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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스포) 오가타 칸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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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빨간 헬멧. 주차 위반이다. 벌금을 내라."

삑, 세게 분 호각에서는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지금 나는 교통 단속 중이었다.

"엉? 무슨 소리야! 제대로 주차칸에 주차했잖아!"

"첫 번째, 여기는 일반 차량 주차칸이다. 전차를 주차하는 곳은 저 쪽이다. 두 번째, 여기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다. 너희는 장애인으로는 안 보이는군. 겉으로는 말이지."

이 놈들은 얌전히 명령을 따르는 경우가 없었다.

전차를 무단 주차한 헬멧단 단원은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씩씩거렸다.

"생활안전국 잔챙이 주제에 감히 반짝반짝 헬멧단한테 시비를 걸어?"

"아니, 잠깐만. 뭔가 얼굴이 익숙한데..."

내 얼굴을 들여다보던 검은 헬멧은 사색이 되어서 외쳤다.

"국장! 공안국장이다! 미친개 오가타 칸나야!"

"뭐? 국장이 왜 여기서 주차 딱지나 떼고 있는 건데?"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놈들에게, 나는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뭐?"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도망쳐! 산채로 뜯어먹힌다!"

"어이, 도망치는건 좋은데 벌금은 내고 가라!"

하지만 이미 놈들은 저 멀리로 도망친지 오래였다.

또 벌금 징수에 실패한 것이었다.

"제기랄, 이게 몇 번째지..."

탱켓 전차의 반질반질한 옆면에 이마를 기대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서늘한 금속의 감촉이 이마에 번져왔다.

거울처럼 깨끗한 전차의 표면에는, 생활안전국 여경 차림을 한 내가 비치고 있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교통 단속을 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말단 여경으로 강등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생텀 쿠데타 사건에서 멋대로 행동한 대가였다.

( 1 )

"또 실적이 최하위군, 오가타 칸나 국장. 아니, 전 국장."

"...면목이 없습니다."

나는 다리를 꼰 채 빈정대는 부국장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왜, 부끄럽나? 부하였던 사람한테 꿇어야 해서?"

"아닙니다."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따윈가?"

"시정하겠습니다."

저 부국장은, 발키리 출신이 아니라 트리니티에서 전입해온 사람으로,

내가 국장이었던 시절 사사건건 대립했던 사이였다.

부국장은 늘 정무적이고 보신주의적이었다.

내가 항상 그것을 꾸짖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불만이 많은 표정인데, 전 국장."

"아닙니다."

이죽거리던 부국장은 마뜩치 않다는 듯 턱을 긁더니, 주섬주섬 서류철을 꺼내 내 앞에 내려놓았다.

"상부에서 자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어."

"...기회?"

"국장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 말이야."

눈을 번쩍 뜨게 하는 말이었다.

부국장은 만년필 펜촉으로 서류철을 꾹 누르며 말했다.

"게헨나로부터의 의뢰다. 어떤 거물 범죄자를 잡아달라고 요청해왔어. 어떤 삼류 악당 때문에 크게 손상된 발키리의 위신을 회복할 기회다. 그러니 자네가 이 거물의 체포에 성공한다면, 다시 국장 복귀를 타진해주겠다고 하더군."

"거물 범죄자...? 이 여자가 말입니까?"

나는 서류철에 꽂힌 사진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 사진에 찍힌 은발의 여자는 청초하고 단아했다.

귀한 집의 아가씨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인상이었다.

"이름은 쿠로다테 하루나. 죄명은... 음식점에 대한 연쇄 테러? 음식점을 폭파하고 다닌다니..."

조폭 같은 건가.

음식점에 자릿세를 요구하고 내지 않으면 폭파시킨다거나,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거겠지.

"겉모습은 저렇지만, 게헨나 선도부도 체포를 포기한 거물이다. 해낼 수 있겠나? 미친개답게."

"해내겠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서류철을 집어들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민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내 얼굴로 생활안전국 일은 무리였다.

경찰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 이 일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부디 성공하길 바라겠네."

부국장은 그렇게 비웃으며, 내 것이었던 안락의자에서 쭉 기지개를 켰다.

그 꼴이 보기 싫어서 나는 빠르게 국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국장실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을 때였다.

"악!"

"키리노! 그러니까 문에 딱 붙어있지 말라고 했잖아! 아아, 도넛이 뭉개졌어..."

익숙한 철부지 둘이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키리노와 후부키였다.

문에 붙어서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길을 좀 내주지 않겠나."

"네? 알겠습니다! 국장님!"

엉덩이를 매만지던 키리노는 내 부탁에 벌떡 일어나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 크게 인사해왔다.

"저기, 그러니까... 힘내세요! 국장님! 꼭 성공하세요!"

멍청하긴.

경비국으로 전과하고 싶다면서.

부국장 앞에서 저렇게 외치면 찍힐 거라는 생각도 못하는 건가.

