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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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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오늘은 케이가 하고 싶은 일만 하자"라고 하자, 마지막에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을 들은 이야기
원문 기준 11648자
번역 피드백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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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선생님. 무슨 일로 상담을?"
휴일의 오전 10시. 부름을 받고 찾은 샬레의 사무실은 생각보다 고요했다.
평소라면 책상을 덮어버릴 만큼 쌓여있어야 할 서류도 오늘은 얼마 없었고, 휴대폰 알람도 울리지 않았다. 햇빛이 책상 모서리를 부드럽게 비췄고, 선생님은 그 속에서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커피를 음미하고 있었다.
...이상하네요.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모모톡엔 [시간이 있으면 샬레에 들러줘]라고 적혀 있었다.
별일 아니라면 굳이 나를 콕 집어 부를 필요는 없다. 게임개발부에 관련된 일일까. 혹은 무언가의 해석이나 동작 검증 같은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렀을 때, 나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설마, 강철 대륙 때와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서?
그 사건 자체는 이제 끝났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이 용건도 밝히지 않고 나만을 부른 것이 묘하게 신경쓰였다.
성가신 일에 휘말린 걸까. 아니면 나만이 확인할 수 있는 게 있는 걸까.
어느 쪽이든 선생님이 일부러 내게 부탁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로그를 조사하고 데이터를 해석할 것이다. 현지로 향할 준비도 되어 있다.
선생님에게만 맡긴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런데.
정작 선생님에게 긴장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
"옙"
"아까부터 꽤 여유 있으시네요"
"그래?"
"네. 사람을 불러놓고, 자기는 커피만 마시고 있고. 이쪽은 좀 더 긴급한 안건을 상정하고 있었는데"
"긴급한 안건이라니?"
"...아닌가요?"
"응, 전혀"
"............"
어깨에 힘이 살짝 빠졌다.
그 대신 다른 질문이 생겼다.
"그럼, 게임개발부와 관련된 상담인가요? 요즘엔―"
"그것도 아니야"
"샬레 시스템 쪽?"
"땡"
"무언가의 데이터 해석?"
"오답입니다"
"그럼 어떤 건가요?"
선생님은 그곳에서 어째서인지 조금 신난 것처럼 웃었다.
"오늘은 케이가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해서"
"......하?"
몇 초간 기다렸다.
다음 말은 없었다.
"그래서요?"
"그것뿐이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니 잠깐 너무 빠르잖아"
발걸음을 돌리자 선생님이 급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는 반쯤 열린 문을 손으로 잡은 채 뒤돌아봤다.
"별일은 딱히 없는 거죠? 그럼 저는 여기에 남을 이유가 없습니다. 게임개발부로 돌아가서 진척도도 확인해야 하고, 테스트가 필요한 항목도―"
"그것도 오늘은 휴식"
"어째서 선생님이 게임개발부의 활동 방침을 결정하시는 건가요"
"그럼 표현 방식을 조금 바꿀게"
선생님은 서랍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내 경험상, 이 사람이 뭔가를 이상하게 잘 준비해왔을 때는 대부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늘은, 케이가 하고 싶은 일만 하자"
"......하아?"
이번에야말로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먹고 싶은 걸 먹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전부 케이가 정하는 날"
"어째서인가요?"
"봐봐, 또 그거"
"어떤 게요?"
"케이는, 바로 이유를 묻잖아"
"이유를 확인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목적이 불확실한 행동을 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건―"
"그것도 금지"
"뭐라고요?"
받아든 종이에는 커다란 글씨로 [오늘의 규칙]이라고 적혀있었다.
[1. 선생님에게 뭘 하고 싶냐고 묻지 않기]
[2. 효율만으로 결정하지 않기]
[3. 아무거나 좋다, 상관없다 금지]
나는 종이와 선생님을 번갈아 봤다.
"...초등학생용 레크리에이션인가요?"
"케이용이야"
"그게 더 싫어요!"
종이를 책상 위로 돌려놨다. 라기보다는, 던져버렸다.
