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M #순애 #카요코
원본 by シャコはカニ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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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3>
<1>
잠든 사람과 깨어 있는 사람은 숨소리가 다르다.
딱히 의학적인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잠이 들면 호흡 간격이 조금 길어지고 들숨과 날숨이 일정한 주기를 그리게 된다.
나는 예전부터 사람이 내는 소리를 듣는 것에 익숙했다.
발소리,
옷깃이 스치는 소리,
총을 겨눌 때 찰나의 순간 멈추는 호흡.
전투에서는 그런 소리가 상대의 행동을 알려준다.
그리고 지금, 흥신소 68 사무실의 낡은 소파에서 들려오는 선생님의 숨소리는 아까부터 줄곧 일정했다.
“…….”
자고 있다. 아마도.
나는 테이블 위에서 다 읽은 의뢰서 뭉치를 정리하며 슬쩍 소파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선생님은 몸을 살짝 웅크린 채 한쪽 팔을 베개 삼아 누워 있었고 발은 바닥에 닿아 있었다.
그리 편한 자세라고는 할 수 없다.
애초부터 잘 생각은 아니었는지 신발도 신은 그대로였고, 테이블 위에는 절반 정도 남은 캔 커피가 놓여 있었다.
한 시간쯤 전 의뢰 상담을 하러 온 선생님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도중에 세 번이나 하품했다.
내가 “잠 못 잤어?”라고 묻자 “잤어”라고 대답하기에, 몇 시간 잤냐고 다시 물으니 “두 시간 정도”라며 웃었다.
그건 잤다고 하는 게 아니라고 대꾸했지만, 본인은 태연했다.
아루 일행이 밖으로 나간 뒤, 선생님은 “잠깐만 쉴게”라며 소파에 몸을 뉘었다.
그리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이 상태가 된 것이다.
“…무방비하네.”
작게 중얼거려 봐도 대답은 없다.
스으, 하아 하고 일정한 호흡만이 이어질 뿐이다.
나는 얇은 담요를 가져와 선생님의 몸 위로 덮어주었다.
깨지 않는다.
시험 삼아 “선생님” 하고 불러봐도 반응이 없었고,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다시 불러보았지만 역시 눈꺼풀은 감긴 그대로였다.
이런 부분은 좀 그렇다고 생각한다.
여기가 흥신소 사무실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이곳에는 여고생들밖에 없다.
그런 장소에서 남자가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잠들다니,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본 걸까.
뭐, 딱히 무슨 짓을 하려는 사람은 흥신소에 없겠지만.
무츠키가 얼굴에 낙서하는 정도려나.
나는 소파 옆에 쪼그려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눈 밑에는 옅은 다크 서클이 있었고, 감긴 눈꺼풀 근처에는 작은 흉터도 있었다.
언제 생긴 상처인지는 모른다.
선생님의 몸에는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생긴 상처가 많다.
본인에게 물어보면 대개 “이거? 언제였더라” 하며 웃어넘기고 만다.
“…수고했어, 선생님.”
대답은 없다.
당연하다. 자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아주 조금쯤은,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을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딱히 무언가가 변하는 것도 아니다.
말이라는 건 상대에게 전달되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법이고, 들리지 않는다면 혼잣말이나 다름없다.
이건 고백이 아니다.
그저 가슴 속에 담아둔 말을, 상대에게 닿지 않을 때 한 번 꺼내 보는 것뿐이다.
그뿐이다.
“…좋아해, 선생님.”
말해버렸다.
선생님은 잠들어 있다.
호흡도 변하지 않는다.
그걸로 끝.
나는 곧바로 일어났다.
도망칠 필요도 없는데 묘하게 빠른 걸음으로 내 자리로 돌아왔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아무도 듣지 못했고,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가슴 깊은 곳에 줄곧 고여 있던 것을 딱 한 방울 밖으로 흘려보낸 듯한 묘한 해방감이 남았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주 조금은 기분이 좋았다.
두 번째는 일주일 뒤였다.
딱히 선생님이 흥신소 68 사무실을 잠자리로 삼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요즘 부쩍 바쁜 모양인지, 우리 쪽에 올 때쯤이면 대개 녹초가 되어 있다.
그날도 아루와 의뢰 이야기를 하던 도중 몇 번이나 눈을 비비기에 “선생님, 괜찮아?”하고 묻자, 평소처럼 “괜찮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은 정말로 괜찮을 때는 굳이 괜찮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자 둬.”
“이야기하던 중인데.”
“아루한테는 나중에 내가 전해줄게.”
“그럼, 10분만.”
“마음대로 해.”
10분.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20분 뒤, 선생님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
다시 나와 단둘뿐.