나는 이제 국장이 아닌데.

일부러 인사를 무시하고, 나는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눌렀다.

( 2 )

처음 문서를 검토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쿠로다테 하루나, 그리고 미식연구회라... 대체 이걸 왜 못 잡는 거지?"

혐의가 워낙 뚜렷해서, 쉽게 체포할 수 있으리라 여겨서였다.

게헨나가 준 서류철에는 그녀가 벌인 범죄 행각이 빼곡히 수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 기대는 금세 무너졌다.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후에야, 나는 이 수사가 녹록치 않음을 깨달았다.

"아니오! 저는 전혀 하루나 양을 신고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 은인이십니다!"

음식점을 폭파당한 피해자들이 하나같이 증언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루나는 잘못된 길을 걷던 자신을 깨우쳐준 은인이라는 둥, 스승이라는 둥,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지껄여댔다.

"이걸 어쩐다..."

업무방해죄는 친고죄가 아니니까 억지로 수사는 가능하겠지만,

피해자들이 이렇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기껏해야 벌금 정도로 끝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야 수사의 의미가 없다.

아마도 게헨나 선도부에서도 이래서 하루나 일당을 잡아가두지 못한 것일 터였다.

"여기가 마지막 음식점인가. 여기 주인장은 좀 증언을 해 줬으면 좋겠는데..."

마지막 가게문을 두드리며 나는 작게 기도했다.

곧 성마른 인상의 주인이 문을 열고 나왔다.

나는 거울을 보고 연습한, 최대한 친절해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주인장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피해요? 아아, 그건 그저 계도였을 뿐입니다! 저는 하루나 양에게 인생을 배웠습니다. 저를 올바른 미식의 길로 인도해준 하루나 양을 고소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습니다!"

"...역시나. 당신도입니까."

그러나 보람은 없었다.

이 가게의 주인장 역시, 몇 번이나 들었던 말을 그대로 할 뿐이었다.

나는 입꼬리를 떨어가며 억지 미소를 짓고 재차 물어보았다.

"혹시 보복이 두려운 거라면, 염려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발키리가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할 테니까요."

"절대로 그런 게 아닙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이 피해자들은 왜 음식점을 폭파당하고도, 폭파범을 옹호하는 걸까.

스톡홀름 증후군인가? 이런 경우는 경찰 생활을 시작한 이래 처음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의자 등받이를 끌어안았다.

"이렇게 피해자들이 전부 증언을 거부한다면, 남은 방법은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 정도... 응?"

그때, 가게 구석의 포장마차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번개처럼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가게 주인장의 어깨를 짚고 물었다.

"주인장. 저기 저 포장마차, 버리는 겁니까?"

"예? 예... 수거해갈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만. 왜..."

"저거, 내가 좀 써도 됩니까?"

"예? 버리는 데에 돈이 드는 물건이니까, 괜찮습니다만... 어째서?"

나는 씨익 웃으며 답해주었다.

"잠복 수사에 필요합니다."

( 3 )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선생님께 연락을 드린 겁니다."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생에게, 지난 이틀간 공을 들여서 새단장한 포장마차를 보여주었다.

휴가까지 내서 기름칠한 보람이 있었다.

화단 옆에 주차된 포장마차는 신품처럼 번쩍번쩍 빛났다.

선생은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 뺨을 긁적거리더니 되물었다.

"그러니까, 칸나가 포장마차 주인이 되겠다고? 이 공원에서?"

"예! 피해자들이 증언을 거부한다면, 제가 피해자가 되면 되는 겁니다! 현행범으로 놈들을 검거하는 겁니다!"

그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이 공원에서 포장마차를 개업해서, 쿠로다테 하루나가 포장마차를 폭파하도록 유도한 다음, 바로 경찰 수첩을 꺼내고 잡아 가두는 겁니다. 요컨대 함정수사라는 녀석이지요."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거려서, 야심차게 두른 머릿수건이 떨어져버렸다.

황급히 머릿수건을 주워 다시 쓰고 선생을 바라보았다.

선생은 여전히 난처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칸나는 무슨 음식으로 포장마차를 할 생각인데?"

"가츠동입니다. 당직을 설 때마다 만들어서, 이래저래 경험치가 쌓인지라. 가츠동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거든요. 가게 흉내를 낼 정도는 될 겁니다."

미심쩍어하는 선생에게, 나는 미리 만들어둔 가츠동을 건네주었다.

"한번 드셔 보시죠."

"그럼, 어디..."

선생은 젓가락을 손에 끼고 기도를 하곤, 복스럽게 가츠동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입 먹지도 않아서 소리쳤다.

"맛있어! 칸나가 이렇게 요리를 잘 할 줄은 몰랐는데?"

"과찬이십니다. 이런 게 그렇게까지 맛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니, 정말로 맛있는데..."

"아무튼, 가게 흉내를 낼 정도는 되어서 다행이군요."