"애초에 의미를 모르겠어요! 제 하루를 쓰는 게 선생님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 건데요?"
"케이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지"
"그걸 알아서 뭘 하실 건데요?"
"알고 싶으니까 하는 거야"
"목적은요?"
"딱히 없는데"
"............"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때때로 이런 처리하기 곤란한 입력을 태연하게 던진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 선생님이 살짝 웃었다.
"케이는 나한테 자주 묻잖아. 뭐가 드시고 싶으신가요, 어디 가실 건가요, 무언가 도와드릴 게 있나요 등등"
"선생님은 가만히 내버려두면 식사도 수면도 업무도 간단하게 파탄나버리니까요"
"그 정도인가"
"그 정도입니다"
"아리스들한테도 자주 물어보지?"
"그것도 당연한 겁니다. 그 아이들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모모이는 끝없이 프로젝트를 부풀려버리고, 미도리는 그걸 막지 못하고, 아리스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전부 긍정합니다. 누군가가 진행을 관리해주지 않는다면 게임을 완성할 수 없어요"
"응. 그런 부분이 케이의 장점이지"
선생님은 여기서 말을 한 번 끊었다.
"그래도, 자기가 뭘 하고 싶냐고 물으면 언제나 [선생님이 원하신다면]이나 [여러분에게 필요하다면] 같은 대답 밖에 안 하잖니"
"...딱히 상관 없잖아요"
"문제가 있다고는 안 했어. 그저 오늘은 그것들 이외의 케이 쨩도 보고 싶어!"
그런 말을 활짝 웃으며 해버리니, 대답하기 곤란했다.
이런 건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장난치는 거라면 화내면 되는데. 논리가 이상하다면 정정하면 되는데. 하지만 선생님은 이럴 때만 이쪽이 반론하기 어려운 표정을 짓는다.
"...알겠어요"
"정말?"
"하면 되잖아요, 하면. 제 희망을 표현하는 것 정도는 전혀 어려울 것 없어요"
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 걸까.
대량의 데이터로부터 버그의 원인을 특정하는 것도, 복잡한 진행 상황 속에서 최적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이 정도의 과제를 어려워 할 이유는 없다.
"그럼, 우선 뭘 하고 싶어?"
"............"
선생님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봤다.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하늘은 맑았다. 온도도 나쁘지 않았다. 외출하기에 최적의 조건일 것이다.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은 뭘 하고 싶으세요?"
"삐빅ー! 규칙 1번"
"............"
시작한지 5초도 지나지 않아, 이 프로젝트의 난이도를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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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밖으로 나오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정확히는,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지 못하는 나를 본 선생님이 [일단 걸으면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말해, 그렇게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건 선생님의 제안에 따르는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규칙 위반이 아닌지 지적했지만, [나가는 건 싫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싫지는 않다.
그러니까 지금, 나와 선생님은 나란히 상점가를 걷고 있다.
휴일답게 오가는 사람은 많았고, 식당에서 풍겨오는 향신료나 구운 고기의 향에 가끔 달달한 과자 냄새가 섞였다. 매장의 쇼윈도도 평소보다 화려했고, 호객하는 목소리도 들뜬 것처럼 느껴졌다.
"슬슬 점심을 먹을까"
"그렇네요. 오후의 활동을 고려하면 더 혼잡해지기 전에 먹어야겠어요"
"뭐 먹을래?"
"현재 위치에서 반경 500m 이내의 점포를 검색하고, 대기 시간과 영양 균형, 가격을―"
"케이"
"...아직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규칙 위반은 아닙니다"
"아니, 얼굴에 다 적혀 있어. 지금부터 [최적해]를 찾겠다고"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
"먹고 싶은 걸 찾는다"
"그걸 찾는 평가 기준을 제시해주세요"
"케이 쨩의 기분"
"모호해요!"
정말, 이 사람은 간단하게만 말한다.
예를 들어 아리스가 [카레가 먹고 싶습니다]라고 한다면, 나는 가게를 검색하여 가격이나 평가, 이동 시간을 비교할 수 있다. [오후부터 일정이 있습니다]라고 한다면, 그것도 조건으로서 추가하면 된다.
