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토스.me
홈모음집마이페이지
SUBSCRIBED
EXPLORE
BA블루 아카이브BR봇치 더 록!ZZZ젠레스 존 제로GI원신HSR붕괴: 스타레일모든 채널 보기
문의하기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소라이 사키에게 빠지고 싶다
/블루 아카이브
광고

아카라이브 링크

9378자

#사키

원문 与吉

────────────────────

고요한 수면에 햇빛이 침투하고, 저녁 해는 하얗게 반짝인다. 하늘 저편에는 호를 그리며 춤추는 갈매기의 멀어지는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구름도 바람도 한 점 없이 고요한 바다는 강한 갯내음을 풍기고 있다.

아라바 해안이나 무이가하마 해변과는 다른 D.U.의 바위 해변에는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소녀들은 울퉁불퉁해서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살갗이 찢어질 수도 있는 발밑의 바위를 조심하기보다는 해수욕장의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밟으며 바다로 달려가고 싶어한다. 이런 귀여움도 풍치도 없는 장소를 좋아하고 즐겨찾는 건 어지간한 애호가 뿐. 그 애호가는 나, 그리고 분명 기뻐할 것이라고 믿고서 데려온 학생 하나 뿐이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우리들 단 둘이서 독점하고 있다.

해수면에서 스노클이 튀어나오며 첨벙, 하고 바닷물이 솟아오르고, 뒤이어 작은 머리가 튀어나온다. 수중경을 힘차게 들어올리고 혀를 차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칫, 압력평형이 잘 안돼! 왜 이러는 거야! 그치만... 봐봐 선생님! 지금까지 잡은 것 중 가장 대물이야!"

초조해 보이던 얼굴은 곧바로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뀐다. 비취를 비추는 듯한 푸른 눈동자는 의욕으로 빛나고 평소에 어깨 위에서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젖어 뺨과 목에 찰싹 달라붙어있다. 손에는 커다란 조개를 움켜쥔 채 붕붕 흔들고 있다. 어딘가 들뜬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저절로 뺨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낀다.

"엄청나네. 벌써 20개는 따오지 않았어, 사키?"

"응, 바다 채집은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교본 내용을 확실히 머리에 옮겨담았으니까! 오늘은 소라 축제야!"

참방참방 파도를 박차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나에게까지 얼굴을 내밀고 헤엄쳐 온 소녀는 그대로 암초, 내 옆에 걸터앉는다.

소라이 사키. 폐교 명령이 내려진 SRT 특수학원 소속의 1학년 팀, RABBIT소대의 포인트맨. 다소 실전, 실천에서의 응용을 공부하고 있지만, 매우 근면하고 원리원칙을 준수하고 모범이 되는 행동이 특기인 학생이다. 트레이드 마크인 철모는 오늘은 갈아입을 옷과 함께 벗어두었고, 대신 바다에서 잠수하기 최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타협할 수준의 복장을 갖추고 있다.

매우 유갑스럽게도 수영복은 아니다. 이런 곳에서 그런 복장을 하고 있으면 사키의 깨끗한 피부에 온통 생채기가 날 것이다. 그렇다고 잠수복 같은 만반의 준비를 갖춘 복장도 아니다. 긴 팔 셔츠와 반바지. 전부 낡은 옷. 즉, 착의 수영이다. 피부가 암초에 긁혀 다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방어. 교본을 꼼꼼히 읽고 있던 사키는 몹시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납득해 주었다. 그렇지만 여자아이의 복장을 아마추어의 잠수용 장비로 타협하고 끝내는 것의 의미를 나는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

"어, 뭐야. 뚫어져라 보지 마! 눈빛이 음흉해."

시선을 느낀 사키가 몸을 뒤로 젖힌다. 출렁, 하고 그녀의 조금 흉악하게 큰 가슴이 뒤늦게 흔들린다. 눈을 돌리고 싶어도 강렬한 존재감으로 시선을 끈다. 무엇보다 바닷물 때문에 천이 피부에 달라붙어 신체의 곡선이 드러나는 것이 매우 곤란하다. 평소의 교복 차림도 눈길을 끄는데 이래서야 가히 고혹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들켰는지 사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이 바보야! 어딜 보는거야! 그럴 목적으로 나를 꼬신 건 아니겠지?!"