선생은 그릇을 싹싹 비운 후에야 물어왔다.

"그래서? 칸나가 날 부른 이유는 뭐야?"

"아무리 위장 영업이라지만, 혼자서 가게를 열기에는 일손이 부족하더군요. 그러니, 혹시 앞으로 일주일간만 제 가게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숙이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죄송합니다. 극비 수사에 관련된 것이기에, 선생님 말고는 딱히 부탁할 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으음..."

턱을 매만지며 한참 고민하던 선생은, 밝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아주었다.

"뭐, 하루나한테는 미안하지만, 칸나에겐 빚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

"감사합니다!"

그 날부터, 선생과 나의 영업이 시작되었다.

가츠동 포장마차라는 것은 위장.

본 목적은 극악무도한 연쇄 폭파범 '쿠로다테 하루나'를 검거하는 것.

흠잡을 데 없는 위장 영업이었다.

위장 영업일 터였다.

( 4 )

"아아, 이걸로 오늘도 영업 종료인가... 선생님, 오늘 몇 그릇 나갔습니까?"

"어디보자... 326그릇이네."

"와, 그럼 선생님과 제가 시간당 32그릇 꼴로 팔아제낀 겁니까? 믿어지지가 않는군요."

"나는 믿어지는데. 요새 침대에 누우면 어깨가 결려서 덜덜덜 떨려..."

"그렇습니까? 결리는 부분이 어디입니까?"

"거기, 응, 거기야. 으흐윽!"

"새색시 같은 신음소리를 내시는군요, 선생님. 평소에 운동이 좀 부족하신 모양입니다."

"아니, 으흣! 칸나가, 힘이, 너무 쎄!"

"하여튼... 읏?"

갑자기 어깨에 닿은 손 때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신음을 흘렸다.

선생님이 거꾸로 내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칸나도 많이 결린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잖습니까! 하루에 돈까스를 300개 튀겼다구요! ...읏!"

"칸나도 신음소리가 귀엽구나."

"으흣, 성희롱으로 체포하겠습니다!"

그렇게 서로 마사지를 하며 티격태격대던 우리는, 마감 간판을 걸고 자리에 앉았다.

오늘 장사의 뒤풀이를 하기 위해서였다.

"웬 맥주입니까?"

"칸나는 생일 지났지? 그러니까 먹어도 될 것 같아서 사왔어."

"물론 되긴 합니다만..."

선생은 주섬주섬 닭꼬치와 맥주를 탁자 위에 풀어놓았다.

불그스름한 양념이 닭껍질의 표면에서 기름과 버무려져 먹음직스럽게 번들거렸다.

"크으!"

선생과 캔을 부딪혀 건배를 하고, 닭꼬치를 한 입 삼켰다.

하루 종일 튀김기 앞에서 고기를 튀기느라 쌓인 피로가 싹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수고했어, 오늘도."

"선생님도 수고하셨습니다. 한번 더 건배하죠."

황금빛 거품을 홀짝이고, 닭꼬치를 재차 물어뜯었다.

땀이 빠져나간 만큼 술이 스미는 것 같았다.

다섯 캔째의 맥주에 손을 가져다댔을 때, 선생이 손을 뻗어 내 손을 붙잡았다.

"과음은 안 돼. 내일 장사 준비를 해야지."

"아, 그렇죠. 맞아요. 내일 장사 준비..."

거기까지 말한 나는, 문득 어처구니가 없어서 부들거렸다.

"장사 준비.... 왜..."

그리고, 취기로 얼굴이 새빨개져서 소리를 질렀다.

"왜..."

"칸나?"

"왜 장사가 잘되는데??!"

그렇다. 그 말대로였다.

분명히 쿠로다테 하루나를 체포하기 위한 위장 영업이었는데.

너무 말도 안되게 장사가 잘 되고 있었다.

"이게 다 선생님 때문입니다!"

선생의 인기를 간과한 탓이었다.

첫 날, 선생이 포장마차를 한다는 소식을 들은 학생들이 줄줄이 가게에 찾아왔고,

입소문이 퍼져서 엄청나게 손님이 불어났다.

지난 며칠간, 나와 선생은 정신없이 가츠동을 만들고 접객을 할 뿐, 수사다운 수사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이런 저를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이 녀석, 좌천되니까 경찰 때려치고 딴짓이나 하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진정해, 칸나. 어, 그런데."

선생은 탁자를 내려찍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은 어떻게 된 거야?"

"아, 이거요? 기름에 좀 데였습니다."

"모양입니다, 가 아니지. 예쁜 손목에 흉터가 지면 어떡하려고."

선생은 내 손을 확 잡아채더니, 반창고를 꺼내 기름이 튄 부위에 붙여주었다.

그런 선생의 손 여기저기에도 그 꽃무늬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중간중간 일을 돕다가, 기름에 데인 건 선생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자, 일단 이거밖에 못 해주지만, 집에 가면 꼭 연고 발라. ...왜 그래? 몸이 안 좋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태연한 척을 하기 위해서, 나는 옆을 바라보면서 맥주를 홀짝였다.

