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토스.me
홈모음집마이페이지
SUBSCRIBED
EXPLORE
BA블루 아카이브BR봇치 더 록!ZZZ젠레스 존 제로GI원신HSR붕괴: 스타레일모든 채널 보기
문의하기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유리조노 세이아는 연애에 있어서도 책사
/블루 아카이브
광고

디시 업데이트 이후 HTML 문법이 달라져서 아카라이브 원문을 그대로 복사하면 이상해집니다

수정이 번거로우니 뭔가 보기 이상하다면 링크에서 봐주세요

아카라이브 링크

9028자

#세이아

+원문 ゆは太郎+

────────────────────

태양이 기울고 실내가 붉게 물드는 시각. 나는 숙직실에 두고 온 스마트폰을 찾으러 인적 드문 복도를 걷고 있었다.

오늘은 당번 학생이 감기로 결석해서 이곳에는 나밖에 없다는 인식이었기 때문에, 숙직실에 누군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라? 불이 켜져있네."

숙직실 안쪽에서 예상과 다르게 인공적인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끄는 것을 잊은 건지, 혹은 학생이 이용하고 있는지, 어느 쪽이든 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노크를 세 번 했다.

분명 방 안까지 들렸을 테지만 대답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 자고 있는 걸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용히 문을 열자 그곳에는──

새근새근...

곤히 숨소리를 내는 황금빛 작은 여우가 있었다. 티파티 소속의 유리조노 세이아. 담요를 덮은 채 귀를 쫑긋 움직이며 잠든 모습에서 트리니티 최고 권력자의 위엄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귀여움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그녀 곁에 놓인 내 스마트폰을 잡기 위해 세이아의 몸을 가로질러 손을 뻗으려던 차였다.

"으응...? 아, 선생님인가요. 이런 시간부터 학생을 덮치는 건가요?"

방심한 사이 들린 겉모습과 다르게 억양이 약한 어른스러운 목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잘 잤니 세이아, 깨워서 미안. 덧붙이자면 덮칠 생각은 전혀 없으니 안심해도 좋아."

"알고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농담한 것인데... 흐음, 역시 이런 농담은 저에게는 어려운 모양이네요."

"내 입장에서 전혀 농담으로 받을 수가 없는 내용이니까..."

"농담도 상대방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군요. 당연한 사실인데 간과하고 있었네요. 배웠습니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 그녀에게서 반성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말과 달리 내가 당황할 것을 예상하고 한 말일 것이다.

"여기, 이게 목적이죠?"

의도를 캐묻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지 그녀는 부자연스럽게 말의 흐름을 끊고 내가 찾던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선생님은 보안에 조금 더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귀중품이 수중에 없으면 조금 더 초조해해야 하지 않나요."

"하하... 선처할게. 확실히 스마트폰이라는 개인정보의 집합체를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지."

스마트폰을 받고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대답하자, 세이나는 방금 전처럼 또 꿍꿍이가 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모모톡이 꽤 많이 쌓였네요. 메시지 알림이 무려 세 자릿수...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시는군요."

"엇."

"그리고 배경화면은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고, 어플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네요. 선생님의 꼼꼼한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스마트폰 안을 보여졌다?! 잠금은 제대로 걸어두었을텐데?! 좋지 않다, 누가 보면 안 될 것도 봤을지도 모른다...!

조급해진 나는 잠금을 풀려고 하다가 비로소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바로 『비밀번호가 틀렸으니 5분 뒤 다시 시도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화면에 비치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소리인가, 잠금이 풀린 게 아닌가, 하고 생각에 잠긴 나를 보며 세이아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큭... 후훗...! 선생님은 냉정함을 잃을 때가 있네요. 항상 냉정하라는 충고를 할 생각은 없지만, 조바심내기 전에 조금 더 상황을 침착하게 보는 것을 추천드립... 크큭...!"

"날 속인거니?!"

"죄송합니다. 선생님의 반응을 보는 것이 재미있어서... 후후."

아무래도 또 나를 놀린 모양이다. 대체 이 아이는 언제부터 이렇게 장난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아니, 여우라는 존재는 그러한 장난을 좋아하는 이미지가 있고, 이것이 이성 뒤에 숨겨진 세이아의 본모습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본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는 것에서 모종의 신뢰를 느낄 수 있어 기뻐졌다.

"자, 선생님의 목적도 달성했으니 이제 제 본론으로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응, 괜찮지만... 여기 그냥 자러 온 줄 알았는데."

