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0229047(1~100, 외전)
오토기는 용감했으면 용감했지 결코 겁쟁이는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의 전투 스타일을 보라, 저격수가 자신의 존재감을 앞에서 드러내면서 싸우는 건 보통 깡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행동. 하드보일드에 잡아먹힌 소녀나 미식에 미쳐버린 소녀가 아니라면 결코 이런 스타일을 고수하진 않을 것이었다.
"저게 대체 뭐야..."
하지만 지금 이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존재를 자각하자, 소녀의 여우귀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접혀지고 말았다. 만약 꼬리도 있었다면 분명 그 꼬리의 털은 바짝 세워졌을 것이었다.
'그것'은 망가지지 않은 차량들을 엮어서 뼈대를 만들고, 움직이기조차 힘든 몸을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동력으로 삼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흉악한 파괴전차는 지금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불꽃을 튀기며 달려나가고 있었다.
-ㅇ..ㅏ..리...우..ㅅ..ㅡ....스..ㅋ..ㅝ...드!!!
여러 명의 목소리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불협화음의 포효와 함께, 차에서는 검은 촉수들이 만들어져 발키리의 경찰차들을 향해 뻗기 시작했다.
-콰지직!!
경찰차의 철판이 송판처럼 우습게 뚫려버릴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자랑한 촉수는, 멈추지 않고 바로 다음 행동에 착수했다.
"으아아악!!!"
"이, 이거 놔!!"
차량 안에 있던 학생들을 낚아채어, 물고기라도 잡는 것처럼 힘차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저항할 틈도 없이, '그것'은 바로 세 번째 단계에 착수했다.
-꿀꺽.
"어?"
삼켰다. 손을 뻗으며 빠져나가려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파리지옥에 갇힌 벌레의 몸부림처럼 덧없는 저항이었다. '그것'에게 있어 이들은 그저 무너져 내려가는 영체(靈體)를 수복하기 위한 수단일뿐.
-휙.
그리고 이내 그 쓸모를 다한 소녀들은 도로 위에 던져졌다. 길가에 버려지는 쓰레기처럼 데굴데굴 굴러가, 헤일로가 꺼진 채 축 늘어져 쓰러졌다.
"히, 히이익!!! 저게 뭐야!!"
"쏴!!!"
-타다다다다!!!
곧바로 '그것'에게 쏟아지는 탄환들의 비. 하지만 고작 소총들의 탄환 따위는 부글부글 끓으며 뿜어져 나오는 살점들에 그저 파묻힐 뿐, 이 괴물에게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ㅋ..ㅡ...아...아!!
실패한 공격은 적을 더욱 흉폭하게 만드는 기폭제와 마찬가지. 아까보다 더욱 난폭해진 괴물은, 더욱 속력을 올리며 촉수들을 사방팔방으로 뻗어대고 있었다.
"우와아악?!"
그리고 지금 조수석에 있던 소녀가 곧바로 촉수에 휘감겨 끌려나가려 하는 순간, 운전수가 소녀의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곧바로 그 가공할 힘에 소녀 역시 줄줄이 소시지처럼 같이 빨려나갈 위기에 처했다.
-타아앙!
"이봐, 괜찮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촉수는 강렬한 탄음과 함께 찢겨나갔다. 난생 처음 겪는 상황에 공포를 느끼더라도, 수없이 전선에 나서고 임무를 수행했던 베테랑은 망설이고 주저하지 않는 법. 오토기는 바로 촉수를 저격하여 소녀를 구해내었다.
"허억.. 허억.."
"와우. 최고의 저격수 맞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꿀꺽.
하지만 이들은 무사할 수 있어도 나머지는 아니었다. 이내 순식간에 수 명의 학생들이 다시 괴물의 몸체 흡수되고 아까와 같은 과정을 거쳐 배출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괴물의 헤일로가 더욱 검게 물드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오토기는, 손이 절로 떨려올 정도로 긴장감을 느꼈다.
"심연에서 기어나오기라도 한 거야..? 젠장, 오늘 잠은 다 잤네."
-크아...아!
"쳇!"
괴물의 울음소리와 함께 장전을 마치며 이 괴물과의 전투를 준비하려는 오토기였지만, 상황은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었다.
