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기준 8,310자
원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9432925
'선생님과의 사적 모모톡은 0건'이라 신고한 이오리, 245건으로 정정되다
아코 "……사적 용건, 0건?"
이오리 "응."
집무실에 정적이 흘렀다.
아코 쨩이 단말기를 보다 나를 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단말기를 본다.
아코 "정말인가요?"
이오리 "뭐야, 그 반응?"
아코 "최근 한 달 동안 말이에요?"
이오리 "그렇다니까?"
아코 "선생님과의 모모톡이?"
이오리 "응."
아코 "전부, 업무라고요?"
이오리 "그러니까 그렇다고 했잖아!"
치나츠 "…………"
이번에는 치나츠까지 입을 다물었다.
부장도 단말기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오리 "왜?"
아코 "……확인하게 해주세요."
이오리 "뭘?"
아코 "이오리가 말하는 '업무'가, 저희가 아는 '업무'와 같은 것인지를요."
이오리 "당연히 같지!"
◇◇◇
애초에 이런 확인을 시작한 건, 며칠 전에 일어난 작은 트러블이 계기였다.
게헨나 북부 구역에서 소동이 일어났을 때, 현장에 있던 선생님이 선도부로 지원 요청을 보냈다.
다만.
그 직전까지 선생님과 모모톡으로 잡담을 나누던 부원이, 다음 알림도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리고 확인이 조금 늦어졌다.
이번에는 큰일로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더 절박한 상황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대책안으로서, 선생님께는 긴급 연락 서두에 '긴급'이라고 붙여달라고 한다.
그것과는 별개로, 선도부 측에서도 선생님과의 모모톡에서 업무와 사적 용건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자……
그런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얼른 끝냈다.
그야, 확인해 보니 전부 업무 메시지였으니까.
아코 "그럼, 우선 이것부터."
내 단말기를 빌린 아코 쨩이 대화 기록 하나를 열었다.
[이오리: 내일 합동 순찰, 9시 괜찮아?]
[선생님: 괜찮아]
[이오리: 지각하지 마]
[선생님: 노력해 볼게]
[이오리: 노력하는 게 아니라 일어나라고]
[선생님: 이오리가 깨워줘]
[이오리: 내가 왜]
[선생님: 부탁해]
[이오리: 딱 3번까지만이다]
아코 "여기까지는요?"
이오리 "업무."
아코 "마지막 두 번의 대화도요?"
이오리 "그야 지각하면 곤란하잖아?"
아코 "선생님을 기상시키는 건 선도부의 직무가 아닙니다."
이오리 "하지만 안 깨워주면 지각할지도 모르잖아."
아코 "알람을 쓰게 하세요."
이오리 "선생님, 그거 끄고 다시 자버릴걸?"
아코 "그걸 어떻게 아는 건가요?"
이오리 "깨워주고 있으니까."
아코 "그렇겠죠!"
아코 쨩이 이마를 짚었다.
옆에서 부장님이 단말기를 들여다본다.
히나 "……평소에 몇 시에 깨워주는데?"
이오리 "날마다 다르긴 한데. 빠를 때는 6시 반쯤?"
히나 "6시 반……"
아코 "그건 통화로요?"
이오리 "응."
치나츠 "참고로, 선생님이 일어나면 바로 끊나요?"
이오리 "아니. 제대로 일어났는지 확인할 때까지."
아코 "어느 정도나 걸리죠?"
이오리 "이날은……"
기록을 본다.
이오리 "12분."
아코 "기상 확인에 12분?"
이오리 "그야 선생님, 중간에 다시 잠들 것 같단 말이야."
아코 "이오리."
이오리 "왜?"
아코 "이건 사적인 용건입니다."
이오리 "어째서!?"
아코 "오히려 왜 업무라고 생각한 건가요!?"
이오리 "합동 순찰에 지각하지 않게 하려는 거잖아!"
치나츠 "그렇다면, 일어난 시점에서 업무 목적은 달성한 거 아닌가요?"
이오리 "……뭐, 그렇지?"
치나츠 "그 뒤의 10분 정도는요?"
이오리 "…………"
아코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요?"
이오리 "아침 뭐 먹을 거야? 같은 거."
아코 "사적인 용건입니다!"
이오리 "아침밥은 중요하잖아!"
아코 "중요한지 아닌지로 판정하는 게 아니라고요!"
◇◇◇
다음.
[선생님: 오늘 좀 피곤하네]
[이오리: 웬일이래?]