"저를 마치 불량 학생인 양 말하는 것은 그만해주셨으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또한 목적에 조금은 포함되어 있으니 반박할 수 없네요."

"하하, 세이아를 불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티파티의 수면 담당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방금 전의 보복인가요? 선생님도 참 짓궂습니다... 또 이야기가 탈선했네요. 선생님과 가벼운 잡담을 하는 것은 매일 아침 브러시 같아서 자꾸만 이야기가 딴길로 새게 되네요."

"브러시?"

"기분 좋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앞으로 이 방을 자주 빌리게 될 지도 모릅니다. 당분간 이 근처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에요."

"도서관 탐방이라도 하는 거야?"

"그것도 재밌을 것 같으니 나중에 해볼까요. 아무튼 샬레를 임시 거점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얘기입니다. 피곤하고 졸릴 때가 분명 많을 테니까요."

"문제없어. 샬레는 학생들에게 공공장소나 다름없으니까, 매너만 지킨다면 얼마든지 사용해도 괜찮아."

"감사합니다. 다만... 공공장소라고 해도 제가 이 방을 너무 쓰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네요. 선생님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이 이 방을 사용할 권리를 빼앗아 버리게 되니까요. 흐음... 역시 근처 호텔에 묵어야 할 것 같네요."

"그렇다면 빈 방을 하나 빌려줄 수 있어. 침대는 나중에 준비해줄게. 다른 학생들과 체면상 개인이 샬레에 방을 가지는 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나와 세이아의 비밀이라는 걸로."

요컨대 원할 때 샬레에 와서 자고 가도 좋다는 것이다.