-크아아아!!!!
"엉?"
괴물은 오토기를 그대로 지나쳐갔다. 방금 전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했던 그 모습과는 상반되게, 지금은 그저 앞으로 속력을 높여 앞으로 전진할 뿐이었다. 어쩌면, 차라리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편이 다행이라 할 수 있을까.
-ㅈ...ㅗ 마....에 ㅅ..ㅏ 오....리!!
"야, 야!"
-타아앙!
곧바로 다시 괴물에게 총격을 가하는 오토기였지만 그 탄환은 살점을 조금 파고들었을 뿐, 그대로 맥없이 흡수되어버리고 말았다.
"히이익! 자극하지 마세요!! 다시 돌아오면 어쩌려고!"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괴물은 그대로 빠르게 전진하여 그녀들과 순식간에 멀어졌다, 갈수록 멀어져가는 괴물을 보자 조수석에 있던 소녀는 힘이 쭉 빠졌는지 그대로 늘어지고 말았다.
"사, 살았다... 다행이야.."
하지만 다행이라고 말하기엔 상황은 전혀 종료되지 않았다.
"으아아아악!!!"
바로 앞에서는 다시 괴물이 날뛰며 촉수를 이리저리 휘둘러대는 모습과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실로 끔찍하고도 소름끼치는 장면에, 소녀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었다.
-슈아아악!
그리고 그 순간, 하늘에서 헬파이어 미사일 두 발이 다시 괴물을 향해 날아들었다. 저것이 터진다면 분명 저 괴물을 죽이진 못해도 확실하게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오토기였지만, 그녀에게 펼쳐진 것은 또 하나의 기괴한 상황이었다.
-콰아앙!!
"?"
괴물에게서 나온 붉은 색의 광선이 그대로 미사일을 격추시켜버렸다. 그리고 아까보다 속력을 더욱 빠르게 올리며 전방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동시에, 운전수는 핸들을 꺾어 몸체를 돌리고는 그대로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다.
"잠깐! 어디 가는 거야?! 도망치는.."
"그렇게 말하면 내가 쓰레기가 되잖아! 뒤에 버려진 애들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확인해야 할 거 아냐!"
"아."
지금 저 학생들을 살필 수 있는 건 이 소녀들이 유일하였기에, 그래서 차를 돌려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건 확인해야지."
다만 차량과 이동을 같이 하는 오토기 입장에선, 이는 의도치 않은 후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소녀의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
그렇기에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전을 통해 이들에게 연락을 보내는 것.
-어, 소대장, 들려?!
그것이 그녀가 최후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지원이었다.
***
그리고 지금, 이 괴물은 전장 한가운데 난입해버리고 말았다. 차량 전체를 검은 살점들이 뒤덮고, 검은 살점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꿈틀거리는 촉수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니, 저건 또 뭐냐!"
-멀리 떨어져! 저거 지금 촉수를 뻗어서 우릴 잡아먹으려 한다고!
"뭐?"
귀를 의심할 만한 정보가 유키노에게 들려왔지만, 이내 오토기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콰드드득!!!
"으아아악!!!"
몸체에서 촉수 여러 개가 순식간에 뻗어나오고, 다시 한 번 학생들을 촉수에 휘감아 몸체로 빨아들였다. 그리고 이는 발키리 학생들을 완전히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도망, 도망쳐야..!"
"도망이라니! 그게 경찰이 할 소리냐!"
그리고 그 순간, 패닉에 빠져 정신을 놓아버린 학생들을 다시 붙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당황하지 말고 산개하면서 놈을 향해 사격해! 도망치는 놈부터 표적이 될 거다!"
공안국장이 곧바로 이 도로 위를 전부 휩쓸 정도로 우렁차게 목소리를 질러내자, 발키리의 학생들은 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그녀의 명령에 따랐다.
-타다다다다!!!!
사방에서 가해지는 탄환. 탄환들의 폭격이 단 하나에게 쏟아부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애석하게도, 이 융합체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퍼버벅..!