"아니, 멩세코 아니야! 채집을 좋아하는 사키니까 바다에서 채집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정말 그 이유 뿐이야...!"

사키가 양손으로 가슴을 가린다. 그 때문에 찌그러진 그것이 마구 모양을 바꾸며 유혹한다. 이제는 무리다. 이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어떻게든 이성의 끈을 붙잡는다. 진짜로, 사키가 기뻐했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는데, 이래서는 신뢰성이 없다.

"뭐, 선생님이 어딘가 허당이라는 건 알고 있어. 어쩔 수 없지, 즐겁기도 하고 식량도 구할 수 있으니, 오늘은 믿도록 할게."

"고, 고마워."

"오늘만이니까!"

척, 하고 손가락을 들이대는 사키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또 흔들린다. 신경쓰는 것에 비해 무방비라는 점이 매우 곤란하다.

이 해안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게헨나 미식연구회 부장 하루나로부터 모모톡으로 정보 공유가 있었던 것이다. 샬레에서 멀리 않은 곳에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갯바위가 있어 해산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식욕을 자극받은 나는 린에게 확인을 부탁했고, 그 해역은 배타적 어업권이 없는 곳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매우 기뻐했다.(린에게는 수석 행정관을 이런 쓸데없고 사적인 일로 부린다고 잔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혼자 낚시나 잠수를 하러 갈 예정이었지만, 모처럼 이런 것을 좋아하는 학생을 끌어들여볼까 생각했는데, 떠오른 학생이 사키였다. 늘 더운 공원에서 푹 찌고 있는 그녀를 바다로 초대하면 기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폐기 도시락뿐인 일상에 소소한 사치도 곁들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공원에서 계획을 알려주자, 사키는 매우 마음에 들어하고, 준비라면서 샬레에서 어업과 관련된 교본을 읽어들였다. 그 성과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다에 들어간 지 1분도 안되어 싸구려 물갈퀴로 발차기를 하는 그녀의 튼실한 종아리 근육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은 물갈퀴도 빼고 나도 사용하지 않는 신발을 신고 있다. 몸을 사용하는 일에 대해서는 역시 SRT라고, 금방 바다에 적응해 나보다 훌륭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사키. 잠깐 실례할게."

"응, 뭔데?"

"압력평형... 잘 안되지? 내가 도와줄까?"

"정말로?"

어지간히 귓속이 불쾌했는지 사키는 이쪽으로 몸을 내민 채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키는 조개나 소라를 캐는데 열중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깊이 잠수해서 고막이 수압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생기는 불쾌함이나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압력평형인데 여기에는 요령이 있다. 교본으로 제대로 예습해 오더라도 경험을 쌓지 않으면 잘 되지 않는다. 나는 사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조금 안도했지만, 너무 힘차게 몸을 내밀었기 때문에 또 시선을 처리하기 어렵다. 격하게 움직이면 가슴이 흔들린다는 것을 어떻게든 지적하고 싶지만, 직접 말하면 혼날테니까 어떻게 할 지 고민이었다.

"그럼 실례할게."

"실례라니... 읍?!"

다만 그녀의 얼굴이 가까웠던 것은 요행이었다. 귀여운 코를 엄지와 검지로 부드럽게 집는다. 콧김은 빠져나올 구멍을 잃고 비강이 조금 볼록하게 부푼다. 사키는 잠시 눈을 굴리며 굳어있었지만, 이윽고 정신을 차렸는지

"뭐, 뭐하는 거야 바보야!"

"아파!"

주먹으로 조금 아프게 맞았다.

"갑자기 남의 코를 만지지 마! 상식이란 게 없는 거냐구! 그렇게 화를 냈는데 아직도 힐끔힐끔 가슴도 훔쳐보고! 지옥에나 떨어져!"

"아하하. 그래도... 압력평형은 잘 되지 않았어?"

