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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핫산) 미소노 미카에게 타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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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엄 #M #순애 #미카

원본 by 与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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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그 눈길이 결코 저를 떠나지 않으시기에 어떤 상상력으로도 당신이 나 아닌 다른 존재를 나보다 사랑하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나이다.

―쿠자누스, 『신의 관조에 대하여』

사랑에 의해 행해진 것은 언제나 선악의 저편에 있다.

―니체, 『선악의 저편』

칠흑에 홍옥을 가두어 놓은 듯한 요염한 광채에 매료된다.

송진.

보충수업부의 제자 히후미가 빌려준 그것은 꽤 연식이 있었고, 섬세한 물건임에도 소중히 사용해 온 흔적이 역력했다.

친구들과 연주한 적이 있다며 수줍게 웃던 그녀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송진을 활 털에 바르는 작업은 하나의 의식과도 닮았다.

중요하지만 단조롭고 간단한.

그렇기에 나는 침대에 걸터앉은 소녀를 엿볼 여유가 있었다.

금빛 눈동자가 다락방 안에서 다소 어두운 빛을 내뿜고 있다.

수다스러운 그녀가 드물게 완전히 침묵 중이다.

준비를 마치고 송진을 조심스레 하드 케이스 포켓에 넣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파손되지 않도록 정중하게.

다음으로 악기를 꺼낸다.

히후미가 다루는 그것보다 다소 작은 현악기.

비올론첼로, 흔히 첼로라 불리는 우아한 악기를 소중히 품에 안고 살며시 엔드 핀을 늘린다.

스토퍼를 지참하는 것을 잊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망설이자,

“괜찮아, 선생님. 그대로 찔러넣어 줘.”

“하지만―”

“오늘의 흔적을 남겨두고 싶으니까.

아, 사감님 허락은 미리 받아뒀어. 나중에 수선만 잘하면 될 거야.”

“그렇구나. 그럼, 응.”

나의 소중한 학생―미소노 미카의 말에 떠밀리듯 그녀의 방, 그녀의 영지, 그녀의 장소에 첼로를 안은 자신의 체중을 부드럽게 싣는다.

은색으로 빛나는 노출된 핀이 아주 조금, 바닥에 가라앉는 감각.

확실히 그만큼, 내가 그녀가 사는 곳에 상처를 입혔다는 손맛.

미카는 턱을 괸 채 무표정했다.

조율을 시작한다.

우선 A현부터.

이 현의 개방현 소리는 그리 내 취향이 아니지만, 보잉으로 제어되는 울림의 트리니티다운 고상함에 새삼 놀랐다.

맥놀이의 힘을 빌려 음줄을 고르며 일의 시작을 잠시 떠올린다.

“언제부터 트리니티에서 마녀가 성스러운 음악을 즐기게 된 걸까요.”

“집회라도 따로 가지나 보죠?”

“기도하는 마음이 더럽혀질 것만 같아.”

문을 연 미카를 기다리고 있던 말들.

그런데도 그녀는 견뎌냈다.

노력하고 애써서, 헐뜯음 속에서도 신성한 것을 고대하고, 그 끝에.

“자리가, 없어져 버렸어.

첼로 독주…선생님도 켠다고 들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첼로를 준비하고 있었다.

세이아의 연줄로 악기를 대여하고, 히후미에게 송진과 튜너를 빌려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하드 케이스를 짊어지고 그녀의 기숙사를 방문하고 있었다.

그날은 ‘우연히’ 미카 이외의 기숙사생들이 모두 외출 중이었고

(세이아와 대화 중, 나기사가 미카 씨를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였던 것이 왠지 모르게 떠올랐다),

미카의 초대로 다시금 다락방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지금의 미카에게 너무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교육자로서 좋지 않은 일이다,

라고 생각이 미친 것은 그녀와 인사를 나누고 하드 케이스를 열고 난 뒤였다.

그때까지 절대로 지금의 그녀를 내버려둘 수 없다는 폭력적인 충동에 휩싸여,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이렇게 활을 가누고 있다.