그 때였다.

"믿어지지가 않는군. 정말로 이런 짓을 하고 있었나. 칸나 전 국장."

이 꼴을 제일 보여주기 싫은 사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부국장이었다.

( 5 )

"일지도 제출 않고 잠적하길래 대체 뭘 하나 싶었는데... 포장마차?"

거만하게 자리에 앉은 부국장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사정이 있었습니다."

"아, 그래. 자네는 돈을 좋아하니까. 퇴직하기 전에 그동안 쌓인 유급휴가는 다 처리를 해야겠지. 그래서 여기서 딴짓 중이었나?"

듣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까,

부국장의 빈정거림은 평소보다 한층 더 심했다.

"새로 찾은 진로가 이건가? 그럼, 어디 한 그릇 내와 보게."

"영업은 이미 마감..."

"내오겠습니다."

나는 선생의 입을 막고, 남은 재료로 덮밥 한 그릇을 만들어 내왔다.

그러나 부국장은 처음부터 먹을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젓가락을 든 부국장은 코를 쥐어막더니 말했다.

"미안. 도저히 못 먹겠군. 부패한 경찰의 구린내가 배어서 말이야."

그리고, 밥그릇을 엎어버렸다.

선생이 집에서 가져와준, 파란 사기그릇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흙바닥에 떨어져 박살났다.

나는 눈을 내리깔고, 지긋이 바닥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의 목적은 알고 있다.

혹시라도 내가 하루나를 체포해서 돌아오지 못하도록, 마음을 꺾는 게 목적이겠지.

"사과하도록. 손님에게 이런 음식을 내와서 쓰겠나?"

그러니까 우선 고개를 숙이는 게 어른스러운 대응이다.

하지만, 버린 줄 알았던 자존심이라는 놈이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인지.

알고 있는데도 쉽게 머리가 굽혀지지가 않았다.

"죄송합니다. 본점의 영업은 이미 마감되었습니다. 그러니 돌아가주십시오."

"응?"

나보다 먼저 고개를 숙인 사람이 있었다.

선생이었다.

흘깃 선생을 노려본 부국장은, 그 가슴팍에 있는 샬레의 문양을 보고 놀란 듯 눈을 게슴츠레 떴다.

"샬레의 선생? 왜 이런 곳에?"

"지금은 그저 도우미일 뿐입니다. 칸나 국장의."

아무리 부국장이라도 선생을 건드리기는 힘들었던 것인가.

작게 신음한 그녀는 바닥에 침을 뱉고 사라져갔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 때문에 곤욕을..."

"아니, 괜찮아. 그것보다,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을래? 전 국장이라니, 무슨 소리야? 좌천?"

선생에게는 내가 좌천당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숨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엉망이 된 술자리를 정리하고, 나는 한숨과 함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 6 )

"...추한 꼴을 보였습니다."

"방금 그 녀석은 뭐야?"

"부국장입니다. 이번 생텀 쿠데타 사건 때문에, 표창을 받아서 국장 대리 자리를 거머쥔 녀석이죠."

"저 녀석이 쿠데타 때 무엇을 했길래?"

나는 닭꼬치를 힘없이 씹으면서 답했다.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뭐?"

선생은 눈을 깜빡거리더니 되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표창을? 표창을 받을 사람이 있다면, 칸나잖아. 나를 구해서 쿠데타를 저지하고, 샬레를 복구한 건 칸나니까..."

"정치라는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발키리 상부도 마찬가지니까요."

그 말에 선생은 말문이 턱 막혔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들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을 '혼란 속에서도 규율을 지킨 경찰의 귀감'으로, 저는 '독단적으로 명령을 무시한 삼류 악당'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마침 저는 카이저 코퍼레이션과의 유착 혐의도 있었으니까요. 그걸 빌미로 저를 좌천시키는 건 쉬운 일이었죠."

"그럼, 지금 칸나는..."

"국장도 뭣도 아닙니다. 생활안전국에서 주차 딱지를 떼는 일을 하고 있었지요."

그 말에 선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뜨거운 기름에 데일 때에도 짓지 않은 표정이었다.

아아, 이럴까봐 숨긴 것이었는데.

"책임감을 느끼시는 겁니까, 선생님? 그럴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날, 선생님을 구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진심이었다. 나는 맥주를 꿀꺽꿀꺽 들이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경찰을 꿈꿨습니다. 형사 영화에 나오는 경찰처럼 되고 싶었거든요. 그 때의 저는, 정의의 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끄러운 말이었지만, 술의 힘을 빌려서 꺼낼 수 있었다.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총격을 얻어맞아 만신창이로 찢어져서,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진다 해도, 기어서라도, 계속 싸우면... 그래요, 미친개처럼 포기하지 않고 싸우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정의를 움켜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칸나..."