또 한 번 사방에서 뿜어져 나온 살점들에 의해 탄환들은 쉽게 막혀버렸다. 그리고 박힌 탄환들은 순식간에 재활용될 뿐이었다.
-퍼어엉!
탄환들을 한데 모은 살점이 바닥에 쏘아진 순간, 탄환들이 그대로 사방을 향해 뿜어져 날아갔다. 사방으로 비산(飛散)한 탄환들은, 그대로 타이어와 엔진을 뚫어 전장 이탈을 시켜버리는 것이었다.
-콰아앙! 콰앙!
한 번 이런 공격을 맞고 나니, 소녀들은 공포에 빠져 그 누구도 섣불리 이 괴물에 다가갈 수 없었다. 좌우로 흩어진 경찰차들은, 그대로 괴물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총탄이 먹히지 않는다면.. 수류탄은?'
그리고 지금 니코는 어느새 바로 안전핀을 뽑고는 그대로 괴물을 향해 던졌다. 하지만, 괴물은 탄환을 삼키듯 이 수류탄도 삼켜버렸고, 잠시 뒤 울림과 함께 수류탄을 삼킨 부위가 부풀어오를 뿐, 전혀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에이씨, 뭐 저런 게 다 있어?! 저게 뭔데 대체?!"
쿠루미가 기겁하여 소리치지만, 유키노는 이와 대비되게 여전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체 이 녀석이 뭔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화력으로는 녀석에게 상처조차 낼 수 없는 건가. 단순 피격은 소용이 없다...'
방금 전의 상황을 토대로 빠르게 괴물의 특징을 정리해나간다. 그녀는 늘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적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생각 중이었다.
'더한 화력으로 찍어누르는 건 우리로서는 할 수 없는 전략. 그렇다면...'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우왓! 깜빡했다!"
-타다다다다!!!!
순간 쿠루미가 다시 미식연구회를 향해 탄환 세례를 갈겼다. 그리고 똑같이 이 괴물에 등장에 당황하였던 미식연구회 역시, 느닷없이 총격을 다시 맞으며 다시 Fox 소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짜 아프단 말이야!! 그리고 지금 우릴 공격할 때가 아니잖아!"
"그래, 저 끔찍한 괴물도 너희 편이라 이거냐! 우릴 걱정해주니 아주 그냥 사려가 깊으시네!"
"어, 그게 무슨 소리에요? 어째서 우리가 저런 것하고 같은 편이라 생각하는 걸까요~?"
"시치미 떼는 솜씨도 아주 일품이네!"
이즈미와 아카리는 당연히 억울하겠지만, 쿠루미 입장에선 너무나 당연한 사고회로일 뿐이었다. 모든 사태의 원인이 '선생'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저 괴물 또한 '선생'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겠는가.
"니코, 너는 쿠루미를 도와라. 나는 아무래도 저 괴물 쪽을 봐야할 것같다."
"조심해, 유키노 짱."
느닷없이 적이 늘어났고, 그 적은 분명 강대한 녀석이다. 하지만 이에 굴하면 결코 SRT라 할 수 없었다.
'세상에 무적은 없다. 파악해야 해, 녀석의 약점을!'
다시 경찰차 위를 뛰어다니며, 시치도 유키노는 이 새로운 괴물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한편, 다른 SRT인 Rabbit 소대 역시 이 적의 등장에 역시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촉수를 맹렬히 휘두르고, 자신들의 공격을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로 만들어 돌려주는 모습은 기괴 그 자체였다.
"저, 저건 또 뭐야...? 이젠 사람까지 잡아먹는 거야?"
"대, 대체 왜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거에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아비규환에서 정신을 진작에 놓아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나마 키보토스에서 이미 괴현상들을 겪었던 이들이기에 그나마 이 상황도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타다다다다!!!!
미야코가 다시 한번 괴물에게 총을 쏘아보지만, 기관단총 따위로 이 괴물에게는 유효한 피해를 입힐 수 없다. 그리고 미야코 역시 이내 그걸 깨달았기에 공격을 멈추고, 그저 저 괴물을 쳐다볼 뿐이었다.
"젠장, 선생..! 이런 패까지 숨겨두었다니..! 정말이지 사악하고 끔찍한 녀석이..!"
