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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선생님의 일일 만마전 고문기(顧問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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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고

오늘은 휴일이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날은 얼마 만일까.

아니, 오늘은 학생들과의 약속조차 없는 날이다. 완전 프리! 오프!

조금 쓸쓸한 면도 있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결코 나쁘지 않다.

그럼, 오늘은 뭘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침실을 빠져나온다.

"아, 선생님. 안녕!"

그래... 모든 것이 순조로운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기보다 완전히 한가하다는 걸 누군가에게 들키게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아, 안녕... 무츠키..."

"아하하.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되잖아. 아침부터 귀여운 무츠키를 만날 수 있어서 기쁘지 않아?"

"이대로 아침밥이 준비되면 더 기쁠지도."

"쿠후훗. 선생님도 역시 그런 걸 기대하는구나. 그래서..."

컨디션이 무너진 상태에서 그 페이스를 따라가는 건 솔직히 힘들다.

하지만 무츠키가 그 큰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하는데, 설마...?

아니, 그 사이에 현관문을 살펴보자. 문이 박살나지 않았다면 그걸로 OK.

......운 좋게도 OK였기 때문에 거실로 돌아오니 무츠키가 테이블에 식사를 차려놓고 있었다.

"엑. 대단해!"

"그렇지~ 뭐, 무츠키쨩도 진심을 내면 이 정도는... 그치?"

"이거 정말 무츠키가 만든 거야?"

"글쎄?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해?"

".......뭐 들어있는 거 아니지?"

테이블 위에 늘어서 있던 건 제대로 된 아침 식사였다.

일에 쫓기는 일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정성이 들어간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건 무츠키다. 과거의 기억이 머리를 스친다.

"선생님~? 무슨 말이야. 가끔은 나도 선생님을 위로하려고 힘낸다구."

"그, 그런거구나... 그러면 다행이지만."

"그런데도 선생님은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쇼크네~."

"아, 미안."

"쿠후후~ 딱히 괜찮아. 자, 선생님. 제대로 먹어줄 거지?"

"물론."

무츠키의 말을 일단 믿고 테이블 앞에 앉았다.

아침밥의 맛있는 냄새가 잠에서 깨어난 배고픈 머리를 깨운다.

빨리 먹자.

"그럼, 잘 먹겠습니다."

"네~ 부디. 무츠키쨩이 직접 만든 애정 가득한 아침 식사. 드세요~."

다만, 아무래도 입에 넣기 전에 한숨을 쉬게 된다.

기미를 본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가급적이면 알고 싶지 않았다.

"잘 먹었습니다(평범한 아침식사였네)"

"네~ ...그런데 선생님. 뭔가 다른 생각 하지 않았어~?"

"아무것도 안했는데."

"쿠후후. 뭐, 그렇다고 해둘게. 그럼 나가볼까?"

"엑."

"오늘 선생님이 같이 가줬으면 하는 곳이 있거든. 물론 따라와주겠지?"

그렇군. 그런 속셈이었나.

"그런거였나. 좋아."

"아하하. 그럼 어서 갈까. 자 자~"

"자, 잠깐 기다려. 그 전에 옷 갈아입게 해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좋지 않아!"

어떻게든 무츠키를 기다리게 해서 옷을 갈아입고 드디어 출발.

이렇게 무츠키와 둘이서 외출하는 건 왠지 모르게 오랜만이다.

무츠키도 그게 기쁜 걸까. 내 팔을 두 팔로 잡고 놓지 않는 자세.

나는 되도록 담담한 척하며 대응했다.

"오옷. 선생님. 이렇게 팔을 꽉 잡히면 두근두근하지 않아?"

"무츠키라면 늘 하는 일이라는 느낌일까."

"우~ 재미없어. 아니면 그냥 강한 척하고 있을 뿐?"

"글쎄 어떠려나. 근데 어디로 가는 거야?"

"쳇. 뭐, 됐나. 오늘의 행선지는... 도착한 후에 기대해."

"그런가. 그럼 기대해 볼게."

무츠키와 평소 같은 대화를 나누며 샬레의 숙소를 나선다.

눈앞의 도로에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전차가 멈춰 있었다.

"아, 저건 확실히..."

"쿠후후. 선생님. 간다~!"

"어, 잠깐... 무츠키!? 갑자기 뭘??"

"영차~!!"

"우,우와아아아악!!"

"아하하하하하. 선생님의 비명소리, 재미있어!!"

보도에 나가자마자 무츠키가 내 허리를 잡고 힘껏 던져버렸다.

역시 키보토스인. 방심하고 있던 나는 무방비로 허공에 떠 정지해 있던 전차쪽으로 날아갔다.

적어도 머리를 지키기 위해 착지 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무츠키... 오늘은 무슨 생각인거야!?

풀썩

탱크 상부 입구에 홀인원 한 나는 그 안에 준비된 쿠션에 안착했다.

사, 살았다... 하지만 머리는 혼란스러운 상태. 밖에서는 여전히 무츠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음, 생각보다 솜씨가 좋네요. 다시봤습니다."