"그런데 현실은 다르더군요. 경찰이라는 조직은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범죄자보단 실적을 탐내는 동료와 더 많이 싸워야 하는 업이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나는 문득 머쓱해져서, 닭꼬치를 마저 씹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물론, 저도 남탓을 할 자격은 없습니다. 제가 실적을 내지 않으면, 제 밑의 아이들도 승진이 밀려버리니까... 그런 변명으로, 저도 더러운 일에 손을 담궜으니까요."

카이저 코퍼레이션에게 장비를 받은 것.

그것도 그런 자기합리화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 때의 나는, 그런 것이 어른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날, 기뻤습니다."

경찰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그런 고민 없이 순수하게 악당과 싸울 수 있었으니까.

"많이 아팠지만, 그래도 선생님을, 그리고 이 도시를 지킬 수 있었으니까요."

선생에게 싯딤의 상자를 건네줄 때를 떠올리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표정을 짓는 게 서툰 나지만, 이 미소만큼은 자연스럽게 지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 순간을 위해 저는 경찰을 시작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은 말없이 그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남자의 손은 이렇게 크고 따뜻한 것인가. 아니면 이 사람이라서 그런 것인가.

잠시 눈을 감은 채 그 감촉을 느끼던 나는, 어쩌면 취기 때문일까, 내가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말을 중얼거리고 말았다.

"...경찰, 그만둘까요."

"뭐?"

"그 날로, 제가 경찰로서 해야 하는 일은 다 끝난 걸지도 모릅니다. 장사도 잘 되고, 그러니까, 이 자리에서 포장마차를 계속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그 때였다.

세 명의 소녀가 트럭에서 내려 포장마차에 걸어들어온 것은.

"여기가 그 소문이 자자한 가츠동 마차군요? 아아, 공복이 심하네요. 이 공복을 채울 수 있을 만큼 재료가 남아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응, 응! 나도 배고파! 그러니까 칼로리가 높은 마마이트하고 두리안 잼을 가츠동에 듬뿍 얹어 먹어야겠어!"

"윽, 끔찍한 소리하지 마, 이즈미. 냄새 때문에 가게 주인이 판매 거부를 해 버리면 어떡해? 저번에 연어동 집에서도 그래서 나 혼자 못 먹었잖아."

초면이지만, 나는 녀석들의 이름을 전부 알고 있었다.

아카리, 이즈미, 준코.

게헨나가 제공한 '미식연구회'의 자료에서 수없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녀석들이 왔다는 것은, 그러니까...

"어머, 미식의 길에 금도는 없는 법이랍니다. 너무 그렇게 타박하지 마세요. ...응? 영업 종료? 설마, 영업이 끝난 건가요?"

쿠로다테 하루나.

이 녀석도 함께라는 뜻이었다.

마감 간판을 보고 눈이 동그래진 하루나에게, 나는 황급히 간판을 치우며 답했다.

"아니. 막 마감을 하려고 했던 참이라, 한 팀 정도는 더 받아도 된다. 걱정하지 말고 주문하도록."

"다행이군요. 그럼, 가츠동 다섯 그릇을 부탁합니다."

포장마차의 샛노란 전짓불이 하루나의 은발에 부딪혀 눈아프게 빛났다.

( 7 )

"어머, 정말로 소문대로 선생님께서도 여기 계셨군요?"

"하루나야말로 여기는 웬일이야?"

"우리는 바다로 가고 있었어! 그쪽에 환상의 식재료, 골드마구로가 입하되었다는 소식을 들어서 말이야!"

"저번에는 네이팜탄에 바삭바삭하게 튀겨지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꼭 생으로 먹을 거야! 초콜릿을 발라서!"

"후후, 그래서 당분간 이 지역을 떠나 있을 생각인데,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소문이 자자한 가츠동을 맛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랬던 거였구나..."

내가 가츠동을 만드는 동안, 선생은 미식연구회 일당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꽤나 친밀해 보였다.

몰랐다. 선생이 저 범죄자들과 저 정도로 친할 줄은.

"급양부 트럭의 좌석은 여섯 개. 아직 빈 자리가 하나 있으니까요. 원하신다면, 선생님께서도 우리의 미식 여행에 함께하셔도 좋답니다?"

"하하, 사양할게."

"가츠동 다섯 개 나왔다 .식기 전에 먹어라."

나는 대화를 끊듯이 쟁반을 턱 내려놓았다.

그리고, 앞주머니에 손을 넣어 수갑을 만지작거렸다.

금속의 서늘한 감촉이 손끝에 번져왔다.

트집을 잡아 음식점을 폭파한다면, 그 즉시 현행범으로 이 녀석을 체포할 생각이었다.

"맛있어!"

"어라, 뭐죠? 평범한 재료밖에 없는데, 이상하게 맛있네요?"

"응! 두리안 코팅을 안 해도 괜찮은데?"