"응?"

화가 나 있던 사키는 다시 멍한 얼굴을 하더니 뒤늦게 양손으로 가볍게 귀를 톡톡 건드린다. 그리고 손을 자신의 코에 가져다 대곤 눈을 두 번 깜빡인다.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됐어! 안 아파! 어째서?! 선생님, 어떻게 한 거야! 무슨 방법을 쓴거야?! 내가 읽은 교본에는 없었는데!"

"응. 잘됐네잘됐어."

"잘됐어가 아니라! 어떻게 했냐고 물었잖아! 코를 막고 숨을 쉬는... 발살바법? 그건 이미 해봤는데?!"

"또 안되면 도와줄 테니까 말해줘."

"아니! 어떻게 했는지 알려달라니까!"

"코를 누르고, 음, 콧김을 내쉬면 될 걸?"

"그러니까 그건 아까 해봤다니까!"

"아까 그 감촉을 떠올리면 이번엔 잘 될지도 모르겠네."

"흠..."

사키는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손으로 코를 잡았다 떼었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우스꽝스러워서 나는 조소를 짓는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불평하려던 사키가 몸을 내밀자, 내 시선은 크게 흔들린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으로 번쩍 빨려들어간다. 사키도 뒤늦게 자신의 가슴을 보고, 그 다음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색한 침묵이 몇 초간 지속되고 사키는 화낼 타이밍을 완전히 놓친 것 같았다. 오히려 뭔가 이상해졌는지 피식 터지기 시작한다.

"아핫. 너무 많이 보잖아. 진짜 바보같아. 뭐, 이런 게 그렇게 좋아?"

그리고 일부로 보여주듯 두 손으로 가슴을 위아래로 가볍게 주무른다. 마치 도발하는 것처럼. 나는 10초정도 멍하니 그 외설적인 움직임을 계속 바라보았고, 그리고 그 얼빠진 모습을 사키가 투명한 눈동자로 가만히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내 얼굴이 붉어질 차례였다. 아마 화난 사키보다 더했을 것이다.

"뭐, 뭐해, 사키...!"

"아. 정신이 들었구나. 선생님, 가끔 야한건지 천연인건지 모를 때가 있단 말이지. 아니 야한거겠지만. 37mm 삽 박격포 때도 그랬고."

부드럽게 한 손으로 원을 그리듯 가슴을 움켜쥐면서 다른 한 손을 위아래로 스윽스윽 움직인다. 심히 음란한 움직임인데 정작 본인이 싱글벙글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다는 점이 더 곤란하다. 어쨌든 일단 그만두게 하고싶어서, 나는 폭발하기 직전의 머리를 어떻게든 굴려보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머리는 알 수 없는 행복감에 둘러쌓여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학생들을 이끄는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이래도 되는거야?"

"SRT 엘리트의 정의도 지금 당장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어, 사키."

또 서로의 시선이 엇갈리고... 문득 사키의 눈동자가 상냥하게 풀린다.

"어쨋든, 뭐. 잠깐 보는 정도로는 화내지 않을게... 오늘은 즐거우니까! 그럼, 다시 잠수하러 갈게."

사키는 조금 전까지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던 손으로 내 가슴을 부드럽게 누르더니 다시 힘차게 바다로 달려간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던 것을 손으로 알아채지 못했으면 좋겠는데, 라는 생각으로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게 한숨을 내쉰다. 얄미울 정도로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하늘이었다.

휴식을 마친 나도 사키를 따라 바다로 뛰어든다. 바람없이 고요하던 해상과 달리 바닷속에서는 물소리가 끊임없이 부드럽게 귀를 울린다. 수중은 살벌하게 맑아 수심은 5m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먼 바다 밑까지 내다볼 수 있었다. 아비도스 학생들과 방문했던 휴양지와 달리 이곳은 사람들의 유희를 위한 목적이 아닌 방치된 해역이다. 그래서 바닷속을 누비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떼같은 광경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신비로운 풍경을 나는 거리를 조금 둔 채 바라보고 있었다.

