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2자
#이로하
원문 自産自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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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데이트하죠."
어느날 당당하게 사무실에 들이닥친 이로하가 처음 한 말은 이러했다.
데이트. 지금까지 이로하가 다 끝난 뒤 데이트였다고 말한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데이트하자고 한 적은 없었다.
"데이트...? 지금부터?"
"아뇨? 선생님도 지금 다망하실 테니까 시간 비는 날 알려주세요."
물론 나는 지금 일에 쫓기고 있었다. 오늘 업무에 전력으로 집중하지 않으면 잠 잘 시간조차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로하가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라고만 보냈기 때문에 경계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시원하게 양보할 줄은 몰랐다. 한 마디로 매우 갑작스러웠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데이트하자니."
"그게 말이죠, 마코토 의장이 『샬레의 선생을 푹 빠지게 만들어라』라고 재촉해서요."
이로하는 만마전의 명령으로 나에게 접근했다. 첫 만남에서 그 사실을 시원하게 털어놓은데다 그 극비 임무를 포기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는 행동거지를 보면 눈앞의 소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원하는 거죠."
"거절하는 선택지는 없었어?"
"저래도 일단은 상사니까요."
이로하가 지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만두지 않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만마전을 떠나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학생들에게 휘둘리면서도 키보토스를 떠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 성과로 눈에 띄는 것이 『데이트』라는 거지."
"그런 셈이죠. 하지만 지금 선생님은 몹시 바빠 보여서요. 그 일, 아마 오늘 안에 끝내야 하지 않았나요?"
"아, 아하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확실히 평소보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로 표정에 드러났던 걸까. 요즘은 특히 키보토스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느라 솔직히 휴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매번 하고 있었다.
"뭐... 아무튼 시간 비는 날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아, 그럼 내일도 괜찮아."
그러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정신이냐고 묻는 듯 했다.
"그건 그 산더미같은 업무가 오늘 안에 끝났을 때의 얘기에요?"
"응. 일단 내일은 아무 일정도 없어."
"일반적으로는 그걸 비는 날이라고 하지 않아요."
"그치만 진짜 아무 계획도 없어. 세우려면 세울 수 있지만."
"그럼 그런 걸로 해두겠습니다. 그럼 선생님은 어디가 좋으세요?"
이제부터 본론인 데이트 이야기다. 그것도 『내가 가고 싶은 곳』이다.
범위가 넓어지면 오히려 선택이 어렵다고 하던데 지금 딱 맞는 말이다. 저녁으로 뭘 먹을지 물어봤을 때 "아무거나."라고 대답했다가 혼난 것도 이런 이유였을까.
잠시 머리를 굴려보지만 딱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로하가 나에게 맡기겠다고 한 이상 이것은 내가 생각해야 할 문제다.
"혹시 없나요?"
"아니, 없는 건 아닌데..."
이러다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일만 하는 불쌍한 기계』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유원지처럼 활동적인 곳은 가고 싶지 않아 많이 움직이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곳이 좋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둘이서도 앉아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
"영화관일까."
"영화관?"
"영화관에 가고 싶네."
반쯤은 소거법으로 정해지긴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영화랑 담을 쌓고 살았다. 모처럼의 기회니 이참에 오랜만에 옛날 영화라도 한 편 보고 싶었다.
"어떤 영화인가요?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로봇이 나오는 영화 같은 거?"
"아니, 그런 건 안 볼 생각이야. 잠깐만, 지금 좀 찾아볼게."
"아, 조사는 제가 없을 때 해주세요. 미리 알면 재미 없잖아요?"
사전 스포일러는 금지인 듯 하다. 확실히 무엇을 볼지 이미 알면 모처럼의 영화 데이트의 즐거움이 반감될 수도 있다.
교외에 옛날 영화를 상영하는 작은 극장이 있다고 들었다. 나중에 상영 일정을 찾아볼까.
"그럼 그렇게 하죠."
그리고 이로하가 나에게 다가와 옆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그리고 데스크 위에 흩어진 서류를 뒤적거리며 서명이 된 것과 안 된 것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으응...?"
"정말 귀찮네요. 아, 제가 멋대로 시작했지만 이렇게 해도 되는 거죠?"