세 명은 호들갑스럽게 반응했지만, 내 시선은 그쪽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쿠로다테 하루나다.

다른 세 명과 다르게, 하루나는 눈을 감고 내 가츠동을 음미하고 있었다.

오직 맛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듯한 태도였다.

"이 덮밥, 맛있군요."

식사를 마친 하루나의 입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렇지? 조미료가 특별한가?"

"아니요. 이 덮밥에 특별한 것 따위는 전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맛있는 건, 저녁에 먹었기 때문이겠지요."

"저녁?"

뜬금없는 말에, 미식연구회 일당은 물론 내 눈까지 휘둥그레졌다.

하루나는 손수건으로 입을 닦더니, 젓가락으로 달걀지단을 파헤치며 말했다.

"여기 보세요. 이 달걀지단에는 잘게 다진 토마토가 들어 있습니다."

"어, 진짜다!"

"그리고 돈카츠는 110도에서 저온으로 튀긴 것을, 145도에서 다시 한 번 튀기는 것으로 마무리했지요. 이러면 위장에 부담이 덜해 밤중에 먹어도 편안하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하루나는 젓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왜 그랬을까요? 오가타 칸나 국장."

"...알고 있었던 건가? 나를."

알면서도 이 포장마차에 발을 들이밀었다는 것인가?

내 당황을 즐기듯이 웃어보인 하루나는 말을 이어갔다.

"이 가츠동에 일반적인 가츠동과 다른 여러가지 배려가 들어간 이유. 그것은 이것이 식사를 거르고 밤새서 고생하는 부하 경찰들을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모두가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황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발키리 경찰들의 영양 사정은 참혹하죠. 긴급출동 때문에 늘 끼니를 거르고, 잠복수사 때문에 도넛과 커피믹스로 저녁을 때우기 일쑤. 그것이 마음에 걸렸던 오가타 칸나 국장은,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이것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한밤중에 먹어도 부드럽게 소화할 수 있는 가츠동을."

"억측이다."

"그럴까요? 그럼 왜 하필 볶은 양파 대신 죽순을 넣은 것일까요?"

"그, 그건..."

"어떻게든 필수 영양소를 더 챙겨주고 싶었던 마음 때문 아니었을까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하루나의 의기양양한 선언에, 미식연구회 일당은 박수를 쳤다.

어째서인지 선생도 마찬가지였다.

"부하들에게 한 끼라도 영양가 있는 식사를 먹이고 싶은 마음. 인스턴트가 아닌 수제 요리를 먹어주었으면 하는 정성. 그것이 녹아들어 있기에, 이 가츠동은 이렇게 맛있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 포장마차는 폭파하지 않는 건가요?"

"폭파라니?"

선생의 질문에, 아카리가 뿔을 매만지며 답했다.

"사실은, 선생님이 웬 포장마차에 붙들려서 눈코뜰 새 없이 일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만약 악덕 점주에게 속아서 선생님이 혹사당하는 거라면, 응징하기로 했는데... 그럴 염려는 없어 보여서요."

"아니오. 그렇기 때문에."

아카리의 말에도 불구하고, 하루나는 커다란 특제 로켓 런처를 집어들며 말했다.

"이 포장마차는 폭파해야겠습니다."

( 8 )

"어? 잠깐! 나 아직 다 안 먹었어!"

"이유를 알려줄래? 하루나. 맛있었다면서."

당황한 준코와 차분한 선생의 말에도 불구하고, 하루나는 어깨에 얹은 로켓 런처를 내려놓지 않았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물이라도, 소금과 모래밖에 없는 사막의 별하늘 아래에서는 극상의 미식이 되는 것이지요."

하루나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대고 말했다.

그 가늠자 너머의 눈은, 나를 똑바로 겨누고 있었다.

"이 가츠동 또한 그렇습니다. 이 가츠동이 있어야 할 곳은 포장마차가 아닙니다. 발키리 경찰학교의 숙직실입니다. 오가타 칸나 국장, 발키리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당신을 기다리는 부하들을 위해 미식을 선물해주시길."

"아직 나 다 안먹었다니까! 아악!"

"후후, 그럼."

준코의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나는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쾅, 커다란 폭염이 치솟았다.

포장마차는 한 줌의 불꽃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가게를 폭파당한 피해자가 되어 쿠로다테 하루나를 검거한다.'는,

내 당초의 계획은 이것으로 이루어진 셈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하얗게 굳어 있었다.

전혀 뜻밖의 사람에게서 들은 격려 때문이었다.

우두커니 중얼거렸다.

"하지만... 나 같은 악당이, 뻔뻔하게 돌아가도..."

괜찮을까.

그때, 어떤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크고 따뜻한 손이었다.

"칸나는 절대로 삼류 악당이 아니야."

선생이었다.

선생은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 귓가에 이런 말을 속삭여주었다.

