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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과로 호시노와 과로 선생님이 강제로 휴가를 부여받는 이야기

모기향의 옅은 냄새와 연기에 잠에서 깼다. 새벽의 빛이 경계선을 하얗게 가르고 있었다. 하늘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고 있고, 갈라지는 것은 지평선이 아니라 수평선이었다.

바다.

여기가 어디였더라? 야토우라다. 몇 번이나 왔으니 그건 알겠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잠깐 기억에 잠기자 평소의 샬레 사무실이 떠오른다. 특이현상수사부와 연방학생회, 각각이 공유하는 비나와의 교전기록을 정리하고 있었을 거다.

현장 기록을 만들어 준 것은 실제로 교전한 아비도스 고등학교였고, 서기인 아야네가 아니라 위원장인 호시노의 이름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직무상 특히 아야네에게 미안한 점이 있는 거겠지, 일시적으로 서기로 강등됐던 호시노가 위원장으로 복귀한 지금도 직무 외 서류 일을 하고 있는 걸 최근 자주 본다.

그다지 걱정하지는 않는다. 호시노는 지금도 후배 몰래 조금 무리를 하지만 정말 힘들 때에는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저번에 도와줬을 때처럼. 답례로 보여준 전투복 모습은 대단히 멋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평소에는 그다지 즐겁지 않은 보고서 작성을 조금 즐겁게 하다 보니 날이 밝았던 기억이 난다. 전날 당번이었던 아이에게 일찍 자도록 주의를 받아서 나도 적당한 시점에 끝낼 생각이었지만, 일에 너무 열중했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겠지.

내게 아침이 왔다고 깨닫게 해준 것은 그날 당번인 아이가 아니라 호시노였다.

정확히는 새벽 하늘 아래 연락도 없이 훌쩍 찾아온 그녀에게 조금 놀란 거지만, 이유는 곧 납득이 갔다.

호시노는 뭐랄까, 조금 지쳐있었다. 초췌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초면인 아이라도 조금 피곤하다는 걸 알 정도로는 지쳐보였다.

최근에는 히나가 내게 연락할 정도의 지친 상태다.

이런 호시노를 보면 대책위원회 아이들은 조금 잔소리를 할지도 모르는 모습이다. 본인도 알고 있는지 묘하게 겸연쩍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나에게 도망쳐 와서 일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한숨 자고 아비도스로 돌아갈 생각이겠지. 호시노는 가끔 이런 행동을 한다. 그리고 어쩌다 들켜서 혼나지만 내가 가담했을 때는 잘 숨겨주곤 했다. 호시노가 히어로가 되어준 그때처럼.

내 쪽에서도 호시노에게 뭔가 말해달라는 무언의 압력을, 최근 특히 노노미나 아야네에게서 강하게 받고 있지만 오늘만은 호시노의 그 두 눈동자가 분명히 완전 밤샘하고 있는 나를 봐 버렸기 때문에 무슨 낯으로 그런 얘기를 하냐는 게 되어버린다.

미안해하는 듯한 호시노의 얼굴은 한순간에 나빠 보이는 공범자의 얼굴로 변했고, 서로 이 일을 들키고 싶지 않다면 얼른 일을 끝내고 선잠을 청하자고 암묵적인 양해가 이루어졌다.

그렇게 호시노와 둘이서 일을 재개했던 걸 기억하고 있다. 비나와 싸운 날의 이야기부터 최근 대책위원회의 이야기, 거기에서 가끔 유메의 이야기로 흐르기도 하고. 나는 서로 손을 움직이며 꽤 분위기가 달아올랐던 걸 떠올린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런 곳에 있는 거지?

옆에서 움찔거리고는 몸을 일으키는 느긋한 움직임. 한구석의 체온을 조금 잃어버리는 느낌.

동그란 두 개의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다. 그녀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어디?"

자고 일어난 그녀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낮았다. 대체로 하품하며 일어나 세리카에게 혼나는 호시노의 느긋한 목소리와는 다르다. 호시노는 살짝 일으킨 몸을 나를 감싸듯 앞으로 내민다. 아마 경계해 주고 있는 거겠지. 나는 아직도 이불에 누운 채로 말한다.

"좋은 아침, 호시노. 여기는 야토우라 마을이야."

호시노의 경계는 곧 풀렸고, 그녀는 털썩 등부터 잠자리에 쓰러졌다. 돌아오는 체온. 호시노의 머리가 팔에 올라탄다. 한쪽 팔이 저리다. 하지만 딱 들어맞는 듯한, 그게 일반적인 듯한 저림이었다. 이래야 진정될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호시노는 후암, 하고 작게 하품을 눌러 죽였다.

"야토우라? 그게 어디였더라."

"요즘 꽤 화제여서 놀러 오는 학생도 많아. 백곰 채널 같은 거 들어본 적 없어?"

"으헤. 정말이지~ 알고 있잖아, 선생. 아저씨 그런 거 잘 모른다니까. 젊지 않아서 말이야."

흥, 하고 코끝을 튕긴다. 장난스럽게 가늘어진 소녀의 눈동자가 일부러 그러는 거냐며 가볍게 성토하고 있다. 호시노의 얼굴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한참 어려 보이지만 졸업이 가까운 어른에 가깝기도 하다. 그리고 대단히, 대단히 총명하다. 큰 변화인 것 같기도 하고 작은 걸음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옛날보다 조금씩 밝아지고 있는 호시노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카네사키항의 어촌이야."