"그 목소리는... 이로하인가."

"네. 안녕하세요. 오늘은 시간이 있다고 들었기에 이렇게 모시면 어떨까 해서."

"좀 더 다른 방법은 없었어?"

"글쎄, 어떠려나요. 몇 번이나 말을 걸어도 만마전에 와 주지 않는 선생님이니까요."

그렇다는 건 무츠키는 이로하에게 사주받은건가?

겨우 착지의 충격에서 벗어난 머리로 어떻게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선생님. 이것도 아루쨩과 흥신소를 위한 거니까."

"무츠키씨. 멋진 솜씨였어요. 감사합니다."

"이 정도야 낙승이지. 그럼 이후는 느긋하게 보내시길~"

덜컹

무츠키와 이로하의 짧은 대화가 끝나자 전차의 출입문이 닫혔다.

역시 두 사람은 결탁했던 모양이다.

"그럼 선생님, 가볼까요?"

"결국 무슨 얘기인거야..."

"뭐, 그건 이동하면서 설명하기로 하고..."

"만마전 일일고문?"

"네. 선생님이 저희에게 오지 않는 이유를 생각한 결과, 만마전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런 이유로, 지금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선생님에게 일일 체험 형태로 와주셨으면 좋겠다 싶어서."

"변하지 않을거라 보는데..."

전차에서 편히 쉬면서 이로하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역시 핀트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을 담은 나의 중얼거림은 이로하의 귀에 닿지 않은 듯 했다.

"어쨌든 오늘 하루도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평소와는 반대로 오늘은 제가 선생님을 이끄는 쪽이니까요. 후훗."

"뭐, 이로하가 그걸로 만족해준다면..."

"예, 우선은 이걸로 충분합니다."

"진짜 오늘뿐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로하의 기대에 찬 표정을 보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한가했으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자신에게 말하며 오늘은 이로하와 함께 하기로 했다.

―――

"선생님, 안녕~~~!"

"아, 이부키. 오늘도 기운이 넘치네!"

"응. 어제 선생님이 온다고 해서 평소보다 많이 잤어!"

만마전에 도착하자마자 이부키가 마중을 나왔다.

역시 만마전의 힐링 요인. 오늘 아침부터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것 같아.

그런데 다른 멤버가 보이지 않는 거 같은데.

"이로하, 다른 멤버는 없어? 회장이라든가..."

"아아, 오늘은 없어요. 그리고 게헨나에선 여기 회장은 이부키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 선생님도 거기에 맞춰주세요. 오늘은 게헨나에서 활동할 예정이니까."

"그런 거야...?"

"그런 겁니다. 그럼 우선 선생님은 이부키와 함께 게헨나 안을 순찰해보시죠."

"어, 오늘은 이부키가 선생님과 함께?"

"그래요. 저는 없지만 괜찮죠?"

"응~! 이부키, 오늘도 힘낼게!"

내가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이로하와 이부키 사이에 대화가 진행된다.

일단 일일 고문으로서 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싶지만.

"순찰이라니...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정해진 루트를 돌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뿐입니다. 산책 같은 거죠."

"그건 선도부에서 하는 일..."

"선도부에 맡기면 선도부의 존재의의를 인정하는 셈이잖아요."

"에에..... 그럼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전력은 충분해?"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으니 신경쓰지 마시길."

진짜 괜찮은 건가 이거. 이부키의 전력도 잘 모르는데.

"뭐, 됐나. 그럼 이부키. 갈까?"

"응~! 아, 선생님!!"

"음.... 그러니까..."

이부키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양손을 내 쪽으로 내밀고는...

"이부키, 키가 작아서 선생님과 같은 높이로 다니고 싶어!"

"아, 응. 그런 얘기네..."

"그러니까 선생님. 이부키를 업어줬으면 좋겠어."

"그건 문제없지만... 보기에 조금..."

"그럼 목말이라도 괜찮아!"

"그것도 그, 으음..."

"안 돼...? 이부키로는, 무리일까?"

이부키가 눈물을 글썽이며 호소하지만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기 힘들다.

일진일퇴의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데, 이로하가 파고들었다.

"아, 맞다. 선생님. 지금 만마전은 선생님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이부키를 울린다면 그냥은 끝나지 않을테니, 주의해주세요?"

"좋아, 이부키. 목말로 괜찮아?"

"와아~ 선생님. 고마워!!"

이로하의 저 눈은 진심이었다. 무서워.

결국 이부키를 목말태우고 만마전을 출발.

아무튼 아는 사람은 만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히나라든가.

―――

"오늘도 평화롭네. 선생님."

"그러네."

"저기, 선생님. 들어봐. 어제 이로하 선배랑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아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게헨나 학원을 빠져나온 나와 이부키는 인적이 드문 길을 걷고 있었다.

루트는 이부키가 파악하고 있으니 나는 거기에 따라 걸을 뿐이었다.