내 제안에 세이아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선생님에게는 항상 도움만 받게 되네요... 근시일 내에 어떻게든 반드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째서인지 그녀의 얼굴에서는 환희와 고마움 뿐만 아니라, 마치 무언가 계략이 성공한 듯한 분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이건 보답이라고 해야 할지 충고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스마트폰에서 그렇고 그런 작품의 구매 내역은 자주 삭제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동물귀 음침계 미소녀와 꽁냥꽁냥』같은 여러 구매 내역을 학생들에게 들키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뭣?!"

~~~~~~~~~~

세이아가 샬레를 임시 본진으로 삼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숙박용 짐을 가져온 그녀는 선언한대로 샬레의 한 방을 기숙사처럼 사용하게 되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갈 때는 건물 안에 그녀 혼자만 있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지만, 세이아는 "오히려 비일상적인 느낌이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라며 그 상황을 즐기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점심시간에 그녀가 지내는 방에 불려갔다.

"바쁘신 와중 수고를 끼쳤습니다."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래서 무슨 일로 불렀어?"

"그리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생님에게 나쁜 얘기를 하려고 부른 것은 아니니까요."

"당연히 그래야지?!"

"저번에 말씀드렸잖아요?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물론 이걸로 전부 보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니까요."

"굳이 보답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그 말에 기대를 조금 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보답이 무엇일까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그녀는 하나의 꾸러미를 꺼냈다. 내용물은 큰 상자로 보이는데 설마,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그것?!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사과상자』는 절대 아닙니다."

"그러면..."

세이아는 왠지 모르게 긴장한 표정으로 숨을 한 번 들이마신 뒤, 결심한 듯 꾸러미를 풀고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것은──

"도시락이다!"

샌드위치, 파스타, 미트볼, 감자샐러드 등, 모양은 조금 틀어졌지만 정성을 담아 만들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이 상자가 빼곡히 들어있었다. 설마 세이아가 직접 만든 수제 도시락이었다니.

"원래는 초호화 도시락을 사오려 했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목적이라면 돈으로만 해결하는 것은 조금 무례한 것 같아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전혀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 선생님이라면 그렇게 말해주실 거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마디로 이건 자기만족을 위한 노력의 투자입니다. 저는 당신에게 요리를 대접하기 위해 노력하는 성취감을 맛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이것에 대해 수고하게 만들었다고 신경 쓸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뺨이 조금 붉게 물든 세이아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치고는 드물게도 긴장, 아니 정확하게는 쑥스러운 듯 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자연스럽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고마워, 배도 고프니 당장 먹어볼게!"

"모쪼록 드셔주시길. 미리 맛은 보았기 때문에 못 먹을 건... 아닐 겁니다."

그녀답지 않은 애매한 어투에서 그녀가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한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나에게 보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당장 음식을 먹고 소감을 전하는 것이다.

세이아의 권유대로 의자에 앉은 나는 이 최고의 진미를 먹기 위해 손을 모았다.

"잘 먹겠습니다!"

먼저 싱싱한 양상추와 부드러운 스크램블 에그, 그리고 고소하게 구운 베이컨을 끼운 샌드위치를 한 입 먹었다.

"......맛있어!"

"!"

솔직한 심정이었다. 샌드위치는 특별히 공을 들이지 않아도 만들 수 있는 손쉬운 요리다. 그러니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세이아가 만들어도 평범하게 맛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조금 실례되는 말일수도 있지만,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맛있었다. 전체적으로 신선함이 느껴지는 감칠맛과 은은한 향신료,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성스럽게 손질된 재료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맛은 최고였고 손에 든 샌드위치를 순식간에 먹어치워 버렸다.

그런 내 모습에 세이아는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는지, 진심으로 안도한 듯 표정을 풀고 긴장하던 몸에서 힘이 조금 빠진 것 같았다.

"그 반응을 볼 수 있어서 더없이 만족스럽네요. 선생님과 저의 입맛이 다르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있었는데."

"하하, 세이아도 그런 걸 불안해하기도 하는구나."

"저를 냉혈한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저 역시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남들이 보기엔 사소한 일로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미카만큼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할 뿐."

"하하하, 그것도 그렇네. 세이아도 평범하고 귀여운 여고생이니까. 어른스러운 모습만 봐서 잊고 있었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조심하고 있을 뿐입니다. 특히 선생님 앞에서는요."

"그 말은..."

"자, 이 화제는 여기까지만 하죠. 그보다는 다음 음식으로 넘어갔으면 합니다."

고개를 돌리며 손짓으로 내 다음 행동을 유도하는 세이아. 그반응을 보며 "귀엽네."라고 말한다면 눈앞의 진수성찬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것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으니 그녀를 놀리는 것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다음 음식을 계속해서 먹어갔다. 하나같이 정말 맛있었고,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지는 기현상을 느끼면서도 엄청난 속도로 준비된 요리를 해치웠다.

"후우, 잘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어, 최고야!"

"그런 것 같네요. 보는 저도 배가 부를 정도였습니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반응을 보니 실력을 발휘한 보람이 있네요."

세이아는 기쁜 듯 미소지은 뒤 턱에 손을 대고 무언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내가 입을 열기 전에 그녀의 고민은 끝났는지 고개를 들고 조금은 자신감이 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선생님은 제가 만든 요리를 또 먹고 싶으신가요?"

"물론이지."

한치의 고민|도 없이 나온 나의 대답에 만족했는지 세이아는 입꼬리가 올라간 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럼 나중에 다시 준비해 오겠습니다. 저도 또한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요. 하지만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소비하는 것은 재미가 없으니 부디 기미해주셨으면 합니다."

"기미라니. 독이 온몸에 퍼진다 해도 먹을게"

"후후, 그럼 원하실 때 전날에 연락해주세요. 제가 만들고 싶을 때에도, 선생님이 먼저 배를 채우지 않도록 저도 전날에 연락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어느 정도 빈도면 무리하지 않는 선이야?"

"그렇게나 마음에 드셨나요? 흐음, 트리니티에서 통학하는 경우라면 부담이 커서 사흘에 한 번 정도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샬레에 자주 머무는 상황이라면... 매일이라도 괜찮습니다."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기일까.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세이아가 만든 도시락, 매일 먹고 싶어!"

그 말이 그녀의 귀에 닿자마자, 그녀는 지난번처럼 무언가 성공한 듯한 기쁜 미소를 지었다.

"아아, 기꺼이."

세이아가 무언가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선의를 모욕하는 행동이 될까봐 곧바로 의심을 지웠다.

문득 세이아를 바라보면, 그녀는 방금 전과는 다른 미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를 놀릴 때 자주 하는 장난꾸러기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 방금 제가 만든 도시락을 매일 먹고 싶다는 말은 마치 예스러운 사랑의 고백 같네요. 네가 된장국을 매일 먹고 싶다는 말이었던 것 같은데... 선생님은 제가 만든 된장국을 매일 드시고 싶은 건가요? 저는 그래도 상관없지만..."

"어?! 아, 아니 달라!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후후, 농담... 농담입니다."

~~~~~~~~~~

세이아가 만들어주는 도시락을 먹은지 한 달. 그녀는 완전히 내 생활에 녹아들었다.

