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토스.me
홈모음집마이페이지
SUBSCRIBED
EXPLORE
BA블루 아카이브BR봇치 더 록!ZZZ젠레스 존 제로GI원신HSR붕괴: 스타레일모든 채널 보기문의하기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소설 핫산) 세리나 제로
/블루 아카이브
광고

#미디엄 #M #드라마 #세리나

원본 by いーすたん

===========================

<1a> ~ <3>

<1a>

어느 날 밤, 이름 없는 한 남자가 꿈꾸고 있었다.

홀로 한적한 열차에 몸을 싣고 있는 꿈.

창밖의 풍경은 기억에 없는 것이었고, 열차가 어디로 향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열차에는 동승자가 한 명 더 있었다.

저런 소녀가, 방금까지 여기 있었던가?

정신을 차려보니 소녀는 그의 맞은편 좌석에 앉아 있었다.

시선을 피해야 할지, 아니면 마주 봐야 할지…망설이는 사이 소녀가 말을 걸어왔다.

일단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

“그러니까, 선생님. 부디⋯⋯.”

그곳에서 꿈은 끊겼다.

주변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기 시작하더니, 열차 안팎의 풍경이 모두 사라져 갔다.

<1b>

번쩍.

상당히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그 꿈 덕분일까.

의미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좋은 꿈이었다.

얼굴은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소녀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다니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금만 더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 더 큰 의문이 하나 생겼다.

‘…여기, 어디야?’

잠에서 깨어보니 낯선 장소라니, 농담치고는 질이 나쁘다.

설마 아직 꿈속인 걸까 싶어 이것저것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현실인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혼자 살기에 적당한 원룸…어쩐지 학교나 회사의 기숙사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그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디자인이었다.

벽은 흰색 바탕에 한 면만 분홍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고, 가구나 소품들도 온통 흰색과 파스텔 톤이었다.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분명 소녀의 방일 것이다.

설마 꿈속에 나왔던 그 소녀의 방인 걸까.

달칵.

“후우, 오늘도 힘들었네.”

방 안을 관찰하며 방심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키가 조금 작은 소녀였다. 흰색을 기조로 한 귀여운 교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이 방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분홍색 쇼트커트였는데, 한쪽에서 삐죽 튀어나온 저건 대체 뭘까.

하지만 그녀가 꿈속에서 본 소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사실은, 내 인생이 아마 여기서 종지부를 찍게 될 거라는 점이다.

“다, 당신! 누구예요? 여긴 제 방이라고요!”

“!? 저…저기, 미안합니다! 그게 그러니까, 오해예요!”

결국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낯선 남자가 소녀의 방에 침입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녀가 위협하듯 라이플 총구를 내게 겨누었다는 사실이다.

흰색과 분홍색이 섞인 디자인이라 처음에는 핸드백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실상은 무시무시한 흉기였다.

총포법은 어디로 팔아먹은 걸까?

어쨌든 인생 하직을 알리는 종소리가 귓가에 크게 울려 퍼졌지만, 이런 식의 죽음은 너무 억울하다.

나는 양손을 들어 항복의 뜻을 표함과 동시에 그대로 바닥에 넙죽 엎드려 도게자를 했다.

약간 과한 반응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효과가 있었던 걸까.

눈앞의 소녀는 조금 목소리 톤을 낮춰 주었다.

“아…저기, 그게.

위협용으로 화력을 낮춘 라이플이니까 그렇게까지 겁먹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니, 라이플은 라이플이잖아! 죽는다고!”

“과장이 심하세요……. 아무튼 일단 고개 좀 들어 보시죠.”

어디가 과장이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즉결 처형은 면한 것 같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상황은 변한 게 없지만, 일단 이야기는 들어줄 모양이다.

“방금도 말했지만 여긴 제 방이에요.

정확히는 트리니티의 여학생 기숙사죠.

남성분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정의실현부에 들키지도 않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거죠?”

“믿기 힘들겠지만, 어젯밤 제 방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여기였어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

“그보다, 여긴 대체 어디죠? 트리니티…라니?”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시네요. 기억상실인가요?”

