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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기준 7487자
번역 피드백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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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숨쉬는 소리가 다르다. 딱히 의학적인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잠들게 되면 호흡의 간격이 조금 길어지고, 들이마시고 내쉬는 주기가 일정해진다.
나는 예전부터 사람이 내는 소리를 듣는 것엔 꽤 익숙해져 있다. 발소리, 옷이 쓸리는 소리, 총을 쥘 때 한순간 멈추는 호흡. 전투 중엔 그런 조그만 소리가 상대의 다음 행동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지금, 흥신소 68 사무소의 낡은 소파에서 들려오는 선생의 호흡은, 아까부터 계속 일정했다.
"Zzz..."
"......."
자고 있다. 아마.
나는 테이블 위의 다 읽은 의뢰서 뭉치를 정리하면서 소파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선생은 옆으로 돌아누운 채 몸을 웅크린 모습이었고, 한 팔을 베개 대신 벤 채 다리를 바닥에 늘어뜨리고 있었다. 별로 좋은 자세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분명 처음에는 잘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신발도 벗지 않았고, 테이블에 둔 캔커피는 아직 반 정도나 남아 있었다.
한 시간쯤 전, 의뢰의 상담을 위해 방문한 선생은 평소와 같이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도중에 3번 정도 하품을 했다. 내가 [잘 못 잔 거야?]하고 묻자 [잤어]라는 대답을 들었고, 몇 시간 잤냐는 물음에는 2시간 정도라고 답하며 웃었다. 그건 잤다고 말할 수 없는 거라고 했는데도 본인은 큰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아루와 아이들이 밖으로 나선 이후, 선생은 [조금만 쉴게]라는 말과 함께 소파에 누웠다. 그로부터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됐다.
"...경계가 너무 부족하잖아"
작게 중얼거렸지만 대답은 없었다. 들이마쉬고 내쉬는 소리만이 일정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사무실 구석에 있던 얇은 담요를 꺼내 선생에게 덮어 줬다. 일어나지는 않았다. 시험 삼아 [선생]하고 불러 봤지만 반응은 없었고, 조금 더 크게 다시 불러 봐도 역시 눈꺼풀은 열리지 않았다.
이거 진짜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흥신소 사무실이기 이전에 여고생들밖에 없는 곳이다. 그런 장소에서 남성이 어떠한 경계도 없이 잠든다니, 무슨 짓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생각해본 적 없는 걸까.
그래도 뭔가 할 사람은 흥신소엔... 아마 없겠지. 기껏해야 무츠키가 얼굴에 낙서를 하는 정도려나.
"......"
나는 소파 옆에 쪼그려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크서클이 심했고, 눈꺼풀 근처에 작은 상처도 있었다. 언제 생긴 건지 모르겠다. 선생의 몸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생긴 상처가 많다. 본인에게 물어봐도 대개 [이거? 언제 생긴 거야 이거]하며 웃어넘긴다.
이런 걸 하나 하나 기억하고 있는 내 쪽이 아마 이상한 거겠지.
"...수고했어, 선생님"
대답은 없었다. 당연하다. 자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조금 정도는 평소라면 하지 못할 말을 해도 문제 없을 것 같았다. 뭔가 변할 리가 없다. 말은 상대에게 닿아야만 의미를 가지기에, 듣지 못한다면 혼잣말과 다를 게 없다. 이건 고백이 아니다. 그저 가슴속에 품어둔 말을 아무에게도 닿지 않을 곳에서 딱 한 번 꺼내는 것. 그뿐이다.
"...좋아해, 선생"
말했다.
선생은 자고 있었다. 호흡도 변하지 않았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아까와 똑같은 숨소리가 이어졌다.
"......"
나는 즉시 몸을 일으켜, 도망칠 필요 없는데도 이상하게 빠른 걸음으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가슴속에 계속 쌓아두고 있었던 걸 딱 한 방울 내보낸 것만으로도 묘하게 가벼워졌다고 느꼈다.
"...뭐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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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일주일 뒤였다.
선생이 흥신소 68 사무실을 잠자리로 삼고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요즘 바쁜지, 우리에게 올 때면 대개 지친 상태다. 그날도 아루와 의뢰 이야기를 하면서 몇 번이고 눈을 비볐다. [선생, 괜찮아?]하고 물어도 언제나처럼 [괜찮아] 하고 답했다.
사람은 정말 괜찮을 때는 괜찮다고 말하지 않는다.
