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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피폐) 선생님 부디 건강하세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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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 또각

무생물들도 잠을 청하는 듯한 고요한 밤. 교내에서 구두굽 소리가 울려 퍼진다.

'또각'

걸음이 멈춘 그 곳엔 오랜 벗이 미카의 길을 막고 있었다.

"어머. 나기쨩도 잠이 안오나 봐?"

"미카씨."

츠루기와의 밀약은 성공적이었다. 본인의 경비 시간엔 감옥에 배치된 부원들을 뺄 것이라 선약까지 받았건만,

우수에 젖은 나기사의 눈빛으로 보아 아무래도 속은 듯하다.

"증오심이 생기는 건 이해합니다만, 그런 야만적인 복수극은 단념해주시길."

"츠루기쨩이 고자질을 하다니... 실망이네에... 역시 하스미처럼, 좀 더 게헨나를 싫어하는 아이랑 손 잡을 걸 그랬나"

"아리우스 연락망과 헤일로를 파괴할 수단은 도대체 무슨 허풍입니까. 이미 전부 수거했는데"

"오오~ 대단하네 나기쨩은 뭐든지 다 꿰뚫고 있구나? 칭찬해줄게. "

"미카씨! 제발 철 좀 드세요!"

"헤에~ 마치 자기는 어른인 듯 양 말하네."

"적어도 지금의 당신보단 이성적이죠."

"아하하☆ 하여간 음흉하다니깐. 항상 이런 나랑 비교해가면서 자존감을 채운 거지? 역모를 저지르고 나서도, 티파티에 잔류 시킨 것도 같은 연유겠지? 내가 못나 보일수록 널 특별하게 만드니까."

기만 당했단 사실에 모욕감이 차올랐다.

그간 쌓인 스트레스는 오히려 엄한 사람에게 분출되어버렸다.

"그런 상념을 들게 하다니... 유감입니다."

"됐어! 둘만 있는데 가식 부리지 마. 헤헤... 예지력을 잃은 세이아도 마찬가지잖아. 친구라기보단 들러리 같은 느낌으로 놔뒀겠지."

"미카씨..."

"너가 죽을 땐 곁에 아무도 없을 거야-"

마치 체한 듯 신물이 목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미카는 황급히 입을 막았지만 말이란 돌이킬 수가 없다.

"쿠훕!... 그니까 내 말은..."

가족에게 화를 낼 때처럼 심장이 벌렁거리고 호흡이 빨라져 대화에 장애가 생긴다.

그런 미카를 용서하겠다는 듯 나기사는 온후한 미소로 대답한다.

"전 그런 욕을 먹어도 싼 인간이죠. 군자이신 선생님에게 구제불능이란 말까지 들었으니까요."

"..."

"하지만, 더 이상 미카씨의 손을 더럽힐 순 없어요. 사력을 다해 미카씨를 막아세웠던 선생님의 노고를 망각해버린 거에요? 지금 당면한 문제는 그런 식으로 해결할 수 없어요. 새로운 지평을 준비해야 합니다."

"뭐라고?..."

"저희에게 부여된 과업은, 남은 임기 동안 선생님의 적응을 돕는 겁니다. 괜한 증오의 연쇄로 그 분의 앞길을 방해하면 안됩니다 미카."

"흐응... 그렇구나. 내 미련 따위 아무 의미 없으니 접으라는 뜻이구나..."

장전 손잡이를 당겨 노리쇠에 탄약을 먹인다.

떨리는 조준기 너머로 나기사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인다.

"하지만 말야.. 이런 비극은 어차피 또 되풀이될 거야. 여기서 결착을 지어야 해..."

"어떻게 확신하시는 건가요."

"소년범은 처벌보단 선도에 중점을 두니까. 그런데 생각해 봐. 게헨나엔 그 막강한 히나가 버티고 있는데도 선도가 이루어지지 않잖아. 악순환을 끊으려면, 살인 정도의 충격요법으로 다스려야 해."

나기사는 도저히 해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재해 수준에 비견되는 무력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

구속 시키더라도 그건 미카가 갇힌 것이 아니다. 모두가 미카에게 갇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 그렇다면 당신이 믿는 걸 따르시죠."

운명에 순응한 듯 나기사는 눈을 감았다.