희망하는 것과 조건만 명확하다면 판단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그 중요한 희망을 하는 주체가 나 자신이고, 그 조건이 어디에도 기술되어 있지 않다.
시험 삼아 거리의 가게들을 하나씩 확인해보기로 했다.
라멘. 먹을 수 있음.
파스타. 문제 없음.
정식. 영양 면에서 우수함.
햄버거. 선생님의 건강을 고려하면 빈도를―아니, 오늘은 선생님이 아니라 나였지.
그럼 나 자신은, 뭘 먹고 싶지?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모든 선택지가 같은 무게가 되었다.
"...까다롭네요"
"뭐가?"
"스스로 결정하는 거요"
"좀 더 긍정적으로 말해 줄래"
"어려울 것 같네요"
소리내며 웃는 선생님을 째려봤다.
그 직후였다.
길가의 조그만 가게에 내걸린 간판이 시야 가장자리를 스쳤다.
[기간 한정 딸기 초콜릿 크레이프]
빨간 딸기 위에 흰 크림, 그 위에 초콜릿이 얇게 뿌려져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광고 사진일 뿐인데, 이상하게 눈에 계속 남았다.
나는 그대로 지나쳤다.
"케이"
"뭔가요"
"저거 먹고 싶었니?"
"왜요?"
"보고 있었으니까"
"광고는 시선이 머물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단순히 보는 것과 먹고 싶어지는 건 관계 없어요"
"그렇구나"
선생님은 그렇게 수긍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단지 그것뿐?
확인하기 위해 뒤돌아봤다.
가게는 아직 바로 뒤에 있었다. 간판 옆에서 마침 점원이 갓 구운 얇은 반죽을 접어 크림을 듬뿍 담고 있었다.
달콤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느껴졌다.
"............"
선생님의 등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응?"
"...가겠습니다"
"어디로?"
"아까의 가게로요"
선생님의 입꼬리가 눈에 띄게 올라갔다.
"미리 말해두겠지만, 그저 기간 한정 상품의 품질을 확인해보고자 하는 것뿐이니까요"
"그건 규칙 2번이려나"
"...알겠어요"
어째서 이런 사소한 걸 말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이상하게 간질간질한 걸까.
나는 숨을 한 번 내쉬고 똑바로 말했다.
"먹고 싶어요. 이 크레이프"
"응, 그럼 먹으러 가자!"
선생님은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칭찬도 놀림도 없었다. 그저 당연하다는 듯 나와 함께 가게로 들어갈 뿐이었다.
그 모습이, 어째서인지 조금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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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프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딸기의 강한 산미 덕분에 크림의 단맛이 느끼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초콜릿의 양도 적당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았다. 기간 한정이라는 판매 전략에 낚인 것 같아 조금 분하기도 했지만 상품 자체는 충분히 좋았다.
"맛있어?"
"네. 크림과 과육의 비율이 적당하고, 반죽도―"
"케이의 감상은?"
"지금 말하고 있는데요"
"상품 리뷰가 아니라"
주문이 너무 많다.
"...맛있어요"
"그렇구나"
"그뿐인가요?"
"뭔가 듣고 싶은 말이라도 있었니?"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요!"
쓸데없는 말을 듣다 보니 이쪽까지 쓸데없는 걸 의식해버린다.
거기다 선생님은 나와 똑같은 크레이프를 샀다. [케이가 고른 거니까 맛있을 거 같아]라면서.
똑같은 걸 먹고 있을 뿐인데, 선생님이 한 입 먹을 때마다 감상을 기다려 버린다.
"아, 정말이네. 맛있어"
"...그렇죠?"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조금 기뻤다.
그렇구나.
스스로 고르는 것엔 이런 부차적인 효과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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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그대로 상점가를 걸었다.
처음에 선생님에 [어디 갈래?]라고 물었을 때는 곤란했다. 하지만 크레이프를 직접 고른 이후, 오전 때처럼 머리가 새하얘지는 일은 없었다.