이부키와 잡담을 나누며 걷다 보면 정말 산책을 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

자세상으로 내 어깨에 타고 있는 이부키의 좋은 냄새... 가 아니다.

결단코.

"(...너무 평화롭지 않아?)"

이곳은 게헨나의 인적 드문 길.

아무리 게헨나 최강인 히나와 함께 걷는다고 해도 어딘가에서 노려보는 시선을 피할 수 없는 곳일 터.

그런데 오늘만큼은 그런 기척이 전혀 없고, 이부키와 나의 대화만 잘도 울려퍼지고 있었다.

너무 부자연스럽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타타타타타탕

콰쾅!

내가 품은 의문에 대답해준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별로 기쁘진 않지만.

당연히 나도 이부키도 표정이 바뀐다.

"아, 선생님! 저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어."

"그런 모양이네. 어쩌지."

"이부키가 말리고 올게. 그러니 내려줘."

"어... 하지만 역시 둘이서만 가는 건 위험하잖아."

"선생님 빨리~!!"

"앗, 잠깐, 날뛰지마, 알았으니까."

"너희들~~~~~~!!"

"잠깐, 혼자 가는 건 안 된다고 했잖아."

어깨 위에서 버둥거리는 이부키를 내려놓자 이부키는 그대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혼자 행동하게 하는 건 좋지 않다. 나도 서둘러 뒤쫓아간다.

간 곳의 개활지에는 낯익은 복장의 무리들이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이부키는 기운 빠지는(라기보다는 여운) 목소리를 내며 그 장소로 돌진 한다.

아니 잠깐, 더 이상은 접근할 수 없어!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너희들~~~~. 싸우지마~~~!!"

"윽... 어이, 저거!!"

"만마전의 이부키쨩이다!! 어이, 사격 중지!!"

"응. 각각 리더! 나와줘."

"아, 접니다." "이쪽은 나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싸움은 떽! 이야."

""네!!""

"알았으면 화해의 악수."

""네!!""

"(.......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무슨 일인가 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항쟁은 휴전.

눈앞에는 양 진영의 리더로 보이는 두 사람이 악수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어, 뭐야. 무슨 일이야?

"너, 샬레의 선생 아냐?"

"이런 데서 뭐하는 거야?"

"응? 맞아. 이부키와 함께 순찰하고 있었는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무슨 일이냐니..."

"이부키에게 들켰으니 일단 휴전했을 뿐인데."

할 일이 없어진 양 진영 학생들이 말을 걸어왔다.

모처럼의 기회이니 눈앞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해설을 요청했다.

"이부키쨩... 이 그렇게 무서워?"

"그야 이 지역을 관할하는 게헨나 학원 학생회장이니까."

"만약 여기서 싸움을 멈추지 않으면 게헨나의 전차 부대가 모두 이곳으로 몰려와."

"그렇게 되면 우리는 끝장이지. 그래서 이럴 수밖에 없어."

"헤, 헤에..."

"선생도 조심해. 선생은 게헨나 사람이 아니니까 좀 낫겠지만."

"이부키를 울리면 당분간은 게헨나에 들어올 수 없게 될 거야."

"그래. 알았어. 조언 고마워."

이부키쨩... 대단해. 아니, 대단한 건 그 뒷배일까.

"선생님. 제대로 화해해줬어!"

"으, 응. 수고했어... 역시 이부키야."

"와아. 선생님한테 칭찬받았다! 에헤헤."

"그럼 계속 갈까?"

"네~!!"

다시 이부키를 목말태우고 순찰길로 돌아간다.

이부키가 순찰중이라는 정보가 전해졌는지, 누구도 싸움을 일으키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대로 게헨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아무 일도 없는 평화로운 순찰, 트리니티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

이부키쨩. 대단해.

"어서오세요. 선생님. 어떠셨나요?"

"뭐랄까, 평화로웠어."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이 「다행」은 누구를 향한 말일까.

"그런데 선생님. 점심말인데, 후우카씨가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에, 후우카땅이!?"

"거기서 기뻐하는 모습이 왠지 거슬리지만, 뭔가 요청이 있다면 들어드릴게요. 라는데요."

그거야 당연히 기쁠 수밖에. 후우카땅의 수제요리를 맛볼 수 있는 건 언제나 기쁘다.

그래서 요청이라면 이것저것 다 해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점심시간. 저녁 식사 같은 풀코스는 역시나 요청해선 안된다.

그렇다면 한 메뉴로... 무엇이 좋을까. 한 가지로 좁히자니 너무나 고민스럽다.

"후우카땅의 수제요리... 후우카땅..."

"선생님은 후우카씨를 원함... 전송."

"자, 잠깐 기다려."

후우카땅의 수제요리를 머릿속으로 몇 가지 떠올리고 있는데, 이로하가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 아니, 약간 입 밖으로 새어나오긴 했지만.

"뭔가요, 선생님. 몇 번이나 후우카씨의 이름을 연호하고. 솔직히 기분 나쁜데요."

"크윽... 반박할 수 없어. 아니 근데 그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아, 그러셨나요? 이미 전해버렸지만요."

