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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오역 지적 환영
이 삼부작을 먼저 읽고 읽으면 더 좋음
루비문자는 단어[윗첨자] <- 이렇게 표기함
다음에 번역할 소설 추천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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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나.」
허공을 향해 말을 던진다.
언뜻 보면 괴짜로 오해할 만한 이 행동은, 나에게는 일종의 루틴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나와 그녀의 관계는 한마디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나와 그녀가 만날 때는 이 한마디로 충분하다.
「네. 부르셨나요, 선생님.」
내가 말을 던진 텅 빈 벤치에,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그녀가 나타났다. 살며시 풍기는 등나무 꽃향기를 타고, 복숭앗빛 단맛이 시선을 유혹한다. 사랑스럽게 흔들리는 사이드테일에서 오늘도 한 가닥의 깃털이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트리니티 종합학원, 구호기사단 2학년. 이름은 스미 세리나.
세리나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띠며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자애로운 눈동자.
「무슨 일이세요, 선생님. 몸이라도 안 좋으신가요.」
「만나자마자 그 소리니.」
「구호 때문에 부르실 확률이 제일 높으니까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아이 식으로 말하자면요.」
정말이지 성격이 나쁘다. 그녀의 마음을 실컷 가지고 놀아서 그런지, 세리나는 내 앞에서 꽤나 삐뚤어진 얼굴을 보이게 되었다. 지금도 자애로운 어머니의 눈빛은 그대로인 채, 입꼬리를 올리며 히죽거리고 있다.
일부러 남색 머리의 그 아이 말투를 흉내 낸 것도, 샬레에 불려오는 횟수, 그 내역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샬레에 가장 자주 드나드는 그 아이야말로, 세리나가 가장 많이 마주치는 학생이다.
무슨 구호란 말인가. 비칠 듯이 새하얀 원피스에, 사랑스러운 연분홍 베레모를 쓰고. 옅은 볼터치를 뺨에 바르고 입술에 글로스를 바르고 나서 구호에 나서는 의사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백번도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아마 유우카와 이야기라도 하고 있었겠지, 나에게 쏘아붙일 타이밍을. 어떠세요 선생님 구슬려진 소감은, 이번에 혼쭐이 났으면 세리나에게 의지할 때까지 몸을 혹사하지 말 것! 완벽해~♪
고개를 저어 환청을 지우고, 세리나에게 손을 내민다.
「오늘은, 세리나를 데이트에 초대하고 싶어서 말이야. 받아줄래?」
「────………네, 기꺼이♡」
흔들리던 눈꺼풀이 찰나의 순간 크게 뜨였다가, 다시 깜빡이며 미소 짓는다. 세리나는 내 손을 잡고,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우아하게 일어섰다.
두 발을 모으고, 여전히 낮은 시야가 내 시선을 쫓아 올려다본다. 1초, 2초, 3초. 눈과 눈이 마주치는 이 찰나가, 스미 세리나라는 여성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인 것이다.
충분히 5초간 서로를 바라보고, 눈을 감는다. 다음에 눈을 뜬 그녀는, 이를 보이며 웃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데이트에 초대해 주실 건가요.」
「읽었잖아. 물어볼 필요 있어?」
「있어요. 마음과 말은 별개예요. 제대로 리드해 주세요, 저의 선생님♪」
「어쩔 수 없는 아이라니까, 나의 세리나는.」
내 손을 잡은 채, 금방이라도 춤을 출 듯한 표정의 세리나를 데리고 길가를 걷는다. 그녀의 작은 보폭에 맞춰, 느긋하게 시간이 녹아내리는 듯해서.
「이 시간이, 계속됐으면 좋겠네.」
「────……. 그러네요.」
첫걸음부터 벌써 향수에 젖어 있는 한심한 자의 말에도, 그럼에도 눈길을 던지는 세리나. 그녀의 깊은 애정에, 나는 보답하고 있는 걸까.
「────오늘은, 공원 데이트야.」
「좋네요.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는 건 저로서도 찬성이에요. 선생님 몸에 해로우니까요.」
「데이트 중에 너무 일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은데.」
「여자애처럼 구는 분은 인기 없어요.」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둑길을 걷는다. 얽힌 손끝에서 그녀의 의사를 읽어내고, 그럼에도 내가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에게 훤히 들통나서. 다소 불리한 매치업이지만, 그래도 힘껏 가슴을 편다.
