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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7자
#나기사
원문 黎明の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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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는 김이 나는 고동색 액체가 담겨 있었다. 나기사와 평소의 다과회. 거기서 내온 것은 평소 마시던 홍차가 아니었고, 달콤한 향이 티파티의 다실에 신선한 분위기를 더했다.
"모쪼록 드셔주세요."
손에 들고 후후 불어 식힌 뒤, 천천히 입에 머금고 삼켰다. 은은한 쓴맛과 단맛이 균형 있게 조화된 맛의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갔다. 트리니티에 오기까지 느껴졌던 추위가 한순간에 날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어떠신가요?"
정면에 앉은, 아몬드 모양의 예쁜 눈에 조금 불안한 눈빛이 깃든 채 바라보는 그녀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맛있어. 고마워, 나기사."
"그렇군요...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네요."
나기사도 본인의 찻잔을 집어 들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여하튼 첫 도전이었으니까요."
"초콜릿 티가?"
조금 의외였다. 과자 만들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초콜릿 자체를 요리에 쓴 적은 몇 번 있지만, 홍차와 조합한다는 발상은 아무래도 익숙치 않아서요."
"트리니티에서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거야?"
"아니요."
나기사는 초콜릿 티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저었다.
"초콜릿 티는 양과자 문화가 발달한 트리니티에서는 사랑받는 음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트리니티 학생들은 홍차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학생이 많기 때문에."
"나기사처럼?" 윙크하며 말하자, 삐진 듯 입술을 내밀었다.
"놀리지 말아주세요."
"놀리는 거 아니야. 신념을 가졌다는 건, 그만큼 홍차를 사랑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할 때까지 마주해왔다는 증거잖아."
"그렇게 칭찬해 주시니 기분이 나쁘진 않네요." 등 뒤의 날개가 파닥파닥 미풍을 일으켰다.
"천만에."
"하지만 무언가에 대한 집착이 강할수록 마찰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 또한 엄연한 사실이겠죠."
나기사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회의적이게 되니까요."
"그 말은, 나기사도 처음에는 초콜릿 티에 좋은 인상을 가지지 않았다는 거구나."
"솔직히 말해서, 그렇습니다. 다즐링에 초콜릿이라니, 폭거에 가깝다는 생각도 했었죠."
"상당히 강한 표현이네."
"네, 강한 표현입니다. 티파티의 호스트가 실수로라도 학생들의 앞에서 입 밖에 낼 수 없는 정도로요."
나기사는 티컵 안 고동색 액체에 시선을 떨어트린 뒤, 나를 바라보며 곤란한 듯 미소지었다.
"나한테는 말해도 돼?"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하자, 나기사는 여전히 미소지은 채 찻잔을 한 손으로 들어올렸다.
"네, 선생님은 신뢰하고 있으니까요."
"영광이야."
"초콜릿과 홍차. 각자 다른 것들이 서로의 개성을 해치지 않으며 조화를 이루고 공존할 수 있다는 것. 최근에야 그 사실을 비로소 이론이 아니라 체감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편견과 마주하고 고쳐나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게 나기사의 강점이라고 생각해."
"감사합니다."
나기사는 부끄러운 듯 수줍게 웃은 뒤,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응?"
"하지만 선생님,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네. 제가 지금 선생님과 잡담을 즐기는 모습조차, 제3자의 시각에서는 언제나 오해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요."
"그렇구나."
"......발렌타인에 트리니티의 호스트가 샬레 선생님에게 초콜릿 티를 대접한다. 그 행위는 과연 정치적으로 어떻게 해석될까요?"
나기사가 찻잔을 기울였다. 그 동작에는 홍차를 마실 때와 마찬가지로 우아함이 가득했다. 나도 따라서 찻잔을 기울였다. 내 입맛에 맞는 적당히 쌉싸름한 단맛. 처음 만났을 땐 여러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내 취향을 파악하고 있다. 그만큼 교류가 이어졌다는 생각에 감회가 남다르다. 나기사와의 대화 주제가 꽤나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안에 대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쎄."
나는 다시 한 번 초콜릿 티를 음미한 뒤, 컵을 내려놓았다.
"나는 이 선물을, 키리후지 나기사라는 한 학생에게 평소의 감사함의 증표로 받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라는 건 어때?"
"모범 답안으로서는, 100점입니다."
나기사는 살짝 과장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 답해도 된다면, 65점 정도가 될 것 같네요."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신랄하네. 발렌타인데이인 만큼 조금 더 너그럽게 봐주면 좋을텐데."
"세상에는 너그럽게 점수를 매길 수 없는 일이 여러 가지 있답니다. 특히 여성에게는."
마지막 말은 작았지만, 그래도 들렸다. 조금 섬뜩한 미소를 띤 나기사의 뺨은 은은하게 붉게 물들어 있었다. 초콜릿 티를 마시고 몸이 뜨거워진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나기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만큼 화이트데이 때 만회하게 해줄래?"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그 말이 떠올랐다. 입밖으로 내뱉을 즈음엔 찻잔의 내용물은 거의 다 비워져 있었다.
"으음."
나기사는 눈을 조금 크게 뜨고, 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미소지었다. 아까와 달리 압박감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그렇다면 꼭, 당일에는 에스코트를... 부탁드려요, 선생님?"
아까 정치적 위험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승낙했다. 처음부터 이 흐름을 노렸다고 생각하면 너무 지나친 걸까.
"물론이지. 그나저나, 나기사."
"네?"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는 나기사에게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사양하지 않게 되었네."
"싫으신가요?"
나기사는 약간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흘겨보았다. 그 표정에 내가 저항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예상 내일 것이다. 화이트데이에는, 이 의외로 말괄량이인 아가씨에게 휘둘리기만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선생님?"
"아, 미안. 역시 나기사는 귀엽다고 생각해서."
"......55점입니다."
"미안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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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뒷이야기 있을거같이 끝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