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일섭 Vol6. 흘러간 시간들의 오라토리오편의 후일담 이야기가 일부 있음.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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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6750373
5,501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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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쪽 서류의 정리도 끝났습니다.」
「오오, 고마워.」
「그러면… 저는 차를 준비해 오겠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미안하네. 피곤하면 좀 쉬어도──」
「아뇨, 오히려 몸을 조금 움직이는 편이 기분 전환도 되니까요. 밀크티로 괜찮으시겠어요?」
「나기사가 우려 주는 홍차라면 뭐든 대환영이지.」
「후후, 정말이지…… 선생님의 배려는 기쁘지만 대접할 때에는 조금이라도 상대의 취향을 모르면 곤란하니까요.」
「그럼 밀크티로 부탁할게.」
「네, 알겠습니다.」
집무실 책상에 앉아 탕비실로 향하는 나기사.
기분 좋게 파닥거리는 날개를 보며, 나는 행복과 쓸쓸함이 뒤섞인 묘한 감회가 가슴 속에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오늘은 티파티와의 합동 업무, 그 마지막 날이다.
지난 업무 제휴와 비교하면 소규모에 단기간인데다가 주로 나기사와의 서류 업무가 중심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지막 날이 찾아오니 아쉬움이 남는다.
미카나 세이아의 도움도 물론 고마웠지만...
나기사처럼 사무 일에 능숙하고 홍차나 디저트의 대접 역시 전문가 수준인 학생에게 의지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응석을 부리게 된 면이 있었다.
내일부터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간지러운 듯하면서도 목구멍 깊숙이 무언가 걸린 듯한, 참으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솟구친다.
'아니 아니── 어른이 학생한테 응석을 부리다니. 그러면 안 되지.'
머릿속 이성의 목소리가 간신히 나의 타락을 붙잡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나기사가 홍차를 얹은 쟁반을 들고 집무실로 돌아왔기에, 나는 일단 겉모습만이라도 평소의 나로 있을 수 있도록 미소 지었다.
「여기 있습니다. 선생님.」
홍차를 건네받자 콧속으로 우유 냄새와 섞인 약간의 알싸한 향이 기분 좋게 들어온다.
「고마워…… 향이 참 좋네. 어디 브랜드야?」
「로우 그로운 티(Low Grown Tea)입니다. 산해경 고산 지대의 저지대에서 재배된 것으로, 농후한 바디감과 단맛, 떫은맛이 특징이랍니다. 부디 맛보아 주세요.」
한 모금 마시자(나기사의 홍차 온도는 언제나 적당해서 식힐 필요가 없다), 확실히 일반적인 홍차보다 전체적으로 진한 맛.
하지만 그 부분을 우유가 중화해주어 적절한 단맛과 떫은맛의 균형을 조화롭게 이루어준다.
그 소감을 전하자 나기사는 입꼬리를 올리며 온화하게, 그러면서도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다행이네요. 이번 찻잎은 조금 호불호가 갈리는 지라 사실 내심 긴장하고 있었거든요.」
「전혀 그렇게 보이진 않았는데?」
「그렇다면 제 연기력도 나쁘지 않다는 증거네요. 뭐, 예전에 선생님께서 아삼티를 좋아하신다고 들었기에 성공률은 높게 잡고 있었습니다만.」
「훌륭한 외교네.」
그렇게 말하며 홍차 잔을 나기사 쪽으로 가까이 대자, 그녀는 내 의도를 금방 알아차리고 자신의 잔 역시 들어 올렸다.
약간 눈썹을 늘어뜨리며.
「외교── 확실히 서로 다른 조직 간의 교류라는 의미에선 그렇습니다만. 그런 단어로 지금의 우리를 형용하시는 건 조금 서운하네요.」
「서운해?」
「네.」
나기사는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입꼬리를 장난스럽게 끌어 올렸다.
「네…… 저는 선생님과의 이 시간을 좀 더 개인적인── 친밀한 교류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어?」
「그럼, 건배 ♪」
나기사는 내가 바보처럼 입을 벌린 틈을 타 자신의 잔을 내 잔에 가볍게 부딪쳤다.
잠시 후 겨우 홍차를 입에 머금는다. 브랜드 이름은 방금 전의 동요 때문에 이미 머릿속에서 빠져나갔지만.
뭐, 맛은 있었다. 일단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 응.
「나기사.」
내가 그렇게 부르자, 우아한 몸짓으로 홍차를 마시고 있던 그녀가 길게 뻗은 아몬드 모양의 눈동자를 이쪽으로 향했다.
「네?」
「뭐랄까… 말이야.」
「네.」
「변했네.」
「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은 채 고개를 갸웃거린다.
평소에는 웬만한 어른 이상으로 기품이 넘치지만 가끔 이렇게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는 것이 나기사의 매력 중 하나...