물론 선생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저주는 이래서 무섭다. 세상 그 모든 악행이 '선생'이 한 짓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지상에서 저 괴물이 활개를 치는 것도, 모에와 미유가 난데없이 프래깅을 자행하는 것도, 죄다 선생의 탓이 되어버리니 이 얼마나 편리하고 끔찍한 사고회로란 말인가.
'....이제 어떡하지?'
그리고 지금 후부키는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원래 계획은 미사일을 엎어질 계획이었지만, 지금 그런 짓을 했다간 저 괴물의 한 끼 식사가 될 것이 분명했기에 할 수 없었다. 선생을 도와줘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지금 이 소녀들을 저 괴물의 뱃속에 넣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서, 설마 지금 다시 쏘지는 않겠지..?'
그리고 후부키는 미사키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이번에 저격하려 한다면 정말 큰 낭패가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접근하는 순간 위의 셋은 바로 선생을 공격할 것이기에, 지금 후부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아유 진짜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을 내리는 거야?! 나더러 뭐 어떡하라고?!'
"이렇게 된 이상 저 밴을 빨리 제압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분명 선생을 어떻게 하면 저 괴물도 답이 나오겠지요."
'야 임마! 그게 대체 무슨 논리야?! 사고회로가 어떻게 되면 그런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해?!'
"그래, 네 말이 맞아! 포위망이 사방에 생겼다면 한 쪽을 뚫어야지!"
"어, 어쩔 수 없는 건가요..!"
'야! 니들은 또 왜 거기에 동조를 해?! 선생님이 그럴 수 있을 리 없잖아? 다들 왜 이래?'
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생각인가! 그리고 이 의견에 아무렇지도 않게 동의를 표하니 더욱 끔찍하다! 후부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으니, 이것이 더욱 그녀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미쳐버리겠다..'
이런 푸념조차도, 함부로 겉으로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 후부키의 비애였다.
***
그리고 또 같은 상황, 칸나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휘하고 있었지만 자기 자신 역시 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다.
"몸체에는 사격하지 마라! 바퀴를 쏴!!"
녀석의 다리 역할을 하는 타이어를 무력화시킨다면 저 광란의 질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괴물 역시 그 약점을 모르는 바보는 아니었다.
-꿀럭...!
살점들을 역장처럼 펼쳐내며 바퀴에 향하는 총탄들을 흘려버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살점들을 다시 뭉치진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방어를 해낸다면 이 녀석에게 대응할 방법이 없을 것이었다.
'젠장, 아파치 헬기들이라도 있었다면 화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을 거였는데..! 지상 병력들의 화력으로는 뚫어낼 수 없다!'
-슈아아악!
그리고 그 순간, 공중에서 헬파이어 미사일이 다시 날아들었다. 직격만 한다면 분명 살점과 함께 차체에도 데미지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지만, 이 괴물은 그것도 역시 모르지 않았다.
-콰아아앙!
미사일은 이 '공포'의 광선으로 대응한다. 살점과 촉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레이저까지 쏘아버리는 녀석이라니. 최악의 상황에서 난적을 만나버리고 말았다.
"이 쳐죽일 놈들. 아주 끔찍한 걸 들고 왔구나..!"
눈에 핏줄이 터질 정도로 힘을 주며 사오리를 노려보는 칸나였지만, 지금은 번짓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저건 대체 뭐냐..."
"이제 와서 시치미를 떼는 거냐?!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놈들!"
"젠장, 모른다니까!"
-아...리...우..스... 스쿼드...! ㅈ..ㅗ 마...에 사...ㅇ..ㅗ 리..!
어느새 밴 바로 뒤까지 추격해온 괴물은, 여러 명이 합쳐진 듯한 목소리로 지금 줄에 매달려 있는 이 소녀를 부르고 있었다.
-슈아악!!
그리고 이 순간, 다시 한 번 촉수를 만들어 뻗기 시작했다. 이번 목표는, 이 괴물의 원래 타겟, 조마에 사오리.
-타아앙! 타앙!
하지만 리볼버를 들어 정확히 촉수들을 사격해낸 사오리는, 이들이 뻗치는 마수를 그대로 부숴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칸나를 쳐다보며 항변했다.