"이로하...... 일부러 그러는 거지."

"글쎄, 무슨 말씀이신지. 아, 후우카씨로부터 답장이 왔네요. 『아직 점심시간이라 그...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네요."

"지금 당장 정정해줘!!"

그리고 잠시 후 이로하와 게헨나 식당으로 향했다.

결국 뭐가 나올지 모르는 채여서 솔직히 긴장된다.

"아, 선생님. 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봐, 역시 미묘한 분위기잖아.

"후우카땅. 한 마디만 하자면 그건 오해라고 할까..."

"괜찮아요. 이로하씨로부터 다음은 들었으니까요."

"아, 그래?"

"선생님이 제 이름을 몇 번이나 불러주다니..."

이로하씨? 정정하는 김에 쓸데없는 소리 하는거 아닙니다.

그런 눈빛을 보냈지만 이로하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정말이지. 이제 됐어요, 선생님. 제 요리가 드시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아, 으음... 그게..."

"아시겠어요? 약속이에요."

"네. 네에."

"그럼 이쪽으로 앉으세요. 지금 식사 가져다 드릴게요."

결국 후우카땅과 약속을 하게 되었다. 뭐, 한 번쯤은 내가 요청해보자.

정신을 차리고 착석하자 이내 맛있는 냄새가 주방에서 풍겨왔다.

나온 건 큰 사이즈의 볶음밥과 수프, 그리고 작은 경단.

점심에 어울리는 정식세트라 할 수 있는 라인업이었다.

물론 볶음밥은 형형색색의 재료가 들어있어 정성이 느껴졌고, 수프도 육수의 향이 잘 배어 있었다. 역시 후우카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다.

"선생님. 흘리면 안 되니까 앞치마도 꼭 입으세요."

"고, 고마워. 그럼, 잘 먹겠습니다... 어라?"

후우카땅이 뒤로 돌아서서 앞치마를 입혀주었다.

그것을 기다렸다 먹으려고 하는데, 숟가락도 젓가락도 보이지 않는다.

설마 후우카땅이 잊어버렸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 숟가락은 여기 있어요."

"그렇구나, 다행..."

"자. 선생님. 아~ 해주세요."

"엑!?"

어디선가 숟가락을 가져오나 싶더니 후우카땅이 직접 볶음밥을 떠서 내 입에 가져다주었다.

"자. 선생님. 빨리 먹지 않으면 식어버릴 거예요."

"아니 잠깐, 갑자기 무슨 일이야?"

"선생님의 요청에 최대한 응해 드리고 싶어서요. 자, 아~"

요청이라면 이로하가 말한 그거인가.

그럼 완전 오해하고 있는 거잖아!

어이, 이로하 맛있다는 듯이 볶음밥만 먹지 말고 좀 도와줘!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해도 이로하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이젠 도망갈 곳이 없어.......

"아, 아~......"

"네. 여기."

"냠냠....... 음, 맛있어!"

"정말인가요? 기뻐요!"

이부키 때 이상으로 그림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후우카땅의 수제 요리는 여전하다.

한 번 입에 넣으면 여러 가지 재료와 절묘한 조미료의 하모니가 펼쳐진다.

이건 대단하다. 후우카땅을 몇 번이고 칭찬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그럼 선생님. 자. 다음도 아~ 해 주세요."

"(에, 아직 계속되는 거야?) 아, 아아~......"

"남기지 말고 다 드세요."

결국 볶음밥은 물론이고 수프와 경단까지 후우카땅이 먹여주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입을 벌리고 잘 씹어 삼키는 것뿐.

후우카땅이 계속 기뻐하는 모습에 거절할 수 없었고, 이로하도 도중부터 냉담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져야 할텐데 왠지 모르게 지쳐버렸다.

"자, 잘 먹었습니다..."

"네. 변변찮았습니다. 선생님, 어떠셨나요?"

"엄청 맛있었... 어?"

"그건 다행이네요.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요리를 만들어 드릴 테니 또 말씀해 주세요."

"응. 고마워."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우카땅은 작은 목소리로 눈짓하며 이렇게 물었다.

"아, 그리고 아~ 하는건 어떠셨어요?"

이로하의 시선이 신경쓰이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렇게 된 책임의 절반은 있는 셈이니 솔직하게 대답하자.

"최고였어! 귀여운 후우카땅이 아~ 해준다니 정말 행복하네."

"후훗. 그럼 그쪽도 언제든지 해드릴게요."

"정말!?"

"네네, 선생님. 시간이 다됐으니 이제 가볼까요."

"에, 아, 잠깐... 이로하, 기다려..."

반쪽짜리 대답이었지만 후우카땅은 기뻐보였다.

나는 그대로 이로하에게 옷을 끌려가는 형태로 식당을 떠났다.

점심을 먹고 만마전으로 돌아간다. 앞을 걷는 이로하가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얹짢아 보였다.

"꽤 즐거워 보이시던데요. 선생님."

"애초에 이로하가 그런 말을 했기 때문인 거 같은데..."