[선생님: 이오리 목소리 들으면 기운이 날지도]
[이오리: 뭐야 그게]
[선생님: 전화해도 돼?]
[이오리: 5분 정도라면 괜찮아]
아코 "사적인 용건입니다."
이오리 "잠깐 기다려봐!"
아코 "여기에 업무 요소가 어디에 있나요?"
이오리 "선생님이 피곤해하고 있잖아!"
아코 "그래서요?"
이오리 "나랑 이야기하면 기운이 난대."
아코 "그래서요?"
이오리 "그럼 이야기하는 게 좋잖아?"
아코 "이오리의 목소리를 복리후생에 포함하지 마세요!"
치나츠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오리 "뭐야."
치나츠 "죄송합니다."
히나 "……이 통화, 5분 만에 끝났어?"
이오리 "아니?"
히나 "얼마나?"
이오리 "어…… 1시간 좀 넘게 했네."
히나 "…………"
이오리 "왜?"
아코 "5분이라면서요?"
이오리 "아니, 처음엔 그럴 생각이었어."
치나츠 "전화로 무슨 이야기를 하셨나요?"
이오리 "선생님 일에 대한 푸념 같은 거."
치나츠 "네."
이오리 "오늘 뭐 먹었어? 같은 거."
치나츠 "네."
이오리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 같은 거."
아코 "완전히 사적인 용건이잖아요!!"
이오리 "하지만 선생님, 기운 차렸다고."
아코 "결과를 말하는 게 아니라고요!"
히나 "……이오리. 이런 전화, 자주 해?"
이오리 "글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히나 "………………그래."
부장님이 자기 단말기를 보며 묘한 표정이 되었다.
아코 "히나 부장님?"
히나 "……아무것도 아니야."
아코 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치나츠는 왠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그 뒤로도 분류는 계속되었다.
선생님이 귀가했는지 확인하는 메시지.
내가 귀가했다는 걸 선생님께 알리는 메시지.
자기 전의 "잘 자".
임무 중에 발견한 이상한 간판 사진을 보낸 대화.
선생님한테 온 점심사진에 "야채 좀 먹어"라고 답장하거나.
집에 가는 길에 고양이를 발견하면 항상 사진을 보내고 있거나.
이오리 "고양이는 업무잖아?"
아코 "무슨 업무요!?"
이오리 "게헨나의 치안 확인."
아코 "고양이가요!?"
이오리 "길고양이가 늘어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코 "그럼 왜 선생님한테만 보내는 건가요!!"
이오리 "그건…………"
아코 "저한테도 치나츠한테도 히나 부장님한테도 안 보냈죠!?"
이오리 "그야 선생님은 고양이를 좋아하니까."
아코 "그럼 사적인 용건이잖아요!!!"
아코 쨩의 평소 같은 호통을 들으며, 나도 점점 깨닫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분류는 상당히 잘못되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
아코 쨩이 연 기록을 보았을 때는, 과연 나도 알 수 있었다.
[이오리: 오늘 샬레 못 가게 됐어]
[선생님: 그렇구나]
[선생님: 아쉽네]
[이오리: 뭐가?]
[선생님: 이오리를 못 보니까]
[이오리: 호들갑은]
[선생님: 이오리는 안 아쉬워?]
[이오리: 별로]
[선생님: 그렇구나……]
[이오리: 내일은 갈게]
[선생님: 야호]
[이오리: 그렇게 좋아?]
[선생님: 근데 내일은 볼일 없지 않아?]
[이오리: 없어도 갈게]
이오리 "……이건, 사적 용건인가?"
아코 "성장했네요."
이오리 "그런 말투 좀 그만해."
아코 "그럼 다음 날, 무엇을 하러 샬레에 갔죠?"
이오리 "선생님 보러 갔어."
아코 "용건은요?"
이오리 "어? 없는데?"
아코 "……그럼 뭘 했나요?"
이오리 "아니 딱히."
아코 "딱히요?"
이오리 "선생님은 일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옆에서 책 읽었어."
치나츠 "……그뿐인가요?"
이오리 "중간에 선생님이 쉰다고 해서 같이 차 마시고. 그 뒤에 다시 선생님은 일하고, 나는 내 일 하고."
히나 "돌아갈 때는?"
이오리 "같이."
아코 "저녁은요?"
이오리 "먹었어."
아코 "둘이서요?"
이오리 "응."
아코 쨩이 이마를 짚었다.
