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76자
개그
“음~~! 맛있어!”
준코는 타코야키를 한 입 베어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나하나가 크기도 충분하네요★ 인기 있는 포장마차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왔더니 정말 소문대로 완성도가 높네요.”
“이대로 먹어도 맛있긴 한데 뭔가 좀 부족하지 않아? 이 특제 땅콩버터를 뿌려서…!”
옆을 나란히 걷는 아카리와 이즈미도 각자의 템포로 타코야키를 맛있게 먹고 있다. 아카리는 엄청난 양의 타코야키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있고, 이즈미는 주머니에서 직접 만든 조미료를 꺼내고 있었다.
…방과 후 미식연구회의 이제 몇 번째인지도 모를 활동이었다.
“야, 이즈미! 그거 냄새 나니까 옆에 서 있지 마!”
준코는 이즈미를 노려보며 일행의 선두로 달아나 앞서 걷고 있던 하루나의 옆에 나란히 섰다.
“응? 하루나 왜 그래?”
준코는 하루나가 혼자 조용히 있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보아하니 하루나는 타코야키에서 문어만 빠져나온 채 꽂힌 이쑤시개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빠졌구나. 나도 조심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준코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하루나는 지극히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주리 씨의 촉수 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네요.”
“윽!?”
그 발언에 준코는 자기도 모르게 음식이 목에 걸렸다. 일단 삼키고 난 뒤,
“쿨럭, 제정신이야!? 주리의 요리는 살아 움직이잖아!?”
“지금까지는 선입견 때문에 먹어보지 못했습니다만… 평범한 방식으로는 탄생할 수 없는 생명이 깃든 요리. 그 미지의 세계 끝에는 새로운 미식이 잠들어 있을지도 몰라요.”
“잠들어 있으면 좋은 거 아니냐구, 그딴 거!”
하지만 우아하게 웃는 하루나의 표정은 준코가 수없이 봐 왔던 표정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하루나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다 같이 부정한다면, 혹은 그게 아니라도 일단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준코는 아카리와 이즈미 쪽을 돌아보았다.
“그거 맛있어 보이네! 나 전부터 먹어보고 싶었어!”
“이즈미는 그럴 줄 알았어! 아카리 너는 어떤데!?”
“음, 글쎄요…”
아카리는 잠시 생각하는 시늉을 하더니,
“주리 씨의 그 요리는 사용한 식재료보다 질량이 더 커진 것 같지 않나요? 그렇게 해서 맛있어진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겠죠★”
“아니, 맛있을 리가 없잖아! 아 진짜!”
“네, 그래요. 준코 씨가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지 잘 알고 있어요.”
하루나는 다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저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어중간하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즉.”
빙긋 웃는다.
“식재료부터 확실하게 엄선한다면 주리 씨의 요리 솜씨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겠죠.”
“알긴 뭘 안다는 거야!”
“그럼 결정됐으니 바로 갑시다. 최고의 식재료를 찾아서!”
“쇠뿔도 단김에 빼라잖아요~★”
“렛츠 고!”
“에, 아니, 잠깐만!”
망설이는 준코를 뒤로 한 채 세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 같이 가!”
결국 준코도 세 사람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어느 바닷가.
파도소리와 바닷바람에 둘러싸인 그곳에 네 사람이 찾아왔다. 모래사장이 아니라 높이 솟은 울퉁불퉁한 바위에 파도가 부딪치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촉수라고 한다면 역시 해산물… 역시 그 중에서는 문어가 좋겠네요.”
“그건 알겠는데…”
준코는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잡으려고? 애초에 우리 교복 입었잖아…”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아카리 씨, 그걸 주시죠.”
“네★”
그러자 아카리는 어디선가… 사람 하나는 들어갈 만한 크기의 항아리를 꺼냈다.
“크다!”
“문어 항아리 낚시*를 하죠. 옛날 방식 그대로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돌아가요.”
“너무 욕심 내는 거 아냐!?”
“음식은 크면 클수록 좋으니까요★”
“그리고 이건 다 이유가 있답니다… 이즈미 씨?”