지판의 차가운 감촉이 너 지금 뭐 하는 거냐며 어이없어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악기는 언제나 콧대 높은 고귀한 여성 같다.

그 사실에 구원받는 듯한 기분도 들지만.

“보면대, 없는 것 같은데……?”

“암기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미카가 들으려 했던 독주곡, 나도 좋아했거든.”

“에이, 너무 빈말 아냐?”

“진짜야. 미카가 들으려 했던 곡뿐만 아니라, 전부. 모음곡 전부 다.”

웃으며 깊게 숨을 내뱉는다.

진지해지는 시간과 담소 나누는 시간의 틈새.

그 신비로운 찰나를 음미한다.

“미카만을 위해서 연주할게.”

“아하☆ 그건 좀 기쁠지도?”

조금 기분이 풀린 미카를 보며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교육자로서 틀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시간은 오전 11시.

아, 정말 좋은 시간이다.

이 시간에 들어야 할 곡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첼로를 감싸안는다.

“――.”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부드러운 공기가 내 안에서만 얼어붙는다.

전술 지휘와 닮았으면서도 다른 긴장과 고양이 몸을 재구성한다.

왼손은 핑거링을, 오른손은 보잉을 시작한다.

오전과 오후의 경계에 있는 듯한 D현과 A현의 울림에, 달콤하고 유혹적인 낮은 G현의 소리가 관능을 더한다.

화려한 기술은 쓰지 않는다.

그러니 과장된 표현도 하지 않는다.

그저 어디까지나 완벽을 추구했다.

현과 활이 빚어내는 소리 외에, 핑거링에 수반되어 불가피하게 울리는 손가락과 지판의 마찰음.

좁은 다락방에서의 천박한 반향을 걱정했지만, 과연 트리니티 종합학원답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Bourree I에서 Bourree II로.

화창한 오전 분위기에서, 조금은 입문자에게 독이 될지도 모르는 하이포지션을 다용한 요염한 연주.

그리고 다시 돌아와 화창한 오전으로.

어디까지나 기본에 충실한 연주를 전신전령의 집중력을 다해 행했다.

오직 미카를 위해.

음악 수업에서 지고의 명곡들과 접하는 것은 분명 완벽을 직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설령 그저 지루하게 흘려듣는다 해도, 기회는 주어져야 하는 법이다.

“――.”

활을 떼고, 비브라토를 멈추고, 모든 연주를 마치고 천천히 몸을 이완시킨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숨을 모두 내뱉는다.

턱에서 땀방울이 뚝 떨어졌다.

바보 같군, 하고 웃음이 나올 것 같다.

고작 3분도 채 되지 않는 연주다.

첼로 연주는 확실히 버겁긴 하지만, 이 정도 시간이라면 신체적인 피로가 거의 없어야 정상이다.

정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모양이다.

세상에서 음악과 나와 미카 이외의 모든 것을 지워버린 듯 몰입하고 말았다.

미카는―미카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금빛 속에 밤하늘을 가두어 놓은 듯한 그 눈동자는 분명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전체를 감싸는 분위기는 멍한 상태였다.

그런 부조화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미카가 이쪽으로 돌아온다.

크게 두 번 눈을 깜빡이는 모습에 이 아이는 정말 속눈썹이 길구나 하고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린 것을 나는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뒤늦게 짝, 짝, 짝 하고 조심스러운 박수 소리가 울린다.

정말 오랜만의 경험이라 나도 수줍게 웃고 말았다.

혼자 보내는 손뼉 치고는 조금 긴 찬사의 시간이 흐른 뒤, 미카는 고개를 살짝 갸웃한다.

뒤늦게 그녀의 무엇보다 섬세한 머리카락이 찰랑이며 흔들렸다.

“정말 필사적이고 정열적인 연주였어, 선생님.

좋긴 했는데―조금 부도덕한 느낌 아니야?”

“어!!?”

의도와는 전혀 다른 감상을 미카가 품었다는 사실에 나는 몹시 놀랐다.

난도가 높지 않은 곡을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해내는 것, 오직 그것에만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음악과 마주하는 동안 미카의 존재를 지울 수 없었다.