잡화점에 가보고 싶다.
서점도 보고 싶다.
게임 매장의 신작 코너도 궁금하다.
[게임개발부의 참고자료로]라고 말한 걸 선생님이 들어 버려, 할 수 없이 [제가 보고 싶으니까요]라고 정정하기는 했다.
그때마다 선생님이 신난 듯한 표정을 짓는 게 조금 짜증났다.
뭔가요. 제가 하고 싶은 걸 얘기하는 게 그렇게 드문가요.
...뭐, 드물긴 하네요.
자각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게 가게 몇 군데를 돌아보고, 오락실 앞을 지나치던 때였다.
입구 근처의 인형뽑기 기계 안에 고양이가 한 마리 보였다.
하얗고 긴 털을 가진 인형이었고, 인상은 슬림해 보였다. 선명한 붉은 눈동자를 약간 치켜뜨고 있었고, 앞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묘하게 예의바르게 보였다. 그런면서도 입은 불만스러운 듯 꾹 다물고 있어, 귀엽다기보다는 어딘가 고지식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
어째서일까.
매우 신경 쓰였다.
선생님이 내 곁에서 멈춰섰다.
"...아무 말도 하지 말아주세요, 아시겠죠"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지금,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죠?"
"............"
"침묵은 긍정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아니, 그..."
"간주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입꼬리를 억누르며 고개를 돌렸다.
웃은 거죠 방금?
실례네요. 확실히 저와 머리 색도 같고, 눈동자도 붉은색이지만, 고양이와 사람을 닮았다고 하는 것 자체가 너무 비약이잖아요.
애초에 저는 그런 붙임성 없는 얼굴을 항상 하고 있지는 않―
"그러면 갈까"
"............"
선생님이 오락실과 멀어지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 붙었다.
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보인 붉은 눈동자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5걸음 정도 걸었을 무렵, 나는 다리를 멈췄다.
"선생님"
"응?"
"돌아가겠습니다"
"혹시"
"말하지 마세요!"
오락실 앞으로 돌아가자 흰 고양이는 정좌한 채 이쪽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이걸 뽑겠습니다"
"얻고 싶어?"
무조건 알고 있는데도 묻는다. 심보가 고약하다.
"네. 얻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약간 빠르게 대답했다.
"알았어"
"그리고 선생님의 손을 빌리진 않겠습니다. 배치만 보면, 왼쪽을 들어올려서 중심을 어긋나게 하면―"
...결론부터 말하면, 내 예측은 형편없이 빗나갔다.
"뭔가요 이 게임!! 누가 봐도 유지력이 부족하잖아요!!"
"케이, 아까도 그렇게 말했어"
"사실이잖아요! 지금까지 못 뽑은 게 물리적으로 이상해요!"
"벌써 1600엔 썼는데 괜찮아?"
"여기서 그만두면 지금까지 시행한 데이터가 쓸모없어져요!"
"그거, 매몰비용..."
"알고 있어요!! 지금은 논리적인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에요!"
입으로 꺼내면서 스스로도 놀랐다.
지금은 논리적인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선생님도 똑같은 생각을 한 걸까,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아무 말 없이 웃었다.
"...뭔가요"
"아니야, 힘내"
"물론입니다"
그로부터 또다시 몇 번.
집게가 고양이를 들어올려, 비스듬히 미끄러졌고, 마지막엔 집게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그리고, 경품 구멍으로 떨어졌다.
"뽑았다...!"
무심코 목소리가 나왔다.
곧바로 몸을 숙여 고양이를 꺼냈다. 유리창 너머로 보았을 때보다 털이 부드러웠고, 안아보니 의외로 컸다.
"즐거워 보이네"
"...뭐, 고생했으니까요"
"이름은?"
"필요 없어요"
"케이 냥"
"기각합니다"
"빠르네"
"너무 단순하잖아요! 저랑 닮은 고양이니까 케이 냥 인가요? 이름 붙이는 거 치고 성의가 너무 없어요!"
