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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레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나-키류키쿄도 어느새 이곳에 익숙해져 버렸다.
아는 사람들도 꽤 많아졌다. 트리니티의 도서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이 씨는 조용하지만 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카요코 씨는 얼굴 때문에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많지만, 일처리도 꼼꼼하고 정말 상냥한 분이다. 아야네는 한 살 아래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굳세고, 곳곳에서 일상의 고충이 묻어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아이들이 샬레에 모여든다. 백귀야행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했던 내 시야가 이곳에 와서부터 단숨에 넓어졌다.
당번은 대체로 정해져 있지만, 샤레는 당번이 아닌 학생들의 출입도 잦다. 오락 시설도 엄청나게 잘 되어 있어서 거의 매일 오는 게 아니냐는 학생들도 꽤 있다.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냐고?
나도 그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사무실 북동쪽, 교실 옆에 있는 도서관이 지금의 나의 거처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참고서, 기술서, 딱딱한 책만 꽂혀 있었는데, 선생님과 의논해서 나를 포함한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책 구입에 관여하면서부터 서서히 색깔이 생기기 시작했고, 지금은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드나들게 되었다. 당연히 나도 손질을 했기 때문에 내 취향의 장소이기도 하다.
당번이 아닐 때면 나는 항상 입구 앞에 있는 의자를 이용해 도서위원인 척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책에 부착된 IC칩과 시루 통행증으로 출입구만 통과하면 누가 가져갔는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 작업에는 인력이 필요 없다. 책을 찾는 것도 전용 단말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도와줄 일이 없다.
첨단 장비들에게 일을 빼앗긴 도서위원이 하는 일은 책 상담을 받는 것이다. '이런 책이 읽고 싶어요!' 라든가, '추천하는 책은?' 등 도서위원인 척만 하지 않으면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을 질문받는다.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여기서 얼굴을 알릴 수 있을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물어보러 온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솔직히 기뻤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 내 자리가 있다는 것은 안정감을 주고, 기분도 조금 좋아진다.
그렇게 키류키쿄는 오늘도 샬레를 찾았다. 도서관에 들어가서 늘 앉는 의자에 앉는다. 특이하게도 나 말고는 이용객이 없는 것 같다.
의자에서 작은 도서관의 대부분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붉은겨울 아이들이 가져온 만화책꽂이. 트리니티 도서위원회와 함께 만든 소설책꽂이. 백귀야행에서 가져온 고전들. 다양한 아이들이 찾는 잡지 코너. 원래 있던 참고서와 밀레니엄의 아이들이 가져온 어려운 기술서적 선반. 각자의 문화와 취미가 어우러진 신기한 공간. 아마도 전 키보토스를 뒤져도 이런 곳은 없겠지.
막 읽으려던 책을 펼친다. 그때 방 구석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자세를 취한다. 나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들어왔다면 분명 눈치챌 것이다.
약간은 겁에 질려 다가가니 도서관 안쪽, 유일하게 저 의자에서 보이지 않는 사전 코너에 희고 동그란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뭐지...?"
무심코 내뱉은 목소리를 알아차린 그 무언가, 아니 소녀는 천천히 일어서서 이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하얀 무언가의 정체는 후드 점퍼였다. 새빨간 눈동자에 연보라색 머리카락.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는 왠지 치세와 닮았다.
"...뭐하고 있었어?"
"...조사 중"
서 있는 발밑에 굴러다니는 것은 백과사전 중 한 권이다.
"당신은...도서위원?"
"글쎄, 대체로 그래. 책, 읽을거면 저쪽 테이블 자리를 이용해줘. 나는 그렇지 않지만, 엄청나게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미소의 순수함은 마치 유카리 같았지만, 그 외에는 전혀 닮지 않았다.
"아, 여기 있네. 아츠코."
"선생님"
우리는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안녕, 키쿄. 오늘도 와줬네."
"천천히 책을 읽기에 딱 좋은 곳이야, 여기가."
"키쿄가 앞장서서 만든 곳이니까. 고마워. 아츠코는 따로 뭐 하고 있었어?"
"딱히, 방금 막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눴어."
"그렇구나. 하지만 아츠코, 네가 갑자기 사라지면 다들 걱정할 거야."
"미안해. 조사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아츠코'라는 소녀는 오늘 당번인 것 같았다.
"혼자 있게 놀고 있게 해서 미안해. 키쿄"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선생님도 일 열심히 해. 한동안은 여기 있을 테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불러줘도 돼."
"말은 고맙지만, 당번이 아닌 날은 좀 느긋하게 지내도 돼. 그럼."
"또 봐요. 도서위원님."
집무실로 돌아가는 두 사람을 배웅하는 내 마음은 조금 흔들렸다. 원인을 알겠다, 그 소녀다. 선생님이 소녀를 바라보는 시선. 그것은 나나 다른 학생들에게 보내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뭔가 끌림을 느끼는, 묘한 매력을 가진 소녀라는 것은 나에게도 충분히 전달되었다. 하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피부 감각이 그녀를 위험하다고 호소했다. 마음의 정돈된 영역을 쉽게 넘나들며 다가온다. 한 순간의 대화로 거기까지 갔다. 과민반응? 아니, 이럴 때 보통 내 직감은 정확하다. 그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탓에 손에 쥔 책의 페이지가 좀처럼 넘어가지 않았다.