아니, 거의 모든 마음을 미카에게 쏟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열이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앙코르 부탁하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너무 열심히 하길래 관둘게.

나도 여기서 더 들으면 왠지 부끄러워질 것 같고.”

“정말~ 곤란하다니까.”라고 말하며 미카는 손부채로 파닥파닥 자신의 뺨을 부쳤다.

그때 드러난 겨드랑이가 슬쩍 시야에 들어와 나는 나도 모르게 세차게 고개를 돌렸다.

그저 너무나 가냘프고, 하얗고, 부드러워서. 외설스러운 무언가가 고양된 감정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내, 내 수업은 여기까지야.

감상문을 제출하면 대신 출석으로 인정해 주기로 교직원분께도 양해를 구해놨으니까.”

결석 처리를 하고 싶어 하던 그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데는 꽤 고생했다.

결국 나기사의 모략과 샬레의 권한을 조합해 어떻게든 관철했다.

나기사는 자신이 힘을 보탰다는 것을 절대로 미카에게 말하지 말라며 못을 박았고―

조금은 나와 그녀가 닮은 구석이 있다고 느껴져 그것이 기뻤다.

미카의 선정적인 모습을 봐버린 동요를 숨기기 위해 어떻게든 이런 식으로 재미없는 생각을 떠올리려 했지만,

결국 의식은 미카에게로 돌아온다.

미카밖에 없고,

미카의 향기가 나고,

이곳은 미카의 방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뭐랄까.

미카의 향기는 좋지 않다.

이성을 저도 모르게 걸쭉하게 녹여버리는 듯한 구석이 있다.

“그럼 나도 보답 좀 할게. 언젠가…선생님께 들려주고 싶다고 했던가.”

현의 송진을 닦아내고 그녀를 등진 채 뒷정리를 시작하던 참이라 대답할 수 없었다.

다만 본인도 딱히 반응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느슨해졌던 방 안의 공기가 다시 팽팽하게 긴장된다.

미카가 작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그 흡기는 아주 조금 떨리고 있었다.

“――.”

찬송가다.

고대어가 아닌 비교적 현대의 것.

트리니티가 소중히 다루는 구세주와 자신의 관계를 노래한 그것.

구세주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확신하는 노래.

나는 알 수 있다.

아니, 누구라도 알 수 있다.

평소 미카의 노래는 이렇지 않다.

훨씬 더, 그저 투명하게 비쳐서 낙원을 환시하게 할 정도로 순수하게 아름다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 방 안에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는 너무나도 절실했다.

원망하듯이 그녀가 노래한다.

―loves me.

달콤한데도 울부짖고 싶을 만큼 괴롭다.

본래는 어린아이가 부를 법한 노래다.

사랑의 확신에 대한 근거는 트리니티의 성전이다.

적어도 찬송가 상으로는 그렇다.

다만 이곳에서 그렇게 해석할 사람은 분명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그 정도는 안다.

그러니 나는 돌아가야 한다.

일상으로.

지금까지처럼.

미소노 미카에게 필요한 일을 필요한 만큼만 하고,

그 이상은 결코 하지 않으며

그녀를 위해, ‘가르침’을 위해 이곳에 있는 인간으로서 그것이 의무다.

첼로를 하드 케이스에 넣고 뚜껑을 닫는다.

―loves me when I'm good.

미카의 의도를 뒤늦게 이해한다.

이런 것을 듣고 평온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어쨌든 노래가 끝나면 고맙다고 말하고 이 방을 나서서, 그리고.

그리고.

―loves me when I'm bad.

비눗방울처럼 터져 사라질 것 같은 마음을 겨우 붙잡으며 뒤를 돌아본다.

미카가 노래하고 있다.

침대 위에서 밤하늘과 달의 눈동자를 적신 채. 주르륵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안 된다.

본능이 경종을 울린다.

이 노래를 절대로 끝까지 부르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그것으로 허사가 된다.

―loves me!

노래하는 미카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미카와 시선이 얽힌다.

심장에 아릿하고 아픈 감각이 스친다.

눈앞의 소녀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맹세하며 달려왔다.