여유로운 자세로 사키가 물 밑으로 잠수해 잠시 탐색하고는 해상으로 돌아간다. 계속 반복. 나도 산발적으로 잠수해 채집하면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햇살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바닷속에 사키는 유유히 가라앉는다. 손발을 우아하게 조종하고, 정석처럼 부드럽게, 마치 인어같다, 라고 조금 부끄러운 생각을 하기에는 투박한 수중경이 조금 방해였지만, 그것 또한 사키다우면서도, 그렇지만 귀여운 얼굴을 보여줬으면 하는, 갈등으로 고민한다. 한 번은 사키가 뭔가 노렸는지 바다 깊은 곳까지 날카롭게 파고들 때가 있었다. 그 기세에 반바지 안에 집어넣었던 그녀의 셔츠자락이 그녀의 목덜미까지 올라왔다. 늘씬한 복근도, 관능적인 허리도, 모든 통제에서 벗어나 부드럽게 흔들리는 가슴도, 모든 것이 바닷속을 비추는 햇빛에 싸여 두말할 것 없이 아름다웠다. 표정은 모르지만, 아마 사키는 나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영원같은 바닷 속 침묵 속에서 나는 그녀의 벗은 몸을 무시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면 화내지 않겠다, 그렇게 말했던 소녀는 입에서 스노클을 떼고 과장해서 입을 두 번 움직인다. '바', '보'. 입모양을 전한 그녀의 입가는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고 흐트러진 복장을 척척 정리한 뒤 사키는 다시 채집하러 갔다. 선언한 대로 잠시 휴식을 취할 때 그녀는 그때의 일을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따끔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장난치듯 내 새끼손가락과 얽혀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결국 해가 지고 바다와 하늘이 황금으로 물들 때까지 나는 그 학생에게 계속 시선을 거둘 수 없었고, 마치 바닷속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 헤맨 기분이었다.

소라. 소라. 소라와 소라와 소라. 샬레로 돌아온 우리는 그물에서 통으로 오늘 잠수의 성과를 옮기면서 지나쳤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라만으로 몇 끼는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남획해버렸다. 만약 팔아버린다면 어느정도 수입이 될 정도다. 물론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전부 먹어버리자, 라고 하루종일 바다에서 헤엄치며 지친 몸이 식사를 요구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것은 사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내 뒤를 어슬렁어슬렁 쫓아오면서, 가끔 참을 수 없다는 듯 총총거리며 몇 번이고 전리품을 들여다본다. 목욕을 마친 사키의 머리는 아직 덜 말랐는지 머리 끝이 곱슬곱슬하다.

"오늘 먹을 거 몇개는 조개구이로 하고, 나머지는... 그래, 도시락의 흰쌀밥이랑도 잘 어울릴 조림으로 할까? 맛이 진하고 씹히는 맛이 있으니 밥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

"자꾸 말하지 마! 배고프니까!"

사키는 깡충깡충 뛰며 툴툴대더니 통을 낚아챈다.

"그럼 구분하자. 이것만 조개구이로 하고, 나머지는 조림, 몇 개는 회로 먹지 않을래? 조금만."

"응, 좋아... 못 참겠어. 나도 엄청 배고픈 것 같아."

큰 소라 몇 개를 내게 건네고 나머지 소라는 전부 조림으로 결정한 듯 보인다. 레시피를 확인하고 착착 조리를 시작한다. 전부 간소하게 만들어 집밥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를만큼 단순하다. 이런 걸 요리라고 부르면 후우카에게 실례일까? 심성 착한 그 아이는 이것 또한 요리입니다, 라고 해줄지도 모른다.

두릅튀김을 만들때도 느꼈지만 사키는 손기술이 좋다. 산더미처럼 쌓인 소라를 순식간에 다듬어 몸통 이외의 부분을 꼼꼼하게 걷어내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별미로 즐기는 희소부위도 가차없이 버렸지만 우리는 지고한 미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신경쓰진 않는다. 하루나나 아카리가 여기 있었다면 최악의 경우 총격전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직접 요리는 얼마만일까? 항상 빵으로 식사를 대충 때운다는 것을 슬슬 누군가에게 들켜 혼날 때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 결과물을 샬레에서 어필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만든 조림이 습격당할 것 같아서 참는다. 어디까지나 그것들은 RABBIT소대 모두의 몫이니까.