"아~ D.U.의 거기. 있었지.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달라구. 그리고 괴로워. 괴로워서 쓰러질 거 같아. 아저씨 질식해버려~"

"거짓말."

"으헤. 파트너에겐 전부 들켜버렸나. 아저씨 사실 이 정도 느낌이 좋거든. 노노미쨩이라든가 말이야. 잘 보고 있잖아~"

"파트너니까."

한 손으로 등을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 머리를 부드럽게 감싼다. 호시노는 몸집이 작아 그렇게 껴안고 싶어진다. 분명 노노미는 내 마음을 알아줄 거다.

"그런데 왜 아저씨는 야토우라 마을 같은 곳에 있어? 아저씨, 오늘 회의에 늦으면 좀 위험하단 말이지. 요즘 다들 진심으로 아저씨한테 학습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서. 두 번 정도 연속으로 지각하면 화를 낼 거 같아."

"아야네가?"

"아니아니, 선생. 세리카쨩도 그래. 화내도 귀엽다고 생각하지? 의외로 매정하거든~ 그래도 노노미쨩이랑 시로코쨩은 아저씨한테 무르니까 용서해 주지만. 그리고 선생도. 있지, 이제 무조건 지각할 테니까 선생이 적당히 변명 만들어둬. 선생이 말하면 어쩔 수 없지~ 하는 분위기 같은 게 있으니까. 우리 애들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들 선생에겐 꼼짝 못하거든. 으헤. 도와줘, 선생. 귀여운 학생의 부탁이야! 선생은 거절하지 않겠지?"

빙글빙글 귀엽게 이마를 비빈다. 이런 여자아이의 조름에 이길 수 있는 어른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말이야, 히어로. 아무리 선생님, 어른이라고 해도 지나간 과거까지 바꿀 수는 없어."

"으에?"

"회의, 이미 끝났어."

"......"

타산적인 미소를 짓고 있던 히어로의 뺨이 경련했다. 머리가 좋은 그녀다. 금방 이해했겠지. 우리가 샬레의 사무실에서 만난 건 동트기 전. 거기서부터 우리는 흥이 올라 꽤 오랜 시간 일을 했다. 하늘이 하얗게 갈라지는 걸 사무실에서 보았다. 그리고 지금도 또 날이 밝는 순간. 샬레의 사무실에서 야토우라 마을까지는 거리가 있다. 호시노가 말하는 회의날은 이미 끝나버렸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파, 파트너라면 물론 히어로와 함께 혼나주겠지? 그도 그럴게 선생의 일을 도와줬으니 아저씨가 이렇게 된 거기도 하고? 기억이 잘 안 나니까 모르겠지만, 아마......!"

나는 마음속으로 떠올린다.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는 세리카. 책상을 뒤집는 아야네. 조용히, 너무나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는 노노미. 그리고, 어떻게 실력을 행사할지 전혀 읽을 수 없는 시로코. 아니, 시로코만은 용서해줄지도...... 어쩌면...... 아니, 하지만.

"서, 선생님은 상관없지 않을까~ 보고서라든가, 순찰이라든가, 호시노가 너무 지나친 거잖아?"

"아앗! 그렇게 말하기야!? 책임! 책이임!!"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해, 호시노."

"아니! 그렇지 않다고 선생의 양심은 말하고 있어! 어른의 책임, 선생의 의무를 다하고 싶다고!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놓쳤을 거야. 봐, 가슴에 손을 얹고......? 선생이 믿는 어른의 모습은 뭐라고 해? 아저씨는 알 수 있어. 진실을."

호시노의 작은 손바닥이 내 가슴에 닿는다. 박동이 엄청나다. 당연하지. 혼나고 싶지 않다.

나는 호시노의 가슴에 손을 댄다. 박동이 엄청나다. 당연하지. 혼나고 싶지 않다.

"호시노, 떠올려봐. 그날, 허망의 생텀이 다시 나타나고 내 탓이라며 침울해져 있던 걸 내 탓이 아니라고 도와준 건....... 호시노였지?"

"그, 그 말은 즉 선생은 분명 어떻게든 된다고 대비해 준다는 거지? 아저씨 그렇게 부탁했잖아?"

"으, 응. 샬레의 사무실에서만 말이야......?"

"배신자! 아저씨는 또 어른에게 속았어!!"

호시노는 작은 손발을 버둥거리며 날뛰었다. 내 포옹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여, 여하튼 모모톡을 보자. 모모톡만 보면 지금의 진실을 알 수 있을 테니까."

"그거 모르는 흐름이잖아, 선생."

호시노가 가만히 나를 노려보고 있다. 호시노의 눈동자가 이렇게 컸었나하고 최근 자주 생각한다. 사랑스럽고, 예쁘고, 멋있고, 조금 심술궂고, 상냥하다.

"아, 알았어."

"알았구나......"

손안을 확인하고 단번에 알아버렸다.

"호시노. 우리 작업하던 날 당번 말인데."

"응."

"히나였어."

호시노는 2초 침묵했다.