"어, 괜찮지만... 으응...?"
"왜 놀라는 건가요. 이대로 한계까지 일했다가 내일 상태가 나빠지는 건 저도 싫거든요."
아무래도 이로하는 나를 도우려는 모양이다. 땡땡이가 특기인 이로하 치고는 드문 행동이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번으로 몇 번 내 일을 도운 적이 있어서 분류하는 손에 막힘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로하를 알게 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몇 번이나 만나고 몇 번이나 함께 일을 했을까.
"아, 저녁에는 퇴근하는거에요."
그래서인지 나에게 못을 박는 그 눈동자에 왠지 모를 기대감이 서려 있는 듯 했다.
"알았어. 그럼 얼른 해치워버리자."
"잠도 푹 자고 오세요."
"물론이지. 내일은 중요한 데이트니까."
"후후... 무슨 영화를 고를지 기대되네요."
그 뒤로 이로하가 꾸준히 업무를 도와준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들어간 임시 거처 방에서 목적의 극장의 상영 시간표를 확인했다. 라인업은 오래된 서양 영화로 채워져 있었다. 어느 것이든 학생이 보기엔 부담스러울 듯 했다.
"사실 이로하를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대형 영화관에 가야 하겠지만..."
이로하는 영리하다. 내가 내 희망사항이 아니라 이로하를 생각해 영화를 고른다면 금방 눈치챌 것이다. 그리고 "이거, 선생님이 보고 싶었던 영화 맞나요?"라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할 것이다.
"그러니까 내 취향만 생각해서 영화를 골라야겠지..."
한참을 찾아보다가 오래전 TV에서 본 기억이 있는 트렌디 영화가 눈길을 끌었다. 스토리도 오래 전 잊어버렸고 재미있다는 기억도 없었다. 그저 이해가 되지 않아 멍때렸던 기억만 있었다. 개봉 연대를 보니 70년이 넘게 지난 영화였다.
보고 싶었다.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 이제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상영 시간은 11시인가, 딱 좋네. 이걸로 해야겠다."
모모톡으로 이로하에게 시간만 보냈다. 보내자마자 『그럼 10시에 샬레 앞에서 만나죠.』라고 답장이 왔다. 생각보다 답장이 빨라 웃음이 터진 것은 비밀이다.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을지도..."
내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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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9시30분, 언제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빌딩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서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여어, 이로하."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아니야, 내가 너무 일찍 온 거지."
흰 티셔츠에 데님 스커트, 간소하면서도 깔끔한 세련된 느낌의 코디를 한 이로하의 모습은 평소 교복 차림에 익숙한 나에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희미하게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평소 입는 백의인가요."
"입을 게 이거뿐이라서."
"어차피 그 아래도 정장이죠?"
"왠지 안 입으면 불안해서."
반면 나는 늘 입는 백의에 정장이라는 따분한 차림이었다. 옷을 고르기 귀찮아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차려입고 이로하와 걷는 모습을 누군가 보면 필요 이상의 사적인 관계가 아닌지 의심받게 된다.
학생과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많지만 누구를 만나든 이 복장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로하만 특별 취급 할 수는 없었다.
"흥... 재미없는 사람이네요."
"아하하... 미안."
이로하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쓴웃음밖에 지을 수 없었다. 사실 제대로 된 옷을 입고 오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영화였죠? 어느 영화관인가요?"
"아, 교외에 있는 곳이야. 안내할게."
그리고 둘이서 걷기 시작했다. 휴일의 거리는 사복 차림의 학생으로 붐비고 유리창 너머 커피숍에는 이야기꽃이 잔뜩 피어 있었다. 커피 냄새가 느껴지는 듯 했다.
"영화 끝나고 나서는 계획이 있나요?"
"아, 조금 괜찮은 레스토랑을 예약했어. 거기서 같이 밥 먹자."
"무슨 식당인가요?"
"음... 프랑스 요리?"
사전에 찾아보니 가격도 저렴하고 평판도 나쁘지 않았다. 음식 사진만 봐도 괜찮아 보였다.
"왜 거기서 의문문인가요?"
"나도 안 가봐서."
