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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0자
#나기사
+원문 ゆは太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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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짱은 홍차가 없으면 말라죽는 거 아니야?"
옛날에, 미카 씨와 평소처럼 다과회를 하던 어느 날, 그런 말을 들었다.
"그럴 리가 있나요. 홍차만 마시면 몸에 좋지 않으니 물이나 우유같은 것도 의식적으로 마시고 있습니다."
"나기짱 천연? 진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 정도로 홍차를 좋아한다고!"
"네... 뭐, 그렇네요. 홍차를 끓이고 마시는 행위는 제 일상에 있어 빼놓을 수 없고, 그게 없는 삶은 상상도 하기 싫네요."
"내가 나기짱 찻잎에 장난쳤을 때 엄청 크게 화냈었잖아! 그때 정말 무서웠다구~"
"다음에도 비슷한 짓을 하면 이번에는 귓구멍으로 롤케이크를 먹게 될 거에요."
"미안 미안! 절대 안 할게! 안 할 테니까 그 표정 풀어! 트라우마 생길 것 같아..."
"자업자득이겠죠. 정말이지..."
쓴웃음을 짓는 미카 씨와 어이없어하는 나.
"나기짱에게는 홍차가 제일 중요하구나. 그럼 말이지..."
"네...? 뭔가요?"
"홍차랑 그만큼 중요한 것 둘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나기짱은 뭘 고를 거야?"
"그런 상황이 올 리가 없잖아요. 대체 뭘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되는 거죠?"
"진짜~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고 예를 들어서!"
"흐음... 분명 둘 다 똑같이 좋아할거라 생각해요. 한 쪽만 선택할 수는 없죠."
"에~! 그럼 나나 세이아짱을 버리겠다는 거야?!"
"후후, 미카 씨는 자신감 과잉이에요... 울지 마세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겠다고 한 게 아니에요. 둘 다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을 거에요."
"나기짱은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하나도 못 잡는다는 속담 알아?"
과거의 그런 일상적인 대화가 갑자기 머리에 떠올랐다.
그 자리에서는 둘 다 선택한다는 대답으로 얼버무렸지만, 결국 나는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대답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둘 다 자신에게 있어 소중하고 대체할 수 없는 것들. 홍차는 평생의 동반자라 할 수 있고, 우정은 평생의 보물이라 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라도 사라진다면 키리후지 나기사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가, 그것은...
"안녕, 나기사. 실례할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쪽으로."
오늘 여기 트리니티 종합학원으로 초대한 샬레의 선생님이 어느 날부턴가 나에게 있어 우정과 홍차에 이어 세 번째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정통적인 다즐링을 준비했습니다. 과자도 어울리는 것으로 엄선해서 평소 차를 즐기지 않는 선생님의 입맛에도 맞도록 준비했으니, 가능하다면 드시고 감상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고마워. 나기사라면 분명 열심히 골라줬을 거라고 믿어."
"아뇨, 그런... 선생님을 초대했으니 이 정도 대접은 당연합니다."
"그 마음이 고마운 거야."
부드럽게 미소 짓는 선생님을 보고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억누르며 물을 끓이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 홍차를 맛있게 하려면 끓인 물을 식혀서 온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준비하기 시작해서..."
"괜찮아. 대접받는 입장에서 불평할 생각은 없고, 애초에 이렇게 나기사와 교류하는 걸 좋아하니까."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말에 보답할 만한 수준으로 준비할게요."
"다시마차여도 괜찮아!"
"그건 이제 잊어주세요!"
"잊지 않아. 그것도 나기사와 추억 중 하나니까."
선생님과의 대화는 가슴과 마음이 뛰어서 노골적으로 태도에 드러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속마음을 보인다고 해도 이 사람이 비웃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러고 보니 나기사, 오늘 평소랑 분위기가 뭔가 다르네. 헤어스타일 바꿨어?"
"......바로 알아보시네요. 확실히 평소보다 마무리를 부드럽게 지었지만, 스스로 거울을 봐도 잘 모를 정도의 차이인데."
"하하, 우연이야."
예전에 선생님과 다과회를 위해 쓸 찻잔을 새로 장만했을 때도, 카츄사를 망가트려 비슷한 예비용으로 대체했을 때도, 선생님은 빠르게 알아차리고 언급했다. 아마 나 말고 다른 학생들의 사소한 변화도 알아차릴 정도로 주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을 테니 나만이 특별한 것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기쁜 것은 기쁘다.
"자, 물 온도 조절이 끝났으니 바로 주전자에 물을 붓겠습니다. 이제 2분30초 정도 더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그럼 그 동안 이야기나 조금 할까? 실은..."
그렇게 입을 열며 몸짓 손짓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말하는 선생님. 이 얼마나 훌륭하고 고귀한 시간일까요. 입장 상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조심해서 말하는 대화만 하고 있기에, 선생님처럼 표리가 없는... 적어도 그렇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정말 귀중하기 때문에 더더욱 와닿는 느낌이 든다.
그러는 사이 타이머 알람이 울려 퍼졌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은은한 차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선생님 이야기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미안, 나 혼자만 떠들었네."
"괜찮습니다. 저도 재미있었으니까요. 괜찮다면 차를 마시면서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나기사가 원한다면 기꺼이."
