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아직 사귀지도 않는데 선생님의 바람기운에 위자료를 계산하는 유우카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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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8994542
원문: 8,874자
의역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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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 기간 1년 미만. 바람 1회. 육체관계 없음. 본인 자백 있음. 반성 태도 충분함.
위자료――.
「…………」
나는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세미나 회계실에는 낮은 에어컨 소리만 나직하게 울리고 있었다. 눈앞의 모니터에는 내가 지난 1시간 동안 공들여 작성한 스프레드시트가 떠 있었다.
'교제 관계에서의 금전적 손실에 관하여'
제목은 문제없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주제다.
그 아래로는 교제 기간, 동거 여부, 혼인 관계, 바람 피운 횟수, 바람 상대와의 관계성, 발각 경위, 정신적 손해…… 등, 생각나는 모든 항목을 나열해 두었다.
이것도 문제없다.
굳이 문제될 부분을 찾자면, 그 오른쪽 위에 자그마하게,
'상정 케이스: 샬레의 선생님'
이라고 적혀 있다는 점 정도일까.
「……」
나는 해당 문자열을 드래그하고 백스페이스 키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이건 역시 지우는 편이 좋다. 책상 뒤편이 바로 벽이라 누군가에게 들킬 확률은 100%에 가깝다 해도 말이다.
게다가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시산이다.
특정 개인의 이름을 넣을 필요 따위는 없고, 애초에 선생님과는 사귀는 사이도 아니다.
바람이라는 건 교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연인 이외의 사람과 연애적, 혹은 그에 준하는 관계를 가질 때 성립하는 법.
즉, 지금의 선생님이 누구와 식사를 하러 가든, 누구와 쇼핑을 하든, 누구에게 귀엽다고 말을 하든, 그건 바람이 아니다.
바람이... 아니라고.
「…………」
나는 백스페이스 키에서 손가락을 뗐다. 대신 해당 부분의 폰트 크기를 8pt로 줄였다.
간신히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니, 대충 훑어보는 정도로는 절대 눈채채지 못할 것이다.
뭐, 가정의 케이스로서 이름이 있는 편이 계산하기 편하니까.
그것뿐이다.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바람 발각 후의 대응'
A: 즉시 사과.
B: 변명.
C: 적반하장.
D: 은폐.
「선생님이라면…… A겠지.」
즉답이었다. 그 사람은 나쁜 행동을 하면 확실하게 사과한다.
적어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깨달으면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지는 않는 사람이니까.
그럼, 그다음.
'재발 가능성'
「……낮음.」
입력. 선생님은 사람에게 다정하지만,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배신할 사람은 아니다.
한 번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두 번 다시 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
'용서할 가능성'
이건 선생님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판단하는 항목이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
용서할 가능성, '높음'이라고 입력.
아니. 잠깐만.
바람을 피웠는데, 그렇게 쉽게 용서해도 되는 걸까?
나는 선생님을 불러내, 책상을 사이에 두고 대면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선생님. 설명해 주세요.'
'미안해, 유우카.'
'미안하다면 다인 줄 아세요?!'
'다라고 생각 안 해.'
'……정말로 반성하고 계신가요?'
'하고 있어.'
'다신 안 그러실 건가요?'
'안 그러지.'
'절대로요?'
'절대로.'
「…………용서해 버릴지도.」
나는 '높음'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어쩐지 조금 짜증이 났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벌써 용서해 버리다니.
아니,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다. 그저 가상의 케이스일 뿐. 모델이 나일 뿐이다.
나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
원래는 노아와 이야기하다가 나온 단순한 화제였다.
'결혼을 하면 금전 문제가 늘어난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하죠, 유우카 쨩.'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뇨, 후후. 유우카 쨩의 결혼 생활은 어떤 느낌일까 해서요. 남편의 낭비벽에 사실은 의외로 관대하지 않을까, 혼자서 결론을 내렸거든요.'
'남의 결혼 생활을 멋대로 상상해서 결론까지 내리지 마!'
낭비도 낭비지만 집세, 생활비, 공유 재산, 보험, 상속.
거기서 어쩌다 보니 이혼 이야기로 흘러갔고, 위자료라는 단어가 나왔다.
나는 회계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생활상의 금전 문제에 대해서도 지식을 알아두면 손해 볼 건 없다고 생각해 잠깐 조사해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어째서 상정 상대가 선생님이 된 걸까.
이건 이해할 수 있다. 주변의 성인 남성이 선생님밖에 없으니까.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바람 상대 후보라는 항목에,
'타 학교 학생'
'업무 관계자'
'성인 여성'
이 세 가지를 써놓고, 마지막 '성인 여성'에만 글자를 굵게 해둔 것인가.