***

우시오 노아는 세미나 부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의 자리는 애써 의식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 곳으로 눈을 돌리면 언제나처럼 선생님이 '노아쨩~'이라며 태평하게 부를 것만 같았기에.

저주스러운 기억력은 환청마저 들릴 정도로 생생하다.

"......"

오늘은 용기를 내어 선생님의 자리로 향했다. 어지럽혀진 사무 용품들과 커피 흘린 자국마저 마지막 모습 그대로다.

여기서 선생님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그런 미미한 존재들 뿐이어서, 그 상태로 방치했다.

"흠 흠 흠~"

달그락거리며 책상을 정리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곧 있으면 선생님과 재회한다...

"오고 계세요~! 거의 다 왔어요!!!"

"자자. 코유키쨩. 흥분하지 마세요.'

세미나 부원들은 모두 나란히 모여 맞이할 준비를 갖춘다.

리오 회장은 위험 요소 배제란 명목으로 개인실에서 선생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특별 열외다.

'똑. 똑.'

난데없는 노크 소리에 다들 잠깐 얼었다. 곧 선생 입장에선 이번이 첫만남이란 걸 깨닫고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복귀 축하합니다!"

코유키의 쩌렁쩌렁한 외침과 함께 박수가 이어졌다. 선생은 수줍게 머리를 매만지며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으... 축하 받을 일을 한 적은 없는데요 하하..."

"우옷! 존댓말 선생님이라니 이 캐릭터도 마음에 드네요!"

"코유키! 가만히 좀 있어!"

"...인사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저흰 밀레니엄의 학생회 역할을 수행하는 세미나입니다."

셋은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선생도 예의를 갖춰 자신을 소개한다.

"총학생회 직속 연방수사동아리 샬레의 OOO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에...헤헤~ 뭔가 쑥스러운데요!... 그치 다들?"

"네. 저흰 평범한 학생들이니까요. 부디 편하게 대해주세요 선생님."

"아, 전 이게 편합니다."

그렇게 갈망했던 선생님이 돌아왔다. 하지만 누구도 진심으로 웃질 못한다.

돌아온 선생님은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였다. 책상에 앉아 퇴근과 주말을 기다리는 직장인처럼

묵묵히 본인 소관의 일만 처리하다가 이따끔씩 학생들의 허락을 맡고 화장실로 향했다.

"선생님. 커피 어떤가요?"

"아, 감사합니다. 우시오양."

"......"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지만, 자꾸만 과거의 선생과 대조해보게 된다.

새로운 선생은 이젠 힘들다며 유우카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코유키와 몰래 장난을 치지도 않는다.

노아에게 얄궃은 웃음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애써 외면해왔지만, 이 전제를 적용 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건 사실상 다른 사람이라고.

다른 부원들도 동일한 결론에 닿은 걸까. 안색이 어두워진다.

후배인 코유키는 바람 좀 쐬고 싶단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돌아오지 않는다.

유우카는 선생 눈치를 살피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화를 시도한다.

"그으... 선생님?"

"네. 무슨 일이죠 하야세양"

"곧 있으면 점심 시간인데 급식실이 어디신지 아시죠?"

"네. 오기 전에 미리 확인했습니다."

"에... 하하. 준비성이 좋으시네요. 혹시 괜찮으시면 같이 식사할까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급식은 친구들이랑 먹는 게 좋잖아요?"

"그렇죠... 헤헤"

어떻게든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화제거리를 생각하는 유우카는 애처로워 보일 정도다.

그러다가 선생에게 잔소리하던 습관대로, 진열장에 있던 피규어 컬렉션으로 눈을 돌렸다.

"휴직 기간이 길었으니까... 굿즈 구매도 줄여야 해요?"

선생은 묵묵히 유우카가 가르킨 물건들로 시선을 옮겼다. 당혹감에 동공이 거대해진다.

"저, 저게 다 제가 산 거라고요?"

"네. 선생님의 소비 패턴은 충동적이시니까요. 게임 과금도 한동안은 참아주셔야 해요?"

불쌍한 유우카는 그 말이 화근이 될 줄 몰랐을 것이다.

급식 시간이 지난 뒤 세미나로 복귀하자 뭔지 모를 끈적한 위화감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라...?"

진열장에 있었던 굿즈들이 전부 사라졌다.