"지금 이걸 보고서 같은 편이라고 생각이 드나?! 정신 좀 차려라!"
"같은 편이면 뭔 짓을 못하겠어?"
"그게 지금 말이.. 됐다. 어차피 뭔 소릴 하든 다 똑같겠지."
사오리는 이내 설득을 포기했다. 지금 사오리가 선생의 편이라고 확실히 인식된 이상, 저주에 걸린 이들에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그녀 자신도 저주에 걸려있을 때 그러하였는데, 남들에게 그걸 바랄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슈아악!
문방구에서 팔던 낚시놀이 장난감처럼, 괴물은 촉수를 낚시줄처럼 뻗어 월척을 낚아올리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촉수가 뻗어오려고 하는 순간, 이번엔 뒤에서 지원사격이 날아왔다.
-타아앙!
"히, 히이익, 리, 리더.."
완전히 겁에 질린 얼굴임에도 침착하게 촉수를 쏘아내 터트렸다. 그리고 괴물이 다시 촉수들을 생성해 다시 한 번 뻗어오자, 히요리는 거의 울상이 되어 소리쳤다.
"뿌에에엥!! 저건 너무 많은데?!"
-타아앙! 타앙! 타앙!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히요리는 쉬지 않고 촉수들을 저격했다. 하지만 쏘는 속도보다 촉수가 뻗어오는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견제할 사람이 그녀만 있는 건 아니었다.
-타다다다다!!!
-타아앙! 타앙!
-타아앙!
차량 위에서는 와카모가, 차량 안에서는 아츠코, 차량 밖에서는 사오리가 정확히 촉수들을 저격해내며 하나 하나 파괴해 나갔다. 그리고 그 수많은 촉수가 전부 파괴되어진 지금, 제대로 된 한 발을 먹이기 위해 미사키가 로켓 런처를 들어올렸다.
'이게 마지막 발이긴 하지만...! 지금은 떨어트리고 봐야 해!'
-슈아악!
그렇게 발사된 미사일. 거리가 떨어져 있던 헬기의 미사일은 레이저로 요격할 시간이 있었지만, 불과 몇십 m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곳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감히 대응할 수 없었다.
-콰아아앙!!
한 대 제대로 먹어버린 괴물은 뼈대를 이루던 차량들이 폭발에 휘말림과 동시에 거리가 벌려지고, 검은 살점 역시 크게 떨어져 나갔다. 분명 이는 거대한 데미지임이 분명했으나, 이것이 결정타가 되지는 못했다.
-ㅅ...ㅡ..쿠..ㅓ...드!!
다시 살점들을 또 부풀리면서 촉수를 만들어낸 괴물은, 망가져 쓸 수 없는 차체를 분리시켜버리고는, 그대로 촉수에 꿰어 높이 들어올렸다.
"뿌, 뿌에에에엥!!! 선생님!! 저 녀석이 우리한테 뭐 던지려 해요!!"
"보고 있어!"
-슈아아악!!
마치 해머가 던져지듯, 차량은 힘을 잃지 않고 빠른 스피드로 차량을 향해 날아갔다. 만약 닿는다면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될 상황이었지만, 핸들링으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 다행히 최후의 수단이 남아있었다.
"됐다!"
-콰아앙!
때마침 뒷부분에 펼쳐진 배리어. 잠시 배리어가 펼쳐지지 않은 공백의 기간동안 아로나와 프라나는 야매로 배리어를 작동시킬 수 있게 보호막 발동 체계를 재설정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배리어에 부딪힌 자동차는 옆 쪽으로 튕겨져 나갔고, 프라나는 곧바로 상황을 보고했다.
"남은 전력 17.01%. 전원이 다시 꺼질 때까지 보호막의 가동은 양호할 것입니다."
"고마워!"
그렇게 나름 한숨 돌렸다 생각한 그때, 보호막에 튕겨진 차량은 이상한 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우, 우아악!!"
느닷없이 차량이 날아와버린 후부키는 옆으로 핸들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맞는 순간 X될 거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으니까. 그 덕에 폐차와 직격하는 것은 피했지만, 이내 소녀는 자신이 너무나 큰 실수를 범했음을 깨닫고 말았다.