“으응?”
*항아리로 된 통발을 바닷속에 던져 문어를 유인하는 전통 문어잡이 방식
하루나의 부름에 이즈미는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즈미 씨는 문어들이 쉽게 달라붙는 체질이었죠?”
“맞아! 진짜 끔찍한 일이 있었다구! 또 그런 일이 생기면 다 먹어치워 버릴 거야!”
“네, 그래야지요… 그럼 아카리 씨?”
“네★”
아카리는 이번에는 주머니에서 햄버거를 꺼냈다.
“자~. 이즈미 씨. 햄버거랍니다~.”
“어, 먹어도 돼!? 와아!”
“항아리 안에도 잔뜩 있어요~.”
“진짜!?”
눈을 반짝이는 이즈미는 의기양양하게 항아리 속으로 들어갔다.
“영차.”
아카리는 이즈미가 담긴 항아리를 들고…
“이얍★”
…전력을 다해 절벽에서 바닷속으로 던져 버렸다.
“이즈미이이이이이이이이!?!?!?”
“이즈미 씨와 문어 통발의 조합, 효과는 굉장할 거예요. 그럼 준코 씨, 이 밧줄을 잡아 주시겠어요.”
“엣, 어.”
준코는 하루나가 내민 밧줄을 반쯤 반사적으로 움켜쥐었다.
“저 항아리에는 이 밧줄이 묶여 있습니다. 훈련하지 않은 사람의 무호흡 상태는 대략 2분 정도가 한계라고 들었는데, 이즈미 씨라면 3분은 버틸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4분 뒤에 끌어올리죠★”
“니들이 사람이야!?”
준코는 혼자서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가느다란 팔에 힘을 주었지만 현상유지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 끙끙거리며 필사적으로 밧줄을 당기고 있었는데 바다 쪽에서 부글거리는 거품 소리가 들려왔다. 준코가 절벽 근처까지 허둥지둥 달려가자 이즈미가 양쪽 팔에 햄버거를 끌어안고 바다에서 튀어나왔다.
“푸핫! 야아! 뭐하는 짓이야!”
“어머나? 생각보다 쉽게 나왔네요.”
“이즈미 씨라면 바닷속에서도 햄버거를 계속 먹을 줄 알았는데요…”
“됐고 빨리! 둘 다 끌어올리는 거 도와줘!”
준코의 재촉에 세 사람은 힘을 합쳐 항아리를 통째로 끌어올렸다. 물에 흠뻑 젖은 이즈미가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카리는 항아리를 뒤집었다.
“항아리 속에는… 이런, 아쉽게도 아무것도 안 들어 있네요.”
“진짜~! 아까운 햄버거들이 다 축축해졌잖아! 우움… 아, 이건 또 이거대로…”
“화가 난 게 그거 때문이었냐구…”
“아, 아니 이건…! 여러분, 보세요!”
무언가를 발견하고 놀란 하루나는 이즈미를 돌려 세웠다. 그러자…
“이즈미 씨의 등에 작은 문어가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이 와중에!?!?!?”
등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문어 수십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고, 이즈미는 반쯤 울먹거리고 있었다.
“싫어~! 떼어 줘 빨리!!”
“네. 다행히 성과가 있었네요. 문어를 떼어냅시다.”
“너 무슨 위험한 액기스라도 나오는 거 아냐…?”
“순수하게 기분 나쁘네요★”
작은 문어들을 항아리 속에 계속해서 던져 넣는다. 채취가 끝났을 즈음에는 항아리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확량이 많아졌다.
“그럼 뚜껑을 닫고… 이제 1차 식재료는 클리어했네요.”
“혹시 매번 이렇게 힘든 방법으로 하려고…?”
진이 빠진 준코였지만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뿐이었다.
게헨나 교외의 한켠. 바다에서 이동해 도착한 곳은 도심 외곽에 있는 한적한 공원이었다. 주위에 인기척도 없이 한적하기만 한 이곳이 준코는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여기… 와본 적 있었던가?”
“네. 예전에 선도부에게 쫓기던 시절에 방문한 적이 있었답니다.”