―loves me!

뚝뚝 미카가 눈물을 흘린다.

몹쓸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상처 입은 미카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짓을.

나는 마음의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미카에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니 이렇게 하는 것은 분명 미카의 권리이고.

―Thou hast bled and died for me……,

미카의 눈앞에 선다.

늦지 않았다.

늦지 않고 말았다.

몸을 굽힌다.

그리고 나는―

―I will henceforth…….

“――.”

노랫소리가 뚝 멈춘다.

아니, 그것은 소리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목소리가 되지 못한 순수한 노랫소리가 내게 닿는다.

미카의 날것 그대로의 감정.

상처 입고 너덜너덜해졌음에도 끝까지 지키며 키워온 마음.

끼익, 하고 낡은 침대가 소리를 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품 안에서 느낀다.

나는 이 따뜻하고 상처받기 쉬운 것을 계속 지켜가야 한다.

그러니 그것이 목소리가 되지 않았던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고.

그래서.

그러니까―.

내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바닥.

내 뺨을 감싸는 다섯 손가락.

기분 좋게, 행복 속으로 녹아내리는 마음.

이것으로 되었다는 절대적인 확신.

갈가리 찢겨 상처 입었던 마음의 출혈, 그 모든 것이 멈추고 치유되어 간다.

“……”

소리 없는 노랫소리가 직접 흘러든다. 물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부러질 듯 강하게. 부서질 듯 격하게 껴안으며. 미카가 내어주는 대로 입술이 맞닿아 있다.

내가, 나의 의지로 막았다.

그런 짓을 해도 이미 늦었다는 것을,

그런 짓을 했기에 더욱 늦어버렸다는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미카의 노래는, 맹세는 가장 순수한 형태로 서로 공유되어 버렸다.

천진난만했던 소녀에게,

이제부터 분명 친구들과 함께 걸어 나가야 할 소녀에게.

이끌어야 할 내가 너무나 죄 깊은 짓을,

선악 중에서도 가장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아핫……♡”

무구함과는 정반대인, 너무나도 황홀한 한숨이 소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순백이었던 것이 비가역적으로 나의 색으로 물들어 가고…

그것을, 내게 매달려 녹아내릴 듯한 소리를 내며 미카가 무저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찰나, 입술이 떨어진다.

내 뺨을 미카가 어루만진다.

“분명 선택지는 있었을 텐데?”

어쩔 도리 없이 기쁜 듯이.

행복한 듯이.

미카는 쉰 목소리로 달콤하게 속삭인다.

“안 되잖아. 그런 말을 하면 절대로.

질척질척하고 귀찮은 첫사랑이나 앓고 있을 여자애한테 선생님이…….”

나무라고 있을 텐데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일을 이야기하듯 미카는 투명한 눈물을 흘리며.

“나를 소중하다고…소중한 공주님이라고…응.”

그때 나는 본심 가득 그렇게 외쳤다.

그때였다고, 지금 미카를 보며 뒤늦게 깨닫는다.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부터 이 결말은 결정되어 있었다.

나는 옳다고 확신하며 저편으로 발을 내디뎌 버렸다.

어쩔 수 없는 생각들이 엉망진창, 차례로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래도 단 하나 확신하는 사실이 있다.

미카가 소중하다.

무엇보다 소중하다.

지금 가슴 속에 있는 사람은, 지금 입술을 맞대고 있는 사람은 나의 소중한 사람이다.

모든 것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와중에도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미소노 미카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마음이 찢겨 나간다는 것이어서.

“선생님…….”

미카에게 이끌리는 대로 침대에 그녀를 밀어 넘긴다.

눈물을 머금은 소녀가 창가의 꽃을 바라보며 그것에게 말을 건다.

“…진심이었구나.”

환하게 미소 짓는다.

“근데 말이야, 좀 늦지 않았어? 울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정말이지.”

어느새 창밖에는 초승달이 노닐고 있었다.

찰나였을 텐데.

정오부터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나는 미카의 순백의 모든 것을 계속해서 빼앗고 있었다.

세이아에게 연락해서 첼로를 돌려줘야 하는데.