오늘의 식사는 소라만 가득한 밥상이 될 줄 알았지만, 쌀과 된장국, 이웃에게 받은 건어물과 엔젤24에서 산 해초샐러드를 곁들였더니 검소하지만 그럴듯한 모양으로 차려졌다. 조리가 진행될수록 좋은 냄새가 주위를 채우고, 복통마저 느껴질 정도로 공복은 몸을 괴롭히는 와중 우리는 필사적으로 마지막으로 오븐에 넣은 조개구이의 냄새에 괴로워하며 상차림을 마쳤다.

"잘 먹겠습니다!"

"음, 잘 먹겠습니다."

사키는 공원에서 도시락 쟁탈전으로 기른듯한 엄청난 움직임으로 제일 커다란 소라에 젓가락을 뻗는다. 나에겐, 그렇다,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캔맥주의 뚜껑을 밀어넣어 뻥 하는 소리를 일부러 울린다. 나도 모르게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고 만다. 이것이 기대되어 참을 수 없었다.

"술? 취하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게 뭐가 좋은거야?"

"응. 오늘은 참을 수가 없어서. 이만큼 술에 어울리는 게 있으면 마셔야지."

생선장과 술과 갯내음이 강하게 풍기는 오븐소라구이를 한 입에 입으로 가져온다. 사키도 타이밍을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 입으로 가져간다.

"음~!"

사키가 귀여운 감탄사를 낸다. 뜨겁다. 그리고 씹을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진한 육즙. 생선장과 술, 미림의 맛이 같이 어우러져 쫄깃한 식감을 맛보는 동시에 행복감에 휩싸인다. 제대로 첫 입을 맛보고, 투명한 황금빛의 시원한 맥주를 목구멍에 흘려보낸다. 모든 것을 맛본 뒤 여운에 잠겨 호 하고 뜨거운 한숨을 내쉰다. 뜨거운 소라 때문인지 눈동자가 눈물로 글썽거리는 사키와 눈이 마주친다.

"맛있네."

사키는 휙휙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젓가락질을 한다. 목욕을 마친 여학생이 덥석 요리를 집어먹고 볼을 빵빵하게 채운 모습은 보기만해도 마음을 채우는 성분을 뿜어내는 것 같다. 대표적 산나물인 두릅을 같이 먹었을 때도 생각했지만 이렇게 손이 닿기 어려운 식재료를 잔뜩 요리해 먹는 것은 미식연구회도 부러워할 만한 사치가 아닐까. 하루나는 미식을 구성하는 요소로 누구랑 먹는지도 중요시하는데 나에게는 사키가 그 누구에 속하는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음. 산나물이랑 버섯처럼 부담없이 채집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엄청난 별미네... 딱히 해이해진 건 아니야?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모두의 원기를 위해 노력해서 쟁취한 거니까! 선생님도 열심히 하긴 했지만."

"응. 오늘 사키는 엄청 열심히 했어. RABBIT소대도 분명 기뻐할 거야."

정신을 차리면 이미 맥주 한 캔을 다 비우고 있었다. 다음 캔을 가져와 단숨에 꿀꺽꿀꺽 마신다. 보글보글 끓는 국물이 유혹적이었던 조개구이는 순식간에 동났고, 우리는 다음으로 회에 손을 뻗는다. 아주 조금만 만들어둔 것이지만, 소리가 날 정도로 딱딱한 식감은 참을 수 없다. 고추냉이를 너무 많이 바른 사키가 몸부림쳤지만, 그것마저 포함한 모든 것이 미식이었다.

"응! 역시 회도 준비하는 게 정답이었어!"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어. 우물우물."

또 한 캔. 이웃이 준 건어물도 따끈하고 살이 통통해 매우 맛있다. 틈틈이 먹는 차조기 드레싱을 곁들인 해초 샐러드도 입안을 상쾌하게 해준다.