「여기는 렌게지 연못 공원. 보시다시피, 거대한 연못이 특징인 공원이야.」
「D.U.에 이런 곳이 있었군요.」
「교외에는 숨겨진 명소가 꽤 있는 법이야.」
음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는 연못 전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트리니티 근처에 비하면, 꽤나 이질적인 광경일 것이다. 이끼 낀 둑에서 이어지는 연못은 중심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하고, 연잎이 곳곳에 떠 있다. 푸른색, 검은색, 그리고 녹색이 뒤섞인 그 모습은, 그 구석구석에서 생명력을 느끼게 해서.
「뒤에는, 커다란 산……이네요……!」
돌아보면 그곳에는 웅장한 자연. 산이라고 할 정도의 스펙은 없지만, 늠름하게 우거진 녹색 풍경에 압도된다.
「이쪽도, 한 달 전에는 벚꽃이 만발해서 말이야. 볼만했어.」
「저는 초대해 주지 않으셨던 벚꽃놀이에서, 말이죠.」
「윽.」
「죄책감을 느끼신 걸 감안해서, 이번 데이트로 퉁쳐 드릴게요♡」
「손바닥 위구나.」
나이에 걸맞게 장난스럽게 웃는 세리나. 어쨌든 이렇게 그녀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는 특혜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명 같지만,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 주길 바란다.
「이렇게 크면, 보트 같은 것도 있나요.」
「있어. 탈 수도 있고.」
「엣!? 선생님!」
「물론 그럴 생각이야. 기대해 주면 기쁘겠네.」
「해냈다!」
작게 쥔 주먹을 뺨 앞에서 들어 올리며, 감정을 드러낸다.
정말 소녀답다. 구호기사단…………아니, 의료에 종사하는 자는 모두, “타인을 치유하는” 역할을 계속 연기하게 된다. 타인이 가진 “음”을 “양”으로 이끄는 그녀들은, 필연적으로 소녀성을 벗어나는 자가 많다. 치유하기 위한 힘을 원하고, 바로잡기 위한 냉철함을 구하고, 고치기 위한 자애를 가진다.
궁극에 이르면 그것은 천사 그 자체.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회귀시키는 기적을 위해, 어느덧 아이의 정신은 마모된다.
어른이 되지 않으면 의료는 맡을 수 없다. 그것을 좋다고 할지 아닐지는, 본인의 마음에 달려 있지만.
………등등 쓸데없이 철학적인 생각에 잠기는 것조차, 그녀의 눈앞에서는 훤히 드러난다. 들여다보기 전에, 헛기침을 해서 잡념을 떨쳐낸다.
「그럼, 보트로 연못을 산책하는 게 오늘의 메인 이벤트군요♪」
「음, 그것도 있지만.」
「어라, 다른가요?」
아무래도 세부사항까지는 읽지 않은 모양이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시선을 나에게 보낸다.
물론, 손으로 젓는 보트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우선은, 연못 반대편까지 둑길을 걷자.」
「─────………네♪」
잠시, 대화 없는 걸음이 이어진다.
화창한 햇살의 포옹과, 공원 나무의 잎사귀가 만들어낸 대비를 말없이 나아간다.
말 없는 보폭도 소중한 것이다. 얽힌 손끝이 그것을 웅변으로 말한다. 세리나의 아름다운 복숭앗빛 머리카락이, 햇빛에 비쳐 빛나고, 나무 그늘에 숨어 눈을 감고, 그리고 다시 깜빡임 위에 떠오른다. 반짝반짝 수면을 반사하는 그 찰나를 눈초리에 담는 것만으로, 이렇게 심신이 안정되어 간다.
세리나와 함께 있으면, 어쩐지 이 감각이 마음을 지배한다. 꿈속에 두고 온 듯한, 어린 시절의 풍경. 동요에 대한 동경.
「그건, 제가 『성모의 신비』를 품고 있기 때문이죠.」
「읽기 전에 뭔가 한마디 해줬으면 하는데.」
「후후, 죄송해요. 들여다봐 주길 바라시는 것 같아서요.」
한 손은 굳게 내 손바닥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품위 있게 웃는다. 몸짓 속에 때때로 보이는 가련함이, 그녀도 트리니티의 일원이라는 것을 말없이 이야기하는 듯하다.
