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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자애의 괴도와 빛의 대천사 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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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7자

이전화

이미 상황은 최종 국면.

그러나...... 가끔, 정말 가끔 『완전히 예상 밖』의 불합리가 일어나는 일이 있다.

예를 들면 정시 전에 일이 늘어났다거나.

예를 들면 평소에는 과제를 내지 않는 선생님이 대량의 리포트를 냈다거나.

일상 속에서 불쑥 고개를 내미는 불합리.

그 세례는... 분명 언젠가, 누구나 받을 것이다.

키요스미 아키라에게 있어서, 그것이 지금이었다.

그뿐인 얘기였다.

~~~

"어떻게든 도망쳤습니다만...... 비장의 카드를 써 버렸군요."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골목.

트리니티의 빈틈 같은 그곳에서 평범한 트리니티 학생으로 변장을 마친 아키라는 보기 드물게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금 전 그녀가 사용한 망토는 비장의 수 중에서도 최후의 수단.

그것에는 아키라가 소지한 폭탄 같은 무장이 거의 전부 달려 있다.

그렇기에 츠루기를 한순간 기절시킬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잃은 대가는 크다.

스틱도 뚝 부러져 이제 아키라에게 남겨진 무장은 54장의 간이폭탄[트럼프]뿐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대국은 극복했습니다.)

아키라가 도청한 바에 따르면 미소노 미카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고, 아오모리 미네는 부상자가 나왔을 때를 대비해 본부에 남아 있다고 한다.

(이것들은 질서와 안전에 관련된 일. 역시 거짓말은 아닐 터. 그렇다면 정의실현부에 버금가는 실력자들은 사라졌겠죠.)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

『타인을 속일 때는 거짓말 속에 약간의 진실을 섞는다』는 심정의 나기사가 남긴 미량의 사실.

(그렇다면 이후는..... 그곳을 목표로 하는 것 뿐이네요.)

『빛의 대천사』가 대피해 있을 장소는 대충 예측하고 있었다.

소문을 들은 바로는 키리후지 나기사는 신중한 성격일 것이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자신을 위한 세이프 하우스를 각지에 여러 개 가지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최고 전력인 켄자키 츠루기를 보물이 있는 곳에서 떨어뜨려 일부러 추격하게 하는 일은 하지 않겠지.

(그렇기에 아마도 트리니티 종합학원 본부에 『빛의 대천사』는 없을 겁니다.)

덧붙여 아키라가 도주에 사용한 루트를 집요하게 츠루기가 쫓아온 것, 그리고 미술품을 정중하고 엄중하게 보존할 수 있는 장소를 생각하면......

(루브 저택...... 『빛의 대천사』를 그린 루브가 마지막을 보냈다고 하며, 지금은 기념미술관이 된 이 장소를 제외하고 달리 없겠지만......)

아마도....... 함정.

도청 대책이나 예측조차 하지 못한 츠루기의 등장.

이것들을 획책한 키리후지 나기사가 여기까지 노골적으로 루브 저택을 의식하게 하는 증거를 남길거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십중팔구, 의도적인 거겠지.

최악의 경우 『빛의 대천사』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향하지 않을 수는 없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루브 저택...... 무엇보다 예고한 19시까지는 30분. 그에 늦는다는 건 내 미학이 허락하지 않아.)

결의를 새로이 다지며 골목을 걷기 시작한 아키라는......

어느새 정면에서 오던 인물과 어깨가 부딪히고 만다.

"어머, 실례. 다친 곳은 없나요, 아가씨?"

"........저기."

어디까지나 우아하게 행동하는 아키라에게 부딪힌 소녀는 낮은 목소리로 호소한다.

뭔가 이상하다.

아키라의 안에서 위화감이 생긴다.

귀가 달린 후드를 깊숙이 뒤집어쓰고 부딪힌 걸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은 단적으로 매우 수상하다.

애초에 이런 골목에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그리고,

"『자애의 괴도』 라고 알아?"

그 위화감은 확신으로 변한다.

확실하다.

이 소녀는 나[아키라]를 잡으러 온 자객이다.

하지만...... 아직 의문이 남는다.

루브 저택에 함정을 치고 있을 나기사가 여전히 자객을 보내는 이유도 알 수 없고, 무엇보다 이 소녀는 조금 전 「『자애의 괴도』 를 알아?」라고 물어왔다.

평범한 자객이라면 전의 츠루기처럼 문답할 필요 없이 덤벼들었을 텐데.

"......네, 물론 알고 있죠. 최근 키보토스에 되살아난 아름다운 괴도 말씀이시죠?"

"흐응~ 스스로 아름답다는 말을 하는구나."

".......흐음."

그야말로 대국 외의 자객.

작전에서도, 계획에서도 벗어난 예정 밖의 강적.

나기사에게는 뜻밖의 행운.

아키라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

"나 말야, 약속했단 말이지."

"약속...?"

그녀가 총에 손을 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의감?

사명감?

아니면 이름을 날리고 싶은 욕망?

아니, 어느것도 아니다.

"그래, 약속. 같이 마카롱 먹으러 가자는 약속."

"마, 마카롱... 인가요?"

너무나도 예상 밖의 말에 무심코 눈이 점으로 변하는 아키라.

그를 개의치 않고 소녀는 말을 이어나간다.

"그런데 말야...... 왠지 갑자기 『자애의 괴도』 라든가 하는 영문 모를 도둑이 나타나서 그 녀석하고의 약속이 파토나버렸거든. 그 녀석, 자경단인가 뭔가 하는 자선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니까. 벌써 할 기세 가득으로 『제가 세기의 대괴도를 잡는 겁니다!』 라며 뛰어나가 버렸어."

"........"

그녀가 아키라에게 총구를 겨누는 이유는 단 한가지.

"나, 오늘은 그 녀석과 디저트를 먹고 싶은 기분이야. 그건 이미 감정의 문제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응. 그러니까......"

"얼른 잡혀주지 않을래? 『자애의 도둑』씨?"

"저는 괴도입니다. 절대 잊지 말아주세요, 아가씨?"

순도 100%의 개인적인 원한.

그뿐이다.

~~~

조용한 골목에 총성이 울리고 있었다.

뛰어다니며 머신건을 난사하는 것은 후드를 쓴 수수께끼의 네코미미 소녀.

상대는 변장을 위해 트리니티생 차림으로 갈아입은 『자애의 괴도』.

이것뿐이라면 별거 아닌, 키보토스에서 흔히 일어나는 평범한 다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빠르네......!"

"그건 피차일반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툼 같은 레벨이 아니었다.

끝없는 소녀의 맹공은 그저 무작정 공격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틈을 타 허를 찌르고 도망갈 길을 없애도록 최적화된, 분명한 의미를 지닌 공격.