「…………」
이건 모르겠다.
나는 볼드 설정을 해제했다.
내친김에 '성인 여성'이라는 단어 자체를 삭제하려다가,
「……아니, 이건 분석이니까. 필요한 거야.」
라며, 아무도 없는데 홀로 변명을 중얼거리며 남겨두었다.
선생님은 어른이다.
지금은 우리 학생들의 선생님이니까 매일같이 학생들과 접하고 있지만, 선생님의 인생이 샬레 안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내가 모르는 곳에 가고, 내가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고, 내가 모르는 성인 여성과 만나는 일쯤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 사람이 예쁘고.
어른스러우며.
선생님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할 수 있고.
술자리도 함께할 수 있고.
선생님이 피곤할 때 나처럼 잔소리를 늘어놓는 게 아니라, 다정하게 웃어주며 위로해 준다면――.
「…………」
타타타타탁! 나는 기세 좋게 키보드를 두들겼다.
'성인 여성과의 사적인 회식: 원칙적 금지'
입력.
「……아니지 아니지 아니지!」
황급히 삭제한다.
원칙적 금지는 무슨. 내가 뭔데? 내가 선생님의 뭔데?
그야, 사귀는 사이조차 아닌걸.
권한 제로. 법적 근거 제로. 아니, 그 이전에 연인 사이라도 타인의 교우 관계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건 문제가 있다.
나는 깊게 숨을 쉬며 냉정함을 되찾았다.
흡, 후.
한 번 더.
흡――.
「유우카, 뭐 하고 있어?」
「끼뺫──?!」
의자째로 뛰어오를 뻔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모니터를 덮으려 했지만, 모니터가 덮어질 리 만무했고 대신 양팔을 크게 벌려 화면을 가렸다.
「유우카한테서는 들어본 적 없는 비명인데……」
「선, 선생님?! 언제부터 거기 계셨어요?!」
「방금 막 온 참인데.」
「노크를 하셨어야죠!」
「했어. 두 번이나.」
「안 들렸어요!」
「엄청 집중하고 있었나 보네.」
「집중 안 했어요!」
「안 하고 있었어?」
「……하고 있었어요!」
선생님은 내 뒤에 서 있었다. 딱 모니터를 들여다보기 좋은 위치다.
나는 등 뒤로 화면을 철통같이 가렸다.
「무슨 비밀 업무라도 하는 거야?」
「네!」
「즉답이네.」
「세미나의 기밀 정보입니다. 선생님이라도 보여드릴 수 없어요.」
「그래? 그럼 안 볼게.」
「……네?」
선생님은 순순히 시선을 돌리더니 내 책상에서 살짝 물러났다.
…….
그렇게 쉽게 물러선다고?
아니, 이걸로 됐다. 들키면 난 끝장이다.
선생님이 다른 책상 위에 놓인 자료를 멍하니 둘러보는 사이, 나는 서둘러 프로그램 창을 닫으려고 했다.
커서를 우상단으로.
바로 그때.
「미안, 유우카.」
「무, 무슨 일이세요?」
「사실 아까 살짝 보여서 말인데. 내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 같거든.」
굳었다.
보였다고?
「기분 탓입니다.」
「'상정 케이스: 샬레의 선생님'이라고, 한 8pt 정도 되는 글자 크기로.」
「기분 탓이라고요!!」
「그렇게 똑똑히 읽었는데도?」
「선생님이 피곤하셔서 그래요! 환각입니다!」
「그 정도면 병원에 가봐야겠는데.」
「아무튼 잊어버리세요!」
나는 가까스로 창을 닫았다. 세이프다. 아니, 아웃이다.
선생님은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회계용 모니터가 커서 천만다행이었다. 얼굴을 마주 보지 않아도 되니까.
「무슨 상정 케이스야?」
「말 안 해요.」
「궁금한데.」
「업무와 상관없는 내용입니다.」
「내 이름이 적혀 있는데도?」
「선생님하곤 관계없어요!」
「모순되지 않았어?」
「안 됐어요!」
선생님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이 사람은 내가 필사적이 되면 될수록 더 흥미를 갖는다.
「유우카.」
「왜요.」
「혹시 내가 사고 쳤을 때의 손해 계산이야?」
「……」
가깝다.
「나, 그렇게 신용이 없어?」
「아, 아니거든요!」
나도 모르게 즉답하고 말았다.
「선생님은 신뢰하고 있어요!」
「오.」
「……아.」
「기쁜걸.」
「그런 뜻이 아니라…… 아니, 그런 뜻이긴 한데요!」
이젠 끝이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무덤을 깊게 파고 있다.