"그래도 닮은 건 인정하는구나"
"......선생님"
"옙"
"지금 즉시 잊어 주세요"
선생님이 소리내며 크게 웃었다.
복장이 터졌다.
복장이 터지긴 했지만, 나는 흰 고양이를 선생님에게 건내지 않고 그대로 내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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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를 지날 무렵, 나도 이 기묘한 하루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점점 깨달아 갔다.
오락실 안에서 격투 게임을 발견했을 때, 나는 선생님에게 묻지 않았다.
"선생님. 이거 하겠습니다"
"격투 게임?"
"네. 저와 승부해주세요"
"괜찮긴 한데 갑작스럽네"
"아까부터 선생님만 신난 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한 번 제대로 실력차를 이해시켜 드리겠습니다"
"혹시 이기고 싶니?"
"당연하죠"
대답하며 선생님을 봤다.
선생님도 나를 봤다.
"......뭔가요"
"아니야. 지금 엄청 자연스러웠어서"
"불필요한 분석은 하지 말아주세요"
기체의 레버를 쥐었다.
게임이 시작하고 헤매는 일은 없었다.
승리 조건은 명확. 입력에 대응하는 결과도 명확. 상대의 습관을 관찰하고, 대응을 바꿔나가며, 최적의 행동을 선택한다.
이런 건 전문이다.
1차전, 내 승리.
2차전도 내 승리.
3차전은 선생님이 묘한 전법을 구사한 탓에 지고 말았다.
"한 번 더 해요"
"엥, 더 하자고?"
"당연하죠. 지금의 패배엔 재검증이 필요합니다"
"그것뿐?"
또 그건가요.
오늘은 정말 집요하다.
"...진 채로 끝내는 건 싫어요"
"그렇구나"
"그리고 선생님을 이기는 게 즐거우니까요"
말을 하면서 뺨이 약간 뜨거워졌다.
하지만 정정은 하지 않았다.
선생님도 아무 말 없이, 그저 즐겁게 다음 게임을 시작했다.
그 후의 대전 횟수를 세는 건 중간에 그만뒀다.
횟수를 기록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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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밖으로 나서려 했을 때, 스티커 사진 부스가 눈에 띄었다.
평소였다면, 시야에 들어왔다라는 정보만으로 처리를 마쳤을 것이다.
이번은 조금 달랐다.
오늘은, 무언가 형태로 남겨두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답을 찾기 전에 나는 이미 선생님을 부르고 있었다.
"선생님"
"왜?"
"...사진, 찍으실래요"
"나랑?"
"달리 누가 더 있나요"
"아니, 케이 쨩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라서"
"안 찍을게요"
"찍겠습니다. 부디 찍게 해주세요"
"갑자기 필사적으로 부탁하지 말아주세요"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봐도 좁았지만, 둘이서 들어가자 갈수록 답답해졌다.
[더 가까이 붙으세요!]
"쓸데없는 참견이네요"
"하지만 케이, 너무 끝에 붙어서 반 밖에 안 보여"
"선생님이 가운데를 차지하고 계시잖아요"
"그럼 좀 더 이쪽으로"
어깨가 닿았다.
선생님의 얼굴이 가깝다.
화면에 비친 나는 누가 봐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웃으세요!]
"아, 알고 있어요! 저스펙 기계가 저를 지도하려 하지 마세요!!"
"케이, 무서워"
"집중하고 있는데 말 걸지 말아주세요!"
"스티커 사진에 그렇게까지 집중하는 거야?"
"시끄러워요!"
셔터 소리가 울렸다.
결과물을 확인한 나는 머리를 감싸쥐고 싶어졌다.
얼굴이 빨갛지 않은 사진이 없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져 갔고, 평범하게 잘 웃게 되었다.
"...재촬영을 요구합니다"
"나는 좋은데"
"무슨...!"
심장이 쿵쿵 뛰었다. 좋은데, 라니.