「『성모의 신비』, 라니?」
「네. 당신의 마음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부 『알고』, 당신을 지켜내기 위해 그곳에 『나타나는』 힘. 이것이야말로 저의 정체, 스미 세리나의 본질이에요. 과보호하는 점이 엄마 같죠.」
밝게 미소 짓는 세리나의 얼굴에, 다시 향수가 스친다. 과연,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확실히, 그럴지도.」
「어리광 부려도 괜찮아요♪」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다음 기회에.」
「쌀쌀맞네요~」
입술을 삐죽 내미는 그녀를 보고 무심코 미소를 흘리며, 완만한 걸음을 계속했다. 10분, 20분. 때때로 두서없는 대화를 하고, 혹은 연못의 잔물결에 귀를 기울이며, 조용히 조용히 걸음을 옮겨.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를 세리나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말이야.」
「────────……………. 등나무, 꽃…………」
연못 둑의 반대편. 산비탈과 수면 사이에 끼인 그 좁은 곳에, 등나무 꽃이 만발해 있었다.
등나무 시렁을 물들이는 연보라색 꽃들이, 늘어진 송이들을 봄 하늘에 흔들고 있다.
달콤하고 상쾌한 향기가 시원한 바람에 휘날려, 몇몇 꽃잎이 봄의 열기와 함께 우리 뺨을 스쳤다.
「등나무 꽃 향기에는, 진정 효과가 있대.」
「………………………….」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그러면서도 너무 강하지 않은 달콤한 향기의 흔적을 따라, 등나무 시렁 안쪽으로 초대받는다.
「굉장한 광경이지, 세리나.」
「……네, 굉장해요………….」
올려다보는 하늘은, 바로 절경.
끝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보라색 천개. 태양광을 가리고 반사하는 꽃잎은, 그 틈 하나하나에 아리따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것을 환상적이라 부르지 않고 무엇이라 하겠는가. 온통 등나무색의 색채는, 그녀를 축복하듯 그 걸음을 나아가게 했다.
「………………아름다워………」
「아, 느끼한 대사 해도 돼?」
「이미 읽었으니, 괜찮아요.」
「쌀쌀맞네.」
집게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한쪽 눈을 감는 세리나에 대해,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아쉽다. 말해보고 싶었는데.
「그립네, 세리나. 전에도 이렇게, 등나무 꽃 아래서 너를 만난 적이 있었지.」
「……그러네요. 그날도 오늘 같은, 봄기운이 완연한 날이었어요.」
꽃잎 사이로 떨어지는 나뭇잎 사이의 햇살을, 사랑스럽게 끌어안고, 그녀는 엮어간다.
「생각해 보면, 제 힘을 선생님이 악용한 첫날이었네요.」
「듣기 거북하네. 그런 식으로 말하면, 평소에도 악용하고 있다고 오해를 사잖아.」
「첫 번째 죄는 부정하지 않으시는군요─.」
볼을 부풀리며 쏘아보는 세리나에게 쓴웃음으로 답한다. 실제로 그 만남은 악용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질책을 인정하지 않을 만큼, 나는 어린애 같지는 않다.
「『그 만남』이라니, 엄청 거창하게 부르시네요. 무슨 일만 있으면 불러내시면서.」
「그러니까 읽기 전에 한마디 해달라고. 그럼 반대로 물어보겠는데, 세리나는 내가 너를 부른 횟수를 기억하고 있어?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아침으로 먹어온 빵의 갯수보다도 많───」
「기록 공개를 원하신다면, 노아 씨에게 연락해 드릴게요.」
「알았어. 내가 졌어.」
세리나의 교우 관계가 넓어지는 것을 기뻐해야 할까. 하지만, 실로 무서운 태그의 완성에 몸서리가 쳐진다. 정말이지, 이래서는 정말 주치의와 간호사의 관계가 아닌가. 이 아이들은 나를 관리할 생각이 아닌가.
「『관리할지』 여부는 선생님 하기 나름이죠~」
「이젠 아무 말도 안할거야.」
「에헤헤, 그걸로 됐어요. 이제 와서 뭘 그러세요, 저랑 선생님 사이인데.」
얽힌 손끝을 한 번 풀고, 세리나는 등나무 시렁 아래로 나아갔다.
「후후후. 후후후. 에헤헤헤헤. 행복하네요, 선생님♪」
「…………아아, 정말로.」
하늘의 빛과 녹아 섞이는 등나무색 사다리가, 춤추며 가는 소녀의 길을 재촉한다.
빙글, 빙글. 가볍고 유연하게 궤적을 밟는 소녀의 무도는, 하늘에 기도를 올리는 무희와 같다.
