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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쿄야마 카즈사와 고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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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2자

#카즈사

원문 与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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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꽃잎이 몇 잎 휘날리고 짙은 풀 내음과 섞여 조금 달콤한 꿀향기가 감돈다. 하늘은 손에 닿을 듯 가깝지만 꽃잎은 바람을 타고 어디까지나 높게 날아가더니 이내 푸른 하늘로 빨려들어간다.

- 고원 - 고원에 바람이 분다. 퍼트린 듯한 키작은 잔디를 쓰다듬듯 힘차게 부는 그것은, 늦여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만큼 시원하고 걸칠 것을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평소보다 하늘에 가까워서 그런지 구름도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 푸른빛이 비칠 정도로 엷게 뻗은 구름이 떠내려가는 모습은 질리지 않는 눈요깃거리다. 전세낸 수준이던 버스는 사람 하나 없이 소리를 내며 달려갔다. 외딴 곳에 있는 정류장답게 시간표가 붙은 간판 옆에는 썩은 지붕이 달린 대기실이 개방되어있다. 기다란 의자에는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검고 작은 털뭉치가 뒹굴고 있었는데, 우리의 방문으로 낮잠에서 깨어났는지 크게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켠 뒤 우아하게 뛰어내려 내 옆 소녀의 정강이에 머리를 비비더니 귀찮은 듯 야옹하고 한 번 울고 걸어갔다. 소녀는 고양이가 사라질 때까지 어딘가 걱정되는 듯 지켜보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변명이라도 하듯 중얼거린다.

"고양이 별로 안 좋아해."

모난 말투에 비해 표정은 험악하지 않고 오히려 상쾌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는 파카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루벨라이트(레드 투르말린)보다 더 투명하고 더 반짝이는 두 눈은 눈앞의 풍경과 어우러져 빛을 더해, 내 시야에 펼쳐진 절경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다.

쿄야마 카즈사. 나에게도 있어 특히 인연이 깊은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1학년생. 매우 유쾌한 아이들이 모인 방과후 디저트부 소속으로, 분명 이 동아리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깊이 사랑하고 있는 학생이다. 그녀의 본래 성격은 매우 느긋하고 온화하여, 나와 단둘이 있을 때의 그녀는 그런 부분을 특히 강하게 느끼게 하지만 그런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는 친구들 덕분에 표정을 휙휙 바꾸는 모습 또한 사랑스러운 일면으로서 자주 보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한쪽 귀는 쫑긋 세우고 다른 한쪽 귀는 납작 붙인 채였고, 양쪽 귀 모두 조금 강하게 부는 바람에 쫑긋쫑긋 작게 흔들리고 있다.

"응. 고양이도 반겨주고, 오늘은 분명 최고의 날이 될 거야!"

"그러니까 고양이 안 좋아한다니까. 제대로 기억해줘. 뭐, 선생님이 기분좋으면 나도 좋지만."

오늘 그녀와 둘이서 고원에 내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발단은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성적이 별로 좋지는 않지만 필사적으로 따라잡으려고 애쓰는 카즈사가 나를 의지해 모모톡으로 연락한 것이 시초이다. 운나쁘게도 우리가 거점으로 삼은 가게는 같은 생각을 가진 학생들도 가득 차 떠드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노력파인 카즈사는 그래도 불평 하나 하지않고 참고서를 붙들고 있었지만 종반에는 정신적으로 한계였는지 보기만 해도 너덜너덜한 상태인 게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시험 결과가 좋으면 둘이서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이나 가볼까, 하고 말했던 결과가 이것이다. 수다 소리도 총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파도 소리와도 같은 바람이 풀을 흔드는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카즈사는 터벅터벅, 길이 아닌 낮은 풀숲으로 들어가 빙글빙글 주위를 돌아본다. 그리고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가벼운 발놀림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몸놀림이 가벼운 것도 그녀의 특징 중 하나이다.