"좀 자는 게 어때"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아루한테는 내가 얘기해둘 테니까"
"그럼 딱 10분만"
"마음대로 해"
10분. 그 말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20분 후. 선생은 자고 있었다. 또 나와 단둘이. 사무실에는 벽시계의 바늘이 움직이는 소리, 바깥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 그리고 선생의 숨쉬는 소리만이 있었다.
들이마쉬고.
내쉬고.
"...선생님"
대답은 없었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 또 담요를 덮어주었다. 오늘은 이전보다 약간 더 가까이 앉았다. 선생의 뺨에 머리카락 한 올이 붙어있는 게 보여 손을 뻗으려다 멈췄다.
그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은 괜찮다. 들리지만 않으면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지는 건 아무래도 다르다.
"...오늘도 수고했어. 푹 자. 매번 우리 생각 뿐이니까"
대답은 없었다. 호흡도 변하지 않았다.
"...좋아해"
전보다 간단히 말했다.
"선생. 꽤, 좋아해"
선생은 자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 그 점이 안심됐다.
좋아한다고 말해도 내일의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다음에 만날 때도 선생은 언제나처럼 [카요코]라고 부르고, 나도 언제나처럼 [선생] 하고 대답한다. 거기에 오늘의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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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네 번째.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말도 점점 늘었다.
[오늘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
[선생으로부터 모모톡이 와주면 좀 기뻐]
[저번에 같이 간 식당, 맛있었어. 다음에 또 가자]
[선생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선생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아]
평소라면 절대 말하지 않을 것. 아니, 말할 수 없는 것.
딱히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저, 말하면 상대에게 전해져 버린다. 호의라는 것은 한 번 상대에게 전해지면 더는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거절당할 수도 있다. 곤란하게 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거리를 두게 될 지도 모른다.
지금의 관계를 바꾸기 위해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알 수 없었다.
선생과는 지금도 충분히 거리가 가깝다. 흥신소 일로 만나고. 모모톡도 할 수 있고. 둘이서 식사를 할 때도 있다. 선생님은 내 이름을 불러준다. 나는 선생을 선생이라고 부른다.
그걸로 충분.
충분했을 텐데.
선생이 잠들면 나는 좋아한다고 말한다.
내가 생각해도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자신만이 약간 즐거워지기 위한 고백.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신 대답을 받을 가능성도 처음부터 버린 것이다.
안전하고.
겁쟁이처럼.
분명, 나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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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창문을 강하게 두드렸고, 사무실은 평소보다 어두컴컴했다. 습기 때문일까, 낡은 소파에선 평소에 느껴지지 않던 천 냄새가 났다.
선생은 역시 그곳에서 자고 있었다. 오늘은 꽤 피곤해 보였고, 눈을 감은지 15분 이상 지나고 있었다. 일정한 호흡. 몇 번이고 들은 들이마쉬고 내쉬는 소리.
나는 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댔다. 선생과 내 얼굴의 거리는 30cm 정도.
"선생"
대답 없음.
"자?"
대답 없음.
"...역시, 잠들었나"
빗소리가 들렸다. 벽시계의 소리가 들렸다. 선생이 숨쉬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나와 같은, 안전한 시간.
"오늘은 말이지. 아루가 선생이 멋있다고 얘기했어. 무츠키는 재밌다고 했고. 하루카는... 뭐, 평소대로였지만"
대답 없음.
"딱히 모두가 선생을 좋아해도 상관 없지만"
거기까지 말했을 때.
내가 생각해도 거짓말이라고 느꼈다.
"...상관 있나"
피식 웃었다.
"싫을지도"
선생의 호흡은 변함없었다.
"다른 아이와 있는 걸 볼 때면, 가끔 싫은 기분이 들어. 선생은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그게 선생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나만을 생각해줬으면 할 때도 있어"
말하면서 가슴이 약간 욱신거렸다.
"...무겁네"
선생은 아무 말도 없었다.
상냥하다.
잠든 선생은 무엇을 말해도 부정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만은. 나 혼자만 선생을 좋아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제는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오늘은 평소보다 확실히 말했다.
"좋아해, 선생"
"꽤가 아니라"
"...역시, 엄청 좋아해"
빗소리.
침묵.
선생의 호흡.
"...고마워"
"......"
시간이 정지했다.
가장 먼저 들려온 건 빗소리였다. 아까와 똑같은 빗소리가 순식간에 몇 배는 크게 들렸다. 그 다음엔 내 심장. 시끄럽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생의 목소리.