"......히나쨩인가~"

나와 마찬가지. 그것만으로 전부 이해해버린 듯했다.

몇 개의 사무 연락과 함께 "4배로 보상받겠어." 라고 적혀 있었다. 당분간 풍기위원회나 히나의 방에 다니는 날이 계속 될 것 같다. 정성스럽게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엄청 화내고 있다. 아코에게서 10배도 안 될 정도의 연락도 왔지만, 일단 보지 않기로 했다.

"선생~ 아저씨가 말하기도 그렇지만. 정말로 아저씨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응. 호시노. 응. 알고 있어."

"아저씨, 히나쨩에게만은 이런 짓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 지금 당장 게헨나에 출두하자? 아저씨 따라가 줄게. 히나쨩에게 이런 짓 하면 게헨나 애들뿐만 아니라 우리 애들도 화낼걸? 그게 선생이라도."

같이 사과하러 가자. 얼핏 보면 상냥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게헨나에 출두하는 형태를 취하면 대책위원회의 모두에게서 호시노를 향하는 꾸중은 다소 감형될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호시노의 속셈을.

"그게 말이야."

"응?"

"오늘은 돌아오지 말라는데. 여기서 나가는 건 경비국이 감시하고 있고, 게헨나에 오면 풍기위원회가 징벌할 거라고."

"으음......"

호시노가 신음했다. 조금 시로코 같았다.

"아저씨하고 선생이라면 히나쨩이 있는 곳까지 돌파해서 도게자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녀는 곤란한 듯 웃으며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만둘까. 모처럼 신경써주는거고. 선생? 사과할 때의 조언이지만, 처음부터 큰 소리를 내는 게 좋아. 특히 몇 번이나 저질렀다면 말이야. 아저씨는 인생경험이 풍부하니까, 이거 들어두는 게 좋다구?"

"엄청 의미심장한 말이네. 진짜 아저씨 같아."

"으헤. 학생에게 폐만 끼치다니 정말 안 될 선생이네~ 아저씨가 지탱해줘야겠어."

호시노의 목소리는 왠지 너무나 달콤했다. 화를 내기보다도 다른 뭔가를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수수께끼인 호시노의 모습이었다.

"그건 호시노도 그렇잖아."

"그러네. 나도, 선생도."

호시노는 말을 끊고 으헤 웃었다. 호시노가 항상 이렇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여기 온 첫날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호시노도 그렇다. 안면이 있는 쿠마가이씨나 조합장에게 물었더니 나와 호시노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생활안전국 아이들에게 이끌려 여기에 온 것 같다. 몇 번인가 상황을 보러 와 줬다고는 하는데 계속 자고 있었다고 한다. 고개를 들 수 없는 상대가 늘고 말았다. 야토우라 마을에는 휴양도 할 겸 RABBIT소대 모두를 데리고 오도록 하자. 마을 사람들은 투박한 어부를 자처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RABBIT소대의 모두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 올 때마다 뭔가 선물을 챙겨준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아마 코우사기타운 상점가 분들이 알면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겠지. 생활안전국에는 도넛을 가지고 가자. 아니, 그걸로 기뻐하는 건 후부키뿐일까. 어떠려나.

"저기, 선생. 아저씨 파르페 먹고싶은걸~"

서로 라무네를 마시며 야토우라 마을을 거닐었다. 아침은 조합장의 호의로 도미차즈케에 서덜탕, 그리고 몇 가지 야채조림이었다.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테니 가벼운 음식을 먹으라는 마음은 고마웠다. 물론 도미차즈케는 맛있어보였고, 예상을 전혀 빗나가지 않고 맛있었지만 서덜탕이 훌륭했다. 대충 만들어 대충 먹는 것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그는 말했지만, 대단히 맛있었기 때문에 몹시 황송했다. 어부가 대충 만들어 먹는다는 그 자리의 분위기를 포함해 내가 떠올린 미식가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거 같았다.

호시노는 나의 흥미와는 달리 "어떤 생선을 사용했는가"에 대단히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맛에 눈을 빛낸 그녀는 폴짝이며 질문 공세를 가하고 있었다. 나는 결국 차즈케에 사용한 참돔이나 서덜탕에 사용한 감성돔의 이름은 물론 대략적인 사이즈까지 알게 되고 말았다. 그는 숨기고 있었지만 서덜탕에 사용한 생선은 한 종류가 아니지 싶었다. 이래저래 아이에게 무르면서 호시노의 질문에서 그것을 숨겼다는 건 그다지 나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거겠지. 즉, 나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고급 생선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아이가 기뻐하는 것의 즐거움은 나도 어른으로서 잘 이해하기 때문에 그다지 강하게 말할 수 없다.