"저기 선생님. 이런 데는 어떻게 아는거야? 어른의 정보망? 그 녀석들한테 대자연이라면서 끌려가는 곳은 대개는 터무니없는 비경 뿐인데."

"그건 그것대로 로망이네."

"아니, 로망 그런 게 아니라니까. 나츠같은 소리 하지 마. 선생님은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같은 로망이라도 대모험 따위보단 이쪽이 훨씬 좋아, 하고 카즈사는 두 팔을 벌리고 기분좋은 듯 숨을 내쉰다. 뭐라해도 분명 방과후 디저트부는 그녀를 끌고 다닐 것이라 생각한다. 나츠에게 휘말리고, 요시미에게 휘둘리고, 아이리에게 위로받고, 분주하면서도 즐거운 멋진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카즈사에게도 때로는 휴식이 필요하다. 완전히 힘을 빼고 안심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비일상적이고 근사한 장소가 필요하다. 행복하게도 키보토스는 그것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들로 가득 차 있다.

"과자나 먹으면서 느긋하게 있다가 해가 지기 전 돌아가 방에서 빈둥거리자. 오늘을 그런 사치스러운 날로 하자고."

"응, 기대하고 있었어. 근데 선생님은 진짜 괜찮아? 일, 옆에서 해도 괜찮은데?"

"오늘은 카즈사랑 즐겁게 보내는 날로 정했으니까. 그런 하찮은 것 따윈 안 할거야."

"...몇 번이나 말했지만 일단 한 번 더 말할게. 그런 소리를 하다가 무슨 일이 생겨도 다 자업자득이야."

조금 질려하는 카즈사를 힐끗 보고 돗자리를 편다. 풀 위에 직접 앉거나 눕는 것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오늘은 소풍바구니를 깔아야 한다. 개인 취향으로 준비한 라탄바구니를 자리 위에 놓는다. 이런 형태는 오히려 아이리와 잘 어울리고 카즈사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것은 밀레니엄제의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으음. 마음에 들어."

카즈사는 귀를 쫑긋거리며 생각보다도 기뻐하는 눈치였다. 신발을 벗고 돗자리 위로 올라온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상자를 내려다본다. 만났을 때부터 계속 이 소풍바구니를 계속 보며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긴 했지만, 어쩌면 이런 '평범한' 피크닉의 상황이 오히려 그녀에게는 기쁜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을 위해 산 것인데 정답이었던 것 같다. 유우카에게 할 변명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카즈사, 열어도 괜찮지?"

"에, 뭔가 좀 아쉽지 않아?"

손을 뻗다 카즈사의 말을 듣고 멈춘다. 방과후 디저트부 소속의 그녀에게 있어, 지금 이 장소보다도 눈앞의 상자가 주역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김새게 여는 것은 조금 부주의했을까. 그렇지만 재치있는 말은 준비되어있지 않다.

"...모처럼이니까, 그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네."

뇌에게 무언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라고 명령하며 시간끌기용 말을 내뱉는다. 카즈사는 그것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윽고 작게 중얼거린다.

"거짓말이야. 열여줘."

무릎을 툭툭 건드리며 재촉한다. 안심하는 마음이 반, 모처럼 더 잘해서 카즈사의 눈을 더 반짝반짝하게 만들고 싶었던 아쉬운 마음이 반이다. 그래도 이번엔 그녀의 구원을 받은 셈이다. 카즈사는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다리를 움직여 나와 같은 자세로 돗자리에 앉는다. 기분좋게 튀어오르는 귀가 사랑스럽다. 나는 그녀의 재촉대로 더 시간끌지 않고 덮개를 연다.

"아아, 보냉팩이네."

"일단은 아직 여름이니까. 그리고..."

보냉팩의 입구를 연다. 카즈사와 나는 조용히 그 내용물을 내려다본다. 쿠키와 마카롱, 작은 타르트와 케이크, 조금 큰 것으로는 과일샌드 등, 둘이서 먹기에는 조금 많은 양이 깔려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물병을 꺼낸다.