──라고 하면 화를 낼 것이다. 분명.
「예전보다 사양을 안 한다고 해야 하나…… 대담해졌다고 해야 하나.」
「제가…… 말인가요?」
의아한 듯 눈을 크게 뜨는 그녀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게, 전에는 좀 더──」
그 뒤에 이어질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나기사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후우 하고 숨을 내뱉으며, 분명히 무언가 함축된 미소를 지었다.
「벽이 있었다── 는 건가요?」
「윽.」
역시 나는 얼버무리는 데 소질이 없다.
나기사는 보기 좋게 내가 말하기 곤란해하던 부분을 짚어내 입 밖으로 냈다.
조심스레 그녀 쪽을 살펴보니 눈에 띄게 화난 기색은 없어 보여서 조금 안심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무리 나기사가 괜찮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들 그것이 괜찮다는 증명은 되지 않는다.
「미안── 상처를 주었을까나...」
「아뇨──」
나기사는 순간 고개를 저으려다 말고 어깨를 으쓱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라고 부정해봤자, 선생님은 제가 선생님을 배려해서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하시겠죠. 그러니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
「상처받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멋쩍은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거짓말이 되겠네요.」
솔직하게 감정을 말해준다. 나기사 같은 학생에게 그것은 신뢰의 증표다.
그런 의미에선 기쁘지만 동시에 그만큼 마음을 열어준 그녀에게 부담을 준 것에 대해 새삼 죄책감이 밀려온다.
「정말 미안해. 내가 좀 더 배려했어야 했는데.」
「선생님… 고개를 들어주세요.」
의자에 앉은 채 상체를 숙이자 그녀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나기사는 몸을 살짝 굽혀 시선을 맞추며 안심시키듯 미소 지었다.
「선생님의 지적은 지극히 타당한데다 사실입니다. 확실히 저는 아주 최근까지 선생님께 사양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건──」
확실히 그랬다. 나기사는 에덴 조약 건이 일단락되고 샬레에 당번을 하러 오게 된 뒤로도, 다른 학생들과는 어딘가 선을 긋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발렌타인 때 보여준 세심한 배려는 오히려 아름다운 예술의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선생님도 짐작하시다시피, 티파티의 호스트와 샬레라는 입장상의 문제나 '과거의 일──' 그런 요소들이 우리 사이에 일종의 벽을 형성하고 있었죠.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나기사는 그렇게 말하더니 진지한 표정에서 일변,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제 나이 또래 소녀다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때 선생님과의 대화와 건배 덕분에, 지금은 사양할 이유가 없어졌으니까요.」
그러더니 나기사는 느닷없이 일어서더니,
세상에 ──
**내 무릎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는 게 아닌가!?**
「나, 나기사!?」
「왜 그러신가요 선생님? 제가 뭔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요?」
등을 이쪽으로 기대온다. 접힌 날개의 일부가 목덜미에 닿아 간지럽다.
「아니, 틀린 말은 안 했어! 안 했지만 말이야!?」
확실히 나는 그때 나기사에게 과거의 나의 언행에 대해 사과했고, 홍차로 같이 건배함으로써 과거의 일은 잊기로 서로 약속했다.
그러니 확실히 앙금은 해소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있겠지만!
이건 아무래도 여러모로 단계를 너무 건너뛴 거 아닌가?
「그렇다 해도 이 거리감은 너무 가깝지 않아?」
생각하던 바를 입 밖으로 내봤지만 나기사의 얼굴에는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티파티 호스트로서의 저라면 큰 문제겠네요. 누군가에게 목격당하기라도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돌지도 모르고──」
큰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나기사는 도통 나에게서 떨어질 기색이 없다.
전에는 꽤 부끄러워하더니 이제는 아주 당당하게 응석을 부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선생님──」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그 예쁜 눈동자를 나에게 향한다.
… 분명 자기 얼굴이 이쁜 걸 자각하고 하는 행동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어!
「샬레에 있을 때의 저는 평범한 학생. 그렇게 말씀하셨죠?」
「아니, 뭐……」
「말씀하셨죠?」
「네…………」
아무래도 이번에도 나는 완전히 나기사의 페이스에 휘말린 모양이다.
뭐, 나기사가 이 정도로 응석을 부리게 된 변화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나저나 이만큼의 대담함을 보여주니 나기사의 원래의 성격은 말괄량이였다는 세이아의 말이 슬슬 신빙성을 띠기 시작한다.
그건 그렇고 좋은 냄새인데다, 감촉도 좋다.
특히 무릎에 얹힌 그녀의 부드러움과 탄력성을 겸비한 풍만한 엉덩이의 감촉이──
아니 안 돼 안 된다! 학생에게 욕정을 느끼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수. 소수를 세자.