점심도 대접해주신다고 하셨지만 너무 미안함이 커서 돌아다니며 먹겠다고 사양했다. 친절하게도 여기에는 휴양하러 와 있으니 마을에 쓸데없는 참견을 하면 "깊은 곳의 존재들"의 분노를 살지도 모른다고까지 충고해 주셨다. 호시노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하나의 괴담으로 여기며 즐거운 듯이 듣고 있었다. 최근 야토우라에서도 묘한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는 대목에서 또 그러신다~ 라며 웃는 그녀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그런 이유로 호시노와 나는 산책에 나섰다. 오늘 야토우라는 적란운이 떠 있지만 햇빛도 강해 서로의 셔츠는 금세 땀으로 젖어 버렸다. 아비도스의 더위와는 또 다른, 짙은 바닷물의 냄새와 바다의 공기를 품은 더위다. 어촌에는 특유의 더위라는 게 있는 듯하다. 어부들은 그것을 해산물 비린내라고 했고, 바다에서 떨어진 곳에 사는 학생들은 그것을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호시노도 이 마을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팽팽한 긴장감과 서투른 상냥함. 진짜 "아저씨"들의 마을에 안쪽 아이로 받아들여진 것은 분명 그녀에게 지내기 쉬울지도 모른다. 물론 최근 그녀와는 큰 소리와 총성이 난무하는 쇼핑몰이나 상가를 돌아다니는 일도 늘었지만.

"저기~ 선생, 파르페~"

"꽤나 좋아하지, 호시노. 그때 먹었던 큰 거, 맛있었고."

"그 100% 20cm가 아닌 거? 아무튼 나왔었지. 그 100% 20cm가 아닌 거."

"대단했어, 요구르트."

"그러게. 아저씨는 바닐라인 줄 알았어. 또 먹으러 가자."

잡은 손은 서로 땀을 흘리고 있다. 젖어서 덥다. 호시노의 손은 작아서 주의하지 않으면 감싸는 형태가 되어 버리지만 우리는 제대로 손을 맞잡고 있다. 끌어안아야 할 때는 안고, 손을 잡아야 할 때는 손을 잡는다. 왠지 좋지 않은 기분이 든다. 둘이서 파르페를 먹은 그 날, 호시노의 농담섞인 권유에 넘어가지 않았던 때의 감정이 떠오른다. 그날 우리는 손을 잡지 않았다.

"그래서 말야, 선생."

"야토우라 마을에 그런 건 없어."

"아니아니. 또 그런다~ 그렇게 말하면서 선생은 잘 알고 있는 거지? 아저씨 기대하고 있다고~?"

눈을 빛내는 호시노에게 손가락을 세우고 제안한다.

"그러네...... 요즘은 학생용으로 일을 끝낸 어부분이 팥빙수를 만들고 있어."

호시노는 티나게 입술을 내밀며 불만을 표시했다.

"에~? 빙수? 나쁘지 않지만 파르페 기분과 빙수 기분은 엄청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아니아니, 하고 고개를 흔든다.

"그거야, 호시노. 큰 얼음을 사각사각 깎아서 만드는 거! 그걸 해주는 거야!"

"으헤, 선생 그런 거 좋아할 거 같아."

엄청 좋아한다. 특히 이 야토우라의 공기로 만들어지는 빙수는 굉장히 좋다.

"그거지? 멜론 시럽. 멜론 0%."

"아니 그게 말야. 채산성도 무시하고 만드는 모양이야. 나, 그 무과즙 시럽도 정말 좋아하지만 여기 사람들 집착이 강해서."

그게 또 꽤나 맛있다. 아, 이런 것도 있다며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으헤...... 왠지 혀가 그런 느낌이 되고 있어. 선생, 아저씨를 너무 적당히 취급하는 거 아냐?"

"그럴 리가. 파르페는 다음에 또 먹으러 가자."

호시노는 동그란 눈동자를 고양이처럼 가늘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며 짓궃게 웃어 보였다.

"좋아. 둘이서? 다 같이?"

나는 손을 팔랑팔랑 좌우로 흔든다.

"선생님 어른의 카드에도 한계는 있으니까."

"그런 말이나 하고."

"회의 끝나고 멋대로 날 지갑으로 삼는 건 그만두자. 시바세키는 포장마차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고 싶어하면서."

"그런 약삭빠른 아이에게는 사주고 싶지 않습니다."

"바로 거짓말하네. 아저씨는 약삭빠르지만 빙수. 사고 싶은 거지?"

"그건...... 사겠지만....... 왠지 쉬운 어른이라고 생각할 거 같아서 싫은걸."

포기해, 호시노는 그렇게 말하며 내 팔을 꽉 껴안았다. 팥빙수를 만드는 어부의 주변에는 오늘도 몇 명의 학생들이 있었고, 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자 호시노는 자연스럽게 팔을 풀었다.

우리는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 뒤에 서서 본의아니게 얼음을 깎는 어부를 보며 변명하는 모습이 선생님 같다, 아니 호시노 같다면서 서로를 가리키며 웃었다.

눈앞에서 투명하고 시원한 얼음이 깎이는 것을 보고 호시노는 눈을 빛내며 으헤, 하는 긴 감탄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부분은 그것이 꽤나 기분이 좋아진 모습이었지만 곧 굳은 얼굴로 돌아왔다. 이미 들켰을 거다. 역시 시럽은 고집이 들어간 맛으로, 호시노는 멜론을, 나는 레몬을 주문했다. 내 것을 한입 먹은 호시노는 셔!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고 있었다. 보석으로 장식된 보물상자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나무상자보다는 위, 철상자에 들어간 쓸만한 아이템 정도의 조금 가슴 뛰는 기쁨이 있다――그런 표현을 해서 알아주는 건, 아마 빛의 용사니까. 히어로인 아저씨를 상대하는 거라면.