"그다지 고급스러운 예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홍차도 준비해 왔어."

카즈사는 피식 웃으며, 이번에는 농담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어조로 물어온다.

"헤에. 나 트리니티야. 홍차에는 엄격하다고?"

"그렇구나. 일단은 나기사와 미카와 세이아, 그리고 하스미가 가르쳐준 대로 준비했는데."

"뭐... 뭐?!"

다행히 반격할 준비는 해두었기에, 이제 카즈사가 당황할 차례다.

"뭐, 뭐한거야?! 이런 하찮은 일로 티파티 학생회장 전원이랑 정의실현부 부부장을?!"

"하찮은 일은 아니야. 소중한 상대와 특별한 장소에서 차와 과자를 즐긴다. 그건 아주 중요한 거라고 하더라. 왜냐하면 너는 트리니티, '티파티'를 학생회로 하는 학원의 학생이잖아."

제 1차 공판 이래, 트리니티 종합학원이 아무리 많은 그림자를 만들어왔다 해도 그 이념은 변치 않는다. 다과회라도 열면서 사이좋게 지내자고 한 미카처럼, 우리도 그것을 소중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에에... 으음... 그런건가?"

"그런거야. 다음에 나기사라던지 만나면 고맙다고 전하면 분명 기뻐해 줄거야."

"인연이 없다니까. 얼마나 높으신 분들인지 선생님은 전혀 모르지."

뭐 그렇다면 차에는 불평할 수 없겠네, 하고 카즈사는 미소짓는다. 상대가 모두 3학년이니 역시 1학년인 그녀로서는 위축되어 버리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들 분명 좋은 선배로서 카즈사를 마주해 줄테니 꼭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차는 '훌륭하다'고 해두고, 과자는..."

"시내에서 사왔어."

흐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던 카즈사의 눈이 동그랗게 뜨인다.

"우와, 이거 르와조 블레잖아!"

"응? 알고있어?"

"알고말고 여기 터무니없이 비싼 데잖아?!"

"나는 어른의 카드가 있으니까."

"어, 어른 대단해... 이런 거 아르바이트라도 안하면 꿈도 못꾸는 거야."

전에 카즈사와 잠깐 얘기했을 때, 그 근처의 값싼 것들로는 카즈사의 혀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 같아서 조금 분발했지만, 이렇게까지 흥분해 주면 기쁘다.

"아르바이트라고 하니까, 게헨나 쪽 사람이 일한다고 했지?"

"아... 응, 궁금해?"

르와조 블레에서 일하는 준코의 함박웃음이 떠오른다. 미식을 사랑하는 조금 과격한, 방과후 디저트부와 가까운 듯 먼 듯 한 그런 학생.

에덴 조약. 트리니티와 게헨나가 앞으로는 사이좋게 지내자는 합의. 파담했다는 소식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궁금해... 어? 왜? 무, 무슨 일 있었어?"

어리둥절한 카즈사의 표정에 구원받았다는 생각이 들고,

─ 후후, 그 때의 사례로 선생님과 트리니티의 일은 저희가 책임지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심야에 게헨나에서 만난 미식연구부 부장의 우아한 미소가 뒤늦게 떠올랐다.

"걔 말이지. 에덴조약 전 살얼음판같던 시기에 골드마구로가 먹고싶다고 친구들이랑 함께 트리니티까지 훔치러 왔다가 붙잡힌 적이 있거든. 꽤 하지?"

"엄청 위험하잖아?! 에에... 혹시 우리들은 선생님이 아는 애들 중 얌전한 편인거야?"

"우리라는 건 방과후 디저트부? 음, 꽤 그렇지."

"...그렇구나."

지그시 고개를 끄덕이는 카즈사. 그녀를 휘두르는 방과후 디저트부 아이들은 키보토스의 기준으로 보면 평범한 아이들이다. 키보토스의 기준으로.

"세계는 넓구나."

카즈사가 매우 진지하게 말하니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거기서 웃어버리는 것은 어른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꾹 참는다.