그런데도―

미카의 입술에 다시 자신의 입술을 맞댄다.

몸과 마음의 모든 것이 녹아버릴 것 같은 행복이 엄습한다.

떼어내고, 다시 맞대고, 또 서로를 갈구하며.

갈구하고 받아들여지는 것도, 갈구 받아 받아들이는 것도 모든 것이 허락되어 있어서.

“아아~ 소중한 공주님을 더럽혀버렸네.

어떡할 거야?

…정말 어떡할까. 나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황홀하게, 그렇게 해 줘서 기쁘다는 감정에 몸을 맡기고 속삭이며 미카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밤의 눈동자 속 별들이 내 안으로 추락한다.

어째서.

이럴 리가 없었다.

죄스러운 짓을 저질렀다.

모든 소용돌이치는 감정 속에서 어이없을 정도의 시간을 최우선의 그것에 쏟아부었다.

그러니 이제 나는 구제 불능인 어른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어서.

그래도.

그래도 품 안에 있는 이 여자아이는 나의…나의 소중한―

“나기사에게 사과할게.

세이아에게도 사과할게.

그리고 보충수업부에도, 시스터후드에도, 정의실현부에도…

모두에게. 모두에게 사과할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고 고개를 숙일게, 그렇지만.”

“…선생님.”

“나는 죄인이야.

결국 네가 계속해서 악의에 노출되는 것을 견딜 수 없었어.

나는 이제 강압적인 방법을 시작하게 될 거야.

미카가 노력할 기회가 많이 사라지겠지.

어쩌면 미카가 누군가와 이어질 기회조차도.

하지만 이제 안 되겠어.

미카를 소중히 여기고 싶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학생으로서.

그 이상으로…미카가 상처 입어 가는 것을 내가 견딜 수 없었어…….

미안해.

선생이 할 짓이 아닌데.

미안해.

나는 죄인이야. 하지만.”

한심한 고백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가 이렇게나 견디기 힘든 것인 줄 몰랐어―

나의, 나의 실수였어.

나의 선택, 그리고 그로 인해 초래된 이 모든 상황―”

“―아직이야.”

미카의 양손이 내 뺨을 닦아낸다.

그제야 나는 지금 이 순간, 내가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끌어야 할 어른이 아이 앞에서.

“있잖아, 선생님. 그랬었지?”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 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듯한.

줄곧 들어온 것만 같은 목소리.

“한두 번의 실수로 길이 닫히는 일 같은 건 없단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침대 옆 충전기에 꽂혀 있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선생님의 실수는, 내가 몇 번이고 도와줄게.”

그리고 화면을 보며 작게 끄덕인다.

“선생님이 가르침을 포기하는 일 같은 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니까.”

그리고 화면을 탭 해서 내게 보여주며―

“무슨 말을―”

『선생.』

『선생님…….』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몹시, 아니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 말투였다.

멍한 채로 나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 내 입술을 미카가 검지로 묘하게 매만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이라도 하듯이.

“나기사, 세이아……?”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린다.

『8시간이네.

도중부터는 나기사의 침대에 누워 듣고 있었지.

미카가 평생의 부탁이라고 하기에 참았지만…….

선생답지 않은 만행이군.

훌륭한 연주였다고 감탄했던 이 마음, 돌려주게.

아니, 돌려주지 않아도 좋네.

필요 없어.

내 소중한 친구에게 무슨 짓을.』

『선생님. 미카 씨에 대해서는 제게 맡겨주시죠.

트리니티 종합학원에서 누가 피도 눈물도 없는 지배자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뵐 때는 홍차를 끼얹어 드릴 테니 각오하시길.

제 소중한 소꿉친구에게 대체 무슨 짓―』

뚝.

통화가 끊겼다.

미카가 끊었다.

즉시 저쪽에서 다시 통화 요청이 왔지만, 이번에는 전원을 껐다.

이어서 내 스마트폰이 진동했지만―

“꺼버려☆”

전원을 끄자, 천천히 힘이 풀려간다.

입가에 이상한 웃음이 번지고 만다.

호시노.