"한 번도 안 가본 곳에 데려가는 거에요?"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거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해도 비싸긴 비싸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지출할 수 있는 것이지 평소에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운다.
최근 카이텐저의 새로운 피규어가 나왔기 때문이 아니다. 그 지출 때문에 절약하게 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자자, 오늘은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는 날이잖아?"
"프랑스 요리를 좋아해요?"
"그것도 먹어본 적 없으니 도전이야 도전!"
"하아... 어울려 드릴게요. 안 되면 말할 테니까."
이로하는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지만 그 말에 실린 감정이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로하는 업무가 아닌 이상 정말 싫은 일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어울려 준다는 것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이번 영화는... 선생님은 세련된 것을 좋아하시네요."
"스스로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저도 드레스를 입고 와야 했을까요?"
"아니, 이로하 사복도 너무 예뻐."
"입으로는 뭔 말을 못하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린 이로하의 귀가 평소보다 붉게 보였다. 와인빛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사되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큰길을 벗어나 조금 후미진 골목길로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소음도 줄어들고 아는 사람들만 아는 개인 상점도 즐비했다.
그 안에 우두커니 서 있는 주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건물이 이번 목적지였다.
"이런 곳에 영화관이 있었군요."
"그치. 나도 어제 처음 알았어."
"꽤 오래된 영화였죠. 하긴 큰 곳에서 다루진 않을 것 같네요."
지금은 BD도 있고 영화도 집에서 볼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작은 영화관은 언젠가 세월의 파도에 휩쓸릴 것이다.
"뭐,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같이 가 줄 거지?"
"네네, 어울려 드릴게요."
안으로 들어가자 방금 전까지 졸고 있던 접수처 직원이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볼 영화 이름을 말하고 돈을 내밀자 "저쪽 극장에서 상영합니다."라며 큰 문을 가르켰다.
과자나 감자칩, 그리고 병 주스 등을 이곳에서 사먹는 모양이다. 요즘 유행하는 팝콘이나 츄러스 등이 없다는 사실이 이 영화관의 쓸쓸함을 더욱 부각시키는 듯 했다.
"주스 사줄까?"
"아뇨, 괜찮아요."
그러고 보니 나도 목이 마르지 않았다. 게다가 이 이후 식사할 예정이니 뭔가 먹어 배를 채울 수도 없었다.
무거운 미닫이문을 열자 어둠이 펼쳐졌다. 자칫하면 서로의 모습조차 놓칠 것 같았다. 좌석도 자유롭게 앉으면 된다고 한다. 인적 드문 상영관 내부에서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가 좋을까요, 선생님."
"어차피 자유니 스크린이 제일 잘 보이는 곳으로 가자."
"그럼 앞쪽 한가운데요."
그리고 자리에 앉아 스크린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잠시 후 머리가 카메라로 된 정장 차림의 누군가가 마임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흐르는 것은 어디든 똑같은 걸까.
역주: 2007년부터 시작된 일본 영화 시작 전 상영하는 공익광고.
"로맨스 영화인가요?"
이로하가 나지막히 물었다.
"응, 아마도."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는 건가요?"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 본 적은 있는데 잘 모르겠더라. 영상도 흑백이었고."
"흑백 영화라... 엄청 오래된 영화네요."
사람이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접수원도 지금쯤 잠에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상영 전까지는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번 데이트는 모르는 것 투성이네요."
이로하와 눈이 마주쳤다. 스크린의 빛에 이로하 얼굴의 왼쪽 절반이 비춰지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선생님은."
그리고 영화가 시작됐다. 댄디한 주인공이 일찍이 사랑했던 여성과 우연히 재회한다. 다가오는 전쟁의 불길에 겁을 먹었는지 새로운 남자를 찾았는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그녀가 직장에서 젊은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무디한 음악과 함께 어둑어둑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가 진행된다. 주인공이 사는 땅에도 전쟁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는 가운데 우연히 여주인공들의 망명 열쇠를 손에 쥐고 만 주인공의 갈등. 움켜쥐고 있으면 그녀는 자신의 것이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랑을 자신에게 속삭이는 그녀 앞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문득 이로하를 바라봤다. 눈을 가늘게 뜨고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면 영화를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클라이맥스, 주인공이 여주인공을 놓치냐 마느냐 하는 장면에서 튀어나오는 명문구. 어느 소설에서 본 그 문구는 여기에서 나온거였나 하고 혼자서 납득했다.