"그 세계는 마음만 먹으면 자전거로도 달릴 수 있는 것 같아. 키보토스 종단 4000km. 정확히는 종단이 아니라 공공도로를 따라 여기저기 다니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하려면 할 수 있고 해낸 애가 있어."

"...진짜로, 세계는 넓구나."

카즈사는 그렇게 말하곤 마카롱을 하나 집어들고 하늘을 향했다. 뜯어진 풀이 팔랑팔랑 바람에 날린다. 그러고보니 카즈사는 민트색 마카롱을 자주 먹는다. 민트하면 역시 한 소녀가 생각나고...

"그런 대단한 일만 하는 애들이 주변에 있으면 말이야. 선생님은 우리같은 작은 일로 일희일비하는 학생들이랑 있으면 지루하지 않아?"

가벼운 말. 하지만 무거운 의미를 동반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 수 있다. 다만 아무리 무거워도 나에겐 전혀 어려운 질문이 아니다.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다.

"즐거워. 아주 많이. 그리고 그건 나 뿐만이 아니야. 카즈사는 어려워하고 있지만, 티파티의... 음, 누구라고는 말 안하겠지만 다과회가 끝난 후에도 나에게 모모톡으로 훈수를 할 정도로 이번 피크닉을 흥미진진해했어. 이렇게 조금 멀리 나와 예쁜 경치를 보면서 차를 마시고 과자를 먹고 즐겁게 지낸다. 그런 방과후 디저트부같은 하루는, 카즈사, 트리니티 학생회장조차 빠져들만한 매력을 갖고 있어."

"..."

카즈사는 잠자코 내 말을 듣고 있었지만, 이윽고 소매로 입가를 가리고 고개를 숙이고 만다. 와구, 하고 마카롱을 입에 머금고 볼을 부풀려 우물우물하고 힘차게 삼킨다.

"뭐, 나도 이런 일상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걔들하고 같이 다니는거야. 딱히 선생님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있어."

약간 수줍은 듯이 뺨을 물들이고,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해서 기뻐. 그치만 말투. 나중에 부끄러워져도 모르니까."

"아니, 그럴리는 없어. 차를 따를까? 모처럼 멋진 것들이 다 갖춰져 있으니까, 이제 맛있는 것들을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어른의 여유? 왠지 짜증나."

카즈사는 입가를 가리고 있던 소매를 살짝 치운다. 느슨하게 풀린 그 표정에는 쿠리무라 아이리와는 다른 카즈사만의 색이 있었지만, 그래도 틀림없이 그 표정은 매우 귀엽고,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였다.

과자를 먹는 동안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카즈사가 가장 강하게 반응한 것은 어떤 과자도 아니고 (방과후 디저트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홍차였다. 찬물로 우려낸 그것을 그녀는 내가 뜨거운 것을 먹지 못하는 것을 기억했다는 것에 대해 포인트를 줬다. 어디에 쓰는 포인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는 어른의 카드에 부여되는 신용 포인트보다 훨씬 중요하게 느껴졌다. 과자에 대해서도 어느 것이든 맛있게 먹어주었지만, 나는 르와조 블레의 진수를 준비하지는 않았다. 그 양과자점에서 추천하는 물건이라고 하면, 틀림없이 몽블랑.

─ 부드럽고 촉촉한 밤 페이스트의 진한 맛과 바삭바삭한 머랭의 조합은 그야말로 일류의 맛이라는 느낌!