아즈사.

안 될 것 같아.

소중한 사람이 곤경에 처해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는 아이들을 조금 혼내는 게 어려워졌을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은 죄인이 아니야.”

미카는 한쪽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들고.

“선생님은 너무 귀여운 공주님을 참지 못하게 되어버린, 불량 교사야☆”

빵! 하고 발사하는 시늉.

정말이지. 나는 미카를 꽉 껴안는다.

처음으로 다정하게 이 아이를 감싸안을 수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사실이 무척 기쁘다.

소중한 것을 지금 소중히 여기고 있다.

그런 실감이 났다.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

미카는 마녀가 아니야. 천하무적의 불량 학생이야.”

“그리고 틀림없는 선생님의 공주님이기도 하고―”

세이아의 말투를 흉내 내며 까다로운 어조로 전혀 까다롭지 않은 소리를 한다.

아아, 마음의 안개가 걷혔을 텐데.

개운해졌을 텐데.

어둡게 타락해 가야 했을 이야기가 투명한 일상으로 돌아왔을 텐데.

“미카.”

어쩔 도리 없이 눈앞의 여자아이가 간절하다.

사랑스럽다.

완전히 굴레가 벗겨진 것을 느낀다.

이제 스스로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그날 밤과는 달리 오늘 밤은―

“아자!”

“우왁!?”

미카에게 내동댕이쳐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방금까지 서로 무척이나 야릇한 분위기로 입술을 탐하고, 살짝만 건드려도 위험한 곳까지 쓰다듬고 있었을 텐데.

뭘까, 이 부딪힌 꼬리뼈의 서글픈 격통은.

“미안, 선생님. 말 안 해줬네.

통화를 끊거나 요상한 분위기가 되면…나기 짱이 정의실현부를 여기로 보내겠다고 했던 거, 이제 생각났어.”

“…….”

“아마 밖에서 그 수장이 대기타고 있을지도 몰라. 선생님, 힘내?”

은근한 통증에 공포가 섞이기 시작한다.

낮 무렵부터 달이 뜰 때까지.

아마 긴급 출동 이후 그 정도 시간을 기다렸을 트리니티가 자랑하는 정의의 힘.

“미카, 그게. 동행해 준다거나……,”

“미안해 선생님.

이번에는 선생님이 잘못했다고 봐!

공주님처럼 사랑받는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걸 나기 짱에게 위로받아야 하니까, 이만 바이바이☆”

…….

아무 말도 못한 채 첼로 케이스를 짊어진다.

여기 올 때는 좀 멋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 모습이 못난이 풍뎅이처럼 보인다.

이제 끝이다.

완전히 끝났다.

지금이라면 히요리의 마음을 잘 알 것 같다.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사오리랑 아즈사 짱한테 이른다?”

“…갈게.”

다시 한번, 바이바아~이 하고 손을 흔든 미카를 등지고.

“…다음에는, 날 밝을 때까지 시간 받을게.”

공주님과의 약속은 언젠가, 행복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후일담―

엔드핀을 박아 넣은 바닥의 수리비는 연방 수사 동아리 샬레 재량 경비에서 지출되었다.

전표에 부수된 사유서는 20페이지에 달했다.

그리고 수리에 반대하며 폭주한 미소노 미카는 정의실현부와의 격투 끝에 티파니 호스트로부터 3일간의 독방 생활을 선고받았다.

Fin.

*주 : 미카의 못다 부른 찬송가의 말미는,

I will henceforth live for Thee.

(나, 이제 당신을 위해 살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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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6.08.22번역

소설 핫산) 미소노 미카에게 타락하다

#미소노 미카#소설
좋아요 0댓글 4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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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P
yokitimeira작가
게시물 12개
고DC
고관위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6.08.22 01:27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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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나
ㅇDC
ㅇㅇ126.08.22

선개추후감상

ㅇDC
ㅇㅇ126.08.22

어흐 이건 섹스한거잔아

ㅇDC
ㅇㅇ226.08.22

음악으로 섹스를 했다는건가

ㅇDC
ㅇㅇ326.08.22

이건 섹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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