여전히 불청객을 보는 눈초리는 거두지 않았지만, 조금은 경계가 풀린 듯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여학생 기숙사이며, 트리니티는 키보토스의 3대 세력 중 하나라고 한다.

생전 처음 듣는 고유 명사들이 쏟아져 나와 받아들이기가 벅찼지만, 지금은 일단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때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없으세요?”

“그렇게 물어도 딱히…….”

“그럼 어제 자기 전의 일은요? 저녁으로 뭘 먹었는지, 본인의 이름이라든가.”

“그런 건 기억나요. 아, 아직 통성명도 안 했네요.”

“그러게요. 성함, 여쭤봐도 될까요?”

여기서 드디어 자기소개를 할 수 있었다. 사실 그것 말고는 딱히 할 말도 없었지만.

“저는 트리니티 종합학원 2학년, 스미 세리나예요. 구호기사단에 소속되어 있고요.”

“구호…기사?”

“네. 부상자나 환자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세리나라고 밝힌 소녀의 말을 들으니, 그녀가 왜 간호사풍 복장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갔다.

그나저나 구호기사단이라니…….

정의실현부도 그렇고, 이곳 학생들은 거창한 이름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걸로 내가 이세계라고 불릴 만한 장소에 오게 되었다는 건 거의 확정이다.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저기, 생각난 게 있어요.”

“네!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 말씀해 주세요.”

“여기서 눈을 뜨기 직전에 꿈을 꿨거든요.”

“꿈…말씀인가요?”

내가 꿈에서 본 내용을 설명하자, 세리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무단 침입자에 이어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어 신고당하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다.

그녀는 어떤 이미지가 띄워진 화면을 내게 보여주었다.

“혹시 꿈에서 본 풍경이 이런 곳이었나요?”

“맞아요! 바로 여기예요!”

“흐음, 이거 참 묘한 이야기네요…….”

세리나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내게 판결을 내렸다.

“알겠어요.

원래대로라면 정의실현부에 넘겨야 마땅하지만, 지금은 특별히 이 방에 머물게 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절대로 방 밖으로 나가시면 안 돼요. CCTV에 모습이 찍히는 순간 끝이니까요.”

“…네.”

“그리고, 여자아이랑 방에 단둘이 있다고 해서 딴마음 품으시면 용서 안 할 거예요?”

“…명심하겠습니다.”

어찌저찌 일단은 허락을 받은 모양이다.

팽팽했던 긴장이 그제야 풀렸다.

마지막 한 마디를 라이플을 겨누며 말할 때는 소름이 좀 돋았지만.

창밖에는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시간 감각이 맞지 않는 것도 이세계이기 때문일까.

“자요, 저녁 식사예요.”

방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상, 세리나의 방에서 고민하며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생각할 거리는 차고 넘쳤다.

세리나의 말대로 무언가 기억이 날아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은 정리되지 않았고,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한 채 세리나가 건네준 저녁을 받았다.

“미안해. 정말 고마워.”

“여기 있어도 된다고 한 건 저니까요. 편의점 도시락이라 죄송해요.”

“아니야, 이걸로 충분해.”

한 가지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눈앞의 세리나와 말이 통한다는 사실이었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내뱉고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솔직히 소름 끼친다.

덕분에 세리나와는 꽤 가까워졌고, 이렇게 필요한 것들도 챙겨주고 있다.

배려 차원에서 방구석에 앉아 있는 내 곁으로 세리나가 다가왔다.

“드시면서 괜찮으시면 이야기 좀 나눌까요?”

“물론이지. 나도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거든.”

“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요.”

“키보토스에 대해서라든가, 이것저것 알려줬으면 좋겠어.”

“그렇군요. 물론 상관없어요.”

세리나에게 키보토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내가 지금까지 있던 곳과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꿈속에 나타난 그녀는 나를 이 낯선 땅으로 보내서 대체 무엇을 시키고 싶었던 걸까.

다시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져 대화가 끊겼다.

“…에잇.”

“왁!?”

“후훗, 역시 많이 피곤하신가 보네요.”