넋을 놓고 꿈꾸는 듯한 말투로 내뱉은 그 말을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카즈사는 가능하면 다른 기회에 그것을 맛보기를 원했다. 예를 들면,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게헨나의 미식 소녀의 접객을 받고 조금 무리해서 사기를 바랐다. 그 기회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루어지는 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조금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한 디저트는 천천히, 하지만 거의 일정한 페이스로 우리의 위 속에 담겨져 갔다. 아무리 먹어도 속이 쓰리기는 커녕 다음 것에 손을 뻗고 싶어지는 것은 역시 맛집의 매력일까. 마지막에는 어른인 내가 양을 조절해서 카즈사의 선물로 할까 생각했지만, 나보다도 카즈사가 훨씬 많이 바구니에 손을 뻗었다. 전혀 무리하는 것이 아니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하지만 많이 먹었으니 어쩌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아니, 방과후 디저트부의 아이들이 디저트를 먹고 후회하는 일이 있을까. 내가 떠올린 것은 단맛의 마력에 굴복하는 하스미의 모습. 하지만 카즈사와 방과후 디저트부는 전문가다. 즐겁고 맛있게 먹어치우고, 그러면서도 계속 귀여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견딜 수 없었다.

바구니 속 내용물이 아주 조금 남고서야 카즈사는 주변의 경치를 즐기기 시작했다. 쿠키를 입 속으로 꿀꺽 집어넣으며 푸른 풀잎들이 물결치는 고원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풀잎과 함께 치켜올라 흔들릴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눈이 부시다. 그녀를 감싸는 검은색과, 새햐안 피부의 흰색과, 이너컬러의 선명한 분홍색은 쿄야마 카즈사라는 존재를 볼 때마다 강한 인상을 준다. 너무나도 선명한 그 모습속에서, 표정만은 몹시 부드럽다.

정신을 차리면 바구니는 이미 비어있었다. 각자 가까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존재하지도 않는 쿠키에 손을 뻗다가 손끝이 살짝 닿는다. 시선을 하늘에서 되돌리자 카즈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눈이 한순간 마주친다. 우리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손가락 끝은 여전히 맞닿아 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조금 차가워 다가올 가을을 느끼게 하지만, 체온을 공유하는 손끝은 은은하게 따뜻하다.

정오가 조금 지날 무렵, 매우 편안해보이는 카즈사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아무리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도 선생님 앞에서 자는 건 실례라며 어떻게든 버티던 그녀지만, 점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 모습이 왠지 흐뭇하고 맞닿은 손가락 끝도 카즈사의 졸음에 물들어 조금씩 따끈따근해지는 것 같아 나에게까지 편안함이 전염되고 입가가 느슨해지는 것을 느낀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시험을 위해 노력한 카즈사가 느긋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나에게 상상 이상의 성과였다.

이윽고 카즈사가 잠들어버리자 마치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가냘픈 울음소리가 고원에 울려퍼진다. 고양이. 우리가 버스정류장에 내렸을 때 마중나왔던 작은 검은고양이가 황금빛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는 카즈사를 한 번 향하고 다시 나를 바라본다. 작고 짧은 울음소리는 마치 카즈사를 신경쓰는 것 같았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그녀가 자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처럼, 설마 자유로운 고양이가 그런것까지 신경쓰진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밤의 공원에서 결코 눈물을 보이는 일이 없었던 한 소녀의 웃는 얼굴을 떠올린다.

"이리 와."

작은 목소리. 행복한 꿈 속에 있는 카즈사를 깨우지 않도록 한다. 고양이는 소리없이 내 쪽으로 다가오다가 돗자리 앞에서 멈춰선다. 역시 커다란 두 눈이 카즈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 눈동자는 부드럽게 가늘어지고 한 걸음 작게 뒤로 물러난다. 나에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그것은 작게 운다. 고양이도 첫눈에 반할까. 나는 뻗은 손을 집어넣는다. 지금 그것이 원하는 건 내가 아니니까. 옆자리의 소녀는 조용히 잠자고 있다.

검은 고양이의 꼬리가 작게 흔들린다. 이리 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가고 싶은 곳은 내 쪽이 아니기에.

고원에 바람이 불고 있다. 작은 검은 고양이는 그 조금 강한 바람에도 날아갈 것처럼 보였다. 돗자리에 닿을만큼 가까웠던 그것은 눈치채면 처음 발견했을 때와 같은 정도로 떨어진 거리까지 물러나 있었다. 아마 한 발짝 더 물러나길 결정하면 그것은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오면 되잖아."