“하도 바쁘게 쫓겼어서 하나도 기억이 안 나네.”
“아마 이곳이… 준코 씨가 트러플을 발견했던 곳이었죠~.”
“...아!”
그런 적도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선도부를 피해 도망치던 중에 묘하게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온 곳이다. 그렇다, 냄새에…
“저기, 혹시.”
“자, 준코 씨! 다시 한번 트러플을 찾아내는 거예요!”
“그럴 줄 알았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요리에 있어서 향은 중요한 요소랍니다. 그 지고의 향을 얻을 수만 있다면 미식의 길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번에는 이즈미 씨도 도와 줄 거니까요★ 탐욕스럽다는 점으로는 준코 씨에게 뒤지지 않아요.”
“칭찬해 준 만큼 열심히 찾을게~!”
“완전히 바보 취급 하고 있는 거라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준코는 마지못해 주위의 냄새를 맡았다.
“킁, 킁킁… 읏.”
하지만 트러플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냄새와 직감에 의지해서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는데…
“이건… 아쉽게도 석유네요.”
“특이한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요~.”
“으윽, 이거 맛없어!”
“이건… 아쉽게도 다이아몬드네요.”
“트러플을 검은 다이아몬드라고 부른다지만, 진짜 다이아몬드는 먹을 수 없으니까요~.”
“딱딱해! 아무 맛도 안 나!”
“...준코 씨, 아까부터 헛다리만 짚고 있으신데요?”
“제대로 할 생각은 있나요?”
“배고프다구~!!”
“쓸모없는 사람 취급 받으니까 억울하거든!!?”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준코는 열심히 냄새를 맡는다. 트러플을 찾으러 너무 멀리까지 와 버렸다. 시간도 훌쩍 지나서 다들 배도 고프고 진흙투성이였다.
“으으…”
준코는 끙끙대는 소리를 내면서 코를 킁킁거렸다. 빨리 끝내고 싶어서 반쯤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
그때 준코는 어떤 냄새를 맡았다. 조심스레 몇 번이고 다시 맡아 본 뒤,
“이, 이거야! 틀림없어!”
준코의 표정이 밝아졌다. 예전에 맡았던 트러플 냄새가 확실하게 났기 때문이다.
“이쪽이야!”
준코는 혼자서 먼저 내달리기 시작했다. 나머지 세 명도 기대에 찬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어쩌다 보니 너무 많이 사 버렸네…”
선생님은 조금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샬레로 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고 그 안에는 과자가 가득 들어 있었다. 다른 한쪽 손에는 이미 개봉한 감자칩 봉지를 들고 있다.
“과자 사먹는 거 학생들한테 들키면 뭐라 하겠지…”
쓸데없는 낭비, 영양 불균형, 참지 못하고 뜯어먹은 감자칩이라니 누가 봤다가는 모양새가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제발 샬레까지 가는 동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를…”
“확보~~~~~!!!”
“우와앗~~~~~~!?”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비명소리에 선생님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진흙투성이가 된 미식연구회 부원들이 굶주린 짐승처럼 눈을 부릅뜨고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재빨리 그녀들의 속셈을 눈치챈 선생님이 과자가 든 비닐봉지를 내밀자 아이들은 일제히 떼를 지어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어머, 선생님. 안녕하신지요.”
다만 하루나만이 우아한 몸짓으로 선생님에게 인사를 했다.
“으, 응. 안녕, 얘들아.”
“정말 죄송합니다. 다들 배고픔이 한계라서요…”
“결국 잡아먹힐 것 같았어… 대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답니다… 그렇죠, 선생님께도 여쭈어 봐야겠어요. 준코 씨?”
“응?”
입에 과자를 가득 넣은 채로 준코는 고개를 들었다. 꿀꺽 하고 삼킨다.
“정말 이 근처에서 트러플 냄새가 났다고 하셨죠?”
“맞아! 과자를 보고 정신이 팔려서 그만… 근데 진짜야! 여기가 가장 냄새가 강해!”
“트러플 냄새…?”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이거?”