“미안, 잠시 멍하니 있었네.”

“저녁 식사가 늦어버렸으니까요. 양치하고 오늘은 이만 자요.”

세리나가 옆에서 기습적으로 볼을 찌르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세리나의 말대로 오늘은 정말 지쳤다.

여러 가지 의미로.

“제가 출장 중에 쓰는 침낭이에요. 바닥이 좀 딱딱하겠지만 참아 주세요.”

“고마워.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야.”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 세리나.”

세리나에게 받은 침낭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방의 불이 꺼졌다.

세리나의 침낭이라 그런지 안에서 은은하게 좋은 향기가 났다.

아차, 너무 의식하면 나중에 곤란해진다.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눈을 감고, 어제의 꿈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의식을 집중했다.

하지만 묘한 긴장감 때문인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바닥에서 몇 번이나 뒤척이고 있자니, 침대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세요? 주무시고 계신가요?”

“아니, 전혀. 혹시 방해됐어?”

“왠지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미안해. 역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서.”

“…조금 더 이야기 나눌까요?”

그렇게 말하며 세리나가 잠시 방을 나갔다.

금방 돌아온 그녀의 손에는 우유가 담긴 컵 두 개가 들려 있었다.

나는 침낭에서 나와 세리나가 이끄는 대로 그녀의 침대맡에 걸터앉았다.

“자요, 따뜻한 우유예요.”

“고마워. 세리나에겐 도움만 받네.”

“그러게요. 저도 제가 왜 이러고 있나 싶어요.”

“…확실히 그렇긴 하네.”

냉정하게 생각하면, 집주인이 없는 사이에 자기 방에 들어와 있던 사람을 돌봐준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호의 덕분에 키보토스에서의 첫날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지금은 이곳으로 날아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렇게 결론짓기엔 아직 이르지만.

“아직 생각 중이시죠? 뭐라도 떠올릴 수 있는 게 없을까 하고.”

“응.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왜 여기 있는지 정도는 알고 싶어서.”

“무리한다고 좋을 건 없어요. 하지만 확실히 계속 여기 계시는 것도 그…….”

“방해된다면 언제든 말해줘. 아, 그래도 정의실현부에 넘기는 건 좀…….”

“후훗, 알겠어요. 들키지 않게 여기서 나가는 것 정도는 도와드릴게요.”

어스름한 방 안에서 딱히 알맹이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은 꽤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이었다.

심지어 그 상대는 꽃다운 소녀.

어제의 꿈도 비현실적이었지만, 이 상황은 그 이상일지도 몰라서 역시 아직 꿈속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왜 그러세요? 제 얼굴을 빤히 보시고.”

“앗!? 저기…그게, 미안.”

“딱히 화나진 않았어요. 하지만 그 표정을 보니 조금은 진정된 모양이네요.”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럼 이제 정말 자요. 괜찮으시면 제 침대 옆자리, 어때요?”

“!?”

“농담이에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세리나는 쿡쿡 웃으며 비어 있는 머그컵을 챙겼다.

잠시라도 기대했던 나 자신을 한심하게 느껴지며 다시 침낭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세리나의 향기가 나는 침낭 속에서 방금 세리나의 표정이 떠올라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지만, 이내 평온한 잠에 빠져들었다.

<2a>

그리고 남자는 다시 꿈을 꾸었다.

장소는 어제와 같은 열차 안.

맞은편 좌석에 앉아 있는 것도 역시 같은 소녀.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소녀가 먼저 말을 건넸다.

“죄송해요.

당신을 찾아내서 데려온 것까진 좋았는데, 호출 장소랑 시간을 착각해 버렸어요.”

“나답지 않게 조금 당황해서 살짝 간섭을 좀 했습니다.

덕분에 마음씨 착한 학생의 도움을 받은 것 같아서 안심이에요.”

“무슨 말이냐고요? 미안하지만 내 입으로 직접 말해줄 순 없어요.”

“아무튼 다음엔 제대로 할 테니까, 다시 한번 이 세계를 잘 부탁합니다.”

소녀가 그 말만을 남기자 다시 꿈의 끝이 찾아왔다.

