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XX월 XX+35일, 10:30
선생 치료 시작 35일 째
"이번 2주는 어떻게 좀 괜찮으셨나요?"
"...그런대로 잘 버텨낸 것 같네요."
"좋진 않으셨던 것으로 들리는데, 무슨 일 있으셨나요?"
"...질문이 하나 있는데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환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 역시 주치의의 의무니까요. 치료에 관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하셔도 됩니다."
지난 2주 간 내린 결론은 그 자체로 확실한 길라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지금처럼은 안 된다'라는 기본 전제를 과감히 깔아둘 수 있을만큼 아슬아슬했다.
들키고, 그러지 않기 위해 숨기고, 상처를 주고, 다시 들켜버리는 인생. 이제 확실해졌다. 내가 숨긴다 한들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낸 학생들이 나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지 않기 위해 약을 거르지 않고, 좋은 생각, 좋은 취미, 좋은 휴식만을 가지며 아이들과 만날 때에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하였지만, 공황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기에, 더 이상 이대로 무턱대고 숨길 수만은 없는 것이다.
"...제가 어떠한 행위로 인해 상태가 나빠진다면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죠?"
"...? 그야 당연하죠...?"
"하지만 그 행위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할 수 있어야 하는 일이라면, 그래도 하지 않는 것이 맞을런지요?"
"선생님께서 해야 할 일과 관련이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군요."
사실이다. 검은 양복과의 만남에서 어른의 카드가 나의 상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물론 그것은 상수가 아닌 변수에 불과하지만, 그가 말해준 상황을 '일단은' 신뢰한다면, 그것이 명명백백히 드러나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그것이 어른의 카드의 '대가'임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일단은 배제하는 것이 정도(正道)가 되는 것임은 자명하다.
"... 네 맞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어른의 카드는 내가 가진 '핵심 전력'으로 불려도 무방하다. 그것을 가지고 어둠 속에 빠진 학생들을 구했고, 구하려고 했으며, 앞으로도 구할 것이다. 키보토스에서 한없이 허약한 내가, 학생들의 소망을, 행복을, 희망을 가져올 수 있게 하는데 있어 적잖은 위치에 해당하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 그렇다면 주치의로서 선생님께 드릴 수 있는 솔루션은 딱 하나입니다. 하루 빨리 상태가 좋아지시는 것이죠."
"모범 답안이네요."
모범답안의 전이다. 들키는 인원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완치된다면, 학생들에게 다시금 아무렇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더는 학생들을 대할 때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고, 필사적인 은폐도 그 필요성이 사라질 것이다. 치료 정도에 따라 어른의 카드가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적정선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인정 답안이 없는건 좀 슬프지만요. 아마 학생과 관련된 일로 사려됩니다만, 역시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같을 것 같습니다. 아, 혹시 약을 쓰면서 불편하셨던 점은 특별히 있으실까요?"
"가끔씩 삶을 포기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올라오는 것이랑, 체중이 좀 늘은 것, 정도 외에는 크게 문제되는 것은 없을 것 같아요."
"자살충동 증가나 체중 증가는 성욕 감퇴, 무기력증 등과 함께 가장 흔한 부작용 중 하나입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다만 약을 쓰면서 차도가 없으니, 약을 한번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스갯소리로 '내성은 최악의 부작용'이라고 하는 것처럼, 선생님께서는 비록 치료의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해당 성분이 잘 듣지 않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다른 인정 답안은 없을 것 같네요.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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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XX월 XX+35일, 11:30
선생 치료 시작 35일 째
병원을 나와 점심은 간단히 햄버거 세트로 해결하기로 한다. 자리를 잡고 앉아 문득 의사가 했던 '부작용'에 대해 생각한다.
'뭐야 그럼, 약 먹는 동안에는 고자나 다름 없는 상황이라는거야? 게다가 언제 자 살 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니. 허 참.'
헛웃음이 나온다. 품속의 소녀들이 헛웃음에 반응한다.
"프라나 쨩 프라나 쨩! 선생님께서 웃으셨어요!"
"..., 기쁨의 웃음이 아닌 것으로 판단. 선생님, 무슨 일이신가요"
"아니 별거 아냐. 그냥 지금 내 상태를 생각하고 있자니 우습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걱정마세요 선생님! 선생님 곁에는 늘 이 아로나와 프라나 쨩이 있으니까요! 그쵸 프라나 쨩?"
"중량 감지, 아로나 선배, 갑자기 안기시면 곤란합니다."