선생님은 들고 있던 개봉된 감자칩 봉지를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초특급 구운 감자칩 ~소금 트러플 맛~’
“......”
“어, 어라…? 어, 그게… 하, 하루나…?”
준코는 겁에 질린 듯이 하루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루나는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이 미소를 지으며,
“......”
1초.
“.........”
5초.
“............”
10초…
“트러플을 확보했어요!!!”
“방금 타협한 거지!?”
선생님에게 감자칩을 받아 든 하루나는 자신만만하게 감자칩을 들어 보였다.
“아뇨, 저는 요리에 관해서는 타협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감자칩을 이용한 요리는 무수히 많기도 하고, 이곳에서 선생님을 만난 것은 분명 운명이겠지요. 이것이야말로 바로 저희가 찾던 식재료였던 겁니다.”
“아니, 뭐 하루나가 괜찮다면야 상관없긴 한데…”
“그러니 선생님, 이걸 제가 받아도 괜찮을까요?”
“그, 그래도 되는데 그, 이번 일은 부디 비밀로…”
“감사합니다, 선생님. 만약에 이번 시도가 성공한다면 그때는 선생님도 모시도록 할게요. 그리고 이건 약소하지만 답례입니다.”
“가, 감사히 받을게…?”
“선생님 잘 먹었어!”
“봉지 돌려드릴게요★”
“아, 응… 아무것도 안 남았잖아!?”
“자 여러분. 배도 채웠으니 다음 식재료를 찾으러 가 볼까요. 이제부터는 꽤나 험난한 곳에서 수색을 해야 하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가도록 합시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가혹했잖아…”
“있잖아, 이렇게 딱딱한 감자칩을 쓰면 요리도 딱딱해지지 않을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떠나는 미식연구회 부원들을 황망히 배웅하는 선생님의 손에 남겨진 것은, 쓰레기밖에 들어있지 않은 비닐봉지와…
“...문어?”
하루나가 건네준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문어였다.
…그리고 이후로도 미식연구회는 다양한 장소에서 식재료를 찾아다녔다.
“이곳에는 일곱 가지 빛깔로 맛이 변하는 환상의 나무열매가 있다고 하네요.”
“우와~! 팔이 네 개 달린 고릴라가 공격해 온다!!”
“으음, 어느 쪽이 보스일까요?”
“보석조차 수수해 보일 만큼 반짝거리는 고기… 그것이 이 매머드의 몸 속에 있군요…”
“빨리 가자! 안 그러면 저 이상한 로봇이 선수를 칠 거야!”
“매머드 몸 속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네요~. 저는 밖에서 적을 막을게요★”
“이 혹한의 땅 끝자락에, 무수한 육수로 만들어진 오로라를 내뿜는 투명한 수프가…!”
“야아~! 이렇게 추운 곳에 뭔 벌레가 이렇게 많아~!?”
“한꺼번에 다 태워버리자구요~★”
…마침내 모든 식재료를 다 모았다.
“뭔가 굉장한 대모험이었지!? 응!?”
“무슨 말씀이신가요, 준코 씨.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랍니다.”
“있지, 이거 그냥 이대로 먹으면 안 돼?”
“조금만 더 참으세요~.”
게헨나 학원의 식당. 이른 아침이라 아직은 조금 어두컴컴한 시간. 실내에는 네 사람만이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자, 이렇게 해서 모든 식재료가 다 모였고, 요리를 위한 준비는 끝났으니…”
““게헨나 쿠킹!””
하루나와 아카리가 웃으며 입을 모아 말했다.
“오늘은 주리 씨가 촉수 요리를 만들어 주시기로 했답니다. 우선 이에 앞서 방해될 것 같은 후우카 씨를 주방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을게요.”
“그리고 이쪽이 바로 미리 데려온 후우카 씨랍니다★”
“으읍~~~~~!!!”
어느새 하루나 일행의 발밑에는 밧줄로 묶인 채 천으로 입에 재갈이 물린 후우카가 누워 있었다.
