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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유키하고 반성실에서 컵라면을 먹는 이야기
"오늘도 역시 이 방에 갇혀버리고 말았네."
"니하하……그 반응을 보니 선생님도 완전히 이곳에 익숙해져버리셨네요~! 그래서 이번엔 뭐 때문에 들어오신건가요?"
"가지고 싶었던 찻잎하고 프라모델을 대량으로 사버려서 말야. 숨겨뒀던 영수증을 유우카하고 노아한테 들켜버린거지 뭐."
"선생님은 꽤 그런 곳에 돈을 많이 쓰셨죠."
"내 신조 중에 『원하는건 살 수 있을때 사둔다』라는게 있어서."
"니하, 잘알죠 그 기분! 저도 그런건 참지않고 사버리니까요."
이제는 많이 들어와봐서 익숙해진 이 반성실은 코유키 전용이라고는 하기 힘들정도가 되었다.
그런 장소에서 나는 지금 코유키와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보다 일은 괜찮은건가요?"
"전혀 안좋지! 일부는 유우카가 처리해둔다고 했는데, 내가 아니면 안되는 것들도 있으니까……."
"즉 선생님은 멋대로 돈을 낭비하고 나서 일까지 학생한테 떠맡기고 온 위험한 사람이란거죠!?"
"잠깐만! 남이 들으면 오해할 소리 하지마!"
"농담이에요~, 화난 유우카 선배가 내뿜는 위압감 앞에서 반론같은건 못하니까요. 선배가 시키는대로 이곳에 와버리는 것도 어쩔 수 없죠."
"그야말로 귀신같았다니까……그보다 최근에는 더 무서워지지 않았나? 뭐라 해야하나 적절하게 상대방을 혼내는 방법을 배워버렸다고 할까."
"그거, 저하고 선생님 중에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으으음……우열을 가리기 힘든데!"
둘이서 한바탕 웃은 뒤, 우리들은 냉정하게 방 안을 둘러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럼 이제 어쩌지."
방 안은 전에 왔을 때하고 비교하면 『어느 하나』를 제외하고 그다지 변한게 없지만……그 하나가 너무나도 무겁게 우리들의 현상황에 치명적이었다.
모니터가 없는 것이다.
즉, 모니터를 연결해서 게임을 하는게 불가능하다.
전까지 둘이서 플레이하던 게임은 콘솔용 하드를 이용해서 하던거였기 때문에, 그 게임기는 지금으로선 완전히 인테리어 장식으로 변해버린 상태다.
"폰겜이라도 할래?"
"선생님한테는 잔혹한 사실을 들이밀고 싶진 않지만요……이 방, 무려 전파가 차단되어 있답니다!!"
"…………탈출할까."
"밖에서 몇중으로 잠금장치가 걸려있어서 말이죠, 손이 닿지않는 위치에 있는건 저도 어떻게 할 수가……."
"너무 철저한거 아니야!!?"
놀랍게도 이곳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겉으로는 알 수 없는 곳까지 신경을 쓴 최고의 반성실로 마개조되어 있었다고 한다.
"어, 그말은즉슨 시간내내 이곳에 있어야한단거야!?"
"그렇게 되겠네요~"
"그럴수가……오락거리 대부분을 빼앗겨서 한가한데……대체 유우카는 우리들한테 뭘 시키려는 거지."
"니하, 반성이 아닐까요?"
"코유키 입에서 반박못할 정론이 튀어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몰랐는걸."
다시 냉정하게 방 안을 둘러보자, 아슬아슬하게나마 쿠션이나 카페트 등, 그리고 일부 가전제품은 무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퍼질러 자는건 가능하다는 소리고, 나는 그 사실을 코유키에게 말하려고 입을 연 그 순간…….
"선생님! 지금 우리들은 자는 것말곤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어떻게 알았어!?"
"그야 같이 다닌지 오래 됐으니까 그렇죠! 그럼, 그런 선생님한테에~"
코유키는 뜸을 들이듯이 선반 안을 뒤적거리더니 그곳에서 봉투 한가득 담겨있는 "어떤 것"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짜~~안! 제가 예전부터 자주 먹고 있는 컵라면들이에요!"
마치 제각각이 빛을 내뿜고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빛나보이는 그것들, 인스턴트 식품들은 저마다의 포장지로 『내가 가장 맛있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나는 컵라면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인간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컵라면을 눈앞에 들이밀어버리면, 눈을 빛내지 않을 수가 없는 법. 지금이 점심시간인 것도 맞물려서 내 배는 한심하게도 비명을 질렀다.