상대하는 괴도는 그 모든 것을 받아넘기고 피해 소녀의 공격을 무의미하게 변환하는 잔혹한 수비.

서로가 서로의 앞을 읽고 싸우는 고도의 『전투』.

그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레벨의 싸움이다.

"그래그래, 그쪽이네!"

"이런, 읽으셨나요?"

"5분만 싸우면 버릇 정도는 알게 되거든!"

"후후, 무서워라."

소녀가 지닌 흉욱한 머신건이 불을 뿜는다.

하지만 아키라에게는 닿지 않는다.

좁은 골목의 벽을 타고 허공을 날며 가볍게 피한다.

모든 총알을 화려하게 피해 착지한 곳에.

"발 밑은 주의해줘?"

"!!"

미리 굴려놓은 수류탄이 작렬한다.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미소 짓는 아키라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강하다.)

그렇다.

이 소녀, 그저 강하다.

츠루기 같은 폭력적인 힘이 아니라 수많은 전투 경험에서 비롯된 순수한 강함.

그렇기에 빈틈이 없고 공격하기 어렵다.

그런 장난스러운 이유로 전투를 걸어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멍하니 있으면...!"

'이런...!"

어느새 눈앞에 접근한 소녀에게 멱살이 잡힐뻔 하지만 겨우 피한다.

원거리에서는 도망갈 곳을 없애듯이 신중하게, 근거리에서는 반격의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게.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교묘히 써서 공격해온다.

게다가 발차기나 모래 뿌리기 같은 까다로운 방해 행위로 억지로 틈을 만드니 버티기 어렵다.

솔직히 바로 도망가고 싶다.

이제 예고장에 적은 시각까지 20분 정도 남지 않은 것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러나 도주용 섬광탄이나 연막탄은 지난 전투에서 이미 소진됐다.

어떻게든 틈을 내서 도망쳐야 하는데...

"돌려차기는 쉽게 위력이 나오니까 좋아한단 말이지!"

"그렇군요, 참고하겠습니다...!"

그것이 허락될 만큼 눈앞의 소녀는 만만하지 않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드는 발차기를 오른손으로 쳐내 회피한다.

자세가 무너진 소녀는 갑자기 물러서더니 벽을 내달리며 머신건을 난사했다.

좁은 골목을 종횡무진 누비는 모습은 마치 흉악한 야생동물 같다.

아키라 주변을 뛰어다니며 몸 하나로 즉석 우리를 만들고 있다.

뛰어다니면서 아키라에게 머신건을 쏘고, 재빠르게 덤벼들고, 기세좋게 발차기를 날리며, 주먹을 들다가...... 페인트를 걸고 백스텝과 동시에 수류탄을 굴린다.

그치지 않는 폭풍같은 공격에 아키라는 방어전만 벌이고 있다.

무장, 체력, 시간 중 어느 하나라도 있었다면 동등 이상의 싸움을 할 수 있었겠지만 슬프게도 지금은 그 모든 게 부족하다.

그렇기에 지금의 아키라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훗.....!"

"아까부터 트럼프 던지기만...!! 괴도놀이는 질릴대로 봤어!!"

"말씀하신 대로, 오늘은 던지기만 했네요. 하지만 지금 보여드릴 수 있는 마술이 이것 말고는 없기에...... 보기 흉하지만 실례!"

소녀의 공격을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를 던지고

소녀의 진로를 막듯이 던진다.

어쨌든 던지고, 던지고, 던져서.......

그걸 반복하다 보니.

아키라는 마침내 54장의 트럼프를 모두 소진했다.

"괴도놀이는 이제 끝났어?"

"......"

후우, 하고 머신건을 어깨에 멘 채 가볍게 숨을 내쉬는 소녀에게 아키라는 미소를 돌려준다.

그것을 긍정이라고 판단한 영리한 눈동자의 소녀는,

"그래. 그럼 이걸로――"

마무리를 날리기 위해 힘차게 발을 내디뎠고,

콰아아아앙!!!

갑자기 폭발한 지면에 날아가 버린다.

"무슨.....!?"

땅바닥을 구르는 소녀는 황급히 일어나 눈앞에 서있는 도둑을 본다.

그녀는 여전히 변함없이 끝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표정에 소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뭘 한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제가 하던 일은 기껏해야 트럼프 쇼를 반복하는 것 정도."

"트럼프....... 설마!!!"

경악한 표정의 소녀는 주변을 살핀다.

거기에 있던 것은 조금 전과 다름없는 퇴폐적인 골목의 풍경. 유일하게 특이한 점은...... 곳곳에 꽂힌 트럼프다.

"이 트럼프...... 전부 폭탄!?"

"정답."

단적인 아키라의 대답에 숨죽이는 소녀.

아키라가 소유한 트럼프는 전부 그녀가 준비한 특제 간이 폭탄.

그 중에서도 이 트럼프는 조금 특수한 것으로, 닿는 순간 폭발하는 게 아니라 땅이나 벽에 꽂힌 후, 뭔가 다른 것이 닿으면 폭발하는..... 요컨대 지뢰와 같은 역할을 하는 물건이다.

그것이 소녀 주변에 뿌려져 있다.

"아가씨. 당신은...... 제 주위를 뛰어다니며 자신의 몸으로 우리를 만들어 저를 포위하고 계셨죠?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어떠...... 냐고 해도."

단순하게 말해서 옴짝달싹 할 수 없다.

다시 아키라를 둘러싸려고 뛰어다니면...... 폭발에 의해 내동댕이쳐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

그렇게 방금 전과 같이 자세를 가다듬는 사이 아키라는 도망쳐 버린다. 지금 도망치지 않은 것은...... 단순히 그녀의 성격 탓일 것이다.

덧붙여서 장소를 바꾸려 해도, 그 틈에 도망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요약하자면.

"아....... 혹시 이거, 외퉁수?"

"정답."

아키라의 단적인 대답에 소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무래도 항복인 듯 하다.

자리의 분위기가 이완된다.

"하아...... 중간까지는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전부 손바닥 위였던 셈인가."

"결과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아가씨의 실력이 예상보다 높아 저도 식은땀을 흘렸네요."

"됐어, 공치사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흔드는 소녀.

아키라로서는 공치사도 무엇도 아니지만..... 뭐 정정할 필요도 없겠지.

"그래서, 저는 이제 가도 괜찮을까요?"

"응, 좋아. 이번 싸움은 완전히 내 개인적인 거지만...... 이제 뭔가 그것도 상관없겠다 싶으니까. 놀 기회는 얼마든지 있고."

"후후후, 소중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귀중한 경험입니다. 부디 꼭 만끽하세요."

"고마워...... 음, 그리고."

"?"

떠나려는 아키라를 향해 소녀가 어색하게 말을 건다.

머뭇거리던 그녀였지만 이윽고 각오를 다졌는지 아키라에게 말한다.