“모아 온 식재료는 이미 주방에 다 준비해 뒀습니다. 이제 조식을 만들러 온 주리 씨가 요리를 완성하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요..”
“...근데 갑자기 처음 보는 식재료가 주방에 있으면 주리도 경계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마시길. 준코 씨. 그쪽도 이미 대책을 세워 두었습니다.”
“아, 주리가 왔어!”
주위를 살피던 이즈미가 목소리를 높였다. 네 사람은 테이블의 그늘에 숨은 채 상황을 살폈다. 주리는 후우카를 찾는 건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곧 대량의 식재료를 보게 되었고… 그 옆에 편지 한 통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리에게.
이 식재료로 아주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줘!
개인적으로는 이 특제 민트 소스를 사용하는 걸 추천할게!
열심히 모아 왔으니까 평소처럼 맛없게 만들면 용서 안 할 거야!
배고프니까 빨리 만들어 줘! 기대하고 있을게!
후우카가
“후우카 씨를 가장해서 편지를 남겨 두었답니다.”
“왜 굳이 이즈미한테 편지를 쓰게 시킨 건데?”
“후우카 선배…! 저를 위해서 이렇게 좋은 재료들을…! 저, 열심히 할게요!”
“믿잖아!?”
“전혀 의심받지 않는 후우카 씨의 인품에는 정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군요.”
“아름다운 우정이네요★
“으읍… 흐윽… 흐으…”
“아, 운다~.”
너무나 순조롭게 진행된 나머지 하루나는 뿌듯함에 미소를 지었다.
“후후, 지금까지는 완벽해요. 이제 주리 씨가 요리를 마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그 말은 주방에서 울려퍼지는 굉음에 묻혀버렸다.
“응?”
모두가 주방 쪽을 돌아보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보라색 촉수였다. 과거에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주리 특제 요리 특유의 무시무시한 촉수. 그 거대함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주방을 짓눌러버릴 만큼 비대해진 촉수, 그 촉수의 주인인 주리의 요리는 더욱 커다랬고, 모두가 벙찐 사이에 점점 더 거대해져서 식당의 천장까지 뚫고 나왔다.
“......”
네 사람은 말문이 막힌 채 요리를 올려다보았다. 겉모습은 보라색 팬케이크에 초록색 소스를 끼얹은, 촉수가 돋아난 그 흔한 모양새다. 그것이 괴수처럼 네 사람 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후두둑 떨어진 천장의 파편이 얼굴을 때려서 겨우 정신을 차렸다.
“뭐, 뭐, 뭐… 뭐야 이거!”
“설마 식재료부터 엄선했더니 이렇게 될 줄은…!”
아무리 하루나라고 해도 식은땀을 흘리면서 아연실색해 있다. 이젠 더 이상 이걸 먹고 말고 할 때가 아니었지만…
“근데 저거… 엄청 맛있어 보여…”
이즈미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왠지 모르게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휘청이는 발걸음으로 요리 쪽을 향해 걸어갔다.
“뭐지, 몸이 저절로 움직여~.”
“아니, 이즈미 이 멍청아! 기다려!”
준코가 막으려 하자 요리에서 뻗어나온 촉수가 이즈미를 휘감더니 잡아 올렸다. 이즈미를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꿀꺽 삼키듯이 이즈미를 통째로 몸 속에 집어넣었다.
“이즈미이이이이이이!?!?!?!?”
“서, 설마 요, 요리에게 역으로 먹힐 줄이야…! 미식의 길이란 정말로 험난한 것이군요…!”
“지금 그런 소리 할 때야!? 빨리 도와줘야지!!”
“그, 그랬죠…! 아카리 씨, 유탄으로 이즈미 씨가 삼켜진 쪽에 구멍을 뚫어주실 수 있을까요? …아카리 씨?”
대답이 없자 의아하게 생각한 두 사람이 뒤를 돌아본다.
…어느새 그곳에 아카리의 모습은 없었다.
“혼자 도망쳤어!!!”