둘의 모습을 보니 역시 웃음이 나온다. 다만, 이번에는 전과 달리, 지금의 상황에서 아주 조금의 '행복'을 느끼는 데에서 온 것이었다. 두 소녀는 그들의 아웅다웅 속에 보지 못했으나, 그것은 분명히 '행복한 웃음'이었다.
이런 소중한 단발성 희망이 연속되는 고통 속에 조그마한 위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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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XX월 XX+35일, 13:30
선생 치료 시작 35일 째
"으아...행복 끝..."
망가져가는 상황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몇 가지는 '일하기 싫어'라든가 '피곤해'라는 감정은 의욕 상실이라는 부작용을 가진 항우울제에 맞서 굳건한 방어태세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삶에 찌든 전형적인 현대인의 모습으로 사무실로 들어간다.
'가만, 오늘 당번이... 누구였더라...?'
약을 먹기 시작한 뒤로 부작용이 너무나도 다양한데, 하필이면 무엇이 올지 모르고, 온 뒤에도 그것이 약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병적 증상에 따른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부작용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억력 감퇴, 식욕 부진, 공황, 급격한 자살충동의 발현, 수면장애 등등, 바야므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의랄까. 어찌되었든 이번 상황에서는, 바로 병원을 나서기 전 오늘 당번 학생에 대해 확인했음에도 고작 몇시간 만에 잊어버리는, 전형적인 기억력 감퇴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다행히, 오늘의 당번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너무나도 직관적으로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쇼파에서 낮잠을 청하는 분홍 머리의 소녀, 타카나시 호시노였다.
"호시노~ 일어나, 일 할 시간이야~"
"으...으헤...?"
그녀다운 말투로 나를 반긴다.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점심시간이 미처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도착한 것을 대변하는 듯 머리의 바보털이 두 갈래로 뻗쳐있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왔네."
"으헤~ 아저씨가 일찍 온게 아니라 선생이 늦은거라고? 평소였다면 점심시간에도 사무실에서 라면이라도 먹고 있을 줄 알았는데, 혼자 외로웠단 말이지~"
"내 이미지가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샬레에 당번으로 오는 학생들에게는 공식 같은거니까~ 뭐 어쩔 수 없으려나? 하암... 그건 그렇고 일은 꼭 해야 하는거야...? 그냥 아저씨랑 땡땡이 치면 안될까?"
'그렇다고 병원을 다녀왔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뭐 이쯤 넘어가면 되려나.'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는다. 호시노 역시 말과 달리 샬레의 업무량에 대해서는 이미 달관한 듯 자리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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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XX월 XX+35일, 16:30
선생 치료 시작 35일 째
"끄어어어어어....이제 마지막 한 장..."
"선생~ 아저씨 쪽은 끝났어~ 오늘은 그래도 양이 생각보다 적네?"
'호시노...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가?'
왠지 모르게 컨디션이 좋아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너무 많은 잠을 자서 내심 걱정했었는데, 오늘은 기운이 넘치니까.
사실 적은 양은 아니었다. 오늘의 호시노는 평소처럼 낮잠을 자지도 않았고, 평소의 속도를 100%이라고 한다면 거의 250%에 달하는 속도로 일을 처리했으니까.
"어제 당번이 노노미였거든. 아비도스의 아이들이랑 할 때는 어쩐지 능률이 오르는 것 같달까."
"으헤 선생~ 아저씨도 나름 소녀인데, 나를 앞에 두고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하다니, 나쁜 남자의 소질이 있는 걸까나?"
"엑, 그게, 그런 뜻이 아니오라, 그러니까, 어, 음..."
"농담이야 선생~ 내가 도와줄 건 추가로 있을까?"
"마음만 받을게, 나도 이번 하나만 더 검토하면 끝나. 아 맞다, 저녁은 어떻게 할래? 아비도스 가서 먹기엔 시간이 애매할 것 같은데."
"음~ 그럼 오늘은 선생과 저녁을 먹는 호사라도 누려볼까~"
호시노뿐만 아니라 아비도스 아이들과 식사를 한 지 꽤 되기도 하였고, 특히나 호시노가 당번으로 온 날에는 호시노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비도스의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자 했기에, 저녁을 제안하는 호시노는 여러모로 색달랐다.
"특별히 먹고 싶은건 있고?"
"음....사실 뭐든 괜찮은데, 오늘은 치킨이 먹고 싶은걸~"
'엇, 치킨...?'
얼마 전에 검은 양복과 치킨을 먹긴 했지만, 솔직히 그날 치킨은 검은 양복이 두 마리 중 한 마리 반을 먹어버리는 바람에, 다리 한 쪽과 퍽퍽살 정도를 빼면 먹은 기억이 없다. 뭐 치킨이라고 해도 요즘에는 메뉴가 다양하게 나오니 얼마든지 먹으러 갈 수 있다.