다급해진 유우카는 동분서주하며 선생님을 찾아 다닌 끝에 휴게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

"어엇! 왜, 왜 그러죠?"

"그... 그... 피규어들 어떻게 하신 거에요? 갑자기 다 사라졌는데..."

"아... 그거 말이죠. 역시 일하는 직장에서 그런 물건들을 두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어디로 옮긴-"

"전부 버렸어요. 안심해주세요. 그런 취미엔 전혀 관심 없으니까."

"에에......?"

"다 큰 어른이 장난감은... 역시 꼴불견이었죠? 하하..."

아연실색으로 변한 유우카는 분리수거장으로 향했다.

정말이다. 그렇게 아꼈던 컬렉션들이 허망하게 쓰레기들 사이에 파묻혀 있다.

유우카는 수습하기 위해 손을 뻗어 피규어들을 집었다.

하필이면 점심 시간이라 음식 찌꺼기와 기름기가 묻은 플라스틱 용기가 한가득이었다.

"흑... 흑..."

화장실에서 오염을 닦는 동안 알 수 없는 설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른 학생이 들어올 때면 재빨리 세수를 하는 척,

세면대로 고개를 숙이는 걸 반복한 끝에 전부 씻겨 냈다.

"선생님... 저... 전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물범벅이 된 유우카를 보며 선생은 자리에서 굳었다. 난생 처음 보는 표정에 피차 당황한다.

"아아...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진열장에 제 물건만 있던 게 아니었나 보군요. 죄송합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선생님..."

선생의 시선은 한 없이 밑으로만 내려앉는다.

드디어 유우카는 자신에게 겁을 먹었단 걸 눈치 채버렸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이 이상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이 간극을 어떻게 좁혀야 할지,

모든 게 태산처럼 느껴져 말문이 막혔다.

'콰광!!!'

엎친데 덮친격 또는 설상가상. 나쁜 일들은 예로부터 한 번에 몰아쳤었다.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굉음에 선생은 황급히 책상 아래로 숨었다.

"서, 선생님! 진정하세요."

노아가 선생을 살필 동안 유우카는 황급히 소동을 진압하기 위해 C&C에 연락했다.

"네루 선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는데"

"아아! 지금 현장이다! 나중에 통화해"

"무슨 일이야?"

"뭐긴 뭐야 썩을 엔지니어부 졸작이지!"

사건의 근원은 엔지니어부가 선생을 축하하기 위해 개조한 퍼레이드 로봇 때문이었다.

본래 폭죽과 함께 복귀한 걸 축하하는 메시지가 송출되어야 했으나.

역시나 센스가 괴랄한 엔지니어부답게 다소 엉뚱한 부가 기능들이 말썽을 피운 것이다.

폭주하는 로봇을 막기 위해 C&C는 총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선생을 축하해주기 위해 개발된 로봇은 오히려 그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다.

'부들부들부들......'

오한이 찾아온 듯 온 몸을 떤다.

두 귀를 막고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발악은 추레해 보일 정도였다.

"괜찮아요... 별 일 없을 거에요."

진동이 심해지자 책상 위에서 필기구가 떨어진다.

주운 것들을 제 자리로 옮기던 도중, 가슴에 쐐기를 박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노아가 건네준 커피가 넘쳐 흘러내리고 있었다. 받고 나서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단 뜻

"선생님......"

하루가 끝난 뒤에도 잠이 오지 않아 노아는 침대에서 뒤척거렸다.

새벽감성이라는 말처럼, 신경 쓸 것이 없는 밤에는 여러 잡생각들이 말을 걸어오기 마련이다.

"후우~"

노아는 수면제를 털어 넣고 나서야 겨우 선생을 떨쳐낼 수 있었다.

비록 잠시였지만.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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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9.21창작

소설)피폐) 선생님 부디 건강하세요. (6)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24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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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작가
게시물 88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5.09.21 20:29
조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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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나
ㅇDC
ㅇㅇ125.09.21

와존나맛있다숨1557초참고봤음

ㅇDC
ㅇㅇ225.09.21
디시콘
ㅇDC
ㅇㅇ25.09.21

노아한테는 진짜 지옥이겠다...

ㅇDC
ㅇㅇ325.09.21

진짜 첩첩산중이다 어우

ㅇDC
ㅇㅇ425.09.21
디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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