틀림없이 들었다.
"...선생?"
"응"
"일어났어?"
"...응"
"언제부터"
"어, 그러니까"
"언제부터"
"......"
"선생"
"[오늘 하루만은. 나 혼자만 선생을 좋아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정도부터"
"......"
나는 벌떡 일어났다.
"카요코?"
"돌아갈게"
"잠깐"
"돌아갈게"
"여기 카요코 사무실이잖아"
"오늘은 다른 곳에서 잘게"
"비 엄청 오는데"
"상관없어"
"우산은?"
"없어"
"그럼 안 되지"
"괜찮아"
도망치고 싶다. 지금 당장. 키보토스의 끝까지 가고 싶다. 가능하다면 두 번 다시 선생과 만날 일 없는 곳으로.
아.
그건 싫다.
내일은 보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무리다.
"카요코"
"부르지 마"
"미안"
"사과하지 마"
"그럼..."
"아무 말도 하지마"
"...응"
선생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사무실 문을 마주보고 섰다. 밖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우산은 없음. 이대로 나가면 확실히 쫄딱 젖는다. 이성적으로는 비가 약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선생과 같은 방에 있는 게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최악"
"미안"
"그러니까 사과하지 말라고"
"넵"
나는 결국 문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원래 있던 곳으로는 가지 않았고, 선생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선생도 소파에서 일어났다.
눈이 마주쳤다.
피했다.
다시 마주쳤다.
피했다.
"...잊어줘"
"응?"
"지금 전부"
"무리일걸"
"노력해"
"그건 좀..."
"선생"
"넵"
곤란한 표정. 알고 있다. 그 표정. 언제나 내가 뭔가 말하면 선생은 그런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오늘은 그 표정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조여들었다.
"...언제부터?"
"응?"
"이런 거. 들은 거야"
오늘 하루만이라면 아직 괜찮다.
선생이 미안하다는 듯 뺨을 긁적였다.
"사실은, 전에도 한 번 중간에 일어난 적 있어"
"......"
"카요코가 [선생으로부터 모모톡이 오면 상당히 기뻐]라고―"
"선생"
"넵"
"지금 당장 잊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잊어"
"넵"
죽고 싶다.
아니, 죽고 싶지 않다.
그저 5분 전의 나를 멈춰세우고 싶다. 아니, 더 전에. 첫날. 선생이 잠든 걸 보고 좋아한다고 말한 나를.
"그래도"
"왜"
"기뻤어"
"......"
"카요코가 그렇게 생각해 줘서"
"...그만해"
"미안"
"그러니까 사과하지 말라고"
가슴이 괴로웠다.
이게 내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다. 말이 상대에게 전해졌다. 선생에게 닿았다. 더는 돌이킬 수 없다. 내일부턴 무언가 변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두렵다.
"선생"
"응"
"...곤란했어?"
드디어 물었다.
선생은 조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놀라긴 했지"
"...응"
"그래도 곤란하진 않았어"
"정말?"
"응"
"어색하지 않았어?"
"나는 전혀"
"......"
나는, 어색했다.
죽을 만큼.
하지만 아주 약간 호흡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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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어느 정도 약해졌다.
선생은 캔커피를 마시고, 나는 물을 마셨다. 아까부터 둘 모두 계속 뭔가를 마시고만 있다. 대화는 뜸했다. 하지만 사무실을 뛰쳐나가지 않아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평소처럼 숨 쉴 수 있었다.
"카요코"
"왜"
"하나 물어봐도 돼?"
"내용에 따라"
"지금까지 내가 잠들었을 때 몇 번이나 말했어?"
"......"
"싫으면 얘기 안 해줘도 돼"
"딱히 세진 않았어"
거짓말.
기억하고 있다.
6번.
오늘로 7번.
선생이 잠들 때마다 한 건 아니다. 말하고 싶은 데도 말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가끔"
"그랬구나"
"왜"
"아니야"
"왜"
"나, 꽤 이득 보고 있었던 거 같아서"
"뭐가"
"자는 것만으로 카요코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거니까"
"......"
나는 선생을 바라봤다. 선생은 웃고 있었다.
속이 뒤집어졌다.
"선생"
"넵"
"오늘은 자지 마"
"왜?"
"말 안 할 거야"
"뭣"
바로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뭐야"
"아니야"
"설마, 또 들을 거라고 생각했어?"
"조금"
"뻔뻔하네"
"미안"
"......"
하지만.
이상했다.