"아..?"
선생이 타고 있는 밴과 너무나 가깝게 접근해버린 차량. 순간 트렁크 뒤쪽으로 쏠려있던 병력들과 미사일이 오링나버린 미사키. 지금 이 모든 상황이 겹친 결과, Rabbit 소대와 키리노는 가장 최고의 찬스를 잡아버리고 말았다.
"나이스!"
-타다다다다다!!!!
-타다다다다다!!!!
-타아앙! 타아앙!
순식간에 선생을 향해 날아드는 총알들, 그래도 보호막만 펼쳐내면 무위에 그칠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2차 불행. 선생은 지금 피를 계속해서 흘리고 있던 탓인지, 집중력이 크게 흐트러져 버렸다. 그래서, 지금 보호막을 펼치는 것이 늦어버렸다.
"아, 안 돼!!"
그러나 진짜 최후의 방어막, 세리나가 마지막으로 총알들을 몸으로 막아 육탄방어를 시도. 선생에게 도달할 탄환들을 막아내는 데에는 성공하였다, 80% 정도는.
남은 세 발의 탄환. 그리고 그건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제각기 다른 학생들이 쏜 탄환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다행이라 해야 할까, 불행이라 해야 할까.
"끄윽!!"
세 발의 총탄은 선생의 몸을 거의 훑어버리듯 스쳐 지나가 차체에 박혔다. 사키의 탄환은 오른쪽 허벅지를 쓸고 지나갔으며, 키리노의 탄환은 왼 손등을 쓸며 지나갔다.
"서, 선생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야코의 탄환은, 선생의 오른쪽 눈썹 부근을 쓸고 지나가버렸다. 이 탄환 전부가 조금만 안쪽으로 파고들었어도 그대로 끝날 뻔한 상황. 정말 끝내줄 정도로 악운 하나는 좋은 선생이었다.
"서, 서방님!"
"선생님!"
"으, 아, 아프다. 어지럽고.. 아, 아냐. 난 괜찮아."
그리고 보호막은 더이상 총탄들이 선생에게 날아가지 못하도록 막아주고 있었다. 후부키가 기겁해서 다시 핸들을 반대쪽으로 꺾어버렸을 땐,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좋은 치고 빠지기였어!! 대단한데?!"
"조금 더 침착하게 쐈어야 했는데, 끝낼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마, 맞았어! 악당 편 경찰이라고 조롱하더니... 꼴 좋네요!"
후부키는 이 모습을 보고 이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그대로 선생을 죽으라고 배달시켜준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아, 안 돼. 내, 내가 무슨 짓을.. 거, 거기서 왜 왼쪽으로 꺾어버린 거야.. 오, 오른쪽이 있었잖아?! 살짝이지만 공간이 있었잖아.. 왜, 왜!'
그리고 후부키와는 너무나 다르게, 이 셋은 다시 살의로 가득찬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다음 기회에서 반드시 선생을 죽여버리겠다는 눈빛으로, 소녀들은 다시 총을 치켜들고 있었다.
"그, 그런데 위쪽은 대응을 하지 않았네요..? 대체 뭘까요.."
당연했다. 괴물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쏠 수 있었다. 단순히 리타이어 개념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미사일을, 저격탄을 날렸다간 저 괴물에게 붙잡힐 상황을 고려해야 했기에 섣불리 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느닷없이 선생의 차량 쪽으로 붙어버렸을 때, 소녀들은 대응할 수가 없었다. 너무 순식간의 일이었고,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어.. 어...?'
그리고 후부키는 보았다. 잠시지만, 선생이 아까보다 부상이 깊어진 채 괴로운 얼굴을 짓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고의로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 자신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 이제 어쩌지. 이제 진짜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해?'
".....키."
'이, 이대로 핸들을 엎을까? 아, 안 돼. 그럼 괴물이..'
"...부키."
'왜, 왜! 나는 그냥..'
"후부키!"
그리고 그 순간 귓가를 때리는 동료의 목소리. 키리노는 공황에 빠져있던 그녀를 다시 깨웠다.