몹시 겸연쩍은 한마디. 그 순간 그것은 바람처럼 달려왔다. 왓, 하고 옆에서 귀여운 소리가 난다. 눈을 돌리면 상반신을 일으킨 카즈사의 허벅지 사이로 고양이가 파고든 참이었다. 고롱고롱, 이쪽까지 들리는 듯한 큰 소리로 목을 울리고 있다. 카즈사는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고양이를 보고, 나를 보고, 다시 고양이를 내려다본다.

"뭐야, 얘."

고양이는 카즈사의 아랫배를 주무르듯 양 앞다리를 번갈아 움직이며 필사적으로 고롱고롱 울고 있다. 고양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봐도, 누가 어떻게 봐도 고양이는 카즈사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내려다보는 그녀만이 몹시 당황한 기색이다.

"저기, 어떻게 해줘, 선생님."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얘, 배를 밟을 때 발톱을 세워오는데. 진짜 뭐냐고. 말도 안돼. 그래서 싫어. 그래서 싫다고 하는 건데..."

손을 검은 고양이 가까이 닿을 듯 안닿을 듯한 거리까지 댄다. 결국 손을 치우고 카즈사는 크게 한숨을 쉰다.

"쫓아내면 기분이 별로니까. 그래서 허락했지만 이정도까지 허락하진 않았어."

"카즈사에게는 이런 아이들을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안 기쁘거든!"

카즈사는 내 손을 잡고 손톱을 세웠다. 따끔따끔한 통증조차 기분이 좋다. 그 뒤로도 카즈사는 한동안 시종일관 불평했지만 결국 검은 고양이를 쫓아내지는 않았다. 무릎 위에 올라가 마음껏 배를 꾹꾹이 하는것을 허락하고 검은 고양이는 마음껏 쿄야마 카즈사를 즐긴 듯 했다.

그리고 역시 고양이란 자유로운 생명체고,

"진짜, 이제 그... 꺄악!"

한바탕 카즈사를 부비부비하고 만족했는지 검은 고양이는 예의없이 카즈사를 박차고 초원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한동안 말없이 검은 고양이가 사라진 쪽을 노려보다가 가만히 나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나를 봐도 곤란하다. 매우 곤란하다.

"말이! 안되! 잖! 아!"

잡은 손을 붕붕 휘두르며 카즈사는 큰 소리로 고원에 불평한다. 그 외침은 반향하지 않고 하늘로 녹아 사라진다. 검은 고양이가 있는 동안에는 한 번도 그런 소리를 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역시 신경써준 것일 것이다. 착한 아이다. 손해보는 아이기도 했다.

"정말 싫어. 멋대로 파고들어오더니 이젠 멋대로 사라지고."

카즈사는 잠시 나에게 손톱을 세우다가 문득 힘을 빼고 묻는다.

"저기 선생님. 고양이, 선생님이 나를 잊게 만들 정도로 즐겁게 해줄 수 있지 않았어? 간식같은것도 갖고 있었잖아."

왜 안했냐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아까까지 화나 있었어도 힐문하는 기색은 전혀 없다.

"모처럼 카즈사를 만나러 온건데 어른인 내가 방해할 수는 없지."

흐응, 그녀는 대답 아닌 대답을 한다. 여러 생각을 하는 눈치고, 그리고 무슨 결론이 났는지 고개를 몇 번 끄덕인다.

"선생님은 역시 선생님이구나. 그렇지만, 그건 어른의 시점에서는 맞을지도 모르지만..."

카즈사는 바구니를 구석으로 치우고 조심스럽게 일어나 대담하게 한 걸음 다가와 다시 앉는다. 딱 어깨가 맞닿는 거리다.

"어린 마음으로는, '단 둘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정답이 아닐까 생각해."

중얼거리는 그녀를 보며, 확실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선택, 그리고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는 포기. 아까의 한때는 분명 카즈사에게 좋았다고 믿지만, 그것때문에 흘려보낸 것도 분명히 있다.