사무실에는 벽시계의 초침 소리와 밖을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그리고 선생님의 숨소리만이 존재한다.
“…선생님.”
대답은 없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담요를 덮어주었다.
오늘은 지난번보다 조금 더 가까이 앉는다.
선생님의 머리카락 한 가닥이 뺨에 붙어 있는 걸 발견하고 떼어주려 손을 뻗다가 그만두었다.
그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말이라면 괜찮다.
들리지 않는다면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지는 건 왠지 결이 다르다.
“…오늘도 수고했어. 잠 좀 푹 자. 매번 우리 생각만 하지 말고.”
대답은 없다. 호흡도 변하지 않는다.
“…좋아해.”
전보다 쉽게 말이 나왔다.
“선생님 말이야. 꽤 좋아해.”
선생님은 잠들어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
그 사실이 안심된다.
좋아한다고 말해도 내일의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다음에 만났을 때도 선생님은 평소처럼 “카요코”라고 부를 것이고, 나는 평소처럼 “선생님”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곳에 오늘의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말할 수 있다.
세 번째.
네 번째.
횟수가 늘어날수록 말도 조금씩 늘어났다.
“오늘 만나서 기뻤어.”
“선생님한테 모모톡 오면 기분이 좋아.”
“저번에 같이 먹은 밥, 맛있었어. 또 가고 싶어.”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선생님이랑 있는 시간 좋아해.”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말.
아니, 못 할 말이다.
딱히 내 마음을 숨기는 게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다만, 말을 하면 상대에게 공이 넘어가 버린다.
호의라는 건 일단 상대에게 건네고 나면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받아줄지도 모른다.
거절당할지도 모른다.
곤란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거리가 멀어질지도 모른다.
지금의 관계를 바꾸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알 수 없었다.
선생님과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가깝다.
흥신소 일로 만날 수 있다.
모모톡도 할 수 있다.
둘이 식사를 하러 가기도 한다.
선생님은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선생님을 선생님이라 부른다.
그걸로 충분하다.
충분할 텐데.
선생님이 잠들면 나는 좋아한다고 말한다.
상대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고 나만 조금 편해지기 위한 고백.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대답을 들을 가능성도 처음부터 버리고 있다.
안전하고.
겁쟁이 같고.
아마도 나답다.
<2>
그날은 비가 내렸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거셌고, 사무실 안은 평소보다 어두웠다.
습기 때문인지 낡은 소파에서 평소엔 신경 쓰이지 않던 천 냄새가 났다.
선생님은 역시나 그곳에서 자고 있었다.
꽤 피곤했는지 눈을 감은 지 15분 넘게 지났다.
호흡은 일정하다.
스으, 하아 하고 이미 몇 번이나 들었던 소리.
나는 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댔다.
선생님과 내 얼굴의 거리는 30센티미터 정도.
“선생님.”
대답 없음.
“자?”
대답 없음.
“…뭐, 자겠지.”
빗소리가 들린다.
벽시계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의 숨소리가 들린다.
언제나처럼 안전한 시간.
“오늘 있잖아. 아루가 선생님 멋있다고 하더라.
무츠키도 재밌어했고.
하루카는…뭐, 평소랑 똑같았지만.”
대답은 없다.
“딱히 모두가 선생님을 좋아해도 상관없긴 한데.”
거기까지 말하고.
나 스스로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지 않네.”
조금 웃음이 났다.
“싫을지도.”
선생님의 호흡은 변함없다.
“다른 애들이랑 있는 거 보고 있으면 가끔 짜증 나.
선생님은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그게 선생님의 좋은 점이라는 건 알지만…가끔은 나한테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돼.”
말하고 나니 가슴이 조금 아려왔다.
“…무겁지.”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정하다.
잠든 선생님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부정하지 않는다.
“나만 선생님을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버렸어.”
그리고 이제 몇 번째인지도 모를 말을, 오늘은 평소보다 분명하게 내뱉었다.
“좋아해, 선생님.”
“조금이 아니라.”
“…아마, 아주 많이.”
빗소리.
침묵.
선생님의 호흡.
“…고마워, 카요코.”
시간이 멈췄다.
가장 먼저 의식된 건 빗소리였다.
방금까지와 똑같은 볼륨일 텐데 순식간에 몇 배는 더 크게 들려왔다.
다음은 내 심장 소리.
시끄럽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목소리.
헛것을 들은 게 아니다.
“…선생님?”
“응.”
“깨어 있었어?”
“…깨어 있었어.”
“언제부터.”
“그게.”
“언제부터.”
“…….”
“선생님.”
“‘나만 선생님을 좋아했으면’ 정도부터.”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요코?”