"『도둑』이니 『괴도놀이』니 해서 미안해. 뭐랄까..... 네가 진지하다는게 엄청 느껴졌거든. 응. 뭐라고 할까..."

"――"

소녀가 한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아키라.

그런 그녀를 알아채지 못한 채 소녀는 미소 지으며 고한다.

"행동이라든가 발언이라든가, 뭐랄까..... 그래! 아름다웠어! 굉장히! 응, 그러니까...... 범죄자에게 이런 말하기도 그렇지만 말이야. 힘내, 『자애의 괴도』 씨."

"......네, 반드시."

소녀에게서 받은 격려를 가슴에 품고.

괴도는 땅거미 너머로 사라져갔다.

~~~

"아...... 그러고보니 이거, 어떻게 빠져나가지........"

주변에 뿌려진 지뢰의 중심에서 소녀가 난감해 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

~~~

해질녘 속에 자리 잡은 루브 저택은 어딘가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관내에는 인기척이 없다. 티파티의 요청에 특례로 휴관일이 된 것이다.

세심하게 관리된 안뜰의 분수 소리가 해질녘에 녹아 어딘가 쓸쓸함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런 루브 저택의 대정원에 한 인물이 앉아 있었다.

티파티의 현 호스트, 키리후지 나기사다.

그녀는 찻잔에 입을 대며 오렌지색의 어둠을 걷어내는 듯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빛의 대천사』 를 찬찬히 바라보고 있었다.

산화나 열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에, 현재는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기사는 캔버스 위의 그림에 무언가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다양한 미술품을 보아왔을 그녀가 천 아래 잠들어있는 명화에 어떤 감상을 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키요스미 아키라에게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스며나오듯 땅거미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안녕하신가요, 나기사양. 고요하고 구름 한 점 없는...... 훌륭한 밤이네요."

"안녕하신가요, 『자애의 괴도』 님. 말씀하신 대로....... 조용한 분수 소리와 상쾌한 공기가 가득찬, 훌륭한 밤입니다."

침묵이 내려앉는다.

희미한 벌레 소리와 여름 밤의 기분 좋은 공기를 만끽하며...... 아키라가 말을 꺼낸다.

"약속의 19시입니다. 『빛의 대천사』 를 받으러 왔습니다."

"......."

대괴도로부터의 범행 성명.

그걸 받은 나기사는 찻잔에 손을 댄다.

보석 같은 플래티넘 블론드의 머리카락은 땅거미에 휩쓸리지 않고 그 고결함을 드러낸다.

완성된 미를 지닌 소녀는 찻잎의 향기를, 색을, 그리고 맛을 만끽하고..... 다시 컵을 받침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나서 그녀는 잠든 『빛의 대천사』 에 눈을 향하고...... 아키라에게, 『자애의 괴도』 에게 묻는다.

"『자애의 괴도』 님. 당신은 어째서 『빛의 대천사』 를 손에 넣고 싶어하나요?"

이것은 나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나 안고 있던 의문 중 하나.

어째서 『빛의 대천사』 인가.

다른 명화가 아닌, 이 거룩한 작품에 눈독을 들였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온 순수한 의문에 『자애의 괴도』 는 연극조로 대답한다.

"아아, 그건 정말 간단한 질문이에요. 나기사양. 아름다운 천사의 명화...... 그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술이란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나누어져야 가치 있는 것. 그것을 어두운 실내에 가둬 둔 채 끝내버리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이마에 손을 얹고 탄식하는 아키라에게 나기사가 재차 묻는다.

"그래서 훔치겠다, 라고?"

"훔친다...... 는 건 어폐가 있군요. 그 가치를 이해하는 자가 나타날 때까지, 혹은 세상이 이해할 때까지...... 제가 관리할 뿐입니다. 예술을 올바르게 예술로 만들기 위해."

"그렇군요."

예술은 누군가에게 보여져야만 예술.

그 자체는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감성이지만...... 그것을 위해 훔쳐서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라는 건 분명히 모순이다.

미친소리로 여겨져도 어쩔 수 없을 정도인 아키라의 발언.

그러나 그것에 동요하지 않고 나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묻는다.

"그럼...... 당신에게 있어서 진정으로 예술을 이해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어떤 경우일까요? 그 작품을, 모든 사람의 눈에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걸 이해했을 때...... 인가요?"

그것은 나기사가 내내 안고 있던 의문.

진심으로 알고 싶었던 그녀 안의 호기심.

말하자면 사욕을 채우기 위한 물음.

이 의문의 답을 듣기 위해 그녀는 일부러 돌더라도 『자애의 괴도』 를 만나러 온 것이다.

그런 나기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키라는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전제랍니다. 그렇네요...... 예술에는 그 이면에 담긴 『의미』 가 있는 법이죠. 예를 들어 『빛의 대천사』 에 담겨 있는 『구원』 과 『자비』. 회색이나 검은색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심정을 나타내고, 대조적인 흰색은 불쌍한 그 감정들을 구원하는 천사의 자비를 나타낸다. 그런 의미나 제작자가 전하고 싶었던 것, 그 의미를 알아야 예술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후후, 이것에 관해서는 저도 아직 멀었습니다만."

노래하듯 말한 아키라에게서 나기사는 확실한 납득과...... 자신과의 명확한 차이를 발견했다.

(그렇군요... 역시 저와는 다르네요.)

아키라의 감성.

그것은 일반적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예술은 사람의 눈에 띄어야 한다.

예술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꽤 메이저하고, 널리 퍼진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자애의 괴도』 는 이 생각을 세상도, 그리고 다른 사람도 이해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훔치고, 이해할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그 몸으로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것이리라.

가슴에 무언가 떨어지는 느낌.

세상이 넓어지는 상쾌함에 나기사는 미소지었다.

이렇기에 다른 사람과 말을 주고받는 건 그만둘 수 없다.

어쩌면...... 『자애의 괴도』 와도, 사이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기사는 위정자이자, 트리니티의 문화와 예술을 수호하는 티파티의 호스트다.

그것을 굽힐 수는 없는 것이다.

밤에 잠겨가는 정원의 중심에서, 나기사는 아키라에게 말을 건다.

"과연. 예술 자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군요?"

"흐음. 당신은 아니다, 라는 건가요?"

"그렇네요..... 저에게 예술에 대한 이해란 『배움의 역사』 를 아는 것, 이라고 할까요?"

"배움의....... 역사?"

"네."

고개를 갸웃하는 아키라에게 나기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밤에 빛나는 『빛의 대천사』 에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 아키라와는 다른,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의 형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최후에, 『빛의 대천사』 를 다 그린 루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흰색과 검은색, 대조적인 두 가지를 조합함으로써 나의 여신은 더욱 빛났다.』 『이 나이에 다시 배움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

"보색...... 인가요."