"이번에도 있었네, 보물."

"어? 이게 보물?"

"보물이야, 보물."

"뭐, 보물은 의외로 매일 근처에 있으니까 말이야~"

"오, 의미심장해."

"훗훗훗. 이건 말야, 선생. 아저씨 명언집의 아저씨식 해석!"

"그런 게 있구나. 어, 나! 내 말은 들어있어?"

"물론! 선생이 지난번에 한 잠꼬대로 말이야."

"아, 역시 듣고 싶지 않아."

"아니~ 들려줄게! 아야네쨩에게 인쇄하게 해서 아비도스에 대대로 남길 생각이니까."

"직접 해. 아니 하지 마."

"어서 와는 꼭 넣어야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저지른 애가 말하니 무게가 다르네."

"윽!! 하지 말아줘, 선생. 요즘 세리카쨩이 가끔 그렇게 찔러대서 반박하는 게 힘드니까."

"호시노 꽤나 되받아친단 말이지."

"심술에는 자신이 있거든. 조금이지만 말이야."

"뭐, 호시노는 착한 아이니까."

".....으윽."

최근 컨디션이 좋을 때의 호시노에겐 전혀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오늘은 드물게 끽소리도 못하게 만든 것 같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기든 지든 호시노와 이야기하고 있는 건 즐겁다.

"반박은 안하는 거야?"

"으, 으으...... 남의 속도 모르고...... 아저씨 그거 대답하기 어려워...... 말할 수 있다면 말이야, 말할 수 있다면 바로 반박하겠지만!"

"뻔뻔하게 나올거라 생각했어."

"아저씨도 하고 싶긴 한데! 아아, 진짜, 적당히 해줘."

호시노는 내게서 눈을 돌리고는 화난 듯 날카롭게 푸념했다. 다만 그 날카로움은 역시 어쩔 수 없을 정도로 호시노의 좋은 점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호시노, 한 입 더 먹을래?"

"아저씨는 사과의 표시로 절반 정도는 더 받아도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하지만 지금 내가 이겼잖아? 승자특권으로 호시노를 한 입 더......"

"아저씨는 이런 수다로 이기느니 지느니 하는 말을 꺼내는 사람이 싫어!"

"이기면 우쭐해하면서."

"그건, 아저씨는 어린애니까. 선생은 너그럽게 봐줄 거잖아?"

"요즘 그러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농담, 농담. 아저씨 그런 녀석 아냐. 자, 한 입만 줘."

"한 입만이야."

적당히 시럽이 뿌려진 부분을 퍼낸 숟가락을 호시노 앞에 내민다. 그녀는 한 입 머금고 몸을 쭉 뻗었다.

"역시 셔!"

"키스의 맛인가봐. 사랑은 잉어 선생님도 그렇게 썼어."

"누구야 그거? 이런 건 절대 키스의 맛이 아니야~ 하지만 의외로 멜론하고 맞을지도......?"

"그렇지. 과즙 0% 시럽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이런 거."

"그렇지? 흐응, 선생. 익숙하네."

"어른이니까."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지금 건 마이너스 1점일까. 아저씨 한 입 더 받아야지."

"그만해. 호시노. 그렇게 내 팥빙수를 깎아나갈 셈이지!"

"그래, 아비도스처럼 말이야......!"

빙수 공방전의 마지막엔 얼음이 녹아버렸지만, 멜론과 레몬 빙수는 확실히 둘 다 먹는 게 맛있다고 느껴졌다. 서로 머리가 아팠던 건 경험이 축적된 증거였다. 이미 우리는 그 정도로 어린아이가 아니다. 그래도 가끔은 그 정도로 푹 빠져서 먹는 날이 있어도 좋다. 다만 오늘은 조금, 그것과는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게 즐거웠다.

호시노는 바다 자체에도 흥미를 가졌지만, 오늘은 헤엄치지 않았다. 아비도스의 모두와 방문한 리조트와 야토우라 마을은 다르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부두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볼라드에 한 발을 걸친 호시노는 제법 모양새가 났다. 문득 폼을 잡고 웃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그림 같았다. 나로서는 그 멋진 전투복을 입고 포니테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부디. 그리고 히어로 광고로 쓰는 거다. 아비도스 사막 어딘가에는 이렇게 발을 올리기에 좋은 것들이 많이 나뒹굴고 있다. 좋은 장소를 찾아 두자. 호시노에게는 이 포즈가 잘 어울린다. 바람이 강한 날이 좋다. 휘날리는 장발이 분명 예쁘겠지. 오늘은 날이 잔잔해서 조금 아쉽다. 언젠가 사진에 담고 싶다. 이건 시로코에게 협력을 부탁해 보자. 아마 꽤나 어울려줄 거다. 그리고 물론 시로코에게도.

타지인이 볼 건 아무것도 없다고 자칭하던 야토우라 마을이지만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내내 즐거웠다. 이따금씩 여러 학원 학생들의 모습을 보았고, 멍하니 낚싯대를 늘어뜨린 낚시꾼의 모습도 보았다. 이 마을은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마을 사람이 뭐라고 하든 찾아오는 우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손을 잡고 팔짱을 끼며 가끔 자연스럽게 떨어져 마을을 거닐었다.