“나갈 거야.”
“잠깐만.”
“나간다고.”
“여기 카요코네 사무실이잖아.”
“오늘은 딴 데서 잘 거야.”
“비 엄청 오는데.”
“상관없어.”
“우산은?”
“없어.”
“그럼 안 돼.”
“돼.”
도망치고 싶다.
지금 당장. 키보토스 끝자락까지 가고 싶다.
가능하다면 두 번 다시 선생님과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곳까지.
아니.
그건 싫다.
내일이면 보고 싶어질 거다.
하지만 오늘은 무리다.
“카요코.”
“부르지 마.”
“미안해.”
“사과하지 마.”
“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마.”
“…응.”
선생님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사무실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밖은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고 있다.
우산은 없다.
이대로 나가면 확실하게 흠뻑 젖는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비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선생님과 같은 방에 있는 게 더 좋지 않게 느껴졌다.
“…최악이야.”
“미안.”
“사과하지 말라니까.”
“네.”
나는 결국 문에서 멀어졌다.
다만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는 않고, 선생님에게서 가장 먼 의자에 앉았다.
선생님도 소파에서 일어났다.
눈이 마주친다.
피한다.
다시 마주친다.
피한다.
“…잊어줘.”
“어?”
“방금 그거 전부.”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
“노력해 봐.”
“그건 좀…….”
“선생님.”
“네.”
곤란해하는 얼굴.
알고 있다, 그 표정.
가끔 내가 잔소리를 하면 선생님은 그런 얼굴을 한다.
하지만 오늘은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조여왔다.
“…언제부터야?”
“뭐가?”
“이런 거. 듣고 있었던 거.”
오늘뿐이라면 아직 괜찮다.
선생님이 미안한 듯 뺨을 긁적였다.
“사실 전에도 한 번, 중간에 깬 적이 있어서.”
나는 기세 좋게 고개를 푹 숙였다.
“카요코가 ‘선생님한테 연락 오면 꽤 기쁘다’고 했을 때―”
“선생님.”
“네.”
“지금 당장 잊어.”
“노력하겠습니다.”
“잊으라고.”
“네.”
죽고 싶다.
아니, 죽고 싶지 않다.
그저 5분 전의 나를 멈추고 싶다.
아니, 더 전으로.
처음에 선생님이 자고 있다고 해서 좋아한다고 말해버린 나를.
“하지만.”
“뭐.”
“기뻤어. 카요코가 그렇게 생각해 준다는 게.”
“…그만해.”
“미안.”
“그러니까 사과하지 말라니까.”
가슴이 답답하다.
이건 내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었을 터다.
말이 상대에게 넘어갔다.
선생님에게 닿았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내일부터 무언가가 바뀐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서워졌다.
“선생님.”
“응.”
“…곤란해?”
겨우 물어볼 수 있었다.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놀라긴 했어.”
“…그래.”
“하지만 난처하진 않아.”
“정말?”
“응.”
“어색하지 않아?”
“전혀.”
하지만 나는 어색해 죽을 것 같다.
그래도 아주 조금은 숨쉬기가 편해졌다.
비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선생님은 캔 커피를 마셨고, 나는 물을 마셨다.
아까부터 둘 다 음료만 들이켜고 있다.
대화는 적다.
하지만 사무실을 뛰쳐나가지 않길 잘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평소처럼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카요코.”
“왜.”
“하나만 물어봐도 돼?”
“내용 봐서.”
“지금까지 내가 자고 있을 때 몇 번 정도 말했어?”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았다.
“싫으면 대답 안 해도 되지만.”
“안 셌어.”
거짓말이다.
기억하고 있다.
여섯 번.
오늘로 일곱 번.
선생님이 잠들 때마다 말했던 건 아니다.
말하고 싶어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날도 있었다.
“…가끔 했어.”
“그렇구나, 기뻐.”
“뭐가.”
“나 꽤 득 보고 있었구나 싶어서.”
“무슨 득.”
“그냥 자고만 있는데 카요코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잖아.”
나는 선생님을 보았다.
선생님은 웃고 있었다.
화가 난다.
“선생님.”
“네.”
“이제는 사무실에서 잠들지 마.”
“왜?”
“안 해줄 거니까.”
“어라.”
무척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 뭐야.”
“아니.”
“설마 또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조금은.”
“뻔뻔해.”
“미안.”
묘했다.
부끄러워 죽겠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도망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저렇게 아쉬워하니까 이번에는 조금 말해주고 싶어졌다.
나도 참 중증이다.
“그럼 있잖아.”
“왜.”
“앞으로도 자는 척하는 게 나을까?”