그리고 엔딩이 흐르고 어두워진 화면에 크게 END가 필체로 적혀있다. 옆에서 작게 한숨이 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직후 어둠이 갑자기 빛에 휩싸였다.
「상영이 끝났습니다. 발밑을 조심하고 퇴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가까웠다. 다시 한 번, 이번에는 큰 한숨을 내쉬며 이로하가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섰다.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니 뭔가 말하고 싶은 듯 했다.
"갈까요."
낮아진 톤의 목소리에 이끌리듯 접수처 직원의 인사를 등 뒤로 받으며 영화관을 나섰다. 방금까지의 어둠에 눈이 익숙해졌는지 바깥의 찬란한 햇살이 눈부셨다.
"뭔가요? 저거."
아무도 없는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이로하가 중얼거렸다.
"저런 여자, 주인공이랑 안 이어지는 게 맞아요. 얼굴만 좋지..."
"아, 아하하하..."
주인공은 결국 여주인공을 전쟁터에서 놓친다. 『나는 언제나 너를 생각하고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옆에 있던 남자에게 『부탁하네』라고 말하며 자신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계속 살아가기로 한다. 어린 시절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키보토스 밖에서는 저런 여자를 좋아하나요?"
"아니, 그렇지는 않을 걸. 아마..."
"선생님은 저런 여자를 좋아하시나요?"
"아, 그건 아니야. 맹세할 수 있어."
사실 나도 여주인공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한 세기를 지날 정도로 오래되었으니 윤리관도 다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화가 너무 난 것 같다는 생각을 나보다 반 발자국 앞서가는 이로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시 같은 여자라서 더욱 짜증이 난 걸까.
"그 사랑한다는 말도 거짓말이 틀림없어요. 비위를 맞추려고 아양을 떤 거지."
"그런 걸까."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는 당사자들도 모르겠지만, 주인공의 사랑에 의한 헌신은 결코 거짓이 아닐 것이다.
밝은 거리로 나오니 아침보다 더욱 번잡하게 우리를 반겼다. 카페의 테라스도 개방되어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소란스러웠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요."
그 중에서도 이로하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하지만 그 말은 분명 내가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못 들은 척 했다.
"아~ 배가 고프네. 슬슬 갈까?"
"프랑스 요리요?"
"응. 여기서 조금 더 걸어야 해."
지금부터 걸어가면 예약 시간에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업무에 쫓기며 갈고닦은 스케줄 정리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럼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건가요?"
"으음, 딱히 하고 싶은 건 생각이 안 나더라."
"에... 그럼 영화 보고 밥 먹고 끝인가요?"
키보토스에 와서 온갖 경험을 했다. 예를 들어 미식 탐방이나, 공원에서의 레저나, 피크닉이나, 오락실도 종종 간다.
그래서 나는 오락을 즐기는 측면에서는 이미 충분한 상태였다. 그 중에서 『영화』라는 것이 나의 몇 안 되는 최근 채워지지 않은 오락이었던 것이다.
"뭐 그래도 어딘가 가서 즐기는 게 데이트의 전부는 아니잖아."
하지만 이 자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었다.
"그 다음에는 이로하와 천천히 거리를 돌아다니고 싶어."
그것은 바로 이로하와의 시간을 만끽하는 것이다.
이번 데이트도 일상에 쫓기는 나를 보다 못해 데리고 나가려 했다는 것이 진상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눈앞의 소녀가 너무나도 귀여웠다.
"그래도 괜찮은가요. 모처럼의 휴일인데."
"응. 왜냐하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이것은 분명한 나의 진심이다.
한참을 쳐다보던 이로하가 지친 듯 다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그리고 이로하는 뜀박질하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럼 이 이후에도 저를 더 즐겁게 해주세요, 선생님."
햇살을 받으며 웃는 그녀는 그 어떤 영화의 여주인공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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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영화는 '카사블랑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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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다 달아
너무 좋아 이런거
웃는 미소가 예쁜 프로일라인
미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