열차 안팎이 안개에 휩싸이더니, 이윽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2b>

번쩍.

다시 눈을 떴다.

여전히 기분 좋은 아침이다.

결국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내 앞에는 세 명의 소녀, 그리고 한 명의 성인 여성이 있었다.

그중에 세리나의 모습은 없었다.

나나가미 린이라고 자칭한 여성의 페이스대로 대화가 진행되었다.

어제보다 절박한 위기감은 없었지만, 이야기가 너무 빨라 불안해졌다.

“그럼 선생님. 세 사람이 출격할 테니 지휘를 맡아 주세요.”

“네?”

아니, 출격이라니?

그것도 이 아이들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고생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하지만 다시 보니 세 사람 모두 라이플이나 핸드건을 손에 들고 무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의 세리나도 그런 느낌이었지.

키보토스에서는 이게 표준인 걸까.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 애썼지만, 다들 기다려 주지 않았다.

에이, 모르겠다!

게임으로 다져진 나의 지휘 능력을 보여주마!

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는 세 사람에게 지시를 내렸다.

바로 근처에서 총성이 들려오니 솔직히 무서웠다.

하지만 전장의 아이들은 피아 구분 없이 총알을 맞아도 단순히 그 자리에 쓰러질 뿐이었다.

어쩌면 서바이벌 게임 같은 걸까.

빗나간 총알에 맞은 나무 상자가 화려하게 박살 나긴 했지만.

그렇게 몇 분 후, 게임 경험 따위는 쥐뿔도 도움이 안 된 나의 지휘 덕분에 세 사람은 멋진 승리를 거두었다.

“역시 선생님. 훌륭한 지휘였습니다.”

“총학생회장 대행이라는 직함은 허울이 아니었나 보군요.”

“선생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세 명의 학생이 나를 칭찬했다.

당연히 실감은 나지 않았다.

그 후로도 이야기는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총학생회 산하 기관인 샬레에서 선생으로 일하게 된 모양이다.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나나가미 린은 내 말도 듣지 않고 방을 나가버렸다.

방에 남겨진 것은 나와 세 명의 학생뿐.

“…일단, 자기소개 좀 해줄래?”

세 사람의 자기소개.

그중에 낯익은 학교, 그리고 단체(?)의 이름이 있었다.

트리니티 종합학원. 정의실현부.

그녀를 통해서 세리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두 사람보다 키가 커서 솔직히 말을 거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럼,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같이 방문하시겠어요?”

“꼭 부탁해.”

“하스미 씨, 선수 치는 건 좋지 않아요. 선생님, 게헨나 학원에도 꼭 와 주세요.”

“총학생회는 각 학교를 공평하게 대해야 합니다.”

“그, 그래. 그럼 나중에 두 사람의 학교에도 가볼게.”

두 사람에게 다짐을 하고, 하스미의 안내를 받아 트리니티로 향했다.

세리나와 그녀의 방 분위기를 보고 아가씨 학교 같은 곳일 거라 짐작은 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건물들 앞에 압도당했다.

이게 다 학교라고? 거짓말이지?

“선생님, 여기 출입증입니다.

아직 선생님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 잘 보이는 곳에 달아 두세요.”

“여러모로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그럼 천천히 둘러보세요.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주시고요.”

하스미에게 받은 출입증을 목에 걸고, 거대한 건물 숲 사이로 한 걸음씩 내디뎠다.

의심받을 일은 없겠지만, 역시 긴장됐다.

분명 세리나가 구호기사단 소속이라고 했었지.

활동 장소를 아는 사람이 있길 바라며 지나가는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구호기사단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구호기사단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쪽 병원 안에 있지 않을까요?”

“그렇구나. 한번 가볼게. 고마워.”

“저기…혹시 오늘 총학생회에 부임하신 선생님이신가요?”

“응, 맞아. 벌써 소문이 났어?”

“네! 아까부터 SNS에서 화제예요.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안내받은 대로 트리니티 학교 병원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사람만 한 개, 고양이, 참새, 로봇 등이 옷을 입고 이족 보행을 하고 있었다.