“…하?”
“카요코가 말하기 편하다면.”
“…바보야?”
“안 돼?”
“보통 그렇게까지 해서 듣고 싶어?”
“듣고 싶어.”
망했다.
오늘 도대체 몇 번이나 할 말을 잃어야 하는 걸까.
“…대체 왜.”
“기쁘니까. 카요코가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거.”
빗소리가 조금 작아진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비가 약해진 건지, 아니면 방금 그 말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된 것뿐인지.
“…그래.”
“응.”
“그럼…당분간은 그렇게 해.”
“자는 척?”
“응.”
“정말로?”
“갑자기는 무리니까.”
“뭐가?”
“…깨어 있는 선생님한테 말하는 거.”
선생님이 입을 다물었다.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것 같다.
“잊어줘.”
“그것도 좀 무리일 것 같네.”
“…그렇겠지.”
선생님이 소파에 옆으로 누웠다.
“뭐 하는 거야?”
“연습.”
“지금?”
“지금.”
“굳이 오늘부터 안 해도 되는데.”
“비 그칠 때까지 심심하기도 하고.”
“하지만 왠지 즐거워 보이네.”
선생님은 대꾸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몇 초간의 정적.
호흡.
스으.
하아.
티 난다.
“연기 서툴러.”
“…미안.”
“대답하면 자는 척이 아니잖아.”
나는 조금 웃었다.
아까 그렇게 도망치고 싶어 했으면서, 다시 소파 근처로 가서 예전과 같은 자리에 앉았다.
다른 점은 선생님이 깨어 있다는 걸 내가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선생님도 내가 할 말을 알고 있다는 것.
“선생님.”
대답은 없다.
자는 척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
“오늘 수고했어. 푹 자.”
반응 없음.
호흡이 아까보다 조금 빠르다.
선생님도 긴장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조금 용기가 났다.
“선생님. …좋아해.”
선생님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입가가 아주 살짝 미소를 띠고 있다.
“자는 척, 진짜 못해.”
“미안.”
“후훗.”
웃음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몇 시간 전의 나는 상상도 못 했을 거다.
아니, 잠깐.
깨어 있는 선생님에게 말한 건 아니다.
자는 척이니까.
그렇게 치기로 한다.
적어도 당분간은.
<3>
그 후로 선생님은 정말로 자는 척을 하게 되었다.
매번은 아니다.
나도 매번 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단둘이 남아서 선생님이 소파에 누워 눈을 감으면.
“…오늘 선생님 좀 멋있었어. 그렇다고 우쭐대지는 말고.”
“…….”
“…좋아해.”
선생님의 입가가 움찔거린다.
“웃지 마.”
기쁘다.
“자는 척.”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바보 같다.
하지만 싫지 않다.
오히려 꽤 좋아하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좋아해, 선생님.”
평소처럼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선생님의 손이 내 손을 붙잡았다.
놀라서 돌아보았다.
선생님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선생님.”
대답 없음.
“깨어 있는 거 다 알아.”
대답 없음.
“…자는 척하는 거면 손은 안 잡아야지.”
대답 없음.
“선생님.”
“…잠버릇.”
“거짓말.”
“네.”
선생님이 눈을 떴다.
하지만 손은 놓지 않았다.
“…왜.”
“아니.”
“왜 그러는데?”
“조금만 더 여기 있어 줬으면 해서.”
치사하다.
이런 말을 갑자기 한다.
“…그거.”
“응?”
“깨어 있을 때 말하는 거, 반칙이잖아.”
“그럼 자는 척하면서 말할걸 그랬나?”
“그건 더 이상해.”
“어렵네.”
나는 선생님의 손을 보았다.
나보다 크고, 조금 단단하고, 따뜻하다.
도망치려고 마음먹으면 쉽게 뿌리칠 수 있을 정도의 힘이었다.
하지만 놓지 않았다.
“선생님.”
“응.”
“…눈 감아.”
“어?”
“그냥 감아봐.”
선생님이 눈을 감는다.
나는 그 손을 이번에는 내가 먼저 맞잡았다.
“…자고 있어?”
“네!”
“대답하지 마.”
호흡.
스으, 하아.
일정하지 않다.
전혀 자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로 됐다.
“선생님.”
나는 손가락에 힘을 조금 주었다.
“좋아해.”
지금까지 중 가장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 가장 제대로 닿을 수 있게 말했다.
선생님의 손이 내 손을 조금 더 강하게 맞잡았다.
그뿐이었다.
그뿐인데도.
이제 깨어 있는 선생님에게 솔직해져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그런 생각을 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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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요

이런
카요라길래 누군가 했는데 카요코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