선생님이 상체를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아이처럼 흥미진진한 얼굴이 모니터 위로 쏙 빼끔 내밀어진다.
「그럼 무슨 계산이야?」
「…………위자료요.」
「위자료?」
「네.」
「내가 누군가에게 지불하는?」
「……」
「유우카한테?」
「…………」
「'교제 관계에서의 금전적 손실에 관하여', 였던가?」
「전부 다 보고 계셨던 거잖아요!!!」
나는 털썩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망했다.
「헉, 우리…… 이혼해?」
「결혼도 안 했잖아요!!」
반사적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선생님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애초에 이혼이 아니라 교제 관계를 전제로 한 위자료예요!」
「그렇구나. 사귀는 사이라는 상정이네.」
「후엣?!」
아차. 내 입으로 말해 버렸다.
「아, 아니거든요! 어디까지나 일반론으로서! 그냥 그런 분석이에요!」
「하지만 상대는 나잖아?」
「상정 케이스일 뿐이에요! 가까운 성인 남성이 선생님밖에 없으니까!」
「그렇구나.」
「그것뿐이에요!」
「응.」
「진짜로 그것뿐이라고요!」
「알았다니까.」
「그 얼굴, 절대 안 믿는 표정이잖아요!?」
선생님은 웃으며 내 책상에 턱을 괴었다.
「그래서,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
「……바람이요.」
「...내가?」
「가정이에요!」
「유우카랑 사귀는데도?」
「가·정!」
「바람을 피우는구나, 나.」
「피운다고는 안 했어요!」
「하지만 위자료를 계산하고 있잖아.」
「가능성의 이야기예요!」
「신뢰를 받는 건지 안 받는 건지 모르겠네.」
「선생님은……」
나는 말문이 막혔다.
선생님을 신뢰하고는 있다. 남을 고의로 배신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라도 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 누구에게나 다정하시잖아요.」
「응?」
「곤란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고, 부탁받으면 거절 못 하고, 여자아이랑 둘이서 밥 먹으러 가기도 하고.」
「업무 일환일 때가 많지만.」
「휴일에도 가시잖아요!」
「뭐, 그건……」
「귀엽다는 소리도 아무렇지 않게 하시고!」
「……하긴 하지.」
「다른 아이한테도요!」
「응.」
「……」
말하면서 스스로 점점 기분이 얹짢아졌다.
선생님이 모니터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내 얼굴을 지그시 바라본다.
「유우카.」
「왜요.」
「혹시 지금 조금 질투하는 거야?」
「안 했거든요!!」
즉답.
「그래?」
「……」
선생님이 너무나 순순히 납득해 버렸다.
왜일까. 꽤나 울컥한다.
「……만약에 말인데요.」
「응.」
「만약이에요?」
「응.」
「저랑 사귀고 있다고 치고.」
「응.」
「선생님이 다른 여자아이랑 둘이서 즐겁게 식사를 하신다면……」
「응.」
「……저는 얼마간 불쾌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얼마간?」
「얼마간이요.」
「그렇구나.」
「그러니까 그럴 때는 사전에 보고를 하셔야 해요.」
「사귀게 되면?」
「가정의 이야기라고요!」
「알아, 알아.」
선생님이 웃고 있다. 이 사람, 분명 즐기고 있어.
「그럼, 유우카랑 사귀게 되면 다른 여자아이랑 둘이 식사할 때는 유우카한테 미리 보고할게.」
「……」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말투였다.
사귀게 되면.
유우카랑.
심장이 세차게 요동쳐서 당장에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뭐, 뭐어, 잘 생각해보면 굳,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하지만 싫은 거잖아?」
「……얼마간은요.」
「그럼 그렇게 할게.」
「……」
뭐야, 이 사람은. 그보다 내 망상 속 교제 수칙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니, 끼어들게 유도한 건 나였다. 설마 이렇게까지 신나서 장단을 맞춰줄 줄은 계산하지 못했을 뿐.
「또 다른 건?」
「네?」
「유우카랑 사귀면서 지켜야 할 규칙 말이야.」
「그니까 가정이라니까요!」
「알아. 가정이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
큰일이다.
어쩐지 점점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안 돼. 이건 위험해.