출근해서 제일 먼저 인사하는 사람은 당번 학생이 아닌 세이아였고, 그녀에게 그날의 도시락을 받는 것으로 내 하루가 시작된다. 낮에는 각자의 일을 하다가 해가 지고 당번 학생이 떠나는 시각에 맞춰 세이아가 돌아온다. 외식을 하거나 배달을 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둘이서 요리하고 저녁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최근 2주 정도는 나도 샬레에 머무는 일이 많아져서 그럴 때마다 서로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세이아와 보내는 매일이 즐겁고 이런 날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이었다.

"곧 이곳을 떠날 생각입니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 삶의 끝은 갑자기 찾아왔다.

"사실은 며칠 전부터 이 근방에서 해야 할 일은 다 끝났지만 선생님과 이렇게... 아뇨, 더 말하지는 않을게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떠나버렸다.

끝이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녀와의 생활이 즐거웠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선생과 학생이라는 관계의 연장선상이었다. 연인 사이의 동거였다면 몰라도, 우리는 타인으로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조금만 생각해보면 비관할 필요는 없었다.

없을 터였다.

그녀가 떠난지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저녁.

"세이아, 차를 끓이려는데 너도..."

내 목소리는 다른 사람의 귀에 닿지 못하고 밤의 정적에 휩싸인 어두운 샬레의 방에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그 아이가 있는게 당연했으니까 계속 말을 걸게 되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혼자 웃으며 큰 찻주전자를 그 자리에 놓았다. 둘이서 차를 마신다고 큰 주전자를 샀지만 지금은 이 정도 크기가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작은 주전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한 사람 분량의 티백과 물을 넣었다.

두 개 나란히 놓인 한 쌍의 컵 중 내 것을 골라 데스크 위에 올려놓았다.

차가 끓는 동안 할 일이 없어진 뇌는 이 상황에 대해 멋대로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

샬레에 와서 제일 먼저 말을 건네는 학생이 세이아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화감을 느꼈다.

세이아는 예전에 말한 대로 『사흘에 한 번 씩은 도시락을 가져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매일 그녀의 손맛에 길들여진 것을 생각하면, 그 빈도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당번 학생이 돌아간 뒤 남아서 잔업할 때도 세이아가 곁에서 해주는 응원이 없어 힘이 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든 세이아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무슨 물건을 보든 그와 관련된 세이아와의 추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는 이렇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던가.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성격이었던가.

문득 세이아의 도시락을 처음 먹었을 때의 대화가 떠올랐다.

『부디 기미해주셨으면 합니다.』

『기미라니. 독이 온몸에 퍼진다 해도 먹을게』

그렇구나, 나는...

"왜 그러신가요, 선생님. 선 채로 멍하니 계시고. 홍차가 식어버립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들릴 리 없는, 하지만 들리기를 기대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고막에 닿은 순간 나는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예상한 대로 예상하지 못한 황금빛 여우, 유리조노 세이아가 있었다. 그녀의 금빛은 방 안의 적은 빛을 아름답게 반사하며 내 망막을 태워버릴 듯이 색을 주장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게 했나요?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안심해도 좋습니다. 유령은 아니니까요."

"세이아! 어떻게 여기에..."

"뭐, 잊은 것을 가지러... 아니, 손에 넣으러 왔습니다."

잊은 것. 컵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필기도구를 말하는 걸까. 주위를 둘러보던 내 양 뺨이 그녀의 두툼한 소매로 덮인 양손에 의해 움직임을 멈췄다.

"당신입니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계셨겠죠."

"......"

"침묵은 긍정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괜찮아요, 자의식 과잉은 아니니까. 저는 분명히 호의를 갖고 선생님을 대했으니까요."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이 나와 거리를 좁히며 시야를 가리고 입술이 닿을 뻔한 순간, 그녀는 슬그머니 고개를 틀었다.

"당신을 사랑해요. 이 몸이 타들어갈 정도로."

귓가에 속삭이는 사랑 고백에 내 몸은 무의식적으로 움찔거렸다. 그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그녀의 향기를 의식하고 신경쓰지 않으려고 해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뇌를 흔드는 바람에 현기증같은 감각에 휩싸였다.

잠시 후 얼굴을 떨어트리고 내 모습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짓는 그녀의 표정은 마치, 예전에 책에서 본 사람 흉내를 내는 여우 요괴를 닮은 듯 했다.