"왜, 왜?"
"...괜찮아요? 아까부터 자꾸 얼굴이 좋지 않아 보여요."
"...아냐. 난 괜찮아. 지극히 정상이야."
하지만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얼굴이 푸른 빛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누가 감히 정상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녀들이 보기에 후부키는 결코 정상이 아니었다.
"몸 안 좋아도 참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상이어야 해!"
"사키 말이 맞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정신 차리세요."
'허.'
그리고 이내, 소녀는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난 정상이야!! 비정상은 너희들이라고!! 다들 뭔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건지 지금 자각이 안 돼?!"
모두가 당황했다. 후부키에게서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악에 받친 목소리가, 지금 귓가를 찢어버릴 듯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 진짜 전부 기억 안 나냐고!! 뭘 어떻게 하면 이걸 죄다 정상으로 여길 수 있는 건데?!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나만 이상한 거야?!"
"후, 후부키? 왜 그래요?"
"젠장,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선생님을 죽인다는 결론이 왜 당연해지는 건데?!"
느닷없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셋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기억 안 나십니까? 저 빌어먹을 '선생'은 발키리나 우리 SRT의 공동의 적이었잖습니까."
"대체 언제?! 그런 적 없었잖아!"
후부키의 언성이 아까보다 더 올라가 이젠 아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제 소녀들은 완전히 후부키가 정신이 나가버렸다 생각했다.
"이런... 야, 정신 차려! 따귀라도 몇 대 때려야 하나? 아까부터 왜 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후부키, 진짜 왜 그래요? 정신을.."
"정신은 니들이나 차리라니까!"
갑자기 변해버린 후부키의 태도는 거의 귀신이 들린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미야코는 이내 총을 치켜들어 조심히 발을 옮기고는, 후부키를 기절시키고 자신이 대신 운전을 할 계획을 세웠다.
"선생은 우리의 적이잖습니까. 이제 그만 진정하세요."
"그래, 이건 질 나쁜 몰래카메라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러겠어?"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렸다 생각한 미야코는, 이내 바로 후부키의 머리에 총격을 가하려 했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싫은 말은 들어줄 수 없었다.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지만 선생이 적이 아니라니, 대체 무슨 말을....'
그리고, 그 순간, 해주를 위한 기다림의 모래시계는, 이내 그 모래를 싹 비워내버렸다.
'찢어 죽일.. 놈.. 선생..'
그리고 그건 곧, 소녀의 눈에 뒤덮여있던 안개가 걷히는 순간이자, 동시에 모든 인지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선생...?"
그리고, 지금 해주의 순간은 미야코만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어..?"
"어, 어라.."
사키도, 키리노도 순식간에 얼이 빠져 버렸다. 인지가 되돌아온 시점에서 이유 없던 증오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를 증오할만한 거짓된 기억 역시도.
-선생님, 저는 당신같은 어른이 제일 싫습니다.
그래, 제일 싫어했다.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 그래서 이 토끼 소녀는 가장 싫어하는 그에게 총탄을 쏘아내었다.
"어.. 어?"
하지만 모든 것이 걷히자, 거짓이 걷어지고 잊고 있었던 진실된 기억이 다시 드러난 순간, 소녀는 그 눈이 완전히 풀려버린 채, 그저 선생이 있는 밴을 쳐다보고 있었다.
"선생님..?"
자신이 쏘아냈다. 살의를 담아, 증오를 담아. 처음으로 믿을 수 있던 어른에게 진심으로 총탄을 쏘아내었다.
"그럴 리가.. 내, 내가 그럴 리가.."
마음을 다해도 모자라지 않을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이 사람을 배반하는 짓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미야코는 어떤 상황이 와도 선생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없는데..."
하지만 믿음이란 것은 이렇게 쉽게 무너지고 만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만큼 가장 허황된 것이 또 있을까.
"왜?"
왜 묻는 것일까? 무슨 답을 듣고 싶어서.
-후기-
https://novelpia.com/novel/230625
200화를 이룬 나 자신을 아주 칭찬해!
+)댓글로 축하해주시니 더욱 압도적 감사!
댓글 61
200회 ㅊㅊ
와 200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