"그러면 어른으로서 나는 책임져야겠네."

"그런거야."

카즈사는 눈을 감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는다. 나누고 싶어, 그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단단히 손을 잡는다.

"곧 다음 버스가 올거야."

좋아, 라고 카즈사가 말한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몸을 쓰러트린다. 고원과 닿을 수 있도록. 얄팍한 돗자리는 까칠까칠해서 눕기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고 대지의 부드러움을 강하게 느낀다. 카즈사도 천천히 몸을 눕혀 둘이서 하늘을 쳐다본다.

이윽고 하늘은 푸르름을 더해 점점 아름다워질 것이다. 하늘빛과 바람의 차가움에서 여름과 가을의 뒤섞임을 강하게 느낀다. 하지만 카즈사와 공유하는 체온이 아직은 여름이라고 내게 생각하게 한다.

버스가 다가오는 소리가 난다. 나는 잡은 손에 조금 힘을 준다. 반대로 카즈사의 손가락에서는 조금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결국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채 버스는 떠나간다. 긴 숨을 내쉰다. 다음 버스는 몇 시간 뒤다.

"사실은, 카즈사."

"응."

"이 고원의 노을이 질 무렵을 보고싶다고 생각했어."

돌아가서 정리할 예정이었던 것을 모두 내팽개친다. 그러다보니 신기하게도 내 손에서 힘이 빠진다. 마침 카즈사만큼의 힘이 남는다.

"뭐야?"

카즈사에게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이 새어나온다.

"선생님도 기대했잖아."

너무 당연해서, 카즈사는 그런 걸 신경쓰고 있었냐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 나도 웃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면서 강한 안도감이 몸을 채우는 것 같아서, 나는 그제서야 내가 최근 피곤해서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늘에서 시선을 거두자 카즈사도 어딘가 희미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 선생님, 저녁에. 나도 다시 잘거야."

"나는... 잠시만... 하늘을 바라보다가..."

그리고 카즈사의 잠자는 얼굴을 바라보고 나서. 이 소녀가 잠들때 보여준 모습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또 보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즐기고 잠들고 싶어서... 시야가 온화한 검은색으로 둘러쌓인다. 검정. 카즈사의 색 중 하나. 잔잔하게 퍼져나가는 기분좋은 피로. 조금만 더, 카즈사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잘 자, 선생님."

그 미소가 내 시야에 들어온 마지막이었다.

꿈을 꾸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포근하고 따뜻한, 뭔가 상냥하고 부드러운 것에 계속 둘러쌓여있던 감촉만 기억난다.

다시 눈을 뜬 나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물드는 세계를 보았다. 밤에 떨어져가는, 가을에 사라져가는 그 여름의 해질녘 속에서, 쿄야마 카즈사와 나눈 말은 단 둘만의 것이다.

돌아오는 버스 안, 마법이 풀린 어둠 속에서 카즈사와 조용히 손을 잡는다.

그녀의 귀가를 배웅하고 나도 다시 귀로에 오른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이 멀다.

문득 깨닫는다.

지금, 여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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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2.11번역

[소설핫산] 쿄야마 카즈사와 고원에서

#쿄야마 카즈사#소설
좋아요 0댓글 13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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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yokitimeira작가
게시물 12개
ㅇDC
ㅇㅇ(소설핫산)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아카라이브pixiv
게시일2023.02.11 07:56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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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나
ㅇDC
ㅇㅇ123.02.11

진자 외 잘렷지.... 아까 보다가 놀랫내

ㅇDC
ㅇㅇ123.02.11
디시콘
ㅇDC
ㅇㅇ223.02.11
디시콘
ㅇDC
ㅇㅇ323.02.11

이게잘리네 개추 카즈사 귀 넘 매력있음

ㅇDC
ㅇㅇ423.02.11

소설을 자르네 귀한걸

ㅇDC
ㅇㅇ523.02.12
디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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