"너무 즐거워 보여서 포크라도 던져줄까 싶었어요."

"완전 무셔!!"

"뭐, 후우카씨가 있었으니까 직전에 자중했지만."

"심지어 이유는 그쪽?"

"후우카씨 눈앞에서 그런 짓을 해버리면......."

이로하의 안색이 나빠졌다.

도대체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해버리면...?"

"아뇨, 선생님은 모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 그런가..."

"그보다 다음 일이 있습니다. 응급의학부 시찰을 다녀오세요."

"아, 뭔가 그럴싸한 일이네."

"뭐가 그럴싸한 일인가요. 뭐, 아무래도 좋지만."

"그래서 시찰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거야?"

"여기 점검표가 있으니 그에 따라 적절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라져."

이로하에게서 받은 체크시트를 얼른 살펴본다.

게헨나의 부활동은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는 걸까?

체크사항 1 : 이부키에게 과자와 주스를 제공했는가

체크사항 2 : 이부키가 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는가

체크사항 3 : 이부키의 놀이 상대가 되어주었는가

......

중략

......

체크사항 10 : 이부키를 울리지 않았는가

".......엑. 이부키?"

"아, 실수했네요. 이쪽입니다."

새로 받은 서류에는 일반적인 감사에서 할 법한 체크사항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아까 그건 대체..."

"그건 급양부라든가 응급의학부라든가, 그런 제대로 된 부 이외를 위한 체크시트입니다."

"그런 게 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게헨나의 부는 공인할 수 없으니까요."

"아아, 확실히......"

지금 받은 체크시트를 바라보면서 미식연구회, 흥신소68, 온천개발부...... 등을 떠올려본다.

응, 확실히 합격점을 받을 수 없겠지.

그래서 이부키의 기분을 맞춰주면 OK라는 건가. 과연. 합리적....인가?

"참고로 선도부는 어느 쪽이야?"

"물론 이부키를 대접해줘야죠."

"그렇구나..."

"쓸데없는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이제 슬슬 가주세요."

"응. 다녀올게."

히죽거리는 얼굴로 질문에 답하는 이로하를 뒤로 하고, 응급의학부 활동 장소로 향한다.

부실에 도착하자 세나가 마중을 나왔다.

"선생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응. 오늘 용건은 들었어?"

"네. 이로하씨로부터 선생님이 대신 시찰하러 오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런가.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네."

"그럼, 우선 이쪽부터......."

세나에게 안내받아 부활동을 둘러보고 상황을 듣는다.

이로하에게 전달받은 체크시트는 금방 채워졌고, 물론 문제도 전혀 없다.

대충 점검을 마친 나는 세나와 둘이서 부실 벤치에 앉았다.

바로 돌아가도 되지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모처럼이니 선생님, 한 가지 상담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그래? 물론 괜찮아. 뭐든지 말해봐."

"최근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는데 능숙하지 않아서 곤란합니다."

"응응."

"이대로는 부장으로서 모범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니 선생님이 연습을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그런가. 좋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세나는 응급의학부의 부장이며 엘리트이기도 하다.

좀 특이한 점은 있지만, 이런 일에 관해서는 전문가일 텐데.

그런 세나가 어려워하는 게 뭘까. 반대로 궁금해진다.

"그래서 대체 뭘 하는 거야?"

"네. 귀파기입니다."

"엑!?"

"현장 상황에 따라서는 시ㅊ... 부상자의 귀에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도 의료행위입니다."

"아아, 그런 거구나."

"하지만 제가 귀를 팔때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너무 심해서 항상 다른 부원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으, 응.......?"

순간 귀를 판다고 해서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아닌 것 같다.

이 연습에 어울려주면 내 귀는 무사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는 하나 지금의 선생님은 시ㅊ... 부상자는 아닙니다. 그래서 연습으로 정통적인 귀파기로 연습하려고 합니다."

"그렇구나. 그렇게 해주면 다행... 이라고 할까."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응. 부드럽게 부탁할게."

"네, 그럼 선생님. 이쪽으로."

일단은 귀에 문제가 생기는 건 피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의료용 침대로 이동한 세나가 자신의 무릎을 툭툭 친다.

이건 혹시......

"아, 평소에는 이렇지 않지만 선생님이 상대이니 특별히."

"평소대로라도 괜찮은데..."

"선생님. 빨리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앗, 네."

나는 반론을 허용치 않는 기세에 눌려 침대에 누워 세나의 무릎 위에 머리를 얹는다.

엄청 편안하지만, 세나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게 조금 불안하다.

이거 괜찮을까...

"그럼 먼저 귀 주변을 소독하겠습니다."

"왓. 차가워."

"소독용 알코올이라 조금 차갑게 느껴집니다. 괜찮으신가요."

"응. 아무렇지도 않아."

세나가 알코올을 담근 천으로 내 귀를 닦아준다.

조금 차갑지만 세심한 손놀림 덕분인지 거슬리지 않는다.