팔랑, 팔랑. 흩날리며 보폭을 장식하는 보라색 융단을, 그곳에 나타난 햇빛의 계단을, 소녀는 따른다. 공손하게, 신성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날갯짓하듯이. 신의 곁으로 불려가듯이.
「────세리,……나……」
무심코 입에서 감정이 새어 나왔다. 한심한 이야기지만, 그녀가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는 망상을 상상해버렸다. 광륜을 두른 천사는, 신이 내린 계단을 올라, 마침내 사람의 곁에서───
「────네, 선생님.」
내가 내민 손바닥을, 소녀는 부드럽게 감쌌다.
「────당신의 세리나예요.」
「─────────…………….」
변함없는 미소.
변함없는 자애.
처음 말을 나눈 그날부터. 수많은 희로애락을 새겨온 그 일상에서. 폐병원, 그 옥상에서. 그리고 오늘, 이 자리 이 시간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세리나예요.」
「응. 고마워, 나의 세리나.」
이어진 마음은, 떨어지지 않은 채로.
□ ◇ ◇ ◇ □
「바람과 잔물결 소리가…… 기분 좋네요, 선생님……」
「하아, 하아, 그, 그렇네 세리나……」
연못을 젓는 작은 배 위. 수면을 달리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부끼는 머리카락과 한 가닥의 깃털을 풍아하게 정리하는 세리나를 곁눈질하며, 나는 목덜미와 손바닥 뒤에 흥건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으윽…… 설, 설마 손으로 젓는 보트가 이렇게 중노동일 줄이야……」
「불섭생 때문이에요, 불섭생*. 식사를 소홀히 하고, 운동을 하지 않고, 수면 시간을 줄이고. 모든 것이 몸을 망가뜨리는 요인이에요.」
*역주 : 건강에 대해 조심하지 않는다는 뜻의 일본어 속담
「의사 선생님 말씀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주치의의 충고에 고개를 숙이며 답한다. 한편 세리나는 나의 참회에 한숨으로 답했다. 왜일까, 데자뷔를 느낀다. 마치 못난 자식을 대하는 먼 옛날 어머니의 모습 같다.
「선생님의 어머님 심정, 이해하고도 남네요.」
「이 마당에 읽지 말라고는 안 하겠지만, 설마 내 회상에까지 태클을 걸면 나도 못 참아.」
「들여다보게 하는 쪽이 나쁜 거예요.」
「완전히 제멋대로가 됐네……」
지난날의 숙녀다운 스미 세리나와, 눈앞에서 빙글빙글 웃음을 흘리고 있는 소녀를 머릿속에서 비교해 본다. 잔잔한 물결에 흔들리는 그녀의 미소를,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자랑스럽다』, 고요? 대체 뭐가요?」
「음. “너의 선생님으로 있을 수 있었던 것”, 이라던가 어떨까.」
「진부해요. 감동도 없고.」
「이건 가혹하네.」
홱 하고 외면하는 세리나. 그녀의 궤도에 맞춰 흔들리는 복숭앗빛 몸짓을, 역시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꾸밈없이 말하자면, 그래. “너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 이겠네.」
「………………, 너무 직구예요. 사람 홀리는 사람.」
「그쪽이 몇 배는 나은 평가네.」
부풀린 뺨에 주홍빛을 띠는 사랑스러운 여성의 표정을 만끽하고 나서, 보트를 젓는 손을 멈춘다. 살랑이는 바람이, 다시 세리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깜빡임을 난반사하는 수면. 둔색의 물거울에 부각된 그녀는, 그 눈동자 구석구석에 비치는 세계의 색채보다 아름답고. 이렇게 몇 번이고 내 마음을 끌어당겨 간다.
「아름다워, 세리나.」
「──────」
「아름다워. 나뭇잎 사이의 햇살보다, 등나무 꽃의 단란함보다, 물거울의 반사보다. 너의 마음은, 무엇에도 지지 않을 만큼. 순진하고, 온화하고, 아름다워.」
「──────…………느끼한 대사.」
고개를 숙이며 베레모를 고쳐 쓰는 소녀. 그녀의 특성은 이럴 때 불편하다고 한다. 말과, 본심으로, 2번 읽어버리기 때문에.