부끄러울 텐데. 아까까지만 해도 도망치려 했는데. 선생이 아쉬워하자 이번엔 조금 말해 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나도 구제불능이다.
"그러면"
"왜"
"다음에도 자는 척 하는 게 좋을까?"
"...하?"
"카요코가 말하기 쉽도록"
"...바보야?"
"안 돼?"
"진짜 그렇게까지 듣고 싶어?"
"듣고 싶어"
"......"
오늘 나는 몇 번이나 할 말을 잃어야만 하는 걸까.
"...왜"
"기쁘니까"
"......"
"카요코가 좋아한다고 해주면"
빗소리가 조금 작아진 걸 느꼈다. 정말 비가 잦아든 걸까, 아니면 방금 말 빼고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된 걸까.
"...그런가"
"응"
"그럼... 당분간, 그렇게 해"
"잠든 척?"
"응"
"진짜?"
"갑자기는 무리니까"
"뭐가?"
"깨 있는 선생에게 말하는 건"
선생의 말이 멈췄다.
또 터무니없는 말을 해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잊어"
"그것도 무리 같은데"
"...그렇겠지"
선생이 소파에 누웠다.
"뭐 해?"
"연습"
"지금?"
"지금"
"딱히 오늘부터 안 해도 되는데"
"하지만 비 그칠 때까지 심심하니까"
"......"
선생이 눈을 감았다.
수 초.
호흡.
들이마쉬고.
내쉬고.
일부러.
"못하네"
"...미안"
"대답하면 자는 척이 아니야"
"......"
"......"
나는 살짝 웃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도망치려 했는데, 또다시 소파에 다가가 이전과 똑같은 곳에 앉았다.
다른 점은 선생이 일어나 있다는 걸 내가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선생도 그걸 알고 있다는 것.
"선생"
대답은 없었다.
잠든 척.
맞춰 주고 있다.
"오늘, 수고했어. 잘 자"
반응 없음.
"......"
호흡이 아까보다 약간 빨라졌다.
선생도 긴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용기가 났다.
"선생"
"...좋아해"
선생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너무 못하는데"
"미안"
"후훗"
웃었다.
이런 식으로 좋아한다고 말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수 시간 전의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이건 아직.
깨 있는 선생에게 말한 건 아니다.
잠든 척이니까.
그런 걸로 해두자.
적어도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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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선생은 정말로 잠든 척을 하기 시작했다.
매번은 아니었다. 나도 매번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단둘이 되면, 선생은 소파에 누워 눈을 감았다.
"...선생. 오늘 선생, 좀 멋있었어. 하지만 너무 흥분하지는 마"
"......"
"...좋아해"
선생의 입꼬리가 실룩였다.
"웃지 마"
"......."
"잠든 척이니까"
제자리로 돌아갔다.
바보같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오히려 꽤나 좋은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좋아해, 선생"
평소처럼 말한 후 일어서려 했을 때.
선생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
깜짝 놀라 돌아봤다.
선생은 아직 눈을 감고 있었다.
"선생"
대답 없음.
"일어났지"
대답 없음.
"...잠든 척이라면 손을 잡지는 않잖아"
"......"
"선생"
"...잠버릇이야"
"거짓말"
"넵"
선생이 눈을 떴다.
하지만 손을 놓지는 않았다.
"...왜"
"아니야"
"왜?"
"조금 더 이대로 있고 싶어서"
"......"
치사하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해버리고.
"...그거"
"응?"
"깨 있을 때 말하는 거, 치사하다고 생각해"
"그럼 자는 척 하면서 말하는 게 더 좋았을까?"
"그건 더 이상해"
"어렵네"
나는 선생의 손을 바라봤다. 나보다 크고, 조금 딱딱하고, 따뜻하다. 빼려고 하면 간단히 뺼 정도의 힘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선생"
"응"
"...눈 감아"
"어?"
"빨리"
선생이 눈을 감았다.
이번엔 내가 먼저 그 손을 잡았다.
"...자?"
"......"
"대답하지 마"
호흡. 들이마쉬고, 내쉬고. 일정하지 않았다. 전혀 잠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대로 좋다.
"선생"
나는 손에 살짝 힘을 주며 말했다.
"좋아해"
지금까지의 말 중 가장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말 중 가장 잘 전해지도록 말했다.
선생의 손이 내 손을 조금 강하게 잡아주었다.
그뿐.
그뿐인데.
어째서일까.
조금만 더.
깨 있는 선생님에게도.
솔직해져도 괜찮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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