그리고 조림은 RABBIT소대 모두를 위해 보존이 용이한 형태로 만든 것으로 시간이 흘러 차가워져도 맛있다. 그렇지만 우리 둘은 갓 만든 것을 맛볼 권리를 갖고 있다. 사탕빛으로 윤기나는 조금 쪼그라든 소라를 사키가 한 입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곧바로 쌀밥도 한 숟갈 떠먹는다. 작은 입이 우물우물 움직이고, 그 행동을 반복하고 반복해서,

"한 그릇 더!"

밥그릇을 기운넘치게 내민다. 내가 넉넉하게 밥을 담아주자 사키는 다시 엄청난 기세로 오늘의 성과를 뱃속에 쌓아간다. 나도 밥을 조금 추가하지만, 맥주를 밥 이상으로 많이 마셔 배불렀다.

"이건... 조금 짜네. 밥에 손이 많이 가."

"도시락 양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어. 그때는 다같이 밥을 지어먹자."

"그,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꺾을 셈이지! 넘어가지 않으니까!"

"기왕이면 갓 지은 밥이랑 먹어야 맛있잖아."

"뭐, 그건 그렇지만."

"밥은 이번에 사키가 열심히 해준 답례로 해줄게. 모처럼 사키가 열심히 잡은건데 맛있게 먹는 게 좋잖아."

"...검토해볼게."

온순한 얼굴을 하고있던 사키였지만 잠시 후 다시 기분을 전환해 평소보다도 많이 먹었다. 역시 폐기도시락으로는 한창 청춘인 이 학생들의 식욕을 감당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투쟁의 의지가 있다면 선생으로서 응원해주고 싶으니 어쩔 수 없다. 가능한 여러 방면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다른 아이들을 위해 남겨둔 것을 제외한 오늘의 요리를 전부 해치운 상태였다. 나도, 사키도, 배불리 먹어 후후, 하는 만족의 숨이 새어나온다. 뒷정리는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고지식한 사키의 주도로 후딱 정리했다. 요리의 증거가 쓰레기로 남아있어 이른 아침에 눈치빠른 학생이 샬레에 온다면 들킬 수도 있지만, 그 때는 그 때다.

둘이서 설거지까지 마치고 모든 것을 정리하자 완전히 밤이 깊어졌고, 오늘 하루가 끝났음을 느낀다.

"그러면 사키, 공원까지 바래다 줄..."

한 발을 내딛으려다 휘청거린다.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했지만 둥실둥실한 기분 그대로 비틀거린다. 사키가 한숨을 내쉬며 넘어질 것 같은 나에게 몸을 살짝 기대어준다.

"과음했잖아, 바보. 어른인데 주량도 모르는거야?"

어깨를 빌려준 소녀에게 몸을 맡긴 채 되는대로 걷는다.

"아... 캔을 너무 비웠나. 확실히 기분이 너무 좋아서. 조금 많이 마셨을지도."

"참나. 이런 모습을 누가 보면 얕보일거야. 선생님이면 선생답게 모범이 되어야지!"

쿵, 하고 등을 떠밀려 소파에 쓰러진다. 누웠더니 너무 기분이 좋다. 피로와 졸음이 온몸을 솔솔 감싸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영원히 움직이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게 한다. 소녀는 난처한듯이 그 모습을 내려보다가,

"그러면 나는 돌아갈게. 선생님도 술이 깨면 제대로 침대에..."

"...아"

완전히 방심했다. 작별을 고하던 그녀에게서 이상한 소리가 새어나온다. 자신이 그녀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올려다본 사키의 눈동자는 동그랗게 떠지고 입은 작게 반쯤 벌려서 아마 놀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침묵 속에서 그녀는 서서히 표정을 바꾼다. 부드럽고 가는 눈동자, 편안한 미소를 지은 입가. 쑥스러우면서도 곤란한 듯한 그 얼굴을 보고, 바다에서 햇빛에 비춰 나에게 벗은 몸을 드러냈을 때 수중경을 끼고 있던 그녀의 표정도 지금과 같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 나도 피곤하다. 좀 쉴까."