「하하하, 미안. 역시 말하고 싶어졌어.」
「심장이 버티질 못해요, 살려주세요.」
「공교롭게도 의료 지식은 배우지 않아서.」
「그럼 스터디라도 할까요. 선생님도 간단히 이해하실 수 있는 의술을 전수해 드리죠.」
「미안해, 학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에는 알레르기가 있어서.」
「말솜씨가……」
장난치는 나에게 한숨만 내쉬고, 그리고 다시 자애의 미소를 짓는다.
그 몸짓에, 몇 번이나 마음을 구원받았을까.
「선생님은, 왜 저를 놀리는 듯한 말을 하시는 건가요?」
「숨겨봤자, 결국은 읽히니까 말이야.」
「…………싫으시다면, 저는,」
「하늘과 땅이 뒤집힌다 해도, 세리나와 눈을 마주칠 수 없게 되는 건 사양이야.」
순간 시들뻔했던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뜨인다. 1초, 2초, 3초. 몇 번이고 맞춰온 시선을, 본심을, 다시 한번 통하게 하고.
그렇게 세리나는 파안대소했다.
「정말, 교활한 사람.」
「뭘 이제 와서. 수단과 방법은 쓰기 위해 가지는 거야.」
「그쪽 기술은 저 한 사람을 위해 익혀주신 건가요?」
「어이쿠, 어떡할까. 거짓말인가 진실인가, 어느 쪽을 말해야 할까.」
「적어도 읽고 있는 내용과 괴리되지 않은 대사를 기대할게요.」
핏대를 세울지도 모를 미소에 들여다보인다. 이야, 무서운 일이다. 이 말조차 읽히고 있으니, 저항해봤자 소용없지만.
스미 세리나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나에게만 기능하는 것인지, 누구에게나 독심술을 하는 것인지. 온오프는 가능한지, 하이로우는 조절 할 수 있는지. 본인이 말하지 않는 이상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유일하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세리나는 눈을 마주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병실에 누워 그녀를 올려다볼 때, 중요한 안건을 안고 대책을 세울 때, 식탁을 둘러싸고 대화를 나눌 때. 세리나는 반드시 내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분명 이 몸짓이 독심의 기동 조건일 것이라고, 나는 멋대로 짐작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아니, 그래서일까. 격리 병동의 한 방에서 몇 번이고 그녀를 올려다봤기 때문에, 이 가슴을 열어버렸기 때문에,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고통을 주었다.
「선생님, 그쪽으로 가도 괜찮을까요.」
「응. 이리 와, 세리나.」
「네. 옆자리 실례하겠습니다.」
어깨를 기대는 그녀에게 맞추듯 몸을 비튼다. 멀리서 보면 기도하는 신도와 같다. 맞닿은 신체 일부에서 전파되는 열이, 서로의 행복을 기원한다.
옛날에, 세리나와 싸운 적이 있다.
마음을 읽는 힘 따위, 사람의 몸으로 가질 물건이 아니다. 아무리 사랑하고 사랑받고, 마음을 나눈 사이라고 해도, 진정한 의미에서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이 세계의 진리다. 사람이라는 그릇에 영혼이 갇혀 있는 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성인군자의 뱃속에 어떤 악마가 깃들어 있든, 악귀나찰의 과거에 얼마나 큰 고독이 잠들어 있든, 그것은 본인밖에 알 수 없다. 말을 다하고 대화를 다해도 진정한 의미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람과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인간의 마음을. 그 마음속을.
내가, 『선생님』으로 다다르기 위해.
『선생님』의 신념을 쌓아 올리고, 『선생님』의 긍지를 자신에게 깔고, 『선생님』의 외곽을 확고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러기 위해, 자신 안에 피어오르는 약한 마음을…………총탄에 떠는 공포를, 흉탄에 찢긴 두려움을, 세계의 운명을 짊어진 탄식을, 그의 목숨을 빼앗은 후회를, 그러한 트라우마를.
자신의 감정을, 『선생님』에게 불필요한 감정을, 약한 자기 자신을, 통째로 버린 적이 있다.
아이를 선도하는 강한 어른, 앞서 살며 가르치고 이끄는 자…………『선생님』에게, 자아[그것들]는 너무나도 불필요했다.
본래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았어야 할 이 결단이, 스미 세리나에게는 치명적인 파멸의 계기가 되고 말았다.
