그야말로 사랑 받는 위정자로서 완벽한 행동.
그리고 한 사람의 여고생으로서도 건전한 모습이었다.
"사람은 변화하고 성장한다고 했던가요......"
과거의 잘못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것을 고집하며 계속 책망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중요한 건 지금을 사는 나기사니까.
감회가 새롭던 사쿠라코는 문득 떠올라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낸다.
그것은 『자애의 괴도』가 보낸 예고장.
사쿠라코와 시스터후드가 해명한 편지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하루 한 곡의 노래를 부르라. 그리고 언제나 선두를 걷는 쌍둥이 언니와, 위태롭게 후미를 따르는 여동생. 그녀들이 있는 곳을 이해하라. 그리하면 그녀들은 그녀들의 본질인 감사의 노래를 부르리라. 그 노래에 끌린 나도 분명 모습을 드러내리라.』
문장 중 『감사의 노래를 부른다』.
이것이 『감사를 노래하다』가 아닌 것은 아마도 이 감사의 노래가 미사곡에서의 『감사의 찬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문장에서 쌍둥이는 같은 글자라는 뜻.
사실 여기까지의 힌트로 『선두와 끝을 같은 문자가 구성하는 단어』가 나와 있다.
그것이 『감사의 찬가かんしゃさんか』.
라틴어로 고치면 『Sanctus』.
그렇다. 이 쌍둥이라는 건 Sanctus의 선두와 끝에 있는 s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이 있는 곳을 이해하라』는 것은 알파벳 순서에서 『s』의 위치.
이것이 『19』가 된다.
그리고 처음에 있었던 『하루에 한 곡의 노래를 부르라』.
이건 아마 미사곡의 얘기.
미사곡은 대개 6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 번째 Kyrie, 두 번째 Gloria, 세 번째 Credo, 그리고 네 번째 Sanctus.
Kyrie부터 차례로 하루에 하나씩 부르면 감사의 찬가... Sanctus를 부르게 되는 것은 나흘째, 그리고 이날 『자애의 괴도』는 나타난다.
처음 19를 시간으로 하면, 이 암호의 답은 『4일 후인 19시』가 된다.
미사곡을 주제로 한 암호...... 설마 트리니티의 무대에서 싸움을 걸어올 줄이야.
이것도 그녀 나름의 긍지, 미학이라는 것일까.
이상한 것에 집착하는 부분이...... 아무래도 지금의 나기사와 겹쳐 보인다.
쓴웃음을 지으며 주머니에 넣고는 한마디.
"그 둘은....... 의외로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댓글 6
개쩌는 내용이네 나기사도 그렇고 아키라도 그렇고 캐릭 이해도 ㅆㅅㅌㅊ
맛있네
이런걸 바랬다 번역 고맙다 진짜
와 진짜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