「……예를 들면, 연락 없이 밤늦게까지 안 들어오는 건 금지겠네요.」
「네~」
「밥을 거르는 것도 금지입니다.」
「그건 연인 관계랑 상관있는 거야?」
「있어요! 건강 관리는 중요하니까요!」
「네~」
「낭비는 월 예산 범위 내에서만.」
「가계부도 유우카가 검사해 주는 거야?」
「선생님이 혼자서 하실 수 있다면 맡기겠지만요.」
「무리일 것 같네.」
「그렇겠죠.」
「그럼 그때는 다시 부탁해볼까.」
「……」
부탁. 사귄 뒤의, 가계부를.
……아니, 잘 생각해보면 지금도 선생님의 가계부는 내가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사귀게 된다면 관리 목적이 추가되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선생님의 건강을 위해, 낭비를 막기 위해.
거기에 '교제비'……는 왠지 일과 관련된 지출 같으니까 싫고.
'데이트를 위한 적금'……이라든가, '결혼을 위한 적금'……이라든가.
「유우카~?」
「……핫?!」
아차, 두뇌를 풀가동하느라 선생님의 시선을 깨닫지 못했다.
「……뭐, 뭐어.」
입꼬리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입가에 힘을 빡 준다.
「가계부는 어쩔 수 없으니까 챙겨 봐드릴 수도 있어요.」
「고마워.」
「가정이니까요!」
「응.」
「근데 어쩐지 즐거워 보이네.」
「흐윽?!」
나는 얼른 양 볼을 감싸 쥐었다.
「즐, 즐겁지 않거든요!」
「웃고 있었는데?」
「안 웃었어요!」
「'가계부는 어쩔 수 없으니까 챙겨 봐드릴 수도 있어요' 부분에서.」
「선생님의 기분 탓입니다!」
「귀여웠어.」
「――읏!」
말문이 막혔다. 선생님은 정말이지 이런 구석이 있다. 상대에게 마음의 준비도 시켜주지 않고 불쑥 파고들어 온다.
「……바람 피우시면.」
「응?」
「위자료 두 배로 올릴 테니까요.」
「갑자기 무서워지는데.」
「세 배로 늘려도 되고요.」
「안 피워.」
「아직 가정의 이야기예요.」
「가정이라도 안 피워.」
「……」
선생님은 웃지 않았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처럼 유우카랑 사귀게 됐는데, 다른 사람을 볼 필요가 있어?」
「…………헤?」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이렇게 높은 소리가 날 수도 있구나 하고 스스로도 놀랄 만큼, 좁아진 목구멍 사이로 삑사리가 새어 나갔다.
선생님 본인도 순간 말을 멈췄다.
「아.」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아니, 가정이긴 한데.」
「가정이면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미안.」
「치사해요!」
「뭐가?」
「몰라요!」
책상 밑에서 무릎을 꽉 모아붙였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마 지금쯤 귀까지 새빨개졌을 것이다.
차마 선생님을 바라볼 수도 없고, 모니터 옆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이쪽을 보는 것도 그만둬 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진짜로.」
「또 말하시게요?!」
「바람 위자료는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어째서요.」
「바람 안 피우니까.」
「……절대로요?」
말해놓고도 스스로 깜짝 놀랐다. 큼큼 숨을 죽이고 선생님을 바라보자,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황급히 덧붙였다.
「일, 일반적인 계약상 구두 확인은 중요하니까요!」
「절대로.」
「……」
「이러면 됐어?」
「……네.」
가슴 깊은 곳이 지긋이 아려온다.
기쁘다.
아니, 뭐가 기쁘다는 거야.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그야, 사귀는 사이도 아니니까.
여기까지 전부 가정의 이야기. 이런 걸로 기뻐해 봤자 언젠가 허무해질 뿐인 건 자명하다.
「……그럼.」
「응.」
「위자료 항목은 삭제해 둘게요.」
「믿어주는 거야?」
「선생님이 절대로라고 하셨으니까요.」
「고마워.」
나는 프로그램 창을 다시 열었다.
선생님이 옆에서 슬쩍 들여다보려고 한다.
「잠ㄲ, 보지 마세요!」
「이젠 괜찮잖아.」
「안 괜찮아요!」
「아, 진짜 내 이름이네.」
「보지 말라고 했잖아요!」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위자료' 칸을 선택했다.
삭제.
공란이 되었다.
선생님은 그걸 보고는 살짝 기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걸로 원만하네.」
「뭐가요.」
「가정 속의 우리 말이야.」
「……뭐어.」
「헤어지지 않는 거지?」
「…………」
거기.
나는 아직 계산하지 않은 상태였다.
'교제 종료 시의 처리'
그 항목만은 공란.
「……헤어지는 경우의 계산은.」
「응.」
「안 했어요.」
「어째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요.」
선생님이 입을 다물었다.
나 역시.