“역시 위험관리 능력이 대단하군요…”
놀라고 있는 와중에도 요리는 촉수로 자신의 몸을 들어올려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하루나와 준코도 당황한 나머지 식당을 뛰쳐나왔다. 건물을 빠져나와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요리에서 뻗어나온 촉수가 서서히 두 사람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었다.
“...큭!!”
준코는 각오를 다졌다. 자신의 총을 꺼내더니 뒤를 돌아보며 걸음을 멈춘다.
“내가 시선을 끌게! 그 틈에 하루나는 필살기로 저걸 물리쳐!”
“하, 하지만 그러면 준코 씨가…!”
“꼭 구해 줘! 다 같이… 맛있는 거, 먹어야 하잖아?”
“준코 씨…”
준코는 총을 쥐고 다가오는 촉수를 향해 탄환을 발사한다. 반격에 겁을 먹은 촉수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을 놓치지 않고 준코는 하루나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내달렸다. 총을 이용한 견제와 민첩한 움직임으로 촉수를 계속 피했지만, 결국 총알이 다 떨어지자 쉽게 잡히고 말았다.
“싫어어어어어엇!!!”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지르는 준코는 촉수에 의해 공중으로 들어올려진 채로 하루나를 보았다.
“준코 씨, 감사합니다.”
하루나는 장전을 마친 자신의 총을 손에 들고서 우아하게 서 있었다.
자세를 취한다. 총구가 겨냥하는 곳은 준코를 잡은 촉수가 아니라 요리 본체다.
“반드시 이 한 방으로 준코 씨도 이즈미 씨도 구하겠습니다. 그리고 다 같이 미식을…”
또 다른 촉수가 하루나를 향해 다가왔지만 이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스코빌 지수 1천만 급…”
방아쇠를 당긴다.
“매운맛이에요!!”
발사된 탄환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요리를 향해 직진한다. 목표한 지점의 한가운데, 빗나갈 리 없는 하루나의 마음을 담은 듯한 묵직한 탄환이 요리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팅.
“어머?”
분명히 직격한 탄환은 그런 소리와 함께 튕겨져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후후, 그렇군요.”
촉수가 눈앞까지 다가왔다는 사실은 신경쓰지 않은 채, 모든 것을 포기한 하루나는 미소를 지었다.
“중장갑… 이었군요.”
촉수에 붙잡힌 하루나는 이미 준코가 그랬던 것처럼… 꿀꺽, 하고 촉수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그래서.”
이오리는 총을 집어넣으며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 뒤로는 이오리에게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는 주리의 요리가 누워 있다.
“이번 일의 주범은 급양부라는 거지?”
“그게 이런저런 사정이 있는 모양이라…”
이오리를 마주보며 자세를 가다듬은 선도부의 소녀가 대답했다.
“방금 전 급양부의 아이키요 후우카가 구속된 채로 발견되었고… 그리고 도주 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와니부치 아카리도 붙잡았다고 다른 부원에게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역시 그 녀석들이 연루된 건가… 그래서 다른 부원들은…”
그때 뒤에서 소리가 들려 이오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소리의 발원지는 요리 내부인 듯 했고, 이상한 소리가 서서히 이오리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경계심을 드러내는 이오리였으나…
“...푸핫! 으음, 마, 마, 맛있다~!!”
말 그대로 요리를 속속들이 먹어치우면서 나타난 것은 이즈미였다.
“이렇게 맛있어질 수가 있다니! 그것도 이렇게 잔뜩! 노력한 보람이 있었네!”
이즈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요리를 집어들고 계속 먹어 치운다.
“으, 으으…”
그녀의 발밑에서 준코도 기어 나왔다. 그 뒤로는 헤롱거리며 쓰러져 있는 하루나와 주리의 모습도 있었다.
“아, 준코! 이거 준코도 먹어 봐! 엄청 맛있어! 자, 아앙~!”
“아, 아앙… 우웁!?”
“우왓!? 준코의 온갖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무지갯빛 국물이 나오잖아!? 어째서!?”
…그런 소란스러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오리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싹 다 유치장에 던져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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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갑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ㄱ

아니 나무열매까지 그렇구나 하다가 매머드 보석살보고 알았네 이것들 토리코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