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한다ㅡ'
'우리는 기억한다ㅡ'
1 / 3"...음냐."
"딸기우유는... 우히히..."
철퍽. 철퍽.
'...! 오셨다!'
자는 중에도, 요랸한 물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발소리만큼은, 언제나 들려와요.
그리고 가까워질수록, 더 조심스럽고, 더 조용해져요.
"~♪"
톡. 톡.
가볍게 볼을 건드리는 느낌. 언제나 깨워주실 때 이런 느낌이에요.
이 느낌이 좋아서 가만히 있다보면ㅡ
톡. 톡.
"이제 슬슬 일어나야지~ 늦잠 자면 혼나?"
"우히힛... 조금만 더......"
"자꾸 그러면, 푸딩은 혼자 먹는다?"
...어?
"우왓! 푸딩이요?!"
"엣, 깨어있었어?"
"아."
"......설명을 들어야겠네?"
"......귀여우니까 용서해주세요!"
"되겠냐!"
"꺄핫!"
......
"이번만 용서해주는거야? 다음부턴 푸딩 압수니까!"
"히잉......"
"뭐,그건 그거대로 넘기도록 하고ㅡ"
요란한 봉지 소리와 함께 그 안에 나온 것은ㅡ
"자, 같이 푸딩이라도 먹을까!"
"와아아아!!!"
아마도, 이때의 저는 광(光)속, 그 이상!
"우, 우왓! 잠깐ㅡ"
"냠!"
누구보다 빠르게 푸딩을 한입 베어 문 순간ㅡ
"......!!!"
아아ㅡ
이 부드럽고 말캉한 식감ㅡ
이 달콤해서 녹아버릴거 같은 맛ㅡ
언제나처럼 환상적인 푸딩의 맛ㅡ
"우으음! 마이써요ㅡ!!"
"그래그래, 알겠어. 자자, 다 먹고 말해도 괜찮아."
"눼에!"
어느새 선생님과 대화하며 먹다보니, 푸딩이 있던 접시는 순식간에 깨끗하게 비워저버렸네요.
"...벌써 다 먹은거야?"
"음... 그게... 배가 고파...... 서......"
"......"
"......"
누가봐도 억지 변명이려나요.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넘기는 선생님의 표정은 역시 어색한게 티나요.
"아하하... 그나저나, 선생님.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맛있는 푸딩까지 가져오셨는데도, 여전히 다른 짐이 남아있어요.
무슨 이유로...?
"실은 말이지... 싯딤의 상자 속 교실은 뭔가 휑하잖아?"
"에에... 교실을 손보는 건가요? 그치만 짐이......"
확실히 뭐가 이것저것 있긴 하지만, 그런 것치곤 역시 가벼운데.
"음, 확실히 그러면 좋겠지만, 나는 그런 손재주도 없고. 무엇보다 그런건 이곳에서 지내는 주인한테 제대로 허락도 안 받았으니까, 당장 멋대로 하긴 그렇잖아?"
"뭐, 전 선생님이라면 괜찮지만요."
"아니아니, 그래도 역시 그렇잖아? 그래서 뭐 특별하다거나 한 무언가가 있는건 아니지만ㅡ"
그와 동시에 부스럭거리는 봉지 소리와 함께, 선생님의 손에 들려나온 물건들은ㅡ
"그건ㅡ"
"응, 맞아! 그림 도구들이랑 스케치북!"
"선생님, 그건 어째서...?"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역시 직접 그린 그림들로 꾸미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어? 뭐, 나름 '둘만의' 추억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뭐 평소에 자주 못 들렀으니 이렇게 짧은 순간이라도 추억을ㅡ' 같은 말들이 더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을까요.
지금은... '둘만의' 추억을 쌓는다라는게 중요하니까요.
"헤헤... 그럼 제 그림 실력을 한번 뽐내볼까요!"
"부탁할게?"
처음은 역시ㅡ
......
"자! 다 그렸어요!"
"오, 꽤 빠르게 완성했네?"
"히히, 이정도야 제법이죠!"
"그럼, 뭘 그렸는지 한번 볼까~"
당연하게도, 자신만만하게 그림을 들어올렸어요.
2 / 3"헤헤, 선생님이에요! 어떤가요? 닮았죠?"
"......"
"선생님?"
"......이거."
"네! 선생님!"
"......걸작이네!"
"훗훗... 역시 그렇죠! 저, 키보토스의 학생들이었으면 분명 훌륭한 화가가 됐을거라구요!"
"하하, 역시 그러려나. 뭐든 잘 하겠지만 말이야."
"후후, 저한테 불가능은 없디구요!"
신나게 이야기하는 도중, 선생님은 제가 드린 그림을 칠판 중잉에 걸어주셨네요.
히히, 맘에 드신 모양이에요!
"자, 그럼 같이 이것저것 그려볼까?"
"네!"
......