"그 말대로입니다. 대조적인 두 가지 색은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하고...... 주제의 인상을 더 깊게 할 수 있다. 아직 회화의 연구도 없던 시절, 루브는 이것을 깨달았습니다. 즉, 배움을 얻은 거죠."

"배움......"

아키라가 흘린 중얼거림에 나기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 이어간다.

"트리니티의 화가, 레나는 평면에 입체감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확립해 후대의 원근법[퍼스]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게헨나의 의사, 파나는 해부학을 조각에 활용했고 리얼리티 넘치는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백귀야행의 작가, 목홍은 장편의 이야기를 두루마리로 묶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오락을 제공했습니다."

그것은.

쌓이는 세월 속에서 다듬어져 온 보물.

장인들이 남긴 유산이나 다름없다.

"......저에게 있어서, 예술에 대한 이해란."

눈을 감는 아키라를 흘끗 쳐다보며 나기사는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그 예술 속에 있는 배움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작자가 그 작품을 완성할 때 사용한 기법, 작성 도중에 얻은 배움, 자서전에서 말하는 연습법...... 그녀들이 걸어온 역사, 엮어온 배움, 한 작품에서 그것들을 이번에는 우리가 배우는 것이야말로 예술이다, 라고."

그것이 예술품이든 무엇이든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술은 하루아침에 익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나기사가 사는 세상에는 그런 귀중한 기술들이 넘쳐난다.

그 이유는 선인들이 남겨온 기술을, 배움을, 그녀들이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 고귀한 배움들을 이해하지 않고 어떻게 예술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것이야말로 나기사의 미학. 예술에 대한 이해.

"......."

"물론 이것은 사고방식 중 하나입니다. 당신처럼 작품 자체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을 예술에 대한 이해라고...... 아니면 당신과 저의 의견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는 엄격한 분도 계실지 모릅니다. 즉......"

거기서 나기사는 홍차를 입으로 옮겼다.

입술을 축이고, 중요한 말을 확실히 전할 수 있도록.

"사람마다 제각각인 것입니다."

결국은 그런 것이다.

아키라가 말하는 이론을 이해하고 찬동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잘못이라고, 정정해야 한다고 여기는 자도 있다.

그 중 누가 옳다거나 그런 얘기가 아니다.

사람마다 제각각의 옳음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의실현부가 서로의 정의를 존중하고 약점도 인정했듯이.

한 소녀가 싸움의 끝에 괴도에 대한 이해를 나타낸 것처럼.

키요스미 아키라 또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자애의 괴도』 님. 당신은 『빛의 대천사』 가 보관고에서 끝나는 걸 어리석다고 평했지만...... 설령 그것이 어리석다 해도."

나기사는 아키라의 눈을 똑바로 본다.

결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에 아키라는 숨을 삼킨다.

"저는 선인이 남긴 배움을 형태로 가능한 한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전시하면 조명이나 산화로 물감은 열화하고, 흰색과 검은색의 경계는 모호해져, 루브가 찾아낸 배움, 보색에 대한 이해는 무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건 너무나도 슬픈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키라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

선인의 배움을 이해해, 그것을 장난으로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래 남겨 두고 싶다는, 일종의 이기심.

그런 그녀의 심정은 극진히 보호받고 있는 『빛의 대천사』 에서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

"이것이 제 주장, 예술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어떠신가요, 『자애의 괴도』 님."

거짓 없는 예술에 대한 마음.

그것은 단지 선인들의 살아있는 증거를 헛되이 하고 싶지 않다는, 우직할 정도의 상냥함의 표시이기도 했다.

예술은 사람의 눈에 띄어야 가치가 생긴다.

그것은 절대적이고 흔들림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우선시하여 선인들의 마음이 사라지는 걸 간과해도 되는 것일까?

아니.

적어도 나기사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확실한 결의를 들은 『자애의 괴도』 는――

금이 간 도미노 마스크를 벗고 땅에 무릎을 꿇었다.

드러난 홍옥 같은 눈동자가 세상의 어둠에 흔들린다.

"........."

"경의를."

그리고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괴도는 노래한다.

"당신의 긍지높은 신념, 확실히 가슴에 새겼습니다. 그것 또한 예술을 대하는 올바른 방식. 어리석다고 제멋대로 판단한 제가 생각이 얕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군요. 저는 그저 생각이 다른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모양입니다. 그렇기에 사과를. 그리고 존중을. 사람마다 제각각, 그야말로 당신의 말대로입니다."

그 말대로, 나기사의 말대로다.

아키라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을.

예술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그래요...... 사람마다 제각각. 그러니――"

그러니.

"저도...... 양보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아키라의 대답이었다.

"......"

"저는 긍지높은 괴도. 예술을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나누어 주고, 진정한 미학을 세상에 묻는 『자애의 괴도』 제 신념, 설령 당신이라도 굽힐 수는 없습니다."

우뚝서서 명확한 결의를 고한 키요스미 아키라.

나기사의 마음도 이해했다.

예술을 대하는 새로운 방법도.

그러나 그것으로 바뀔 정도의 신념이라면 아키라는 『괴도』 에 자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런 그녀의 마음에 나기사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그런가요."

"네, 그러니――다시 한번."

망토도 없어지고 너덜너덜해진 순백의 의상.

금이 간 가면을 착용한 상처투성이 괴도는 밤하늘에 떠오르기 시작한 달을 등지고 다시 선언한다.

"루브가 남긴 위대한 배움의 결정, 『빛의 대천사』 를 받으러 왔습니다."

아름답다.

눈을 열고 소녀의 선고를 받은 나기사의 마음 한구석에 그런 말이 지나갔다.

갈라진 틈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루비색 눈동자를 본 나기사는――미소지었다.

"당신의 결의, 잘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쪽도 봐주지 않겠습니다."

"네, 물론 상관없습니다. 어떤 장치든... 화려한 쇼로 바꿔서 보여드리죠."

계략에 능한 트리니티의 수장의 선언에 공손히 예를 표하며,

경계를 강화하는 아키라는――

(자, 그럼. 이 경우 어떤 공격을 예측할 수 있을까요.)

조용히 사고를 개시한다.

(우선은 실력자를 부딪쳐오는 수입니다만....... 정의실현부는 조금 전 헤어진 위치로 봤을 때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미소노 미카와 아오모리 미네는 이곳에 오기 전에 고찰한 대로 올 수 없다.

결국 트리니티에 터무니없는 비장의 수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불가능.

내부에 잠입했을 때만 해도 그런 소문은 어디에도 없었다.

없다고 봐도 되겠지.

그렇다면 실력자가 덮칠 가능성은 없다.

(다음은 어떤 무기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지만, 이건 있을 수 없죠. 어쨌든 확인했으니까요.)