"그 날, 나를 구하러 와줬을 때, 정말로 기뻤어."

그 목소리는 낮지만, 다정했다. 굉장히.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칸나가 경찰의 귀감이라고 생각해. 칸나의 부하들도 모두 같은 마음일 거야. 그 마음이 있는 한, 칸나는 누구보다 훌륭한 경찰이다. 틀림없어."

그런가.

선생의 마지막 말을 되새기며, 나는 고개를 들어 하루나를 바라보았다.

타닥이는 주홍빛 불꽃이 그녀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 녀석에게 가게를 폭파당한 피해자들이, 어째서 처벌을 원하지 않았는지.

왜 오히려 감사를 표하기까지 했는지.

지금의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쿠로다테 하루나. 네 말대로 나는 경찰이다. 그러니까 영업방해 및 재물손괴로 이 자리에서 너를 체포해야 할 테지만..."

준코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 보였다.

아카리는 긴장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수갑을 늘어뜨렸다.

"딱히 그럴 마음은 들지 않는군. 고맙다."

이 녀석을 체포하지 않으면, 국장으론 돌아갈 수 없게 되겠지만.

다시 말단 여경이 되어서 부대끼는 신세가 되겠지만.

주차장이나 쓰레기장을 헤매더라도, 그래도 나는 경찰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방식으로 나를 격려해준 이 녀석들을 체포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 별말씀을."

그 옆에서는 선생도 머쓱하게 웃고 있었다.

어쩌면 선생은 처음부터 이렇게 끝날 걸 예상하고 날 도와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 딱히 네 처벌을 원하는 피해자도 없는 것 같고, 훈방해도 괜찮겠..."

...그 마음은 진심이었다.

하루나가 아무도 손대지 않은 다섯 번째 가츠동 그릇을 들고,

트럭의 문을 열어젖히기 직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자아, 후우카 양. 오래 기다렸죠. 저녁이에요."

"읍!!! 읍읍읍!!!"

두꺼운 로프로 온 몸을 묶인 소녀가 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교표로 보아서 게헨나의 학생인 것 같았다.

일하던 도중 끌려오기라도 한 것인지, 급식 두건과 앞치마 차림이었다.

"잠깐. 쿠로다테 하루나. 이 사람은 뭐냐? 미식연구회 회원인가?"

"예. 저희 미식연구회의 객원 회원인 아이키요 후우카 양이랍니다. 요리솜씨가 아주 훌륭하시지요. 그래서 골드마구로를 요리해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우리와 동행하고 계시답니다."

"...자발적?"

나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후우카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보아도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의 패션이 아니었다.

헝겊으로 입을 막힌 그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읍!!! 읍읍읍!!!! 푸하, 아니야! 아니에요!"

"어머, 수줍어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후우카 양, 우리는 친구잖아요?"

"아니거든? 누가 객원 회원이야! 경찰 아저씨! 선생님! 살려주세요! 이 녀석들이 저를 또 납치해서 이상한 일에... 읍!"

"얌전히 있어! 후우카도 즐기게 해 줄 테니까! 골드마구로, 먹고 싶었잖아?"

후우카의 필사적인 항변은, 이즈미가 다시 헝겊을 입에 쑤셔넣어서 끝났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쿠로다테 하루나. 그리고 그 외 3인."

나는 수갑을 다시 꺼내서, 하루나의 손목에 채우며 고지했다.

"너희들을 유괴 및 납치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그렇게 해서,

쿠로다테 하루나 체포 작전은 성공으로 끝났다.

( 9 )

그로부터 한 달 후.

발키리 국장에 복귀한 나는 잠시도 쉬지 못하고 바쁘게 일했다.

철야와 특근이 쭉 이어져서, 몇 박스나 주문한 캔커피가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낼 정도였다.

윗선에서 굳이 나를 복귀시킨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았다.

부국장은 인덕이 엷었던 탓에, 해야 하는 업무의 반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끝이 없어 보였던 잡무도 오늘로 끝이었다.

"이걸로 일단락인가."

"국장님, 내일은 드디어 휴일이군요?"

기성을 내지르며 기지개를 키는 내게, 부관이 장난스럽게 물어왔다.

"아아, 아직 DU지구의 통신망 복구가 남았지만, 그쪽은 부탁하지. 내일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약속 말입니까?"

"신세를 진 사람한테 답례를 좀 하기로 했다."

나는 의자에 걸어놓았던 재킷을 아무렇게나 입으며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구석에서 소란이 일었다.

경관 여럿이 상기된 표정으로 귀엣말을 속닥거리고 있었다.

"뭔가?"

"저, 신세를 진 사람이라면..."

"샬레의 선생이다."

"꺄아아아! 역시!"

그 말에 갑자기 여고생 같은 환성이 피어올랐다.

경관 둘이 손을 맞잡고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 다, 생텀 쿠데타 사건때 나와 함께 있었던 녀석들이었다.