몇 초가 지나고 나서야 방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 아니! 아니거든요!」
「뭐가?」
「방금 건, 그게, 장기적인 모델을 구축할 때 단기간에 관계가 종료되는 것을 전제로 삼는 건 통계학상――」
「유우카.」
「왜요!」
「얼굴 좀 보여줘.」
「싫어요!」
「왜?」
「지금 분명 이상한 표정 짓고 있을 테니까요!」
「보고 싶은데.」
「더 싫어요!」
선생님이 웃는다.
나는 양팔로 얼굴을 푹 가렸다. 양손이 아니라 양팔이다.
그러자 겹쳐 올린 팔 너머에서,
「나도, 헤어지는 계산은 필요 없을 것 같아.」
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팔 틈새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모처럼 사귀는 거라면 오래가는 편이 좋잖아?」
「…………그렇네요.」
「유우카는?」
「저도……」
목이 마르다.
「그 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합리적이라서?」
「…………」
선생님이 치사한 질문을 던진다.
사실은.
그런 건.
계산할 필요조차 없다.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목소리가 조그마해졌다.
「그렇구나.」
「더 이상은 묻지 마세요.」
「응.」
「절대예요.」
「알았어.」
선생님은 뜻밖에도 거기서 추궁을 멈춰 주었다.
살았다.
하지만.
아주 조금은 아쉬웠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성가신 성격이라니까.
◇◇◇
그날 밤.
나는 기숙사 내 방에서 낮에 만지작거리던 파일을 다시 한번 열었다.
'교제 관계에서의 금전적 손실에 관하여'
상정 케이스: 샬레의 선생님.
바람 피웠을 때의 위자료.
삭제됨.
교제 종료 시의 처리.
미설정.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 부분도 삭제했다.
대신 새로운 항목을 맨 아래에 추가한다.
'상정 교제 기간'
「…………」
1년.
짧다.
5년.
아니.
10년.
「……」
나는 숫자를 지웠다.
그리고.
'가능한 한 길게'
라고 입력했다.
저장.
이걸로 끝.
노트북을 닫으려던 순간,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선생님이 보낸 메시지였다.
'유우카.'
'왜 그러세요?'
'오늘 말했던 가정에 대한 이야기인데.'
불길한 예감.
'아직 뭐 남아있나요?'
'규칙 하나만 추가해도 될까?'
'내용에 따라서요.'
몇 초 후.
'싸우더라도 그날 안에 화해하기.'
「…………」
나는 침대 위에서 굳어버렸다.
'어째서요?'
'유우카랑 싸운 채로 자는 건 싫거든.'
「후에에엣?!」
아무도 없는 방에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이상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나는 황급히 베개를 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왜.
왜 이 사람은.
낮뿐만 아니라 밤까지.
내 계산을 뒤흔들어 놓는 걸까.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간신히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채택입니다.'
전송.
곧바로 읽음 표시가 떴다.
'다행이다.'
메시지가 하나 더.
'그럼 잘 자, 유우카.'
나는 화면을 들여다보며 한동안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이윽고.
'안녕히 주무세요, 선생님.'
전송.
그러고 나서.
한 번 입력창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그리고'
'가정의 이야기지만'
손가락이 멈춘다.
몇 번이나 문장을 지우고.
마지막으로.
'바람 피우지 마세요.'
전송했다.
죽고 싶다.
지금 당장 지우고 싶다.
하지만 이미 읽음 표시가 떴다.
답장.
'응.'
이어서.
'유우카도.'
「…………」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안심이네.'
'뭘 걱정하시는 거예요.'
'가정이라도 싫으니까.'
「……읏.」
또다시.
가슴 깊은 곳이 지긋이 아려온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생님이 바람을 피우는 상상을 한 것만으로도.
그런 바보 같은 표를 1시간 동안이나 만들 만큼.
싫었던 거다.
'선생님.'
'응?'
'이 시산,'
'이제 필요 없으니까 삭제해 둘게요.'
'그래?'
'네.'
잠시 간격을 두고.
'그래도 사귀게 됐을 때의 규칙은 기억해 둘게.'
「흐읏?!」
나는 다시 베개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정말이지.
아직 사귀지도 않는데.
벌써 이런 식이라니.
진짜로 사귀게 된다면.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을 선생님을 위한 계산에 쓰게 되는 걸까.
나는 아주 조금 생각해 보고는,
뭐.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상당히.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
이정도의 정실력이라니

댓글 13
하야세 양 착각은 적당히 하는게 좋아


역시 메모리얼 동정을 떼 간 여자
와 진짜 알콩달콩하다
와 선생땜시 없던 자궁도 생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