아코 "정리하자면, 용건도 없는데 선생님을 찾아가서, 같은 방에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같이 돌아가서 식사를 했다……"
이오리 "그렇긴 한데. 왜 요약하는 거야?"
아코 "그걸 당신은 업무에 넣고 있었던 건가요?"
이오리 "그야 샬레에 갔으니까."
치나츠 "장소로 판정하면 안 됩니다."
이오리 "그건 이제 알겠어."
부장님이 책상 위의 펜을 내려놓았다.
히나 "…………이오리. 그거, 자주 그래?"
이오리 "뭐가?"
히나 "볼일 없는 날에 샬레 가는 거."
이오리 "뭐, 그렇지?"
히나 "얼마나?"
이오리 "일주일에 2번 정도?"
히나 "………………"
이오리 "부장님?"
히나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얼굴이 아니었다.
◇◇◇
전부 다시 분류했다.
처음에 내가 신고한 숫자는
업무가, 286통.
사적 용건이, 0통.
그것이
아코 "업무, 41통."
이오리 "…………"
아코 "사적 용건, 245통."
이오리 "거의 다 사적 용건이잖아?"
아코 "처음의 자기 신고가 소름 돋지 않나요?"
이오리 "아니, 사적 용건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었던 거야."
치나츠 "상당히 넓게 업무라고 생각하고 계셨네요."
이오리 "이제 알았다니까?"
아코 쨩이 집계 화면을 닫으려 한다.
그 손이 멈췄다.
아코 "……잠깐 기다려보세요."
이오리 "왜?"
아코 "이거, 날짜별로 분류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오리 "날짜?"
아코 "이번 일의 발단은 선생님과의 업무 연락과 사적 연락이 일상적으로 혼재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건수뿐만 아니라 빈도도 봐두는 게 좋겠죠."
또 시작이다.
나는 의자에 다시 고쳐 앉았다.
이오리 "마음대로 해."
딱히 보여주거나 분류된다고 해서 부끄러운 건 아니다.
아코 쨩은 내 모모톡 기록 중 사적 용건으로 판정된 기록을 날짜별로 나열한다.
1일째, 있음.
2일째, 있음.
3일째, 있음.
4일째, 있음.
화면에 달력이 표시되었다.
사적인 모모톡이 있었던 날에 표시가 붙어간다.
5일분.
10일분.
20일분.
계속해서 채워진다.
이오리 "……많네."
아코 "이제 와서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집계했다.
아코 "30일 중 29일."
이오리 "엥?"
아코 "최근 30일 동안 선생님과 사적인 모모톡을 한 날이 29일입니다."
이오리 "…………"
치나츠 "거의 매일이네요."
이오리 "'거의'잖아."
아코 "거기에 저항하는 건가요?"
이오리 "하루는 없잖아."
제대로 빈 날이 있다.
왠지 조금은 안심했다.
이오리 "봐. '매일'은 아니지?"
아코 "……이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이오리 "어?"
날짜를 보고 바로 떠올렸다.
이오리 "아. 그날은 아침부터 합동 임무였어."
아코 "선생님과요?"
이오리 "응"
치나츠 "저녁에는 끝났었죠?"
이오리 "끝났지."
아코 "그 뒤에는요?"
이오리 "그 뒤?"
아코 "선생님과는 거기서 헤어졌나요?"
이오리 "아니, 같이 쇼핑하러 갔어."
아코 "…………"
이오리 "그다음에 밥 먹고."
치나츠 "…………"
이오리 "선생님이 산 짐이 많아서 샬레까지 들어다 줬어."
히나 "몇 시까지?"
이오리 "10시쯤?"
히나 "하지만 합동 임무가 끝난 건 낮이었을 텐데…"
이오리 "아, 밤 10시야."
히나 "………………"
다시 방이 조용해졌다. 왜?
이오리 "왜?"
아코 쨩이 달력을 보았다.
29개의 표시.
그리고 하나만 남아있던 공백.
아코 "……사적인 모모톡이 없었던 이유가."
이오리 "응."
아코 "그날만 아침부터 밤까지 직접 선생님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군요?"
이오리 "뭐, 그렇지?"
"…………"
아코 쨩이.
공백이었던 하루에 새로운 표시를 남겼다.
이오리 "뭐 하는 거야?"
아코 "선생님과 사적으로 직접 만난 날로 추가했습니다."
이오리 "아니, 그건 모모톡이 아니잖아?"