"뭐지? 그 반응은?"

"국장님, 정말로 소문대로 선생님이랑 사귀시는 거에요?"

"내일 첫 데이트군요!"

"데,데,뭐? 뭐라고 했나?"

책상을 쾅 내려찍으며 다급히 말했다.

"착각하지 마라! 사귄다거나, 그런 사이가 아니니까! 그냥, 이번 하루나 체포 작전에 협조를 받았으니, 그 답례를 할 뿌,뿐이니까!"

"국장님, 얼굴 새빨갛게 변했어요!"

"와, 뭐야, 이 반응은 진짜인데..."

슬몃 거울을 보니, 정말로 내 뺨이 불이라도 난 것처럼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푹 숙여졌다.

그 동안, 경관들은 제멋대로 떠들어댔다.

"선생님과 국장님, 두 분이서 뜨거운 기름에 데고 바주카포에 폭격도 당하고, 엄청난 중노동과 잠복 근무 끝에 하루나를 체포했다고 하던데, 역시...! 애정이 없다면, 함께 그런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을 리가 없었겠죠!"

거짓말은 아니지만, 소문이 뭔가 이상하게 퍼진 듯했다.

"분명히 명부마도 같은 작전을 둘이서 헤쳐나갔겠죠. 국장님이 아직도 손에서 반창고를 떼지 못하는 걸 보면 틀림없어요!"

...그래서 떼지 않은 건 아닌데.

정말로 순수하게 답례를 위해 한 번 만날 뿐인 건데.

뭐, 경찰 일을 하고 있지만 저 녀석들도 한창 연애가 하고싶을 나이다.

멋대로 떠들라지.

그런 심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던 내 귀에 어떤 말이 꽂혔다.

"그래서, 국장님은 선생님과의 첫 데이트로 어딜 가실까?"

"설마 늘 가던 포장마차는 아니겠지?"

"에이, 아무리 국장님이라도 데이트 장소로 포장마차를 고르겠어."

"...안 되는 거냐?"

"예?"

내 물음에 경관들이 이 쪽을 바라보았다.

경관들은 황당하다는 듯 말해왔다.

"정말이심까? 포장마차를 가려고 했다구요?"

"...잡지에서는, 처음에는 친숙한 장소를 고르는 게 좋다고... 그래서."

"친숙한 것도 정도가 있죠! 그런 짓을 했다간 친숙한 게 아니라, 그냥 동네 아저씨처럼 여겨질 거라구요?"

"아저씨? 정말로?"

"아저씨면 다행이죠! 일부러 취하기 쉬운 곳으로 유도하는 헤픈 여자라고 생각될수도 있어요!"

"헤픈 여자... 헤픈 여자라.."

"국장님, 왜 울 것 같은 표정을... 설마, 이미 포장마차에서 보자고 약속하신 겁니까?"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머리를 마구 쥐어뜯었다.

"국장님! 이제라도 취소하고 다른 장소에서 다시 보자고 해요!"

"안 된다... 그런 폐를 끼칠 수는 없다."

"기르던 강아지가 아프다고 하면 됩니다!"

"나는 개 따위는 기르지 않는다만..."

"할머니가 아프다고 하면!"

"너는 할머니와 개가 동급인 거냐?"

"쿠로다테 하루나와 미식연구회 일당이 탈옥했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변명.. 응?"

마지막은 변명이 아니었다.

다급하게 국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녀석이 꺼낸 말이었다.

"자세히 상황을 보고하도록."

"그게,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 구치소에서 이감될 때 단체로 탈옥을 했다고 합니다! 벽에는 이런 글귀가...!"

녀석이 건넨 사진의 벽에는 'Eat or Die'라는 글자가 으깬 토마토로 쓰여 있었다.

"지금 놈들은 어디에 있나?"

"게헨나의 급양부 트럭을 하이잭해서, 동쪽 바다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쪽 바다? 왜?"

"어떤 수산물 옥션이 내일까지라서 그쪽으로 향했다는데요... 어쩔까요?"

경관의 주저하는 듯한 물음에, 나는 딱 잘라 대답했다.

"내 바이크를 준비해라. 지금부터 추적하겠다."

"예? 하지만, 국장님.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미뤄야겠지."

"하지만..."

"괜찮아. 이런 일이라면, 선생도 이해해줄 거다."

그 날처럼, 나는 씨익 웃으면서 답했다.

"나는 경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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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4.18창작

(스포) 오가타 칸나의 일기

#오가타 칸나
좋아요 0댓글 55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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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작가
게시물 14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3.04.18 06:45
조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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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5

나
ㅇDC
ㅇㅇ123.04.18

일기 시리즈 너무 재밌다 개추

ㅇDC
ㅇㅇ223.04.18

캬

ㅇDC
ㅇㅇ323.04.18
ㅇDC
ㅇㅇ423.04.18
디시콘
ㅇDC
ㅇㅇ523.04.18
디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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