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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샬레는 연말의 훤소가 거짓말처럼 조용해져 있었다.
복도에 울리는 건 자신의 발소리뿐.
스바루는 입고 온 보라색 기모노를 매만지며 집무실 문 앞에 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선생님.」
노크하며 그렇게 말을 건다.
대답은 없다.
「……?」
한 번 더,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선생님. 새해라고요.」
그럼에도 반응은 없고, 대신 안에서 희미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스바루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섣달 그믐날 아슬아슬할 때까지 일을 하고 계셨던 거군요.」
잠겨 있지 않은 문을 조용히 열자, 아니나 다를까였다.
집무용 책상에는 서류 더미.
처리했을 보고서, 메모, 반쯤 마시다 만 커피.
그리고 선잠용 소파에서는 선생님이 정장 셔츠도 벗지 않은 채,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이건 또.」
쓴웃음을 지으며 다가간다.
숨소리는 얕고, 때때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사람이네요.」
기가 막히다는 말투였지만,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스바루는 살며시 선생님에게 담요를 덮어준다.
다음으로 책상 위의 서류를 가볍게 정돈하고, 바닥에 떨어진 펜을 줍는다.
부스럭, 하고 소리가 나지 않게 신중히.
(새해 벽두부터 이건가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잠든 모습을 보니 어제까지 무리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조금은, 자기 자신도 소중히 여겨 주세요.」
잠든 상대를 향해 작게 중얼거린다.
스바루는 창문을 아주 조금 열어 공기를 환기한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흘러들어오며 방 안의 무거운 기운이 누그러졌다.
「일어나실 때까지…… 제가 해둘까요.」
그렇게 정하고는 소매를 가볍게 걷어 올리고,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
새해 아침은 조용하고, 천천히 흘러간다.
두둥실.
의식이 떠오르기보다 먼저, 콧속을 간지럽히는 향기가 있었다.
「……?」
따뜻하고, 어딘가 그리운 냄새.
닭 육수라는 걸 깨닫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
천천히 눈을 뜨자, 낯익은 집무실 천장.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드디어 일어나셨네요, 선생님.」
온화하면서도, 어딘가 어이없어하는 목소리.
「……스바루?」
상체를 일으킨 순간, 상황이 단번에 파악된다.
책상 위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공기는 맑아서 방금 전까지의 연말의 무거움이 거짓말 같았다.
「꽤 기분 좋게 주무시던데요. 섣달 그믐날 아슬아슬할 때까지 일하셨던 거죠?」
「……면목 없네.」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거리자, 스바루는 작게 어깨를 으쓱했다.
「뭐, 상상은 하고 있었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스바루는 작은 트레이를 운반해 온다.
그 위에 놓여 있는 것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두 개의 그릇.
「오조니*를 만들어 봤어요. 아리우스류…… 라고 할 만큼 거창한 건 아니지만요.」
*역주 : 일본에서 새해에 먹는 떡국 비슷한거
선생님은 눈을 깜빡인다.
「……스바루가?」
「네. 새해니까요. 아무래도 안 일어나는 사람을 내버려 두는 것도 좀 그렇다 싶어서요.」
말은 담담하지만, 그 행동은 어딘가 쑥스러워 보인다.
선생님은 받아 든 그릇에서 피어오르는 향기를 천천히 들이마셨다.
「……맛있어 보이네.」
「그렇죠? 아리우스에서도 반응이 좋았으니까요.」
농담 섞인 말투에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고마워, 스바루.」
「천만에요. 그럼…… 식기 전에 같이 먹어요.」
둘이 나란히 앉아 젓가락을 든다.
한 입 머금은 순간, 몸 깊은 곳에 따스함이 스며들었다.
「……아아. 이거, 몸에 스며드네에……」
「무리하셨다는 증거네요.」
스바루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떡국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때, 선생님은 문득 깨달았다.
스바루가 평소와 다른 차림새라는 것을.
차분한 색감의 기모노.
화려하진 않지만, 린한 자태가 그녀에게 잘 어울린다.
「……기모노도 잘 어울려, 스바루.」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다.
「에……?」
순간, 스바루의 움직임이 멈춘다.
시선이 헤매고, 뺨이 아주 조금 붉어졌다.
「그, 그런 말을…… 갑자기 하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완전히 부정하진 않는다.
「……감사합니다.」
작게, 하지만 확실하게 그렇게 대답한다.
「새해니까요. 조금 정도는 격식을 차려 입어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응. 정말 잘 어울려.」
다시금 그렇게 전하자, 스바루는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자, 어서 드세요. 모처럼 만들었으니까요.」
그 목소리는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더 부드러웠다.
밖에서는 새해의 차가운 공기가 거리를 감싸고 있다.
하지만 샬레의 일실에는 조용하고 따뜻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맞이하는 새해도
나쁘지 않네, 라고 선생님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떡국 그릇이 비워지고, 두 사람 사이에 문득 힘이 빠진 공기가 흘렀다.
포만감과 안심감이 함께 밀려온 건지, 선생님은 소파에 깊숙이 몸을 맡기고 있다.
「……아아, 설날이구나아……」
「완전히 늘어지셨네요.」
어이없다는 듯 말하면서도 스바루의 목소리는 어딘가 부드럽다.
「그럼. 새해 인사는 마쳤으니 저는 슬슬 돌아갈게요.」
「벌써? 아, 그럼…… 배웅해 줄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라고 말하고 싶지만.」
스바루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만요.」
둘이서 나란히 걸어 샬레의 출구로 향한다.
복도에는 정월다운 고요함이 가득 차 있어,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출구 문으로 손을 뻗은, 그 순간이었다.
탁.
「……아.」
스바루의 작은 목소리와 동시에 위화감.
기모노의 띠 끝자락이 문 손잡이에 걸려 있었다.
「스바루――윽.」
선생님이 소리를 지르기보다 빨리
스르륵, 하고.
매듭이 풀리고 띠가 풀어져 버린다.
한순간 보인 것은,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었을 기모노가 살짝 흐트러져 버린 모습.
「……읏!?」
「아, 아니……! 안 봤어! 방금 건 안 봤으니까!」
선생님이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며 변명하려 한
그 순간.
짝!
「――――윽!!」
메마른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다음 순간, 선생님의 시야가 휘청 흔들린다.
「무, 무슨……」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세상이 돌았다.
얼굴이 새빨개진 스바루가 떨리는 손을 내리고 있다.
「……윽……」
분노와 수치심과 혼란이 뒤섞인 표정.
스바루는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띠를 재빨리 다시 묶는다.
「……올해도.」
작게, 하지만 또렷하게.
「선생님은, 쓸데없는 걸 보는 역할인가 보네요.」
「……」
선생님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의식을 놓아버렸다.
바닥에 쓰러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떠오른 생각은 하나뿐.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새해의 샬레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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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집필 활동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기모노 스바루 실장은 아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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