세나의 손가락 끝이 가끔 닿는 게 간지러운 정도다.

"선생님은 목욕이나 샤워할 때 귀 주변도 깨끗이 하시나요?"

"으음.... 잘 모르겠는데."

"이런 곳은 의식하지 않으면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체취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조심하시길."

"그렇구나. 오늘부터는 제대로 할 게."

"귀 주변 소독은 이걸로 충분합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세나의 한 손이 내 귀를 가볍게 누르고 귀이개가 귓속으로 들어왔다.

머리를 가볍게 누르는 탓에 머리가 세나의 무릎에 좋은 느낌으로 파묻힌다.

귀 속을 살며시 어루만지는 듯한 소리와 촉감이 어우러져 기분이 좋다.

머리와 함께 의식까지 파묻혀 버릴 것 같다.

"선생님, 어떤가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만."

"...굉장히 안정적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할 테니 긴장을 풀고 계세요."

세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귀마개를 계속 움직였다.

세나는 능숙하지 않다고 했지만 솔직히 꽤 잘하는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해서 비명소동이 되는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졸음탓에 그것을 생각할 여유는 이제 없다.

한낮의 한가로운 시간. 나는 세나에게 머리를 맡긴 채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럼, 이 정도면 충분할까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그제서야 세나가 귀이개를 뽑았다.

기분 탓인지 아까까지보다 세나의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리는 느낌이다.

응. 귀 청소는 중요하지.

"나머지는 귀 주변에 남은 것들을 닦아내겠습니다."

"아, 알았어."

"조금 놀라시겠지만, 그... 신경쓰지 마시길."

세나에게 무릎베개를 받고 귀파기를 끝냈다면 그 다음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짐작이 간다.

아니, 기대하는 건 안 될 거 같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긴장하게 된다.

딸깍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아뜨!? 뜨거워! 뜨겁다구!!"

딸깍

"아, 죄송합니다. 너무 가까웠던 거 같군요."

갑자기 내 귀에 강렬한 열풍이 불어닥쳤다.

방금 전의 나른한 기분은 어디로 갔는지,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든다.

무슨 일인가 싶어 세나를 바라보니 그녀의 손에는 헤어드라이어가 들려 있었다.

"어째서 드라이어?"

"이쪽이 더 위생적이기에."

"응. 왠지 그렇게 대답할 거 같았어."

"혹시 뭔가 잘못된걸까요."

"으음....... 좀 더 아련한 기분으로 있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렇습니까."

반사적으로 의문을 제기하자 예상대로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도 납득할 수 없어 불만을 토로하게 된다.

아니,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말이야?

"이럴 때는 입김을 불어넣는 게 정석이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도 그쪽이 더 좋았다는 말씀이시군요."

"뭐, 역시 그렇지."

"그럼 다음에는..."

"응? 어라, 세나?"

세나는 자세를 바꿔 내 귀 바로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는 좀 더 선생님 취향에 맞게 해드리겠습니다."

세나의 속삭임을 들은 나는 멍한 표정으로 세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표정에서 기습이 성공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세나는 평소보다 더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까, 깜짝 놀랐어......."

"이런 것도 릴랙스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거 같군요."

"갑자기 놀리는 건 그만둬."

"죄송합니다. .....그럼 반대쪽 귀도 해드리겠습니다."

".........모처럼이니까,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그럼 반대쪽으로 돌아주세요."

그리고 세나에게 다른 쪽 귀도 청소받았다.

방금 전과 달리 세나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만큼 거리가 가깝다.

이건 응급의학부 교복에 쓰이는 세제 냄세일까.

무기질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은은한 향기에 휩싸여 내 의식은 졸음 속으로 가라앉으려 했다.

딸깍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그러니까 뜨겁다고!!"

그러나 귀이개가 뽑히는 동시에 의식은 다시 현실로 힘차게 되돌아갔지만.

―――

"그럼 오늘은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응. 여러가지로 고마워. 일단 감사 결과는 만마전에 전해둘게."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귀파기를 마치고 둘이서 부실을 나갔고, 거기서 세나와 헤어졌다.

조금 있으면 저녁이 될 것 같은 게헨나의 하늘을 보니 꽤 오래 머물렀던 모양이다.

그 증거로 만마전에 돌아오자마자 이로하가 언짢은 듯한 목소리로 맞이했다.

"많이 늦으셨네요. 선생님. 도대체 뭘 하고 계셨나요?"

"어, 그러니까...... 응급의학부 활동을 도와준다고......"

"흐응~. 그런가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로하.

역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눈치채지 못했겠지......?

"그럼, 선생님. 설마 이게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겠죠?"

"저기, 이로하씨....... 이 서류의 산은 뭐죠?"

"뭐라니, 선생님이라면 아실거에요. 게헨나 전체에서 만마전으로 보내온 서류입니다."

이 서류 더미. 굉장히 기시감이 든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샬레에서 일할 때 항상 눈앞에 있는 것.

에, 지금 이 서류와 씨름하는 거야? 오늘 쉬는 날인데?