"처음에는 샬레에 유리조노 세이아라는 존재의 한 조각이라도 새길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욕심은 스스로를 망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학생에게... 아니, 저에게 예상보다 더 마음을 열어줘서 억눌렀던 욕망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유쾌하게 말하는 그녀는 그동안 간간이 보였던 책사의 표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 그녀의 책략이 잘 통했다는 것.

"그래서 저는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샬레가 아닌, 당신 자신에게 제 존재가 스며들게 하기로."

나도 모르게 진행되던 그녀의 마킹이라는 이름의 책략. 물밑에서 행해지던 그것이 이렇게 표출되었다는 것은, 즉──

"설마 제가 이렇게 소유욕이 강한 줄은 몰라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그리고 내린 결론은... 마음을 전한다, 라는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이전에 저는 미카나 나기사와의 의사소통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끔찍한 결말을 맞이한 적 있었기 때문에... 같은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과거의 제가 남긴 것이라면 더더욱."

"......그런 것 치고는 완곡한 접근이었지."

"막상 당신 앞에 서니 어쩔 줄 몰랐습니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저를 움츠러들게 만들었습니다."

"하하, 역시 귀엽네."

"소녀의 마음을 비웃지 말았으면 합니다만... 뭐, 기우였습니다. 당신은 제 예상보다 훨씬 더 저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듯 했고... 덕분에 제 욕망의 성취는 더욱 앞당겨졌으니 뜻밖의 행운이란 건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닐까요. 한 번 당신과 거리를 둔 것도 『밀어서 안 되면 당겨본다』라는 전략을 시험해보기 위해서였지만, 그것도 필요가 없었을까요."

"의미는 있었어. 내가 세이아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세이아, 너는 사랑이 무거운 건 싫어?"

"설마요. 동족 혐오만큼 허무한 것은 없으니까요."

코웃음을 친 그녀는 재차 이쪽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당신의 대답은요?"

"......뭐에 대해서?"

"여기까지 와서 시치미를 떼는 건가요?"

달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절대 놓치지 않겠다."라는 말을 말하는 것 이상으로 말하고 있었다.

"나도 세이아를 좋아해. 이제 너 없이는 살 수 없어."

내 말에 그녀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승리가 확정되어 있다고 방심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선생님이 하는 말에 얼굴이 뜨거워지기만 했네요."

"이런 상황을 준비한 아이가 그런 순수한 반응을 보이는 건 반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저번에도 말했지만, 저도..."

"한 명의 평범하고 귀여운 여고생, 이라고 했지."

세이아는 불만족스러운 듯 볼을 부풀렸지만, 곧바로 방금 전까지의 얼굴로 돌아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숙한 교제는 이미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음에 저희가 해야 할 일은..."

그렇게 말하며 내 겉옷을 벗기고 셔츠를 풀어헤치는 그녀는 평소와는 정반대인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분명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지금의 그녀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힘이 없다고 놀림받는 저라고 해도, 선생님 정도는 이길 수 있습니다. 막으려 해도 소용 없어요."

그녀는 내 목덜미에 송곳니를 세워 나라는 존재에 직접 자신의 흔적을 새겼다. 그 모습은 마치 야생의 짐승과도 같아 그녀의 동물귀와 꼬리가 장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입을 떼어낸 부위가 물린 것으로 인한 미세한 통증과 타액으로 인한 습기로 내 신경을 자극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킹받는 것이 이렇게나 즐거운 일이었을까, 넋이 나갈 뻔 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서곡에 불과했다.

"후후, 당신과의 관계에서 이렇게 우위에 선다는 것은 꽤나 두근거리네요... 이대로 충분히 서로에게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겁니다."

오늘 밤은 보름달.

이 여우 소녀의 본능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그녀에게 부딪히는 정욕을 멈출 수 있는 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

며칠 뒤, 낮의 샬레.

오늘의 당번으로 온 미소노 미카는 어째서인지 옆에 있는 세이아에게 분노를 날개로 표출하고 있었다.

"잠깐! 세이아짱이 어째서 여기 있는 건데?!"

"어째서냐고 해도... 선생님에게 일손이 필요하다고 불린 것 뿐입니다. 설마 선생님을 유혹하기 위해 온 줄 안 건가요? 당신의 상상 속 제 머릿속에는 복숭아꽃이 만발했나 보네요."

"내 머리가 꽃밭이라는 거야? 꽤 시비조네."

"설마요. 당신의 상상력이 경악스러울 정도라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세이아짱, 확실히 저번 일은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그렇게 말한다면..."

"비꼴 의도는 없었습니다만."