아키라는 이렇게 트리니티 본교 밖에서 전투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트리니티 본교에서 나가는 무기의 종류와 수, 행선지 등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예고장을 낸 뒤에는 경계태세에 들어갔기 때문에 내부 침입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밖에서 무기와 인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그 결과――이 루브 저택 근처에 전차나 미사일같은 무기가 반출된 모습은 없었다.

따라서 이 수도 있을 수 없다.

(이 가능성은 법률상――)

(그 정도 인원이면 1명이서――)

(분파 관계로 봤을 때 있을 수 없다――)

(이곳의 협력을 얻는 것은――)

(이번달 수송된 부품은――)

하나씩 가능성을 고려해 꼼꼼히 처리해 나간다.

범행에 있어 현재 트리니티 내부의 지식은 머리에 넣어두고, 무기에서 식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품의 출입을 꼼꼼히 조사해 두었다.

괜찮아. 사각은 없어.

설령 계산 외가 있다고 해도 받아들이고 대처한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한 수 두 수 앞을 읽으려는 소녀의 모습을 본 나기사는.......

어울리지 않게 밝은 목소리로 임전 태세의 괴도에게 말을 건다.

"그런데 『자애의 괴도』님. 루브는 완성된 빛의 대천사, 그 검은색과 흰색의 대비를 보고 어떤 말을 남겼습니다만 알고 계신가요?"

".......가르침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네, 물론."

이 자리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질문.

그것을 의아해하는 아키라의 목소리에 나기사는 다시 미소짓는다.

그리고 어딘가의 괴도 소녀 같은 연극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설마 검은색과 흰색,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색깔이 이렇게도 서로를 빛나게 할 줄은 몰랐다. 아아, 역시 그림에 있어서도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떠오르는 달로 우아하게 손을 내민 나기사는 당황하는 아키라를 향해 아주 특이하게도...... 아이 같은 얼굴의 미소를 선사했다.

"『청탁병탄淸濁竝呑*』"