"이 사진. 케이, 즐거워 보이네"
"...말을 도중에 끊지 말아주세요"
"응?"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정말 오늘은 위험하다. 선생님의 말에 하나하나 반응하다가는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사진은 버리지 않았다.
선생님과 나누어 가지기 위해 같은 사진을 2세트 인쇄했다.
내가 그렇게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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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를 지나자, 낮에는 그렇게 활기찼던 거리도 점점 사람 그림자가 사라져 갔다.
가게의 불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낮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초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바람이 빌딩 사이를 뚫고 불어와, 크레이프의 달달한 냄새와 오락실의 소음도 벌써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품속엔 흰 고양이 인형.
가방 안 주머니에는 사진.
오늘 얻은 건 물건만이 아니었다.
먹고 싶은 걸 골랐다.
얻고 싶은 걸 뽑았다.
선생님을 이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말했다.
아침의 나로서는 상상하지 못할, [싶다]라는 로그가 쌓였다.
"슬슬 돌아갈까"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다.
"...그렇네요"
대답은 거의 자동으로 나왔다.
시간을 확인했다. 여기부터 돌아가는 데 걸리는 소요 시간을 고려하면 타당한 판단이었다. 내일 일정에도 지장이 없었다. 선생님도 쉴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마음 속에서 작은 저항이 생겨났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런 감정을 인식한 순간, 나는 당황했다.
오늘 하루 [무얼 하고 싶니]라는 질문을 그만큼이나 들어놓고도 대답하지 못했는데, 마지막에 나온 대답이 이건가요.
"케이?"
"네"
"마지막으로 뭔가 하고 싶은 거 있어?"
내 생각을 읽은 것만 같은 질문이었다.
"............"
입을 떼려다 말았다.
아직 문을 연 가게는 있다.
카페?
필요없다. 아까 음료를 샀다.
다시 한 번 오락실?
충분히 즐겼다.
뭔가 쇼핑?
딱히 원하는 건 없다.
그럼 산책이라도.
아니.
아니다.
계속, 선생님과 함께 있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다.
카페에 가고 싶을 리가 없다.
게임을 하고 싶을 리가 없다.
산책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오늘 하루를 보내며 드디어 조금씩 스스로의 희망을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 또 이유를 만들려 하고 있다.
"...어렵네요"
"뭐가?"
"스스로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게요"
고양이의 머리를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털이 손가락 사이를 훑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부탁받은 거라면 간단합니다. 목적이 있으니까요. 그걸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순을 고려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면 됩니다. 아리스들에게는 게임을 완성하는 것이고, 선생님에게는... 선생님의 경우엔, 일단 생활이 박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요"
"거기부터구나..."
"사실이에요"
피식 웃으며 다음에 할 말을 골랐다.
"하지만 저 자신이 되면, 기준이 없습니다. 효율이 좋다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든가, 그런 판정 요소가 전부 제외되면... 무얼 근거로 골라야 할지 알 수 없어져요"
아침부터 쭉 느껴졌던 위화감이 드디어 말로 표현됐다.
대답이 없는 문제가 아니다.
처음부터 나는 정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식사에도, 게임에도, 인형에도.
옳은 선택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케이"
"네"
"오늘의 크레이프, 정답이었어?"
"...맛있었어요"
"그 고양이는?"
"뽑을 수 있어서 기뻤어요"
"게임은?"
"선생님에게 이겨서 즐거웠어요"
"사진은?"
나는 가방 안쪽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찍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선생님의 말은 간단했다.
하지만 이번엔 반론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맛있었다.
기뻤다.
즐거웠다.
찍기를 잘했다.
어느 쪽도 수치화하기 어렵고, 재현성도 없으며, 타인에게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그것들을 이유로 몇 번이나 선택했다.
그리고 적어도 후회하지 않았다.
"...선생님"
"응?"
"지금, 알았습니다"
"뭘?"
"제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요"
선생님이 나를 봤다.
더 이상 카페의 이름을 검색할 필요는 없었다.
산책을 제안할 필요도 없었다.
