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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어제, 귀갓길에 트리니티 학생을 봤습니다만.」
드물게 나기사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티파티 테라스에 둘이 앉아 홍차를 즐기고 있으니 뭔가를 고민하며 이렇게 말문을 연다.
트리니티 학생은 각각 파벌로 나뉘어 서로 싸우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 바깥 세계의 학교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트리니티에서는 특히 그 경향이 강하다.
미카 건도 있다. 그녀는 지금도 기운차게 봉사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일로 몰락한 파테르 분파 학생들의 현 상황도 걱정이다.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계속할 것을 재촉한다.
"무슨 일 있어? ......괴롭힘이라든가?"
「아뇨, 그런 진지한 게 아니라......」
"아, 아니구나."
무심코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것을 나기사도 눈치챘는지, 쿡쿡 웃어버렸다.
하지만 그렇다면 의제는 뭘까. 나기사의 모습도 근심스럽기보다는 뭔가 걸리는 게 있다는 느낌이어서 어떻게든 그 문제를 해소해주고 싶다.
「......선생님은, 햄버거를 드셔본 적이 있으신가요?」
"햄버거? 먹어 본 적은 있는데......"
「트리니티 학생이 귀가 도중...... 햄버거 가게, 라고 호칭하면 되는 걸까요. 그 가게에 들러 햄버거를 사는 걸 봐서.」
트리니티 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아가씨 계층이 많다. 나도 설마 패스트푸드점에서 군것질하는 트리니티생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새삼스러운 일인가. 트리니티에는 맛있는 디저트를 찾아다니며 먹는 걸 목적으로 하는 동아리가 있고, 인형을 목적으로 블랙마켓에 잠입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 학생이 또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고, 오히려 그게 보통이라는 거겠지.
"트리니티에서는, 군것질하면 안 되는 거 였던가?"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과거에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있었던 모양이라...... 학교 밖의 일이기에 어느 정도 묵인되고 있습니다만.」
군것질만 해대서 용돈을 전부 탕진했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이런 모습이라면 오락실에 자주 다니는 트리니티생도 존재할 것 같다.
「교칙상으로는, 그런 것이기에...... 저도 그 때는 보고만 있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었어?"
「문제, 라는 건 아닙니다만...... 그, 웃지 말고 들어주세요.」
귀여운 헛기침 뒤에 마치 참회하듯 나기사가 말문을 열었다.
「햄버거라는 걸....... 저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뭐?"
「부끄럽지만, 그런 가게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티세트 너머로 보이는 나기사의 표정은 부끄러운 듯 붉게 물들어 있다. 주저함이라도 있는지 시선도 왼쪽 아래 방향으로 엇나가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나 자신도 납득이 갔다. 천생 아가씨인 나기사가 쉽사리 빈틈을 보일 수도 없겠지. 하물며 햄버거 같은 서민의 음식을 군것질하는 모습을 들킨다면 스캔들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안요소가 될 것임은 쉽게 상상이 된다.
"그래서, 흥미가 생겼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기사의 몸이 움찔 뛰었다. 정곡이었나. 찻잔을 든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그래도 안에 든 홍차가 흘러넘치지 않는 담력은 역시나.
「......이번에 선생님을 모신 것은 바로 그 일 때문입니다.」
"응,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
설마 나기사가 「저, 햄버거에 관심이 생겼습니다」로 이 화제를 끝낼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나를 이 테라스로 불러낸 의미가 없다. 성실한 나기사라면 그런 의미 없는 일을 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햄버거라는 걸, 그...... 먹고 싶어져서.」
"먹어 본 적 없는 거니까 말이지."
「그녀들을 본 뒤에도, 집에서 저녁을 먹은 뒤에도 햄버거가 신경쓰여서...... 어젯밤에도 침대에서 계속 번민했습니다.」
"그 정도로......"
평소에는 자신을 죽이며 청초한 행동을 하고 있는 나기사에게도 남다른 호기심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무심코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그것을 나기사에게 부주의하게 들켜 눈썹을 찡그리게 하고 말았다.
「......이상한 일일까요.」
"아니, 나기사도 제대로 아이구나 해서."
「저도 미지의 것에 흥미를 갖기도 합니다.」
"응, 미안해. 웃을 일이 아니었네."
「괜찮습니다. 비웃음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나와 나기사가 서로 자세를 바로잡는다. 지금부터는 협상 시간이다. 물론 나는 어지간하면 나기사의 제의를 받아들일 생각이지만.
"그래서, 내가 뭘 해주길 원해?"
「......햄버거를, 사와주셨으면 합니다.」
"아까 말했던 햄버거 가게의 햄버거 말이지?"
「돈은 이쪽에서 내겠습니다. 제가 먹는 거니까요.」
우려점은 있다. 그건 분명 나기사의 입에 체인점 햄버거는 맞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이전에 페트병 홍차를 마셨을 때도 같은 일이 있었다. 역시 성장환경의 차이는 크다. 서민들이 먹을 만한 화학조미료 범벅의 정크푸드는 나기사의 고상한 입맛에는 도저히까지는 아니지만 적합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것을 나기사도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는 듯, 그럼에도 흥미를 떨치지 못하는 눈빛으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이전의 홍차 건도 있으니 소량이면 됩니다. ......부탁드려도, 될까요?」
"괜찮아. 같이 먹을까. 다만."