키보토스 참 대단하네……. 적응할 수 있을까.

병원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는 총학생회의 기자회견이 뉴스로 방송되고 있었다.

나와 똑같은 얼굴이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TV 화면과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얼떨결에 인사를 하게 된 후, 나는 접수처로 향했다.

“구호기사단 학생을 만나고 싶은데,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렇게 묻자 직원은 그녀들의 대기실로 안내해 주었다.

“실례합니다. 샬레의 선생님께서 여러분을 뵙고 싶어 하셔서…….”

“정말요!? 네, 저도 뵙고 싶었어요!”

문 너머에서 어제 내내 들었던 것과 똑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눈을 떴을 때부터 급전개의 연속이었지만,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니 안도감이 밀려왔다.

직원이 안내해 준 방에서 나는 반나절 만에 세리나와 단둘이 마주하게 되었다.

“선생님! 아침에 일어났더니 안 계셔서 깜짝 놀랐어요.”

“미안해, 말도 없이 나와서. 사실 나도 눈을 뜨니까 또 모르는 곳에 있었거든.”

“처음엔 꿈이었나 싶었어요.

어제의 기억도 띄엄띄엄해서…그래서 오늘 뉴스를 봤을 때는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질러버렸지 뭐예요.”

“그렇겠지. 보통은 깜짝 놀랄 만한 상황이니까.”

세리나의 안내로 소파에 앉아 그녀가 내어준 차를 마셨다.

어제오늘 일어난 일이라 해도, 아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역시 마음이 놓인다.

알게 된 경위가 조금 비정상적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 어제는 죄송했어요. 설마 샬레의 선생님께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니.”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할 상황뿐이었으니까.”

“그건, 뭐랄까……. 아주 잠깐 정신이 나갔던 것 같기도 하고…….”

“맞다, 뭐라도 보답하게 해줘. 세리나에겐 빚이 많으니까.”

“아니에요, 딱히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부담 갖지 마. 안 그러면 내 마음이 안 편해서 그래.”

간호사는 흔히 백의의 천사라고 비유되지만, 나에게 어제의 세리나는 천사 그 자체였다.

제발 사양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자, 세리나는 입가에 손을 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럼, 선생님의 열을 재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렇게, 이마를 콩 하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음, 딱히 깊은 의미는 없지만…싫으신가요?”

“싫은 건 아니지만……. 정말 그걸로 되겠어?”

“네.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잠시 눈을 감아 주시겠어요?”

세리나의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게 소원이라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고개를 살짝 들고 눈을 감았다.

옆에 앉아 있던 세리나가 일어나 내 앞으로 이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젯밤, 그 연장선 같은 느낌이 들어 어쩐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마음의 준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마에 무언가 따뜻한 것이 살며시 닿았다.

“……?”

닿은 부위로부터 무언가 흘러 들어오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흘러 들어온 것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맴도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아니, 설마 과민 반응이겠지.

“네, 끝났어요. 열은 없으시네요.”

“응. 지금으로선 몸 상태에 이상은 없는 것 같아. 방금 좀…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냐.”

“괜찮으세요?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어리광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방금 머릿속에서 무언가 맴돌았던 느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여자아이가 가까이 있는 긴장감 때문에 생긴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런 걸 입 밖으로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 이제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나나가미 린에게 받은 단말기가 알림을 울렸다.

어디 보자, 뭐라고?

샬레의 준비가 끝났으니 즉시 복귀하라고.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미안해, 세리나. 호출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

“아쉽네요. 그럼 선생님, 다음엔 꼭 샬레에서 봬요.”

“알겠어. 꼭 초대할게.”

“감사합니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단말기 전원을 끄고 주머니에 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세리나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어쨌든 샬레로 돌아가기로 했다.

낯선 키보토스 땅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모르는 것투성이라 불안은 끝이 없지만, 그래도 세리나와 친해진 것은 큰 수확이다.

여러모로 도움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료 목적으로 신세 지는 일은 없도록 조심해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트리니티 병원을 나섰다.

<3>

선생님이 나간 방에서 다시 한번 숨을 고른다.