부자연스러운 국어책 읽기. 소파에 억지로 사키가 쓰러진다. 아무리 숙면용으로 쓸 수 있는 커다란 소파라도 거의 얽힐듯이 밀착한 상태가 된다. 사실 그것은 거의 내 탓이기도 하다. 편 상태였던 팔로 사키의 가녀린 몸을 꼭 껴안는다. 목욕 후 비누향이 섞인 교복에서 희미하게 나는 항상 노력하는 그녀의 체취가 향기로워 굉장히 안심이 된다.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이젠 확신으로 바뀐다. 나는 사키의 냄새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 바보. 거기까지 허락하진 않았어."

지근거리에서 시선을 교환한다. 몰아세우는 듯한 말투와 달리, 목소리는 이미 어리광을 품은 채 녹아들었고, 그녀도 한 손을 내 등에 둘러 몸을 바짝 기댄 상태다. 남은 손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만지작거리고, 귀를 간지럽히고, 뺨을 쓰다듬는다. 저항은 없다. 그 대신 사키도 반대쪽의 작은 손을 내 뺨에 얹고 엄지손가락으로 눈 밑을 몇 번 정도 쓰다듬고 있다. 서로의 숨소리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양치질을 마친 깨끗하고 달콤한 입냄새가 사고를 정지시킨다.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키의 하늘색 눈동자는 뺨을 쓰다듬을 때마다 행복하게 가늘어진다.

"사키."

쇠붙이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여유없이 강하게 그녀를 찾는 목소리가 난다. 뺨을 쓰다듬던 내 손바닥이 조금 움직여 부드럽게 숨을 내쉬는 그녀의 윗입술을 살짝 집는다. 팔 안에서 사키의 몸이 한두번 움찔거린다. 그것이 몹시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점점 더 강하게 그녀를 껴안는다. 그녀가 눈을 감으면 눈물이 흘러내리고, 이번에는 아랫입술을 천천히 집어올린다. 마치 입술을 침략하는듯한 손가락의 움직임에, 츄, 하고 부리로 쪼는 듯한 소리가 울린다. 자신을 정복하는 그 손가락 끝에, 츄, 츄, 하고 잔잔한 소리를 내며 사키는 자신의 감정을 전한다.

사키의 손끝 또한 나를 따라하듯 입술을 어루만지고 공기청정기 소리만 조용히 울리는 실내에서, 우리는 분명 서로의 소중한 부분을 찾고 있었다. 처음엔 조금 말라있었지만 이제는 촉촉해진 입술을 문지를 때마다 침이 엉기는 것이 행복하다. 이윽고 홀린듯이 서로의 손가락을 떼고, 사키는 내 침으로 젖은 손가락으로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쓰다듬어간다. 삐걱삐걱, 그녀의 몸이 조금씩 떨린다. 껴안고 있으니 숨기기는 커녕 그녀는 그것을 오히려 알리고 싶은 듯 떨릴 때마다 껴안는 힘이 강해진다. 나는 지금 금기를 범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경고는 취기의 편안함과 눈앞의 소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감정으로 멀어지고, 나는 사키의 눈동자가 요구하는 대로 그녀의 침으로 흥건해진 손가락 끝을 내 입술에 닿게 한다.

서로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코끝이 맞닿는다. 어느 한 쪽이 조금만 턱을 들면 바로 그것이 되어버리는 거리. 그것만은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허리 근처에서 달콤하고 불편한 감각을 느낀다. 거의 동시에 사키의 다리가 내 다리에 엉켜 서로의 허리도 달라붙는다. 사키는 순간 벗어나려는 듯 몸을 튕겼지만 킥킥 웃음을 터트리더니 오히려 강하게 요구하듯 내게 허리를 밀어붙였다.

"변태."

무성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 작은 입술의 움직임조차 닿을듯한 거리에서, 서로의 온기에 녹아 맞닿는 피부는 기분이 좋고, 그래서 갈라놓는 옷은 몹시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사키..."