검지를 세운다. 나기사의 이야기 중 한 가지만 변경하고 싶은 조건이 있다.
「뭐, 뭘까요......?」
"나도 먹고 싶어서 말이야. 여기서는 내가 사게 해줄 수 있을까."
「아, 아뇨! 그건, 제가 제안한 일이니......」
"게다가, 아이가 한턱 내게 하는 건 조금 꼴불견이거든."
아무리 나기사가 부유하다고 해도 거기에 기대고 있어서야 어른으로서 괜찮냐는 얘기다.
"부탁해! 내가 제멋대로 하는 말이지만!"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여기선 선생님이 사시는 걸로.」
"고마워, 나기사!"
「아뇨, 선생님이 감사의 말씀을 하실 일은......」
그리고 만약을 위해 목적지인 가게의 장소를 나기사와 확인하고 일단 테라스를 나선다. 내가 목표로 하는 건 햄버거가게. 지금 시간대라면 그다지 붐비지도 않을 거다. 어울리지도 않게 전력 질주로 달려간다.
약 1km를 몇 분 만에 달려 자동문을 빠져나가자 점원의 활기찬 환영 소리가 들려온다. 주문하는 건 가장 심플한 햄버거와 감자튀김에 주스 세트 2개. 점심을 거른 나에게는 늦은 점심이지만, 나기사에게는 어디까지나 간식. 잔뜩 먹을 수는 없겠지.
「감사합니다!」
햄버거가 담긴 종이봉투를 받아들고 「또 방문해주세요」의 목소리에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여 답하며, 다시 한 번 전력 질주가 시작된다. 봉투 속 내용물을 무너지지 않게 않으면서 하는 부자연스러운 달리기다.
「저기, 저거.」
「샬레의 선생님이지?」
「저렇게 필사적으로 달리다니,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멀리서 뭔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신경 쓸 틈은 없다. 현재 최대 과제는 식기 전에 지금 내가 안고 있는 봉투를 나기사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다. 달려라, 나!
테라스로 통하는 문 앞에서는 티파티 소속 학생이 대기해주고 있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나를 보고 순간 흠칫하는 듯했으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나기사님께 말씀은 들었습니다」라며 금세 문을 열어주었다. 트리니티 종합학원이라는 공간은 실로 품위가 넘쳐흐른다. 햄버거라는 흔한 음식이 이물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서, 선생님...... 그렇게나 땀을......」
"여, 역시 평소부터 운동을 해야했네. 땀이....."
걸음을 멈추는 순간에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던 피로감이 와르르 몰려온다. 자칫 눈앞의 비싼 테이블에 쓰러질 것 같지만, 여기선 꾹 참는다.
"뭐, 배를 비우기에는 딱 좋은 운동이었으니까......"
「여기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주세요.」
"아아, 고마워...... 미안해......"
깔끔하게 접힌 손수건을 이마에 대자 플로럴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나기사는 벌써부터 봉투 속 내용물에 흥미진진한 모양이라, 곧바로 새하얀 식탁보 위에 내용물을 늘어놓는다.
"음, 이게 햄버거, 감자튀김, 주스야."
「감자튀김에, 주스......? 주문하지 않았습니다만.」
"세트로 시키면 따라오는 거야. 아, 주스는 오렌지 주스."
하나씩 내밀자 나기사는 포장지를 그 가느다란 손끝으로 쭈뼛쭈뼛 조심스럽게 벗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온 햄버거를 눈앞에 두더니 「끝......?」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나기사에게 이미 먹을 준비를 완료한 나는 묻는다.
"무슨 일이야? 첫 햄버거인데."
「저란 사람이, 나이프와 포크를 깜빡했습니다. 이래서는 손으로 집어먹는 꼴이......」
그쪽을 보니 한계까지 열린 정사각형 포장지 한복판에 햄버거가 자리잡고 있었다. 오후의 상쾌한 햇빛을 받아 햄버거가 반짝이며 빛나고 있다.
"식기는...... 필요없으려나?"
「네? ......손으로, 먹는 건가요?」
"포장지를 들고, 이렇게."
내가 시범을 보이자 나기사의 눈이 충격적이라는 듯 크게 뜨인다.
"덥석, 먹는 거야."
「베어무는 건가요!? 이렇게....... 덥석?」
"응, 덥석."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듯, 나기사가 순간적으로 당황한다.
「그, 그럼 감자튀김은! 감자튀김을 손으로 먹으면 더러워질텐데요!?」
"뭐, 그것도 손으로 집어먹으려나......? 나는 그렇게 하고 있지만."
「소금이 묻는다고요!?」
"신경쓰이면 종이 냅킨으로 닦으면 돼."
혼자 먹을 때는 손가락에 묻은 소금도 핥지만, 그 말을 하면 역시 끌려갈 테니 말하지 말자.