2, 3, 5…………
「후훗………… 역시 여기가 제일 마음이 편안하네요.」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더욱 몸을 밀착시키고 온 체중을 맡겨왔다.
14, 15..... 소수가 뭐였지...?
「하지만… 저만 이런 행복을 느끼는 건 불공평하니까요──」
어느새 나기사의 손에는 비스킷이 들려 있다.
그녀는 내 무릎 위에서 몸의 방향을 돌려 이쪽을 정면으로 마주 보더니, 다시금 그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내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자…… 아앙~♡」
「나, 나기……」
「아앙~♡」
이건 아무래도 너무 과해.
그렇게 말하려던 내 입은 비스킷에 의해 손쉽게 막혀버렸다.
그녀가 입안으로 조금 강제로 밀어 넣은 그것을 씹어 삼킨다.
「……달아. 달지만 느끼하지 않아서 딱 좋네.」
「제 노림수대로 잘 되었네요♪」
「업무 때마다 이런 간식이 나온다면 일,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졸업한 후라도 괜찮으시다면 매일이라도 만들어 드릴게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소리를 하면서 새로운 비스킷을 「아앙」 해왔다.
그것 역시 먹고 난 후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인지, 알고 말하는 거지?」
「물론이죠. 선생님께도 제 의도가 전달된 것 같아 다행이네요.」
고운 하얀색 날개가 순식간에 내 어깨 끝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기사의 미소도 감촉도 여전히 가까운 채로.
홍차로 비스킷의 잔여물을 씻어낸 뒤 나는 다시금 눈앞의 곤란한 학생을 마주했다.
「그럼 지금의 내가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이유도 알겠지?」
「네.」
「알고 있지만 그런 입술을 삐죽 내민 표정은 짓는구나.」
일부러 볼까지 부풀리고 있고.
「네. 아무리 이성으로 납득한다 한들 감정이란 따라오기 마련이니까요. 평소의 저라면 숨겼겠지만 지금은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제 사양하기 모드는 오프니까요.」
농담 섞인 말투로 그렇게 말하며 나기사는 한숨을 내쉬고 내 무릎에서 내려왔다.
아무래도 오늘도 어떻게든 그녀의 맹공을 버텨낸 모양이다.
마음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남은 홍차를 다 마시려고 잔에 손을 얹은 순간,
나기사가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대고 귓가에 속삭였다.
「그렇지만── 다행이었어요.」
「어?」
「오늘은 꽤 수확을 얻었거든요. 예를 들면, 오늘이 합동 업무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알았을 때 선생님의 쓸쓸해 보이던 얼굴──이라든가.」
역시 숨길 수 없었나 보다.
하지만 그 정도라면 아직 선생님으로서 변명할 수 있을 정도의 약점이다.
「하하하, 그야 나도 사람이니까. 소중한 학생과 한동안 못 보게 되는 건 쓸쓸하지.」
나기사에 대한 대항 의식으로 일부러 어깨를 펴고 여유를 부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후후, 이쯤에서 어른으로서의 여유를 보여주면 나기사도 조금은 얌전해──
**「그리고── 선생님이 제 몸의 어느 부위를 좋아하시는지도 충분히 전달받았답니다♡」**
「──해엑?!!」
도대체 어떻── 아니. 방법은 분명 자명하다.
굳이 무릎 위에 앉은 이유는 그것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던 건가!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합동 업무가 차질 없이 완료된 것에 대해── 티파티를 대표하여 감사 말씀드립니다.」
평소의 늠름한 자태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는 나기사를, 나는 그저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하늘을 우러러본다. 하얀 천장에 조금 전 나기사가 띄웠던 매혹적인 미소의 잔상이 선명하게 비쳤다.
'언제 저런 수완을 배운 거야!? ──그런 거엔 면역 없는 온실 속 화초 아가씨였을 텐데── 설마 레드 윈터의 동인지라도 읽고 학습한 건가!? ──그보다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지 말라고 나!!'
혼자 남은 집무실에서 머릿속 생각의 목소리만 시끄러워진다.
내 머리를 나기사 한 사람만으로 물들이는 것── 그것이 나기사의 노림수였다면 훌륭하게 달성되었다.
역시 그녀의 외교 능력은 얕봐선 안 되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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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쓰고 싶었는데 어디에도 크리스마스 요소가 없네요. 하지만 제가 보고 싶었던 나기쨩은 어느 정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3학년이라면 시간순 상 발렌타인 에피소드가 과거인 게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뭐 그 부분은 블루 아카이브니까 그러려니 해주세요.
오랜만에 만난 맛있는 소설이었다
역시 나기나기는 실패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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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무친음란호스트 ㄷㄷ
나기사도 소설 기본빵 센 캐릭터 중 하나인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