"응."

부스스. 다시 그녀의 머리에 손을 대고 어루만진다. 하아, 하고 안심한 듯한 소녀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다음 번에, 사키가 나를 밀어내지 않는다면... 그 때 사키를 받아갈게."

나는 가까스로 내 마음에 제동을 걸었다. 사키는 브레이크에 살짝 손가락을 걸더니,

"그때도, 술. 또 술마셨으면 좋겠어. 술 냄새... 굉장히 두근거려."

무방비하게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취한듯이 그녀는 다음에도 서로 요구할 것을 선언하고 슬며시 얼굴을 한 차례 뗀다.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댄다.

"나도, 나도 그때는, 잔뜩, 있는 힘껏, 변태 선생님을 위해서, 땀을 흘릴게."

"..."

"다음에도, 이렇게, 귀여워해줘, 부탁해."

츄, 하고 마지막으로 귀에 입술을 떨어트린다. 나도 한 번 더 사키를 세게 안아준다.

"이제 취기도 가신 것 같아."

"응, 그러면, 음, 돌아갈까."

말과는 다르게 사키도 꾸욱, 어리광을 부리듯 달라붙어온다. 쓸쓸해보이는 눈동자가 점점, 조금씩 온기에 녹아든다.

"...역시, 조금만 더, 늦게 들어간다고, 연락해둘게."

응석부리는 토끼처럼 볼을 비벼온다. 그 달콤한 감촉을 느끼며 나는 비로소 확신한다. 가까운 미래에, 더는 도망칠 수 없게 된다, 분명히.

나는, 소라이 사키와 키스했다.

광고
BA블루 아카이브·23.02.08번역

[소설핫산] 소라이 사키에게 빠지고 싶다

#소라이 사키#소설
좋아요 0댓글 23저장 0
광고
Y
yokitimeira작가
게시물 12개
ㅇDC
ㅇㅇ(소설핫산)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아카라이브pixiv
게시일2023.02.08 02:12
조회0
광고

댓글 23

나
ㅇDC
ㅇㅇ123.02.08

사키의 가슴... 좋지요...

ㅇDC
ㅇㅇ123.02.08

아 발기했다

ㅇDC
ㅇㅇ223.02.08

와

ㅇDC
ㅇㅇ323.02.08
디시콘
ㅇDC
ㅇㅇ423.02.08
디시콘
광고

yokitimeira님의 다른 게시물

전체 보기 ›
TEXT
번역
소설 핫산) 아츠코와 별 헤는 밤
Yyokitimeira07
TEXT
번역
소설 핫산) 미소노 미카에게 타락하다
Yyokitimeira04
TEXT
번역
소설 핫산) 텐도 케이의 완벽한 밤
Yyokitimeira04
TEXT
번역
소설핫산) jp스포) 호시노와 선생님이 강제로 휴가를 받는 이야기
Yyokitimeira019
TEXT
번역
[소설핫산] 츠키유키 미야코와 미명의 하늘
Yyokitimeira014
TEXT
번역
[소설핫산]오스트라네니, 혹은 츠키유키 미야코의 정의에 다가가는 연애감정
Yyokitimeira018
TEXT
번역
[소설핫산] 유리조노 세이아를 꾀다
Yyokitimeira015
TEXT
번역
[소설핫산] 쿄야마 카즈사와 고원에서
Yyokitimeira013

비슷한 태그의 게시물

번역
사키...같이 식사하지 않을래...?
Rramune_himiya540
번역
사키의 손질 작업
ㅇㅇㅇ129
TEXT
번역
소설핫산) 선생님 「개인물건을 바자회에서 팔아볼까.」
774097458028
번역
스포) 소설핫산) 「미소노 미카가 최고의 여자인 이유 10선?」
Bblac1203039
TEXT
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1
슈슈퍼물라매075
창작
2
사키 생일 축하해주는 아리스케이.manhwa
페페이타142
번역
3
날먹번역) 사키 "이번만이니까"
Ppasta_pas_ta125
창작
데이트한다고 좀 꾸민 사키 그림
아아사링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