"사실은 여기의 노을을 호시노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적란운이 떠 있는 아침의 여름 하늘은, 일몰을 앞두고 짙은 둔색의 비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밝은 야토우라는 조용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고, 몇 곳에서 이른 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보고 싶지만...... 다음에 오면 돼. 또 오자. 둘이서 말이야."

돌아보는 호시노는 조금 아쉬운 것 같았지만, 그래도 분명 이 하루는 좋았던 것 같다. 먹은 빙수도, 조금 분발한 복어회도, 어부분의 권유로 시험 삼아 들어본 낚싯대도, 전부 즐거웠다. 잡은 보리멸을 보고 떠들어대면서 튀기면 엄청 맛있다고 열변하는 호시노. 그 보리멸은 진짜 튀김이 될 예정이다. 그러니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보다 조금 앞을 걷는 호시노가 돌아서서 나를 올려다본다.

"구름에 덮여도 상관없어. 낮도 밤도, 아저씨가 봐줄게."

호시노의 눈동자가 왠지 예전보다 커 보인다. 그 말의 의미가 가슴에 내려앉은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시간은 흐르지만 세계의 시간이 흐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둠을 밝히는 황금색과 잔잔하게 감싸주는 짙은 푸른색.

구름으로 가려진 하늘. 일몰의 수평선. 호시노는 어느 쪽의 눈동자로 나를 비추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걸 위해 둘 다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저씨는 그래야만 해....... 아니, 그러고 싶어."

가늘고 작은 몸. 올려다보는 눈동자에 비치는 감정. 살며시 가슴에 손을 얹고 그녀는 말한다. 만약 그녀가 히어로의 모습이었다면. 그곳에는 그녀가 쥐는 권총이 있다. 지금 여기에 없는 그것이 그때 말을 주고받았던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그 일을 절대 잊지 않는다.

"그러니, 선생――"

타타탁, 강하게 해면을 때리는 소리. 아무런 전조도 없는 그것. 멈춘 시간이 깨진다.

그것은 여름이면 당연한 일――소나기였다.

찌는 공기에 쏟아진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폭우가 오히려 기분 좋을 정도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지금부터 도망쳐도 늦겠지. 나도 호시노도 애초에 땀으로 흠뻑 젖었다.

내 머리도, 그리고 호시노의 긴 머리조차도. 곧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젖고 말 것이다.

그녀는 잠시 미소지으며 나를 바라보다 이윽고 조용히 눈을 감고는――다시 한 번 떴다. 역시, 호시노의 눈동자는 컸다.

"으헤. 역시 아저씨가 폼을 잡으면 항상 이렇게 되네."

그녀는 작게 쓴웃음을 짓고.

"그건 호시노가 항상 멋있다는 얘기야?"

"정말 아무렇지 않게 말하네."

"시로코도 말하잖아."

"시로코쨩은 엄청 귀여우니까 선생같은 글러먹은 어른과 같은 취급 하면 안돼~ 시로코쨩은 귀여워. 선생은 사형."

"그 부분을 어떻게 안 되려나, 히어로."

"어쩔 수 없네. 파트너의 사소한 실수는 눈감아주는 거니까."

오늘의 숙소로 돌아간다. 그 동안, 호시노는 계속 내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을 잡고 있을 때도, 팔짱을 끼고 있을 때도, 앞을 걸을 때도, 재주좋게. 소소한 이야기를 몇 가지 했다. 빗속에서 모든 것이 밤에 가라앉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분명 즐거웠다.

나는 호시노에게 몰래 산 선물을 하나 건넸다. 엄청 일그러진 아발론 펄[전복 진주] 목걸이. 진주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깊은 푸른색과 녹색을 포함한 복잡한 광채. 하지만 걸치기에는 너무 소박한 만듦새. 연결된 끈도 투박함 그 자체. 실로 토산품. 방 어딘가에 놔두면 그만인 물건이었다. 호시노는 그것을 목에 걸고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복은 한쪽면만 있는 조개야."

호시노가 한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 아저씨도 선생에게 사줄게."

그러나 추억을 커플로 맞춰 돌아가는 것은, 분명 되돌아 볼 때마다 즐거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호시노가 사준 아발론 펄은 내가 호시노에게 건넨 화려한 그것과는 달리 진주다운 옅고 하얀, 한낮의 달과 같은 고요한 색조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체보다는 역시 제대로 된 상품이 될 수 없는 그 일그러진 형태에서 어렴풋이 호시노와 비슷한 빛깔이 반짝이고 있었다.

둘이서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대단히 여행자 느낌의 장신구를 차고 이번에야말로 귀로에 올랐다. 상어 이빨이라도 상관없다고 호시노는 말했다. 엄청 좋았고. 이렇게 구입한 추억도 소중하니까, 라며.

상어 이빨 멋있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호시노는 활짝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음에는 고래의 좋은 점을 가르쳐 줄게, 그녀는 그렇게 약속해 주었다.

"진주는 땀에 약하니까."

호시노는 내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잘 보관해야지."