"맛을 비교해보지 않을래요……!?"
"뭐라고!?"
"칼로리 같은건, 내일 같은건 신경쓰지 말고 이곳에 있는거 전부……!"
악마적인 유혹이다.
눈 앞에 있는 "꿈"은 다섯개.
컵라면은 하루에 하나 먹는 것조차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느껴지는 행위인데도, 둘이서 나눈다고는 하지만 한끼에 다섯개씩이나.
이 얼마나 두려운가. 이런 배덕감은 또 뭔지. 이 유혹에 넘어가버리면 나는 내일 이후에 분명 체중계 위에서 후회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래도!
거부할 수 없는 꿈이 있단 말이다!!
"먹자 코유키! 전기포트는 있지!?"
"그렇게 나오셔야죠!"
코유키는 기다렸습니다, 라고 말하는듯이 선반 구석에서 포트를 꺼내 물을 넣고 스위치를 올렸다.
그걸 보고 나는 컵라면 포장지를 열고 물을 넣기 전에 넣어야하는 재료들을 열고 각각의 컵라면에 넣는다.
잠시후 포트에서 물이 끓자, 그것을 첫번째 컵라면에 부었다.
"한번에 만들면 면이 불어버리니까, 남은건 적당히 맞춰서 넣죠."
과연 코유키, 뻔뻔스럽긴 하지만 냉정합도 함께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뒤. 우선 첫번째 『닭육수간장맛(鶏ガラ醬油)』을 먹기로 한다.
뚜껑을 연 순간에 풍기는 농후한 간장 베이스의 향기가 코를 통과해 뇌를 자극하고, 안그래도 심한 공복감이 더욱더 심해진다.
컵 안을 들여다보자 기름기에 의해 형성된 물방을 모양으로 떠오른 국물 안에 노란빛 구불구불한 면이 빛나고 있고, 지금부터 이것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멋대로 침이 꼴딱 넘어가버렸다.
"그러면, 바로 잘먹겠습니~~다!"
"잘먹겠습니다."
의외로 예의바르게 먹기 전의 인사를 한 코유키를 따라하고나서, 젓가락으로 면을 작은 접시에 나눈다.
조금 식히려고 바람을 불기위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마치 내 손이 의지를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여서, 식히기도 전에 입 속으로 면을 넣어버린다.
최소한의 뜨거움에 대한 저항으로, 하후하후~ 하고 입 속에서 면에 공기를 넣으면서 씹고……무심코 눈이 번쩍 뜨였다.
"맛있어!!"
그건 전에도 먹은 적이 있는 제품이었을테지만 공복이 최고의 조미료가 되었는지 전에 먹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정도의 쾌락물질을 입안에서 느꼈다.
이에 의해서 톡톡하고 끊기는 적당히 익은 면, 입 안에 퍼지는 기름진 닭육수간장의 풍미, 몸에 나쁘겠지라고 직감적으로 이해해버리는 인스턴트의 맛.
그 모든 것이 쾌감의 신호로써 뇌 안으로 보내지고, 그 반응으로써 제멋대로 한숨이 나오고 만다.
슬쩍 코유키에게 시선을 향하자, 그녀도 눈을 감으며 "푸하~"하고 국물을 마시고 있는걸 보면, 이 제품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한개를 다 먹고나서, 어중간하게 식사를 해서 그런지 다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자, 삐삐삐! 하고 타이머가 울렸다.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는 코유키의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다음거에요~! 아직 먹을 수 있죠!"
"물론이지!!!"
그뒤로 우리는 남은 컵라면을 차례로 위 속에 넣었다. 야채튀김 우동(かき揚げうどん), 조개국물 간장라면(貝だし醤油ラーメン), 돈코츠라면, 소스마요 야키소바……그 모두가 개성적인 죄책감을 부르는 맛이었고, 먹을 때마다 쾌락과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동시에 머리속에 들이닥쳐 최고의 기분이다.
특히 세번째 『조개국물 간장라면』이 끝내줬다. 간장이 듬뿍 들어간 국물의 맛 속에 고급스런 가리비의 맛이 숨어있었고, 또 컵라면인 것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완전히 인스턴트 면이잖아 이거! 라고 딴지를 걸고 싶게 만드는 매끈매끈하고 탱글탱글한 씹는 맛이 끝내주는 면발이 국물과 잘 어울렸다.
궁극의 인스턴트 식품이라고 가슴을 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에 감동한 나는 이것을 다시 사먹기 위해 제품명을 메모로 남긴다.