*도량이 커서 선인, 악인을 가리지 않고 널리 포용함

『토라마루.』

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아키라의 몸이 옆으로 날아갔다.

~~~

온몸을 덮치는 압도적인 충격.

츠루기에게서 받은 수류탄의 몇 배는 되는 듯한 위력.

이제 통각마저 뛰어넘어 한 바퀴 돌아 냉정해진 머릿속에서 아키라는 생각한다.

(지금 건―― 전차에 의한 포격!? 바보같은――)

"말도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아키라의 사고를 읽은 나기사는 한없이 침착하게 말을 계속한다.

"네, 확실히 여기에 전차가 들어온다는 건 있을 수 없죠. 여하튼 당신이 조사한 대로 트리니티에서 이쪽으로 전차가 들어온 기록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천천히 일어선 아키라에게 화답하듯 나기사도 의자에서 일어나 땅에 크레이터를 만든 아키라 쪽으로 우아하게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결정적인 말을 했다.

"――그건, 트리니티 내의 전차 얘기입니다."

"설....... 마.............."

겨우 시야를 되찾은 아키라의 눈에 정원 풀숲에서 나타난 하수인의 모습이 비쳤다.

그것은 중후한 전차였다.

여러 아수라장을 넘었을 차체는 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세심하게 연마되어 있어 소중히 다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달빛을 반사해서, 너무나 아름다웠다.

포신에서 드리워진 『순회중』 팻말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소속을 드러내는 마크.

"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괴도의 목소리가 밤의 어둠에 흡수되어 사라진다.

나기사는 그 반응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집게손가락을 세우며 해설한다.

"이 전차....... 토라마루씨는 게헨나에서 직접 여기에 왔답니다. 그러니 문제 없음. 그런겁니다."

『그런 것도 아닌 거 같습니다만.......』

"제가 『그렇다』 라고 했으면 그런 겁니다. 그게 트리니티의 철칙이에요."

『.......지금 처음으로 만마전의 중간관리직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가요? 이로하씨라면 좋은 대우로 트리니티에 맞이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만."

『으에에..... 좀 봐주세요.』

"후후."

괴로워하는 아키라를 뒤로하고 주고받는 태평스러운 대화.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지극히 우호적인 대화.

그것은 본래 있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콜록....... 어, 째서....... 게헨나의 전차가 트리니티, 의...... 부지에.......?"

이 광경을 본 100명 중 100명이 떠올릴 당연한 의문.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전쟁이라도 나는 게 아닐까 의심할 모양새.

격통이 가시지 않은 채 묻는 아키라에게 나기사가 기분좋은 듯이 대답한다.

"제가 부른 거예요."

『그것만 들으면 완전히 배신행위네요.』

"그럴리가요. 어디까지나 이해가 일치했다...... 단지 그것뿐이니까요."

"이해의....... 일치?"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전차 안에서 들리는 나른한 목소리가 아키라의 의문에 답한다.

『『자애의 괴도』, 였나요...... 당신은 분명 게헨나의 활화산 주변에서 발굴된 조각 『불타는 악마의 통곡』을 학원에서 훔친 적이 있었죠?』

"네, 확실히 받아갔습니다. 맹금같은 힘과 제작자의 열기를 그대로 형상화한 듯한 웅장한 조각...... 그것을 단 한 사람이 만족하기 위해 은닉하는 건 없어야 할 일이니까요."

『그것에 관해서는 그걸 자기 방에 장식해 숨긴 우리 회장이 100% 나쁘니까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뭐, 그래도 마코토 선배는 몹시 화가 나 있었으니까요. 이번에 나기사님으로부터 제안 받은 선배님은 두말할 것도 없이 승낙했어요. 하아, 앞뒤 일이라든가, 휘둘리는 사람의 일이라든가 생각해줬으면 합니다만.......』

하누마 마코토에게 중요한 것은 트리니티와의 원한 따위가 아니다.

자신의 기분과 이부키의 기분.

단지 그것뿐이다.

그것이 보증된다면, 설사 트리니티라도 주저하지 않고 협력한다.

그런 안하무인함이...... 이번에는 우연히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그런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은 아키라는 어이없어하면서도 예고장이 도착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게헨나와의 약속을 잡고 도청조차 당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진행한 나기사의 수완에 전율한다.

그러나 그런 동요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만큼 그녀는 약하지 않다. 일어나 여유롭게 말을 꺼낸다.

"흐음. 이로하양이었나요?"

『네. 뭔가 이야기라도? 마코토 선배에 대한 불만이라면 얼마든지 듣겠습니다만."

"아아, 아뇨. 아가씨들에게 그런 무례한 짓을 할리가. 단지 『아쉬웠다』라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렇다는 건?』

약간 의아해하는 이로하의 물음에 아키라는 전차조차 뛰어넘는 도약으로 대답했다.

"어머..."

『!』

"『빛의 대천사』에서 떨어진 건 악수였죠. 아무리 체력이 다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의 재주라면 가능합니다."

놀라는 두 사람을 뛰어넘어 착지한 장소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기사가 앉아있던 장소...... 즉 『빛의 대천사』 가 놓여 있던 캔버스 쪽.

"후후, 하지만 방금 전의 일격으로 끝났다고 착각하신 건 어쩔 수 없――"

기분좋게 말하면서 캔버스 쪽을 향한 아키라는......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없다.

아까까지 확실히 나기사가 바라보던 명화가.

극진히 보호받던 『빛의 대천사』 가 어디에도 없다.

캔버스 위에서 그림자도 형체도 사라지고 없었다.

황급히 나기사쪽을 바라보지만.

"후후후. 보시다시피, 저는 가지고 있지 않답니다."

『일단 말해두겠습니다만, 저도. 뭐 토라마루 안에 숨길 공간이 없다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럼 대체 어디에......."

아연실색하는 아키라를 향해 나기사는 침착한 모양새로 대답한다.

"『자애의 괴도』 님. 솔직히 말해서, 저는 지금 경탄하고 있습니다. 설마 전차의 포격까지 견디고, 그뿐만 아니라 그런 도약을 선보일 줄이야."

『네. 저도 깜짝 놀랐어요. 토라마루의 포격정도면 보통은 먹은 시점에서 기절 확정이라구요?』

"......몸이 튼튼한 건, 제 장점 중 하나이기에."

아키라의 몸에 거부할 수 없는 긴장이 흐른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그런 아키라의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확실하게 알고 나기사가 말을 걸어온다.

"그래서...... 비장의 수를 쓰기로 했습니다."

"비장의...... 수?"

아키라는 모른다.

토라마루 속의 이로하로부터 연민의 눈길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키라는 모른다.

눈앞의 두 사람이 『빛의 대천사』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면 다른 한 명의 협력자가 있을 뿐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그리고.

그리고.

다음 순간.

아키라는 알아차렸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막혀있다는 것을.

"과연, 이게 『빛의 대천사』."

――등뒤에서 어린 소녀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천에 싸여 있어 내용물은 잘 모르겠지만...... 소중히 여겨져 왔네. 확실한 『무게』가 느껴져."

그건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

협박도 무엇도 아닌, 오히려 아키라에게 말을 걸지도 않은, 그저 혼잣말.

그런데도.

"그렇다면――훔쳐가게 할 수는 없지."

비정상적인 부담을 느낀다.

아키라 전신의 세포들이 『도망가』 라고 외치고 있다.

생존 본능이 시끄러울 정도의 경종을 울리고 있다.

도망치고 싶다.

물러서고 싶다.

하지만――키요스미 아키라는 『자애의 괴도』.

그렇다면, 동요도 긴장도 품에 숨기고.

우선 우아하게 인사를.

빙글 돌아본 아키라는 온몸의 떨림을 억누르며 정중히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소라사키 히나양. 저는 『자애의 괴도』―― 이후 기억해주시길."

"응, 만나서 반가워. 『자애의 괴도』 씨. 잘 부탁해. 뭐, 당신에게 이후는 없지만."

게헨나 학원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

키보토스의 전략 무기다.

작은 몸으로 감싸안듯이 그림을 드는 모습은 사랑스럽다고 할 수 있으리라.

――온몸에서 뿜어져나오는 비정상적인 압박이 없다면.

눈앞에 서 있는 『최강』 에 아키라의 뺨에 식은땀이 흐른다.

"그렇군요...... 이것이 비장의 수."

"네. 게헨나 학원에서 소라카시 히나 선도부장님이 와주셨어요. 다과회의 세번째 게스트네요."

"그렇다고는 해도 차는 마시지 않았지만."

"어머, 이거 실례. 다음에는 제대로 다과회 자리를 마련해 초대하겠습니다."