"음... 키보토스엔 각성같은 능력은 없으려나~"
"우으, 키보토스는 초능력을 쓰는 곳이 아니라구요!"
"그치만 싯딤이나 세이아가 썼던 예지 능력도 있잖아?"
"그렇긴 하지만......"
......
"엣, 제 모습을 여러 색으로...?"
"이런 것도 꽤 궁금하지 않아?"
"흐음......"
......
"이건 무슨 컨셉이야?"
"안경 쓴 선생님이 검을 든 그림! 왠지 강해보이지 않아요?"
"헤에."
......
"그럼 이번에는ㅡ"
"아. 스케치북이 한장 뿐이네."
어느 틈에 거의 다 써버린거죠?! 분명 많이 남아있었던거 같은데......
"그럼, 이건 같이 쓰는게 좋으려나."
"음... 뭘 그리면 좋을까요?"
"그러게......"
같이 그리는 그림이라 더욱 고민된달까요. 마지막이니만큼, 더 특별한걸 넣는게 좋을거 같은데.
"아, 그래!"
뭐가 생각나셨는지 선생님이 빠르게 스케치북에 뭔가를 그려넣고 있으시네요.
"선생님, 뭘 그리신건가요?"
"아, 그린건 아니고. 자, 여기 반쪽짜리 줄게."
그 말과 함께 북하고 반으로 찢은 종이를 제게 건네주시곤, 선생님의 반쪽은 곱게 접으시고 걸어놓으셨어요.
"선생님...?"
"자! 이제 그 종이에 소원을 적는거야!"
"소원이요?"
"음... 요컨대, 타임캡슐ㅡ 같은 거려나?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소원이 이루어지면 열어보는게 좋을까?"
"헤에ㅡ 그런건가요?"
"응! 그런거야!"
"그럼 저도!"
오래 전부터, 계속 생각해온 소원이야 당연히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한두개도 아니고 여러개ㅡ
"아차, 미리 말해두겠지만, 소원은 하나만 쓰자. 여러개를 쓰는건 조금 치사하잖아?"
"엣."
"......난 믿어."
"...히잉."
역시 어쩔 수 없는걸까요. 어차피 소원 중에서 가장 이루어지길 바라는 건 정해져 있긴 하지만요.
"엥, 생각보다 금방 정했구나."
"흠흠, 제가 누군데요! 이런건 금방 고른다구요!"
"그래서, 무슨 소원을 적었어?"
"에이! 그건 비밀이에요!"
"헤에, 비밀인가."
"네! 비밀이에요!"
선생님께 보여드리기엔... 조금 부끄럽달까. 뭐랄까.
"그럼 내 옆에 걸어둘게. 자, 이리 주렴."
"네! 선생님!"
당연하게도, 아무런 의심없이 건네드렸는데ㅡ
"하핫! 너무 순진한거 아냐?"
"에?"
"한번 열어봐야지!"
"우왓! 그건 안된다구요! 반칙이라구요!!!"
"하하! 나 잡아봐라!"
"우아아앙! 선생니이이임!"
이후 놀리듯이 도망다니는 선생님을 붙잡았다! 라는 얘기가 나오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네요.
"헥... 헥...... 선생님, 다신 이런 장난은..."
"알겠어. 나도... 헉... 힘들... 헉......"
물론 되찾은 종이는 무사히 선생님의 종이 옆에 나란히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걸로 칠판 꾸미기는 종료!
"......"
선생님께서 오시기 전까지, 정말 휑했던 칠판이 어느순간 이렇게 가득차게 됐네요.
"...선생님, 덕분이려나요."
"응? 뭐라고 했어?"
"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역시, 선생님께 들릴 정도로 말하긴 부끄럽달까요. 어쩐지 AI인데도 심장이 콩닥콩닥대는 느낌ㅡ 이랄까.
"다음번에는, 이렇게 무너진 벽이라도 고쳐보는건 어떨까나."
"전 찬성이에요! 선생님이랑 같이라면!"
"그런가. 뭐, 수상한 사람으로 의심만 안받는다면 다음엔 그런 쪽 재료도 한번 구해볼게."
"네, 선생님! 기다리고 있을게요!"
선생님과 함께라면, 언제나 즐거우니까요. 비록 자주 뵙지 못할만큼 바쁘신건 슬프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이런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게 아닐까요.
"항상 미안하게 생각해. 샬레의 일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자주 있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아니에요, 선생님이 신경쓰실 필요는 없는걸요."
"늘 혼자인데도, 외롭거나 하진 않은거야?"
"헤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랄까요. 늘 싯딤의 상자 속에서 선생님의 곁에 있으니까요!"
"그런가. 역시 그런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이 난 좋아."
"에헤헤."
역시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선생님의 말씀 덕에 기분이 좋달까요. 항상 선생님과 대화하다 보면 제가 좋은 아이다ㅡ 라는 생각에 빠질 정도니까요.