나도 제대로 알아보려 했다. 어쩌면, 그것에 대해 호시노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몸을 씻고, "터질 거 같아" 라며 호시노가 약한 소리를 할 정도로 잔뜩 저녁식사를 한 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오랜만에 몸 전체의 피로가 풀려 있었다. 이렇게 몸이 가벼운 건 얼마만일까 신기할 정도로 편했다.

"아, 허리 통증이 가라앉는 거 같아. 아저씨 젊어졌을지도......"

목욕 후 극락같은 기분인 호시노의 말은, 우습지만 확실히 수긍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마지막 문제는 한 장만 깔려 있는 이불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어제는 지쳐서 둘이서 그대로 쓰러졌지만, 오늘 정도로 편히 쉬었다면 침착하게 한 장만 더 깔면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에잇!"

"......큭!"

주도권을 쥐고 싶었다. 비상용 담요를 뒤집어쓰고 호시노를 유혹했던 그날 밤처럼. 장난을 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 번 사용한 기술을 두 번 당할 호시노는 아니었다.

내가 기합을 넣고 한 발짝 내디뎠을 때, 이미 호시노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가 있었다.

선명한 한 줄기 섬광. 그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무 빨라. 아마 호시노는 마음만 먹으면 내 앞에 서서 대화하다 갑자기 뒤에 서서 총구를 들이댈 수 있겠지.

치사하지 않아? 내딛은 자신의 작은 걸음을 내려다보고는 호시노를 가만히 노려본다.

소녀는 히죽 웃고는 이리온, 하고 한 손으로 유혹한다.

"자자. 어쩔거야, 선생. 귀여운 학생의 유혹이라구. 물론 제대로 거절하고 이불을 하나 더 깐 뒤에 자겠지?"

".......에잇!"

이번에야말로, 몇 걸음 걸어 이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불 위에서 호시노를 향해 몸을 날려 단번에 눌러버리듯이.

"꺅! 선생! 잠깐! 무거워! 찌부러진다니까!"

"아니, 호시노는 이 정도로 찌부러지거나 하지 않아. 왜냐하면, 호시노는 강하니까!"

"무거운 건 무거운거야! 아저씨 허리가 안 좋아져~! 그럼 선생도 여러가지로 곤란하잖아?"

"예이예이. 나 이제 엄청 졸리니까 오늘은 잘게, 호시노."

"엑. 너무한 거 아냐, 선생. 선생 때문인데. 아, 조금 움직일게."

"호시노 쪼끄매서 그대로 괜찮아."

"그래? 그럼, 잘까."

모기향의 엷은 냄새가 감도는 어두운 방 안에서 호시노를 끌어안는다. 한쪽 팔로 등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 머리를 받쳐 가슴에 밀어붙인다. 호시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몸에서 힘이 빠지고, 아직 어딘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길다. 정말 긴 한숨이었다. 심장 소리는 몹시 조용했다. 나도, 호시노도. 따뜻하고, 조용하고, 행복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렇다. 이제와서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잘 자, 호시노."

"잘 자, 선생――"

말에 답하며 호시노는 잠의 바다에 빠져든 듯했다. 잠든 고래가 답답하지 않기를 바랐다.

"내일, 또."

그를 위해 나도 잠에 들려 했다.

서로의 고동을 들으며 꿈속으로 빠져든다. 내일로 걸어가기 위해.

한낮의 강한 태양빛을 받아 눈을 떴다. 태양에게 억지로 깨워진 것 같아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좋은 아침~ 잠꾸러기씨."

드물게도 먼저 일어나있던 호시노가 잠이 덜 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어난 시간의 차이는 거의 없는 듯하다. 둘이서 웅얼거리는 걸 느낀다.

"좋은 아침, 호시노."

다시금 인사하자 그녀는 조금 눈을 가늘게 뜨고는 툭 이마를 부딪친다. 그 작은 인사는 좋아했다. 몸집이 작은 호시노가 할 수 있고, 내가 호시노에게 돌려줄 수 없는 것.

팔의 저림은 역시 기분이 좋아서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좋은 마을이네, 여기."

"언젠가 아비도스에도 오게 하자."

"으헤~ 그런 모래투성이에 좋은 점 하나 없는 곳 , 와도 즐겁지 않아."

"축제를 하는 거야. 모처럼 백귀야행 아이들과도 인연이 생겼으니까."

"선생은 또 금방 그렇게."

집게손가락으로 가슴을 쓰다듬는다. 나는 호시노의 머리를 빗었다. 부드럽고, 섬세했다. 분명 조금 아팠겠지. 그러고 보니 내 머리도 상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게 떠올랐다. 피차일반일지도 모른다.

"또 오자, 선생. 어제도 말했지만."

"응."

"잠수하는 거야. 수영복을 가져와야겠네."

"학교 수영복이 좋겠네."

"으헤...... 모처럼 다 같이 고른 게 있으니까 아저씨는 그쪽으로 하고 싶어."

"그건 그렇고 호시노의――"

"――응. 안 돼. 말하지 마. 선생은 끈질기니까. 또 말하면 아저씨가 입 다물게 해버린다?"

아쉽지만 오늘은 제안하지 못할 것 같다. 날을 다시 봐서 도전하자.

"레몬, 역시 거짓말이야."

"하지만 쓰여 있었어."

"어떻게 쓰여 있어도 역시 그렇진 않았으니까――응. 역시 달라."