"독촉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할까, 나 게헨나인데, 그거 괜찮아?"

"물론 상관없어요. 굳이 트리니티에 오지 않더라도 밀레니엄이나 백귀야행에 모이면 문제 없겠죠?"

"그렇구나. 그럼 마다하지 않고...... 이로하, 당신도 오겠어?"

『에에...... 접대 다과회잖아요. 싫어요, 그런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아키라를 무시하고 다시 담담하게 대화하는 세 사람.

하지만 아키라는 안다.

아니, 아키라가 아니더라도 안다.

서투른 행동을 취하면――죽는다.

"그럼."

대충 이야기를 끝낸 듯 히나가 아키라를 돌아본다.

그 표정은 어디까지나 차가워서...... 아키라에게 끝없는 절망을 쏟아부었다.

"이 상황...... 뒤집을 수 있을까? 『자애의 괴도』."

"........"

무기도 없다.

체력도 없다.

그리고 온몸은 상처투성이.

그런 상태에서 키보토스 최강의 소녀와 대면하는 아키라.

이 상황에 그녀가 취한 선택은――

"후우...... 제 패배네요. 시원할 정도로 완패입니다."

――항복이었다.

뜻밖의 이른 항복에 히나가 눈을 깜박인다.

"조금 더 저항할 줄 알았는데."

"만반의 상태였다면 그랬겠지만....... 공교롭게도 무기도 체력도 바닥났기에."

"어머나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방심할 수 없는 분이네요......."

싱긋 웃는 나기사에게 힘없는 웃음을 보이는 아키라.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세 시선을 한 몸에 받고 깊이 인사한다.

"오늘 저녁의 쇼는 실패했습니다만......언젠가 리벤지를 하겠다고 맹세하죠. 그때까지는...... 『빛의 대천사』 를 부탁합니다. 나기사양."

"네, 물론이죠."

"놓칠 거라 생각하는 걸까? 게헨나는 당신에게 여러 가지 원한이 있는데."

"그럼 싸우시겠어요? 어쨌든 제가 패배하겠지만...... 그때까지는 말 그대로 날뛸텐데요? 그다지 아름답지 않아 피하고 싶지만요."

"........"

『자애의 괴도』 가 난동을 부린다면 히나로서도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면?

히나의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분명 게헨나의 선도부장이 트리니티 부지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돌 것이다.

그걸 이해하기 때문에 그런 도발.

괴도로부터의 대담한 미소에 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얼른 어디론가 사라져버려."

"후후. 역시 게헨나의 풍기를 지키는 분."

포기한듯 팔랑팔랑 손을 젓는 히나에게 아키라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달을 등지고 말한다.

"그럼 여러분, 오늘 저녁 정말 감사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완패였지만...... 후후. 새로운 깨달음과 배움을 얻게 되어 저는 만족합니다. 하지만 『빛의 대천사』 를 포기한 건 아닙니다. 머지않아 다시 만나게 되겠죠."

당당한 범행 예고.

무심코 넋을 잃게 되는 말투.

그것을 마지막으로 달밤의 괴도는――

"그럼, 또 언젠가."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

『자애의 괴도』 가 일으킨 대소동 이후 한 달.

게헨나 학원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의 모습은 밀레니엄의 어느 저택에 있었다.

고급 소파에 앉아 향기로운 찻잎을 맛보고 있다.

그런 그녀의 맞은편에 예의바르게 앉은 것은 티파티 호스트 키리후지 나기사.

그리고 히나 옆에는 어째서인지 만마전의 나츠메 이로하가 나른하게 앉아있다.

이번에 이들 3명이 모인 것은 근황 보고 때문이었다.

장소로 밀레니엄을 선택한 것은 불필요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자애의 괴도』 건은 상황이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히나가 트리니티에 몰래 들어가는 구도가 됐지만, 근황 보고 정도로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이들 세 사람은 밀레니엄에 있는 나기사의 별장을 찾은 것이다.

"밀레니엄에 티파티의 호스트가 별장을 짓는 건가요...... 잘도 허가를 받았네요."

"고생 많이 했죠. 세미나쪽에서 『무슨 일을 꾸미는 거냐』 라며 끈질기게 따지고, 적대 파벌로부터 탈세를 위조 당하고......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는 않네요."

무심코 물었더니 상상 이상으로 정신나간 대답이 돌아와 당황하는 이로하.

옆의 히나도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그런 두 사람에게 나기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크흠. 그런 것보다 근황 보고를 드리죠."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상층부가 모여 보고할 사항.

그것은――

"트리니티와 게헨나가 공동으로 『자애의 괴도』 수색에 임할 것을 발표..... 그에 대한 관계 각처의 리액션, 인가요."

"네."

――이것이야말로 지난 작전에서 나기사의 또 다른 목적.

에덴조약 소동 이후에도 아직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증오는 계속되고 있었다.

게헨나의 학생은 트리니티를 습격하고, 트리니티의 학생은 게헨나를 음습하게 괴롭힌다.

그런 일의 반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물론 당장 가까워지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언가의 계기를 만들고자 시도하는 것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자애의 괴도』 라는 공통의 적을 만들어 우리가 손잡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다는 거지."

"네. 게헨나 측은 그녀에게 한 차례 당했고, 트리니티 측도 또다시 습격 당할거라 확정됐습니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기꺼이...... 는 아니라고 해도, 『어쩔 수 없으니 이용해 주겠다』 정도의 감각까지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확실히 합리적이긴 하네. 『협력』 은 바꾸어 말하면 『이용』 이라고도 할 수 있지. 원래는 전자를 선호하지만...... 설마 후자의 의미가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놀랍다는 듯한 히나의 말.

그 중 한마디가 신경쓰여 나기사는 드물게 고양된 듯 몸을 내밀어 묻는다.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된다』..... 라고 함은?"

"뭐,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었지만...... 일부 학생들. 예를 들어 역사연구회 회원들은 『고고학적으로 귀중한 물건을 도둑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협력은 어쩔 수 없다.』 라고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다수 있다고 들었어."

"만마전 멤버들도 비슷해요. 대부분 트리니티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일부 휘둘리기 쉬운 멤버들은 마코토 선배의 비위를 맞춰주는 의미도 있어 나름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확실한 성과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나기사.

그걸 본 히나가 「그쪽도 비슷한 느낌?」 하고 묻고, 나기사가 진정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트리니티에서도 「이번에 격퇴할 수 있었으니 다음에도 괜찮다. 게헨나의 협력 따위는 필요 없다.」 「다른 학원과 협력하면 된다.」 라고 하는 소리가 강했지만, 개중에는 「이번 작전을 지휘한 나기사가 판단했다면 따르는 게 좋다.」 「현시점에서 『자애의 괴도』 로부터 학원이 피해를 입은 것은 게헨나와 트리니티 정도이기에 어쩔 수 없다」 라는 의견도 있었던 건 확실하다.

"이것은 큰 걸음입니다."

"그러네. 하지만 위험한 단계이기도 해."

히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긍정적인 의견을 말하는 자의 근원에 있는 것은 「트리니티/게헨나를 이용해 주겠다」 라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이 일그러진 감정을 안은 채로 두면, 머지않아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질척질척한 관계가 되고 만다.

그것만은 피해야 했다.

히나의 충고는 그런 의미가 강하다.

"그래도, 히나씨는 협조해 주셨죠."

"......."

『자애의 괴도』 에게서 예고장이 도착한 날.

이건 잘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에덴조약 사건이 한창일 때 교환했던 마코토와 히나의 연락처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나서 대화를 실시해...... 양쪽 다 본작전의 협력을 약속해 주었다.

마코토에게 있어서는 사욕 100%겠지만, 분명 히나는.......

그 말을 들은 히나는 가볍게 뺨을 긁으며 대답한다.

".......선도부의 일은 귀찮아. 그런데도 『트리니티가 OO해서 나쁘다!! 처벌해라!!』 라는 말도 안되는 의뢰까지 와서...... 이제 지긋지긋해졌어. 그뿐이야."

"후후, 그렇군요."

"솔직하지 못하네요."

".......시끄러워."

따스한 미소를 마주하자 고개를 돌리며 외면하는 히나.

그녀는 냉철한 게헨나의 무기가 아니다.

단 한 명의 상냥한 소녀일 뿐이다.