어제부터 정말 엄청난 일들이 계속됐구나…….

결국 그분은 왜 내 방에 있었던 걸까.

물어보는 걸 깜빡했네.

하지만 덕분에 가까워질 수 있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일까.

“그보다, 방금 그건 잘 됐을까요.”

눈을 감고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린다.

잠시 후, 선생님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접수처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은 희미하게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건 연습이 좀 필요하겠는걸.

“후우……. 앗, 선생님의 분실물일까요?”

다시 눈을 뜨자 소파 위에 낯선 손수건이 떨어져 있었다.

선생님이 흘리고 간 모양이다.

지금이라면 전해주러 가도 늦지 않는다.

아니…….

나는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아까보다 짧은 시간에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병원 자동문을 지나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었다.

달려서 쫓아가기엔 무리가 있겠지만…이거라면!

“후훗, 아무래도 성공한 모양이네요.”

눈을 뜨자 나는 병원 입구에 서 있었다.

바로 근처에 선생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앗, 지금 기뻐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는 멀어져 가는 선생님을 향해 서둘러 말을 걸었다.

“선생님! 물건 흘리셨어요!”

“세리나!? 어, 정말이네. 그거 내 손수건이야.”

“역시 그랬군요. 제때 맞춰서 다행이에요.”

“미안해. 여기까지 뛰어오느라 힘들었지?”

“어…아, 아뇨.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어떻게든 말을 맞추고는 선생님께 손수건을 돌려드렸다.

병원을 떠나가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다시 한번 배웅한다.

그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듬직한 분인 것 같아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된다.

선생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Fin.

광고
BA블루 아카이브·26.08.30번역

소설 핫산) 세리나 제로

#스미 세리나#소설
좋아요 0댓글 12저장 0
광고
いP
いーすたん작가
게시물 9개
고DC
고관위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6.08.30 00:34
조회0
광고

댓글 12

나
ㅇDC
ㅇㅇ126.08.30

뭣

ㅇDC
ㅇㅇ226.08.30

흐뭇하구만

ㅇDC
ㅇㅇ326.08.30

표식 찍혔네ㄷㄷ

ㅇDC
ㅇㅇ326.08.30

근데 이거로 끝인감?

고DC
고관위작성자26.08.30

@바나나사자 단편이니까요

ㅇDC
ㅇㅇ426.08.30
디시콘
ㅇDC
ㅇㅇ526.08.30

세리나 텔포 설정을 이렇게 맛도리로 풀다니

광고

いーすたん님의 다른 게시물

전체 보기 ›
번역
소설 핫산) 슈퍼 AI의 왜곡
いいーすたん05
TEXT
번역
소설 핫산) 미요에게 사랑의 레슨
いいーすたん09
TEXT
번역
소설핫산) 선생님의 일일 만마전 고문기(顧問記)
いいーすたん010
TEXT
번역
[소설핫산] "네네, 트릭 오어 트리트... 네? 트릭?"
いいーすたん05
TEXT
번역
[소설핫산] 마리와 이로하의 우연한 만남
いいーすたん014
TEXT
번역
[소설핫산] 기분좋은 히무로 세나와 함께한 하루
いいーすたん010
TEXT
번역
[소설핫산] 세나와 선생님의 애프터 발렌타인
いいーすたん08
번역
스포) 소설핫산) 히무로 세나가 잊을 수 없었던 것
いいーすたん08

비슷한 태그의 게시물

번역
실력 행사에 나서는 세리나
Rrinomiyaminori324
창작
하나에 / 세리나 크리스마스 짤 그려옴
멍멍멍보리킥056
번역
2
세리나한테 깃털펜을 선물받았다
Pponzu_purin_234
창작
(소설피폐) 히마리에게 장난치는 쓰래기 선생
ㅇㅇㅇ0101
번역
2
선생님 치료 해주는 세리나
Pponzu_purin_426
번역
스미 세리나는 멈추지 않아
Ddermar_gg342
창작
악마 세리나
사사야일레158
번역
선생님에게 삶은 달걀 주는 세리나
Pponzu_purin_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