"키쿄"
얼마 후, 선생님이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 일이야? 역시 도움이 필요할까?"
"조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하긴 하네. 잠깐 얘기 좀 할래?"
승낙하고 따라가니 아무도 없는 교실로 안내했다. 아무도 없다니 내심 무언가 기대를 품게 된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선생님의 첫 마디로 무너지고 만다.
"이야기라고 하는 건 아츠코에 관한 건데 어...무슨 일 있어?"
너무 노골적으로 얼굴에 드러난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생각을 간파당한다. "별일 아니야, 계속해"라고 말했지만, 한심하게도 더 이상 수습할 여유가 없었다.
"...아츠코는, 조금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정학생 같은 취급을 받고 있어."
"굳이 숨기지 않아도 돼. 그 아이, 아리우스 분교 학생 중 한 명이지?"
"이미 알고 있었어? 역시 작전 참모야. 관찰력이 대단한걸."
"그런데 왜 굳이 나한테 그런 걸 털어놓는거야?"
"그게, 정말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당번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애들끼리만 짝을 이루도록 특별히 묶어놨거든. 당사자들도 내가 직접 지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당번 외에는 거의 오지 않아. 그래서 뭐, 올 때만큼은 느긋하게 지내줬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라 적극적으로 일을 시키진 않았는데 그게 안 좋았던 것 같아."
"아까도 그런 거였구나?"
"입으로 말하진 않지만.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말을 걸어도 무뚝뚝한 경우가 많아졌어. 내 대응이 불러일으킨 일이라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은데, 마땅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말이지."
이야기의 요지는 알겠다. 그래서 내 지혜를 빌려달라는 것이겠지. 다만 내 머릿속에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있어. 이럴 때 쓰는 대처법 말이야."
"정말?"
"그래. 하지만 물론 공짜로 알려주진 않아."
"...각오를 좀 하고."
"...그렇게 긴장하지 말고 한 가지만 물어보고 싶어. 이 얘기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했어?"
"아니. 키쿄라면 상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왔어"
"....알았어. 좋아, 백화요란의 작전 참모가 직접 도와줄게."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으니, 스스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내 옆에 앉은 아츠코는 단정한 얼굴로 말했다.
"일, 가르쳐 주시는 거죠?"
반짝이는 눈빛이 시선에 꽂힌다. 일부러 무뚝뚝하게 대답했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
"일을 가르친다고? 그게 다야?"
선생님은 모범생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려운 일을 도와줄 수 있도록 가르쳐 줄게. 그럼 빨리 해결할 수 있겠지?"
"그래, 하지만...그렇게해도 괜찮겠어?"
"내 눈에는 저 아이, 습득하는 게 빠른 타입인 것 같은데."
선생님은 아직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게다가 내가 직접 가르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럼 부탁할게."
마지막까지 마지못해 하는 듯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수락을 얻어내어 지금에 이르렀다. 물론 내가 단순히 일을 가르쳐 주는 것만으로 끝날 리가 없다. 가장 큰 목적은 아츠코의 내면을 확인하는 것이다. 나에게 얼마나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었는데,
"솜씨 좋네"
"후훗, 칭찬 받았다."
종이와 전자자료가 뒤섞여 있는 샬레의 서류 작업은 나조차도 머리를 많이 쓴다. 그래서 처음에는 꽤 힘들었다. 하지만 아츠코는 놀라울 정도로 능숙하게 처리했다. 세세한 지시사항도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잘 소화해낸다. 선생님을 보내기 전, 반쯤은 가르칠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빨리 습득한다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여기 도장이야?"
"그래. 나중에 선생님께 가져가자."
서로 주고받는 동작, 한 마디로 마음을 여는 기괴함. 하마터면 목적을 잊어버릴뻔했다.
"그러니까 음..."
"키류 키쿄. 키쿄로 괜찮아."
"그럼, 키쿄 씨. 오늘 여러 가지를 알려줘서 고마워. 당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잡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어?"
"아, 미안."
"...방금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아냐, 이쪽도 미안해. 그냥 평범하게 관심을 가졌을 뿐이야."
거꾸로 솟아오른 가시 같은 것이 꽂혀서 놀란 건 이쪽이다.
"저기. 나,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왠지 계속 선생님에게 의지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계속 머뭇거리고 있었어. 그래서 이렇게 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뻐."
아츠코는 담담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탄력이 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물론 내 내면은 전혀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키쿄 씨 덕분이야."
어디까지나 순진무구한 그 모습에 내 독기가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또 다른 날의 집무실 한 구석.
"그럼 여기와 여기를 집어넣고"
"이렇게?"
"그래. 잘했어."
"후훗, 다음은 어떻게 할 거야?"
아야를 들고 장난치는 소녀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누군가가 말한다.
"요즘 왠지 친한 것 같아. 그 두 사람."
"그래. 조금 걱정했는데, 잘 어울리는것 같군."
"...나한테는 한 쪽이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가. 나는 의외로 서로가 서로에게 인 것 같은데."
댓글 11


공주최고
다른 연애물들만 개추받고 이런 학생간 맛돌이 에피소드는 묻히는게 맞는 일이냐 이게
냄져들이 주고객층이여서 어쩔 수 없음
공식에서도 동아리 에피소드는 유기했잖아
일상물 스토리 보면 댓글에 꼭 이렇게 연애물에 열폭하는 애들 있어서 보기 싫어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