에덴조약의 사건을 통해 조금은 성장한 나기사는,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해도... 『자애의 괴도』 도 불쌍하네. 게헨나와 트리니티로부터 일제히 눈엣가시가 되다니."

"동정은 안 하지만요. 그녀 때문에 저는 휘둘리기도 했고."

자리의 분위기를 바꾸듯 중얼거린 히나의 말에 이로하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자애의 괴도』.

한없이 독선적이고 대중적이면서도 독창적인 가치관을 가진, 모순을 짊어진 소녀.

그녀와 주고받으며 얻은 것은 많다.

예술이란 대중의 눈에 띄어야 한다는 의견에 수긍한 나기사는 자신의 가치관과 이를 같이하기 위해 밀레니엄, 와일드헌트와 공동으로 미술품의 열화를 완전히 억제할 수 있는 전시 케이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많은 사람들이 요구했던 모양이라 고액의 출자가 모였다.

예술을 즐기고 싶다.

그러나 예술이 남긴 역사를 잃게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기사가 상상하는 것보다 많았다고 한다.

이 또한 새로운 발견이다.

그렇기에 생각하게 된다.

나기사에게 많은 배움을 준 괴도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이곳은 블랙마켓에서도 끝자락에 있는, 눈에 띄지 않는 멘션.

이미 폐기되어 너덜너덜해진 그 장소에 인기척은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일단 지하로 들어가면 그곳은 광기와 열광, 그리고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경매장으로 탈바꿈한다.

불법적인 물건이 숨길 것도 없이 출품되고, 금전을 둘러싼 난투극이 벌어지며, 여기저기서 약물 거래가 이뤄진다.

그야말로 무법지대.

그런 퇴폐적인 공간에 예고장 한 통이 와 있었다.

"어이, 그거 알아? 다음 물건, 이번에 도둑맞는다던데?"

"하아? 뭐야 그게. 이렇게 철저하게 경비가 꽉 차 있다고? 대체 누가 훔쳐간다는 거야."

코웃음 치는 안드로에게 말을 건 고양이 수인이 「이런이런, 그것도 몰라?」 라며 어깨를 으쓱한다.

"알겠어? 그 세기의 대괴도의 이름은......."

『자,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물건은 무려!! 해부학의 조상, 명의 파나가 3번째로 만든 조각!! 그 리얼리티와 대조되는 덧없음으로 세상 미술가들을 사로잡은 전설의 일품, 『용서를 구하는 위악인』 입니다!!!』

『오오.......』

회장이 일순간 정적에 휩싸인다.

결코 그 물건이 열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너무도 완성도 높은 아름다움에 사람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거 대단하구만..... 미적 센스가 없는 나에게도 가치가 느껴져......"

"이건 꼭 갖고 싶은데......"

『자 자! 이 명작은 대체 얼마에――』

떠들썩한 회장, 그리고 그 정적을 가르듯이 사회가 경매를 진행하려 한 그때.

"오호, 통재라!! 이 얼마나 통탄스러운 일인가....!!"

몹시 슬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어이어이, 진짜 온건가....!?"

그 목소리에 당황하는 자, 흥분하는 자, 회장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런 혼란 같은 건 아랑곳 하지 않고 맑은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용서를 구하는 위악인』 !! 명의 파나가 만들어 자기희생의 끝을 새긴 구원받지 못한 조각!!"

"본래는 대중의 눈에 띄어 그 가련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진정한 『위로』 그리고 『상냥함』 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게 할 걸작!!"

"그것이 어째서... 이런 더러운 지하에서 썩어가려 하는 것인가!!"

"누구에게도 진정한 가치를 알리지 못하고, 유열과 욕망의 장난감이 되려 하는 것인가!!"

"아아, 실로 한탄스럽다!!"

눈앞에서 욕망의 물결에 휩싸이는 지고한 예술.

그 진정한 가치를 호소하는 비통한 외침에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의식이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이 자리를 주관하는 사회입장에서 보면 민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회인 안드로이드는 분노를 감추지 않고 목소리를 규탄한다.

『어이, 누구야 달아오른 회장에 찬물을 끼얹고...!! 이쪽은 장사라고!! 어쨌든 비싸게 팔리면 그만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방해하지마라!!』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그건 그쪽이 아닌가요?"

코웃음 소리에 사회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네놈, 까부는 것도 적당히 해. 모습을 드러내라!!』

"아아, 말하지 않아도!! 예술의 비애가 저를 부르고 있다면...... 저는 어디에나 나타날지니!!"

그리고.

조용히.

우아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그것은,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집중되는 무대 위.

『용서를 구하는 위악인』 옆에 섰다.

『......』

"저는 『자애의 괴도』."

순백의 망토를 펄럭이며 키보토스를 떠들썩하게 하는 일곱 죄수는 정적의 회장에 공손이 허리를 숙인다.

"약속대로, 『용서를 구하는 위악인』 을 받으러 왔습니다."

『――잡아!!』

사회의 찌르는 듯한 지시를 받고 고용된 용병들이 일제히 뛰어나간다.

하지만――

"이런, 여럿이서 한 여성을 잡는 건 아름답지 않죠."

사뿐히 피한다.

분명히 거기 있을 텐데, 바로 옆에 있을 텐데 닿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제대로 시야에 들어와 있을 텐데도 그 자리의 모두가 그녀의 존재를 의심했다.

『하앗!』

"어머?"

그녀가 착지하는 것에 맞춰 날아드는 헬멧을 쓴 용병 1명.

아무래도 꽤 하는 상대도 있는 모양이다.

깔끔한 폼으로 펀치를 날리려는 헬멧 용병에게 『자애의 괴도』 는......

『큭...!?』

"돌려차기는 쉽게 위력이 나온다...... 후후. 과연, 확실히 그말대로네요."

어디선가 본 돌려차기를 선보인다.

이것으로 역시 다운됐으리라 생각하고 보물에 손을 뻗으려 했지만――

『한눈을 팔다니, 얕보인 모양이군.』

"엇차!"

꽤 근성있는 용벙인 것 같다.

곧 자세를 가다듬고 달려들었다.

그걸 훌쩍 뛰어넘은 『자애의 괴도』는 짝짝 박수를 친다.

"이거 참, 훌륭하군요. 아가씨. 화려한 몸놀림에 완벽한 낙법...... 아무래도 다른 용병들과는 뭔가 다른거 같네요."

『.......과대평가로군. 나는 그저 고용된 헬멧단일 뿐이다.』

"겸손은 때때로 독이 된답니다."

『기억해두지.』

헬멧 밑에서 푸르스름한 장발을 기른 여성 용병에게 농담 섞인 조언을 해주는 『자애의 괴도』.

그것을 개의치 않고 용병은 전투 태세를 취한다.

(저는 전투가 전문이 아닌데...)

마음속으로 탄식하는 『자애의 괴도』 였지만, 그러고보면 최근 전투가 주를 이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낙심한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다.

(뭐 그래도, 저번 전투는 많은 배움이 있었습니다.)

고귀한 인연으로 맺어진 소녀들의 연계를 본 것.

생각을 바로잡고 자신을 응원해준 소녀를 만난 것.

그리고 자신과 다른 가치관의 소녀를 이해한 것.

그 모든 것이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네. 『자애의 괴도』 라는 이름에 걸고, 다음에는 지지 않겠습니다.)

결의를 새로이 다지며 용병에게 향한다.

자 그럼..... 오늘도 또 배움을 얻을 수 있을까?

자신을 기다리는 조각에 대한 마음과 새로운 기대감에 몸을 맡기며.

"그럼――쇼를 시작하죠!!"

괴도는 오늘도 『자애』 를 세상에 알린다.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158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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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6.30번역

소설핫산) 자애의 괴도와 빛의 대천사 後

#소설
좋아요 0댓글 12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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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
motorina_blue작가
게시물 12개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3.06.30 16:38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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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나
ㅇDC
ㅇㅇ123.06.30

떴다!!

ㅇDC
ㅇㅇ223.06.30

맛있어

ㅇDC
ㅇㅇ23.06.30

깨알 카즈사오리 ㅋㅋㅋ

ㅇDC
ㅇㅇ323.06.30

재밌네

ㅇDC
ㅇㅇ423.06.30

완성도가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진짜 너무 잘봤다

ㅇDC
ㅇㅇ423.06.30

진짜 짜임새가 너무 좋아서 감탄하면서 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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