"그래 그럼, 마침 방금 나도 검토 끝내서, 오늘 할당량은 끝이야. 그럼 오늘은 간만에 호시노와 데이트인가?"
"늘 말하지만 오해할 말을 계속하다 어느 순간 시로코 쨩 같은 아이들에게 납치당해도 아저씨는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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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XX월 XX+35일, 18:40
선생 치료 시작 35일 째
저녁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시라토리구의 어느 한 치킨집.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후라이드 반, 양념 반, 그리고 음료를 주문한다.
"호시노의 선택이 틀리진 않은 것 같네."
"으헤에... 그냥 아저씨의 감이라고? 너무 띄워주면 곤란해 선생."
그러나 겸손함과는 달리 생각보다도 훨씬 더 괜찮은 저녁식사가 될 것 같다. 외진 곳에 있어서인지 사람은 우리 말고는 없지만, 손님 없는 가게 치곤 맛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학생과의 식사가 아니었다면 분명 맥주를 주문했을 것이다.
"아니야 진짜로, 이렇게 둘만의 식사에 딱 맞는 곳은 여기 온 지 꽤 되었는데도 찾기 어려웠거든. 이런 곳이라면 맘편히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얼마나 좋아."
"정말이지 선생은 너무 아이들을 띄워준다니까..."
그 말을 마치고 호시노는 다시 한 조각을 베어물고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신다. 대책위원회의 아이들을 이끄는 무게의 무거움을 잠시나마 던져버린,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다.
"그건 그렇고 말야, 선생은 치킨 좋아해?"
"치킨을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에 있겠어. 당연히 좋아하지."
"음... 역시 그런가..."
다시 호시노는 아무 말 없이 앞접시를 비운다. 다만 알아챌 수 있다는 사실은, 호시노의 오늘이 평소와는 여러 가지로 달랐고, 그중에서도 제일 이질적인 순간이 지금이라는 사실이다.
"저기, 호시노? 혹시 무슨 일 있는거야?"
"으헤? 그런걸로 보여? 아냐아냐~ 그저 선생과 마지막으로 밥을 먹었던게 언제인가 싶어서 말이지. 아저씨도 나름 감성적이라고?"
"음...그런가..."
"그럼그럼~ 걱정하지마 아저씨는 항상 괜찮으니까."
그렇게 한동안 식사는 계속된다. 묵묵히 눈 앞의 치킨을 먹는 호시노가 여전히 신경쓰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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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XX월 XX+35일, 19:10
선생 치료 시작 35일 째
"아무래도 안되겠어 선생."
".....??"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이 아니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미리 말할게 선생. 나도 이미 눈치챘고, 무슨 일이 있는 것도,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모두 맞아.
'어...어...?'
지금의 호시노는 분명 진지하다. 평소의 중년 남성과 같은 여유넘치는 목소리가 아닌, 전장을 누빈 베테랑 군인과도 같은 단호함이 묻어나는 말투라는 점에서 더더욱. 오늘의 호시노가 평소와 달랐던 이유도 곧 이어질 그녀의 발언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아냐... 아비도스 아이들이 당번일 때에는 크게 문제될 행동은 하지 않았어. 약도 미리 먹어뒀고, 분명 필요 시 약을 안 쓴 적이 더 많았어. 그렇다면 어째서?'
숨이 가빠온다, 식은땀이 흐른다. 분명 호시노가 내 투병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그 루트는 분명 나의 상태를 알고 있는 선에서 양지로든 음지로든 유출이 되었을 것이다.
'코타마가? 아냐 그럴리 없어. 코타마는 착한 아이니까.'
코타마가 분명 도청기를 사무실에 많이 설치했으리라 믿지만 동시에 그 심각성을 안다면 절대로 그것을 실수로든 고의로든 유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그 의도가 불순한 것이 아니라는걸 알기에, 그것이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는 것을 알ㅡ
'설마... 나를 걱정해서...?'
눈 앞이 하얘진다. 코타마라면 그럴 수 있다. 밀레니엄의 핫라인을 통해서 충분히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유우카도 이 일을 알고 있으니 베리타스를 전부 끌고 온다면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안돼... 절대 그래서는 안되는데... 나기사...미카...세이아...히나...'
그들이 내 상태를 알게 된 미래가 보인다. 어렵사리 안정을 찾은 키보토스가,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고, 싸우고, 눈물 흘리는 미래가
'안돼... 제발 그래서는 안된다고...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그것만은제발그것만은제발그것만은제발그것만은제발'
하얘진 눈 앞이 이내 깜깜해진다.