나기사는 내가 하는 것처럼 든 햄버거를 어디서부터 먹을까 하는 생각에 잠겨 있다. 그냥 머리부터 먹으면 되는데.
"그럼, 잘 먹겠습니다."
「하아, 잘 먹겠습니다.......」
이대로 계속 마주보고만 있어도 결말이 나지 않기 떄문에 식사를 시작한다. 오랜만에 산 햄버거의 맛은 상상한 대로 패스트푸드다운 맛이다.
나기사도 나의 먹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정한 듯, 그 작은 입으로 덥석 물었다.
「.......으음......?」
"어때? 햄버거의 맛은."
「음.......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요. 독특하다고 할까....... 맛있지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나기사다운 말투다. 감자튀김 하나를 집어 먹어 봐도 역시 마찬가지로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짜...... 전체적으로, 짜네요.」
"염분 엄청나지. 성분표 보고 항상 놀라고 있어."
「이게 패스트푸드....... 로군요.」
그렇게 말하며 나기사는 묵묵히 먹어 치운다. 맛있어서 먹는다기보다는 순전히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패스트푸드의 맛을 알기 위해 먹는다는 느낌이다.
홍차 건은 나기사가 매일같이 즐기면서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잇는 맛과 달랐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겠지. 이번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나기사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다. 일단 입에 맞지 않아서 토해내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기에 한시름 놓았다.
「......가끔,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집니다.」
감자튀김을 품위있게 갉아먹으며 나기사가 이야기한다.
「저는 그다지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어서.」
"페트병 홍차는 맞지 않았고 말이지."
「모르는 게 너무 많습니다.」
S사이즈의 감자튀김은 자연스럽게 나기사의 배에 들어가 준 것 같다. 햄버거도 30% 정도 남았다. 나는 이미 햄버거를 다 먹고 반쯤 뜨거움을 잃은 감자를 와구와구 먹고 있다.
"나도 모르는 건 잔뜩 있어."
「그런가요? 도저히 그렇게는 안 보입니다만.」
"경제라든가 파벌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든가, 전혀 모르겠고."
주스로 목을 축인다. 짭짤한 입안이 인공조미료의 새콤달콤함으로 단번에 씻겨나간다.
"하지만 『알고 싶다』라고 생각해서 그걸 행동으로 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야."
「그럴까요...... 그것 때문에 선생님을 부려먹고 말았는데요.」
"나 정도라면 얼마든지 써먹어도 돼. 물론 볼일에 따라 다르긴 해도...... 트리니티의 정치에 관련된 일 같으면 사양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이다. 나기사가 내게 그런 일을 부탁하는 것은 미래영겁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선생님은 이런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지셨군요.」
"뭐, 옛날부터 말이야. 가게 이름은 다르지만 어렸을 때는 이게 진수성찬이었어."
「......선생님과 똑같은 음식을, 지금 저는 먹고 있는 거네요.」
나기사는 그렇게 말하며 햄버거의 마지막 한 입을 마치 아쉬운 듯 입안에 집어넣고, 맛보고, 삼켰다.
손수건으로 입을 가볍게 닦고 탁상의 쓰레기를 봉투 안에 넣자 그제야 테라스 안에 이물은 없어졌다.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은 여느 때와 같은 새하얀 식탁보뿐이다.
"어땠어?"
「언어화하기 힘든 맛이었습니다. 이후로 몇 번이나 먹고 싶다......라고 할 정도는.」
"아이고, 그건 유감이네."
후두부에 손을 짚고 있는데 「하지만」 하고 나기사가 강하게 반격해 왔다.
「이런 것들은...... 가끔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괜찮아? 마음에 안 들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입니다. 앞으로 계속 먹다 보면 의외로 마음에 들 지도 모른다고요?」
태양은 학교 건물 뒤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다. 이제 곧 하늘도 주황색으로 물들겠지.
그 절묘한 빛 속에서 나기사의 눈동자가 찬란하게 빛난다.
「그때는, 또 함께.」
"응, 언제든지 말해."
「그리고 이번 일의 답례로 언젠가 선생님을 풀코스에 초대하겠습니다.」
"응?"
풀코스 요리. 패스트푸드의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는, 나에게 있어서 미지의 세계.
「선생님이 제가 모르는 걸 많이 가르쳐주셨으니......」
"그렇게 거창한 일은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제게는 큰 일이에요.」
나기사가 생긋 웃는다. 그 미소 속에 어떤 감정이 숨겨져 있는지 보이지 않는 것은, 역시 티파티의 호스트라 해야 할까.
그러나 내 눈에는 지금의 나기사가 먹잇감을 둥지에 잘 집어넣었다며 눈을 가늘게 뜬 육식동물로 보였다.
「부디 어울려주시길. 그저 사례일 뿐입니다.」
"......드레스코드 같은 거 있어?"
「캐주얼한 거라도 상관없어요.」
"그건 『있다』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네......"
일단 다음에 집에 갔을 때 제대로 된 정장을 챙겨두자. 그렇게 강하게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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