아코 "이제 모모톡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오리 "하?"
아코 쨩이 집계 결과를 갱신한다.
'최근 30일'
'선생님과 사적으로 엮인 날 30일'
'엮이지 않은 날 0일'
이오리 "…………"
치나츠 "……0일."
히나 "매일……"
세 사람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오리 "뭐야?"
아코 "이오리."
이오리 "왜?"
아코 "처음에 뭐라고 했죠?"
이오리 "…………"
아코 "선생님과의 사적 용건은?"
이오리 "……0건."
아코 "실제로는?"
이오리 "……245건."
아코 "게다가?"
이오리 "…………"
아코 "선생님과 사적으로 엮이지 않은 날은?"
이오리 "…………0일."
아까부터 뭐야, 이 심문은.
아코 "정반대잖아요!!"
이오리 "아니, 몰랐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아코 "어떻게 하면 245건을 0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가요!!"
이오리 "그러니까 업무라고 생각했다니까!"
아코 "그럼 30일 전부는요!?"
이오리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겠지!"
치나츠 "30일 연속을 '어쩌다 보니'로 치부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오리 "치나츠까지!"
부장님만은 가만히 화면을 보고 있었다.
30.
0.
히나 "……아코."
아코 "네?"
히나 "그 29일 치 모모톡 있잖아."
아코 "네"
히나 "먼저 보낸 건 어느 쪽이야?"
이오리 "부장!?"
왜 그런 것까지 조사하는 거야.
아코 "아…… 확실히."
다시 집계가 시작된다.
이오리 "이제 됐잖아!"
아코 "중요합니다. 이오리가 일방적으로 연락하고 있는 건지, 선생님 쪽에서도 일상적으로 보내고 있는 건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거든요."
이오리 "뭔 의미!?"
아코 "저도 모릅니다!!"
이오리 "모르면서 조사하지 마!!"
수십 초 뒤, 결과가 나왔다.
아코 쨩이 입을 다물었다.
이오리 "……뭐야?"
아코 "선생님이 먼저 시작한 날이, 15일."
이오리 "응."
아코 "이오리가 먼저 시작한 날이, 14일."
"…………"
거의 절반이었다.
내가 보내는 날도 있다.
선생님이 보내오는 날도 있다.
거의 매일, 딱히 볼일도 없는데 어느 한쪽이 말을 걸고 있다.
치나츠 "……제법 깔끔하게 반반이네요."
이오리 "그러게."
아코 "왜 거기서 평범하게 감탄하고 있는 건가요?"
이오리 "그야 반반이니까."
히나 "선생님이 15일……"
부장님이 작게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조금 무섭다.
아코 "히나 부장님?"
히나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모양이다. 오늘 부장님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많네.
◇◇◇
결국 회의는 처음의 안으로 낙착되었다.
선생님께는 긴급 연락 서두에 '긴급'이라고 붙여달라고 한다.
선도부 측도 알림 내용은 제대로 확인한다.
잡담을 금지할 필요는 없다.
그걸로 끝.
……일 터였다.
책상 위에서 내 단말기가 진동했다.
[선생님: 이오리, 끝났어?]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이오리 "……왜 쳐다보는 거야."
아코 "글쎄요."
치나츠 "우연이에요."
히나 "…………응."
절대 거짓말이다.
일단 답장한다.
[이오리: 방금 끝났어]
[선생님: 밑에 있어]
[이오리: 벌써 와있어?]
[선생님: 늘 먹던 걸로 사서 기다리고 있을게]
[이오리: 무설탕?]
[선생님: 당연하지]
[이오리: 고마워]
거기서 손을 멈춘다.
조금 생각했다.
이오리 "……이건 사적 용건인가?"
아코 "아무도 안 물어봤거든요?"
이오리 "그냥 확인해 본 거야."
가방을 챙긴다.
치나츠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거죠?"
이오리 "응."
아코 "오늘도, 인가요?"
이오리 "뭐가?"
아코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오리 "그럼 나 먼저 갈게."
치나츠 "수고하셨습니다."
아코 "수고하셨어요."
히나 "…………수고했어."
집무실을 나선다.
◇◇◇
선생님은 1층이 아니라 계단을 올라온 곳에 있었다.
양손에 컵을 들고 있다.
"이오리!"
이오리 "선생님. 밑에서 기다린다며?"
"밖이 생각보다 춥더라고."
이오리 "그럼 안에서 기다리면 되잖아?"