미친 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심연이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필연. 내 마음이 『선생님』으로서 완성되어 갈수록, 그것을 들여다보는 세리나의 마음은 좀먹어 갔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은 폐병원 옥상에서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말하자면, 나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해리성 정체성 장애. 『선생님』으로서 쌓아 올린 인격과, 타고난 취약한 자기 자신으로, 마음이 분열되어 있었다고 한다. 자각은 전혀 없고, 지금도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키보토스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짊어지는 이상, 역시 약한 마음은 방해가 될 뿐이다.
하지만, 세리나가 사랑해 준 나의 나약함을, 나 자신도 사랑해 보기로 했다. 약해도 좋다. 미천해도 좋다. 당신의 구석구석까지 사랑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니 부디, 당신도 당신 자신을 사랑해 줘.
「………………………………….」
「………………………………….」
어느덧 산들바람도 멎고, 수면은 잔잔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오직 조용한 시간만이 우리를 감싼다.
몇 번째인지 모를 향수에 생각이 잠긴다. 과연 나는 앞으로도, 좋은 선생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아직 총알은 무섭다. 아직 복부의 상처는 쑤신다. 아직도, 존경해야 할 인도자[프레나파테스]의, 목숨을. 그의 명멸을 닫은 것을, 나는.
「선생님.」
「응.」
「아까 말했던 스터디, 역시 하죠.」
「에에, 싫어. 공부란 말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나서,」
「괜찮아요, 아주 잠깐이면 전수할 수 있으니까요.」
「뭐, 읍────」
물새의 날갯짓 소리가 이명처럼 울려 퍼졌다. 아니, 실제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입술은, 눈앞의 소녀에게 빼앗겨 있었다.
아주 조용하고, 부드럽고, 우아한. 잔잔한 수면을 떠올리게 하는 입맞춤이었다. 머리 하나만큼 높은 내 그것을, 소녀는 양 뺨을 감싸고, 자애롭게 끌어안고 있었다.
그렇게나 들여다보던 그 눈동자를, 온화하게 감고. 크게 뜨인 내 그것도 또한, 따라 눈을 감았다.
1초, 2초, 3초. 혹은 영원의 끝까지일까. 이윽고 소녀의 눈꺼풀이 희미하게 열리는 것을 신호로, 우리의 만남은 끝을 고했다.
「…………이것이, 가장 간단하게 이해하실 수 있는 의술입니다.」
「…………………….」
「…………사랑이란, 가장 복잡하고 기괴하며,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그리고…………가장 부드럽게,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구원합니다.」
「…………………….」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나 간단하게.」
「…………아아, 그렇네. 이렇게나, 간단하게.」
다시 눈을 감은 소녀의 입술을, 이번에는 내가 빼앗았다.
시선을 섞을 필요도 없다. 서로 통한다는 것은, 이토록 존귀한 꿈을 가져다준다.
비록 이 마음을, 이 희망을. 형태로 만들지 않아도, 말로 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아도.
아아,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축복할 수 있었다.
떨어져 가는 입술에, 희미하게 남은 열기와 타액에, 그래도 눈길을 주지 않고.
소녀의 연분홍빛 눈동자에, 거기에 깃든 지난날의 등나무 꽃에, 꿈의 시작에.
우리는 서로에게 사로잡혔다.
「사랑합니다. 나의 선생님.」
「사랑해. 나의 세리나.」
마주 본 나에게서, 세리나는 무엇을 발견했을까.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말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은 다르니까.
결코 얻을 수 없을 상호 이해를, 그래도 좋다고 하는 자신이 있다.
흔들리고, 변하고, 깜빡이고, 떨리고.
기쁨, 분노, 슬픔, 그리고.
그렇게 다시, 둘이서 마음을 잇고.
그렇게 다시, 둘이서 웃는다.
물거울에 비친 두 개의 그림자가, 세 번째로 하나로 녹아 겹쳐진다.
지켜보는 햇살과 봄바람에 휘날린 등나무 꽃잎이, 반짝이는 물결이 되어 우리를 축복하고.
그러면서 어떤 절경을 가지고도, 우리의 상호 이해에 대한 충동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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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저와 왈츠를 첫 투고입니다
순애입니다
제 고향에서 전철로 30분 정도 흔들리면, 아주 멋진 등나무 꽃을 피우는 공원이 있습니다.
세리나도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겁니다.
(이 시리즈 [novel/series/12517336](번역본)의 설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읽지 않아도 특별히 문제는 없지만, 읽어주시면 제가 울며 기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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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세리나 순애 너무 좋아....
순간이동에, 이제는 독심술까지 얻었네
순애 너무 좋아
여기 세리나는 강하다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