오늘 하루 중에서 가장 단순한데도, 가장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번만은, 이유를 대지 않고 말해보자고 생각했다.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말한 순간,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엄청 어린아이 같은 말을 해버렸다.
"아, 아니요, 이건 딱히 귀가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시간적 여유를 고려하면 조금은 연장이 가능하기도 하고, 모처럼 하루종일 검증을 하고 있으니 샘플을 조금 더―"
"케이"
"왜요!"
"방금 한 말, 다시 하지 않아도 돼"
"............"
도망칠 길이 가로막혔다.
"나도, 케이와 좀 더 있고 싶어"
이번엔 완전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건 규칙 위반이 아닌 건가.
나한테만 하고 싶은 걸 말하라고 해놓고, 마지막엔 선생님까지 그런 말을 하다니, 분명히 공평하지 않다.
항의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싫지 않았다.
"어떡할래?"
선생님이 물었다.
아침 때와 같은 질문.
하지만 지금은 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걷죠"
"어디까지?"
"안 정했어요"
"목적지 없이?"
"네"
"후훗"
"뭔가요, 그 반응은"
"아니야,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선생님에게 평가받을 이유는 없어요!"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걷고 속도를 늦추자, 선생님과 나란히 걷게 되었다.
목적지 없음.
최단 경로도 없음.
얼마나 오래 걸을지에 대한 계획 없음.
평소였다면 수많은 불확정 요소가 신경쓰였겠지만, 오늘은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가로등 불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도로를 비췄고, 우리의 그림자가 늘어났다가 줄어들고 있었다.
곁에는 선생님이 있었다.
품속에는 아직 이름을 짓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다.
조금 고민하다, 나는 고양이를 들지 않은 손을 뻗어 선생님의 소매를 쥐었다.
"케이?"
"...뭔가요"
"아니야"
"착각하지 말아주세요. 지나다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기 위함입니다"
"응"
"그뿐입니다"
"알겠어"
무조건 모르겠다는 대답이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오늘은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판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걷던 사이 선생님이 내 품속에 있는 고양이를 봤다.
"역시 이름 안 붙일 거니?"
"안 붙일 거에요"
"케이 냥"
"그 호칭은 승인하지 않겠습니다"
"또 기각당했어"
"영구적으로 기각하겠습니다"
"꽤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성의 없어요. 조금만 더 고민해주세요"
"그럼 케이가 생각해 봐"
"제가요?"
"응. 케이의 인형이니까"
나는 고양이를 바라봤다.
붉은 눈동자. 새침한 표정. 가지런히 모인 앞발.
이름.
자신의 물건에 스스로 붙이는 이름.
"............"
"잘 안 떠올라?"
"생각 중입니다"
"그렇구나"
"서두르지 마세요"
"옙"
또 하나, 오늘 안으로 답이 나오지 않을 문제가 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싫지 않았다.
내일 생각해도 된다.
모레여도 괜찮다.
그 사이, 이 고양이를 볼 때마다 오늘의 일이 떠오를 것이다.
크레이프도.
게임도.
사진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스로 꺼낸 말도.
"선생님"
"응?"
"내일"
말을 꺼내며 나는 약간 망설였다.
내일도 함께 게임을 하고 싶다.
또는 함께 크레이프를 먹어도 된다.
이 고양이의 이름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고 싶은 건 벌써 몇 가지 떠올랐다.
그게 묘하게 기뻐서 나는 살짝 웃었다.
"...아니에요. 내일 되면 결정할게요"
"...그렇구나"
"뭔가요"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런가요"
선생님의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이번엔 따지고 들지 않았다.
오늘 하루만으로 나의 [싶다]는 꽤나 늘어났다.
먹고 싶다.
뽑고 싶다.
이기고 싶다.
남기고 싶다.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아주 조그맣고, 사소하며, 세상에 도움 따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고른 것이다.
그리고 곤란하게도.
오늘 발견한 것의 대부분에는 선생님이 있었다.
그 사실에 대해서는―
조금만 더, 해석을 보류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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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흐
원본 링크가 다른 소설인 거 같은데
수정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