내일 이후에 찾아올 불안으로부터 눈을 돌린 기분 좋은 포만감에 휩싸인채, 나는 코유키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갑자기 웬 컵라면 시식회야?"
"어, 으~음……왜일까요? 그렇게 갑자기 이유를 물으셔도 딱히 떠오르는게 없는데요."
"그러면 막 떠올라서?"
"네!"
코유키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하지만 부드럽게 웃는다.
"이런 막 떠오른 기획을 선생님하고 앞뒤 생각않고 할 수 있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요!"
이 얼마나 순수한 미소일까.
"지금 저는 어엄청 만족하고 있다구요! 아아, 이게 청춘이구나 할 정도로요!"
이 얼마나 친근한 분위기인지.
코유키가 항상 그렇게나 일을 저질러도 세미나의 모두가 이 아이를 내치지 않는 것은, 그녀의 이런 『다른 사람에게서 호감을 사는 분위기』 덕분일테지 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그랬지만.
"뭐, 나중에 선생님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고생하시는 모습이 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요! 닛핫하~!!"
나중에야 튀어나온 그녀의 진심 일부에, 직전까지 느꼈던 감상이 죄다 쓰레기로 변했다.
"하~~!? 그렇게 말하면 코유키도 그 고통을 느낄텐데! 왜 그렇게 여유부리는거야!"
"니하! 물러요 선생님!! 저하고 선생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구요……그렇죠?"
"설마 젊음인가!?"
"정~답이에요! 거기에 저 그렇게 살찌지 않는 체질이라서요~! 선생님은 달리기 열심히 해주세요~~!"
서로 부여잡고 장난을 치는듯한 싸움을 하면서 『분명 이런 시간은 행복할지도』라고 생각한다.
같이 바보같은 짓을 할 수 있는 누군가와 이런저런 짓을 시도해보는 나날. 그건 분명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것일테니까……!
근데 그건 그렇다쳐도 코유키한테 도발당하면 짜증은 나니까 확실하게 이긱 위해서 레슬링 기술을 건다.
이래저래 우당탕탕 난전을 반복하는 우리는 어느샌가 껴안는 듯한 모양새가 되면서……그럼에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
"쿠로사키 코유키이이!!!"
"닛하하하~! 노아 선배하고 달리 저~언혀 무섭지 않다구요~!!"
"저 그렇게 무섭나요?"
그녀가. 아니, 그녀들이 오기 전까지는.
깜짝 놀라서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본다. 그러자 그곳에는 웃는 얼굴……로 보이는 노아와, 그와 동일하게 웃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이쪽을 향해 틀림없이 분노로 타오르고 있는 유우카의 모습이 있었다.
"히익! 노아 선배!!? 거기에 유우카 선배도……."
"평소에 그렇게 위협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죠."
"아, 아뇨 그, 뭐어……그러니까아."
"저, 무섭나요??"
"그런 빨간마스크 같은 질문 하지말아주세요!?"
공포로 인해 삑사리난 목소리를 낸 코유키가, 내 팔 안에서 덜덜 떨고 있는게 전해진다. 정말로 무섭나보네…….
아차 다른 사람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 상황으로 보면 내가 반성실에 들어왔음에도 실컷 즐기고 있었다는게 뻔히 보인다.
나는 나대로 변명 하나나 둘이나 세네개쯤 생각해둬야겠지.
"유, 유우카……? 이건 그."
"제가 선생님 일을 돕고 있는 사이에, 선생님이 분명 반성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오해야 유우카! 나는 착실하게 반성했어! 반성하고나서 코유키하고 점심을 먹고 있었을 뿐이라고!"
"그런데 왜 그렇게 코유키하고 사이좋게 ㄲ……꽁냥거리고 있었던 건가요! 제 기분도 모르면서!"
"그쪽!? 아니 이건 꽁냥거리고 있던게 아니라 싸움을……아니 그런게 맞긴한가. 왠지 좋은 냄새 나기도하고 따뜻하고, 애완동물인 대형견을 껴안고 있을 때의 느낌일지도."
"니……니하……그건 조금 거부감이 드는데요……."
그 후 유우카에게 머리를 숙이고, 노아의 불만을 풀어주고, 코유키로부터의 신뢰도를 아주 살짝 내리고 나서야 끝난 이번 반성실행.
다음은 코유키하고 무엇을 하고 놀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니, 뭔가요 그 표정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잖아요!!"
……하지만, 애초에 이번 반성실에서의 생활은 아직 끝난게 아닐지도 모른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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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