"참고로 여기서 체크한 서류는 나중에 샬레로 보내질 거예요."

"역시 가도 돼?"

"놓치지 않을 거라구요?"

게다가 여기서 처리한 서류는 자기 일로 샬레에 돌아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작업을 미루기 위해서라도 여기에 쌓여있는 상태로 남았으면 하는데.

"안심하세요. 이게 오늘 선생님의 마지막 업무입니다. 끝나면 가셔도 좋아요."

"정말?"

"네. 제가 거짓말이라도 할 거 같나요?"

확실히 이로하는 거짓말을 하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믿을 수 있냐고 하면, 으음......

그러나 이로하는 내가 대답하지 않는 걸 신경 쓰지 않는 듯 소파에 먼저 앉아 작업을 시작했다.

"그럼 시작할까요? 선생님께는 평소와 다를 바 없겠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어쩔 수 없이 나도 소파에 앉아 서류를 집어들었다.

평소와 장소는 다르지만 눈앞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류가 쌓여있다. 오늘은 쉬는 날이었을 텐데...

"저기. 이로하. 이건 뭐야?"

"아, 그런 거는 기각할테니 버려주세요."

"그렇구나. 이쪽으로 보내지기 전에 체크하고 있는 거네."

"선생님이 바쁘신 건 저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정말 고마워."

다만 오늘은 이로하가 있다. 그것도 안락한 소파 바로 옆에서.

평소와 다른 거리감에 이로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다른 걸까 싶다.

이를 참고해 샬레에서도 학생과의 거리감을 달리해보는 건 어떨까.

.......싫어하면 번거로워지니까 그만두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로하가 내 쪽으로 기댔다.

".......이로하?"

"왜 그러시나요, 선생님."

"갑자기 기댔는데, 무슨 일이야?"

"딱히 다른 건 없어요. 그냥 이렇게 하면 선생님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했을 뿐이에요."

"그, 그래..."

"......반응이 희박하네요. 으음."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서류 작업을 돌아가자 이로하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눈앞의 서류가 우선이니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오늘 하루 선생님을 돌아보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까요."

"그런 말을 들어도......"

"그리 생각하면 옆에 앉아서 서류 작업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엇차."

"저기, 이로하씨?"

이로하는 내 옆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내 무릎 위로 이동했다.

"후후. 이것도 나쁘지 않네요."

"잠깐. 그, 여러가지로......."

"뭔가요, 선생님. 설마 이렇게 귀여운 학생에게 무겁다고는 말하지 않겠죠?"

"그건 괜찮아. 하지만, 서류가 잘 안보이는데요."

"그 정도는 어떻게든 해주세요. 자, 선생님의 다음 서류입니다."

"에에......."

생각보다 이로하가 거리를 좁힌 탓에 볼륨감 있는 머리카락이 가까이 다가온다.

덕분에 손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엄청나게 좁아진 상태에서 서류를 체크하게 됐다.

이로하의 머리카락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한 향기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어라, 선생님. 서류 처리 속도가 느려진거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옆으로 옮겨주지 않을래?"

"후훗. 싫은 게 당연하죠. 뭐, 끝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안심하세요."

"참고로 안 끝나면?"

"그렇네요. 선생님은 일일 고문이시니까. 오늘이 끝나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 수밖에 없겠죠."

"그, 그래......"

"그러니 땡땡이 칠거라면 부디 자유롭게 해주세요. 평소와 반대인 것도 즐거울지 모르겠네요."

이로하가 일하는 눈앞에서 땡땡이 치는 것도 한번 해보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다음에 이로하가 샬레에 왔을 때 똑같은 짓을 당할 거 같으니 그만두기로 했다.

눈앞의 이로하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서류를 한 장씩 체크해 나갔다.

"(...피곤해...)"

그렇게 한참을 서류와 씨름하다 보니 졸음이 몰려왔다.

생각해보면 오늘은 아침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무엇보다 에너지드링크 신세도 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로하의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달콤한 냄새와 무릎에서 전해지는 이로하의 체온.

둘만의 만마전 부실에 울려 퍼지는 것은 이로하의 작업 소리뿐. 종이를 넘기는 소리는 의외로 졸음을 부르는 법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거운 눈꺼풀을 감으면 분명 몇 분 안에 잠에 들겠지.

하지만 이로하는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다. 조금 몸을 움직여 졸음을 쫓아낼 수도 없다.

"저기, 이로하. 잠깐 괜찮아?"

"뭔가요. 선생님."

"일단 쉬지 않을래?"

나는 이로하가 자리를 비킬 수 있도록 우선 휴식을 제안했다.

"아아, 좋아요. 마음대로 쉬셔도 상관없으니까요."

"그, 그래......"

하지만 이로하는 완전 집중 모드인 듯 응하지 않았다.

땡땡이 치고 싶지는 않았지만 여긴 이로하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뭐, 평소와 다름없이 잠시 선잠 잘 뿐이다.

확인한 서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나는 눈을 감았다.

~이로하~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뒤에서 숨소리가 들려왔다.