왠지 분위기가 좋지 않게 흘러가서 중재에 나섰다.

"자자, 진정해 세이아.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그런 말투로는 화가 날 거야."

"정말로 비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만... 확실히 겉으로만 판단한다면 제 잘못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죄송합니다, 미카."

"......뭐, 여기서 싸우면 선생님에게 폐가 되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하자."

미카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린 뒤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도 주어진 업무에 착수했다.

잘 해결했구나 생각하며 나도 데스크로 가려는 순간, 갑자기 세이아가 입을 열고 『무언가』를 발음했다.

"캥캥."

"윽!"

"왜 그래 세이아짱. 기침하는 척 하면서 땡땡이치려는 생각이라면 진짜 용서 안 할 거야!"

"설마요. 그런 짓을 하면 두 사람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은 불 보듯... 아니, 태양 보듯 뻔한 일이죠."

"그럼 왜..."

추궁하려는 미카를 헛기침을 하며 말렸다.

"......괜찮아. 세이아도 땡땡이치고 싶다는 의미로 한 기침은 아니었을 테니까."

그렇다. 그것은 절대 그런 이유가 아니다. 그것은──

생각하고 있던 내 귀에 전자음이 들려왔다. 모모톡 수신음이다.

『아까는 저와 미카 사이를 중재하게 만들어서 죄송했습니다. 보다시피 저는 아직도 타인과의 교류가 서투른 여우입니다. 오늘 밤에 이런 저를 원하시는 대로 훈육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여우 울음소리이자 오늘 밤의 공수를 동시에 의미하는 어떤 신호.

그날 밤의 주종관계를 나타내는 일종의 구애.

"캥캥."

그 소리가 들린 어느 밤. 지성이 넘치는 티파티의 한 기둥은 본능대로 주인에게 배를 내밀고 복종을 맹세하는 한 마리의 암컷 여우로 변하는 것이다.

광고
BA블루 아카이브·25.02.07번역

[소설핫산] 유리조노 세이아는 연애에 있어서도 책사

#유리조노 세이아#소설
좋아요 0댓글 10저장 0
광고
S
so_saku40sivess작가
게시물 8개
ㅇDC
ㅇㅇ(소설핫산)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아카라이브pixiv
게시일2025.02.07 02:07
조회0
광고

댓글 10

나
ㅇDC
ㅇㅇ125.02.07

이 음란퐉스가

ㅇDC
ㅇㅇ225.02.07
디시콘
ㅇDC
ㅇㅇ325.02.07

미친 음란퐉스

ㅇDC
ㅇㅇ425.02.07

이 미친 여우가

ㅇDC
ㅇㅇ525.02.07

대화패턴이 세이아같지가 않은데 흠

광고

so_saku40sivess님의 다른 게시물

전체 보기 ›
TEXT
번역
[소설핫산] 『텐도 케이』와 키스하고 싶은 선생님의 이야기
Sso_saku40sivess018
TEXT
번역
소설핫산) 장래에 대해 고민하다 앞서나가는 유우카 이야기
Sso_saku40sivess08
TEXT
번역
[소설핫산] 다즐링보다 특별한
Sso_saku40sivess010
번역
소설번역) 코유키하고 반성실에서 컵라면을 먹는 이야기
Sso_saku40sivess013
TEXT
번역
[소설핫산] 미카는 선생님과 이어진 코하루를 응원할 수 없다
Sso_saku40sivess021
TEXT
번역
[소설핫산] 모브 학생이 되어 카즈사를 속이는 선생님의 이야기
Sso_saku40sivess017
TEXT
번역
[소설핫산] 시로코를 좋아하는 선생님의 계략에 빠지는 이야기
Sso_saku40sivess010

비슷한 태그의 게시물

창작
소설)미래예지한 세이아가 얀데레 되는 이야기.txt
화화이트팽226
번역
꼴리는 대로 살게 된 세이아 만화
Mmiyamiya_twi058
창작
(소설피폐) 아코에게 장난치는 쓰레기 선생
ㅇㅇㅇ1107
번역
2
요청, 여선생) 세이아 리턴즈 (ミカヅキモ)
Mmikazukimo_4780719
창작
아침을 여는 세이아 그렸음
시시한052
창작
잠입에 실패한 세이아
들들풀_152
창작
(그림)새벽을 여는 세이아 그렸음
시시한244
번역
유녀 미카를 힘으로 참교육 하려고 하는 세이아
Nnikowarih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