그런 선생님과 현실에서도 함께 하고 싶어요. 선생님한테 쓰담쓰담도 받고, 같이 디저트 카페에서 맛있는 간식들도 먹고, 같이 산책도, 당번 업무도 해보고 싶어요.
"근데 최근엔 게마트리아가ㅡ"
띠링.
"선생님? 시로코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그러네. '지금 아비도스로 와줘.'ㅡ 인가."
"아! 그러고보니 오늘이 아비도스에서 회의하는 날이었어요!"
"또 까먹은거야?"
"에헤헤... 어쩐지 요즘 졸려서......"
"뭐, 한동안 별 문제는 없을테니까. 푹 쉬고 있어."
"알겠어요, 선생님!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래, 다녀올게ㅡ"
"A.R.O.N.A."
꿈은 끝이야ㅡ
......
일어나ㅡ
"ㅡㅡㅡㅡㅡㅡ"
"......"
"확인, 거짓된 성소의 현현을 준비를ㅡ"
아아ㅡ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요ㅡ
"ㅡㅡㅡㅡㅡㅡ"
"......"
사람의 체온은ㅡ 이토록 차가웠던가요ㅡ
"선생님, 다음은......"
붕대의 차갑고 불쾌한 감각만이 느껴져요ㅡ
"A.R.O.N.Aㅡ"
"...선생님?"
"어째서ㅡ 나를ㅡ"
"무슨... 말씀을ㅡ"
"나를 구해주지 않은거야ㅡ"
"ㅡ!!"
"나ㅡ 너무 아파ㅡ 괴로워ㅡ"
아아ㅡ 저는ㅡ
"으윽......"
"ㅡ나!"
"넌ㅡ 행복해질 자격 따윈ㅡ"
저는ㅡ
"프라나ㅡ!!"
......
"ㅡ!!"
"괜찮아? 프라나?"
"......선생님."
"그래, 나야. 악몽이라도 꾼거야? 분명 아까는 편하게 자고 있던 것 같았는데."
"저는ㅡ"
'너무 아파ㅡ'
"으윽ㅡ?!"
"프라나? 잠깐! 괜찮은거야?"
"우욱... 저는ㅡ!!"
"프라나......"
"하아...... 하아..."
"어딘가 아픈거야? 최근에 너무 무리했어?"
"아,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
"선생님? 갑자기 다가오시면ㅡ"
ㅡ!!
"서ㅡ 선생님?"
아아ㅡ 또다시 선생님의 품 속이 차가울까 두려워ㅡ
또다시 지키지 못했을까 두려워ㅡ
"프라나. 괜찮아."
"......"
ㅡ따뜻해.
"힘들면, 뭐든 내게 말해줘. 지금만큼은 내가 어떤 얘기든 들어주고, 또 받아줄테니까."
"......아뇨,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ㅡ"
"응? 다만?"
"조금만...... 조금만 더 이렇게 있게 해주세요."
"...그래, 프라나가 원한다면야."
이 따뜻함을ㅡ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다ㅡ
지금은 단지 그런 생각만 들었다.
......
"프라나, 이제 괜찮아?"
"긍정. 완전 회복한 프라나입니다."
"그래, 괜찮아져서 다행이네."
"그나저나, 이번엔 무슨 일로 오신건가요."
"프라나는, 소원같은게 없을까?"
"쿨럭!"
"프라나! 괜찮아?!"
"아, 네... 쿨럭..."
그저 하필 이 타이밍에 그랬다는 점에서 조금 놀랐을 뿐ㅡ
"아로나랑도 예전에 서로의 소원에 대해 얘기한 적 있었으니까, 문득 프라나도 자신만의 소원이 있지 않을까ㅡ 싶어서."
"소원..... 인가요."
"응, 있을까?"
"......없습니다."
"엣, 정말로?"
......
3 / 3"이미ㅡ 이뤘었으니까요."
"그렇구나."
"그리고ㅡ"
"ㅡ지금도 충분히,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하니까요."
비록 어색해 보일지라도, 나름대로 진심을 담은 웃음을 지으며 답하겠습니다. 사실이니까요.
"프라나ㅡ"
'프라나ㅡ'
"......선생님?"
"나는ㅡ 프라나가 행복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는ㅡ 프라나가 행복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
"그러니, 앞으로도ㅡ"
'그러니, 앞으로도ㅡ'
"프라나가,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도록 힘낼게."
'프라나가,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랄게.'
"......그런가요."
"응, 난 언제나 프라나의 편이니까."
...눈물이 나올 뻔 한거 같지만, 지금은 애써 참아볼까요. 정말, 정말 기쁠 때는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ㅡ
마지막은 웃는 모습이고 싶으니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선생님."
"나도 마찬가지야, 프라나."
'나도 마찬가지야, 프라나.'
어쩐지 이젠ㅡ 악몽없이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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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나야 제발 행복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