바쁜 선생님을 하루 종일 휘둘렀으니 피곤한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창밖을 보니 벌써 어두워졌다. 선생님의 무릎 위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일단 내려가기로 하자.

"선생님....... 아아, 완전히 잠들었네요."

선생님의 뺨을 쿡쿡 찌르거나 옷을 잡아당겨도 반응이 없다.

본인은 잠시 선잠을 잘 생각인지 모르지만,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더 이상 서류작업을 계속해도 의미가 없다.

"작업을 미루는 건 내키지 않지만... 선생님이 계신 건 오늘뿐이니 어쩔 수 없죠. 영차..."

소파에 앉아 잠든 선생님을 양손으로 안아올린다.

우리로서는 선생님 정도는 공주님안기로 들어올려도 전혀 힘들지 않다.

정말로, 이렇게 연약한 선생님을 어떻게 다들 따르는 걸까? 이해하기 어렵다.

하기야 나도 그런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선생님이 소중히 해줬으면 할뿐만 아니라 소중히 해주고 싶다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네요. 후훗."

다소 거칠게 옮겨도 선생님은 전혀 일어날 기미가 없다.

그래서 그대로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쉼터까지 옮겼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침대도 놓여 있는 이곳이라면 선생님도 충분히 쉴 수 있겠지.

그건 그렇고 새근새근 잠든 선생님은 평소 어른스러운 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또 장난치고 싶어진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고문을 해 주신 보수에 대해 생각하지 않었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무의식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걸친 상의도 그대로 두고 침대에 올라가 앉았다.

"그럼 이런 건 어딸까요? 선생님이 잠든 동안 제가 무릎베개를 해드릴게요."

"물론 기쁘겠죠? 그도 그럴게 선생님은 저를 좋아하시니까요."

"아니면 좀 더 가까운 게 선생님에게 좋을까요?"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입장이 반대일텐데.

하지만 이렇게 선생님을 독차지할 수 있는 시간이 짧으니 어쩔 수 없다.

선생님의 머리를 받치는 베개를 옆으로 치우고 그 자리에 내 무릎을 올려놓았다.

선생님의 머리카락이 바로 무릎에 닿는 게 생각보다 간지럽다.

"자, 이제 선생님을 방해하지 않겠죠. 편히 쉬세요."

선생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만히 그 표정을 내려다본다.

만마전 부실 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느긋한 시간이 흐르고 있어 조금은 행복한 기분이 든다.

할 수만 있다면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고 싶을 정도.

그런 분위기에 젖어 있던 나에게도 졸음이 몰려왔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는 없지.

나는 입고 있던 겉옷을 근처 의자에 걸고 선생님께로 돌아왔다.

"선생님, 무릎베개만으로는 부족하신가요? 그렇다면 다키마쿠라도 같이 해드릴게요."

잠든 선생님 바로 옆으로 파고드는 형태로 나도 침대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선생님의 팔이 꿈틀거리고 나는 선생님에게 안겨버렸다.

너무 익숙한 움직임이라 뭔가 의심스러웠지만, 지금은 용서해 주기로 한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요."

거기서부터 내 의식이 졸음 속으로 빠져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으음..... 어라.... 여기는?"

"아, 잘 주무셨어요, 선생님. 선잠은 어떠셨나요?"

"아니, 벌써 아침이잖아! 어째서 안 깨워줬어?"

"피곤한 선생님을 억지로 깨울 정도로 저는 심술궂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윽, 위험해. 샬레의 업무 시작해버리겠어!"

"하아, 아침부터 시끄럽네요. 정말......."

아침, 선생님보다 먼저 일어나 준비하고 있는데 뒤에서 선생님의 아우성이 들렸다.

평소보다 건강해 보이는 목소리로 보아 선생님도 푹 주무신 모양이다.

"후우, 귀찮지만 어쩔 수 없죠. 샬레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지금 당장 부탁해!"

"정말로. 느긋하게 쉴 틈도 없다니까요."

나에게 매달리는 선생님을 어제와 마찬가지로 전차에 태운다.

이제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끝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쓸쓸하다.

아, 정말 조금이니까.

"저기...... 뭔가 옷에 이로하 머리카락이 잔뜩 묻어있는데?"

"어라, 왜 그런걸까요?"

"......."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그보다도, 곧 샬레예요."

"일단 말해둘게."

"네."

"다음은 없으니까 말이야?"

"그건 유감입니다. 그럼 또 다른 계책을 세워야겠네요."

자 그럼, 이번에도 선생님을 만마전으로 끌어들이는 작전은 실패인가요.

원래부터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것도 사실이니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죠.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62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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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4.11번역

소설핫산) 선생님의 일일 만마전 고문기(顧問記)

#선생#만마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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いP
いーすたん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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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3.04.1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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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ㅇDC
ㅇㅇ1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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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23.04.11

달다

ㅇDC
ㅇㅇ3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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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423.04.11

돌고돌아 이로하다

ㅇDC
ㅇㅇ5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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