"그럼 그럴지도 모르겠네."

"아니. 그런 거야."

맛이 존재하지 않는 것의 맛을 표현하는 일.

새콤하지는 않다. 호시노의 진실이야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새콤달콤함을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깜빡이며 그녀의 해와 달이 녹아내린다.

아아. 오늘은 이제 글렀네. 그렇게 깨닫는다. 그리고.

"저기 말이야."

방에 울리는 차가운 목소리. 녹아내린 눈동자가 급속도로 흔들리기 시작하고 표정이 얼어붙는다. 그것은 그녀 눈동자 속의 나도 그러했다.

천천히 눈동자를 움직인다. 나를 비추는 두 개의 그것에서, 목소리의 주인에게.

어두운 밤에도 강하게 빛나는 의지의 빛이 거기에 있었다.

풍기.

강하고, 무거운 두 글자가 조용히 거기에.

"어제는 돌아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담담한 목소리가 여름 햇살과 함께 우리를 꿰뚫는다. 이불로는 당연히 방어할 수 없다. 호시노의 방패 뒤에 숨고 싶었다.

"――오늘 낮까지 푹 자고 있으라고 그렇게 말한 적은 없어."

종막 : 디스트로이어.

그 총구가 조용히 우리를 포착하고 있다.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물론 우리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호시노는 몸으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당신들, 학습능력이 없는 걸까."

나는 생각하고 생각해서 최종적으로 어떻게든 말을 목구멍에서 짜냈다.

"......언제부터?"

"처음부터."

그 "처음"이 무엇을 의미하든,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혀 생각나지 않는 그저께 새벽 일이 조금은 떠올랐다. 철야 후 텐션으로 떠들어대는 나와 호시노, 당번을 위해 방문한 히나는 같은 말을 한 거 같은데......

마주한 호시노도 한동안 눈동자를 감고 생각한 것 같은데, 무슨 결론을 내렸는지 터무니없는 소리를 입에 담았다.

"히나쨩."

"뭘까."

"질투해?"

여기서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총이 탄환을 뿜어내는 일은 없었다. 약간의 동요조차도 없었다.

"딱히. 내가 항상 방에서 하는 일이야."

흐응. 그렇구나. 마치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호시노의 목소리. 어째서인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그거, 엄청 안 좋은 거 아냐?"

"글쎄, 타카나시 호시노."

내 옆에서 체온이 사라진다. 순식간에.

어째서일까.

함께 혼날 줄 알았던 호시노가 히나 옆에 서 있다.

디스트로이어뿐만이 아니다. 호루스의 눈이 나를 향하고 있다.

게다가 호시노 자신은 묘하게 겸연쩍은 듯 내게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이 히어로, 파트너를 팔았어.

"나는 또 아이[학생]에게 속았어!"

"설령 배신당하더라도 그 이유를 생각하며 다가서는 게 선생의 일이지~"

으헤~ 하고 웃는 호시노의 뺨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히나는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담담하고 조용히 내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

"키, 키보토스에서는...... 선생님과, 학생이......"

"그러네."

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을 가리키고, 호시노를 보고, 그리고는 나를 보았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풍기위원회의 장, 풍기를 책임지는 자로서.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

"아, 아비도스 고등학교 학생회장이자 대책위원회장인 타카나시 호시노로서도 게헨나 학원 풍기위원장의 판단에 찬성한다고 할까~"

조용한 선고. 피할 수 없는 심판. 나는 조용히 두 손을 들었다. 심판을 받을 테니 도망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며.

적어도, 적어도 말이다.

"히나[최강]와 호시노[최강]는...... 너무한 거 아닐까. 그건 아니잖아. 응......"

"당신처럼 어른이 되지 못한 자의 말을 듣고 있을 시간은 없어. 나는 바쁘니까."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즉시 심판이 내려진다.

그런 말은 게헨나[아비도스]에서는 인사도 되지 않는다.

"미안해, 선생."

밧줄로 단단히 묶인 나를 보며 호시노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까닥였다. 히나의 지시 아래 나를 묶은 건 그녀다.

히나는 내가 단단히 구속되어 있는 걸 확인하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디스트로이어의 총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은 당신이야, 타카나시 호시노."

"에? 히나쨩?"

"용서할 리가 없잖아. 미안하다고 해봐."

보라색 섬광이 나의 히어로를 날려버리고 푸른 여름 하늘에 꼬리를 물며 날아갔다.

-------------------------------------------

이세의 어부가 아침저녁으로 잠수한다는 전복 같은 짝사랑으로.

(만엽집 2798번/작자 미상)

소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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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07.30번역

소설핫산) jp스포) 호시노와 선생님이 강제로 휴가를 받는 이야기

#타카나시 호시노#선생#소설
좋아요 0댓글 19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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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P
yokitimeira작가
게시물 12개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4.07.30 01:10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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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나
ㅇDC
ㅇㅇ124.07.30
디시콘
ㅇDC
ㅇㅇ224.07.30
디시콘
ㅇDC
ㅇㅇ324.07.30
디시콘
ㅇDC
ㅇㅇ424.07.30

하 ㅅㅂ 존나달다....

ㅇDC
ㅇㅇ524.07.30

너무좋아 너무포근해 호시노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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