'역시...나라는 인간은 내 한 몸 건사 못해서... 모두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구나... 무가치한 인간...쓸모없는...어른...'
소리가 점점 희미해진다. 시야도 점점 흐려진다...
"... 선생? 괜찮아...?"
".....네?"
"혹시 말야... 우리의 빚 관련해서 도와줄 생각이라면,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고 했는데... 혹시 어디 아픈거야...?"
"...어?"
"사실 말야, 검은 양복과 늦은 새벽에 만난 걸 알고 있었어."
"아...아 그거였구나..."
핏빛 붉은 하늘은 어느덧 저녁 노을의 은은한 붉음을 띈다. 흑과 백만이 가득한 눈 앞에 다시금 색깔이 입혀진다. 가슴을 옥죄던 압박도, 머리를 때리던 통증도 순식간에 멎어든다.
"음...? 선생 혹시 진짜 무슨 일 있는거야?'
"아, 아니야! 하하... 그냥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서 당황했까..."
"아비도스와 블랙마켓 접경지에 여전히 헬멧단이 출몰한다고 해서, 내가 가끔 정찰을 돌곤 하거든. 그치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나는 선생이 마음을 써주는 건 정말 고맙게 생각하지만, 선생이 무리할 필요는 없어. 이건 우리 일이야."
"어...그야 그렇지..."
일단은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는 것으로 상황을 넘길 필요가 있다. 호시노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이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학교의 빚, 그리고 헬멧단 같은 외부의 위협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이 상황에서 내 상태가 굳이 끼어들 이유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더 이상 내 소중한 사람들이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고, 그러다 내 앞에서 사라지는 것도 싫어. 무슨 말인지 알지 선생?"
"...알았어 호시노. 그 말 명심할게. 호시노는 강한 아이니까. 내가 믿을 수 있을 것 같네?"
"...약속하는거야 선생? 무리하지 말고, 힘들 때는 나에게 기대. 알았지?"
"그럼."
그렇게, 호루스를 다시금 밤하늘로 날려보낼 수 있었다.
'기댄다라...'
멀어져가는 그녀를 보며, 조용히 읊조린다.
"미안해 호시노. 이미 노력하고 있는 너에게, 아직은 그 짐을 같이 지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을 것 같네. 이건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아."
그리고 다시금 하늘을 본다.
'이렇게 언제까지고 숨기는 건 분명 한계가 올텐데...'
결국 그의 이상론은 한번 더 현실의 냉엄함과 타협했고, 다시금 가면을 쓰게 되었다.
언젠가 그 일이 불러올 파급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것만이 최선, 아니 차악일지라도, 최악의 선택만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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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편은 개인적으로 많이 고민한 편이었습니다. 호시노가 선생의 용태를 지금 알아차리는 것이 더 피폐할 지, 나중에 알아차리는 것이 더 피폐할 지(?) 같은 쓰레기 같은 발상이었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만 빼면요.
지금 선생의 모습은 전형적인 우울장애 환자들의 '스노우볼 굴리기'가 되겠습니다. 본인의 병명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닐 사람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다른 병과 다르게 우울장애는, 특히 중증일수록 '나 우울증이야'라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난 뒤에야 생전에 그런 일을 겪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도 수두룩하죠. 아마 많은 분들께서 '진짜 저런다고?' 라든가, '아니 저걸 왜 숨겨 도움을 받을 생각을 해야지'와 같이, 조금은 갸우뚱한 관점으로 글을 읽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해할 수 없기에 '장애'라는 표현까지 써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애니 방영을 앞두고 갤리젠이 활발해서 묻혀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데, 현생 쪼개서 쓴 글을 잘 읽어주시고 좋은 코멘트를 달아주시는 것을 보는 것이 제 행복이니만큼, 묻혀도 다음 편에 시리즈로 넣어두겠습니다. 혹시 미처 못 보신 분들도 시리즈에서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그것이 제 행복입니다.
다음 편은 아마 한 수요일 경에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다음주 수요일이 지나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다음 편에 뵙겠습니다. 주말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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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3

랜디추
후 씨발 개좆쓱 개새끼들 야구 존나못해요..
세컨팀이 슥시절부터 그쪽팀이라 남일 같지가 않사와요...
선개추 후감상
정말고 마워요


잘보고있음

삭제된 댓글이에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퀄을 좀 더 높여보겠습니다ㅜㅜ 념글 가고 봤는데 오탈자도 좀 있고 폼이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한 주 화이팅하세요:)