선생님과 나의 찻잔에 차를 따르고 두 사람의 다과회가 시작되었다. 서로 꺼내는 주제는 모두 상투적이지만, 선생님과의 이야기는 언제나 신선하다. 의식이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운 무언가에 싸인 듯한 편안함을 느끼며 선생님과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선생님이 "그러고 보니"라며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나기사에게는 소중한 것이 있어?"
무슨 우연인지 그 주제는 이전에 미카 씨와 나눴던 주제와 거의 동일했다. 비교적 대중적인 이야깃거리이긴 하지만, 방금까지 미카 씨와의 대화를 떠올리고 있던 나에게는 적절한 이야기였다.
"네, 그럼요. 홍차와 우정... 일까요."
『지금은 당신도...』라는 사랑 고백이나 마찬가지인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입 밖에 낸 두 가지 말고도 있다고 돌려서 말하고 싶은 소녀의 마음이 말 사이 묘한 간격을 만들어 버렸다.
"하하, 뭐가 더 있구나?"
"......비밀입니다."
"그렇구나. 궁금하니까 언젠가 들었으면 좋겠네."
"어떨까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선생님이라면 알아차릴 지도 모르고, 제가 말할 필요조차 없을지도 모릅니다."
"나를 너무 과대평가 하지 마. 그나저나 꽤나 빨리 대답이 나왔네. 그것도 두 개나. 혹시 예전에 비슷한 주제로 대화한 적이 있어?"
"얼마 전에 미카 씨와 얘기했어요. 그때는 『둘 중 뭐가 더 중요하냐』라는 미카 씨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지만..."
"어렵네. 그렇지만 그 말은 지금은 답을 찾았다는 소리야?"
"사실 아직이에요. 윤리적으로 우정이라고 대답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렇게 단언할 만큼 저에게 홍차가 가벼운 존재가 아니라서."
"그렇구나."
"물론 저에게 있어 미카 씨도 세이아 씨도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친구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친구를 제대로 소중하게 여긴다면 그걸로 충분해. 오히려 그것에 비견될 정도의 자신만의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해야 할 정도야."
"하지만 그런 질문에 아무 대답도 못 하는 것도 그렇지 않나요?"
"뭐, 확실히 그건 그런데..."
팔짱을 끼고 고민하는 선생님의 주머니에서 갑자기 스마트폰의 경쾌한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잠깐만 실례."
선생님은 화면을 보고 잠깐 아쉬운 표정을 지은 뒤 미안한 듯 내쪽으로 고개를 돌린 뒤 숙였다.
"미안해, 급한 일이 생겨서 서둘러 샬레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그렇군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정말 미안해! 나중에 보상할 테니까! 어라...?"
"왜 그러시나요?"
"아니, 나기사의 차가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야. 혹시 컨디션이 나빠?"
"네?"
그 말에 찻잔을 바라보자, 선생님의 말대로 거의 입을 대지 않은 채 식어버린 홍차의 수면이 파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미 리필까지 했을 텐데, 홍차를 추가로 부은 것은 선생님의 잔 뿐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심정을, 올바르게 파악하여 결론내리고, 놀라움이 점차 진정되었다. 방금 전까지 손의 떨림으로 물결치던 찻잔 속의 홍차의 물결이 고요해진 뒤 나는 입을 열었다.
"아뇨. 저는 괜찮다 못해 건강할 정도에요. 요즘에는 특히나."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토록 좋아해 마지않던 홍차가 스스로의 손 안에서 온기를 잃어가는데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님과의 대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것이 가르키는 사실은 하나 뿐.
"선생님, 서둘러서 죄송하지만 아까 말한 보상하는 날짜를 지금 결정할 수 있을까요?"
"물론. 사과의 의미로 이번에는 내가 정성을 가득 담아 대접할게! 어디 보자... 3일 뒤 어때?"
3일 뒤. 그 날은 미카 씨와 세이아 씨와 같이 외출 계획이 있는 날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다른 날로 부탁한다고 주저 없이 말했을 터인데...
"알겠습니다. 그 날이 기다려지네요. 만약 이 약속이 깨진다면...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절대 다른 일정이 없도록 할게! 중요한 일이 있다고 미리 말하고 다닐 테니까!"
"후후, 농담이에요. 그렇게 필사적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랬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선생님과 보내는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반사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나의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본능적인 대답. 순간적으로 나와버린 그 말을 멈출 방법도, 부정할 이유도 나에게는 없었다. 미카 씨와 세이아 씨에게는 나중에 사과해야 할 것 같다.
"그럼 선생님, 감사했습니다."
"나야말로! 차도 과자도 정말 맛있었어.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떠나는 선생님의 등을 바라보며 심경의 변화에 대해 스스로 생각했다.
홍차보다도, 우정보다도 우선할 정도로 커져버린 선생님의 존재. 그것을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기면서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된 아까의 발언. 대체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지만...
그렇지만 상관없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테이블 위 방치된 홍차처럼 식어버릴지 모른다고 해도.
지금은 그저 선생님과 보내는 『특별』한 시간을 누리는 것이 나에게 있어 최우선 과제니까.
그렇다.
우정보다도, 차보다도... 나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소중한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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