"자, 여기."
커피를 건네준다. 내가 항상 마시는 무설탕 커피.
이오리 "고마워."
"천만에."
커피를 받아 들고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몇 걸음 가다가
이오리 "선생님, 잠깐만."
"응?"
이오리 "옷깃."
한쪽이 안으로 접혀 있었다.
손가락으로 집어서 펴준다.
반대쪽도 조금 구부러져 있다.
이오리 "가만히 있어 봐."
"응."
이오리 "……됐다."
"고마워."
이오리 "이런 건 좀 스스로 알아채라고."
"이오리가 알아봐 주지 않을까 해서."
이오리 "그러다 내가 못 알아보면?"
"오늘은 하루 종일 이대로 있는 거지."
이오리 "고쳐 입으라고."
"그럼 내일도 봐줄 거야?"
이오리 "본인이 직접 보라니까?"
"안 봐줄 거야?"
이오리 "……구겨져 있으면 펴줄게."
"아싸!"
이오리 "뭐가 '아싸'야."
선생님이 웃는다.
나도 조금 웃음이 났다.
허리 뒤에서 꼬리가 멋대로 크게 흔들렸다.
◇◇◇
선생님과 걸으며 아까 회의 이야기를 했다.
"그럼 처음엔 사적 용건 0건이라고 한 거야?"
이오리 "그야 전부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침에 깨워주는 것도?"
이오리 "……지금은 사적 용건이라는 거 알아."
"전화하는 것도?"
이오리 "사적 용건이라더라."
"볼일 없는데 샬레 오는 것도?"
이오리 "사적 용건."
"잘 자라는 인사도?"
이오리 "사적 용건!"
"공부 많이 했네."
이오리 "놀리는 거지?"
"아냐, 아냐."
틀림없이 놀리고 있다.
"그래서 결국 얼마나 됐어?"
이오리 "사적 용건이 245건."
"많네."
이오리 "선생님도 꽤 많이 보냈다고."
"내가?"
이오리 "29일 중에 선생님이 먼저 시작한 게 15일이야."
"이오리는?"
이오리 "14일."
"거의 반반이네."
이오리 "나도 그렇게 말했어."
선생님이 웃는다.
잠시 걷는다.
"어라?"
이오리 "왜?"
"29일?"
이오리 "응."
"30일이 아니라?"
이오리 "남은 하루는 모모톡 안 했으니까."
"그럼 그날은 이야기 안 했어?"
이오리 "아니. 그날은 아침부터 밤까지 선생님이랑 같이 있었잖아."
"아아."
이오리 "임무 끝나고 나서도 쇼핑하고, 밥 먹고, 샬레까지 갔고."
"그럼,"
이오리 "말하지 마."
"30일 내내?"
이오리 "말하지 말라니까!"
선생님이 즐겁게 웃는다.
"대단하네!"
이오리 "뭐가."
"한 달 동안 매일 이오리랑 이야기하고 있어."
이오리 "……그러게."
"싫었어?"
이오리 "하?"
나도 모르게 선생님을 본다.
이오리 "왜?"
"아니, 일단은."
이오리 "싫으면 매일 이야기 안 했겠지."
"그렇네."
이오리 "선생님은?"
"싫었으면 15일이나 먼저 보내지 않았을 거야."
이오리 "……뭐, 그렇겠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선생님에게 말을 거는 날이 있고.
선생님이 나에게 말을 거는 날이 있다.
어느 쪽이 먼저든.
결국 그날의 어딘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오늘로 31일째네?"
이오리 "세지 마"
"그치만 오늘도 사적 용건이잖아?"
이오리 "……그렇긴 한데."
"내일은?"
이오리 "뭐가?"
"딱히 볼일은 없는데."
이오리 "응."
"샬레 올 거야?"
이오리 "갈 거야."
선생님이 한 번 눈을 깜빡인다.
"즉답이네?"
이오리 "선생님 거기 있을 거잖아?"
"있지."
이오리 "그럼 갈게."
"32일째."
이오리 "그러니까 세지 말라니까!"
선생님이 웃고, 나도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
딱히 한 달 동안 매일 이야기했다고 해서 어쨌다는 건가.
오늘도 이야기했다.
내일도 만난다.
볼일 같은 건 없다.
그래도 간다.
그게 사적 용건이라면, 아마 내일도 사적 용건이다.
곁을 걷는 선생님의 허리에 꼬리가 멋대로 감기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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